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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태극기 달고 있잖아요.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
기관총 소리가 귀를 찢는 것처럼 들렸다.
하얀 빛줄기를 쏘아대며 적의 몸뚱이를 터트리지만, 반대로 기관총 사수는 적들의 집중적인 표적이 된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그래서 옆에서 엄호를 해줘야 했다.
2층의 방마다, 그리고 방에 난 창마다 대원들이 매달렸다. 한 곳이라도 뚫리는 순간, 적들이 들이닥치는 거고, 그럼 모조리 죽는 일만 남는다.
푸슝! 푸슝! 푸슝!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오광택은 방아쇠를 세 번 당기고 창 옆의 벽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리비아에서와는 또 다른 전투였다.
아니! 이건 숫제 전쟁의 한 장면이었다.
“씨발!”
욕을 뱉은 오광택이 또다시 소총을 창밖으로 들었다.
푸슝! 푸슝! 투두둑! 투둑! 퍼버벅! 피이이잉!
그러나 적의 총탄에 창틀이 깨지며 시멘트가 튀자 얼른 머리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얼굴 너무 내밀지 마요!”
대원의 고함이 아니어도 그러고 싶다.
섬뜩하다.
아니, 솔직히 말해도 된다면 무섭다.
한 뼘만 안쪽으로 총알이 날아들었다면 벌써 얼굴을 뚫린 꼴로 바닥을 뒹굴었을 거다.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투타타타타타!
그래도 혼자 저렇게 기관총을 갈기는 놈을 어떻게 그냥 두겠나?
와락! 철컥!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투두둑! 피비빙! 투둑! 피이잉! 투두둑! 퍼버벅!
네 발을 쏜 오광택이 다시 벽에 얼굴을 처박았다.
저놈은 무섭지도 않나?
이제 막 재롱떠는 아들이 자기를 쏙 빼닮았다고 했었는데, 저러다가 죽게 되면 남을 아들은 생각 안 하나?
그때 대원의 팔뚝에 달린 태극기가 보였다.
어떻게 인간들이 ‘대한민국’, ‘태극기’ 소리만 들으면 죄다 저렇게 목숨을 내던지다시피 싸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싸움이다.
이런 전투에서는 그냥 초짜라,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하는 건지 정말 몰랐다.
니미! 언제는 알고 했던 거 있나?
이럴 땐 그냥 오광택답게!
무식하게 싸우는 게 제일이다.
일단 동생 같은 이놈을 엄호해 주고!
와락! 철컥! 푸슝! 푸슝! 푸슝!
투두둑! 퍼버벅! 투둑! 피잉! 투두둑! 퍼버벅!
“형님! 빠져요!”
오광택이 또다시 벽에 머리를 처박는 순간이었다.
투두둑! 퍼버벅!
기관총을 쏘던 대원이 얼굴에서 피를 튀기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진수야! 야! 야! 이 새끼야!”
오광택이 대원의 상체를 당겼다.
엄호가 부족했나?
무섭더라도, 두렵더라도, 좀 더 과감하게 지켜줬어야 했나?
“씨발! 씨발!”
오광택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망가진 대원을 꽉 끌어안았다.
“이 새끼야! 이렇게 죽으면 어떡하냐!”
투두둑! 투둑! 피비빙! 피잉!
기관총이 잠잠한 틈을 타고 창으로 빗발치듯 총알이 날아들었다.
치잇. “2층 기관총! 아무도 없어? 옆방에서 지원해! 서둘러! 기관총 잃으면 우리 모두 죽는다!”
그때 곽철호의 무전이 들렸다.
투두두둑! 투두둑! 피비빙! 퍼벅! 퍼버버벅!
그러는 동안에도, 적의 총탄이 창틀을 때렸고, 기관총에 튕기며 불똥을 튀었으며, 창의 맞은편 벽을 부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오광택은 숨을 거둔 대원을 바라보았다.
이놈은 팔뚝에 매달린 태극기에 자신의 목숨과 아들의 재롱도 버렸다.
너 그렇게 싸우고 후회 안 한다는 거지!
‘형님도 태극기 달고 있잖아요?’ 라고 했었지!
내 덕분에 마음 놓고 기관총 쏠 수 있다고, 그래서 고맙다고 그랬었지!
“씨발! 바나나 사 가야 하는데!”
욕을 뱉어낸 오광택이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시선은 아직 죽은 대원에게 있었다.
치잇. “2층 기관총 내가 맡는다! 이곳은 놔두고 맡은 곳을 지켜!”
무전기에서 손을 놓은 오광택은 대원을 눕혀 놓고 곧바로 기관총의 손잡이를 잡았다.
양손으로 고리를 잡고 엄지로 버튼을 누르면!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투타타타타타!
염병!
놀라서 허공에다 아까운 총알을 날렸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오광택은 곧바로 적의 표적이 됐다.
안다! 알고 있다!
표적이 되었다는 거, 이러면 살기 어렵다는 것도!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저렇게 죽어간 놈 앞에서, 다른 대원이 제 자리를 버려놓고 달려와야 한다는데, 그때까지 대가리 처박고 있으라고?
이 씨발 놈들아!
나 신사동 오광택이야!
“아빠! 바나나 사 오세요!”
실컷 사줬다.
병원에 있을 때 매일 먹여줬었다.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
억울한 거?
공부 못하게 태어난 거.
그나마 잘한 거?
깡패짓하는 동안 노름 안 한 거, 지금 마누라 만난 거, 딸 낳은 거, 그리고 강찬을 만난 거.
싸움이면 싸움, 독기면 독기, 곤조면 곤조!
저런 놈이 왜 깡패를 안 할까?
그리고 보았다.
강찬이 어떻게 사는지를.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적의 몸뚱이가 찢기는 것이 보였고, 그 뒤에서 소총을 겨누고 있는 적도 눈에 들어왔다.
홰애액! 투타타타타타!
오광택은 소총을 겨눈 적을 향해 총구를 돌렸다.
뒤늦게 따라오는 물줄기처럼 총알이 반 템포 늦게 총구를 따라왔다.
아빠가 열심히 사는 걸 보면 딸 애도 엄마처럼 곱고 예쁘게 자라서 좋은 사람을 만날 거다.
“아빠! 바나나 사 오세요!”
유치원에서 ‘너네 아빠 깡패라며?’ 하는 소리 듣지 않을 거다.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
여기 있는 놈들은 미쳤다.
거기에 모조리 돌대가리에다가 특히나 산수를 못한다.
30명이 겨우 넘는 인원으로 500명을 상대하겠다고?
몽골에서 형제처럼 지냈던 양동식이 죽었고, 강철규는 시체처럼 하얀 얼굴을 하고 있는데도?
투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
그런데 왜 그냥 미친놈도 아니고 미친놈 대장을 졸라서 이곳까지 왔을까?
투두두둑! 피이이잉! 투두두두둑! 퍼버버벅!
딸이 보고 싶었다.
적의 총알을 피해 고개를 처박으며 총구를 돌리고 있는 이 순간에, 코로 화약 냄새가 진하게 파고드는 이 순간에 말이다.
딸이라 그런가?
그 아이는 어떻게 그런 냄새가 나지?
엄마를 닮아 커다란 눈은 또 어떻고?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투두두두둑! 퍼버버버벅!
거기까지였다.
털썩.
오광택은 기관총의 앞에 엉덩방아를 찧는 것처럼 커다랗게 주저앉았다.
‘젠장. 바나나 사 가려고 했는데…….’
“아빠! 아빠가 깡패야?”
‘바나나는 엄마랑 사…….’
“당신이 사온 거 아니면 손도 안 대.”
‘그래도 지금부턴……, 그렇게…….’
털썩.
오광택은 왼쪽 옆으로 쓰러졌다.
***
라노크의 눈빛이 이렇게 번들거리는 것을 라파엘은 처음 보았다.
“그래서 결과는?”
[“부총국장이 지시한 대로 관련자 전원을 사살했습니다. 남은 것은 셔먼 CIA 국장과 로망 정보총국장뿐입니다.”]
“외인부대의 지원은?”
[“2시간 내로 도착 예정입니다.”]
“알았다. 전화를 끊으면 로망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라. 필요하다면 내게 확인통화를 해도 좋다.”
[“그렇게 되면 현재 부총국장님의 권한도 삭제됩니다.”]
“위고.”
[“예, 위원장님.”]
“언제부터 정보총국이 내 지시에 질문을 달기 시작했지?”
[“유럽 정보 위원장의 지시로 보고하겠습니다.”]
“좋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주도록.”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라노크는 곧바로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루이입니다.”]
“로망은?”
[“집무실에 있습니다.”]
“지금 곧바로 로망을 2층 휴게실에 구금하고, 이후에 내가 지시하면 바로 사살할 수 있도록 대기해.”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라노크가 전화기를 침대에 내려놓고는 창밖을 노려보았다.
“미국? 이번에 무슈 강이 무사히 돌아온다면 이 대가를 혹독하게 지불해야 할 거다.”
라파엘은 공손한 태도로 서 있기만 했다.
지금은 감히 홍차나 시가 따위로 말을 걸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푸슝! 푸슝! 투두둑! 퍼버벅! 투둑! 피이융!
강찬은 현관의 정면에서 자세를 낮추고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기관총 사수가 죽은 것도, 오광택이 이를 악물며 전한 무전도 모두 들었다.
그렇지만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현관에서 밀리면 기관총이고 지랄이고, 방법이 없는 거다.
투두둑!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투두둑! 피이잉!
강찬은 목덜미를 찢는 듯한 통증에 또다시 이를 악물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그래도 이마를 뚫어주는 것은 멈출 수 없었다.
현관을 통해 적들이 멈추지 않고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탄창 교환!”
윤상기가 악을 쓴 직후다.
“탄창 교환!”
제라르가 급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스으응!
강찬을 단박에 대검을 뽑아들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꽈악! 푸욱.
그리고는 소총의 총구를 디미는 적의 목덜미에 대검을 쑤셔 박았다.
“끄아아!”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강찬은 어깨로 적을 밀었다.
뒤쪽의 적을 막아서기 위해서였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그 사이 탄창을 교환한 제라르, 윤상기가 들어서려는 적의 이마와 미간을 뚫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결국 누군가 막아줘야 뒤도 잡는다.
피잇! 피윳!
강찬은 뒤로 물러나기 위해서 가장 앞에 있던 놈의 목줄을 두 번 갈랐다.
피시이이이이!
분수처럼 피가 뿜어진 순간이었다.
철컥!
피가 튀는 놈의 뒤에서 총구가 튀어나왔다.
와락! 홰액!
그냥 죽을 순 없는 거다.
강찬은 잽싸게 목줄을 가른 놈으로 막아섰다.
총알이 뚫고는 오겠지만, 바로 맞는 거보다는…….
배를 뚫릴 각오로 이를 악물 때였다.
타악!
누군가 적의 소총을 때려냈다.
피윳! 핏! 핏!
대검 솜씨를 보고 알았다.
단박에 적의 목을 갈라버리는 것을 보고.
피시시시시시!
적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동안이었다.
홰액! 으드득!
강철규가 다시 그 옆 놈의 대가리를 돌려버렸다.
이렇게 되면 좀 더 여유가 생긴다.
꽈악! 푸욱!
자세를 잡은 강찬이 적을 당겨 대검을 찔러넣기 시작하면서, 둘이서 마치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선 것처럼 적을 해치웠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거기에 석강호와 제라르, 윤상기가 적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터트려 주고 있었다.
이리와! 이 개새끼들아!
꽈악! 으드득! 피윳! 피잇!
강찬이 새로운 적의 멱살을 잡아챌 때, 강철규는 적의 대가리를 비틀고, 놈의 목을 가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날 정도로 하얀 낯빛을 하고 말이다.
꽈악! 푹! 푹! 홰액! 으드득! 피윳! 피잇!
마음이 급했다.
멋지게 적을 죽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철규의 손이 무뎌지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알았기 때문이었다.
꽈악! 으드득!
강찬은 앞에서 고개를 디민 놈의 헬멧을 잡아채 그대로 돌려버렸다.
와락! 퍼억!
그 뒤에 달려든 놈은 콧잔등이를 이마로 받아버렸다.
털썩! 푸슝! 퍼억!
제라르가 쓰러진 놈의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역시 저놈과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나마 현관이 조금은 정리되었다.
전투는 분명 리듬이 있다.
그래서 이런 기회를 놓치면 정말 위험하다.
“다예!”
이 정도면 알아들을 거다.
강찬이 악을 쓰자 뒤편에서 ‘티잉! 티잉!’ 하는 소리가 들렸다.
휘이익! 휙!
그래! 잘했다.
강찬은 달려드는 적의 가슴에 대검을 꽂고 어깨로 밀어붙였다.
피윳! 핏! 으드득! 피잇!
강철규가 주변 놈들을 정리했고,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뒤편에서 소총을 갈겨댄 직후였다.
콰으으응! 콰으응!
커다란 충격과 함께 바닥이 흔들리는 지랄 같은 감각이 전해졌다. 그리고.
철퍼덕! 콰다당!
강찬과 강철규가 1층의 바닥에 처박혔고, 처음으로 적이 뒤로 물러났다.
“허억! 허억!”
숨이 찼다.
적의 피로 몸이 축축했고, 숨을 쉴 때마다 노릿한 피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옆에서 강철규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라르! 왼편! 윤상기! 오른쪽을 지켜!”
강찬은 제라르와 윤상기에게 현관의 좌우를 가리켰다.
적은 확실히 물러선 것 같았다.
당장 총소리가 줄어든 것만 해도 그렇다.
강찬은 바로 무전기 버튼에 손을 올렸다.
치잇. “상황 보고해!”
치잇. “옥상입니다. 사망 넷, 중상 둘입니다.”
가벼운 부상까지 보고할 상황은 아니었다.
치잇. “2층입니다. 사망 세 명에 오광택 대표가 중상입니다.”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누군들 안타깝지 않은 죽음과 부상이 있겠냐마는 초짜를 이런 전쟁터에 던져 놓고 챙겨주지도 못했다.
“사망 다섯에 중상 넷이요.”
석강호가 악귀처럼 눈을 번들거리며 1층 상황을 강찬에게 전해주었다. 석강호의 시선에 고개를 돌렸을 때 대원 둘이서 차동균과 남일규, 그리고 두 명의 대원을 바쁘게 살피고 있었다.
“다예. 2층에 있는 기관총 가져다가 저기 입구에 설치해.”
“알았소.”
석강호가 2층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강찬은 대원 둘을 불렀다.
“부상자를 옥상으로 옮기자.”
“예.”
강찬이 차동균을 등에 메듯이 업을 때였다.
강철규가 다가와 남일규의 상체를 세웠다.
말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선이 마주친 순간에 강찬은 말없이 차동균을 들춰 메고 몸을 일으켰다.
양동식을 잃은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눈빛을 보고 어떻게 그냥 있으라고 하겠나.
쩔걱. 쩔걱. 쩔걱.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차동균의 몸뚱이가 자꾸만 뒤로 흘렀고, 등에, 허리에 그의 피가 축축하게 묻어났다.
“후우.”
당장은 죽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지금은 그게 정답인 거다.
휘이이이잉! 휘이잉!
하여간 바람 하나는 끈질기게 분다.
옥상에 올라온 강찬은 곽철호의 도움을 받아 차동균을 벽에 붙여 눕혔다.
얼핏 돌아보았을 때 적들은 30미터쯤 뒤로 물러나 있었다.
낯빛이 더욱 하얗게 변한 강철규가 남일규를 데려왔고, 대원 둘이 의식이 없는 대원 둘을 업고 올라왔다.
강찬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에 내려가서 쉬고 있어.”
“예.”
대원 둘이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강찬은 2층의 복도로 들어섰다.
첫 번째 방을 지났고, 두 번째 방으로 들어섰다.
오광택과 사망한 대원들이 벽의 안쪽에 눕혀져 있었다.
쩔걱. 쩔걱.
강찬은 오광택에게 다가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 들여다보았을 때 오광택은 죽은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오른쪽 귀 부분이 완전히 날아갔다.
강찬은 손을 뻗어 오광택의 상체를 세워 등에 업었다.
쩔걱. 쩔걱.
그때 들어선 석강호가 급하게 다가왔다.
“내가 업겠소.”
“놔둬.”
강찬이 업은 오광택의 등을 석강호가 받쳤다.
쩔걱. 쩔걱.
이놈도 일단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입구에 기관총 설치해 놨소. 저 새끼들 다시 올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있겠소?”
“10분쯤 될 거다. 전열을 갖추고 의식을 치러야 덤빌 테니까.”
계단을 오르며 주고받은 대화였다.
휘이이이잉! 휘이잉!
옥상으로 올라가자 바람이 가장 먼저 강찬을 맞았고, 다음으로 대원들이 다가왔다.
오광택을 눕힌 강찬은 주변을 둘러 본 다음, 1층에 있는 대원들을 위해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저놈들은 10분쯤 뒤에 다시 올 거다. 이제부터 2층은 비운다. 지금까지 정말 멋지게 싸웠다.”
무전을 마친 강찬은 다시 버튼을 눌렀다.
치잇. “제라르! 저 새끼들 의식을 치르고 올 거다. 그때까지 1층 경계하고 적당하게 쉬고 있어.”
치잇. “Oui.”
무전을 끝낸 다음이었다.
강찬은 곽철호에게 시선을 주었다.
“수혈 준비해.”
강철규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앞에서, 곽철호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다.
“서둘러!”
지금 강찬의 눈빛을 말릴 사람은 없다.
곽철호의 지시로 대원 한 명이 달려와 가방에서 바늘과 비닐 팩을 꺼냈다.
어느 정도가 적정량인지 알지 못하지만, 쓰러진 대원들에게 적어도 반 팩씩 정도는 넣어야 하지 않을까?
“대장. 적당히 합시다. 아까도 했는데 이러다가 먼저 쓰러져요.”
석강호의 만류가 있은 다음이었다.
“왜 혼자만 피를 빼지?”
강철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찬과 석강호, 그리고 피를 받고 있는 대원을 차례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