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405화 (40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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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나도 거기에 맞춰 주마.

후욱. 후욱.

완벽하게 전투모드에 들어간 강찬이 번득이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철컥! 푸슝! 퍼억!

강찬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MP5S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었고, 적의 이마가 커다랗게 튀어 나갔다.

이 개새끼들이!

사상과 형편이 달라 비무장 지대에서 죽고 죽이는 것까지야 뭐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민족이라는 새끼들이 고작 서양놈의 돈에 팔려 같은 민족을 죽여?

그것도 이역만리 남의 땅에서?

이 거지 같은 새끼들!

푸슝! 푸슈슝! 푸슝!

저 멀리 외곽에서 또 다른 총성과 함께 불빛이 번쩍였다.

석강호, 제라르, 그리고 차동균과 곽철호, 최종일이 커다랗게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서고 있는 거였다.

“부원장님! C4가 깔렸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남일규가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이놈들이 몸뚱이에 감고 있었습니다! 부원장님과 후배들이 들어서면 터트릴 계획으로 보입니다!”

강찬은 고개를 뒤로 움직였다.

눈빛 때문이었을까?

남일규가 군소리하지 않고 재빨리 강찬의 뒤로 움직였다.

후욱. 후욱.

이 벌레만도 못한 놈들이!

양동식의 가슴에 꼬챙이를 꽂아?

스슥! 스스슥!

강찬은 천천히 군화로 흙을 쓸며 앞으로 나아갔다.

피식!

개새끼들아!

너희가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을 상대하는 것을 옥상에서 다 봤다니까!

그래서 반경을 대충 짐작한다니까!

C4?

어디? 한 번 터트려 봐!

우리가 바보여서 대가리 쭉 내밀고 뒈져줄 것 같아?

아나! C4!

남일규가 강찬의 뒤에서 눈을 번득이며 적이 있을 법한 곳을 살피는 순간이었다.

티잉! 티잉!

강찬이 왼손에 수류탄 두 개를 들고 입으로 안전핀을 뽑았다.

이래도 안 움직여?

그럼 그냥 뒈지던가!

휘이익! 휘익!

강찬이 두 개의 수류탄을 던졌다.

와락!

이건 뭐 반사적인 반응인 거다.

절대로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공연히 아군이 던진 수류탄에 다칠 이유가 없어서였다.

파바박!

남일규는 평소에 알고 있는 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런데!

이 양반이 도대체……?

강찬이 바로 앞에서 쪼그려 앉은 채로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콰으응! 콰으으응!

이런 부서지는 흙 위에서 수류탄이 튀면 대개는 20미터 높이까지 흙이 튀고, 흙가루는 너끈히 50미터 이상으로 치솟는다.

흙이 튀어 오른 직후였다.

부스스. 부스스.

그리고 이어서 검은 빗물처럼 하늘에서 흙가루가 쏟아져 내리는 동안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강찬이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수류탄에 놀라 움직인 적들이 목표였다.

남일규가 멍하니 바라보는 앞에서,

스응!

총구를 아래로 내린 강찬이 발목에 걸린 대검을 뽑아들고 그대로 달려나갔다.

와락!

남일규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래도 서울 구경의 창시자인 거다.

잽싸게 몸을 일으킨 남일규가 대검을 꼬나 들고 강찬을 따라 달렸다.

푸욱! 푹! 푸욱! 찌이이익!

남일규가 보기에도 소름 끼칠 정도로 잔인하고 정확한 칼질이었다. 게다가 혹여나 적이 살아 있을 것에 대비해 강찬은 흙 속 깊숙이 박힌 대검을 기다랗게 당겨내고 있었다.

건물 앞에서 터진 총성과 수류탄 폭발음이 들려왔을 때였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언제 소총을 들었는지 보지도 못했는데 강찬은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남일규는 오늘 밤 강찬을 본 이후에 세 번째로 소름이 돋았다.

강찬이 기다랗게 쏘아댄 소총의 방향을 따라 강철규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 어수선한 순간에!

이렇게 소총과 수류탄, 대검을 사용한 것이!

강철규가 도망올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서둘러!”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척 늘어진 양동식을 어깨에 들쳐 멘 강철규가 악귀처럼 무서운 얼굴로 달려오고,

찰칵! 철커덕!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보지도 않고 탄창을 간 강찬이 강철규의 앞쪽과 주변에 사정없이 총을 갈겨대고 있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좀 더 달려!”

강철규가 거의 10미터 앞에 있음에도 강찬은 흙바닥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며 고함을 질러댔다.

자박자박! 자박자박!

평소라면 절대 소리조차 내지 않았을 강철규의 발걸음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화아악!

눈이 아릴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어둠과 뒤엉킨 빛줄기가 물결 모양으로 보이는가 싶더니!

콰으으으응! 콰으응! 콰으으응!

귀청을 찢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강찬, 강철규, 남일규의 몸뚱이가 동시에 날아갔다.

철퍼덕! 철퍽! 철퍼덕!

부스스스. 부스스. 부스스스.

염병할!

매번 이렇다.

이 빌어먹을 폭탄은 매번 이렇게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물귀신이 발목을 당겨서 깊은 물로 끌려들어 간다면 꼭 이런 느낌일 거다.

모든 것이 흐릿하고, 귀가 꽉 막힌 듯한 느낌말이다.

강찬은 고개를 흔들어가며 강철규를 향해 움직였다.

버적. 버적.

영감!

내가 그냥 죽게 둘 것 같아?

고작 백화점 가서 옷 좀 사고, 불고기 한 번 먹어본 거, 펜션에서 어색하게 하룻밤 지낸 게 전부인 채로 죽으면 두고두고 아쉽고 미안해야 하잖아?

그걸 원해?

솔직히 난 좀 억울한 거잖아!

난 영감이 비무장왕이었던 거, 상처가 있었던 거, 정말 몰랐었던 거잖아!

터억!

강찬은 우선 엎어진 강철규의 어깨 아래로 손을 넣었다.

등 아래쪽이 완전히 피범벅이었다.

“끄으응!”

이런 몸을 함부로 뒤집으면 파편이 더 깊게 들어간다.

그래서 강찬은 다리를 길게 펴고 주저앉아서 그 다리 위에서 강철규의 몸을 돌렸다.

하얗게 변한 낯빛을 한 강철규다.

이렇게 보면 단숨에 지난 세월이 강철규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정신 차려!”

강찬은 강철규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아직 아버지라고 못 부른 거 알잖아! 그러니까 사람 미안하게 하지 말고 눈을 뜨라고!”

뒤쪽에서 남일규가 비척거리며 겨우 상체를 세우고 있었고, 건물에서 나온 대원들이 쩔걱거리는 소총 소리를 울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 눈 좀 떠봐! 이대로 가면 정말 용서 못 한다!”

낯빛이 워낙 하얗게 변해 있어서 강철규의 코와 귀, 눈에서 흘러나온 피가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제발! 처음이다! 그러니까 눈 좀 뜨자!”

피를 주기도 늦었다.

제라르 때처럼 손바닥을 물어뜯는 거 얼마든지 하겠는데 그거 효과가 없는 거 알아서, 자칫하면 공연히 기도만 막히게 할까 봐 함부로 하지도 못한다.

남일규가 양동식의 몸을 안아 들었을 때였다.

대원들이 강찬에게 달려들었다.

“모시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와락! 와라락!

대원들이 강철규와 양동식을 건물로 옮기는 뒤에서 석강호, 제라르, 차동균, 윤상기, 최종일, 이두희가 눈만 또렷하게 보이는 흙투성이의 몰골로 나타났다.

“특수팀은 부상만 다섯 명입니다. 그 외에 건물 유리창과 현관문이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일으켜!”

강찬이 내민 손을 석강호가 잡아서 당겨주었다.

쩔걱! 부스스.

몸에 쌓였던 흙가루들이 뒤늦게 강찬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차동균! 저쪽에 먼저 뒈진 놈들 시체가 있을 거다. 찾을 수 있는 건 다 찾아서 건물 앞으로 옮겨 놔.”

“알겠습니다.”

강찬의 눈이 얼마나 번들거리는지 최종일조차 함부로 상태를 묻지 못하고 있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강찬은 건물로 걸어가며 이를 악물었다.

이런 걸 원해?

대화하자면서 뒤통수 치고, 누구든 먼저 죽이는 놈이 승리하는 싸움?

이런 거?

우리 전공인 거야.

완전히 부서져 나간 문짝과 창틀을 통해 형광등의 하얀 빛과 백열등의 붉은 빛이 달려 나왔다.

“전화기!”

우희승이 빠르게 움직여서 강찬의 전화기를 가져왔다.

꾹꾹꾹꾹.

강찬은 번호를 찾았고, 이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담배!”

석강호가 담배를 꺼내 강찬의 입에 물려주고 라이터를 켜주었다.

[“위고입니다.”]

오늘 밤 이 새끼도 더럽게 바쁘다.

“위고! 내가 가진 권한으로 어디까지 가능한지 모르겠다만,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과 동원 가능한 모든 병력을 쿠바로 움직인다!”

[“특수팀과 외인부대 2개 연대 동원이 가능합니다.”]

그래? 그 정도도 고맙지!

강찬은 오른손으로 담배를 내리며 바로 입을 열었다.

“바로 출발시켜!”

[“부총국장님.”]

“뭐가 더 있나?”

[“리코의 전화 목록에 로망 총국장님의 번호가 있습니다.”]

피식!

하여간 마무리를 지랄같이 하면 늘 이렇다.

개새끼들은 늘 ‘멍멍’하고 짖는 건데 이 씨발 놈들이 ‘야옹’하고 울어줄 거라고 기대하면 꼭 손을 물린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그 점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로망 총국장이 사망하게 되면 부총국장님의 권한 대행 명령도 소멸됩니다.”]

“위고.”

[“예! 부총국장님!”]

강찬의 음성이 달라졌다고 느꼈는지 위고의 답이 단단하게 넘어왔다.

이 새끼는 확실히 전화로 상대하는 게 더 좋다.

“내가 알아서 판단하겠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시간부터 셔먼을 사살한다.”

확실하게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불가능한 명령인가?”

[“아닙니다!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부총국장님의 명령을 이행하겠습니다.”]

아닌데?

이거 그냥 성격이 이래서 그러는 건데?

하지만 뭐 꼭 말할 필요는 없는 거다.

강찬은 종료 버튼을 누른 다음, 곧바로 다시 번호를 찾았고, 이어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후우!”

그 사이 담배가 다 타서 바닥에 던지고 발로 밟았다.

카페트? 호텔 규모의 내부 시설?

엿이나 처먹어라!

이 건과 관련된 놈들은 바실리의 특강에 따라 모조리 모가지를 따줄 거니까.

신호음이 끊기며 전화가 연결되었다.

[“김형정입니다.”]

“강찬입니다. 우리 전투 비행단과 35여단, 대테러 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에도 협조를 구할 겁니다. 대통령님의 재가를 받아주시고, 안 된다면 빨리 알려주세요.”

짧고 강한 침묵이 스친 다음이었다.

[“공격대상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버뮤다인데 미국과 교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숨이 멎어버린 사람처럼 전화기에서 아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김 팀장님! 이곳에 북한 8군단 특임조가 매복해 있었습니다. 정확한 사망자와 부상자는 파악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지만, 이 건을 조용하게 넘어가지는 못합니다.”

여전히 답이 건너오지는 않았다.

아직 숨을 못 쉬고 있는 모양이었다.

“결과를 30분 내로 알려주세요. 중국과 러시아의 공중 급유기 지원을 요청해야 하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고 전화드리겠습니다!”]

“김 팀장님!”

[“네! 부원장님!”]

“전군 비상령이 내려지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러시아, 중국에 비상령을 요청할 거고,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과 두 개 여단이 이곳으로 출발할 예정인데 정작 얻어맞은 우리가 잠자코 있는 건 아닌 것 같으니까요.”

[“그것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찬은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른 다음 주위를 둘러보았다.

쩔걱. 쩔걱. 쩔걱.

그때 곽철호가 다가왔다.

“사망은 양동식 선배님 한 분입니다. 그 외에 강 선배님이 중상입니다. 다행히 양동식 선배님 덕분에 머리와 목, 그리고 심장 부위를 피하기는 했는데, 결과는 지켜봐야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수혈이 가능한가?”

“예.”

그나마 기분이 조금은 풀리는 답이었다.

경계 따위 이제 잔소리할 필요 없이 차동균이 알아서 창마다 대원들을 배치하고 있었다.

강찬이 김형정에게 지시한 내용을 들었을 텐데도 대원들 모두 놀라기는커녕 눈빛을 빛내는 것을 보자니 픽하는 웃음도 나왔다.

이런 대원들과 함께다.

못할 게 없는 거다.

이리저리 날아가고 처박힌 테이블과 의자를 세워 놓아서 강찬은 의자에 앉아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눌렀고, 신호음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바실리다.”]

한결같은 바실리의 답이 건너왔다.

“바실리. 쿠바에 북한 8군단 특임조가 매복해 있었다.”

[“흐으음.”]

바실리는 낮게 으르렁거리는듯한 신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정보총국에 셔먼의 사살령을 내렸고, 외인부대 두 개 여단과 특수팀을 쿠바로 불렀다. 우리나라의 전투 비행단, 그리고 두 개 특수팀을 요청한 상태다.”

[“내가 할 일은?”]

“전투 비행단과 스페츠나츠, 공중 급유기 지원.”

[“고민 하나가 깨끗하게 해결되는군.”]

무슨 말인지 몰라서 강찬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른 놈을 대통령으로 내세울까 하고 있었지. 이것으로 내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군. 버뮤다를 칠 생각인가 본데 미국이 막아설 거란 계산 정도는 하고 있겠지?”]

“원한다면 때려줄 생각이다!”

[“후후후. 하하하하!”]

바실리가 이렇게 통쾌하게 웃었던 적이 있었나?

[“그래! 우리 주연이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하지만 냉정한 계산을 잊지는 마라. 어쩌면 미국이 세계 전쟁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알았다. 옆에 양범 씨가 있나?”

[“듣고 있습니다, 강찬 씨.”]

양범의 답이 곧바로 들렸다.

“들으셨겠지만 중국의 지원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지원 요청 내용은 같습니다.”

아직 정보국의 권한을 되찾지 못한 것 같아서 염려되기는 했지만, 이럴 때 말을 안 하면 오히려 치욕스러울 수도 있는 거다.

[“알겠습니다. 출발 시간을 정해주시면 최대한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시원시원한 답이 들어왔다.

“고맙습니다. 시간이 정해지는 대로 바로 연락드리죠.”

전화를 끊은 강찬은 곧바로 다시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제법 신호음이 길게 이어지도록 응대가 없었다.

전화를 피하는 건가?

안쪽에서 눈치 빠른 석강호가 봉지 커피를 타는지 달달한 커피 냄새가 풍겨올 때였다.

[“무슈 강.”]

점잖은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우즈만. 강찬입니다.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맞바람이 원하는 일이라니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어떤 일인가요?”]

“이스라엘을 침공할 생각입니다.”

김형정과의 통화처럼 우즈만의 숨소리가 뚝 끊겼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지금의 제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상하고 계신가요? 나이를 먹으면 자꾸만 뒤를 계산하게 되어서 하는 질문입니다.”]

“우즈만.”

[“무슈 강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강찬을 달래는 것처럼 차분한 음성이었다.

“미치광이가 아닌 다음에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목숨을 노릴 때는 자신들도 어떤 응징을 받게 되는지 정도는 알려주어야 더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우리의 관계를 고려했습니까?”]

“다윗의 별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거센 바람이군요. 무슈 강. 우리에게는 나름의 규정이 있습니다. 시간을 줄 수 있습니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찬이 통화를 마쳤을 때였다.

석강호가 봉지 커피를 가져왔다.

창문이 깨져 있어서 그런지 날아든 흙먼지가 방금 건네준 커피 위에 떠 있는 게 보였다.

그렇다고 맛이 변하는 건 아니다.

강찬은 커피를 받아들고 몸을 움직였다.

강철규에게 수혈을 해줄 생각이었다.

1층의 안쪽 방이다.

끄드득.

문짝이 뒤틀렸는지 비명을 질러댔다.

안으로 들어간 강찬은 걸음을 멈추고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강철규가 하얗게 변한 얼굴로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찬은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는 강철규의 침대 앞에 앉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당장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쓰러졌을 때 했던 말을 들었을까?

둘이서 멋쩍게 웃은 다음이었다.

석강호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섰다.

“전화요.”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개새끼!

강찬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미스터 강.”]

“말해.”

[“미스터 강! 외인부대를 동원한 것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전화했소.”]

미친 새끼!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말이어서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셔먼! 정말 실망스러워.”

[“무슨 말인지……?”]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다면 이건 더 실망스러운데?”

기가 막혀서 그런 건지, 뭐라고 할지 몰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셔먼의 답은 없었다.

“누가 먼저 죽는지 보자, 셔먼. 난 그런 거 정말 좋아하니까!”

말을 마친 강찬은 다시 한 번, 피식 웃어준 다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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