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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등잔 밑이 어둡다.
김형정은 내선 전화기를 어깨에 걸친 상태에서 휴대전화를 반대쪽 귀에 대고 있었다.
“외인부대 전체 비상령입니다. 예. 거기에 프랑스 정보국과 정보총국이 대외 업무를 중단했습니다. 철저하게 몸을 웅크리고 속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예. 나오는 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고건우와 통화를 마친 김형정은 모니터로 시선을 주며 어깨에 걸친 유선전화기에 입을 열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비상 경계령은 이미 통보받았던 사항이잖아. 미국과 중동 지역의 병력 이동에 집중해! 그래! 두 나라에서 넘겨준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수고!”
철컥.
전화기를 내려놓은 김형정은 바쁘게 모니터에 올라온 해외 요원들의 첩보를 확인했다.
강찬이 쿠바로 출발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다.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그 외에 미국까지, 특수부대와 항공모함을 동원해가며 군사적 행동을 취하고 있었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대외적인 문까지 꽁꽁 닫아버린 프랑스 정보국과 정보총국이 비밀리에 정보를 넘겨주고, 러시아와 중국이 매일 수십 차례 보고 형태로 첩보를 건네주고 있었다.
기가 막힌 것은 더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즈만이 영향력을 발휘하자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상상이나 했었나?
시아파가 수니파로부터 한국 정보원 보호하며 정보를 전달해 주는 이런 날을?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해보겠다는 소망으로 강찬을 만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
강찬이 없었다면…….
유라시아 철도의 꿈은 저 멀리 날아갔을 거고, 지금 같은 순간에 국가정보원은 도대체 저 나라들이 왜 저러나 하며 눈치 살피기 바빴을 거다.
솔직히 이번 쿠바 작전이 이 정도로 엄청난 일인 줄 몰랐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영국, 독일, 그 외에 거의 모든 나라가 군사력을 동원할 정도로 비중 있는 일.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부원장 강찬이 그 한가운데 서 있고, 대한민국 특수팀이 그를 지킨다.
강대경은 책상 구석으로 밀려난 잔을 들어 식은 커피를 마셨다.
비록 함께 방아쇠를 당기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잔을 내려놓은 김형정은 사명감에 불타는 얼굴로 모니터에 시선을 주었다.
***
기이이잉.
묵직한 엔진음이 들린 다음, 비행기가 고도를 올렸다.
민간항공기 앞쪽에 마련된 일등석이다.
통화를 마친 강찬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라노크, 바실리, 김형정을 통해 현재 상황을 들었다.
미국이 항공모함을 움직여?
의아하긴 했지만, 셔먼이 개입된 일이다.
이익이 경비보다 크다면 항공모함 정도 얼마든지 동원할 수 있는 거다. 그러나 항공모함이 움직이는 그 순간부터 언제든지 세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창밖을 보았다.
프랑스에서 이륙하는 순간부터였다.
심장이 조금씩 두근거리며 지금 가는 곳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짐작했던 일이다.
침대에 누울 때마다 눅눅한 찜찜함이 몸을 감쌌으니까.
제라르나 다예의 말처럼 강찬이 나섰던 작전이 밋밋하게 끝난 적도 없으니까.
전에도 찜찜함이나 심장이 두근거린 적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강도라는 게 있다.
죽음처럼 끈적끈적하고 눅눅한 이런 찜찜함이라니.
강찬은 탁자에 팔을 걸치고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지그펠트, 이 새끼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
꾸미고 있는 짓은?
셔먼이 과연 얌전히 이 회담을 끝낼까?
이런 종류의 작전이 처음이라는 것도 문제였다.
하긴! 다윗의 별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나온 게 처음이라니까 당연히 이런 경험을 한 놈도 없을 거다.
강찬이 적을 바라보듯 창밖에 늘어진 구름을 노려보고 있을 때였다.
“여기 커피 좀 드쇼.”
생각을 뚝 자르는 것처럼 석강호가 나타났다.
두 봉을 털어 넣은 게 분명한 커다란 플라스틱 잔.
석강호가 잔을 강찬의 앞에 놓아주었다.
힐끔 시선을 들었을 때였다.
“또 심장이 두근거리는 거요?”
긴장을 처먹기 직전의 눈을 한 석강호가 강찬의 옆에 앉았다.
“푸흐흐.”
“왜?”
이 새끼 웃는 소리를 들으면 하여간 이상하게 따라 웃게 된다.
“그냥 우리 참 엄청난 짓들 하고 돌아다녔구나 싶어서 그렇소.”
“미친놈.”
“푸흐흐.”
강찬은 뜨끈한 봉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럴 때, 특히 비행 중에는 봉지 커피와 컵라면이 정말 큰 위로가 된다.
“우리 악착같이 삽시다.”
“야! 죽었을 거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에서 벌써 나뒹굴었을 거다.”
“그랬을 거요.”
이 새끼가 왜 이러지?
강찬의 시선을 본 석강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대장이 죽은 줄 알았을 때 말이오. 아후! 그때 미치는 줄 알았소. 그거 별로 좋은 거 아닙디다. 그러니까 그러지 않으려면 어쩌겠소? 다 살아야지.”
둘이서 킬킬거리며 웃었다.
웃으면서도 이게 웃기는 대화였나 싶었는데 그냥 놈의 표정과 말투가 웃긴 걸 어쩌겠나.
“자둬라.”
강찬은 늘어져 잠이 든 제라르를 시선으로 가리켰다.
“대장은요?”
“전화 끝났으니까 나도 자야지.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인데.”
”알았소.“
석강호가 제자리로 돌아가 의자를 뒤로 눕혔다.
다른 말 할 것 없다.
심장이 경고하는 일을 감당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자 두고, 한 번이라 더 먹어두는 게 현명한 거다.
쿠바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에 호세마르티(José Martí)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활주로를 돌아 공항 정비창 쪽으로 바로 움직였다.
공산당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복장의 대원들이 비행기를 감쌌는데 위협이라기보다는 분명하게 호위하는 느낌이었다.
비행기의 문이 열렸고, 강찬이 가장 먼저 내렸다.
석강호, 제라르, 그리고 얼굴을 가린 채 완전 무장한 차동균과 곽철호가 함께 움직였는데 후끈한 열기와 강렬한 햇살이 일행을 와락 안는 느낌이었다.
“쿠바 담당 루아입니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비행기가 준비되었습니다.”
쿠바 대원들 사이에서 정보총국의 요원이 다가왔다.
“비행기는?”
“저쪽입니다.”
정보총국이 준비한 민간 항공기였다.
이곳에서 다시 두 시간 거리인 프라야 산타 루시아로 이동해야 하는데 공항 자체가 워낙 열악해서 작은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고 들었다.
콧수염을 촌스럽게 기른 쿠바 대원이 강찬과 정보총국 요원을 힐끔거리는 앞이다.
“차동균. 저 비행기까지 동선 확보하고, 비행기 주변 경계해.”
“예!”
강찬의 지시를 받은 차동균이 바로 무전으로 대원들을 지휘했다.
쩔걱. 쩔걱. 쩔걱.
항공기에서 내린 대원 셋이 곽철호와 함께 준비된 비행기 주변에 위치를 잡았다.
강찬은 다시 정보총국 요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화물을 옮겨.”
“Oui.”
화물이 먼저다.
차량이 움직여서 짐을 내린 다음, 그대로 타고 갈 비행기에 옮겨 실었다.
무게가 아슬아슬하겠는데?
강찬이 불안한 눈으로 보았으나 정보총국 요원 놈이나 화물을 옮기는 담당자 놈 누구 하나 문제를 말하지 않았다.
30분에 걸쳐 화물을 다 옮겼다.
“차동균.”
강찬이 고갯짓으로 새롭게 화물을 실은 비행기를 가리켰다.
무전이 전해졌고, 삽시간에 모든 인원이 타고 있던 항공기에서 내려 준비된 작은 비행기로 옮겨탔다.
“수고했다.”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루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준 강찬은 석강호, 제라르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차동균이 동선을 확보하던 대원들과 올라탄 뒤다.
비행기가 곧바로 활주로로 들어섰다.
지랄 같은 두 시간의 비행이었다.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있으니 흔들림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쳤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프라야 산타 루시아 공항은 그냥 허허벌판에 4차선 도로 정도의 활주로가 전부였다.
드드드드드드!
한 번 이곳에 들렀다가 이륙하면 반드시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 정도로 심한 진동을 견딘 비행기가 활주로 끝에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흐어!”
석강호가 고개를 털어댔다.
아닌 게 아니라 강찬도 머릿속이 뒤엉킨 느낌이었다.
개새끼! 만나도 꼭 이런 곳에서!
강찬이 욕을 삼키며 비행기에서 내릴 때였다.
부르르릉. 부르릉. 부르릉.
기다렸던 게 분명한 트럭과 승합차가 다가왔다.
“현지 책임을 맡은 리코입니다.”
까만 피부, 무언가 숨긴 듯한 눈빛, 콧수염. 마른 체형, 쿠바놈인가 싶게 생긴 요원이 공손하게 다가왔다.
화물을 내리는데 걸린 시간이 대략 40분이다.
차동균과 대원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사이에서 강찬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공항을 삥 둘러서 시선을 던진 모든 곳에 잡목이 드문드문 자란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설명 없이 던져두었다면 이곳이 아프리카인지, 아프가니스탄인지, 몽골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냄새만 아니라면 정말 몰랐을 거다.
비행기 트랩을 열었을 때 훅 달려드는 냄새.
대개는 그 나라에서 나는 생강 냄새일 때가 많은데 그 외에도 진짜 흙에서 나는 냄새일 때도 있었다.
“후우.”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뱉었다.
쿠바는, 아니 이곳 프라야 산타 루시아는 바닷물에 젖은 진한 담배 향이 났다.
심장이 좀 더 강하게 위험을 경고해서 강찬은 강철규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작인 거 같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강철규는 이미 전투에 나선 눈을 하고 있었다.
대원들이 다섯 명씩 트럭의 화물칸에 올라타서 무기를 걸고서야 남은 인원들이 승합차에 올라탔다.
덜컹거리는 길을 다시 20분쯤 달렸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덩그러니 서 있는 2층짜리 시멘트 건물이었다.
창밖으로 몸을 반쯤 내민 에어컨, 촌스러운 회색 벽, 자살이나 전기 고문용인가 싶게 늘어진 전선, 그리고 위성 안테나.
“이곳에서 쉬시면 됩니다.”
차에서 내린 강찬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대원들이 건물을 확인했고, 옥상에 무기를 설치했다.
바다 근처에서 부는 특유의 바람이 휩쓸고 갈 때마다 흙먼지가 풍겼다.
쿠바, 프라야 산타 루시아에 있음을 흙먼지에 담긴 젖은 담배 냄새가 새삼 일깨워주었다.
관광이 아니라 전투에 나섰다는 사실도.
“내부 확인 끝났고, 옥상 확보했습니다. 별도로 대원 여섯 명을 외곽에 배치하겠습니다.”
복면을 한 차동균의 보고를 들은 강찬은 안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조금은 놀랐다.
오래된 가전제품이 거슬리기는 했는데 그만큼 건물의 내부는 고급 호텔이 부럽지 않게 꾸며져 있었다.
“다예. 방 배정해.”
“알았소.”
석강호가 최종일과 함께 오른편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방은 모두 여덟 개였다.
강찬과 석강호, 제라르가 2층 중앙의 방을 사용했고, 그 옆이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 건너편 방을 최종일과 증평 대원들이 사용하기로 했다.
저격이 가능한 곳이 있나?
2층 방의 창가에서 강찬이 밖을 둘러볼 때였다.
리코란 요원 놈이 궁금한 얼굴로 들어왔다.
“저녁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쩐지 강찬이 먹는 걸 얻어먹고 싶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얼굴이었다.
“준비된 게 있나?”
“말씀하시면 준비하겠습니다. 쿠바식 식사나 스파게티, 피자, 그 외에 아메리칸 식의 스테이크가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강찬은 문으로 움직여서 아래층을 향해 상체를 내밀었다.
“다예! 저녁 어떻게 할래?”
“컵라면하고 즉석밥, 김치 있소. 그거 먹읍시다!”
아래층에서 바로 답이 왔다.
“우리는 준비한 걸 먹겠다. 너는?”
“괜찮으시다면 저도 이곳에서 먹고 싶습니다.”
짐작한 것과 같은 답이었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그러라고 답을 했다.
컵라면을 커다란 냄비에 끓였고, 즉석밥도 꺼내놓았다. 거기에 포장된 김치를 곁들여 먹는 저녁이다.
비행이 힘들었다고 해서 식사를 거를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리코란 놈은 처음 먹어본다는 라면을 세 개나 더 처먹는 기염을 토했다. 매운 김치까지 연신 집어 먹으며 말이다.
먹는 것 가지고 뭐랄 것은 없지만, 어쩐지 처먹는 게 얄미워 보이는 놈 있잖은가.
리코가 딱 그런 놈이었다.
적당하게 식사가 끝났다.
지하수를 끌어쓰는지 싱크대의 물을 틀 때마다 모터 도는 소리가 들렸다.
대원 세 명이면 저녁 먹은 것을 치우기에 충분했다.
강찬은 적당하게 자리에서 물러나 건물 밖으로 나갔다.
바다 근처의 노을은 유독 검붉다.
습도 때문인지 소금기 때문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구름을 시뻘겋게 물들일 정도로 진한 노을은 유독 바닷가에서 보인다.
꼭 지금처럼.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찬은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다.
말을 하지 않았지만, 라면을 앞에 두는 순간부터 심장이 좀 더 강하게 뛰었기 때문이었다.
강찬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격?
옥상에 있는 대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살피는 데다, 저격이 가능한 지역에 대원 여섯을 배치해서 어지간한 저격수는 살아 있기도 어렵다.
도대체 뭔데 이러지?
강찬이 나직하게 숨을 내쉴 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강철규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강찬과 똑같이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서너 걸음을 걸은 강철규가 강찬의 옆에 섰다.
“오랜만이다. 이런 정도의 긴장은. 어둠이 깔리면 일규와 동식이 데리고 주변을 살피겠다.”
강철규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괜찮다면 부원장도 무기와 무전기를 지니고 있었으면 싶다.”
“알았어.”
강철규가 이렇게 길게 잔소리를 할 정도의 위기라면 최소한의 대비는 하는 게 좋다.
매일 같이 이곳 프라야 산타 루시아에 있었을 노을을 어둠이 조금씩 삼키는 시간이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찬은 번들거리는 눈을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지?
어떤 개새끼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지?
답답하고 궁금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지만,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알 길은 없는 거다.
주변을 두어 번쯤 더 돌아볼 때쯤이었다.
어둠이 마지막 남은 노을을 잔인하게 삼켰다.
“들어가서 준비하겠다.”
“조심해. 무리하지 말고.”
몸을 돌리던 강철규가 멈칫하며 시선을 돌렸다.
끄덕.
그게 전부였다.
강찬을 향해 알았다는 의미로 짧게 고개를 끄덕인 것.
이게 정말 잘하는 짓일까?
지그펠트 같이 믿기 어려운 놈을 만나겠답시고, 이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
강찬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강철규가 남일규와 양동식은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허리에 건 권총, 탄창, 발목에 묶은 권총과 대검, 등 뒤로 돌려 멘 소총, 그리고 특이하게 왼쪽 어깨에 삐죽이 올라오도록 걸어놓은 대검까지.
1층의 분위기는 강철규의 눈빛만큼이나 무겁고 사나웠다. 거기에 강찬이 날이 바짝 선 눈빛으로 들어선 거여서 완전히 전투 직전과 다름이 없었다.
“차동균. 내가 입을 군복과 무기 준비하고, 지금부터 경계를 최대로 높여. 다예와 제라르, 최종일, 우희승, 이두희도 무장한다.”
강찬의 눈빛과 표정을 읽은 차동균과 최종일이 빠르게 움직였다.
강찬이 군복을 입는 사이, 강철규가 남일규와 양동식을 데리고 문 앞에 섰다.
치잇. “베이스다. 강 선배님이 두 분과 외곽 경계에 나선다. 배치된 아군은 오인 사격하는 일이 없도록.”
치잇. “1조, 카피.”
치잇. “2조, 카피.”
치잇. “3조, 카피.”
차동균과 외곽에 있는 대원들의 교신이 끝난 다음이었다.
끼이익.
강찬을 향해 눈인사를 전한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이 밖으로 나갔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시간이 지날수록 본능이 주는 경고가 짙어져서, 지금은 숫제 눈과 목에 날카로운 칼을 찔러대는 느낌마저 들었다.
권총, 대검, 탄창, 소총, 무전기까지 몸에 건 강찬이 날이 바짝 선 눈으로 대원들을 둘러보았다.
이 눈빛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리코가 강찬에게서 시작된 날 선 분위기에 놀라 이곳저곳에 시선을 주었을 때였다.
푸슝! 푸슈슝! 푸슝!
익숙한 총소리가 섬뜩한 느낌으로 귀를 파고들었다.
“옥상으로 대원 보강해! 다예! 제라르!”
강찬이 문을 향해 움직일 때였다.
푸슈슝! 푸슝! 푸슝! 푸슈슝!
총소리가 또다시 들려왔고,
치잇. “북한 8군단 특임조다! 반복한다. 북한 8군단 특임조다! 아군은 기지에서 나오지 마라!”
씹어서 뱉는 듯한 강철규의 나직한 무전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