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99화 (39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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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8 그가 살아 있다고?

버스가 병원으로 들어섰고, 얼굴을 가린 증평의 대원들이 우르르 내렸다.

“차에 군복이랑 준비해 두었습니다.”

소총을 어깨에 건 윤상기가 다가와 시선으로 버스를 가리켰다.

“중위님?”

“왜?”

버스로 향하는 차동균을 윤상기가 어렵게 불러세웠다.

“정말 부원장님이 살아 있습니까?”

“시끄러워, 인마! 그것 때문에 장군님하고 김 팀장님한테 배 터지도록 욕먹었다.”

“정말이죠?”

“그렇다니까!”

차동균과 곽철호가 버스에 오른 다음이었다.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하던 대원들이 다가왔다가, 윤상기가 바보처럼 히죽거리는 것을 보고는 만족한 듯 고개를 돌렸다.

증평의 특수팀과 교대하고 병원을 나선 대테러 팀 강명구가 대원들의 상황을 점검했다.

이곳에서, 지금 같은 때, 또다시 테러가 일어나면 이후의 사태는 걷잡지 못한다. 전대극과 경호실 직원, 김형정과 대테러 팀 요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기자들과 참석자들을 살피는 이유였다.

치잇. “상황 보고해.”

김형정의 무전이 들어왔고,

치잇. “대테러 팀, 이상 없습니다.”

강명구가 바로 답을 했다.

대통령 경호실이 내부 경호, 외곽 경비 35여단, 건물과 출입구를 강명구가 지휘하는 대테러 팀이 맡았다.

“이렇게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양국의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함께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전문을 읽어내려간 문재현이 옆의 단상에 서 있는 우스만을 바라보았다.

아랍 전통복장에 연륜이 가득한 눈, 구불거리는 수염을 한 우스만이 문재현을 향해 고맙다는 제스처를 보인 다음 정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한민국 국민과 문재현 대통령께 먼저 감사의 뜻을 밝힙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에서 있었던 테러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며, 더불어 우리의 왕세자였던 아비부가 테러의 주동자라는 한국의 수사와 발표를 존중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자들 사이에서 “오.”하는 탄성이 쏟아진 직후였다.

“그 점에 대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사과하는 바입니다.”

촤자자자자작! 촤자자작! 촤자자자자작!

국가적 외교 관례로 보아 이례적인 발표여서 기자들의 놀라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우즈만은 잠시 기자들을 바라보며 흥분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이 개발하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적극 지지하며, 본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자본을 투자할 의향을 밝혔고,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함께 이 문제를 심도 있고 발전적으로 논의할 것입니다.”

딱딱한 영어로 우즈만이 발표를 마치자, 플래시가 연속으로 터졌고, 기자들이 앞다퉈서 손을 들었다.

우즈만은 얼굴이 기다란 서양 기자를 지목했다.

“CMN의 로버트 기자입니다.”

한국에 보도되는 방송에서 동시 통역자가 억양이 전혀 담기지 않은 음성으로 기자의 말을 전했다.

“지브릴 왕세자가 두바이에서 피살되었습니다. 그 사건이 이번 방문과 관계가 있습니까?”

우즈만은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는 얼굴로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두바이 국왕을 뵙고 오는 길입니다. 지브릴은 반정부 세력의 테러에 의해 살해되었음을 두바이 정부가 발표하였고,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도 그 점을 인정했습니다.”

“갑자기 한국과 이런 발표를 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됩니까?”

로버트 기자는 물러나지 않고 궁금해하는 점을 물고 늘어졌다.

“대한민국은 인재가 많은 나라입니다.”

우즈만이 문재현을 슬쩍 바라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경직되기 쉬운 본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발전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로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촤자작. 촤자자작.

“대한민국은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선점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사업에 기여하고, 그에 협력하고자 합니다.”

몇 가지 질문이 더 있었지만, 특별히 중요한 내용은 없는 평범한 질문이었다.

마지막이라는 전제를 단 우즈만이 다시 서양의 여자 기자를 지명했다.

“처음 답변 때 대한민국에 인재가 많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누군가를 지정하거나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알고 계신 대표적인 인물이 있으신가요?”

지브릴의 살해 건도 막힘없이 답을 했던 우즈만이 잠시 뜸을 들인 뒤에 마이크에 입을 가져갔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최근 국제 사회에 놀라울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이뤄낸 바탕에는 각 방면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한 인재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스만이 무언가 빠진 듯한 답을 하고 물러났다.

***

“대화는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지그펠트. 진정하고 내 말을 좀 더 들어봐.”]

지그펠트의 냉정한 말에 셔먼이 얼른 자세를 낮췄다.

앞에 펼쳐진 영상 중 하나에 셔먼의 상반신이 담겨 있었는데, 지그펠트는 가느다랗게 올라온 마이크에 대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네의 능력은 충분히 안다. 그렇지만 이번 공작은 우리도 싸이로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다가 당한 꼴이잖나. 느닷없이 죽었다던 사람이 나타나서 싸이로를 제거한 건데 내가 그걸 어떻게 사전에 알아내겠나?”]

싸이로의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실패가 원인이라는 대꾸도 있었다.

지그펠트가 입을 다물고 있자, 셔먼은 바로 말을 이었다.

[“싸이로의 일은 유감이다. 하지만 우리도 여간 곤란한 게 아니야. 무엇보다 이란과의 관계라든가, 미스터 강과 접촉도 해야 하고.”]

“셔먼.”

지그펠트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미국이 이번 작전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

[“지그펠트. 형식적으로라도 우린 발을 걸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해 보겠다?”

[“그동안 버뮤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는 끝까지 덮어주었다. 그 정도면 우리 정부의 의지를 충분히 알지 않나? 그러지 말고 미스터 강과 협상을 해보는 게 어떤가?”]

“협상?”

지그펠트의 표정을 본 셔먼이 아랫입술을 늘이며 말을 건넸다.

[“내가 중재를 하지. 미스터 강과 만나서 그가 원하는 것을 주자고. 어차피 자네가 움직이는 세상과 그가 움직이는 세상이 전혀 다르지 않나?”]

지그펠트는 복잡한 표정으로 셔먼을 노려보았다.

대왕개미와 만나?

자존심은 상하지만 그다지 나쁜 계획은 아닌듯싶었다.

[“파르탈도 구해내는 게 좋지 않나?”]

“그놈은 이미 버렸다.”

혹시나 해서 던졌던 셔먼의 제안을 지그펠트가 단숨에 털어내 버렸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셔먼을 잠시 노려보던 지그펠트가 입을 열었다.

“내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지?”

[“그는 그런 약속 정도는 지키는 인물이다.”]

“중재를 해주는 대가는?”

[“연방준비 은행의 지분, 새로운 금본위 화폐 포기.”]

지그펠트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강찬인가 하는 놈을 죽여준다면 모를까, 고작 얼굴 한 번 보는 것치고는 너무 무리한 요구야.”

[“지그펠트.”]

셔먼이 굵직한 음성으로 지그펠트를 불렀다.

[“자네가 세계 경제를 움켜쥐고 있다면, 미스터 강은 현재 정보국 세계의 최강자다. 그러니 그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이 그의 말을 존중하고, 그의 지시 한 마디에 세계 최강이 돼버린 한국의 특수팀이 날아온다.”]

“그깟 놈들! 핵전쟁이 시작되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거다!”

지그펠트의 말에 셔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능력은 인정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만 저들이 똘똘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는 동안은 그 계획도 성공 확률이 떨어져. 게다가 자네가 노출되었다는 문제도 쉽게 생각할 수 없고.”]

지그펠트의 표정을 확인한 셔먼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역대로 대통령과 이렇게까지 호흡이 맞는 인물은 없었다. 그러니 한국의 정권을 이용해 그를 제거하는 것도 어려워. 게다가 그가 정말 무서운 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거지.”]

“욕심이 없다는 놈이 차세대 발전 시설을 짓고, 유라시아 철도를 연결하며, 해저 터널을 손에 넣나?”

[“개인적인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무섭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한국의 특수팀은 세계 최강이다. 인정하기 싫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있지 않나? 미스터 강을 존중하고 만나보자.”]

지그펠트는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어쩌지 못하는 인물을 본 적이 있나?”]

그때 셔먼의 마지막 질문이 지그펠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김형정이 다가왔고, 전화기를 건넸다.

“통화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살면서 가슴 설레는 순간이 이렇게나 올 줄은 몰랐다. 적을 만나서, 긴박한 상황에서 뛰는 가슴과는 전혀 다른 설렘.

강철규는 김형정에게 시선으로 양해를 구하고는 병원 대기실 안쪽으로 움직였다.

남일규, 양동식이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앞이다.

꾸욱.

사물을 겨우 알아볼 정도의 조명 아래에서 그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쯤 울린 다음이었다.

[“여보세요?”]

강철규는 그만 입가에 미소를 달고 말았다.

강찬의 음성이, 늘 지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줄은 몰랐다.

[“여보세요?”]

“나다.”

피식 웃는 소리가 건너왔다.

이게 어떨 때는 더럽게 기분 나쁜데, 지금 같은 때는 정말 든든하게 들린다.

[“몸은?”]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 했더니 좀 무거워진 것 같다.”

이번에는 바람 빠지는 듯한 강찬의 웃음이 건너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 방법이었어. 그리고 도움도 필요하고.”]

“섬이라고 들었다. 우린 해상 침투 훈련을 받지 않아서 그 점은 계산에 넣어둬야 할 거다.”

[“증평 애들하고 함께 움직이면 될 것 같은데, 다른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볼게. 점프는?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거.”]

“그 정도는 충분히 한다.”

[“알았어. 그리고 어려운 부탁이 하나 있어.”]

강철규는 잠시 강찬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아서 해 보마. 혹시 전화하면 받을 수는 있는 거냐?”

[“이 번호는 다 알고 있는 번호고, 이제부터는 언제고 전화하면 받을 수 있어.”]

“알았다. 작전 일자는?”

[“정해지면 알려줄게. 아마 사흘 내로 움직이게 될 거야.”]

“그래, 알았다.”

강철규가 멋쩍은 얼굴로 혼자 서 있는 자판기를 보았다. 이상하게 강찬과 통화를 하면 끊어야 할 때 유독 어색해진다.

[“작전 나와서 봐.”]

통화를 끝낸 강철규가 전화기를 한번 보고는 김형정에게 움직였다.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한번 들렀던 병실이다.

드르륵.

자야 할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강대경은 침대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있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너무 늦은 시간인데 미안합니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시간이 되실까?”

강대경이 침대에 누운 유혜숙을 바라보고는 가디건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퀭한 눈, 지친 얼굴.

아들을 잃고, 부인까지 힘겨운 상황에 심신이 지쳤으니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강철규는 바로 엘리베이터로 움직였다.

증평의 특수팀이 소총을 들고 두 사람을 지켜주는 앞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강철규는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눌렀다.

우우웅.

얼굴이 완전히 상한 강대경과 말이 많지 않은 강철규가 한 엘리베이터에 있으니 오죽하겠나.

올라가는 동안, 다른 말은 없었다.

때앵.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문이 열렸다.

“옥상에 공원이 있어서 그리 갈까 합니다.”

“예.”

‘무엇 때문에 이러지?’ 하는 얼굴로 강대경이 답을 했다. 궁금했지만, 옥상까지 계단 하나다. 올라가면 어차피 이야기를 들을 텐데 독촉할 것도 없었다.

철커덩!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옥상 문이 열렸다.

쩔걱! 쩔걱!

대원 둘이 다가왔다가 강철규를 보고는 눈인사를 한 다음, 제 자리로 움직였다.

“저쪽에 잠시 앉읍시다.”

강철규는 강대경과 함께 나무 벤치로 향했다.

주변의 건물들이 밤을 거부하는 것처럼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강대경의 시선을 받은 강철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노리는 놈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를요?”

강철규가 “그런 건 아닙니다.”하고 얼른 답을 했다.

“암살을 위해 몸을 감추고 노리는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총을 맞았을 때 죽었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었고, 그 사실을 외부에 말할 수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강대경이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강철규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에는 혹시나 하는 애달픈 희망 한 가닥이 담겨 있었다.

강철규가 강대경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다음 입을 열었다.

“아드님 이야기입니다.”

뭔 소리……?

볼을 세게 얻어맞은 듯한 강대경을 향해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대통령님도 오늘 알았다고 들었습니다.”

“잠시만……. 잠시만요.”

강대경이 불빛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강철규를 보았다.

“그러니까, 우리 찬이가! 우리 아들이 살아 있다고 하시는 겁니까?”

“예.”

“하아!”

강대경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숨을 토해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알았다.

아들이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장이라는 것을.

국제 빌딩 테러를 제압했고, UIS가 공적이라고 정한 인물이었다는 것을.

그렇더라도…….

방지병원을 둘러쌌던 그 많은 국화와 시민들, 지겹도록 반복되었던 보도 방송들은…….

강대경이 다시 시선을 들어 강철규를 보았다.

“그럼, 살아 있다는……. 살아 있다는 우리 아이는 어디 있습니까?”

“프랑스랍니다. 전화하시면 받을 겁니다.”

멍하니 있던 강대경이 주머니를 뒤졌다.

그가 전화기를 꺼냈을 때 손이 얼마나 애처롭게 떨리는지 지켜보던 강철규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통화 버튼을 누른 강대경이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잠시 후,

[“여보세요? 아버지?”]

“으으흐! 으흐!”

강대경이 울음을 터트렸다.

[“죄송해요. 아버지. 정말 잘못했습니다.”]

몇 번이나 강찬이 말을 건넸음에도 강대경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쩔걱. 쩔걱.

헬멧, 얼굴의 반을 가린 복면, 검은 군복과 방탄복, 탄창, 권총, 대검, 거기에 소총을 어깨에 멘 차동균과 곽철호가 병실로 들어섰다.

석강호와 최종일, 우희승, 이두희는 얼굴 여기저기를 꿰매놓아서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키는 얼굴이었다.

“뭘 그렇게 무섭게 들어와?”

독한 약을 쓴 데다 입술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석강호의 말이 어눌하게 나왔다.

“담배 있냐?”

“오늘만 참으시랍니다.”

“누가 그래?”

“내가요. 꿰맨 자리가 붙을 때까지만이라도 좀 참읍시다.”

그때, 곽철호의 뒤를 따라 병실로 들어섰던 유헌우가 툴툴거리며 침대로 다가섰다.

“입안이 많이 상했어요. 내일은 치과 쪽에서 치료가 있을 텐데 담배를 피우면 입안 상처가 붙지를 않아요.”

“흠.”

석강호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신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내일 치과 진료가 끝날 때까지 담배, 커피는 절대 안 됩니다.”

“알았다니까요.”

“내가 이 양반들 치료하다가 아무래도 먼저 쓰러지지. 그놈의 담배가 뭐 그리 좋다고?”

유헌우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차동균과 곽철호를 노려보았다.

“저희는 절대 안 드립니다.”

미덥지 못한 표정의 유헌우가 병실을 나선 다음이었다.

“이번 일은 다 해결된 거냐?”

석강호가 힘겹게 침을 삼키며 입을 뗐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이 오늘 대통령님과 공동 발표를 했습니다. 국제 빌딩부터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사과하던데요?”

“푸흐흐.”

석강호가 만족한 듯 웃었다.

“김 팀장님이 아까 들렀는데 못 보셨습니까?”

“아니.”

석강호가 무슨 소리냐고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김형정이 들어섰다.

“석 선생!”

김형정은 빠르게 침대 앞으로 움직였다.

“아까 들렀다가 주무시고 계시길래 그냥 갔었습니다. 좀 어떻습니까?”

“살 것 같은데요. 혹시 담배 있습니까?”

“담배요?”

김형정이 힐끔 시선을 돌린 곳에서 차동균과 곽철호가 ‘우린 모릅니다.’ 하는 얼굴로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될 거 같은데요?”

“거! 왜 그러세요?”

석강호가 힘겹게 시선을 돌린 곳에서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가 김형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몽골에서 올 때 팀장님께 이러지 않았습니다.”

그때 석강호가 날린 말이 결정적이었다.

“창문 좀 열어. 공기청정기 틀고.”

김형정이 할 수 없다는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여 누워 있는 네 사람의 입에 물려주었다.

“푸흐흐.”

만족한 웃음이었다.

“대장하고는 연락했소?”

“예. 좀 전에 강철규 선배님과 통화도 마쳤습니다.”

“언제 출발입니까?”

“수일 내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재가 기다랗게 달려서 김형정과 곽철호가 종이컵을 들고 가서 재를 받아주었다.

“나 내일이면 일어납니다.”

석강호의 말에 김형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다른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지금 누군들 강찬과 나가는 작전에 빠지고 싶겠나?

김형정마저 몸이 근질근질한 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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