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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6 죽어서도 대한민국은 건들지 마라.
어둠이 낮을 잡아먹고는 시커멓게 똬리를 틀었다.
앞쪽에 있는 주메이라 비치 호텔이 오래된 건물들을 등 뒤로 감추고 화려한 빛을 뿜어대는 밤이다.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이 제법 볼 만했으나, 석강호는 독이 잔뜩 오른 얼굴이었다.
“이 새끼가 왜 안 오지?”
이미 올 시간이 지났다.
이틀 전부터 이 호텔 특실을 사용 중이고, 저녁부터 잡은 약속만 세 개가 넘는 지브릴이 저녁 8시가 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무기와 장비, 현금을 넘겨받은 것으로 국가정보원 정보원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한국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겠다는 생각이었고, 그래서 가져온 전화기도 현지 정보원들이 구해준 것 한 개만 들고 들어왔다.
“얼마나 됐지?”
대강 짐작하면서도 석강호는 시간을 물었다.
“예정에서 2시간 지났습니다.”
명성이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지브릴은 반드시 이 호텔에 묵을 거다.
석강호는 번들거리는 눈으로 창밖을 보았다.
이렇게 있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주워듣는 게, 동정을 살피는 게 분명 현명한 일이다.
“이리와 봐.”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가 석강호의 앞으로 다가왔다.
“저녁을 핑계로 움직이자. 식사하면서 주워듣기라도 하면 상황을 판단하기 훨씬 나을 것 같다.”
석강호가 아이패드를 집어서 레스토랑의 좌석과 음식, 그리고 식사 시간을 선택했다.
“이건 향신료를 섞은 쌀밥에 양고기를 얹은 건데, 먹을 때는 이렇게 세 손가락으로 밥을 모아서, 이런 식으로 입에 넣으면 된다.”
음식의 모양을 확대한 석강호가 세 사람에게 주문한 음식과 먹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줬다.
“이 정도 수준이면 스푼이 나올 텐데, 솔직히 나도 이런 곳에서 밥 먹어 본 적은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일단 상황 봐서 행동하자.”
“예.”
“피타도 몇 장 시켰으니까 이 위에 고기를 얹거나, 카레 같은 걸 찍어 먹으면 된다. 알겠지만 절대 왼손을 입으로 가져가지 마.”
자질구레한 잔소리를 마친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목에 건 권총과 대검을 확인하는 동안, 이두희가 장비와 남은 무기들을 금고에 넣고 잠갔다.
“혹시 누군가 말을 걸면 아까처럼 날 봐. 거만하게. 그럼 내가 일단 해결하고 귓속말로 상황을 알려줄 테니까 거기에 맞춰 행동하고.”
문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 당부를 건넨 석강호가 앞장섰다.
복도에는 당연하게 CCTV가 있다.
네 명은 태연하고 느긋하게 걸어서 엘리베이터 앞으로 움직였다.
이 넓은 층에 있는 객실이 달랑 두 개다.
어느 객실에 묵든 바다와 도시의 전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한 모양이었다.
석강호가 가장 앞에 섰고, 그 뒤로 최종일이 섰으며, 우희승과 이두희가 뒤를 지키는 것처럼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딩동댕.
부드러운 벨 소리가 들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석강호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날카로운 눈빛의 아랍 남자 다섯 명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기 때문이었다.
“다아 써러니(اعذرني, 실례합니다).”
놈들이 빠르게 석강호와 최종일의 앞을 막아서며 엘리베이터에서 복도로 움직일 안전한 통로를 확보했다.
석강호는 번들거리는 눈빛을 감추기 위해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안쪽에 있던 지브릴이 수행원과 함께 나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릴걸!
지금 해치워버려?
지브릴이 흘깃 석강호와 최종일을 보고는 시선을 가져갔다.
이런 일은 전투와 다르다.
소리소문없이 해치우고 사라져야지 복도에서 총질, 칼질해대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국제적 분쟁을 만든다.
저 새끼가 왔으니 조금 있다가 방으로 찾아가서 어떤 이유로든 문만 열면 상황 끝인 거다.
시답잖은 경호원 몇 명쯤이야!
지브릴이 수행원과 함께 복도로 모습을 감추자 석강호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잡으며 최종일을 기다렸다.
어디서 누가 들을지 몰라서 함부로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웠다.
그때 최종일이 손을 들어 석강호를 불렀다.
무척이나 공손한 자세로 석강호가 최종일 앞으로 고개를 가져갔다.
“지브릴이었습니다. 이대로 식사 하실 겁니까?”
석강호는 마치 알아들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자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저 새끼가 언제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일이다.
딩동댕.
3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네 사람은 식당으로 움직였다.
“변덕을 부리는 것으로 하자. 다른 손님이 있어서 별로라고 하고, 방으로 음식을 가져오라고 할 테니 거기에 맞춰 행동해.”
속삭이는 것처럼 말을 마친 석강호가 앞서서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저녁 시간이어서 그런지 레스토랑에는 제법 손님이 있었다.
직원이 다가왔을 때였다.
최종일이 거만하게 손을 들어 석강호를 불렀다.
그리고는 무언가 귓속말을 전했다.
“모하메드 빈 알와드님께서 식당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모양이다.”
석강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짧은 의상을 입은 서양 여자를 바라보았다.
“방으로 음식을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직원이 빠르게 답을 하는 것으로 상황이 끝났다.
최종일이 눈치껏 몸을 돌렸고, 석강호가 얼른 그 앞으로 움직였다.
당연하게 엘리베이터를 탔고, 59층의 버튼을 눌렀다.
디지털 숫자가 빠르게 변화했고, ‘딩동댕.’ 하는 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렸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 경호원이라고 생각했던 아랍 놈 두 놈이 서 있었다.
석강호를 시작으로 최종일, 우희승, 이두희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섰다.
이상하게 일이 꼬인다.
경호원 한 놈이 엘리베이터로 다가와서 이두희가 몸을 비키는 순간이었다.
놈이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며 무전기에 대고 “엘리베이터 대기.”라고 말을 전했다.
아랍어는 석강호만 알아듣지만, 엘리베이터란 말만큼은 뒤따르는 세 사람 모두 알아들었다.
위로 올라간다고?
60층에?
석강호가 눈빛을 감추며 조심스럽게 방을 향해 걸었을 때였다.
달칵.
지브릴의 방이 열렸고, 열 놈이 넘는 아랍인 경호원들이 복도로 나왔다.
석강호는 뒤통수를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헬리콥터!
지도에서 익힌 이 호텔 옥상에 분명 헬리콥터를 착륙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저 새끼는 헬리콥터로 날아가고 석강호는 지브릴 쫓던 다예루 꼴이 되는 거다.
“실례합니다.”
석강호가 아랍어로 말을 걸자 경호원들이 우르르 앞을 막아섰다.
“모하메드 빈 알와드님을 수행하는 다예루입니다. 혹시 알만 빈 지브릴 왕세자님 아니십니까?”
두두두두두두.
정적이 흐르는 동안, 실제로 헬리콥터의 프로펠러 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왕세자님은 약속이 있으십니다. 나중에 따로 연락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앞에 선 놈의 아랍어가 들리는 순간이었다.
석강호가 뒤를 돌아보며 오른발을 들었다.
스으응. 피윳! 피잇! 피잇!
단숨에 세 놈이 목에 하얀 선이 그어졌고, 이어서 피가 번져 나왔다.
와락! 와락!
최종일과 우희승이 앞을 막고 서 있던 경호원들을 밀치다시피 안으로 뛰어들었다.
피잇! 핏! 핏! 피잇!
석강호가 주변에 늘어선 경호원들의 목을 연신 갈랐고, 이두희는 엘리베이터에서 달려온 두 놈의 목을 베었다.
비명과 함께 목에서 뿜어진 핏줄기가 복도에 가득했다.
철컥! 피윳! 피잇! 피윳!
권총을 꺼낸 놈의 손목을 세차게 그어버린 석강호가 놈의 목을 반복해서 갈랐다.
와락! 푹! 푹!
최종일이 한 놈의 대가리를 끌어안은 채로 목을 연속으로 찔렀고,
피윳! 푹! 푹! 푹!
우희승이 또 다른 놈의 목덜미에 세 번이나 대검을 찔러넣었다.
“서둘러!”
콰악! 콱!
최종일과 우희승이 달려들어 지브릴의 양팔을 뒤로 꺾어 석강호 앞으로 끌고 왔다.
하얗게 변한 얼굴 위로 공포에 질린 눈을 한 지브릴이 귀신을 보는 것처럼 석강호를 바라보았다.
“강찬 부원장의 말을 전한다.”
석강호가 빠른 아랍어로 말을 전했다.
강찬이란 이름 때문인지, 피 묻은 대검을 들고 있는 석강호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양팔을 잡힌 상황 때문인지, 지브릴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죽어서도 대한민국은 건들지 마라.”
말을 마친 석강호가 대검을 뒤로 뺐다가 그대로 지브릴의 심장을 향해 밀었다.
푸욱!
“끄윽!”
푸욱! 푸욱!
두 번이나 더 심장을 찌르는 동안, 지브릴의 하얀 원피스가 마법처럼 빠르게 붉게 물들었고, 놈의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스거억!
마지막으로 석강호가 지브릴의 목이 반쯤 벌어질 정도로 깊게 갈랐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가능성을 완벽하게 제거해버린 거였다.
“움직여!”
석강호의 명령에 최종일과 우희승이 지브릴을 버리고 복도로 달려나갔다.
이두희가 잡고 있던 엘리베이터다.
넷이서 뛰어든 것과 동시에 곧바로 로비라고 찍힌 버튼을 눌렀다.
딩동댕.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던 탓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그 짧은 순간이 천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고생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엘리베이터가 열리면 누가 살고, 누가 죽을지 모른다.
원래는 이럴 계획이 아니었다.
투숙한 놈의 방에 인사차 들렀다가 문이 열리는 순간에 뛰어들어서 조용하게 해치울 생각이었다.
복도에서 벌어진 일이다.
누군가 CCTV를 통해 이 상황을 지켜보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호텔 보안 요원이나 두바이 경찰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숫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동안 석강호가 히죽 웃었고,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는 권총을 꺼내 들었다.
우우웅.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멈췄고,
딩동댕.
문이 열렸다.
싸이로는 상상했던 것보다 나이가 있어 보였다.
2열 좌석에서 몸을 낮춘 강찬은 조수석 앞을 지나는 그를 보며 나직하게 숨을 들이켰다.
강철규를 연상시킬 정도로 단단해 보이는 늙은 놈을 볼 줄은 몰랐다.
걸음과 몸짓만 보고도 알았다.
그가 특수 훈련을 완벽하게 익혔고, 거기에 연륜까지 쌓였다는 것을 말이다.
일자로 펴진 어깨, 각진 턱, 주변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고 적을 상대할 수 있게 유지되는 몸의 균형이 그가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염병할!’
강찬은 가슴의 통증을 느끼며 욕을 삼켰다.
하필이면 승합차의 문이 슬라이드 식이라 여는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싸이로란 놈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런 놈이 두려워서라기 보다, 이곳까지 날아와서 저놈 하나 잡자고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게 어딘지 본전이 안 나오는 짓인 것 같아서였다.
강찬은 힐끔 제라르를 살폈다.
달려들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것과 별도로 제라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릴 적 자신을 억압했던 상대에게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결국, 강찬이 저놈을 상대해야 한다.
느닷없이 노리던 놈이 나타났다.
하지만 적의 근거지 바로 앞이고, 차 문을 여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데다, 강찬은 가슴에 부상을 지녔고, 제라르는 무언가 주눅이 들어 있었다.
힐끔.
싸이로가 승합차를 지나치며 시선을 주었다.
선팅이 진해서 안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놈은 2열과 3열의 유리를 꿰뚫어보는 것처럼 눈빛을 번득였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으로 놈이 승합차를 향해 다가왔다.
분명 안에서만 바깥이 보이고, 바깥에선 안이 보이지는 않는데?
싸이로가 승합차의 앞과 뒤를 돌아보자 제라르가 몸을 좀 더 숙였다.
앞 유리창으로 놈이 움직이면 피할 방법이 없다.
강찬이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놈을 노려보는 순간이었다.
흥미를 잃은 것처럼 놈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강찬은 승합차를 지나친 놈의 뒷모습을 따라 시선을 주었다.
너무 멀어지면 쫓기가 어렵고, 지금 문을 열면 놈의 시선에 걸린다.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제라르가 승합차의 뒤를 향했던 상체를 돌려 강찬을 보았다.
그렇다면?
강찬은 잠시 뒤를 노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제라르. 가면을 벗을 방법이 있냐?”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몸에 열이 나야 한다는데?
강찬은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커피 마셨던 카페에 가서 뜨거운 커피를 열 잔쯤 사와 봐.”
“그걸로 될까요?”
“일단 해보자. 서둘러.”
“예.”
제라르가 문을 열고 곧바로 내렸다.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건물들에 하나둘 조명이 들어올 정도로 어둠이 깔리는 시간이었다.
싸이로는 막 조명을 밝힌 카페에 들어가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번잡하지 않은 가흐니슈답게 저녁 시간임에도 카페 안은 한적했다.
싸이로는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카페 입구를 바라보았다.
지그펠트의 걱정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한국 따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강찬이 살아 있다고 쳐도, 가브리엘이 정신을 차리고 도망쳤다고 해도, 얼마든지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
달각. 달각.
샌드위치와 감자튀김이 담긴 커다란 접시와 커피가 탁자에 놓였을 때, 하얀 머리칼을 한 파르탈이 카페로 들어섰다.
저놈만 아니었어도…….
지그펠트가 속없이 싸고도는 저 철부지만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지도 않았을 거다.
경제와 수학에서 둘도 없는 천재라는 놈에게 왜 정보 세계의 일을 맡기는 건지.
싸이로의 시선을 받으며 다가온 파르탈이 지그펠트의 앞에 앉았다.
골프를 치고 돌아온 듯한 차림이었다.
갓을 쓴 전등이 주황빛을 뿜어내고 있어서 파르탈의 머리카락 색이 좀 더 화려해 보였다.
“호크 베이로 오란 명령을 들었을 텐데?”
“싸이로 곁에 있는 게 더 안전한 거 아닌가? 이왕 가는 길인데 심심하게 혼자 가는 거보단 여기 있다가 함께 가는 게 더 좋지 않나?”
파르탈이 싸이로의 접시를 들여다보고는 직원을 향해 검지와 중지를 들었다.
“스크램블하고 토스트, 그리고 뜨거운 커피.”
시선을 돌렸던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움직였다.
“어서 들어, 싸이로.”
싸이로가 샌드위치를 집어서 적당하게 베어 문 다음이었다.
“나는 어쩐지 이번 조치가 과하다 싶은데…….”
파르탈이 꼬드기는 것처럼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굳이 우리가 호크 베이로 갈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강찬이란 놈이 죽어 자빠졌으니 이 기회에 한국의 시설을 파괴하고, 지난번처럼 하나씩 죽여 없애는 게 좋지 않을까?”
듣고 있던 싸이로가 관심 없다는 투로 샌드위치를 커다랗게 물었다.
“어때? 당신이 도와준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싸이로는 먹던 샌드위치를 접시에 올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강찬이 확실하게 죽었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이봐, 싸이로! 당신까지 왜 이래? TV에 그렇게까지 떠들썩하게 보도가 되었는데.”
“나는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이 왜 이렇게 틀어졌는지와 지그펠트님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 외에 관심 없다.”
단칼에 말을 자른 싸이로가 다시 샌드위치를 들었을 때 파르탈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파르탈이 후추통을 들어 스크램블 위에 뿌려댔다.
“언제 출발하지?”
“오늘 밤.”
“이쪽은 이미 폐쇄했나?”
“지그펠트님의 명령이 있었으니까.”
파르탈이 포크로 스크램블을 입에 넣고는 맛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찬의 시체를 확인하라고 하셨다던데?”
“그건 기회를 보면서…….”
말을 하던 싸이로가 입을 다물고 입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왜 그러지?
천하의 싸이로가 왜 저렇게 긴장한 얼굴을?
싸이로의 시선을 따라 파르탈이 상체를 뒤로 돌렸을 때였다.
동양인 남자가 두 사람을 향해 똑바로 걸어오고 있었다.
파르탈은 삽시간에 목과 볼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을 보며 이런 적은 싸이로를 처음 보았을 때 이후로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뭔 놈의 사람 눈빛이……?
싸이로보다 강렬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파르탈은 맹세코 그런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