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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당신 강한 사람이잖아!
끼이익!
병원 입구에 처박히는 것처럼 승합차가 달려들었다.
드르륵!
“비켜!”
승합차의 문을 열고 내린 석강호가 미친놈처럼 고함을 질렀고,
우르르!
정장 요원들과 무장한 요원들이 주변을 완벽하게 감쌌다.
촤르르!
정작 바퀴 달린 간이침대를 끌며 의료진이 달려왔을 때, 석강호는 강찬을 업은 채로 현관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문 열어!”
강찬은 아예 상반신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얼마나 피를 흘리는지 석강호가 달려간 흔적을 따라 핏물이 뚝뚝 떨어졌는데 그만큼 강찬의 상태는 위급해 보였다.
“원장님!”
“이쪽입니다!”
유헌우가 석강호와 함께 응급실로 뛰었다.
“여기! 여기에 눕히세요!”
털썩!
석강호가 강찬을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꽈악!
강찬이 무시무시한 힘으로 석강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대장!”
“제라르……. 제라르를 놔둬!”
“그 새끼가 배신한 거요! 심장을 쐈다니까요!”
“그래도……! 놔둬!”
“대장!”
석강호가 손목을 잡았고, 유헌우가 “강찬 씨! 치료부터 합시다!” 라고 매달리는 순간에도 강찬은 석강호의 셔츠를 놓지 않았다.
왜 이렇게 제라르에게……?
그 배신자 새끼한테!
그러나 석강호는 강찬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가 꽉 쥔 손도 풀지 못했는데 번들거리는 눈에 담긴 의지를 어떻게 이기겠나.
“알았소! 제발 이거 놓고 치료부터 합시다!”
“약속해……!”
“알았다니까요! 그 개새끼! 그냥 둘 테니 얼른 치료부터 하자구요!”
터억!
강찬은 그제야 손에 힘을 빼고 침대에 파묻히는 것처럼 누웠다.
촤르륵!
의료진이 커튼을 쳤고, 다른 한 명은 가위로 강찬의 셔츠를 잘라냈다.
“나가 계세요!”
“나는 여기 있어야 돼!”
의료진의 제지에도 석강호는 강찬의 곁에서 눈을 부릅뜨고 버텼다.
“제라르! 이 개새끼!”
석강호가 이를 북북 갈았다.
이 방면에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석강호다.
강찬의 가슴에 난 상처를 본 석강호는 제라르가 심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을 확신했다.
마지막 순간에 강찬이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분명 현장에서 사망했을 정도로 치명적인 사격이었다.
“강찬 씨! 강찬 씨!”
유헌우가 다급하게 강찬을 불렀다.
“혈액 더 달아!”
그가 전에 없이 지르는 소리가, 알아듣지 못할 주사를 계속 지시하는 다급한 음성이, 현재 강찬의 상태가 얼마나 위급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드르륵!
의료진이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계들을 강찬의 침대 주변으로 연달아 끌고 왔다.
그리고는 강찬의 팔에 링거와 혈액을 걸었고, 그 줄에 필사적으로 보일 만큼 빠르게 주사액을 쏟아부었다.
무장 대원들과 정장 대원들이 커튼 밖과 응급실 주변을 완벽하게 둘러싼 상황이었다.
삐이-.
섬뜩한 기계음이 울려 나왔다.
“CPR! 나가요! 나가 있어요!”
강찬의 고개가 석강호의 반대쪽으로 떨어져 있었다.
바가지로 뿌린 것처럼 강찬의 상체는 피가 흥건했다.
그런 강찬의 볼이 하얗게 변하는 순간, 석강호는 아득한 절벽으로 떨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슛!”
퍼엉! 들썩! 터억!
강찬의 몸이 높다랗게 올라왔다가 침대로 떨어졌다.
모든 것이 저 멀리에서 벌어지는 일 같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다.
“슛!”
퍼엉! 들썩! 터억!
석강호의 눈에 강찬의 고개가 힘없이 흔들리는 것이 들어왔다.
“제발! 강찬 씨!”
유헌우의 가운과 바지, 그리고 그의 양손 역시 강찬의 피로 온통 물들었다.
그는 강찬의 배에 올라타 구멍이 뚫린 가슴께를 미친 사람처럼 눌러댔다.
“강찬 씨! 당신 강한 사람이잖아! 제발! 강찬 씨!”
유헌우가 우는 것처럼 자꾸만 강찬을 불러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1분? 2분? 아니면 3분?
유헌우가 손을 멈추고 넋이 나간 얼굴로 석강호를 돌아보았다.
뭐라는 거야?
설마 대장이 죽었다고 말하려는 거야?
석강호는 흩어지는 정신을 붙잡으려 애를 썼다.
“더 해 봐! 대장이 그렇게 죽을 사람이 아니란 걸 당신도 알잖아!”
석강호의 고함을 들은 최종일과 우희승이 커튼을 젖히고 달려들었다.
“대장! 일어나! 일어나서 제라르랑 눈깔 노란 놈 죽이러 가야지!”
최종일과 우희승이 석강호의 어깨 하나씩을 끌어안다시피 당겼다.
“놔! 놓으라고!”
둘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이두희와 요원 셋이 더 매달리고서야 석강호를 응급실에서 끌어냈다.
“으아! 이거 안 놔! 너희 대장을 몰라? 리비아에서 나한테 욕하는 거 못 들었어! 저 양반이 이렇게 죽을 것 같아! 놔아! 놓으라고!”
침대 주변에 선 요원들과 무장 요원들 역시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저녁을 먹는 시간에 벌어진 총격전이었다.
그래서 그 뒤에 이어지는 뉴스는 온통 강남의 한 식당에서 벌어진 사건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득수 기자가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CCTV를 입수했습니다.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이던 강찬을 향해 제라르가 느닷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흑백 화면이다.
권총의 총구에서 세 번이나 불꽃이 튀었고, 가슴이 시커멓게 변한 강찬이 바닥으로 무너지는 장면이 화면을 통해 전달되었다.
“피격을 당한 인물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을 구하고, 국제빌딩 테러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장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국제빌딩에서 나오던 강찬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헬멧과 두건으로 얼굴을 가렸던 바로 그 모습이다.
“보안상 대테러 팀장의 이름과 얼굴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만,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대테러 팀장이 무사하기를 기원합니다. 유지은 기자가 그의 활약을 정리했습니다.”
화면이 바뀌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트럭으로 달려가다 쩔뚝이는 강찬의 모습, 다친 오른발을 걸치고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 혼자 남아서 버티다 폐가로 뛰어드는 모습, 그리고 국제빌딩을 나서는 모습이 나왔다.
여자 기자가 낭랑한 음성으로 강찬이 만들어낸 성과에 대해 설명할 때는, 화면 가득 강찬의 팔에 달린 태극기를 비춰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불쑥 앵커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속보입니다. 방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장이 조금 전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말을 마친 앵커가 원고를 들여다보며 숨을 고른 뒤에 다시 시선을 들었다.
“다시 한 번 알려 드립니다.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장이 조금 전 방지병원에서 응급치료 도중 사망했습니다.”
화면은 기자들과 취재진이 둘러싼 방지병원을 비추고 있었다.
***
박철수와 차동균, 곽철호는 얼이 빠진 얼굴로 앵커의 말을 들었다.
“내가 전대극 실장님이나 김형정 팀장에게 전화해 놓을 테니까 다녀와.”
“예.”
대답을 하고도 차동균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기가 막혀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야! 차동균!”
차동균이 멍한 눈으로 박철수를 보았다.
이럴 수도 있구나.
강물에 떠내려가는 박철수를 보는 것처럼 그의 얼굴이 뒤로, 뒤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짜아악!
박철수가 이가 드러날 정도로 인상을 찌푸렸다.
있는 힘껏 차동균의 따귀를 때리는 바람에 가슴의 상처가 커다랗게 울렸기 때문이었다.
“정신 차려! 저 양반이 아프리카에서 가르쳐 준 거 다 잊었어! 만약 정말 프랑스 놈이 저 양반을 죽인 거라면 우리 독자적으로라도 보복할 거니까 지금부터 독기 있게 대원들을 이끌어!”
풀어져 있던 차동균의 눈에 독기가 서서히 올라왔다.
“너흰 운전하면 안 되니까, 부관! 네가 운전해서 함께 다녀와! 내 차 끌고 와!”
“알겠습니다.”
부관이 황급하게 달려나갔다.
“차동균. 가서 석강호 선생이나 최종일 요원 만나 봐. 그래서 그 프랑스 놈이 정말 그랬다면 사복을 입고서라도 서울로 올라간다. 그 새끼를 우리 손으로 죽일 때까지 뒤는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니까 가서 이 일이 정말 어떻게 된 건지 알아와.”
“예.”
차동균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겠습니다.”
그의 눈에 번들거리는 독기가 올라와 있었다.
차동균이 문까지 걸어갔다가 주춤하고 돌아섰다.
“경례는! 얼른 갔다 와!”
차동균은 빠르게 경례를 올리고 급하게 문을 나섰다.
***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숨 막히는 긴장에 휩싸여 있었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방지병원에 비서관과 경호 요원을 급파했는데 돌아온 답은 강찬의 사망 확인이었다.
문재현은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지하 상황실에서 고건우, 김형정과 마주 앉았다.
“김 팀장. 담배 있습니까?”
“예.”
김형정이 건네준 담배를 입에 문 문재현이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였다.
“후우.”
연기가 천장의 환풍기로 빨려 들어가도록 대화는 없었다.
“내가 부족하면 나를 데려가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토해내며 문재현이 탁자에 올린 손을 향하는 것처럼 고개를 떨궜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다른 이의 앞에서 시선을 떨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문재현은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가 향처럼 타올랐다.
“인재를 주셨으면, 우리가 이렇게 지키려고 애쓰는 것을 알았으면, 그를 대신해 차라리 나를 데려가시지.”
문재현의 깊은 탄식에도 고건우는 침묵을 지켰다.
적어도 담배가 다 탈 때까지라도 시간이 필요해 보여서였다.
잠시 후.
문재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고작 한 모금 빨았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이후 대책은 어떻습니까?”
그가 붉어진 눈으로 고건우에게 던진 질문에,
“당장 부원장이 담당하던 정보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부원장의 개인 사무실에 있는 각국 파견 요원들을 통해 해당 정보국의 담당자들과 접촉해 보겠습니다.”
고건우가 힘겨운 음성으로 답을 했다.
***
구치소에서도 저녁 뉴스는 보여준다.
그래서 강찬의 사망 소식을 강철규 역시 실시간으로 보고 들었다.
꽈악.
강철규가 이를 악물고 부술 것처럼 TV를 노려보았다.
저걸 의미한 거 같다.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TV에 나올 정도라면 혹시 계획이 잘못되어서 정말 사망한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비무장왕의 피가 어디 가겠어?
혹시 멍청하게 밥 안 먹고 있을까 봐 걱정돼서 들렀어. 알았지?
분명 그렇게 말했고, 지금도 똑똑하게 기억한다.
강철규는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 바깥으로 향한 창틀로 움직였다.
나가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할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하려는 건지는 모르지만, 여기 이렇게 처박혀 있는 게 아니라 강찬의 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을 맡아주고 싶었다.
작은 창틀로 보이는 하늘이 유독 작아보이는 밤이었다.
“영감. 분위기 잡지 말고 앉아.”
오광택이 잘 모시라고 했지만, 이 방을 쥐고 있던 놈은 강철규의 행동이 거슬렸나 보다.
소위 생활했던 선배가 아니어서 그런 건가?
평소 같았으면 아마 얌전히 앉아주었을 거다.
강철규는 덩치만 큰 핏덩어리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앉으라고 그랬지?”
대가리 크고, 모가지 굵고, 제법 눈도 찢어졌다.
그래도 강철규가 보기엔 그냥 핏덩어리다.
저런 걸 상대해서 뭐에 쓰겠나.
강철규가 다시 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덩치가 양말을 홱홱 벗어 던졌다.
마룻바닥이라 싸움 도중에 미끄러지는 것을 피하려는 짓이었다.
와락!
놈이 달려들었다.
퍼억!
단 한 명도 그 덩치가 어딜 어떻게 맞았는지 보지 못했다.
콰당.
얼핏 보기에 그냥 달려가다가 엎어진 것 같기도 했다.
퍽!
강철규가 덩치를 발로 차서 눕혔다.
꽈악.
그리고 놈의 목을 지그시 밟았다.
눈 두 번쯤 깜박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끄윽! 끅.”
말리려던 놈들이 마른 침을 삼키며 강철규의 눈치를 살폈다. 번들거리는 강철규의 눈빛을 보자 감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 아들이 기다리고 해서…….”
말을 삼킨 강철규가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신 후에 발을 들었다.
“커억! 컥!”
덩치가 기침을 토해낼 때, 강철규는 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
사람 사는 일은 잔인한 모습이 더러 있다.
넋이 나간 얼굴로 병원 앞 대리석 계단에 주저앉은 석강호의 전화기가 그랬다.
쉬지 않고 울렸다.
속이 타서 그럴 거다.
소식을 들었으니 확인하고 싶었을 거다.
그러나 강찬과 석강호의 관계를 짐작한다면 지금 그가 전화를 받을 상황이 아니란 것쯤 또 이해했어야 했다.
대신 최종일은 연신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다.
“사실입니다.”
그리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답을 반복해야 했다.
석강호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이 개새끼를…….
약속한 장소가 있었다.
근처에 잠시 몸을 숨길 공간, 자동차, 적당한 옷과 가발, 그리고 돈까지 준비해 주었다.
강찬이 마지막까지 붙잡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방배동으로 달렸을 거다.
혹시 나까지 속인 건가?
석강호가 히죽 웃었다.
사람이 미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서였다.
“푸흐흐.”
다시 태어나서 고작 가평 몇 번 간 것 말고는 죽어라 싸우다가 결국 죽었다.
그것도 가슴에 담았던 놈에게.
망갈라 전투에서 제라르가 피에 질리는 그 짧은 순간을 유일하게 알아챈 사람이 강찬이었다.
“저 새끼, 다른 구대로 보낸다.”
“왜 그러쇼? 이제 좀 쓸 만한데?”
샤흐란이 강찬이 지휘하는 구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전을 계획할 때였다.
강찬과 다예가 죽었었던 그 작전.
“어째 느낌이 안 좋아.”
“저 새끼 보내고 걱정돼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쇼? 그냥 옆에 끼고 있어요. 다른 구대라고 어디 안전한 곳 있겠소?”
“이틀 뒤에 세 개 구대가 콩고 쪽으로 움직여. 차라리 그리 보내는 게 좋아.”
그리고 실제로 강찬은 제라르를 다른 구대로 넘겨버렸다.
그렇게 챙겨주었었는데…….
다시 만났던 이야기를 할 때, 몽골에 다녀온 후에 오산 기지에서 헤어질 때, 강찬의 눈빛을 모두 기억하는데…….
이 개새끼는 그냥 두면 안 되는 거지.
석강호가 이를 깨물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다.
“최종일.”
전화를 급하게 마무리한 최종일이 빠르게 다가왔다.
“두희보고 차 준비하라고 하고, 너, 희승이, 나, 이렇게 움직인다. 소총하고 권총, 실탄 넉넉하게 챙겨.”
최종일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최종일?”
“원장님과 김 팀장님이 이곳으로 오실 겁니다. 그리고 증평에서 차동균과 곽철호도 출발했답니다.”
“약속 장소를 아니까 바로 잡을 거다. 저 양반을 죽인 놈이다. 그렇게 믿어준 사람을……. 이대로 보내면 억울해서 난 하루도 못산다.”
석강호의 눈을 들여다보던 최종일이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른 요원들 시선이 있으니까 5분 정도 시간을 주십시오. 병원 바깥에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석강호의 눈빛을 확인한 최종일이 건물 안쪽으로 움직였다.
석강호는 커다랗게 숨을 들이켰다.
그래!
일단 이 개새끼 모가지를 돌려주고!
주머니를 뒤진 석강호가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손에 쥐었을 때였다.
최종일이 급하게 다가왔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속삭이는 소리다.
다른 요원들의 시선엔 담배를 하나 달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석강호의 번득이는 시선 앞에서 최종일은 알기 어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