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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대장이 죽어줍시다.
사흘 내내 개운하지 않았다.
뤽상부르의 위성 사진을 뒤지고, 알만 빈 지브릴의 위치를 파악하는 동안, 담배 냄새에 찌든 옷을 갈아입지 못한 것처럼 찜찜했었다.
강찬은 오른팔로 창을 짚은 채, 저 아래 도로를 메운 자동차와 그 뒤로 깔린 빌딩, 그리고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 하늘을 보았다.
피식.
주름이 는 강철규의 얼굴.
이마에, 볼에, 눈꼬리에,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을 파고들었던 목에 달린 세월의 흔적들.
그런 강철규가 구치소에 들어가서 살아야 한단다.
죄를 지은 건 안다.
사람을 죽였다.
지금껏 죽여왔던 적들과 다른, 양소미에게 죄를 지은 놈을.
갑자기 모든 일이 싫어졌고, 맥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이기적이라고?
그냥 사람이 죽어라 일하다가 하루쯤 쉬고 싶은 게 이기적이라면 할 말 없다.
“다예.”
“예.”
창에 시선을 둔 채로 강찬이 석강호를 불렀고, 그가 나직하게 답을 했다.
“차를 준비해. 제라르와 셋이서 움직인다.”
“알았소.”
강찬은 그제야 상체를 틀어 김형정에게 시선을 주었다.
“팀장님. 오늘 오후에는 셋이서 좀 쉬고 올게요. 경호는 두 사람이 있으니 염려 마시고, 오후만큼은 이대로 두세요.”
위성 요원실에 들어갔던 석강호가 제라르와 함께 사무실 문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최소 경호는 두시는 게 좋습니다.”
저 사람들은 정말 죄가 없다.
강철규와 강찬의 진짜 관계도 모른다.
그러니 이런 일로 폭발하려고 할 때도 저들에게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되는 거다.
“이럴 땐 그냥 모른 척해주세요. 지금은 그냥 좀 쉬고 싶습니다.”
강찬은 옷걸이에 걸린 재킷을 집었다.
그가 사무실 문을 나서는 동안,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강찬이 폭발하려는 감정을 꿀꺽 삼킨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강찬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움직였다.
지하주차장 입구에도 요원들이 있었다.
“위에 김 팀장님께 말씀드렸으니까 지금은 셋이 다녀올게.”
강찬은 석강호가 가져온 승용차의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철컥.
제라르가 차 문을 닫아주고 조수석에 앉았다.
부으응.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는데도 석강호는 지하주차장을 곧바로 빠져나갔다.
“후우.”
강찬은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
죄를 지었으니까,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을 죽였으니까,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분통이 터져서 견디기 어려웠다.
이런 일이 생길 때까지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건가 하는 자책이 무엇보다 힘들었다.
양동식의 딸 이야기는 그전부터 들었다.
증평의 대원들,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희생이 있을 때마다 대우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떠들었으면서, 정작 양동식의 딸이 위암 말기로 죽어가고, 폭행까지 당하는 동안 전혀 살피지 못했다.
염병할!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양소미가 죽지 않았을 거고,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 오광택이 저렇게 구치소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거다.
창밖의 풍경이 바뀌었다.
석강호는 올림픽 도로를 시원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저놈은 이유라도 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조수석에 앉아 있는 제라르는 또 얼마나 불편하겠나.
강찬은 제라르에게 강철규의 일을 설명해 주었다.
그동안 석강호는 올림픽 도로를 빠져나와 강동대교를 건넜다.
“어디 가냐?”
“가평 가서 닭이나 한 마리 삶아 먹고 옵시다. 이럴 땐 그저 든든하게 먹고, 막걸리 한 사발 마셔준 다음, 낮잠 한숨 푹 자는 게 최고요.”
딱히 갈 곳이 없어서 강찬은 잠자코 있었다.
“날씨 좋다! 저 강물 좀 보쇼.”
석강호가 굳이 떠들지 않아도, 창밖 도로 저 너머로 시원하게 흐르는 강을 보고 있던 참이었다.
40분쯤 더 달린 석강호가 전에 둘이서 들렀던 닭집에 차를 세웠다. 개울 옆에 천막 달린 평상을 설치하고 닭을 삶아주는 식당이었다.
물 정말 맑다.
먼저 나온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마셨다.
석강호가 의도한 것처럼 우리고 또 우려먹어서 이젠 아예 진국이 다 빠져버린 듯한 용병 시절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콩고 작전 갔다 와서 우리 구대로 옮기고 싶다고 애들이 쭉 지랄하는 바람에 다른 구대장들이 끌탕내던 거 기억나쇼? 그때 대장 진짜 멋있었는데! 푸흐흐.”
석강호가 하는 말을 전해주면,
“난 병아리가 새로 오면 대장 얼굴 보겠다고 기웃거리는 거 정말 웃겼다. 멍청이 하나가 대장처럼 달리면서 탄창 가는 거 흉내 내다가 엎어져서 손가락이 세 개나 부러졌잖냐!”
제라르가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빤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살아나왔음을, 셋이 이렇게 있다는 것을 깨닫자 기운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닭이 나왔다.
사람은 셋, 다리는 둘이다.
“편하게 먹읍시다.”
석강호가 손으로 뼈에 붙은 고기를 모두 뜯어냈다.
좋은 거, 나쁜 거, 가릴 거 없이 셋이서 함께 먹는다.
다음은 죽이다.
배부르게 먹고 떠들고 나자 좀 더 속이 풀렸다.
봉지 커피를 달라고 해서 셋이서 한 잔씩 앞에 두었고, 담배를 물었다.
“이제 어쩔 거요?”
폭발할 것 같았던 감정이 가라앉은 걸 알아챈 석강호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이럴 때 보면 여우 새끼인데?
“지브릴하고 제라르 망가뜨린 놈 모가지 돌려주러 가야지.”
“그럽시다.”
강찬은 제라르에게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다예. 네가 아랍어를 아니까 종일이, 희승이, 두희랑 지브릴 맡았으면 싶은데 어떠냐?”
강찬은 생각했던 계획을 털어놓았다.
“전에 말했던 거 있잖냐? 미쉘에게 부탁해서 특수분장하는 거? 너랑 걔들 셋이서 아랍인 얼굴로 들어가. 여권은 국가정보원에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나는 제라르랑 뤽상부르로 들어갈 생각이다.”
“동시에 때릴 생각인 거요?”
이번엔 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뤽상부르가 최종 본진이 아닐 수도 있거든. 네가 지브릴을 잡는 동안, 제라르와 내가 뤽상부르에서 최대한 정보를 빼내 볼 거다. 혹시 본진에 대한 정보가 나온다면 그 상태에서 바로 합류하고, 이번만큼은 아예 끝장을 보자.”
“그럴 때도 됐소.”
석강호의 답을 들은 강찬은 다시 제라르에게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뤽상부르는 대장과 내가 가니까 괜찮은데 저 돌대가리를 혼자 작전에 보내도 되겠습니까?”
그런데 제라르의 반응이 석강호와는 약간 달랐다.
두 새끼가 또 으르렁거리면 피곤해진다.
“내가 보기에 너희 둘이 비슷해.”
강찬은 서둘러 답을 했다.
“그건 아닙니다, 대장.”
“뭐가 아니야?”
“저는 좀 머리를 쓰잖습니까?”
“미친놈.”
석강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앞에서 둘이서 킬킬거렸다.
“한숨 잘 거요?”
“난 됐다.”
“그럼 조금 있다가 출발합시다.”
“그러자.”
오후 3시가 안 된 시간이었다.
시원하게 부는 바람, 바위를 타고 넘어가는 물소리, 따스한 햇볕.
한 걸음만 빠져나오면 참 살맛 나는 세상인데, 제자리로 돌아가면 언제 누가 죽을지 모를 살벌한 삶이 펼쳐진다.
셋이 쪼르르 침상에 걸터앉아 개울을 바라보았다.
강철규와 이런 곳에 한 번쯤 와봤어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날씨 좋고, 햇살 따듯하고, 물소리 기가 막히고, 배부르고.
이럴 때는 역시…….
강찬이 몸을 돌려 담배와 라이터를 집을 때였다.
띠루루루. 띠루루루. 띠루루루.
제라르가 벗어놓은 재킷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이 새끼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이라야 몇 되지 않는다.
통역대원 아니면 미쉘 정도?
제라르가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확인한 다음 고개를 갸웃했다.
꾹.
그러면서도 놈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알루?”
[“삐이-이.”]
강찬이 담배에 불을 붙이기 위해 라이터를 감싸는 순간이었다.
“대장.”
석강호의 날카롭고 예리한 부름이 나직하게 들렸다.
작전에 나섰을 때나 들림 직한 음성이었다.
퍼뜩.
시선만 든 강찬은 곧바로 석강호를 따라 제라르를 보았다.
섬뜩했다.
사람의 눈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라르의 눈동자가 완전히 뒤로 넘어가 있었다.
“Oui.”
목소리도 전혀 다른 놈처럼 들렸다.
“나는 싸이로의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게 뭔 소리야?
강찬과 석강호가 시선을 교환한 직후였다.
“강찬을 죽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석강호가 빠르게 자세를 낮췄다.
강찬이 고개만 끄덕이면 지금의 제라르는 죽는다.
“임무를 마친 가브리엘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제라르의 코에서 주르륵 피가 흘러나왔다.
뚝. 뚝. 뚝. 뚝.
놈의 하얀 셔츠가 붉은 피로 얼룩졌고, 잠시 물소리를 껴안은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제라르의 눈알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푸!”
놈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입에 머금은 피를 뱉어낸 일이었다.
아직 자세를 풀지 않은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제라를 노려보는 앞이다.
“대장. 뤽상부르에 있던 눈알 노란 놈의 이름이 떠올랐습니다. 싸이로. 이 개새끼가 날 이렇게 만든 조직의 책임자입니다.”
말을 마친 제라르가 식탁 옆에 있던 두루마리 화장지로 코피를 닦는 동안,
찰칵.
강찬은 담배에 불을 붙여서 제라르에게 건네주었다.
다음은 아예 두 개비의 담배를 들어 불을 붙였고, 하나를 석강호에게 주었다.
강찬이 건네준 담배를 받으면서도 석강호는 제라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제라르의 배신이 아니라, 최면에 걸렸을지 모를 제라르의 행동을 염려하는 얼굴이었다.
“후우.”
제라르는 석강호를 보고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는 것처럼 담배 연기를 뿜었다.
“대장과 다예가 앞에 있는 것을 알았고, 저쪽의 명령에 어떻게 행동하고 답해야 하는지도 알았습니다. 만약 내가 조금 더 정신을 잃었다면, 자리를 피해서 전화 받았을 거고, 실제로 대장을 노렸을지도 모릅니다.”
제라르가 손등으로 코를 닦아내며 말을 이었다.
“다예에게 내가 수상한 짓을 하거든 바로 죽여달란다고 전해주십시오.”
“미친 새끼.”
“이 새끼가 뭐라는 거요?”
“수상한 짓을 하면 바로 죽여달란다.”
“개새끼.”
숨도 쉬지 않고 오간 대화에서 두 번이나 욕이 튀어나왔다. 제라르가 맥없이 웃었고,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고 따라 웃었다.
“대장.”
강찬은 제라르에게 시선만 주었다.
“대장이 죽어줍시다.”
이런 건 당장 대꾸하기 어렵다.
프랑스어가 아니라 한국말이었으면 석강호가 곧바로 달려들었을지 모를 황당한 말이기도 했다.
“싸이로란 이름을 떠올리며 알았습니다. 거긴 우리가 간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대신 대장이 죽으면 내가 찾아갈 방법이 생깁니다.”
“하늘로 올라간다는 게 그거냐?”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결한다는 뜻이 아니고?”
“하늘은 뤽상부르의 가흐니슈를 일컫는 은어입니다. 만약 내가 대장을 죽이고 살아서 뤽상부르의 가흐니슈 기지로 움직이면 저놈들이 반드시 나를 채러 올 겁니다.”
“그때를 노리자?”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우그러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는 거요?”
강찬은 석강호에게 제라르의 뜻을 설명했다.
석강호는 제라르의 의견이 의심스러운 얼굴이었다.
“저 새끼가 저런 핑계로 대장을 노리는 거면 어쩌려고 그러쇼?”
“방법이나 들어보고 결정하자.”
강찬은 시선을 돌린 다음 “방법은?” 하고 물었다.
“지금부터 우리끼리 짜 봐야죠. 놈들이 결과를 알 수 있어야 하고, 절대로 우리 작전을 눈치채지 않아야 합니다.”
“재미는 있겠다.”
그때부터였다.
느닷없이 이야기가 달려나가서, 강찬이 죽을 방법을 정하기 시작한 것은.
이 새끼들이 원래 나를 죽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강찬은 심오한 표정으로 두 놈을 노려보았다.
권총, 대검, 기관총, 심지어 옥상에서 떨어지기까지, 입에 침을 튀겨가며 떠드는 두 놈을 말이다.
기가 막히게도 제라르를 의심했던 석강호가 더 적극적이었다.
강찬의 눈빛을 살핀 두 놈이 입을 다문 다음이었다.
“이걸 어느 선까지 알려야 하지?”
이제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할 때였다.
***
증평의 하루는 훈련으로 시작해서 훈련으로 끝난다.
박철수가 돌아와서 행정적인 문제들을 도맡아 처리하자 차동균은 더욱 더 독하게 훈련에 매달렸다.
“후우.”
박철수는 아직 완쾌되지 않은 상체를 들어 수북하게 쌓인 서류들을 보았다.
소문 참 무섭다.
타국의 특수팀에서 함께 훈련하고 싶다는 협조공문들이 매일 날아들었고, 국방부에서 은근한 압력을 행사하는 나라도 생겼다.
박철수는 최성곤에게서 배운 인물이다.
그는 국방부가 권하는 나라들의 협조공문을 빼내서 순서 가장 아래로 내려버렸다.
그는 분명하게 차동균에게 약속했었다.
원하는 대로 부대를 이끌어라.
뒤는 내가 책임진다.
그가 돌아왔을 때 차동균이 부탁한 것은 단 하나였다.
만족할 때까지 훈련하고, 또 훈련하고 싶다는 것.
함께 나갔던 대원들이 모두 함께 돌아올 수 있는 특수팀, 비무장 팀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차동균의 하나뿐인 부탁이었고, 바람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둑!
멀리서 울린 AK소총 소리가 바람을 타고 달려와 막사로 뛰어들었다.
AK소총을 비롯해 RPG까지 차동균이 구해달라는 것도 모두 구해주었다.
모형도시 옆의 산을 깎아서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의 지형처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하수를 찾아서 원할 때는 임시 개울을 만들 수도 있었고, 분수대처럼 물을 뿜어서 비가 올 때의 작전 훈련도 가능하게 해주었다.
하루에 소비하는 실탄수가 워낙 많아서 박철수는 두 번이나 불려갔었다.
대통령 빽을 믿고 너무 설치는 거 아니냐는 빈정거리는 말도 들었다.
아프리카의 전투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을 거다.
그 지옥 같은 전투에서 한 명의 유능한 지휘관이 얼마나 많은 대원을 살리고, 불가능한 작전을 성공으로 이끄는지를 보지 못했다면 오늘의 박철수는 없었을 거다.
끄드등.
박철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부관이 얼른 따라 일어났다.
박철수는 아직도 쩔뚝이며 걷는다.
막사를 나온 그가 담배를 입에 물자 부관이 빠르게 라이터를 켜주었다.
투두두둑!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멀리서 섬뜩한 AK소총 소리가 또 달려왔다.
저 소리를 들을 때마다 박철수는 아프리카가 떠오른다.
“후우.”
그가 뿜은 담배 연기가 총소리가 무서운 것처럼 허공으로 흩어졌다.
“오늘은 이걸로 끝이지?”
“예. 야간 훈련 계획은 없습니다.”
부관이 빠르게 답을 했다.
“어째 미친놈들 같지 않냐?”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관이 재주껏 곤란한 질문을 피해갔다.
박철수는 모형도시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커라.’
그는 차동균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곽철호와 윤상기도 생각했다.
‘너희가 그와 같은 지휘자가 되는 날, 우리는 진정한 세계 최고의 특수팀이 된다.’
박철수는 그때까지 반드시 저들을 지켜주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졌다.
경험은 이제 차고 넘친다.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리비아, 하다못해 국제빌딩 대테러 작전까지.
그러나 강찬이 있고 없음에 따라 달라지는 능력 차이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믿고 기다린다.
그리고 악착같이 뒤를 받쳐준다.
최성곤이 바라고 바라던 그런 특수팀.
한숨처럼 마지막 연기를 뱉어낸 박철수가 앞에 놓인 깡통에 다 피운 담배를 던졌다.
뚝심 있는 지휘관 최성곤의 꿈과 바람이 박철수에게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