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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85화 (38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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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무슈 강이 타겟이 되겠지.

국가정보원 원장 집무실이었다.

고건우는 이전 원장들과 다르게 본인의 책상 앞에 의자 두 개를 놓아두었다.

담당자와 마주 앉아서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김형정이 그 의자에 앉아 있었다.

“증거가 워낙 확실해서 손을 쓰기 어렵습니다.”

“흐흠.”

“CCTV에 차량 동선부터 도착지까지 모두 잡혀 있는 데다, 납치 상황을 증언할 목격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김형정이 사진 몇 장을 고건우가 보기 좋게 펼쳐 놓았다.

오광택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찍힌 흑백 사진이었다.

오른쪽 아래로 CCTV의 위치와 시간이 디지털 계기판의 글자체로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최춘식이란 사람은?”

“살해 후 처리된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고건우가 무거운 눈빛과 표정으로 김형정을 바라보았다.

“폭행, 납치, 감금, 살인, 사체유기라니…….”

“양동식이란 비무장 대원의 사위입니다. 지난번 리비아 작전 전에 우리 대테러 팀 요원으로 임명되었는데 그 딸이 말기 위암으로 사흘 전에 사망했습니다.”

“얼마 전에 다녀온 장례식 말이지?”

고건우는 전과 다르게 김형정을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최춘식이 보험금을 빼앗기 위해 폭행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병원에 이송한 날 바로 사망했습니다.”

고건우가 사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시선을 들었다.

“지금 그 세 사람은?”

“오늘 아침 장례를 끝내고 호텔에 있습니다. 내일 오전에 몽골로 출국할 예정입니다.”

“이 일이 잘못되면 부원장이 문제가 될 텐데.”

고건우가 깊은 한숨과 함께 책상에 있는 모니터를 김형정이 앉은 방향으로 돌렸다.

“어제 들어온 정보인데 김 팀장이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딸각. 딸각.

고건우가 마우스를 움직여 원장 직보 폴더를 열었다.

메일 형태의 텍스트 문서였다.

입력 날짜, 입력 시간, 제목, 내용이 전부였고, 전송자란은 공란으로 되어 있었다.

“이게 부원장과 관련된 이들이 최춘식을 납치, 살해했다는 내용이고…….”

딸각. 딸칵.

“이건 부원장이 미국 정보국과 약속했다는 내용인데…….”

고건우가 마우스의 휠을 아래로 돌렸다.

“미국에 차세대 발전시설의 건설, 한국과 미국의 우방 동맹 확인,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되어 있지.”

딸각. 딸각.

“몽골의 우리 기지에 중대형 미사일을 설치한 내용과 증거 사진도 따로 들어와 있어. 이런 것들이 외국의 뉴스에 발표된다면 우리 국민들이 부원장을 그대로 두지 않겠지.”

모니터에서 상체를 든 김형정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건우를 보았다.

“누군가 부원장을 노리고 올린 거라고 본다. 거기에 부원장이 영입한 요원 셋이 일반인을 폭행 후 끌고 가서 살인을 했고, 사체를 유기했다고 발표되면…….”

고건우 역시 김형정과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이었다.

“나는 대통령님께 이 내용을 보고하겠네. 자네는 어렵겠지만, 호텔에 가서 이 세 사람이 자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주면 어떨까 싶은데?”

“부원장에게 먼저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건우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우리 내부 입단속을 시작으로 부원장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때야. 자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 역시 내 직책과 양심을 걸고 부원장이 미국 정보국과 약속한 내용과 몽골에 미사일을 설치하게 둔 것, 모두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믿고 있어.”

김형정이 눈빛으로 답을 했다.

“부원장이 그 세 사람의 처리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모르지만, 일단 그 일을 모르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지 못하게. 게다가 부원장의 반응에 따라 자칫하면 비무장 팀의 강철규 요원을 존경하는 요원들과 심지어 증평이 특수팀, 606까지 반발할 확률이 크다고 보는데?”

김형정은 우선 커다랗게 숨을 들이켰다.

몸에 스며든 긴장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보를 입력한 해외 요원을 찾을 방법은 있나?”

“없습니다. 황 전 원장님께서 국가정보원 내부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로 비공개 정보 입력의 로그인 자료 자체를 기록하지 못하게 막아버리셨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협박이군. 이렇게까지 정보를 주었는데도 조용하게 넘어가면 언론에 터트릴 수도 있다는 뜻 정도로 느껴지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반대로 해외에 우리 요원 중 누군가는 적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뜻도 되겠지.”

“그렇습니다.”

고건우가 상체를 바로 세웠다.

“김 팀장. 부원장을 지켜야 한다.”

“우선 세 사람을 먼저 만나보겠습니다.”

“나는 대통령님께 바로 들어가겠다.”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텔로 향하는 김형정은 우선 전화로 강철규의 외출 여부를 확인했다.

[“세 분 모두 객실에 있습니다.”]

“내가 방문할 거라고 말씀드리고, 외출 약속이 생기면 알려줘.”

[“알겠습니다.”]

전화기를 내려놓았을 때 붉은색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차라리 신호가 바뀌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시원시원하게 달릴 정도로 도로 상태까지 좋았다.

사람 일은 늘 이렇다.

바라는 것은 늘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호텔에 도착한 김형정은 차를 세우고 강철규가 묵고 있는 11층으로 움직였다.

때앵.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방으로 걸어갔고,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달칵.

질문과 비슷하게 문이 열렸다.

“어서 오시오.”

김형정은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깔끔하다.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단정하게 정리된 침대, 제자리에 고스란히 놓여있는 집기와 비품.

그리고 마트에서 사온 것처럼 보이는 저렴한 가격의 물병.

강철규와 김형정은 테이블 앞에서 두어 번 앉기를 권한 다음에야 함께 의자에 앉았다.

묵직하고, 무게 있고, 날카로운 강철규다.

그러나 그도 세월의 흔적만큼은 어쩌지 못해서, 이마와 눈가, 그리고 목에 지난 세월을 무게를 새기고 있었다.

말을 꺼내지 못하는 김형정, 그의 말을 기다리는 강철규.

무거운 침묵이 객실을 짓누를 때였다.

부스럭.

김형정은 들고 온 사진을 강철규가 보기 편하게 테이블에 올려 주었다.

사진을 본 강철규가 설명을 요구하는 것처럼 김형정을 보았다.

“검찰에 누군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부인할 생각인가 싶을 정도로 강철규의 눈빛은 덤덤했다.

“최춘식의 납치, 폭행, 감금, 살인, 사체유기 혐의입니다.”

김형정의 말이 끝날 때마다 엄청난 중압감이 객실 안을 짓눌렀다.

“부원장님을 노리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이 이 사건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소?”

김형정이 나직하게 숨을 뱉으며 맞은편에 앉은 강철규를 바라보았다.

대한민국 비무장 지대의 전설, 군인으로, 특수팀으로 북한은 말할 것 없고, 러시아와 중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강철규가 방법을 알려달라고 질문을 던졌다.

구해달라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강찬에게 누가 되지 않겠냐며 묻는 거였다.

“자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알았소. 나 혼자서 감당해도 되겠소?”

“어렵습니다.”

잔인한 답을 계속해야 해서 그런지 김형정은 자꾸만 목이 탔다.

“그날 움직이신 세 분과 오광택 대표까지 함께 자수하셔야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오 대표만큼은 구제할 방법이 없겠소?”

“어렵습니다.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사건이 최대한 보도되지 않도록 하는 일뿐입니다. 검찰이 발표하기 전에 자수하시면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수습하겠습니다. 그러려면 검찰이 만족할 수 있도록 일단 네 분이 모두 함께 움직이시는 게 좋습니다.”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줄 수 있소?”

“오늘 오후까지는 여유가 있습니다.”

답을 들은 강철규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TV 옆에 놓인 객실 전화기를 들었다.

꾹꾹꾹꾹.

방안에 깔린 침묵에 김형정이 뱉어낸 한숨이 묻을 때였다.

“나다. 동식이와 함께 방으로 와봐라.”

달칵.

짧은 말을 전한 강철규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탁자 앞으로 와서 앉았다.

“부탁이 있소.”

“말씀하십시오.”

강철규의 눈빛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바라는 기색이 올랐다.

“부원장에게 절대 누가 되지 않도록 이 사건을 마무리해 주시고, 전부 내가 지시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 주시오.”

강철규의 말이 가슴에 얹혀서, 김형정은 마른침을 삼킨 것 외에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순간이었다.

띵동.

벨이 울렸고, 강철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움직였다.

들어서는 사람이나 맞아들이는 강철규나 대화는 없었다. 그저 방 안의 분위기를 느낀 것처럼 무거운 얼굴로 들어선 두 사람이 김형정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사진이다. 우리 일을 누군가 검찰에 고발했다는데, 이 일이 부원장님에게 누가 될 수 있단다.”

남일규와 양동식이 사진에서 고개를 들며 강철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늘 오후에 자수하면 이대로 조용하게 처리하실 수 있단다. 그래서 바로 검찰에 갈 생각이다.”

남일규가 알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하고 있었나?’

김형정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제가 최춘식을 죽였고, 쇳물에 부었으니까, 제가 먼저 들어가고, 선배님과 동식이가 나중에 오시면 되겠습니다.”

남일규의 말이 객실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이었다.

“이 씨…….”

욕을 뱉던 양동식이 강철규를 바라보며 말끝을 삼켰다.

“뭐라는 거야! 내가 내 딸 죽인 짐승 새끼 죽인 거야! 왜 네가 설쳐! 네 딸이야? 병신! 내가 한 거야! 내 딸 때문에! 왜 이 씨……, 네가 용 되려고 그래?”

말을 마친 양동식이 홱 고개를 돌려 김형정을 보았다.

“가십시다. 선배님과 여기 일규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나섰던 겁니다. 내 딸 죽은 건 아시죠? 그래서 그 새끼 죽이려고 했는데 내가 차도 없고, 지리도 몰라서 선배님과 일규를 끌고 다녔습니다. 특히, 선배님이 엄청 말리셨는데…….”

“동식아.”

강철규가 양동식의 말을 끊었다.

“내가 지시했던 일이다. 너희 둘과 오 대표는 내 지시에 따랐던 거니까 다른 소리 하지 마라.”

“오 대표도 가야 합니까?”

남일규의 질문에 김형정이 “예.”라고 답을 했다.

“선배님.”

남일규가 강철규를 불렀다.

구김이 무늬처럼 박힌 낡은 바지와 오래된 운동화, 그리고 보풀이 풀어진 면티를 입은 남일규가 말이다.

“부원장님께 누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침착한 음성으로 말을 전했다.

“선배님이 주범으로 몰리시면 부원장님의 충격이 크실 겁니다. 그러니 이번 일은 동식이와 제가 나서서 했고, 선배님은 모르고 나서셨다가 말리셨던 것으로 해 주십시오.”

“야!”

“내 말 대로 하자. 누가 투서한 일을 어설프게 빠져나가려고 하면 오히려 선배님께 탈 생긴다. 선배님과 내가 너 하나 못 말렸다는 게 말이 되냐? 그리고 난 어차피 그 농가주택에서 애들한테 손 쓴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가자. 선배님과 오 대표는 지켜야지.”

양동식이 이를 꽉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규와 오광택을 지켜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눈치였다.

김형정은 묵묵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를 붙일 거다.

그렇더라도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 당장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오 대표에게는 연락하셨습니까?”

“아직 못했습니다.”

“그럼 저랑 병원에 가시죠.”

남일규는 적극적이었다.

안다. 알 수 있었다.

강철규가 다른 말을 하기 전에 얼른얼른 서둘러서 이대로 진행하고 싶어하는 그의 심정을.

“일규야.”

“예.”

강철규는 입술 한쪽을 올린 묘한 미소를 달고 있었다.

“내게 책임을 피하라고 하면, 내가 책임을 피한다면, 그 순간부터 나는 그냥 나이 들어 비겁해진 늙은이가 된다. 그런 모습을 하고 내가 부원장을 볼 수 있을 것 같으냐?”

찌를 것처럼 날카로운 강철규의 눈빛에 남일규는 답을 하지 못했다.

“다른 말 하지 말고 내 지시에 따랐다고 해.”

남일규와 양동식이 강철규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건 처음봤다.

“우선 오 대표에게 전화부터 해보겠습니다.”

김형정이 전화를 걸었는데 오광택은 병원 밖에 있었다. 통화를 끝낸 지 30분 만에 그가 객실에 도착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객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고함이 울려 나온 것은.

“내 공장입니다! 내 공장이요! 그 개새끼 있는 곳 알아낸 것도 나고! 그리고 이 오광택이가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따라다녔다고 하면 검찰청 여직원도 웃을 겁니다! 왜 이러세요!”

김형정이 몇 번이나 목소리를 낮추라고 할 정도로 오광택은 분통을 터트려댔다.

옆방에서 누군가 듣고 있다면 매국노 처단하고 서로 공을 내세우려는 독립군이 모였나 싶었을 거다.

2시간쯤 의논이 끝난 다음이었다.

“갑시다.”

오광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중으로만 움직이면 됩니다. 가족분이라도 만나고 오십시오.”

“아침에 봤습니다. 강찬에게 불똥 튈지 모른다면서요? 그러니까 지금 바로 갑시다.”

오광택의 마지막 말이 결정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형정을 재촉했다.

이런 걸 바란 건 아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하다못해 따끈한 식사라도 함께하고 움직이길 바랐다. 하지만 김형정은 네 사람을 말릴 수가 없었다.

고건우는 청와대 뒤뜰을 바라보는 테이블에서 문재현과 마주 앉았다.

문재현의 숨 막히는 일정 탓에 제법 기다린 다음이었다.

“자수하러 검찰로 이동하겠다는 보고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고건우는 우선 최춘식 살해 건에 대한 내용을 먼저 전했다. 그리고 이어서 미국 정보국과의 협의, 몽골 기지의 미사일 설치 건에 대해서도 연달아 보고했다.

“부원장이 타겟이 되었군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재현이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잔디가 파랗게 일어나는 뒤뜰로 시선을 주었다.

“제가 부원장에게 프랑스의 정보총국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지시를 내렸었습니다.”

말을 들은 문재현은 뜻밖에도 웃음을 담은 얼굴로 고건우를 바라보았다.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 역시 부원장을 믿으니까요. 부원장이 우리나라를 위해 희생한 것들, 힘써 준 것들을 떠올릴 때면 내가 대통령인 것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고건우가 어색한 표정으로 문재현의 말을 받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우리에게 인재가 나오면 늘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이번엔 지켜봅시다. 내가, 우리 원장이 있는 힘을 다해봅시다.”

“알겠습니다.”

문재현의 말을 듣는 순간, 고건우는 처음으로 국가정보원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강찬을 지켜줄 유일한 조직의 수장이라는 사실에 말이다.

“요원들을 워낙 끔찍하게 챙기는 사람이니까 원장이 직접 만나주시거나……, 아니라면 저와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서라도 그를 위로해 주었으면 싶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재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뒤뜰을 바라볼 때였다.

멀리서 대기하던 비서실 직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시간이 이렇습니다.”

문재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원장을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남기고 몸을 돌렸다.

검찰에 들른 김형정은 그 길로 강찬의 사무실로 움직였다.

“어서 오세요.”

“커피 하시겠소?”

정장 바지에 셔츠 차림인 강찬과 석강호가 김형정을 맞았다.

“앉으세요.”

김형정은 강찬을 바라보는 것이, 그가 반가운 얼굴로 대하는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석강호가 머그잔 가득 커피를 담아 김형정 앞에 놓아주었다.

“무슨 일인가요?”

강찬은 바보가 아니다.

그래서 김형정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김형정은 어렵게 검찰에 함께 다녀오는 길이라는 설명과 함께 왜 그래야 했는지를 강찬에게 전했다.

석강호는 강철규가 강찬에게 어떤 사람인지 안다.

그래서 김형정의 말이 끝날 때 그는 가장 먼저 담배를 꺼내 강찬에게 권해주었다.

“조금만 있다가.”

강찬이 담배를 거절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석강호, 김형정 두 사람 모두.

강찬은 천천히 일어나 창으로 걸었다.

몸에 꼭 맞는 셔츠와 바지, 그리고 구두.

광고에서나 나옴 직한 멋진 몸매.

그런 강찬이 말없이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마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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