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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83화 (38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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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적에게는 죽음을.

시선이 마주친 상태에서 상대를 죽이는 것에 얼마만큼의 강단이 필요한 일인지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총을 쏘는 건 그래서 칼을 사용하는 것보다 좀 더 손쉽다.

칼을 이용해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는 초짜의 특징이 뭔지 안다면 이해가 빠르다.

찌르고, 찌르고, 또 찌르는 거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런데 사실이 그렇다.

전문가는 필요한 곳을, 치명적인 곳을 단번에 찌르거나 베고 끝낸다.

초짜는?

상대가 이미 반항할 여지가 없는데도 찌르고 또 찌른다. 그것도 미련하게 단숨에 숨이 끊어지지 않는 배에 대고 그 지랄을 떤다.

사람 쉽게 죽지 않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찔린 놈의 근육이 칼을 움켜쥔다.

초짜는 버둥대는 사람이 무서워서, 그가 살아나거나 달려들 것이 겁나서 상대의 상태를 살피지 못하고 한없이 칼질을 해대는 거다.

심장을, 숨이 단번에 끊어지는 목을 베는 건, 어지간한 독기나 그만한 경험이 없으면 그래서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 순간에 두 사람은 안다.

죽이는 자와 죽는 자.

이 사람이 지금 날 죽이겠다고 겁을 주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죽이려고 하는 건지, 저 새끼가 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마지막까지 한번 해보겠다고 덤비는 건지.

강찬의 눈빛에 담긴 의지를 확인한 조쉬의 눈동자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왜? 어떻게? 이런 자리에서?

피식.

그러게 사람을 너무 만만하게 보지 말았어야지.

홱!

강찬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손을 트는 순간,

으드득!

조쉬의 대가리가 앉아 있던 의자를 바라보는 형태로 돌아갔다.

철컥! 철컥! 철컥!

경호 요원인 듯한 놈들이 권총을 뽑아들었는데 당장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다.

강찬이 손을 떼고 상체를 세우자 돌아간 조쉬의 대가리가 이튼의 어깨에 기대는 것처럼 기울어졌다.

강찬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로망.”

“미스터 강!”

셔먼이 고함처럼 불렀지만, 강찬은 로망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가 경고했었다. 대사님을 건드리는 놈은 그게 누구든, 그게 어떤 나라든,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적을 맞이하게 될 거라고.”

로망의 뻣뻣한 눈을 들여다보며 강찬은 결심을 굳혔다.

“셔먼. 여기에서 내가 총을 맞으면 몽골 기지에 있는 미사일이 뉴욕으로 날아갈 거다. 바실리와 양범이 그곳에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셔먼과 로망의 표정으로 봐서 아직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까짓 거 상관없는 일이다.

강찬이 이곳에서 죽어도 바실리가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해 줄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 밀어 붙여놓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다.

“위원장님의 피격은 나도 알지 못했던 일이오.”

피식.

“진심이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노리고, 바실리와 양범, 반트, 루드비히의 피격은 알고 있었다는 뜻이냐?”

“그것도 몰랐었소.”

로망은 어느 정도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렇더라도 대사님을 로리암에 모신 것에 대한 벌을 받아야겠지?”

“미스터 강. 이 이상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셔먼. 나와 협정을 맺는 조건이 무엇이었는지 잊었나 본데, 내가 원한 것은 조쉬와 로망뿐이었어. 지금 이렇게 나오는 건 협정을 깨고 끝까지 싸워보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나?”

“그렇다고 이렇게 일이 벌여놓으면 내 입장이 뭐가 내겠소?”

“그래서 대사님의 피격이나 내 편이 당하는 동안 당신이 뭘 했는데? 만약 미국의 대통령이 암살당할 뻔했다고 해도 당신이 지금처럼 나올까? 그런데 내가 왜 당신의 입장을 걱정해야 하지?”

강찬의 시선을 받은 셔먼이 입을 다물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닌 거다.

특히나 셔먼 같은 구렁이는 더더욱.

이렇게 비행기 안에서 만나게 한 후, 적당히 중재하고 무언가를 얻으려 했던 것이 분명했던 셔먼은 답답하고 막막한 시선으로 강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렇게 무대포로 나올 줄이야!

그의 눈에 담긴 의미가 또력하게 강찬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좋아. 하나씩 정리하지.”

강찬은 테이블 앞에 서서 세 사람과 죽은 한 놈을 주르륵 둘러보았다.

셔먼은 막막한 표정이었고, 로망은 지친 얼굴이었으며, 멍청한 이튼은 질린 기색을 띠고 있었다.

“다윗의 별이 대사님과 바실리, 양범, 반트, 루드비히를 피격했고, 우리는 반트를 잃었다.”

이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다는 뜻인지, 강찬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미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여기서 결정한다.”

살아 있는 세 사람이 시선을 마주친 다음, 다시 강찬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다윗의 별이냐, 아니면 대사님이 이끄는 유럽정보위원회냐?”

강찬은 가장 먼저 로망을 바라보았다.

“로망?”

“둘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소?”

“잔머리 굴릴 생각하지 마. 여기서 헛소리를 지껄이면 뉴욕으로 향할 그 미사일이 파리로 방향을 틀게 돼.”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은 무사할 것 같소?”

“로망. 몰랐다고 하더라도 네놈이 다윗의 별 소속이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어. 그리고 대사님이 피격당한 순간부터 프랑스는 내게 적국이다.”

로망이 끝까지 지지 않겠다는 시선을 던지는 앞이다.

이런 눈초리?

한마디로 웃기지도 않는다.

“넌 내가 경고했던 것들을 모조리 어겼다. 그 이유가 내 앞에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믿는 거라면 나 또한 프랑스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바실리와 스위스 정보국, 루드비히, 그리고 나와 대한민국 특수팀을 얕보지 마라. 너 따위! 그리고 프랑스 따위! 전쟁을 두려워하는 놈들 앞에서나 그런 협박이 통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강찬은 하고 싶었던 말을 쏟아냈다.

대한민국의 안전을 담보로 너무 크게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안다.

감히 그런 결정을, 국민의 안전을 함부로 걸고서 전쟁을 운운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화에서 밀린다면, 앞으로도 계속 멱살을 잡혀 끌려가는 수밖에 없다.

이쪽이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싸움은 늘 불리하고, 불리한 싸움은 항상 아픈 결과를 낳는다.

프랑스와 대한민국.

붙어서 똑같이 다치면 누가 더 아플까?

로망이 끝까지 버티면?

그냥 모가지를 돌려주면 끝나는 일인 거다.

뒤에 총을 겨눈 요원들이 방아쇠를 당겨서 죽게 된다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눈앞에 셔먼이란 훌륭한 방패를 두고 쉽게 총알을 맞아줄 마음도 없었다.

“무슈 강.”

“말해.”

“단둘이 이야기를 하고 싶소.”

로망은 끝까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좋아.”

강찬은 시선을 셔먼에게 돌렸다.

“잠깐 내려도 되겠지?”

“물론이오.”

강찬은 몸을 돌려 비행기 문을 향해 움직였다.

경호원들이 총구를 아래로 하고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은 어둠이 깔린 활주로다.

석강호와 제라르가 날카롭게 서 있었고, 그 뒤로 최종일과 우희승, 다시 정장과 무장한 요원들이 비행기를 향해 서 있었다.

영국 정보국의 두 번째 가는 놈 모가지를 돌려주고, 프랑스 정보국의 대가리를 끌고 내려온 참이다.

강찬을 위해 언제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각오를 뿜어내는 요원들의 눈빛과 태도가 뿌듯할 만큼 든든하게 다가왔다.

물론 로망에게는 그만큼의 부담이 되겠지만 말이다.

강찬의 뒤를 따라 로망이 승합차 앞까지 걸어왔다.

“커피 말고 다른 차가 있나?”

“홍차가 있습니다.”

“홍차를 한 잔 부탁해.”

최종일이 차를 따라서 로망에게 건네주었다.

“담배.”

석강호가 담배를 건네준 다음, 불을 붙여주었다.

거만한 거 아니냐고?

솔직히 그렇게 보였으면 싶어서 한 행동이었다.

이제 나도 정보국 쪽에서 대가리가 컸으니 함부로 꼬마 취급하지 말라는 경고쯤으로 받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내 사람을, 대한민국을 어설프게 건드리면 반드시 모가지를 돌려주겠다는 각오가 분명하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이 바닥은 총구를 들이대는 것보다 분위기로 잡아먹는 세상이란 걸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도 있었다.

이럴 때 다예나 제라르, 최종일이 보여주는 눈빛과 태도는 정말 마음에 든다.

강찬은 천천히 연기를 뿜어내며 로망을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는 뜻이었다.

“정말 다윗의 별을 상대할 자신이 있소?”

“하고 싶은 말이 그런 거라면 너무 실망스러워.”

“답이 먼저요.”

“로망?”

“내가 죽는 걸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종이컵에서 시선을 든 로망이 강찬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위원장님을 노릴 줄은 나도 몰랐소.”

로망이 좌우를 살핀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난 다윗의 별에 이용당하고 버려진 꼴이 되었으니 이것 또한 변명이 되겠지만, 내가 위원장님을 제거하려고 했다면 굳이 로리암에 모시지도 않았을 거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강찬은 어쩐지 로망의 태도가 역겨웠다.

그가 하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대강 짐작 갔기 때문이었다.

“내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시오.”

그리고 예상했던 답이 나왔다.

강찬의 표정을 본 로망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윗의 별이 날 버린 이상, 이대로 무너지기보다는 나도 한 번쯤 그들의 아픈 곳을 찌르고 싶어서 그렇소.”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강찬의 말에 자존심을 상한 것처럼 로망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네가 다시 정보총국을 쥐고 불편한 짓을 해대는 것을 내가 왜 감당해야 하는 거지? 당장 이곳에서 정리할 수 있는데?”

“흠.”

로망이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무슈 강은 위원장님의 말을 신뢰할 것 아니오?”

“자꾸 대사님을 입에 담지 마. 그럴수록 네 목을 돌리고 싶어지니까.”

유일하게 대화를 알아듣는 제라르가 빠르게 로망의 목을 노려보았다. 강찬이 고개만 끄덕여도 당장 손을 뻗칠 듯한 표정이었다.

로망이 불편한 얼굴로 제라르를 바라본 후에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위원장님이 무슈 강에게 권유할 때까지 정보총국의 총국장 지위를 위임하면 어떻겠소?”

뭐를 위임해?

강찬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이 새끼가 누굴 동네 바보로 아나?

하다못해 통장, 반장을 넘기려고 해도 승인과 절차라는 게 있는 건데, 하물며 프랑스 정보총국장의 권한을…….

“임명은 본국의 대통령 승인이 있어야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부적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소. 그렇게 한다면 내가 정보총국을 이용해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 것 아니오?”

그런데 로망이 과정과 절차를 진지하게 설명하면서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위원장님이 건재하는 한, 어차피 내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쯤 알고 있을 테고, 다윗의 별에 내쳐진 꼴이니 오갈 데도 없소. 이렇게 된 거라면 차라리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내 마지막을 던질 기회라도 얻고 싶다는 거요.”

이 새끼가 진심인 건가?

강찬의 눈빛을 본 로망이 나직하게 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정보총국의 위고에게 전화를 걸어서 날 바꿔주면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거요. 총국장은 위기 상황에서 부총국장 중 한 명을 지정해서 총국장의 권한을 위임할 수 있소.”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종이컵을 최종일에게 돌려준 로망이 말을 이었다.

“권한의 회수는 당연히 내가 사망해서 대통령이 새로운 정보총국장을 임명하거나, 아니면 권한을 위임받은 부총국장이 다시 반환하는 것, 두 가지밖에 없소.”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말했잖소. 이렇게 된 이상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마지막을 바치고 싶다고.”

속고 싶지 않았다.

또 이런 구렁이들에게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강찬은 말없이 로망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 싸움을 이끌 유일한 지휘관으로 무슈 강을 지목했던 위원장님의 말에 동의하는 겁니다. 정보총국은, 그리고 정보총국장의 권한은 무슈 강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입니다.”

로망이 확연하게 바뀐 말투로 말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위원장님이 이걸 원하고 있었을 겁니다. 무슈 강을 부총국장에 올리라고 했을 때부터 지금을 예상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망이 씁쓸하게 웃었다.

어쩐지 자신의 신세가 체스판의 말임을 깨닫고 웃는 것처럼 보였다.

염병!

로망의 웃음이 맞는다면 역할이 킹이냐, 퀸이냐, 나이트냐, 비숍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강찬 역시 체스판의 말이라는 의미가 된다.

라노크가 정말 이걸 원했을까?

그래서 제라르를 감찰국장에 임명하려고 했었을까?

다윗의 별과 하는 싸움이다.

라노크, 바실리, 양범, 루드비히를 지켜야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하나라도 힘을 더 얻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찬은 마음을 굳히고 전화기를 꺼내 정보총국의 번호를 눌렀다.

[“위고입니다.”]

이 새끼들은 참 변함 없다.

“총국장을 바꿀 테니 통화하도록.”

강찬은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로망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강찬을 바라본 로망이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입을 열었다.

“위고. 총국장이다. 코드명 프랑스의 영광을 시행한다. 영웅은 부총국장 무슈 강이다. 승인 코드 확인해라.”

위고의 말을 듣고 있는 것처럼 로망이 어두운 활주로로 시선을 준 다음이었다.

“RCG 8359, FDG 2533.”

또 다른 침묵 뒤에 로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승인한다. 잠시 기다리도록.”

그리고 전화기를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강찬은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총국장님의 권한을 부총국장님께 이양합니다.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이 권한을 받으시겠습니까?”]

하여간 이 새끼들은!

거짓말하기 지랄 같은 질문을 달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싫다고 하긴 좀 그런 거다.

“Oui.”

[“승인되었습니다. 이 시간부터 정보총국의 모든 정보와 결재가 총국장 대행님께 이관됩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뭔가에 홀린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중에 통화하지.”

강찬은 통화를 마치고 로망을 바라보았다.

“이제부터 내가 죽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습니다.”

“당분간은 대사관에서 지내.”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손한 답을 듣는 것이 어딘지 껄끄러웠지만 크게 신경쓸 것은 아니었다.

제라르가 묘한 표정으로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들어가지요.”

로망이 먼저 몸을 돌려 비행기로 움직였고, 이번엔 강찬이 뒤를 따랐다.

테이블로 돌아갔을 때 조쉬는 보이지 않았다.

로망이 셔먼의 옆자리에 앉아서 강찬은 이튼을 바라보았다.

그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조쉬가 앉았던 자리로 움직였다.

“로망은 당분간 나와 함께 있기로 했어.”

강찬이 자리에 앉으며 말을 건넨 다음이었다.

“프랑스 정보총국의 총국장 권한을 이양했소. 그러니 앞으로 정보총국과 협의 사항이 있다면 무슈 강과 의논하면 됩니다.”

로망이 태연한 얼굴로 밖에서 있었던 일을 밝혔다.

셔면이 심란한 표정으로 숨을 내쉴 때 이튼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이 어떻게 정보국의 수장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만 돌아가도 되겠소?”

강찬은 이튼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튼. 어설프게 다윗의 별과 손을 잡지 않는 게 좋아.”

“난 조쉬와 다르오.”

강찬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놈과 같다고 하면 죽은 조쉬가 제 손으로 목을 제대로 돌리고서라도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았다.

“무슈 강.”

셔먼이 아까와는 다르게 강찬을 불렀다.

“강하고 결단력 있는 것은 좋지만, 오늘 같은 행동은 더 많은 적을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주었으면 좋겠소. 그리고 중재하는 사람의 입장도 살펴주었으면 싶소.”

“셔먼. 난 중재를 원했던 게 아니라 로망과 조쉬를 넘겨달라고 했었어.”

“아무래 그래도 이런 식으로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소.”

강찬은 단호한 눈빛으로 셔먼을 보았다.

“지금까지 각국의 정보국들이 그런 식으로 다윗의 별을 상대했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런 걸 바라지 마. 특히나 내 사람을 건드리는 일에 대해서는.”

“무슈 강은 다윗의 별이 가진 진정한 힘을 몰라서 그러는 거요. 아무렴 미합중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가 지금까지 묵인했던 이유가 이런 식의 싸움을 할 줄 몰라서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아니오?”

굵직한 셔먼의 음성이 강찬을 달래는 것처럼 나직하게 넘어왔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는데 굳이 화를 낼 이유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뜻을 굽히거나 마음을 바꿀 이유는 더더욱 없는 거다.

“셔먼.”

강찬의 부름에 셔먼이 잠자코 시선을 주었다.

“당신은 다윗의 별만큼이나 날 몰라. 그리고 오늘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부터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보면 무슨 말인지 알 게 될 거다.”

셔먼이 모두가 들으란 듯이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소.”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해서 돌아가.”

“행운을 빕니다.”

강찬이 셔먼, 이튼과 악수를 나눈 다음이었다.

로망이 침통한 얼굴로 일어나 이튼, 셔먼과 짧게 악수를 하고 강찬을 따라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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