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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우리가 너무 점잖았던 것 같지?
강찬과 유헌우, 그리고 그 뒤로 석강호와 최종일, 우희승이 의사 앞으로 다가갔다.
“어떻습니까?”
질문은 유헌우가 했다.
바라보는 상태에서 왼편에 선 의사가 모자를 벗어들며 입을 열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중환자실에서 케어하면서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 양반이 그레이트 써전?
털털한 인상에 술 잘 마시게 생긴 의사가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의사를 보았다.
시선을 받은 의사가 동의한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날카롭고 샤프하게는 생겼는데 인간미는 부족해 보였다.
“지금 만나볼 수 있습니까?”
강찬의 질문을 받은 의사가 유헌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당신이 결정하라는 것처럼 보였다.
“중환자실로 옮기고 상태를 살핀 다음 만나보시지요.”
이런 건 의사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러죠. 고생하셨습니다.”
강찬은 짧게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렸다.
당장 이곳에서 할 일이 없으니 제라르를 살피러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였다.
의사 셋이 무언가를 의논하고, 수술에 참여했던 스텝들이 몰려나오는 것을 뒤로 한 채, 강찬은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고 세 명의 남자가 들어섰다.
“어?”
오광택은 가슴을 붙잡으며 등을 세워 놓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좀 어때?”
“이런 거로 누워 있으려니 환장하겠습니다.”
리모컨을 들어 TV를 끈 오광택이 탁자를 가리켰다.
“누워 있어.”
“거의 다 나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달에는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말을 마친 오광택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철규와 남일규, 그리고 양동식을 차례로 살폈다. 그러면서도 그는 협탁과 옷장 사이에 있는 냉장고를 열어 작은 캔으로 된 음료수 4개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무슨 일입니까?”
오광택의 표정이 처음과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오 대표.”
“예.”
부탁이 있다느니, 말해 보라느니 하는 말이 짧은 부름과 답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동식이 딸이 위암으로 조금 전에 저세상으로 떠났다.”
오광택이 빠르게 양동식을 보았다.
위암인데 저렇게 독기가 가득한 눈을?
의료사고가 있었나?
그래서 의사 새끼를 달아다가 묻어버리자는 건가?
“사위라는 놈이 보험금을 찾아서 도망가며 폭행까지 했던 모양이다. 혼자 죽어가는 딸 아이를 겨우 병원으로 옮겼는데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못하고 떠나보냈다.”
“이런……, 씨발 새끼……!”
오광택이 욕을 뱉고는 고개를 숙인 채 비틀었다.
이를 악물고 있었는데 분을 참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홱!
오광택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시뻘겋게 변한 얼굴, 그리고 하얗게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서 말이다.
“그래서 그 씨발 새끼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광택이 단박에 거친 말을 쏟아내며 씩씩거렸다.
“이 씨발 개새끼! 남의 딸을 데려갔으면! 와아! 후! 이 개 벌레만도 못한 개 삽사리 새끼!”
그러고 보니 오광택도 딸만 하나 키운다.
그 아이 때문에 깡패도 때려치웠고, 바나나를 사는 게 적을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오광택이다.
“그놈이 노름을 한단다. 보험금을 가지고 갔으니 그 바닥을 떠돌 것 같은데……, 그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싶다.”
오광택이 의아한 눈으로 강철규를 노려보았다.
“부원장에게 부탁하면 바로 찾겠지.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우리가 안을 생각이다. 그래서 그쪽에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
오광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새끼…….”
오광택이 슬쩍 양동식을 본 다음 말을 이었다.
“이름하고 나이, 전화번호 혹시 아십니까?”
“전화번호는 모르고 이름은 최춘식, 나이는 32살, 팔에 나비 모양 문신이 있어.”
답은 양동식이 했다.
“제가 생활 접은 건 아시지요?”
강철규가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전화로 잡아오라고 하기는 어려우니까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끄드등.
오광택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삐걱.
그리고는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오 대표.”
강철규가 불렀는데도 오광택은 환자복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고 티셔츠와 면바지, 그리고 점퍼를 걸쳤다.
“가십시다.”
강철규는 오광택을 염려하는 얼굴이었다.
“강 이사님! 나 오광택입니다! 오광택이요! 동식이 형님이 저런 꼴을 당했는데 그냥 있으라고 하시면 안 되는 겁니다. 가십시다. 가서 그 씨발 새끼……. 하여간 일단 가시자니까요!”
“일이 잘못될 수도 있어.”
“씨발! 강 이사님이나 여기 일규 형님, 동식이 형님이 가는데 무슨 일이 어떻게 잘 못 돼요! 하다 하다 안 되면 그 씨발 새끼 목 가르고, 넷이 사이좋게 빵 가는 거지! 여기서 나 빠지라면 안 되는 거라니까요! 나도 딸 키우는 아버지라구요!”
강철규가 숨을 들이마신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답은 끝났다.
네 사람이 병실을 나섰다.
드르륵.
음료수 네 개를 짊어진 탁자가 숨죽인 채로 남아있는 병실을 말이다.
***
강찬과 석강호가 병실로 들어서자 침대 옆에 있던 미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미쉘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에 앉았다.
“옷이나 갈아입읍시다.”
“놔둬. 공항 갈 때 갈아입으면 돼.”
꼴이 엉망이었는데 이상하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강찬은 둥그렇게 돌아간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댄 자세로 침대에 누운 제라르에게 시선을 주었다.
남자 새끼가 뭔 속눈썹이, 낙타도 아니고.
피식.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웃음이어서, 석강호가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저 새끼, 너하고 더럽게 투닥거렸잖냐?”
“어허! 내가 봐줘서 그렇지! 저 새끼는 내 상대가 아니었던 거요!”
미쉘이 고개를 갸웃했다.
강찬이 턱짓으로 제라르를 가리켰기 때문이었다.
‘말을 전해주라고?’
강찬의 고개가 짧게 움직였다.
미쉘은 강찬의 눈치를 다시 한 번 살핀 다음, 침대에 상체를 기울였다. 그리고 강찬과 석강호가 하는 말을 제라르의 귀에 소곤거렸다.
물론 프랑스말로.
“지금도 보쇼. 내일 새벽에 로망에, 조쉬에, 이튼, 셔먼까지 온다는데 혼자 잘난 척하다가 자빠져 있는 거 아뇨? 역시 대장 옆에는 내가 있어야 하는 거요.”
미쉘의 표정이 몹시 복잡했다.
도대체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표정이기도 했다.
강찬의 능력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석강호와 제라르가 대장이라고 부르고 알아듣지 못할 일들을 말하는 것이 당황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새끼, 대장이 다른 곳으로 보낼 때 말이오?”
미쉘이 복잡한 얼굴을 하고도 계속해서 제라르의 귀에 석강호의 말을 전했다.
“사실은 병아리라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었소?”
미쉘이 석강호의 말을 전하는 순간이었다.
꿈틀.
제라르의 눈썹과 볼의 흉터가 얼핏 움직인 것 같았다.
미쉘이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을 때였다.
“푸흐흐. 그때 저 새끼, 정말 화장실까지 챙겨줘야 갈 정도였는데, 중닭이 됐답시고 설치더니 결국…….”
석강호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놈은 제라르의 얼굴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
양아버지, 세이게이 쥐이는 분명 제라르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누군가의 감정이 사랑인지, 미움인지, 어린 제라르는 분명하게 알았다.
주눅이란 무섭다.
먹는 것, 자는 것,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나와 학교에 가는 그 모든 것을 애정을 갖지 않은 누군가에게서 얻어야 하는 건, 참으로 잔인한 일이었다.
그것을 제공해주는 사람의 차갑고 냉정한 눈빛과 말투를, 고스란히 가슴에 담아야 해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의식 안에서도 자꾸만 잠이 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피식.
강찬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병아리! 작전이 끝날 때까지 내 옆에 붙어 있어!”
처음이었다.
누군가 제라르를 감싸 준 것은.
번들거리는 눈빛과 묘하게 얕보는 듯한 웃음을 달았지만, 제라르는 강찬의 마음에 담긴 감정을 느끼고 알 수 있었다.
동양인이었다.
그런데도 외인부대 특수팀 그 누구도 강찬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사격, 격투술, 지휘,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절대로 구대원을 버리지 않는 독기.
그가 조금만 냉정했다면 특수팀 사령관 자리쯤은 얼마든지 가졌을 텐데.
그러나 세상에는 마음에 안 드는 새끼 천지인 거다.
“푸흐흐. 병아리 새끼!”
그때 옆에서 웃던 다예의 표정과 말을 제라르는 평생 잊지 못한다.
이상하게 다예에게 만큼은 지기 싫었다.
무식하고, 덩치만 크고, 더럽게……?
그냥 더러운 새끼!
아프가니스탄 작전에서 강찬을 만났을 때의 혼란스러움이라니!
보고 싶었었다.
사는 맛이 없어서, 어떤 작전에서라도 누군가 목을 뚫어주었으면 싶었다.
자면 죽는다.
여기서 깨어나지 못하면, 이대로 깊은 잠에 빠지면, 확실하게 코와 귀와 눈에서 피를 흘리며 죽게 될 거다.
노란 눈을 한 놈의 경고도 떠올랐다.
- 기억이 되살아도 너는 죽게 되어 있어. -
또렷하다.
이제야 모든 걸 알 게 된 느낌.
그런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독사처럼 온몸을 꽁꽁 휘감은 채로 고통조차 없는 죽음을 조금씩 몸에 넣고 있는 느낌이었다.
피식.
강찬의 얼굴이 또 떠올랐다.
그때였다.
“사실은 병아리라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었소?”
석강호의 말이 들렸다.
한국말이다.
그런데도 말뜻을 알 수 있었다.
꿈틀!
‘이 무식한 새끼가!’
어떻게든 몸을 휘감고 있는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릴 때였다.
“푸흐흐. 그때 저 새끼, 정말 화장실까지 챙겨줘야 할 정도였는데, 중닭이 됐답시고 설치더니 결국……. 쯧쯧쯧!”
꿈틀!
다예의 한국말이 제라르를 휘감은 죽음 사이로 파고들어 그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저 새끼 일어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그때 강찬의 한국말이 들렸고, 역시나 말뜻이 고스란히 이해되었다.
기다리고 있다.
이따위 위험에 죽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대장이 기다리고 있는 거다.
석강호가 제라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푸흐흐.” 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저렇게 빌빌대는 새끼가 뭐가 무섭겠소? 일어나면 이제 위성 사진 찍는 거나 시킵시다. 저놈하고 작전 나갔다가 또 저렇게 귀신처럼 피 흘리고 쓰러지면 그거 누가 수습할 거요? 그건 그냥 짐이요, 짐.”
미쉘이 말을 전한 직후였다.
“차니!”
그녀가 비명처럼 강찬을 불렀다.
제라르의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라르.”
석강호와 미쉘이 강찬을 돌아보았다.
놀랄 정도로 차분한 음성으로 강찬이 제라르를 부르고 있었다.
“새벽에 로망이랑 조쉬의 모가지 돌려주고 곧바로 날아가서 지브릴 제거한 다음, 네가 말한 뤽상부르까지 갈 거다. 거기서 눈알 노란 놈 두들길 참이니까 빨리 일어나.”
프랑스 말이다.
꿈틀.
제라르의 볼에 있는 상처가 답을 하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켰다. 그의 코와 눈에서 검붉은 피가 더욱 진하게 흘러나왔다.
“제라르!”
“푸훗!”
제라르가 목을 타고 넘어온 피를 뱉어냈다.
“제라르!”
“Oui! Capitaine!”
제라르가 답을 하고 눈을 떴다.
눈가와 코, 그리고 하얀 베개가 검게 죽은 피로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미쉘이 입을 틀어막은 채로 강찬과 제라르를 번갈아 볼 때였다.
“푸흐흐흐.”
석강호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웃었다.
***
“저 새끼가 문방인 거 같은데?”
오광택이 나직하게 말을 뱉고는 내밀었던 고개를 다시 움츠렸다.
양주의 논 가운데 있는 농가주택이었다.
어둠에 휩싸인 주택 주변을 옥상에 달린 등이 붉게 보이는 빛으로 보여주었다.
논, 그 사이로 난 흙길, 자동차, 그리고 덩그러니 있는 흔한 2층 농가주택.
깊은 밤이다.
그런데도 20미터도 넘는 거리에 ‘문방’까지 세워두었다.
오광택이 얻어낸 정보가 거의 확실하다는 의미였다.
강철규 일행이 있는 곳에서 문방까지 거리가 20미터, 다시 문방에게서 주택까지의 거리가 20미터쯤 되었다.
“분명 뒤쪽에 튈 수 있는 토끼굴이 있을 겁니다.”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방이란 놈들은 저놈들 둘이 전부겠지?”
오광택이 놀란 눈으로 문방이 있던 곳을 다시금 살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그의 눈에는 분명 한 놈밖에 보이질 않았다.
“후우.”
오광택은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고개를 내렸다.
몽골과 리비아에서 그렇게 보았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이 세 명이 괴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최춘식이가 여기 있다면 이제 시작하지.”
강철규가 혼잣말처럼 오광택에게 말을 전하고는 고개를 돌려 남일규와 양동식을 보았다.
“저 두 놈은 굳이 죽일 것 없다.”
남일규와 양동식이 나직하게 “예.” 하고 대답했다.
“가서 치워.”
“예.”
스슥.
오광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분명 옆으로 두 사람이 움직였는데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강철규가 서 있는 앞에서 오광택이 앞을 바라볼 때였다.
부스럭.
오소리가 지나가나 싶은 소리가 들리더니 눈에 보이던 문방이 부드럽게 바닥에 누웠다.
도대체 남은 한 놈은 어디 있다는……?
오광택의 눈에 도로에 세워놓은 승용차의 트렁크 부분에서 팔을 커다랗게 돌리는 남일규가 보였다.
저 뒤에 주저앉아 있는 놈을 세 사람 모두 본 거라고?
“가봐야지.”
저벅저벅.
입장권을 구입한 관객이 극장에 들어가는 것처럼 강철규가 주택을 향해 움직였다.
스윽.
중간에 양동식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강철규의 왼편 뒤에 붙었고,
스윽.
조금 더 가자 자동차 뒤에서 남일규가 따라붙었다.
힐끔 돌아본 오광택의 눈에 자동차에 기대 주저앉은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광택은 세 사람의 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때였다.
벌컥! 벌컥!
2층과 1층의 문이 열렸다.
CCTV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덩치가 커다란 사내놈 셋이 쇠파이프처럼 보이는 무기를 들고나오고 있었다.
“동식아! 뒤로 도망가는 놈들 모조리 잡아라.”
“예.”
와라락!
양동식이 길을 따라 달려나갔다.
“누구야! 너희 뭐야!”
다급한 외침이 어둠을 밀쳐 냈다.
다다닥! 끼이익!
사내놈들은 어느 정도 자신 있다는 얼굴이었다.
“뭐냐고!”
세 놈이 바로 앞까지 왔을 때였다.
남일규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퍽! 퍼억! 드득!
정말 딱 세 번, 소리만 들렸다.
진짜 못 봤다. 남일규가 무슨 짓을 했는지.
털썩! 털썩! 털썩! 땡그랑! 땡강!
“끄으윽!”
세 놈이 심지 빼 버린 허수아비처럼 바닥에 넘어갔고, 그중 한 놈만 버둥대고 있었다.
퍼억.
남일규가 강철규의 눈치를 힐끔 살피고는 버둥대는 놈의 목을 걷어찼다.
비명이 뚝 끊겼다.
그 순간이었다.
“놔! 놓으라고!”
악을 쓰는 소리가 주택의 뒤에서 들렸고,
“이 개새끼야!”
양동식의 고함,
퍼억! 퍽! 퍽! 퍽! 퍽! 퍼억! 퍼억! 퍽! 퍽! 퍽!
그리고 둔탁하고 거친 매질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