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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80화 (3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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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우리가 너무 점잖았던 것 같지?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인 제라르, 오른손이 엉망인 강찬, 당연하게 두 사람의 몸 이곳저곳이 온통 피로 범벅이었다.

끼이익!

방지병원 현관 앞에 도착하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들었다. 그들이 능숙하게 제라르를 의료 카트에 옮기고는 안으로 달렸다.

“미쉘! 통역이 필요할 거다. 옆에서 떨어지지 마.”

“알았어, 차니.”

밤이고, 통제를 미리 한 탓에 사람은 없었다.

강찬은 이두희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승합차에서 내려 제라르가 들어간 응급실로 향했다.

제라르에게 붙어서 급한 처지를 한 유헌우가 빠르게 여러 가지 검사를 지시했다.

그는 또 곧바로 강찬에게 다가왔다.

“사람이 왜 이렇게 무식해요?”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저놈을 계속 봐주세요.”

“지금은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

“원장님!”

“내가 하룻밤에 두 명을 잃을 것 같습니까? 그러니까 날 믿고 일단 기다려주세요.”

무슨 소리야? 혹시 라노크나 안느가?

강찬이 놀란 눈을 들었을 때였다.

“양소미 환자가 조금 전에 사망했습니다. 말씀하신 프랑스 분과 따님은 지금 수술 중이구요.”

유헌우가 처음 보았구나 싶을 정도로 무거운 표정으로 강찬을 치료했다.

그는 소독을 한 상처에 기름이 발린 듯한 거즈를 겹겹이 붙여주고 그 위에 붕대를 감았다.

“강찬 씨.”

테이프로 붕대를 고정한 유헌우가 힘겹게 강찬을 불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이렇게는 하지 마세요. 절박하게 살리고 싶은 것과 이렇게 몸을 망가트리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유헌우가 아닌 다른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면 분명 화를 냈을 거다.

“김지훈 박사가 특별히 그레이트 써전 팀을 이끌고 왔습니다. 강찬 씨는 몰라도 의료계, 특히 외과에서 김지훈 박사와 신현수 박사가 동시에 집도하는 수술이 갖는 의미는 거의 절대적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지?

“그렇더라도 모든 환자를 살리지는 못합니다. 그 두 분이 달려들어도 불행하게 100% 살린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유헌우는 언젠가 죽은 동생의 이야기를 할 때와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간절하다고 해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는 맙시다.”

“그러죠.”

유헌우는 강찬에게 제라르가 어떤 존재인지를 모를 거다. 그렇더라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은 충분히 알 것 같아서 강찬은 순순히 답을 했다.

강찬도, 유헌우도, 힘겨운 밤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양소미가 심하게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양소미를 떠나보낸 양동식과 지켜보고 있었을 강철규, 남일규에게도 이 밤은 잔인할 수밖에 없었다.

강찬은 응급실을 나와 현관 앞으로 움직였다.

이건 아주 야전 병원 꼴이다.

밖으로, 안으로, 무장한 요원들과 정장 요원들이 병원 관계자만큼이나 쭉 깔렸다.

강찬은 주차장 한쪽으로 움직였고, 현관으로 올라가는 두 개짜리 계단에 걸터앉았다.

“담배 하나 줘.”

석강호가 잠자코 담배를 건네주고 라이터를 켜주었다.

찰칵.

“후우.”

뿜어낸 연기가 병원 간판의 하얀 조명을 받아 한껏 멋을 부리다가는 어둠에 잡혀먹힌 것처럼 사라졌다.

염병!

지금까지 죽였던 놈들이 죄다 모여서 저주를 퍼부은 것 같은 하루였다.

“커피 한잔 드시겠습니까?”

최종일이 던진 질문이었다.

아마도 유헌우처럼 최종일도 강찬이 조금은 진정하길 바라는 건지 모른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후우.”

연기를 내뿜을 때 최종일과 우희승이 종이컵을 가져다주었다.

“옷이 있습니다.”

“나중에 갈아입을 게. 지금은 놔둬.”

강찬 옆에 석강호가 주저앉았다.

작전에 나서서 전투 직전에나 보임 직한 눈빛으로 종이컵을 노려보면서 말이다.

“다예.”

“예.”

최종일과 우희승까지 강찬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너무 점잖았던 것 같지?”

“푸흐흐. 그랬던 모양이오.”

석강호가 잔인한 눈빛으로 강찬을 보며 웃었다.

긴장을 처먹은 게 아니라 당장 폭발하려는 속을 억지로 삼키는 게 분명했다.

치이익.

강찬은 담배를 종이컵에 넣으며 시선을 들었다.

“통역대원에게 전화해서 제라르가 확인해 두었다는 뤽상부르……, 가흐니슈(Garnech)의 적 근거지 찾아놓고, 지브릴 위치 파악해 보라고 해.”

“예.”

최종일이 바로 전화기를 꺼내 들고 움직였다.

***

러시아, 키질, 54번 국경도로.

40피트짜리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 세 대가 도로를 따라 달렸다. 세 대의 컨테이너 트럭 앞과 뒤로 2.5톤 화물 트럭이 각각 5대씩 움직이고 있었는데 화물칸을 천막으로 완전히 가려놓았다.

그르르릉! 철컹. 크르릉! 크르르릉!

완만하게 구부러진 도로를 따라 컨테이너 트럭의 운전석 부분이 먼저 방향을 틀었다.

끄그긍.

그리고 이어서 커다란 컨테이너가 어색한 각도로 도로를 타고 돌았다.

덜컹. 덜커덩.

침대에서 눈을 뜬 바실리가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컨테이너로 넘어온 진동 탓에 상처가 울린 것처럼 보였다.

“일으켜.”

바실리가 나직하게 말을 뱉었다.

쩔걱. 쩔걱.

소총을 어깨에 멘 정장 차림의 남자 둘이 움직였다.

한 놈은 바실리의 베개를 움직였고, 다른 놈은 레버를 돌려 침대 머리를 들어 올렸다.

상반신을 붕대로 칭칭 감아두어서 바실리는 마치 하얀색 쫄쫄이 티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여기가 어디냐?”

“키질에서 몽골로 넘어가는 54번 도로입니다.”

바실리는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얼마 만에 일어난 거지?

“14시간 정도 됩니다.”

“알렉세이에게 붙은 벌레 새끼는 찾았나?”

“유리 세브첸코가 이번 피격을 주동했습니다.”

바실리가 입 끝을 움직였다.

가소롭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는데 곧바로 컨테이너의 진동이 전해지는 바람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지금 세브첸코가 있는 곳은?”

“미사일을 이동하는 것까지 파악했습니다.”

“미사일? 어디로?”

“공교롭게 우리와 같은 방향입니다. 아무래도 몽골에 있는 한국 기지가 목표인 것 같습니다.”

“알렉세이는?”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바실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죽이고 이반에게서 넘겨받은 무기로 몽골의 한국 기지를 폭파한다라……? 빌어먹을!”

바실리의 거친 말에 답을 하던 남자가 얼른 눈치를 살폈다.

“일어날 거면 세브첸코가 미사일로 한국의 기지를 날린 다음에나 깨어나던가. 꼼짝없이 조연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잖나!”

바실리가 고개를 돌려 “전화.”라고 짧게 말하자 남자 한 명이 빠르게 위성 전화를 건네주었다.

“라노크와 그의 딸이 한국의 대사관 앞에서 총에 맞아 수술 중이고, 양범은 몽골로 피신 중입니다. 그 외에 반트가 자동차 폭발로 사망, 루드비히는 아들이 자동차 폭발로 대신 죽는 바람에 유일하게 멀쩡합니다.”

“루드비히의 아들놈! 무식하게 처먹더라니. 그나저나 라노크도 별수 없구만.”

한 손으로 번호를 누르던 바실리가 느닷없이 치밀어 오른 화를 참는 것처럼 이를 악물었다.

그의 왼편 윗입술이 경련처럼 떨고 있었다.

“알렉세이, 이 바퀴벌레 같은 새끼가 감히 나를 노려?”

꾹꾹꾹꾹꾹꾹꾹.

“이 벌레 새끼! 몽골의 한국 기지가 폭파하는 것을 보고는 싶지만, 그 새끼가 만족해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라도 내가 반드시 막아주마.”

꾸욱.

위성전화를 잡은 손의 엄지로 바실리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기를 귀에 댄 바실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드레이는?”

“움직임이 없습니다.”

상대가 받기 전에 나눈 대화다.

바실리는 곧바로 위성 전화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바실리다.”

그저 이름만 댔음에도 상대는 빠르게 말을 뱉어내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KGB는 알렉세이를 제거해라. 사유는 심장마비. 발표와 시체 공개가 끝나면 놈의 눈알과 혀, 심장을 내가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해.”

상대의 말을 듣는 것처럼 바실리가 잠시 귀를 기울인 다음이었다.

“기다려.”

바실리가 앞에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들었다.

“세브첸코가 움직인다는 미사일을 탈취하려면 병력이 얼마나 더 있어야 하지?”

“앞뒤로 200명이 넘게 있습니다. 명령만 내리시면 바로 해결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바실리가 다시 위성전화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다. 너는 현지에서 총질한 놈들의 가족, 친척, 친구, 옆집, 앞집, 뒷집, 그리고 그놈의 전화기에 번호가 입력되었거나 3개월 안쪽으로 통화한 적이 있는 놈들까지 모조리 제거해.”

잠시 귀를 기울이던 바실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외에 세브첸코의 조직원, 그리고 무기 이동에 협조한 마피아 조직원을 찾아서 모조리 죽여. 그리고 이번에 희생된 KGB 요원들에게는 우리 방식대로 보상하도록.”

말을 마친 바실리가 답을 듣지도 않고 엄지를 움직여 위성 전화를 끊어버렸다.

“병력을 보내서 세브첸코와 미사일을 몽골의 한국 기지로 가져와.”

“세브첸코를 산 채로 가져옵니까?”

바실리가 화가 뻗친 시선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알겠습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사내가 혼자 답을 하고는 재빨리 벽돌만 한 무전기를 들었다.

무전을 통해 바실리의 명령을 전하는 동안이다.

바실리가 입맛을 다시며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이렇게 되면 꼴사납게 죽다 살아나서도 한국 기지를 지키는 꼴이 되지 않나! 빌어먹을 조연!”

그러면서도 바실리는 다시 엄지로 번호를 눌러댔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최종일이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본 직후에 강찬의 전화기가 울렸다.

번호를 잘못 누른 건가?

최종일조차 액정에 뜬 번호를 확인할 정도로 타이밍이 절묘했다.

강찬은 최종일의 표정을 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알루?”

[“바실리다.”]

“말해.”

잠시 거친 숨소리가 넘어왔다.

[“이럴 땐 안부 정도는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죽다 살아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몽골 기지를 지켜주는 거라면 말이지.”]

“그렇게 하지. 몸은 괜찮아?”

한숨 소리와 함께 “차라리 기지에 미사일을 날려버릴까?” 하는 혼잣말이 넘어왔다.

강찬은 피식하고 웃었다.

뻑뻑하고 거친 음성으로 하는 통화였지만, 강찬이나 바실리 모두 반가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 한쪽이 든든해졌다.

[“이반에게서 넘겨받은 미사일을 세브첸코라는 벌레 새끼가 옮기고 있다. 내가 세브첸코와 미사일을 몽골의 한국기지로 가져가지.”]

“내가 할 일은?”

[“보드카.”]

“그건 하루쯤 걸려. 대신 그곳에 소주가 있을 테니 먼저 그걸 마셔.”

[“소주? 아! 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이 새끼는 총을 맞았던 거 맞나?

[“라노크는?”]

“수술 중이다.”

[“내가 이곳에서 제발 죽어달라고 기도해도 살아날 위인이니까 깨어나는 대로 안부 전해주고, 몽골 기지에 도착하면 연락하지. 참고로 내가 데려가는 인원이 KGB 출신 200명이다. 이제부터 몽골 기지는 안심해도 좋다.”]

잠시 멈칫했던 강찬이 묘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쓰바씨바(Спасибо).”

[“지금까지 들은 말 중 가장 마음에 드는군.”]

전화가 끊겼다.

“바실리의 연락이다. KGB 출신 200명을 데리고 몽골기지로 간단다. 이반에게서 넘어온 미사일을 뺏어서 온다는데 몽골 기지는 걱정하지 말란다.”

말을 전한 강찬이 담배를 하나 더 피울까 하는 참이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이 강찬에게 다가왔다.

“내일 출발이 몇 시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나?”

양소미가 죽었다.

양동식이 그토록 마음 쓰던 딸이 말기 암을 안고, 폭행까지 당한 상태에서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 거다.

세 사람의 눈에 담긴 분노는.

“출발은 무기한 연기할 거야. 러시아 쪽 병력과 미사일까지 우리 기지로 움직인다니까 상황 봐서 따로 결정할게.”

강철규가 진실을 원하는 눈빛으로 강찬을 보았다.

하지만 입을 열지 않아도 알 게 된다.

지금 강찬이 한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그럼 우린 좀 나갔다 오겠다.”

강찬은 강철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필요한 건?”

강철규가 보일 듯 말듯 고개를 저었다.

강찬은 강철규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양동식에게 시선을 주었다.

“부탁이 있습니다.”

“예.”

양동식이 쉬어버린 음성으로 답을 한 다음이었다.

“저는 일이 있어서 이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따님을 저렇게 만든 그 개새끼를 찾으면 반드시 제 몫까지 부탁드립니다.”

양동식의 볼이 움찔하더니 울컥 눈에 눈물이 담겼다.

국가정보원의 입장을 생각하라거나, 법에 따라 처리하랄 줄 알았다가 느닷없이 허를 찔린 모양이었다.

양동식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강찬을 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부원장님……, 그러실 일이 아닙니다.”

강찬을 향해 양동식이 고개를 숙인 다음이었다.

강철규가 걸음을 옮겼고, 남일규와 양동식이 그 뒤를 따랐다.

“그 사위라는 새끼가 어디 있는지 아시는 거요?”

“아닌 거 같은데? 노름꾼이라고 했으니 도와줄 사람을 먼저 찾아갈 거 같다.”

석강호가 고개를 갸웃했다가 입을 다물었다.

저 머리로 그걸 짐작해 냈다고?

의심스럽긴 했지만, 굳이 확인까지 할 건 없는 일이다.

강찬이 제라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 안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기가 울어서 바로 번호를 확인했다.

위성 전화로 예상되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양범입니다.”]

강찬은 몸을 돌려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어두운 하늘로 시선을 주었다. 저 어둠 속 어딘가에서 내일의 태양이 새로운 하루를 열 준비를 하고 있을 거다.

“위험하지는 않습니까?”

[“흑랑대의 도움을 받아서 지금은 안전합니다. 이대로 몽골의 한국 기지로 움직이겠습니다. 전체 인원은 150명가량 됩니다.”]

몽골 기지에 러시아와 중국의 병력 350명이 몰려 들어가게 생겼다. 거기에 미사일까지.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바실리가 조금 전에 연락이 있었습니다. KGB 인원 200명과 함께 기지로 향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반격을 준비하겠습니다. 위원장님은 어떠신가요?”]

“수술 중이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부 전해주십시오. 도착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양범 역시 라노크가 죽는 것은 아예 계산에 넣고 있지 않았다.

강찬은 통화 내용을 석강호에게 전해주고 함께 응급실로 움직였다.

“원장님께선 1층 진료소에 계세요.”

간호사의 설명에 다시 1층의 진료실로 들어갔을 때 이동용 침대에 누운 제라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차니.”

미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강찬을 맞았다.

주렁주렁 달린 링거 팩과 보조 팩을 팔에 꽂은 제라르가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었다. 그나마 얼굴을 닦아놓고 환자복을 입혀놓아서 당장 보기에는 한결 위안이 되었다.

“다행히 검사 결과로는 당장 위험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일단 상태를 지켜봅시다.”

유헌우가 힐끔 강찬의 붕대 감긴 손에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환자 입원할 거죠?”

“예.”

그가 지시를 내리자 직원들이 간이침대를 끌고 진료실을 나섰다.

“괜찮아. 가서 좀 지켜줘.”

눈치를 살피는 미쉘에게 강찬이 답을 주었다.

눈인사를 한 미쉘이 제라르를 따라간 다음이었다.

“우리는 수술실로 가보지요.”

유헌우가 강찬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석강호, 최종일, 우희승이 함께 움직여서 3층에 내렸다.

‘수술중’이라는 표식에 불이 들어온 문앞에서 다 함께 의자에 앉았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가 또 울렸다.

강찬은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셔먼이오.”

굵직한 셔먼의 프랑스 말이 전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 5시에 오산 공항에 도착할 거요. 이튼, 조쉬, 그리고 로망이 함께 움직입니다.”

“그쪽으로 가 있지.”

전화가 바로 끊겼다.

이 새끼들을 언제 죄 불러다가 전화 예절을 가르치든가.

“최종일. 05시에 오산 공항에 도착할 수 있도록 움직인다.”

“예.”

최종일이 복도 끝으로 움직여 무전으로 무언가를 지시했다.

유헌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돌아보았다가 다시 수술실로 시선을 돌렸다.

제라르가 목숨 걸고 찾아낸 정보, 몽골에 모여든 병력, 새벽에 도착하는 적의 꼬리 두 마리.

하나씩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적의 몸통에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이기도 했다.

어두운 복도를 향해 열릴 수술실 안의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드으응.

그때였다.

수술실의 자동문이 열리고 파란색 수술복 차림에 모자를 쓴 의사 두 명이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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