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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슬픈 이별.
더럽게 길고 일 많았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나서, 강철규와 남일규는 병원으로, 강찬과 석강호는 사무실로 움직였다.
최종일이 기다리고 있다가 강찬을 맞았다.
“고생했어.”
“팀장님께서 도와주셔서 어려울 것 없었습니다.”
“다른 일 없으면 나 좀 씻고 나올게.”
“그러십시오.”
강찬은 먼저 겉옷을 벗어서 던지고 샤워실로 향했다.
쏴아아.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자 정신이 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후우!”
강찬은 물기를 닦지 않은 채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하는 일은 지구본을 돌리는 것처럼 세계가 어쩌고, 3차 대전의 위험이 저쩌고, 앞으로 500년의 판도를 결정한다는 둥 떠들지만, 결국은 사무실에서 샤워하고 소파에서 잔다.
강한 대한민국? 세계 질서?
염병!
양동식의 딸이 위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것도 몰랐으면서…….
가슴에 담긴 사람들을 지키겠다며 설치고 다녔다.
강찬은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몽골에 있는 강대경, 유혜숙과 오늘 전화 한 통 하지 못한 김미영을 떠올렸다.
피식.
성격이 그런 거다.
이런 생각이 들면 좌절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럴 때 강찬은 뒷구멍에서 일 꾸미는 놈을 빨리 죽여버려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석강호가 커피를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제라르는?”
“안 보입디다.”
강찬이 의자에 앉을 때 최종일이 안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그는 통역대원과 함께 나왔다.
“들어오고 나서 위성 확인한 다음 바로 나갔습니다.”
“어딜?”
“미쉘이란 분과 만나기로 한 것 같습니다.”
강찬이 피식 웃는 순간이었다.
“이런 속 빠진 새끼가…….”
석강호가 애꿎은 통역대원을 향해 불편한 얼굴을 던졌다.
“왜?”
“그렇지 않소? 지금이 어떤 때요? 거기에 대장이 지브릴의 위치를 파악하라고 지시까지 했는데 여자애를 만나러 기어나갔다는 게 말이 되오?”
강찬에게 시선을 돌린 석강호가 머그잔을 들면서 계속 투덜거렸다.
“개새끼가! 스미든을 보고도 지랄이야!”
강찬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머그잔을 들었다.
석강호가 저 지랄을 떠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김미영을 몰래 만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제라르가 그렇게 속 빈 놈은 아닐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만약 석강호의 말처럼 미쉘에게 빠진 거라도 상관없었다. 헬렐레하는 꼴을 보일 바엔 차라리 얼른 만나고 와서 일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다.
“그러지 말고 너도 집에 다녀와.”
“어허! 내가 존경하는 분이 누군지 말했었잖소.”
“미친놈. 가끔은 좀 들여다보고 하루쯤 집에서 지내고 와도 상관없잖아. 굳이 아무 일 없는데 여기서 잘건 또 뭐냐?”
“지금 대장 곁엔 내가 필요한 거요. 다른 말 하지 맙시다.”
강찬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석강호가 투덜거리며 샤워실로 움직였다.
***
제라르가 붉어진 눈으로 씩씩거렸다.
“이제 그만해요.”
“괜찮아. 한 번 더 해.”
미쉘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무시한 채로 제라르가 이를 악물었다.
“될 거 같아. 거의 됐어.”
“이러지 말고 도움을 청해요.”
“해보라니까!”
제라르가 전투에서나 보임 직한 독한 눈으로 미쉘을 노려보았다.
양평의 한적한 곳이었다.
제라르는 의자에 앉은 채로 묶였고, 다시 의자와 몸 전체를 나무에 묶어 두었다.
“이걸 알면 대장 성격에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다. 제발……! 어쩌면 내가 대장을 상하게 할지도 몰라. 반대로 이게 잘 되면, 대장을 노리는 놈들의 몸통을 바로 알아낼지 모른다고!”
제라르가 독한 눈빛 사이로 간절함을 뿌려댔다.
“미쉘. 너는 이해 못 하겠지만, 대장이 아니었으면 난 벌써 죽어 자빠졌거나 아니면 살인에 맛 들린 미친 용병이 되었을 거다.”
미쉘은 실제로도 제라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정신병인가? 아니면 착란? 과대망상?
강찬의 능력이 뛰어난 것, 그리고 그가 상상을 뛰어넘는 일을 해내는 것을 모두 보았지만, 도대체 언제 어디서 제라르와 이런 인연을 만들었다는 건지.
“미쉘…….”
그러나 그녀는 제라르의 시선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 언젠가 압구정동에서 보였던 그 울기 직전의 눈빛을 보고 말이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그래.”
제라르가 이를 악물고 미쉘에게 답을 했다.
저벅저벅.
미쉘이 앞에 놓인 스쿠터를 끌고 아래로 내려갔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제라르는 거리까지 정해 주고 있었다.
20미터쯤이다.
여기에서 오르막에 묶여있는 제라르에게 올라가면 스쿠터가 제법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낸다.
부릉. 부르르르릉.
스쿠터에 시동을 걸자 엔진음이 들려왔다.
“가요!”
제라르는 스쿠터를 악착같이 노려보았다.
그날부터다.
압구정동에서 스쿠터에 탄 배달부를 덮친 그 날.
처음엔 악몽인 줄 알았다.
오토바이에 치여 죽은 누이 때문에 그런 줄 알았었다. 그런데 무언가 가물가물 떠오르는 기억들이 악몽의 뒤에 있었다.
위성에 매달려 이곳저곳을 뒤진 것은 그래서였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곳.
행방불명 되어 기록조차 없다는 1년이 묻혀 있는 곳.
기억이 전혀 안 나는 그 1년.
심지어 강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시기.
그런데 붉게 뿌려진 짬뽕 국물이 계속 그를 자극했다.
조금만 더 하면, 이 더러운 안갯속에 고개만 넣으면!
부르르르릉!
스쿠터가 악을 썼다.
‘끄으으윽!’
제라르는 온몸이 딱딱하게 굳을 만큼 있는 힘을 다해 스쿠터의 엔진음을 견뎠다. 달려드는 스쿠터를 바라보는 일은 그만큼 두렵고 힘겨운 일이었다.
시작이다.
기다렸다는 것처럼 머리를 생으로 헤집는 듯한 끔찍한 두통이 쏟아졌다.
- “가브리엘.” -
- “예.” -
기억이다!
제발 떠올라!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 “무슨 색이라고?” -
- “붉은색입니다.” -
- “너의 가족을 죽인 자는 그 색을 지니고 나타난다.” -
흐릿한 얼굴이 제라르를 들여다보았다.
눈깔 색이 지랄 같았다.
- “그를 어떻게 해야 하지? -
- “죽여야 합니다.” -
누가 누굴 죽여!
그런 명령은 대장만 내릴 수 있는 거야!
“끄으으!”
스쿠터가 5미터 앞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는데도 제라르는 악착같이 붉은색 스쿠터에 집중했다.
대장! 이걸 좀 견디게 해줘 봐요!
대장이라면 분명 견뎠을 텐데!
뇌를 파고드는 끔찍한 고통에 제라르가 눈을 부릅떴다.
위치만!
아니라면 이런 짓을 시킨 놈만 알아낼 수 있다면!
부아아아아앙.
휘발유 탄 냄새, 거친 엔진 소리, 그리고 붉은색.
“아아아악!”
스쿠터가 제라르를 비켜서 지나갔다.
“놔! 놓으라고! 죽여버릴 테니까 날 놓으라고!”
- “가브리엘. 제라르 지이가 어디에 핵탄두를 숨겼는지 알지?” -
- “몰라요! 나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요.” -
- “좀 더 기억을 뒤지면 나올 거다. 그걸 떠올리면 너는 우리의 멋진 병기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평생 멍청이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순순히 따라.” -
더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털썩.
제라르의 고개가 옆으로 떨어졌다.
이미 어둠이 깊게 내려진 양평의 외곽이었다.
***
미친 듯이 달렸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경찰차를 선두에 세우면서까지 강찬은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제라르에게 달려갔다.
미쉘이 알려준 곳에 도착했을 때 제라르는 흙바닥에 자빠져 있었다.
“차니…….”
강찬은 곧바로 제라르에게 달려들었다.
눈과 코, 그리고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예! 이 새끼 업혀!”
“내가 업겠소!”
“그냥 업혀!”
석강호와 최종일이 함께 달려들어 제라르를 강찬의 등에 업혔다.
강찬은 차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이 개새끼!
멍청한 새끼!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되도록 혼자 끙끙거려?
넌 이 개새끼야!
날 뭐로 생각했던 거야!
강찬은 참기 어려운 화가 치밀어올랐다.
붉은색 스쿠터, 의자, 밧줄.
차라리 미쉘과 함께 변태적인 행위를 하다가 걸렸다면 이렇게 화가 나지 않았을 거다.
“헉헉! 헉헉!”
이곳까지 올라올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거냐?
왜 이런 일을 말도 못하고 혼자 견뎌?
내리막길이다.
강찬은 앞으로 구르려는 몸뚱이를 겨우 버티는 사람처럼 아래로 달렸다.
승합차가 보였다.
그 순간, 요원들이 강찬에게 달려들었다.
와락! 와라락!
그대로 두면 반드시 승합차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터억. 콰다당.
요원 셋이 달려들어 붙잡았는데도 결국 승합차에 부딪히고서야 강찬은 멈출 수 있었다.
요원 둘이 제라르를 받아서 승합차에 태웠다.
석강호와 최종일은 그제야 도착했다.
“헉헉! 헉헉! 빨리 올라타! 출발한다!”
강찬은 승합차를 짚은 상태에서 명령을 내리고 그대로 몸을 실었다.
부르릉!
차가 시동을 걸었을 때였다.
“같이 가요!”
엎어졌는지 온통 흙투성이가 된 미쉘이 달려왔다.
강찬의 고갯짓에 미쉘이 승합차에 올랐다.
드르륵. 철컥.
문이 닫히자 승합차가 거칠게 달렸다.
“어떻게 된 거야!”
강찬의 표정을 본 미쉘이 놀란 눈으로 말을 쏟아냈다.
“얼마 전에 찾아왔었어. 저녁 먹자고 와서는 뜬금없이 스쿠터를 사겠다고 하고, 그날 처음 이렇게 했었어.”
뭘 했는지 설명이 없어서 당장 알아듣지는 못했다.
“압구정동에서 배달부를 때렸던 일 있잖아. 그때부터 붉은색과 스쿠터 엔진음을 생각하면 뭔가 떠오를 것 같았대. 대신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했었어.”
“밧줄은?”
“붉은색을 보면 자꾸만 날 죽이고 싶어진다고…….”
강찬은 이를 악물고 의자를 젖혀 눕혀놓은 제라르를 보았다.
석강호가 놈의 얼굴에 번진 피를 닦아주고 있었다.
“차니가 아니면 자기는 벌써 죽었거나, 살인에 미친 용병이 되었을 거라고, 이러지 않으면 차니를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거고, 이게 잘 되면 적의 몸통을 찾을지 모른다고…….”
귀에서, 눈에서, 코에서 피를 흘리는 제라르를 상상해 본 적은 없었다.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위이잉!
선두를 달리는 경찰차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비켜달라는 말을 연신 스피커로 쏟아냈다.
좀 더 빨리 달리라고 하고 싶었다.
양평의 병원에 들를 수가 없었다.
어설프게 작은 병원에서 시간을 끌기보다는 가능한 한 빨리 방지병원으로 달려가는 게 낫다고 믿었다.
석강호가 닦아준 제라르의 눈가와 코, 그리고 귀에서 새롭게 피가 흘러나왔다.
“대장!”
석강호의 다급한 음성이었다.
제라르가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강찬은 제라르에게 달려들다시피 다가갔다.
“대장…….”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누워 있어.”
“대장, 뤽상부르……, 가흐니슈(Garnech)입니다. 위성 사진에 의심스러운 곳을 찾아놨습니다.”
“말하지 마!”
“눈알이 노란 놈이 그곳 책임자입니다.”
붉게 물든 제라르의 눈가로 핏물이 주르륵 흘렀다.
갑자기 또렷해진 음성, 눈물처럼 흐르는 핏물을 보자 강찬은 처음으로 누군가 죽는다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다.
아프고 쓰라린 것이 아니라 분명 겁이 났다.
“대장! 그놈이 시작입니다. 핵탄두! 그리고 나를, 우리 양부모를…….”
“알았으니까! 그만 말하라고!”
“그 새끼가……!”
말을 하던 제라르가 무서울 정도로 커다랗게 눈을 부릅떴다.
수혈을! 수혈을 해야 했다.
강찬은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 아래를 있는 대로 물어뜯었다.
콰득.
이가 갈릴 정도로 끔찍한 통증이 몰려왔다.
“퉤!”
강찬이 살점을 뱉어내는 순간에,
후두둑.
여름날 소나기처럼 손에서 피가 떨어졌다.
“이 개새끼야! 죽기만 해 봐! 이 새끼 머리 좀 들어!”
석강호가 제라르의 상체를 허벅지 위로 얹었다.
강찬은 왼손으로 제라르의 양쪽 볼을 눌러 주둥이를 벌리고 그 위로 오른손을 올린 다음 움켜쥐었다.
후두두둑!
“야! 제라르!”
부우우웅!
이두희가 미친 것처럼 속도를 내며 달리는 동안이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주둥이를 겨냥한 피가 튀어서 제라르의 얼굴이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완전 피투성이로 변했다.
“이두희! 부탁한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자!”
부우우웅! 끼이이익! 끼익!
승합차가 위태로울 정도로 거칠게 차 사이를 달렸다.
***
유헌우 앞에 선 양동식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심한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수술도 불가능합니다.”
딸이라서 가슴을, 복부 아래를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유헌우가 전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양동식은 당최 믿기지가 않았다.
“들어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의식을 잃으면 돌이키지 못할 겁니다.”
비수보다 잔인한 말을 유헌우는 놀라울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전했다.
“강찬 씨가 부탁한 환자라 의료진 전체가 대기하고는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한 것의 한계는 여기까지입니다.”
양동식이 이를 악무는 순간이었다.
강철규가 팔을 뻗어 양동식의 한쪽 어깨를 잡았다.
“우선 딸을 만나봐라. 그다음에 그놈을 찾자.”
고개를 돌렸을 때 강철규는 비무장 지대에 들어서기 직전의 눈을 하고 있었다.
양동식의 눈에 떠오르던 살기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들어가 보겠습니다.”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신 양동식이 병실의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드르륵.
침대에 누워 있던 양소미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노란색 링거 팩에 알지 못할 두 가지 작은 앰풀이 달려서 각기 다른 속도로 양소미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빠.”
“괜찮아?”
힘없이 부르는 소리에 양동식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침대 옆으로 움직였다.
“어렵다지?”
“무슨 소리야? 체력이 회복되면 바로 수술한다던데?”
양소미는 소희반점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어떻게 씻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은 물론이고, 머리도 감긴 것처럼 깔끔해져 있었다.
“아프니까 처음으로 아빠 생각이 났었어.”
울음이 나오는 사람이 억지로 웃으면 바보처럼 보인다. 지금의 양동식처럼.
“울지마.”
“아빠 안 울어.”
“울면서?”
양동식은 답을 하지 못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중학생일 때 날 만든 거 용서해 줄게.”
“미안하다…….”
“나 힘들 때 옆에 없었던 것도 용서해 줄게.”
“그래…….”
“그러니까 나 이런 거랑 먼저 가는 거 아빠도 용서해.”
“안 되-애. 그건 안 되-애.”
결국, 양동식은 바보처럼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바보…….”
“미안해, 소미야-아.”
“울지마, 아빠. 바보 같아 보여.”
“흐으. 으아아. 흐으으.”
“울지 말라니까.”
양소미가 바늘이 꽂힌 손을 들어 양동식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빠. 나 졸려.”
“소미야. 아빠 무서워-어.”
“아빠는 무서운 거 없댔잖아.”
“소미야. 제발…….”
양소미가 침대에 손을 내리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
“소미야! 소미야! 소미야-아!”
드르륵!
문이 열리고 유헌우와 의료진이 뛰어들었다.
버둥거리는 양동식을 강철규와 남일규가 끌어안고 물러나는 동안, 유헌우가 링거에 주사약을 붓다시피 찔러대고 있었다.
“소미야! 소미야-아!”
주르륵.
양동식을 향해 기울어진 양소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고,
삐이이-.
그 순간,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