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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전쟁의 시작.
“크으윽!”
“커억!”
강찬과 뒤엉켰던 경호 요원 둘과 권총을 겨눴던 경호 요원들이 고통스러운 얼굴로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지이이이이익!
전대극이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문재현의 겨드랑이를 당겼고, 강찬은 악착같이 문재현의 입과 코를 막은 채로 함께 움직였다.
전대극과 문재현의 몸이 접견실을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가! 가! 계단까지 그대로 가!”
강찬은 악을 썼다.
숨을 참으며 고함을 지르는 거다.
가슴과 목이 터질 것처럼 뻑뻑했고, 머릿속이 화끈거렸다.
지이이이이익! 쿵! 쿵!
계단 아래로 문재현의 몸이 내려선 다음이었다.
강찬은 그의 코와 입을 막았던 손을 뗐다.
“푸하!”
누구랄 것 없이 세 사람 모두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허억! 헉!”
얼마나 세게 틀어막았는지 문재현의 입 주변으로 짓눌린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모시고 내려가!”
지금 반말을 따질 겨를이 있나?
전대극이 강찬의 지시에 따라 문재현을 업다시피 하고는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흐흡!”
강찬은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시고 다시 접견실로 달렸다.
“끄윽!”
“끄으으!”
경호 요원들과 수행원, 통역들이 쓰러진 채 고통스럽게 몸을 떨고 있었다.
타닥. 탁. 타다닥.
바닥에 떨어진 담배가 계속해서 타오르는 참이다.
강찬은 달려들어서 바닥에 널브러진 찻잔을 들어서 담배에 부었다.
치익.
그리고는 접견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요원의 어깨를 잡고 끌었다.
콰악! 지이이이이익!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
한 명이라도 구해내고 싶었다.
눈알이 터질 것처럼 숨이 막혔다.
‘끄응.’
그렇더라도 멈출 수는 없었다.
콰악! 지이이이익!
두 번째 요원을 당겨서 나왔을 때 그는 이미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안쪽에 있는 요원들을 더 구하기는 어려웠다.
지금은 너무 늦은 거고, 이런 경우는 정말 답이 없는 거다.
폐가 찢어지는 것처럼 숨이 막혔다.
강찬은 어쩔 수 없이 접견실을 빠져나왔다.
‘미안하다! 이 복수는 반드시 해주마!’
콰앙!
강찬은 접견실의 커다란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계단을 향해 달렸다.
아래에서 김형정과 요원들이 뛰어 올라와 계단 끝에 있었다.
“내려가!”
강찬은 계단의 앞에서 악을 썼다.
아직 숨을 참고 있어서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독이 잔뜩 오른 눈이 새파랗게 번들거리는 강찬이다.
화다닥! 화닥!
강찬은 재킷과 셔츠를 찢다시피 벗어서 접견실 쪽으로 던졌다.
“내려가라고!”
바지까지 벗어 던지는 강찬을 보며 김형정과 요원들이 아래로 움직였다.
강찬은 그제야 계단을 내려섰다.
“푸하! 헉헉! 헉헉!”
김형정이 재킷을 벗어 강찬의 허리에 감아줄 때였다.
위잉. 위잉. 위잉. 위잉.
바깥에서 구급차와 경호 차량이 달려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건우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이었다.
강찬을 믿기는 했다.
어떤 경우에도 문재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최우선이라 생각했고, 그런 면에서 유라시아 철도 발표회장에서 보여주었던 강찬의 능력을 믿었던 거 맞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강찬이 없었다면, 강찬이 저렇게 나서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에 빠졌을 게 분명했다.
눈앞의 강찬은 아직 얼굴에 상처가 남았고, 그만큼이나 팔과 몸 전체에 파이고 꿰맨 자리가 생생하게 있었다.
그것뿐이면 그나마 낫다.
오래되어 보이는 흉터들이 몸 가득히 있었다.
‘작전에 나설 때마다, 대한민국의 힘을 증명할 때마다 저런 상처들을 지니고 돌아왔었던 거구나!’
부끄러웠다.
입으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노라고 외칠 때, 누군가는 저런 상처를 몸에 만들고 돌아왔고, 또 누군가는 저 머나먼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저렇게 온몸에 상처를 만들며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강찬에게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몸에는 저런 상처를, 가슴에는 함께 돌아오지 못한 대원과 요원들을 새기고 돌아온 강찬에게 말이다.
고건우는 생전 처음으로 적에 대한 적개심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이어서 전쟁 중이라는 강찬의 말이 떠올랐으며, 증거에 따라 법을 행사하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나 가능한 일이라는 말을 되새겼다.
경호 요원 한 명이 셔츠와 양복을 가져왔다.
행사를 위해 예비로 준비한 것인 모양이었다.
강찬은 말없이 요원이 건네주는 셔츠와 양복을 입었다.
강찬이 셔츠의 단추를 다 잠근 다음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고건우가 질문을 던졌다.
“접견실에 들어갔을 때 담뱃불이 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저쪽 대통령의 입과 코가 뒤틀리는 것을 보고 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고작 담배를 문 표정을 보고?
기가 막힐 만한 답이어서 당장 고건우는 입을 열지 못했다.
우르르.
방역복을 입은 요원들이 현관을 통해 들어섰다.
경호 요원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주변을 수습했다.
고건우가 대테러 비상령을 내린 상태이고, 전대극은 문재현과 함께 병원으로 이동한 다음이었다.
요원들이 고건우에게 보고하고, 김형정의 지시를 받아 주변을 정리해 나갔다.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한 테러가 발생했다.
그런데도 주변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고건우가 내린 대테러 비상령 덕분에 지휘체계가 분명하게 선 덕분이었다.
정말이지 지금의 상황에서 고건우가 즉흥적으로 내린 대테러 비상령은 ‘신의 한 수’와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를 때였다.
경호실 요원 한 명이 빠르게 고건우에게 다가왔다.
“담배 속에 독극물이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사이안화칼륨 캡슐로 추정되는데 확실한 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희생자는?”
“통역, 수행원, 경호 요원까지……, 모두 열여섯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연락이 없었나?”
“아직은 없었습니다.”
보고를 마친 요원이 왔던 길로 돌아섰다.
고건우가 접견실이 있는 계단을 바라볼 때였다.
이번엔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대통령님은 다행히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퇴원은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는 이후로 결정했습니다.”
“후우!”
고건우가 커다랗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원장님과 부원장님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뒤를 부탁합니다.”
“예.”
고건우가 움직였고, 강찬과 김형정이 뒤를 따랐다.
경찰차의 도움을 받아 경찰병원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병원 주변에 무장한 35여단 대원들이 깔려서 무척이나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입구를 지키던 요원들이 고건우와 강찬, 김형정을 7층으로 안내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대극과 열댓 명이 넘는 경호 요원들이 먼저 보였다.
병실이 워낙 컸다.
문재현은 안쪽에 별도로 있는 공간에서 팔에 링거를 꽂은 채 침대의 윗부분을 세운 자세로 있었다.
“접견실에 있던 우리 수행원들과 요원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문재현의 첫 번째 질문은 그랬다.
“모두 열여섯 명이 희생되었다는 보고입니다.”
문재현이 이를 악물며 신음을 내뱉었다.
그동안 의지에 찬 눈빛을 본 것은 몇 번 있었는데 지금처럼 문재현이 분노한 얼굴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문재현이 시선을 떨군 채로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때 무리타카가 건네준 담배를 받아서 불을 붙였다면 문재현도 분명 접견실에서 모든 것이 끝났을 일이었다.
잠시 무겁고 날카로운 침묵이 흘렀다.
“부원장은 어떻게 담배에 독이 들었다는 것을 알아본 겁니까?”
침묵을 깬 것은 역시 문재현이었다.
강찬은 고건우에게 말했던 것과 같이 무리타카의 표정을 보고 알아챘다는 말을 전했다.
믿기지는 않지만, 강찬의 능력을 아는 사람들이다.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기가 막혀서 다들 잠시 말이 없었다.
“오늘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까? 이 정도라면 말라위와 국제적인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말라위 대통령은 자신의 담배에 독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눈치였습니다.”
강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것까지 알아보았다고?
그게 말이 돼?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강찬은 분명 담뱃불이 튀었을 때의 표정을 보고 독을 짐작했었다.
“누군가 말라위 대통령을 살해하고, 기회를 이용해 대통령님을 노렸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말라위에 분명 반정부 세력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가 그렇게 주장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모두 우리의 책임이 됩니다. 자칫하면 경호에 실패하고 말라위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운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수습은 해야 했다.
공식적인 발표와 이후의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문재현이나 고건우는 분명 당황하고 있었다.
“우선 UN에 이 일을 조사해 달라고 맡기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UN에요?”
“예.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모두 연락이 닿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공정성은 문제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 다음, 범인 색출과 말라위의 안정을 위해 증평의 특수팀을 평화 유지군으로 파병하는 게 맞습니다.”
문재현이 설명을 좀 더 요구하는 시선으로 강찬을 보았다.
“말라위 대통령의 다음 후임자를 찾아서 경호하고 그가 대통령의 임무를 맡게 해야 합니다. 만약, 그가 반정부 세력과 통해 있다면……?”
문재현이 긴장한 얼굴로 강찬의 다음 말을 기다릴 때였다.
“그를 제거하고 우리 쪽에 유리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내세워야 합니다.”
“후우.”
충격적인 의견이라 문재현은 숨을 나직하게 내쉬었다.
“그렇게 되면 내정 간섭이 됩니다.”
“누군가 담배를 이용해서 말라위 대통령을 살해했고, 대통령님을 노렸습니다. 우리는 그자를 찾아서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공격한 자는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합니다.”
문재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있는데도 머뭇거리는 것은 아프리카에선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후에 우리에게 기울 아프리카의 정권이 최소한 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 정도는 심어줘야 합니다. 우리에게 힘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따르는 나라들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위험해지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프랑스처럼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프랑스가 얼마나 강력하게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손에 쥐는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답이었다.
“증평의 특수팀이 아프리카 현지의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울 텐데요.”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 사령관을 지낸 제라르 드 미르미에를 기억하십니까?”
문재현이 강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파견하면 됩니다. 제라르와 증평의 특수팀이라면 말라위쯤은 완벽하게 장악합니다. 필요하다면 주변국에 프랑스 외인부대를 파견토록 하겠습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원장에게 계속 힘겨운 일을 부탁하게 됩니다. 파병은 일단 앞에 말한 다섯 나라의 반응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지요. 아! 원장이 따로 보자고 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문재현은 그 짧은 틈에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표정이었다.
“대통령님.”
고건우가 강찬을 본 뒤에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지금 테러 세력과 전쟁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국제빌딩 테러, 황 전 원장과 송 전 청장의 테러, UIS 아프가니스탄의 집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추정되는 알만 빈 지브릴의 제거를 승인받고자 합니다.”
문재현이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강찬과 김형정은 다른 의미로 놀란 시선을 주고받았다.
“증거가 확보됐습니까?”
“증거를 가지고 죄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 국민에게나 해당하는 일입니다. 전쟁 중에 적의 수괴를 제거하는 일에 증거를 찾는 건 오늘처럼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문재현이 또다시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고건우를 보았다.
“부원장의 의견인 것 같군요?”
“부원장의 의견 맞습니다.”
“원장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는 거지요? 실패했을 때의 뒷일을 감당하는 한이 있더라도요?”
“그렇습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인 뒤에 시선을 돌렸다.
“전 실장은 혹시 할 말이 있습니까?”
“전에 미국 대통령 방문 시에 그쪽 경호실의 요구가 무례하다고 여겼는데 오늘 크게 배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문재현이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에 강찬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부원장.”
“예.”
시선을 든 문재현이 강찬을 똑바로 보았다.
“지금 내게 했던 의견이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정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라 확신합니까?”
“그렇습니다.”
강찬은 숨도 쉬지 않고 답을 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지 이제 사흘밖에 안 지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강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문재현이 말을 이었다.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을 위해,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부원장에게…….”
무겁고 날카로운 긴장이 테이블을 스친 직후였다.
“UN의 공정한 조사, 그리고 우리 특수팀이 주축이 된 UN 평화유지군 파병, 말라위의 정권 수호, 적의 수괴 제거를 부탁합니다.”
문재현이 단호하게 말을 건넸고,
“알겠습니다.”
강찬이 단단하게 답을 했다.
“전쟁 중이라는 원장의 말에 느낀 바가 큽니다. 증평의 특수팀을 파견하는 일부터 이후의 모든 일은 원장과 의논해서 부원장이 진행하면 됩니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국가정보원의 이번 작전을 승인합니다. ”
문재현이 전에 없이 다부진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것으로 필요한 절차가 끝났다.
“그리고 오늘 일은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구해주었고, 대한민국으로써는 대통령을 구해주었습니다. 이 고마움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10분쯤 뒤에 세 사람은 병실을 나섰다.
“원장님. 차 한잔 하시고 가시겠습니까?”
고건우가 강찬을 보고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강찬은 그가 긴장이 풀리며 진이 빠진 것을 알아챈 것이 분명했다.
문재현이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강찬과 차를 마실 10분쯤의 여유는 가능했다.
“어디 적당한 곳이 있을까요?”
“이럴 때는 직급을 이용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강찬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요원을 불렀다.
“원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장소가 필요해. 커피도 있으면 좋겠고.”
“이쪽으로 오십시오.”
요원의 뒤를 따라가며 고건우가 또다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만들어냈다.
묘하다.
요즘은 자꾸만 강찬의 나이를 잊게 된다.
심지어 어떨 때는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냄새를 풍길 때도 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아예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을 보는 느낌이었다.
엘리베이터를 지나자 요원 대기실이나 휴게실인 듯한 장소가 있었다.
“봉지 커피밖에 없습니다.”
“괜찮으니까 세 잔만 부탁해. 이왕이면 두 봉씩 넣어주고.”
“알겠습니다.”
요원이 고개를 숙여보이고 밖으로 나갔다.
“단 걸 마시면 기운이 좀 나실 겁니다.”
강찬의 말에 고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단정하던 머리가 헝클어져 있을 만큼 고건우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행정가였습니다. 그런 탓에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솔직히 긴장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기도 하지요.”
드르륵.
문이 열리고 요원이 쟁반에 머그잔 세 개를 가져다주었다.
“고마워.”
“아닙니다.”
대통령을 경호하는 요원들이다.
오늘 강찬이 문재현을 구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유독 강찬에게 공손했다.
“드시죠.”
“그럴까요? 김 팀장도 어서 들어.”
“예.”
셋이서 뜨거운 봉지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저는 원장님께서 청와대에서 대테러 비상령을 내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강찬 씨의 눈빛을 믿었던 겁니다. 그리고 전에 보여주었던 능력을 믿은 것도 있지요.”
셋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원장님.”
강찬이 조용한 휴게실에서 고건우를 불렀다.
“오늘 희생된 요원들과 수행원들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습니다.”
고건우가 무거운 얼굴로 강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늘부터 전쟁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대통령님을 노릴 정도로 위협적인 적과 벌이는 전쟁입니다.”
고건우가 손에 든 머그잔에서 시선을 들었다.
“부원장.”
“예.”
고건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힘겹고 어렵겠지만, 부원장에게 전쟁의 지휘를 부탁합니다. 나는 이 전쟁의 승자가 반드시 대한민국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고건우는 다시 기운을 차린 눈빛이었다.
“적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신이 우리나라의 특수팀을 지휘하는 전쟁이니까요.”
설마하니 이 양반이 이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도 김형정이 바라보는 앞에서 고건우는 꿋꿋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