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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72화 (37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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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너희는 선을 넘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서, 강찬은 전화기를 꺼내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 괜찮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의논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어디로 움직이십니까?”]

김형정의 목소리가 분명히 평소와는 달랐다.

“사무실에서 뵀으면 좋겠는데요. 저는 20분 안으로 도착합니다.”

[“그 시간에 맞춰서 찾아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시선을 돌렸을 때 차는 한남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눈 아래로 펼쳐진 강이 펜션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전투 중간에 휴식이 있는 것은 흔한 일이다.

적들이 전열을 가다듬을 때도 있고, 기도를 이유로 시간이 생길 때도 있었는데, 결과는 늘 같았다.

이전보다 잔혹하고, 처절하게 달려든다는 것.

그럴 자신이 없는 적은 당연하게 뒷모습도 남기지 않고 도망가는 방법을 택한다.

강철규의 감이 좋지 않다는 말은 강찬이 느낀 본능적인 위험에 대한 확신과 같았다.

아프리카 같으면 다예와 제라르, 그리고 하나쯤 있을지 모를 병아리, 혹은 펼쳐질 작전을 경계하면 됐을 텐데, 지금은 지켜야 할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사무실 건물에 도착했다.

도로에는 차들과 사람들이 가득했고, 당연하게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도 많았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들어서자, 석강호와 제라르, 그리고 통역대원이 강찬을 맞았다.

‘괜찮냐?’

‘물론이요. 고맙소, 대장.’

피식. 히죽.

강찬과 석강호는 특유의 웃음을 주고받았다.

석강호는 힘겨웠을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털고 난 얼굴이었다.

“커피 드시겠소?”

“두 봉짜리로 줘. 물도 좀 가져오고.”

평소 같으면 통역대원을 시켰을 석강호가 최종일과 우희승을 말려가며 직접 커피를 타왔다.

엄지환의 장례를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거다.

이런 일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가슴에 지환이를 묻어두고 그 상처가 굳길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일이다.

강찬은 겉옷을 벗어 걸어놓고 테이블 앞에 앉았다.

“중요한 일이었습니까?”

“몽골에 가기 전에 강 이사님과 하루 있었다.”

강철규와의 관계를 짐작하는 제라르다.

그래서 놈은 더 묻지 않았다.

“여깄소.”

강찬은 석강호가 가져다준 물병을 들어 먼저 물을 마셨다. 그런 다음, 커피를 마시기 위해 머그잔을 잡았다.

그때였다.

김형정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김형정은 왼쪽 팔에 종이봉투를 들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며 본 김형정은, 부족한 잠 때문에 눈에 핏발이 곤두섰고, 피곤이 끈적끈적하게 묻은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피곤함 뒤로 알지 못할 날카로움을 담고 있었다.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번 일 끝나면 휴가를 다녀올까 합니다.”

저 말을 믿느니 석강호가 먹을 걸 줄이겠다는 말을 믿는 게 더 현명한 일일 거다.

통역 대원이 눈치 빠르게 커피를 타서 김형정 앞에 주었다.

“자네는 잠시 자리를 피해 주겠나?”

“예.”

김형정의 요청에 통역대원이 사무실 끝에 있는 최종일의 근처로 움직였다.

워낙 급하게 벌어지는 일들이 많은 시기다.

또 무슨 일인가 하고 김형정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황 원장님과 송 청장님의 테러범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찬의 눈빛이 삽시간에 번들거렸다.

석강호가 비슷한 눈빛으로 김형정을 바라보는 동안, 강찬은 프랑스 제라르에게 지금 들은 말을 전해주었다.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길게 움직이며 묘한 미소를 지어냈다. 프랑스 놈이 석강호만큼이나 테러범을 잡고 싶어한다.

“이것이 전상우 국장의 인적 사항입니다.”

부스럭. 부스럭.

김형정은 들고 온 비닐 커버 안에서 서류를 꺼내 강찬 앞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이건 전 국장의 친인척들 계좌 내역입니다.”

김형정의 말을 강찬이 계속해서 프랑스말로 전해주었다. 상황이 상황이라서 가능한 한 함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법원의 판결 없이 독자적으로 확인한 내용입니다. 원장님께서 책임지시겠다고 조사를 허가해 주셨습니다.”

강찬은 김형정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려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당장은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허상수 의원을 기억하십니까?”

김형정이 손가락으로 한 부분을 가리켰다.

“사촌 여동생이 있습니다. 양석우란 사람과 결혼해서 딸이 둘 있는데 그중 큰딸이 전상우 국장의 부인입니다.”

양석우?

강찬이 든 시선 앞에서 김형정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양진우의 사촌 동생입니다. 두 사람은 소위 라인 써클 수준의 결혼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라인 써클이요?”

“이너 써클(Inner circle)은 재벌 최고 경영자 직계 가족과 장관 이상의 고위 공무원들을 지칭하고, 그들의 방계나 사촌들을 대개 라인 써클이라고 부릅니다.”

염병들 떨고 있네!

제 놈들끼리 그렇게 지위를 나누면 나머지는 다 하인이나 노비라는 건가?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 제라르에게 그간의 일과 김형정의 말을 프랑스어로 설명했다.

함께 있으면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고 싶기도 했고, 제라르가 미련하긴 하지만, 적을 앞에 두고는 제법 번쩍이는 부분이 있는 놈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설명이 끝난 순간이었다.

“그 새끼를 죽여버리면 되겠군요.”

에효!

이 새끼한테 너무 큰 걸 바랐던 모양이다.

강찬은 다시 시선을 김형정에게로 돌렸다.

“원장님 방에 있는 컴퓨터에 요원들이 직접 첩보를 입력하는 폴더가 있습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원장님의 지시가 필요한 주요한 첩보나 혹은 직원들의 비리를 고발할 수 있습니다. 보안이 중요해서 비밀번호를 세 번 잘못 입력하면 자동으로 내용이 파기됩니다. 이 사진을 보십시오.”

김형정이 다시 서류철에서 사진 네 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복도에서 문을 향해 움직이는 남자의 모습과 반대로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오른쪽 아래에 날짜와 시간을 보시면 됩니다.”

강찬은 김형정이 가리킨 곳의 숫자를 보았다.

“황 원장님의 테러가 있은 다음 날부터 이틀간 원장님의 집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마지막 시간은 새벽 1시 10분입니다. 이때는 대테러 팀과 제가 맡은 특수팀 외엔 황 원장님의 방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김형정이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요원 중 누군가 황 원장님께 국제빌딩의 테러 첩보를 직접 보고했고, 그걸 눈치챈 전상우 국장이 황 원장님 제거 계획을 세웠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송 청장님은요?”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목적, 그리고 차세대 발전 시설을 제지하려는 계획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상우 국장은 국제빌딩 테러 당시에 대외협력국에서 코트라와 함께 국제 무역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은 이해했다. 그러나 확신이 서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강찬은 제라르에게 내용을 설명해 주며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김형정은 강찬의 심정을 짐작하는 얼굴이었다.

“이걸 한번 봐주십시오. 이 자료를 얻기 전까지는 저도 확신하지 못했었습니다. 지난번에 대통령님께서 이중국적자와 해외재산 도피자를 철저하게 조사하시겠다고 담화를 발표하신 적이 있는데 기억하십니까?”

“일본이 투자한다고 했을 때 말이죠?”

“그렇습니다.”

김형정이 손가락으로 통장 내역의 한 부분을 짚었다.

“전강호. 전상우의 막냇동생으로 미국 국적자입니다. 그의 부인이 미국 변호사인데 그들이 삼 개월 전에 차린 투자회사가 있습니다. 그리로 우리 돈 300억에 해당하는 달러가 투자되었습니다.”

“투자자는요?”

“이 서류입니다. 알만 빈 지브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으로 아비부의 뒤를 이을 정도로 직계이며, 아비부와도 친분이 두터운 인물입니다.”

이 개새끼들이?

강찬은 입 끝을 들어 올리며 김형정을 보았다.

눈에서 핏물이 흐를 것처럼 잠이 부족하고, 피곤함에 입가가 부르튼 김형정이다.

강찬이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오는 동안, 그 뒤를 맡아주면서, 얼굴이 저렇게 될 정도로 이 일에 매달린 덕분에 이런 정보를 얻어냈을 거다.

“고생하셨어요.”

말을 전해 들은 제라르가 역시나 눈빛을 번들거리며 담배를 집어 들었다.

강찬과 석강호, 제라르, 세 사람 모두 적의 꼬리를 제대로 잡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늘 말하지만, 담배라는 게 한 사람이 집으면 이상하게 손이 따라간다.

결국, 넷이서 다 같이 담배를 입에 물었고, 불을 붙였다.

“아비부는요?”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입니다. 스미든은 퇴원이 가능한데 본인이 부원장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병원에 있기를 요구했고, 샤흐란은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형정이 담배를 든 손으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강찬을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아!”

강찬은 담뱃재를 떨며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다른 곳에서 하기는 어려워서요.”

김형정과 석강호가 강찬에게 집중할 때였다.

“감이 안 좋습니다. 분명 또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당분간 주변 경계를 좀 높였으면 싶습니다.”

“딱히 짐작 가는 곳이 있으십니까?”

고맙게도 김형정은 강찬의 말을 바로 받아들였다.

“그저 느낌뿐이라서, 어디가 어떻게 될지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강찬이 말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석강호가 “어라?” 하고는 서류를 당겨갔다.

“왜?”

“아까 이름이 알만 빈 지브릴이라고 하지 않았소?”

“맞습니다.”

김형정이 궁금한 얼굴로 대신 답을 했다.

“이게 아랍어 이름인데 지브릴이 영어 이름으로는 가브리엘이요.”

“가브리엘?”

“거 왜 지난번에 죽었다는 이 새끼 사촌 이름이 가브리엘이었잖소.”

이 새끼가 이런 기억력을?

하지만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오바 같지 않냐? 이름 같은 거로 따지면 우리는 김, 이, 박이 죄 한통속이 되는데?“

제라르가 힐끔거리는 석강호를 보고는 입을 열었다.

“대장. 다예 이 새끼가 뭐라는 겁니까?”

강찬은 석강호가 했던 말을 바로 설명해주었다.

“그놈은 예전부터 가브리엘이었습니다. 우연 아닙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뭐라는 거요?”

하아! 이 새끼들이 정말!

강찬은 김형정을 위해서라는 마음으로 제라르의 말을 전했다.

“점심은 어떻게 할 거요?”

강찬이 전해준 말이 반대쪽 귀로 나오기도 전이다.

석강호가 기껏 던졌던 의심스러운 부분을 점심에 팔아먹었다.

“냉면 괜찮은 집 찾았소. 우리 그거 시켜먹읍시다. 냉면 시키면 고기도 같이 줍디다.”

이미 정하고 말한 거다.

이놈하고 있으면 다른 건 몰라도 메뉴 걱정은 없다.

“알아서 시켜.”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최종일에게 움직였다.

“전상우는 지금 어디 있나요?”

“징계 중이라 현재 집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감시 인원은요?”

“두 명을 붙여두었습니다.”

김형정이 빠르게 답을 했다.

“지브릴인가 하는 놈은요?”

“아직 정확하게 소재 파악은 못 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이라 그쪽은 아무래도 프랑스나, 러시아 정보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입을 열었다.

“팀장님. 알만 빈 지브릴이 이 일에 얼마나 가담했다고 보세요?”

김형정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입을 열었다.

“그 부분은 전상우 국장의 진술을 먼저 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답을 한 김형정이 왜 그러냐는 시선으로 강찬을 보았다.

“막바지 싸움입니다. 다윗의 별이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당한 후에 응징할 때가 아니라 선제공격을 가할 때인 것 같아서 묻는 겁니다.”

당황한 듯한 김형정의 눈을 보며 강찬은 말을 이었다.

“국제빌딩에서 있었던 테러가 또 발생하면 우리는 다시 보복을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럴 바엔 프랑스나 러시아처럼 지브릴을 제거하는 게 낫습니다.”

“대장! 물이요? 비빔이요?”

확!

강찬은 고개를 돌려서 “알아서 시켜!”라고 답을 했다.

“그 정도면 원장님이 허가하실 사안이 아닙니다.”

“대테러 팀 독자 행동으로 처리하는 건 어렵겠지요?”

김형정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언짢으실지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실패했거나 증거가 남았을 경우, 국가적인 위기가 됩니다. 거기에 이동, 요원 차출, 무기 공급 등도 고민해야 합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의견이었다.

프랑스의 정보총국처럼 암살에 특화된 요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원장님께 말씀드려 주세요. 그리고 병원에 들러볼 테니 시간 정해주시고, 일단 프랑스 대사관의 경계를 다시 높여주셨으면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프랑스 대사관 경계는 전처럼 606팀에 맡기면 되겠습니까?”

“그 정도면 안심할 수 있습니다.”

대강의 의논이 끝났을 때 석강호가 다가왔다.

“대장. 저녁때 잠깐 나갔다 오겠소.”

“그래. 집에 좀 들렀다 오기도 해라. 너 근 한 달은 집에 안 갔지?”

“어허! 내가 요즘 가장 존경하고 본받으려는 분이 이순신 장군님이오.”

이 새끼가 또 뭔 소리를 하려고 이러지?

강찬과 김형정이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였다.

“그분이 한 번 집 나오면 기본이 오 년이요. 남자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겠소?”

미친놈!

강찬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럼 무슨 일로 나가려는데?”

석강호의 외출을 막거나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저 기가 막힌 말을 들은 바람에 문득 궁금해져서 던진 질문이었다.

“지환이 모친이 오늘 장성 내려가우. 그래서 잠시 만나고 오려고 그렇소.”

강찬은 아무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주었다.

냉면이 도착했다.

석강호가 다섯 그릇이나 더 시켰는데도 남는 게 없을 만큼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가보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김형정은 커피도 마시지 못한 채 몸을 일으켰다.

“김 팀장님.”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형정을 불렀다.

“감이 안 좋습니다.”

그리고는 사무실 문 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건넸다.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경호 요원과 함께 다니셨으면 싶습니다. 지금 김 팀장님만큼 중요한 분도 없습니다.”

씨익.

김형정이 고맙다는 투의 미소를 보인 다음, 인사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섰다.

강찬이 테이블로 돌아갔을 때 석강호 혼자 자리에 있었다.

“제라르는?”

“안쪽에 위성 요원들 있는 곳으로 갔소. 저 새끼, 우리 말이 많이 늘었습디다.”

“그래?”

석강호가 끄덕인 다음에 입을 열었다.

“대장. 지브릴이란 놈이 황 원장과 송 청장의 테러에 관련되었고, 아비부와 손을 잡은 놈이라면 이번 UIS 일로도 또다시 반격을 노리지 않겠소?”

“그럴 만하지.”

“감도 안 좋다면서요? 그러지 말고 정보총국에 협조 구해서 우리끼리 지브릴을 해치워 버립시다. ”

이 새끼가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대장 말 듣고 잠깐 생각해 봤는데…….”

강찬의 시선에 담긴 의문을 석강호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당장 내 주변만 해도 걸리는 사람이 너무 많소.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대장과 내가 아는 사람들만 꼽아봐도 그렇소. 고 원장, 김 팀장, 김관식 청장, 거기에 몽골에 계신 분들…….”

석강호가 담배를 집어 강찬에게 건넸다.

찰칵.

불을 붙이느라고 잠시 말이 끊겼다.

“먼저 칩시다. 여기 우리 셋이 한국 정보총국 하면 되는 거 아니오?”

피식.

강찬의 웃음을 본 석강호가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절대 지환이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요!”

“누가 뭐랬냐?”

“뭐, 솔직히 그와 관련된 놈들을 제거하는 일이라면 좀 더 신나긴 할 거요.”

강찬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창밖을 보았다.

찬란한 햇빛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염병.

이런 날, 누군가를 죽일 결정을 해야 한다니.

“일단 김 팀장님이 보고한다니까 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자.”

“알았소.”

석강호가 나직하게 답을 했다.

강찬은 바로 전화기를 꺼내 라노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제라르가 정보총국의 감찰국장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 그리고 오늘부터 다시 프랑스 대사관 경계를 강화하겠다는 말을 먼저 전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대사님. 좀 터무니없는 말이긴 한데 감이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시 찾아뵙고 의논드리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강찬 씨의 그런 느낌은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재능입니다.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한 내게는 그 어떤 정보보다 확실한 경고로 들립니다. 우리 내부도 좀 더 경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겠군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마음이 좀 놓입니다.”

라노크의 웃는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강찬 씨.”]

“예, 대사님.”

[“강찬 씨의 코드명이 적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신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강찬 씨와 강찬 씨 주변을 노린다면, 이제부터 그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좀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겠군요?”

언젠가 라노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강찬은 비슷한 느낌의 질문을 던졌다.

[“뒤에 라노크가 있으니까요.”]

강찬이 먼저 웃었고, 곧바로 라노크의 웃음이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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