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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내 바람도 담고 싶었다.
밤은 정직하게 다가왔고, 꾸준하게 흘러갔다.
타악. 타닥. 탁.
숯이 하얗게 변하도록 세 사람은 테이블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별이 쏟아질 것처럼 많았다.
지금이라도 서울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두 사람을 억지로 끌고 와서 분위기 뻑뻑하다는 이유로 가자는 말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자도 되겠지?”
강철규가 나직하게 말을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쪽 방에서 자마.”
강찬과 김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강철규가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건 아니었는데.
뭔가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술이라도 마시자고 할 걸 그랬나?
당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났던 김미영이 강찬의 맞은편으로 옮겨왔다.
“안 피곤해?”
“응!”
테이블에 올려놓은 강찬의 손을 김미영이 살포시 잡았다.
“여기 정말 좋아.”
“그래? 다행이네.”
“아빠는 원래 이렇게 일찍 주무셔?”
“모르겠는데?”
강찬은 전화기를 꺼내서 시간을 보았다.
8시는 자기에 이른 시간이었다.
“자리 비켜주시려고 그런 것 같으면 우리 아빠 불러서 뭐든 하자.”
“글쎄?”
강찬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사장님께 물어봐.”
“응?”
강찬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확실히 이곳을 관리하는 주인이라면 뭔가 알 것 같기는 하다.
“여기 있어 봐.”
“같이 가.”
“그러자.”
강찬은 김미영과 함께 펜션 건물을 돌아서 주인이 나왔던 사무실로 움직였다.
따릉. 따르릉.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리고 난 다음이었다.
사무실의 인테리어가 제법 훌륭했다.
시내의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여서 둘러보는 맛도 있었다.
“네?”
주인이 나왔다.
“저기 밤에 할 만한 게 뭐 있나요?”
“지금이요?”
“예.”
주인이 최대한 협조하고 싶다는 표정으로 강찬을 바라보았다.
“강에서 낚시하는 건 어떠세요? 낚싯대 하나당 5천 원이고, 미끼는 지렁이랑 떡밥이 5천 원입니다.”
“다른 건 없나요?”
“글쎄요? 낮 같으면 보트라도 탔을 텐데 지금은…….”
강찬이 돌아본 곳에서 김미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8시부터 오직 자는 일만 기다리는 건 좀 그렇다.
“빌려주세요. 그런데 우리 한 번도 낚시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할 수 있을까요?”
“흠.”
주인이 심오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쉰 다음 입을 열었다.
“제가 가서 펴 드리고 설명해 드릴 수는 있는데 오래 있지는 못합니다.”
“그럼 좀 부탁드릴게요.”
“준비하고 오세요. 밤에는 습기가 내려서 좀 춥습니다.”
강찬과 김미영이 사무실을 나설 때, 주인이 안쪽에 대고 “여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찬과 김미영은 곧바로 펜션의 거실로 들어갔다.
수건을 목에 건 강철규가 있었다.
“아빠! 우리 낚시 가요.”
강철규가 설명을 요구하는 것처럼 강찬을 보았다.
“밤에 자기는 좀 아깝잖아. 그래서 셋이 낚시하러 갈까 하고. 여기서 낚싯대도 빌리기로 했어.”
“아빠! 가세요.”
강철규가 김미영을 보고는 웃었다.
“그럼 우리 미영이 덕분에 고기를 한번 잡아볼까?”
어쩐지 낚싯대가 아니라 대검을 한 자루 쥐여줘야 할 것 같은 말투와 표정이었다.
“추울지 모른대요.”
“그럼 겉옷을 하나 가져가지.”
강철규가 순순히 따라나서서 셋이서 함께 사무실로 움직였다.
의자, 파라솔, 낚싯대 세 개, 받침대, 뒤꽂이, 떡밥 그릇, 지렁이, 어망.
하마터면 안 하겠다고 할 뻔했다.
셋이 주르륵 주인을 따라 걸었다.
주인이 낚싯대를 설치하고, 어떻게 던지는지를 설명하는데 30분이 훌쩍 흘렀다.
“그럼 많이 잡으세요.”
도망치듯 주인이 사라진 뒤에 세 사람만의 낚시가 시작되었다.
작전에 나갈 때 쓰는 커다란 케미컬라이트를 이렇게 작게 만들어서 찌 불로 사용하는 줄 처음 알았다.
시커먼 강 속에서 파랗게 빛나는 빛 세 개가 제법 운치 있게 보였다.
“있잖아요, 아빠.”
김미영은 아까 강철규가 그냥 들어갔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조잘조잘.
강찬이 체육부를 만든 일, 힘든 아이들을 도와준 일들을 쭉 들려주었다.
가끔 낚싯대 끝에 달린 지렁이가 살았나 확인하고 그 옆 바늘에 떡밥을 갈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은 아니었다.
어쩌면 이 넓은 강에서 고기가 한 마리도 안 나올 수 있는 건지.
김미영과 강철규가 뜨문뜨문 대화를 나눴다.
새벽 3시까지.
그냥 잔 것보다 백 배쯤 나았는데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침 식사는 강찬이 만든 오믈렛이었다.
김미영도, 강철규도 만족해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식사였다.
수건의 올을 풀어내 꼬고 또 꼬아서 줄을 만든 강철규가 조각을 매달아서 목걸이를 만들었다.
“고맙습니다, 아빠.”
기름 먹이고, 줄을 매다니까 제법 볼 만했다.
출발이다.
셋이서 사무실에 들러 낚싯대 비용을 지불하고 차에 올랐다.
“서울에 가는 길에 남양주에 잠시 들렀다가 가도 될까?”
시동을 걸었을 때 강철규가 나직하게 질문을 던졌다.
“수동 쪽에 있는 추모원이라고, 따로 시간 내 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가는 길에 들렀으면 싶은데…….”
강철규가 말꼬리를 흐리며 강찬을 보았다.
어지간하면 저런 부탁 절대 안 할 양반이다.
강찬은 두말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서 추모원을 찾았다.
그런 다음, 전화를 들어 최종일의 번호를 눌렀다.
“가는 길에 수동에 있는 추모원에 들렀다 갈 거야.”
[“알겠습니다.”]
차가 출발했다.
그래도 하룻밤을 함께 지낸 만큼, 낚시하며 대화를 나눈 만큼, 많이 친해지기는 한 모양이다.
김미영이 또다시 나눠준 어색한 맛 사탕이 덜 어색한 맛으로 바뀌어 있을 정도로 말이다.
35분쯤 걸려서 추모원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이미 요원들이 타고 온 듯한 승합차가 세 대나 서 있었고, 강찬이 차를 세운 뒤에 또다시 승합차 두 대와 승용차가 연달아 들어왔다.
여기에 누가 있을지는 충분히 짐작했었다.
하지만 추모원 건물을 볼 때까지는 몰랐다.
이렇게까지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 줄은 말이다.
한 번도 안아주지 않았었다.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았었다.
늘 삶에 지쳐 힘겨운 얼굴이었고, 강찬을 위해 작은 미소 한번 보여주지 않았었다.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요원들이 대놓고 입구와 안쪽을 지키는 가운데, 강찬은 입구에서 흰 국화를 한 다발 샀다.
저벅저벅.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대리석 복도를 지난 강철규가 한쪽 벽을 향해 섰다.
오래된 사진이었다.
젊은 날의 사진.
삶에 지치기 전, 아직은 희망을 눈 끝에 지니고 있던 시절의 얼굴이 강찬을 바라보았다.
자꾸만 마른침이 넘어갔지만, 강찬은 이를 악물고, 참고 참았다.
김미영은 눈치로 사진 속의 주인공이 강철규의 부인이라고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강찬이 국화를 앞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순간이었다.
강철규의 입이 ‘미안하다.’라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왜 그렇게 힘들게만 살았을까?
그렇다고 도망가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지금처럼 강찬이 가족을 위해 나설 수는 없었을까?
외인부대에 가지 말고, 한국에서 부사관이라도 하며 두 사람을 지켰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강찬은 사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렸었잖아요. 그래서 몰랐었어요.”
강철규와 김미영이 붉어진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내가 두 분을 지켜드릴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잊었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감정이 정리된 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가슴이 아플 줄은 정말 몰랐다.
“용서하세요. 그리고 좋은 곳에서 행복한 모습으로 태어나세요.”
10분쯤 흐른 다음이었다.
“후우!”
강찬은 감정을 추스르고,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단 김미영을 보았다.
“내게 부모님 같은 분이야.”
김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 비치.
언덕 위의 빌라는 거대한 성처럼 보였고, 진입로를 별도로 만들어서 일반인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화려한 수영장을 안은 웅장한 빌리가 저 멀리 펼쳐진 옥빛 바다를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빠융(천으로 만든 인도네시아의 파라솔)이 만든 널따란 그늘에서 지그펠트는 에스떼(차가운 차)가 담긴 유리잔을 내려놓았다.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으냐?”
“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앞에 앉은 파르탈은 맥빠진 음성이었다.
금발이 탈색된 듯한 하얀 머리칼이 파르탈의 인상을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 정도면 윤곽은 나온 것 같은데?”
예순은 족히 됨 직한 지그펠트가 웃으며 파르탈을 보았다.
“로드차일드의 멍청이들을 절반이나 죽였고, 5조 달러나 얻어 갔다면 이제는 그들이 방심할 차례지.”
“그들이 방심하긴 할까요?”
지그펠트가 재미있다는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이 빌라를 짓는데 비용이 제법 들어간 것은 너도 알 테고.”
그는 테이블에서 각설탕을 집어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래도 저렇게 개미들이 숨어 있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저것들이 단 것을 보고 달려드는 것은 신이라 해도 막지 못할 게다.”
파르탈은 최소한의 성의를 보인다는 것처럼 지그펠트가 떨어트린 각설탕으로 시선을 주었다.
“봐라. 그새 달려들었지. 우리가 보기엔 같은 개미지만 저놈들끼리는 서로의 목을 자르며 처절한 싸움 중이다. 이게 지금 네가 끼어든 세상일과 같지.”
관심이 식었다는 것처럼 지그펠트가 시선을 들었다.
“저렇게 상대의 목을 잘라가며 설탕을 얻은 놈들은 늘 방심하지. 그놈들만 제거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꽈악!
지그펠트가 구둣발로 각설탕을 짓이겼다.
“개미를 상대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렇게 이긴 놈을 밟아버리면 또다시 저놈들끼리 목을 잘라가며 싸우게 되지.”
그가 에스떼를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차세대 에너지 시설? 유라시아 철도? 지금 막아서면 악착같이 달려들지만, 완성되기 직전에 부숴버리면 아마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좌절할 거다.”
“그렇게 쉽게 볼 놈이 아닙니다.”
지그펠트가 픽 하고 웃었다.
“이런! 우리의 미래가 완전히 꺾였구나. 그렇다면 그놈 주변을 하나씩 부수려무나.”
“지금껏 그러려고 했었습니다.”
“파르탈.”
지그펠트의 음성이 차갑게 변한 것을 느낀 파르탈이 조금은 태도를 바꾸며 시선을 들었다.
“자존심 세우는 짓은 멍청한 로드차일드 앞에서나 해.”
“죄송합니다.”
“후우.”
지그펠트가 한숨을 내쉬는 것으로 감정을 가라앉혔다.
“놈을 죽여주면 기운을 낼 테냐?”
파르탈의 고개가 불쑥 들렸다.
“그 녀석! 고작 동양놈 하나 제거한다는 것이 그리 반가우냐?”
“제게 처음으로 실패를 안겨준 놈입니다.”
“너는 몇 가지 실수를 범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놈들을 부렸고, 적들이 뭉치게 만들었으며, 저놈들이 잘하는 방법으로 싸웠지. 그러니 실패를 맛볼 수밖에.”
“예.”
파르탈의 모든 것이 지그펠트에겐 예쁘게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문재현을 먼저 제거해보자.”
“예?”
지그펠트가 커다랗게 웃었다.
“그깟 한국의 대통령 따위……. 그렇게 놈의 주변을 하나씩 자르며 반응을 보면 기분이 좀 풀릴 게다.”
“다 알고 계셨습니까?”
“아직 라노크가 감춘 패를 다 내놓지 않아서 지켜볼 참이었다. 그런데 이쯤에서 네게 용기를 줄 필요가 있겠다.”
파르탈은 기대에 찬 시선을 하고 있었다.
“라노크를 제거하면 놈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미쳐 날뛰지 않겠습니까?”
“그럼 더욱 좋겠지.”
“강찬은 제게 맡겨주시겠습니까?”
지그펠트가 의외란 듯이 보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이 너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다니 네 손으로 그놈의 목을 꺾어주는 것도 좋겠구나. 내가 놈의 주변을 완전히 무너트릴 때까지 잠시 쉬어라.”
“예.”
지그펠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시선으로 파르탈을 바라보았다.
“개미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밟아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개미 따위에 네가 기운을 잃어선 안 돼. 너는 그저 방심했다가 발목을 깨물렸을 뿐인 거다. 제 놈들이 아무리 설쳐봐야 제 놈들끼리 목을 자른 개미일 뿐임을 알려주자꾸나.”
“감사합니다.”
“내가 놈을 네 앞에 놓아줄 테니 놈이 매달릴 때의 눈을 확실히 보아두려무나. 그런 다음, 나를 위해서라도 이제 웃음과 자신감을 찾아다오.”
“예.”
파르탈이 쑥스럽게 웃은 다음이었다.
“녀석! 고작 벌레 따위에 그렇게 기운을 잃다니, 넌 마음이 너무 순수해서 걱정이다.”
말을 건넨 지그펠트가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
아파트 앞에서 김미영이 내렸다.
“덕분에 좋은 추억을 얻었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선물 감사합니다.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 한국 오시면 꼭 연락 주세요.”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인 틈이다.
쭈뼛쭈뼛 나간 김미영이 강철규를 조심스럽게 안았다.
“아빠, 건강하세요.”
강철규의 볼이 꿈틀했다.
“갈게.”
“그래.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김미영이 들어간 다음에 둘이서 다시 차에 올랐다.
호텔로 가는 길이다.
“아침부터 감이 안 좋다.”
강철규가 앞에 달리는 승합차를 노려보는 것처럼 시선을 둔 채로 입을 열었다.
“너도 이런 감각을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긴말 않겠다. 너와 네 주변의 경계를 좀 더 높이는 게 좋겠다.”
강찬은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왜 석강호가 “많이 안 좋은 거요?”하고 묻는지 이해가 갔다.
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감각이 그런 거라서 정확하게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거다.
그러니 굳이 질문할 필요는 없었다.
아침부터 강찬의 느낌 역시 그랬다.
추모원에 들러서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강철규의 말을 듣고 보니 좀 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호텔에 도착해 차를 세운 강찬은 조수석에서 내린 강철규에게 움직였다.
“모레 오전 출국이야.”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입을 열었다.
“몽골 공장과 그곳에 계신 두 분은 걱정하지 마라.”
“상황이 안 좋으면 물러나는 것도 방법이야.”
피식.
강철규가 또 기분 나쁘게 웃었다.
“부원장.”
그리고 직급으로 강찬을 불렀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강철규와 비무장 팀 요원들을 믿어주었으면 좋겠다.”
알지 못할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두 사람 모두 느꼈다. 그것이 어디를 노리는지, 어떤 형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마음 같으면, 할 수 있다면, 지금은 몽골을 폐쇄하고 일단 한곳에 모여 있었으면 싶었다.
불길하게 하필이면 하룻밤을 함께 보낸 날 이런 감각이 느껴지는 걸까?
“들어가마.”
강철규가 몸을 돌렸다.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호텔의 입구로 걸어가는 강철규의 뒷모습이 강렬하게 강찬의 눈에 들어왔다.
불러야 하나?
다시 한 번 정말 위험하면 물러나라고 말해야 하나?
강찬이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서 있을 때였다.
최종일과 우희승이 다가왔다.
“고생했어.”
“하루 쉬는 기분이었습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강철규는 호텔 안으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았다.
“담배 있어?”
최종일이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찰칵.
“후우.”
연기가 삽시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