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70화 (37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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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내 바람도 담고 싶었다.

“아저씨는 무슨 일 하세요?”

강철규가 고개를 돌려 쑥스러움을 이겨낸 낸 김미영에게 시선을 주었다.

“몽골에 짓는 공장 지키는 일을 한단다.”

“예.”

어색하게 답을 한 김미영이다.

그런데 그런 김미영을 보며 강철규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부드럽게’다.

‘독하게, 살벌하게, 날카롭게, 비웃는 것처럼’이 아니라 부드럽게.

강찬은 강철규가 저런 미소를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미영이는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

“저요? 저는 외교관 하고 싶어요.”

“외교관?”

“예.”

강철규의 미소와 질문이 김미영에게 여유를 주었는지 모른다. 아무튼, 그 덕분에 조금이나마 대화가 진행되었는데 아직 남은 서먹한 기가 대화를 또다시 부러트렸다.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하다.

더 뭘 바라겠나?

강찬이 강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그럼 아저씨 가족분들도 다 몽골에 계세요?”

생각하지 못했던 김미영의 질문이 날아왔다.

홱!

강찬이 시선을 돌렸는데 그만 눈빛이 날카로웠던 모양이었다. 그런 게 아니어서 바로 표정을 바꾸었지만, 김미영은 놀라고 당황한 얼굴이었다.

“안사람과 아들이 있었는데…….”

강철규가 재빨리 김미영의 시선을 당겨갔다.

“아들은 아프리카에서 잃었고…….”

강찬이 강철규를 노려보듯 바라보는 앞이다.

햇볕에 드러난 늙은 강철규가 김미영을 위해 힘겨운 말을 꺼내 들고 있었다.

김미영은 그새 붉게 물든 눈을 하고 있었다.

“그 충격으로 안식구도 먼저 세상을 떠났지.”

“죄송해요.”

“모르고 물었던 건데, 그리고 너에겐 어쩐지 알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도 하고.”

김미영이 붉어진 눈을 껌벅이며 감정을 추스르는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잘못한 건가?

그냥 밥을 먹던가 차라도 한잔하고 끝낼걸, 괜히 이렇게 무리해서 두 사람을 괴롭히는 건 아닐까?

“미영아. 아저씨 출출해서 그런데 함께 라면 먹을래?”

“라면이요? 제가 끓여드릴게요.”

“끓인 건 아니고, 아저씨가 만들 테니까 먹을래?”

김미영이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었는데도 일단 답은 “예.”라고 했다. 아무렴 저렇게 물어보는데 ‘저는 라면이 싫어요!’라고 하긴 어려울 거다.

뭐 먹을 게 없어서 펜션까지 와서 라면을 먹겠나.

강철규가 의사를 묻는 것처럼 돌린 시선에 대고 강찬은 고개를 저었다.

강철규가 몸을 일으킬 때였다.

“도와드릴게요.”

강철규를 따라 김미영이 안으로 들어갔다.

염병!

담배 하나 피우면 정신 건강이 더없이 좋아질 것 같았다.

강찬은 시선을 돌려 힐끔 안을 보았다.

강철규가 프라이팬과 식용유를 챙기고, 김미영은 라면 봉지를 뜯고 있었다.

언젠가 강대경, 유혜숙과 함께 갔던 가평의 펜션이 떠올라서, 이렇게 하루쯤 보내지 않으면 평생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 함께 온 펜션이었다.

달랑 밥 먹고, 차 마시는 게 아니라, 적어도 하루쯤은 함께 지내며 셋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걸 알아서, 강철규가 저렇게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평생 안 했을 것 같은 프라이팬과 식용유를 집어 든 걸까?

힐끔.

다시 돌아본 거실에서 김미영이 신기한 것처럼 프라이팬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라면을 기름에 튀겨?

라면땅이냐?

그럴 거면 사 먹고 말지.

강찬이 다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났을 때였다.

강철규와 쟁반을 든 김미영이 밖으로 나왔다.

피식.

정말 조각낸 라면을 노릇하게 기름에 튀겨왔다.

모르나 본데 라면은 그냥 부숴 먹거나, 분말 수프만 살짝 뿌려 먹는 게 최고인 거다.

“먹어봐. 정말 맛있어!”

확 얼굴을 돌리고 싶었다.

그런데 김미영은 무슨 죄가 있어서 저럴까 싶었고, 아까 본의 아니게 노려본 것이 미안해서 강찬은 손을 뻗었다.

오도독.

뭐야?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맛이…… 그냥 웃음이 나오는 맛이었다.

“맛있지?”

강찬은 웃으며 한 조각을 더 들었다.

오도독. 오독.

셋이서 라면을 집어 손바닥으로 받쳐가며 먹었다.

“아저씨, 이건 어디서 배우신 거예요?”

“전에 군대에 있을 때, 이게 최고의 간식이었거든. 그때는 기름을 이렇게 많이 쓰지는 못했지.”

서너 번 먹으니까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보조를 맞추려니 손을 멈추기가 뭐했다.

하기야 라면 두 개 부순 걸 셋이 먹는 건데 그거쯤이야.

아무튼, 다 먹었다.

제라르나 석강호가 떠오르는 맛까지는 아니었다.

또 어색함이 돌아올 시간이구나 싶을 때였다.

“둘이서 산책이라도 하고 오지?”

강철규가 강찬과 김미영을 번갈아 보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하긴, 이렇게 셋이 있어서 뭐 하겠나.

“미영아. 저기 강가에 가볼래?”

“응!”

희한하게 강한 김미영 특유의 답을 들은 강철규가 또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담았다.

영감이 하던 대로 하지.

“가보자. 갔다 올게……요.”

강찬이 일어섰고, 김미영이 움직였다.

“다녀오겠습니다.”

강철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펜션 건물의 옆을 돌아 차를 세운 곳으로 움직여서 다시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서 강찬이 손을 뻗었다.

그저 뻗기만 했다.

김미영이 손을 내밀어 강찬의 손을 잡았다.

햇살이 물살에 부서져 반짝이는 오후다.

강찬은 길을 건너기 위해 좌우를 살폈다.

“건너자.”

2차선 도로를 건너자 강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강물이 주는 특유의 비린내를 맡으며 강가를 걷는 동안에도 강찬은 김미영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직 어리잖아.”

김미영이 강찬을 바라보았다.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강찬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손잡고 함께 지냈으면 싶어.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일들을 함께 이겨나가고, 그래서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손을 잡고 있었으면 싶어.”

얘는 왜 이렇게 자주 눈이 붉어지는 거지?

강찬이 돌아본 곳에서 김미영이 붉어진 눈을 하고 있었다.

“우리 그렇게 하자.”

“응!”

“내가 끝까지 곁을 지켜줄게. 나중에 외교관 돼서 꼭 남편 덕이라고 말해줘.”

김미영이 묘한 미소를 그려냈다.

여자들만이 지을 수 있는, 눈과 온 얼굴에 사랑이 가득 담긴 그런 눈이었다.

바람이 김미영의 머리칼을 쓸고 지나갔고, 강에 닿아 부서진 햇살이 조명처럼 김미영을 비췄다.

저 건너편에 요원들이 잔뜩 있을 거고, 흥미진진한 눈과 표정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 거다.

강찬은 김미영의 손을 천천히 당겼다.

그리고 부드럽게 안았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도 그럴 일이 많을 것 같아서 그것도 미안해.”

김미영이 팔을 돌려 강찬의 허리를 안았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다.

내 사람.

잠시 시간이 흘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잡고 강을 걸었다.

가끔은 맞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었고, 혹은 고개를 돌려 눈을,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름에 수상스키를 타는 곳인 듯한 선착장까지 온 강찬은 걸음을 멈췄다.

건너편 산의 반경을 넘어서는 거라서 아무래도 위험한 느낌이었다.

“이제 가자.”

“응.”

김미영과 함께 왔던 길을 돌아서 걸었다.

“아저씨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일 때문에 만났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 아버지 같은 분? 내겐 그런 분이야.”

김미영이 확인하는 것처럼 강찬을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불편할 거 아는데 그래도 너를 꼭 소개하고 싶었어.”

“난 괜찮아.”

다시 말이 끊겼다.

강에서 올라와 도로를 건넜고, 펜션의 진입로로 올라갔다.

주차장에서 마주 보고 웃은 다음 손을 놓았다.

강철규 앞에 둘이 손잡고 가는 건 좀 그랬다.

이 영감은 뭐하나?

옆길을 돌아 펜션의 마당으로 들어섰을 때 강철규는 탁자에 앉아 부엌칼을 들고 있었다.

닭이라도 잡았나?

그는 무언가를 깎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김미영이 인사에 강철규가 시선을 들었다.

저 인간이 우리가 오는 걸 이제 알았을 리는 없으니 일부러 모른 척했던 걸 거다.

“뭐 하세요?”

김미영을 본 강철규가 또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만난 기념으로 뭘 하나 주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가진 게 없어서…….”

강철규가 엄지손가락 절반 크기의 조각을 김미영에게 건네주었다.

“와! 이걸 직접 깎으신 거예요?”

“위에 구멍을 내면 끝나긴 하는데 마음에 드니?”

“그럼요! 이거 정말 저 주시는 거예요?”

강철규가 미소 짓는 틈에 김미영이 조각을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강찬은 강철규가 깎은 조각을 보았다.

놀랐다.

이 영감에게 이런 손재주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었다.

그런데 조각물이 좀 섬뜩했다.

그것도 여자애에게 선물하기는.

기다란 검을 뱀이 감고 있는 모양은 특수팀이 팔뚝에 하는 문신에나 어울리는 거다.

혹시?

강찬은 고개를 들어 강철규를 보았다.

“수호신이네?”

강철규가 고개를 먼저 끄덕였다.

“네가 잘 지켜주겠지만, 거기에 내 바람도 담고 싶었다.”

강철규가 강찬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다.

강가를 걷고 오는 동안, 주운 나무토막을 부엌칼로 깎으며 저 영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키지 못한 아들과 부인, 그래서 강찬만큼은 김미영을 제대로 지켰으면 했던 걸까?

혹시 강찬이 없을 때면 이 조각이라도 김미영을 지켜주길 바라면서?

강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각을 김미영에게 건네주었다.

“마음에 든다면 마무리를 할까 하는데 정말 괜찮겠니?”

“전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힘드신 거 아니에요?”

강철규가 빙그레 웃고는 조각물을 받았다.

“시아기 좀 하고, 기름을 먹여 놓으면 내일 아침쯤 완성될 거다.”

“시아기요?”

“아! 마무리라고 해야 하는 건가?”

“기름도 먹여요?”

“그렇게 하면 훨씬 단단해지고 오래간단다.”

강철규와 김미영은 조금이나마 편해진 얼굴이었다.

뻘쭘하게 있기 싫으니까.

강찬은 한쪽에 놓인 바비큐 틀을 들어 테이블 옆으로 옮기고 숯을 들었다.

“나는 뭐할까?”

“채소를 좀 씻어줄래?”

“응!”

김미영이 기쁜 얼굴로 들어갔다.

강철규는 부엌칼로 작은 조각을 다듬고, 강찬은 그 옆에서 숯에 불을 붙였다.

“내일 몇 시쯤 올라갈 거냐?”

“아침 먹고 바로 가려고. 왜?”

“그냥 물어봤다.”

저 영감이 그냥 물어봤을 리가 없지만, 묻는다고 답을 할 리는 더더욱 없다.

그래서 강찬은 하던 일을 계속했다.

매캐한 연기가 신난 미친년처럼 마당을 뛰어다녔다.

삭삭삭삭삭삭삭.

당근이나 감자 껍질을 벗기는 것처럼 강철규가 조각물에 대고 빠르게 칼을 놀렸다.

저 길로 나섰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모습이었을지 모를 정도로 뛰어난 솜씨였다.

숯에 불이 붙었다.

“얼마나 더 걸려?”

“기름만 먹이면 되니까 금방 끝난다.”

불붙는 숯을 향해 나무판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강찬을 두고 강철규가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숯에서 불을 붙여 피우는 담배 맛이 또 죽여주는데.

강의 맞은편에 있는 산꼭대기에 해가 걸렸다.

그래서 숯에 얼마나 불이 붙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강찬은 펜션 건물로 향했다.

고기를 가져올 참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강철규와 김미영이 함께 상추와 깻잎을 씻고 있었다.

기가 막히다.

강철규가 상추를 씻고 있는 모습이,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특수팀 영감이 채소를 씻고 있는 거다. 하긴, 국가정보원 부원장에 프랑스 정보총국 부총국장이 숯을 피우고 고기를 가지러 온 마당이니, 뭐.

‘뭔 고기를 종류별로.’

냉장고에서 고기를 꺼내 든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왕이면 소고기다.

그래서 강찬은 ‘한우 등심’이란 딱지가 붙은 고기와 가위, 집게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털썩.

고기를 불판에 올려놓을 때쯤 강철규와 김미영이 나왔다.

채소, 고추장, 젓가락, 그릇, 그리고 물병 정도다.

“밥은 어떻게 해?”

“즉석밥 있던데 그거 먹자.”

“레인지에 돌려올게.”

“할 줄 알아?”

김미영이 장난처럼 입술을 내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철규는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유치원에서 간식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강찬이 굽는 고기를, 테이블에 놓인 음식들을 바라보면서.

고기를 뒤집자 하얀 연기와 함께 냄새가 좀 더 강하게 풍겼다.

불이 너무 세다.

숯이 좀 잠든 다음에 구웠어야 하는데 너무 센 불에 고기를 올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니겠나.

강찬은 고기를 적당하게 잘랐다.

그런 다음,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들어서 강철규의 접시에 올려주었다.

“먹어봐.”

강철규가 마른침을 삼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이런 때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받아주면 좋을 텐데…….

강철규가 젓가락을 들어서 고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강찬이 다 익은 고기들을 불판의 가장자리로 옮길 때였다.

“지난번 불고기만큼 맛있다.”

강철규의 평가가 날아들었다.

강찬은 묵묵하게 고기를 뒤집었다.

이상하게 강철규의 말이 가슴을 후비는 느낌이어서 다른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김미영이 쟁반에 밥 세 그릇과 김치를 가지고 왔다.

“맛있겠다.”

애써 밝은 척, 그리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애쓰는 김미영 앞에서 우중충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

강찬은 빈 접시에 고기를 담아서 테이블에 놓았다.

강찬이 바라보자,

“먹자.”

강철규가 젓가락을 움직였고,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김미영이 강찬과 함께 고기를 집었다.

고기 맛은 나쁘지 않았다.

숙연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지랄이지.

이런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이해하고 적응하기에 김미영은 너무 어려서, 그게 그냥 미안했다.

산으로 해가 넘어가면서 어둠이 빠르게 주변을 삼켰고, 그만큼 바람이 차갑게 다가왔다.

일찍 먹길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더 구울까?”

강찬의 질문에 강철규와 김미영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식사가 끝난 것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달그락. 달그락.

강철규와 김미영이 그릇들을 담아서 안으로 들어갔고, 강찬은 고기 판을 정리하고 남은 숯을 몽땅 부어서 불을 더 피웠다.

붉게 피어난 불빛, 그리고 그 사이로 피어오르는 파란 불길, 온기, 숯 특유의 냄새.

“후우.”

담배만 빠졌다.

그렇게 대강 치우고 났을 때였다.

김미영이 쟁반을 들고 강철규와 함께 나왔다.

머그잔이 세 개.

종류는 낮과 같았다.

아직 밤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자고 일어나서 또 밥을 먹어야 한다.

그냥 올라가자고 해?

“아저씨. 저요.”

강찬의 생각을 테이블에 앉은 김미영이 붙잡았다.

“아저씨 말고 아빠라고 부르면 안 돼요?”

강찬도 강철규도 말문이 막힌 것처럼 김미영을 바라보았다.

“찬이가 아까 그랬어요.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그래서 저도 그렇게 부르고 싶어요.”

강철규가 이상하게 눈을 껌벅였다.

잠시의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그렇게 불러주면 고맙지.”

“그럼 그렇게 부를게요.”

“고맙다.”

“아니에요. 저런 선물도 주셨는데요.”

타악. 타닥. 탁.

“고맙습니다, 아빠.”

햇볕이 사라진 대신 숯불이 강철규의 얼굴에서 주름을 들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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