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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68화 (36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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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대사관을 나온 강찬은 사무실로 향했다.

정보총국 감찰국장? 부총국장 지위?

팔에 달린 직급이 높을수록 죽을 구덩이가 바글바글한 곳이 정보국의 세상이다.

라노크가 제안했던 자리가 감찰국장이다.

기존의 간부를 제거하는 동안, 제라르가 어떤 위험에 빠질지는 사흘 금연한 골초의 주둥이에 불붙인 담배를 물려준 것보다 더 분명한 일이었다.

외로워서 온 제라르에게 과연 이걸 권해도 되는 걸까?

놈이 ‘어떻게 할까요?’ 하는 질문을 던지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가슴이 답답해서 당장은 사무실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창밖으로 시선을 두었던 강찬은 고개를 돌렸다.

“저 앞 사거리 커피 전문점에서 잠깐 세워줘.”

“예.”

강찬의 분위기를 충분히 알아채는 세 사람이다.

이두희가 차를 한쪽으로 세우는 동안, 최종일이 빠르게 무전을 보냈다.

“최종일. 내가 전화해 놓을 테니까 가서 제라르 좀 이리 데려다줘.”

“대기하던 요원들이 따로 있습니다. 그중 한 팀을 보내겠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최종일의 판단을 따르면 되는 일이다.

테라스에 자리 잡았다.

그런 다음, 강찬은 전화기를 꺼내 제라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이 새끼는 원래 좀 장난기가 있긴 하다.

“날씨 좋다. 커피 마시게 나와라. 요원들 보냈으니까 도착하는대로 함께 와.”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기분 좋은 음성으로 답을 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본능적으로 저격이 가능한 자리들을 날카롭게 살폈다. 그런데 시선을 돌릴 때마다 주변에 깔린 요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염병!

그냥 사무실로 갈 걸 괜히 이랬나?

비싼 양복, 얼굴에 붙인 밴드, 그리고 그 주변에 난 자잘한 상처들, 테라스를 감싸듯이 앉은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

손님들이 강찬을 힐끔거렸다.

미안하다. 미안해.

너희들 커피 마시는데 분위기 깨서 미안한데 가끔은 나도 이런 곳에서 제라르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는 거다.

골목에 점퍼 차림으로 서성이는 요원들, 안쪽 주차장의 승합차에 대기한 요원들이 있다는 거?

알고는 있는데, 제라르를 홀로 보내는 것이, 죽을 위기에 빠져도 곧바로 돕지 못할 곳을 권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이러는 거니까, 이번은 그냥 좀 이해해주라.

강찬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찰칵. 찰칵.

바람이 불어서 손으로 가리고서야 겨우 불을 붙였다.

“후우.”

강한 대한민국.

1조 달러가 들어오고, 유라시아 철도 연결, 차세대 에너지 시설이 지어지면 어느 정도 이뤄진 걸 거다.

지금도 대학까지는 전액 무료, 일정 나이 이상 되는 국민의 의료비는 전액 국가가 지불한다고 들었다.

이 정도면 이제 손을 놓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지내도 되지 않을까?

강찬이 담배를 커피 찌꺼기가 가득 담긴 컵에 꽂아 넣을 때였다.

도로에 익숙한 승합차가 멈추더니 제라르가 내렸다.

단단한 체형, 곱슬 거리는 금발, 오뚝한 코, 깊고 파란 눈.

정장에 셔츠를 입은 제라르가 강찬을 보며 얼굴을 우그러트리는 것처럼 웃었다.

얼굴에 붙인 밴드며 상처가 강찬과 다를 바 없는데 이상하게 분위기는 달랐다.

커피 전문점에 있던 손님들이 강찬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의미의 시선으로 제라르를 살폈다.

“어쩐 일입니까?”

“그냥 커피 한잔 생각나서 불렀다. 날씨도 좋고. 앉아.”

“주문은요? 제건 제가 할 겁니다.”

“그럼 내 것도 좀 사와.”

“알겠습니다. 초이? 커피?”

제라르가 주문대로 움직인 다음이었다.

“어쩌면 콧소리가 저렇게 매력적일 수가 있니?”

안쪽에서 여자애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바라보고 싶지도 않다.

샘내는 거 아니다.

김미영 보기도 바쁘다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장.”

잠시 뒤에 제라르가 커피 몇 잔을 가지고 와서 강찬과 최종일 테이블에 놓아주었다.

털썩.

제라르도 사무실이 답답했었던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는 모습과 표정이 꼭 그랬다.

“무슨 일입니까?”

“담배부터 피워.”

강찬이 좋은 거라도 된다는 것처럼 권하자, 제라르가 담배를 들고 불을 붙였다.

“좋지 않냐? 오랜만에 여기 앉으니까 너랑 다예가 생각나더라.”

“역시 내가 한국에 잘 온 겁니다.”

강찬은 맥 빠지는 것처럼 웃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한 사람은 커피를 홀짝이고, 한 놈은 담배를 피워대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자! 담배 다 피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어떻게 알았냐?”

“대장 이마에 커다랗게 쓰여 있습니다.”

하긴, 반대로 제라르가 이렇게 불렀다면 강찬도 금방 눈치챘을 거다.

강찬은 표정을 바꾸고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정보총국의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할 계획이란다. 감찰국장이 그 일을 맡게 되는데 직급은 부총국장이라고 들었다.”

제라르가 강찬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참에 문제가 있는 간부들을 제거하고 정보총국을 우리 손에 넣으라는 말도 있었다.”

“저보고 그 감찰국장을 맡으라는 겁니까?”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 했다.

“대장 생각은요?”

이럴 것 같았다.

이렇게 물어볼 것 같아서 내내 고민했었다.

“죽을 고비가 드글드글할 거다. 네가 판단해.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라면 여기서 지금처럼 나와 함께 지내.”

“그래서 대장 생각은요?”

“알아서 판단하라고.”

제라르가 픽 하고 웃으면서 담뱃재를 털었다.

“어떻게 할까요? 정보총국 부총국장을 할까요? 아니면 대장 옆에서 이렇게 함께 지낼까요?”

이게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은가?

강찬이 웃음기를 지우고 시선을 든 순간이었다.

“대장. 어디까지 할 생각입니까? 이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난 그냥 여기서 지내겠습니다. 하지만 대장이 원하는 게 이보다 더 큰 다른 거라면 프랑스로 움직이겠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대장이 원하는 게 뭡니까?”

제대로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무식한 제라르에게, 말로!

“그런데 내 옛날 1년은 상관없답니까? 정보총국이라면 틀림없이 태클 걸었을 텐데요?”

“그런 거 상관없다더라. 지금은 믿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던데?”

제라르가 대강 짐작하겠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이 나를 믿어주니까 그 부분은 더 말하지 않겠다, 뭐 그런 겁니까?”

“제라르.”

“Oui.”

강찬이 나직하게 부르자 제라르가 빠르게 답을 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내가 고민한 건 딱 한 가지다. 네가 그리 가는 게 너에게 좋을까, 아닐까. 내 옆에서 함께 지내는 것과 정보총국의 부총국장이 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너에게 더 좋은 일일까? 그게 전부다.”

“대장.”

“말해.”

“그렇다면 저는 이곳에 있겠습니다.”

강찬은 웃음을 터트리며 커피잔을 들었다.

혼자 했던 고민이 멍청하게 느껴질 만큼 명쾌한 답을 듣고 나자 손에 든 커피잔에 사이다가 가득 든 느낌마저 들었다.

“어후! 속이 다 후련하다!”

“설마 대장이 이런 거로 고민했단 말입니까?”

“이상하게 고민이 되더라고.”

“안 갑니다.”

“알았다니까!”

이렇게 다짐한 일을 강찬이 바꾸는 법은 없다.

제라르가 편해진 얼굴로 화제를 바꾸었다.

“다예가 제법 사람 됐던데요?”

“뭔 소리야?”

“장례식장에서 보니까 전하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 대장이나 다예의 얼굴이 기억도 안 납니다.”

“나도 그렇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결국 옛날이야기를 끌어왔다.

과거 아프리카에서의 전투, 다예가 죽을 뻔했던 일, 그리고 다시 만나 함께 했던 쿠드스와의 전투, 아프가니스탄에 지원 올 때 제라르의 심정까지.

그 끔찍했던 전투의 한 중간이 이렇게 둘이 있을 때면 추억의 탈을 쓰곤 한다. 당연하게 누굴 어떻게 죽였는가를 떠드는 게 아니라, 그때 탄알이 떨어졌을 때 죽는 줄 알았다던가, 증평의 특수팀이 이러저러한 면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대장은 상처가 확실히 빨리 낫습니다.”

“지난번에 말했잖아.”

“이거 손해 보는 느낌인데요?”

별것 아닌 화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행인, 어디선가 풍겨오는 음식 냄새.

이런 게 얼마 만인지, 한국에 온 제라르에게 서울 구경 한번 제대로……, 서울 관광 한번 제대로 시켜주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저녁에 약속 있습니까?”

“누굴 좀 만나보려고.”

제라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강찬을 보았다.

“끝나는 대로 들어갈 건데 너는 어떻게 할래?”

“그럼 전 미쉘하고 저녁 먹을까요?”

“그래라.”

강찬이 답을 하고 난 다음이었다.

“대장. 샤흐란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라르가 나직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약 기운으로 버텨서 아직 의식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며칠 더 두고 보다가 스미든이 퇴원할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면…….”

강찬의 눈빛을 본 제라르가 비슷하게 눈빛을 번득였다. 이번만큼은 다시 문제가 일어나지 않게 뒷마무리를 확실히 할 생각이었고, 그걸 알아차린 거였다.

제라르가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찾더니 통화 버튼을 눌렀다.

강찬이 바라보는 앞이다.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던 제라르가 입을 열었다.

“밥 먹읍시다.”

하마터면 옆에 석강호가 앉아있는 줄 알았다.

콧소리가 멋진 프랑스 말을 지껄이면 뭐하나?

내용이 이 지랄인데.

하여간 멋대가리 없기는!

“그냥 좀 따지지 말고 먹으면 안 되는 거요? 그래서 바쁜 거요? 아니면 같이 저녁 먹을 수 있는 거요?”

에효! 하는 꼴을 보니 사무실에서 저녁 먹겠구나!

강찬이 고개를 저을 때였다.

“지금 갈 거니까 준비하쇼. 전화하면 바로 내려오고.”

제라르가 약속을 잡은 것처럼 말을 던지고 있었다.

“대장은 선약이 있는 모양이오. 한 15분쯤 걸려요.”

전화기를 내린 제라르가 단박에 종료 버튼을 눌렀다.

“밥 먹기로 했습니다.”

“너 미쉘이랑 밥 먹기 싫은데 억지로 전화한 거냐?”

“그럴 게 뭐 있습니까? 그냥 말도 통하고 편하니까 함께 먹는 거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전화를 해?”

제라르가 알아듣지 못한 것처럼 눈을 껌벅였다.

이런 놈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얼른 가 봐라. 15분쯤 뒤에 보기로 했잖아.”

“예! 그럼 먼저 일어납니다.”

“그래.”

자리에서 일어난 제라르가 최종일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승합차로 움직였다.

다음은 강찬의 차례였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어서 김미영의 번호를 찾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들리는 동안이었다.

묘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피식.

강찬이 숨을 들이마실 때였다.

[“여보세요?”]

김미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야.”

[“응!”]

이거야 원! 바실리 흉내를 내는 것도 아니고.

좀 더 부드럽게!

제라르와는 다르게!

“밥 먹을래?”

[“지금?”]

“바빠?”

[“아니! 어디로 가면 돼?”]

“지금 어딘데? 내가 데리러 갈게.”

[“나 지금 집 앞에 거의 다 도착했어. 이리 오는데 얼마나 걸려?”]

“15분이면 될 거야.”

잠시 멈칫하는 느낌이었다.

[“1시간쯤 뒤에 만나면 안 돼?”]

그리고 김미영의 말이 들렸다.

“곤란한 일 있으면 다음에 봐도 돼.”

[“그런 거 아냐.”]

목소리는 확실히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래. 그럼 1시간 뒤에 아파트로 갈게.”

[“응!”]

모처럼 기분 좋은 대답을 들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많은 요원들을 이끌고 김미영과 저녁을 먹을 곳이라?

아직 한 시간이 남았다.

강찬은 모처럼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경호를 서는 요원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김미영을 만나러 갈 참이라 대강 한 시간을 커피 전문점에서 보내기로 했다.

멀리서 피어난 피처럼 붉은 노을이 서쪽 하늘을 물들였고, 건물의 유리창을 차지했다.

강찬은 멀리 있는 하늘에 시선을 두고 움직일 줄 몰랐다.

잘들 있어?

지켜주지 못한 병아리, 먼저 떠난 대원들.

아프리카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리비아에서, 북한 땅에서 잃은 그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고집스럽게 버티던 최성곤, 날카로운 눈매의 황기현, 대한민국을 사랑하느냐고 묻던 송창욱.

보고 계세요?

이 정도는 만들었는데 다음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염병!

모처럼 한가해지니까 별!

강찬은 시선을 내린 다음, 최종일을 찾았다.

“잠깐만.”

“예.”

최종일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모르는 이들이 보면 딱 잘나가는 깡패 아들이 조직원과 함께 커피 전문점 테라스에 죽치는 꼴이었다.

“요원들이 불편하더라도 오늘은 미영이하고 저녁을 먹을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미리 알려주는 게 좋다. 그래야 무작정 뒤따르는 수고라도 덜어줄 수 있다.

“장소는 생각해 둔 곳이 있으십니까?”

“글쎄? 그냥 집 근처에서 먹을까 하는데? 메뉴도 아직 못 정했고. 아! 그리고 펜션 하나만 예약해 줘.”

“펜션 말씀이십니까?”

“응. 펜션. 내일 묵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좀 조용한 곳으로.”

최종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려 애쓰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펜션 좀 가겠다는데 그런 얼굴을.

조용히 갈 수 있었다면 이런 부탁 절대 안 하는 건데.

얼추 시간이 됐다.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종일과 함께 차로 움직였다.

아차!

김미영을 만나면 어떻게 움직이지?

이렇게 이두희가 운전하는 차를 탄다고?

강찬은 입맛을 다셨다.

천상 아파트 근처의 식당까지 걸어서 가는 게 제일 좋겠다.

이상하게 가슴이 설렜다.

아마 전에 살던 곳이라 그런 걸 거다.

얼마 걸리지 않아서 아파트의 입구에 내렸다.

양쪽에 커다란 기둥을 세운 아파트 정문을 들어서자 낯익은 건물들이 보였다.

강찬은 습관처럼 벤치를 보았다.

김미영이 강찬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웃음이 나왔다.

어색한 것 같기도 하고, 반갑고, 또 뭐 그랬다.

“미영아!”

“응!”

김미영이 전처럼 깡충거리지는 않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얼굴이 왜 그래?”

“이거? 그냥 좀 다쳤어.”

김미영이 강찬의 얼굴을 살피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주쳤다.

이 녀석은 그새 또 컸다.

“많이 아팠겠다.”

“괜찮아. 밥 먹으러 가자. 뭐 먹고 싶어?”

왜 1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지 이제 알았다. 그사이 씻고 옷을 갈아입은 모양이었다. 물기 묻은 샴푸 냄새, 아직 촉촉하게 남은 얼굴의 윤기를 보고 알았다.

“난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미영아, 그럼 우리 걸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식당에서 먹자. 어때?”

“좋아.”

강찬이 몸을 돌리자 김미영이 곁을 걸었다.

“학교생활은 어때?”

“그냥.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는 시간이었다.

“찬아.”

김미영이 이름을 부르면 이상하게 적응이 잘 안 된다.

내내 보고 싶다가도 이 녀석이 이렇게 ‘찬아.’ 하면 뭔가 막냇동생을 만나는 느낌으로 바뀌어버리는 거다.

오빠라고 부른 게 아니라 이름을 부른 건데 말이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미영이 입을 열었다.

“우리 돈가스 먹어.”

“돈가스?”

“응! 일본식 돈가스.”

이게 좀 그런데, 김미영이 말하는 돈가스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었다.

인생 참 서글프게 살았다.

많이 비싼 것도 아닌데.

“아는 데 있어?”

“응! 여기서 조금 더 걸으면 돼. 괜찮아?”

“그러자.”

강찬은 김미영이 말한 방향으로 걸었다.

걸음을 걷는 만큼 어둠이 짙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시간이 났어?”

“응. 사실 부탁할 것도 하나 있어.”

“부탁?”

“밥 먹으면서 얘기해도 돼.”

염병!

대화가 또 끊겼다.

전화 때는 이렇게까지 어색하지 않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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