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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좋은 공부가 될 거다.
민간항공기를 이용해 카불을 떠난 강찬 일행은 오후 5시쯤, 성남 공항에 도착했다.
커다란 덩치의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용해 땅에 내려앉았고, 이어서 본관 건물 앞에 멈췄다.
트랩과 간이 승강기를 짊어진 자동차와 의장대가 트랩과 화물칸 앞에 엄숙하게 자리 잡는 사이,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
훅하고 달려든 바람, 공항을 뒤덮은 오후의 햇살이 이곳이 한국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강찬이 가장 앞에서 내렸다.
비행기에 두었던 사복 차림이었다.
“고생했습니다, 부원장.”
뜻밖의 환대였다.
대통령 문재현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비행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그의 한 걸음 뒤에 전대극과 고건우, 김형정, 수행원들이 있었다.
문재현은 강찬의 얼굴에 박힌 상처들에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는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전과 다름없이 손을 꼭 잡아줄 뿐이었다.
강찬은 문재현의 곁에 서서 내려오는 대원들을 소개했다.
“국가정보원 석강호입니다.”
“고생했습니다.”
석강호가 공손하게 문재현의 손을 잡은 뒤에 화물칸 앞으로 움직였다.
“프랑스 외인부대 지원팀 제라르 드 미르미에입니다.”
프랑스 놈이 허리를 숙이며 악수한다.
“국가정보원 특수팀 요원, 최종일입니다.”
“고생했습니다.”
이어서, 우희승, 이두희가 내렸고, 다음으로 차동균이었다.
“대위! 차동균!”
“애 많이 썼습니다.”
이번엔 차동균이 문재현의 곁에 서서 대원들을 소개했다.
“증평 특수팀 중위 윤상기입니다.”
“중위! 윤상기!”
“고생 많았습니다.”
그리고는 내려오는 대원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그동안 강찬은 고건우, 전대극, 김형정과 인사를 나누었다.
“며칠 있다가 시간 좀 내라. 밥 한번 먹자. 얼굴 잊어버리겠다.”
전대극이 나직하게 말을 건네는 사이, 정원민이 내려와 인사하고는 606대원들을, 강명구가 대테러 팀 요원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환대가 대원들에게는 가슴에 달아주는 훈장만큼이나 값진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통역 대원이 내렸다.
그런데 그는 문재현 앞에서 멈칫거렸다.
문재현이 그의 잘려나간 손가락을 보고는 손을 더 길게 내밀었다. 그리고는 주춤거리며 내민 통역대원의 손을 잡고는 왼손으로 덮었다.
“고생했습니다. 이 수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알고 보면 아프리카, 리비아, 이번에 아프가니스탄까지 힘겨운 전투를 모두 이겨낸 역전의 용사인 거다.
통역대원의 온 얼굴이 사명감으로 가득했다.
이어서 부상자들이 내려왔다.
“고생했습니다.”
문재현은 곽철호를 시작으로 부상자들까지 하나씩 다독였다.
대기하던 구급차가 그들을 먼저 태우고 출발했다.
문재현이 몸을 돌렸고, 다 같이 화물칸 앞으로 움직였다.
하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한 의장대가 화물칸의 좌우에 서 있었다.
강찬은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쿠으으응.
화물칸에 설치된 승강기가 먼저 비무장 팀 대원의 시신을 내렸다.
“차렷!”
착!
카키색 상의, 하얀 모자, 하얀 마스크, 하얀 장갑, 그리고 흰색 바지를 입은 의장대 대원들이 내려오는 시신을 향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경례!”
차-악!
시신을 향한 경례는 확실히 느리게 손이 움직인다.
“바로!”
그리고 그만큼 천천히 내린다.
“의장대 예우!”
의장대 대원 여섯 명이 움직여 비닐 주머니에 담긴 시신을 철제관에 담았다. 이후에 시신을 제대로 수습한 다음에야 나무관으로 옮긴다.
펄럭.
앞쪽에서 기다리던 두 대원이 태극기를 맞들어 관을 덮었다.
“의장대 들어!”
덜컥.
대원들이 각을 맞춰 천천히 관을 들었다.
이런다고 죽은 대원이 살아오지는 않는다.
저 대원의 가족과 그를 아는 이들의 슬픔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라를 위해, 태극기를 위해 희생한 대원들에게는 반드시 갖춰야 할 예우였다.
“의장대 이동!”
의장대원들의 다리가 마치 하나로 묶인 것처럼 천천히 움직여 준비된 차량으로 관을 옮겼다.
버려지듯 해체되었던 팀이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희생된 뒤에도 최소한의 예우를 받는 거다.
지켜보는 강철규와 비무장 팀 대원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비무장 팀 대원의 시신이 수습된 다음, 이어서 606대원들의 시신이 내려왔다.
“차렷!”
착.
“경례!”
차-악.
하얀 장갑을 낀 대원들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바로!”
차-악.
저 대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저 대원들의 희생이 있어서 얻어낸 성과였다.
“의장대 예우!”
입가에 밥풀과 미숫가루를 묻힌 모습으로 허무하게 죽은 대원들이 있어서, 이 싸움에서 이겼다.
펄럭!
태극기가 관을 덮은 다음이었다.
“의장대 들어!”
대원들이 관을 잡았고,
“의장대 이동!”
천천히 움직였다.
그렇게 희생된 대원의 시신을 모두 수습하고서야 강찬은 다시 문재현의 앞으로 움직였다.
“부원장.”
문재현이 붉어진 눈으로 강찬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았다.
“오늘 부원장과 대원들이 보여준 수고를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그가 놓고는 몸을 돌렸고, 전대극이 눈짓을 하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부원장. 나도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남은 일들은 김 팀장과 의논하면 됩니다.”
고건우 역시 손을 내밀어 강찬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준 뒤에 몸을 돌렸다.
“출발하셔도 됩니까?”
김형정은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얼굴이었다.
“부탁드린 일은요?”
“두 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쯤 준비가 끝났을 겁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곳에서 해산한다. 다들…….”
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강찬을 바라보는 앞이다.
“더할 수 없이 훌륭하게 작전을 마쳤다. 고생했다.”
강찬의 말에 따라 증평의 특수팀, 606, 대테러 팀이 각각 기다리던 차량을 향해 움직였다.
비무장 팀은 역시 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버스 세 대가 출발하고 난 다음이었다.
본관 건물 뒤에서 승용차와 승합차가 달려왔다.
“같이 가시게요?”
“그럴까 하는데 싫으십니까?”
이 양반은 넉살이 자꾸 는다.
강찬은 석강호, 제라르, 김형정과 함께 승합차에 올랐다.
최종일 등은 승용차에 탔다.
“방지병원으로 갈 겁니다. 유 원장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락하셨어요?”
“오랜만에 본다고 반가워하시던데요?”
강찬이 피식 웃는 동안 자동차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방지병원에는 이미 요원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1층의 진료실로 향했다.
“어후!”
유헌우는 강찬과 제라르의 상처를 보고는 늘 보이던 반응을 늘어놓았다.
이젠 치료실에 봉지 커피까지 준비해 놓았다.
핀셋으로 상처를 뒤적거린 유헌우가 말아놓은 붕대를 끄집어냈다.
투둑. 투두둑.
이럴 땐 정말 미치고 팔짝 뛴다.
틈으로 살이 붙어 있는 붕대를 뜯어내는 것은 말 그래도 생살을 찢는 고통인 거다.
“끄응.”
두 번째 상처에서 붕대를 꺼낼 때 옆에 있던 제라르가 신음을 뱉어냈다.
애새끼가 엄살은!
세 시간에 걸친 치료가 끝났다.
“적어도 이틀은 입원해야 합니다.”
“가봐야 할 곳이 있어요.”
유헌우가 할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젓고는 주사를 하나 더 놓아주었다.
“약 꼭 제시간에 드시고, 술은 절대 안 됩니다.”
“예.”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뚱이에 새로 꿰맨 자리만 여섯 곳이 넘었다.
***
노모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제단 위에 놓인 아들의 얼굴만 보았다.
뭐가 좋아서 그런 미소를 짓는지.
쓸모없는 늙은이를 두고 왜 저렇게 어린 녀석을?
장성에 사는 외삼촌이 올라온다고는 했는데 아직 상가는 썰렁했다.
아비 정을 모르고 불쌍하게 자란 아들이다.
몸이 빨라서 나쁜 길로 빠질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아들은 밤에 끙끙대는 노모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미안해서 어찌끄나. 에미가 못나서, 에미가 못 배워서 널 죽였꼬만.”
미안했다.
조금만 잘난 부모였으면 이리 험한 일 하지 않게 했을 거고,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마지막 가는 길을 이렇게 썰렁하게 만들지도 않았을 거다.
함께 장사하던 아낙네 서너 명이 도와주러 왔고, 아들의 동료라는 이들 몇 명.
그들이 전부였다.
달랑 하나 서 있는 화환이 유독 쓸쓸해 보이는 상가였다.
노모는 이상하게 그 빈자리가 아팠다.
살아서도 제대로 못 키운 자식을 죽은 뒤에도 허술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안타깝고 미안했다.
“얼마나 아팠을꼬, 내 새끼!”
노모가 꺽꺽대는 울음을 삼켰다.
이상하게 안에 맺힌 설움이 터지질 않고 가슴을 꽉 막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르르르.
시커먼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비슷한 복장을 한 여자들이 들이닥쳤다.
‘오매!’
뭐가 잘못되었나 싶었다.
아들에게 원한 맺힌 사람들인가 싶기도 했다.
눈물 때문에 흐릿하게 보였는데 인상들이 하나같이…….
“어머니. 나 왔소.”
노모는 눈을 끔벅이며 말한 사람을 보았다.
흐릿했던 눈이 맑아지는 순간이었다.
석강호다.
그토록 기다리던 석강호가 나타난 거다.
“아이구우! 우리 성님 오셨소! 왜 이제사 오셨소!”
노모는 가슴을 꽉 막고 있던 울음이 터지는 느낌이었다.
믿음직했다. 든든했다.
그리고 한없이 고마웠다.
‘어머니. 나 멋진 형님을 만났어요.’
아들은 이런 형님을 만났던 거다!
노모는 이제야 아들을 제대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고마워서, 천지간에, 불쌍한 아들을 보내주는 마당에,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이 감사해서, 노모는 자꾸만 석강호의 품을 부둥켜안았다.
석강호가 엄지 아래로 노모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단단히 견디랬더니 얼굴이 이게 뭐요?”
“나 견뎠소. 억지로 물도 삼키고, 자식놈 잘 보내줄라고 억지로 견뎠다 말이오.”
“내가 제주 할 거요. 괜찮겠소?”
“그래 주실라요?”
요원 한 명이 수질과 요질, 그리고 행전을 가져왔다.
격식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노모가 원하고 석강호가 바라는 일이라서 강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르르. 우르르.
텅텅 비었던 상가가 갑자기 복잡해졌다.
화환이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워낙 갯수가 많아서 나중에 들어온 것은 리본만 떼서 한 군데 붙였다.
석강호가 준비를 마쳤다.
강찬이 앞으로 나서서 향을 사르고 두 번 반의 절을 하고 난 뒤에 석강호와 마주 서서 다시 절을 올렸다.
“고맙소, 대장.”
“끝까지 잘 보내줘라.”
“알았소.”
강찬이 일어나자 이번엔 김형정, 제라르, 최종일, 우희승, 그리고 이두희가 나섰다.
“아이구우! 아이구우! 이 썩을 놈아! 이런 성님을 두고서! 이 불쌍한 놈아! 아이구우!”
노모는 아들을 잘 보내기 위해서라는 것처럼 목놓아 곡을 했다.
강찬이 뒤로 물러섰을 때였다.
우르르르.
이번엔 비무장 팀 대원들이 들어섰다.
강철규가 강찬을 바라본 후에 제단으로 향했다.
염병.
여기 있는 인원이 다 움직이면 어지간한 도시 하나는 날려 보내고도 남을 거다.
***
한경미는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셨다.
청소를 하다가 깨트린 거울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찜찜했다.
별것 아니라고, 그저 동그란 손거울 하나 깨진 것뿐이라고 자꾸만 마음을 다독였다.
“이왕 깨진 거울은 아예 박살 내서 버리는 게 좋대.”
친한 동네 친구가 해주었던 말이 떠올라 밤에 마대 자루에 담아서 바닥에 몇 번을 내리쳤는지 모른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무사히 돌아올 거야.’
한경미가 이미 골백번도 더 문댄 낡은 싱크대를 습관처럼 닦을 때였다.
“하아-앗!”
차승호의 단호한 외침이 들렸다.
퍼억!
“으아앙!”
그녀가 달려가서 문을 열었을 때는, 도화지로 그린 가면을 쓴 다쓰베이더가 역시나 도화지로 그린 가면의 스파이더맨을 쓰러트린 다음이었다.
“야! 차승호! 동생을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
한경미는 정말 독이 올라왔다.
그러니 지금은 애를 때리면 안 된다.
거울을 깬 것은 이 아이들이 아니다.
자기가 잘못해놓고 그 화를 아이들에게 풀어선 안 되는 거다.
한경미의 얼굴을 살핀 다쓰베이더가 조심스럽게 구석으로 물러났다.
한경미는 스파이더맨을 일으켰다.
그리고 볼을 깨물린 것처럼 그려진 스파이더맨 가면을 벗긴 뒤에 아이를 안아주었다.
울음이 터졌다.
차동균이 없으면 이 아들들을 어떻게 키울까?
듬직한 그 사람이 없이 이 둘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아니지!
왜 이렇게 불길한 생각을 하는 거지?
한경미는 억지로 마음을 잡으려 애썼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경리업무를 하다가 차동균을 만났다.
그때부터 차동균은 변함이 없었다.
훈련과 동료, 임무가 그의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였지만, 한경미는 그것을 불평해본 적도 없었다.
남편 차동균은 그런 사람이다.
평생을 두고 절대로 변치 않을 사람.
그 사람이 국가와 훈련과 동료를 버린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그는 한경미와 차승호, 차성호를 한결같이 아끼고 감싸주었다.
“엄마, 왜 울어?”
“울긴 누가 울어!”
한경미는 바락 고함을 질렀다.
하여간 사내자식들은 악을 쓰고 보는 게 맞다.
그때였다.
뒤에서 덜컥 고사리 손이 한경미의 목을 안았다.
“엄마, 울지마.”
차승호였다.
“엄마 안 운다니까!”
“울었잖아.”
한경미는 눈물이 쏙 들어갔다.
“엄마 부엌 좀 치울 테니까 동생이랑 잘 놀고 있어.”
“응.”
수월하게 끝난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차승호가 단단하게 답을 했다.
한경미가 아이들의 방을 나서려고 몸을 돌린 순간이었다.
덜컥.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여보?”
“왜 그래? 뭐 놀란 일 있었어?”
“당신, 당신 괜찮아?”
“뭐가?”
한경미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던 차승호와 차성호가 “아빠-아!” 하고 달려갔다.
“어차! 잘 있었어?”
“응!”
양팔에 아들을 하나씩 안은 차동균은 아직 군화도 벗지 못한 상태였다.
“아빠 신발 벗으셔야 돼. 얼른 내려와.”
“그래. 아빠 군화 좀 벗고, 응?”
아이 둘을 내려놓은 차동균이 군화 끈을 풀기 위해 상체를 숙였다.
시커멓게 탄 목, 그리고 차동균의 듬직한 어깨가 먼저 한경미의 눈에 들어왔다. 목덜미에 난 자잘한 상처들과 함께 말이다.
저 상처들이 생기는 순간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했을까?
그런데도 차동균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아들을 안고, 자신을 다독인다.
“으아앙!”
한경미는 아이처럼 울면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차동균이 딸을 달래는 아빠처럼 한경미를 안고 다독였다.
손거울을 깨서 그렇다는 말을 어떻게 하겠나.
“여보! 정말 당신 돌아온 거지?”
“그렇다니까. 이 사람이 왜 애처럼 이래?”
“흐으으. 미안해.”
“어어?”
차동균이 웃으면서 한경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경미야.”
“응?”
이젠 아줌마다. 언제부턴가 ‘승호 엄마’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게 자연스러워졌는데 차동균은 지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셋째 나을 거니까 수 쓰지 마.”
“이 인간이!”
한경미는 몸을 확 떼고 차동균을 노려보았다.
좋았다.
이렇게 노려볼 차동균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