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65화 (36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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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고생 많았다.

치잇. “606 대기.”

치잇. “비무장팀 대기.”

무전이 들어온 후에 강찬은 빠르게 좌우를 살폈다.

나무에 로프를 매단 대원들이 끝을 둥글게 말아쥔 채 대기하고 있었다.

이런 절벽은 한 번의 반동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위의 동굴과 아래의 동굴에 도착하는 차이가 있어서 아래쪽을 노리는 팀이 먼저 내려가는 게 맞다.

‘준비됐지?’

‘됐습니다!’

대원들이 강찬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여 답을 했다.

강찬은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레펠 1팀이 내려가는 순간 RPG를 갈긴다. 전원 작전 대기.”

무전을 마친 강찬이 감아쥔 로프를 오른손에 들고 뒷걸음질로 절벽의 끝으로 다가갔다.

아직은 적에게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후욱. 후욱.

긴장이 올라오고, 날이 날카롭게 섰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 느껴졌다.

하강을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만약 적이 소총을 들고 동굴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면 한순간에 대원들이 총을 맞은 채로 30미터를 떨어지는 거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다.

강찬은 강명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부탁한다.’

‘염려 마십시오!’

“1팀 하강!”

휘이익!

아래쪽 동굴을 맡은 1팀이 로프를 뒤로 던지고, 뒷걸음질로 몸을 던졌다.

삐이이이융! 삐이이이융! 삐이이이이융!

그와 동시에 RPG 발사 소리가 듬직하게 들렸다.

저 소리가 이렇게 느껴지는 건 또 처음이었다.

“2팀 하강!”

휘익! 휘이이익!

강찬을 시작으로 대원들이 로프를 뒤로 던졌고, 연달아 몸을 던졌다.

콰으으응! 콰으으으응! 콰으응! 콰으응!

폭발음이 커다랗게 들려오는 틈이다.

30미터 가까이 되는 아래로 몸이 떨어지고 있었다.

발로 커다랗게 차서 밀려난 공간으로 떨어지다 정확한 순간에 레펠을 당긴다.

그리곤.

파라라! 파라라라!

귓가로 들리는, 눈으로 파고드는 바람을 이겨내며 적을 노린다.

눈을 부릅뜰 수도 없다.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을 들어갈 때는 감다시피 윤곽만 확인하고 들어가는 거다.

불쑥!

동굴의 입구가 강찬에게 달려드는 것처럼 파고들었다.

어렴풋이 윤곽만 잡힌 적이다.

당황한 것처럼 동굴 밖으로 움직이던 적을 향해 강찬이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두 놈의 이마가 터지며 뒤로 커다랗게 넘어지는 순간이었다.

푸슈슝! 퍼벅!

곧바로 따라 들어온 제라르가 남은 적에게 두 발을 연속으로 갈겨댔다.

철컥! 철컥!

구석에 책상, 의자, 바닥에 이마가 뚫려 죽은 적.

안쪽에 책 몇 권. 소총, 물.

둘이서 소총을 돌려가며 동굴을 뒤졌지만, 그게 전부였다.

아직은 이 중에 간부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투두둑!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슈슝! 투두둑!

그리고 적진에서는 교전이 한창이었다.

치잇. “1조 동굴 확보.”

치잇. “2조 동굴 확보.”

무전은 연달아 들어왔다.

뭐가 이렇게 쉬워?

강찬은 빠르게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치잇. “기관총이 있는 동굴은 일단 기관총을 사수하고, 그 외 동굴에 있는 대원들은 아래로 내려가서 606을 지원한다. 606! 동굴에서 내려간다. 엄호해!”

치잇.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투두두두둑! 투둑! 투두두둑! 투두둑!

푸슝! 푸슈웅! 푸슈웅! 푸슈웅! 푸슈웅! 푸슈웅!

소총 소리가 뒤엉켜 들렸다.

어쩐지 좀 멀리서 들리는 느낌이었다.

치잇. “암호 대기! 내려오셔도 됩니다!”

무전을 통해 정원민의 음성이 들렸다.

“제라르! 아래로 내려간다!”

“Oui!”

말을 마친 강찬은 로프를 잡고 다시 몸을 던졌다.

휘익! 콱! 휘이이익!

강찬은 다시 한 번 절벽을 향해 몸을 던졌다.

꼭 한 번 발을 디딘 강찬이 바로 바닥에 내려섰다.

철컥.

그리고 소총을 겨누며 몸을 돌렸을 때 제라르가 그의 곁을 지켰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적은 사방에 널려 있었다.

강찬과 제라르가 적을 사살하고 있을 때, 석강호, 최종일, 그리고 대테러 팀 대원들이 바닥에 내려섰다.

이들의 실력이 어디 허술하기나 한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적들은 이마와 머리통이 터지며 기괴한 자세로 무너지거나 날아가는 것처럼 처박혔다.

그런데 상황이 좀 묘했다.

적들이 소총을 향해 달려든다는 느낌이었다.

하긴 적진에서 벌어지는 전투니까 적이 달려드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그러나 적이 게임 속에서 포인트를 올리라는 것처럼 달려들었다가, 대원들을 발견하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건 정말 이상한 것 맞다.

그러다가 총알을 맞고 쓰러지다니?

일단 적이다.

강찬이 달려드는 적을 쓰러트릴 때였다.

양동식과 비무장 팀 대원들이 양 떼를 덮친 늑대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이거 때문인가?

강찬이 사격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대테러 팀, 이어서 606까지 겨누기만 할 뿐 아군과 뒤엉킨 적에게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우르르르!

적들이 아군의 틈을 벗어나 산으로 달리다가 다시 606대원들에게 놀라 돌아섰다.

그러나 그곳엔 양동식이 있었다.

파악 퍼지는 한 놈의 머리칼을 양동식이 낚아챘다.

“알라-아!”

놈이 겁에 질린 채로 울부짖는 순간이었다.

“개새끼야! 그러게 왜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고! 왜! 우리 국민을! 왜! 우리 반짝이는 우리 후배들을 노리냐고!”

스거억!

양동식이 적의 목을 대검으로 다부지게 그었다.

하얗게 살이 먼저 갈라진 것이 보이고, 삽시간에 갈라진 틈으로 피가 배었다가, 이어서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서거억! 서걱!

양동식은 이를 악문 채로 적의 목을 결국…….

그 와중에도 이곳저곳에서 비무장 팀 대원들에게 잡힌 적의 처절한 외침과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걸 말려야 하나?

강찬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강철규가 소총을 오른쪽 어깨에 건 채로 걸어왔다.

질질질. 지이이익.

그리고 그를 따라 남일규와 비무장 팀 대원이 모두 열두 명의 적을 끌고 왔다.

정말 바닥에 질질 끌고 온 거 맞다.

둥그렇게 포위한 적진이다.

적들이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양동식과 비무장 팀 대원들이 그들을 악착스럽게 쫓아다니며 대검으로 목을 끊고 있었으며,

강철규는 12명의 적을 끌고 온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무기를 드는 적은 여지없이 아군의 총에 머리가 날아갔다.

“동식이가 말한 지하 밀실에 숨어있던 놈들이다. 간부들인 것으로 보인다.”

남일규가 그중 한 놈의 머리끄덩이를 잡아서 앞으로 가져왔다.

이미 코와 주둥이가 깨졌고,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규가 시선을 돌린 순간이었다.

스응.

남일규가 곧바로 어깨에서 대검을 꺼냈다.

“알라후 아크바르!”

푸욱!

남일규의 대검이 적의 귀를 파고들었다.

“끄으윽!”

스응! 푸욱!

남일규는 대검을 뽑아서 곧바로 다시 목을 찔렀다.

서거억! 서걱!

그리고는 끝내 적의 목을 잘라내 버렸다.

질질질.

다음 놈 차례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좀 전과 비슷한 모습이 펼쳐졌다.

이 짓을 열 번을 더해야 하는 거다.

또다시 새로운 놈이 끌려왔다.

그런데 놈을 본 강찬은 입 끝을 올렸다.

와랍 아메디, 아프가니스탄 UIS 총책임자.

저벅저벅.

강찬은 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와랍 아메디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겁에 질린 눈이었다.

그러면서도 아비부처럼 그 뒤에 교활한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다.

이빨과 발톱을 드러낼 그 기회를 말이다.

“잘 봐.”

한국말이다. 그래서 남일규가 강철규를 슬쩍 돌아보았다.

“우리가 대한민국 군인이고, 이 국기가.”

강찬은 왼쪽 팔을 돌려 보였다.

“태극기다. 잘 기억해. 그리고 죽어서라도 태극기를 단 군인은 마주치지 마. 그때도 이렇게 될 테니까.”

강찬이 상체를 세우자 와랍 아메디가 아랍어를 쏟아냈다.

“협상을 하자는 거요.”

석강호가 놈의 말을 전해주었다.

피식.

강찬은 대검을 꺼내 들었다.

이들에게만 죄를 짓게 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더러운 피는 사라질 우리 손에 묻히겠다. 너와 후배들은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서…….”

강철규가 강찬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 뒤에 설 후배들은 이런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라.”

강찬은 굳은 것처럼 듣고만 있었다.

대한민국 특수팀의 전설이 지금의 지휘관에게, 특수팀의 선배가 현재의 후배에게, 그리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금의 강철규는 전설로, 특수팀 선배로, 그리고 아버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강찬이 한 걸음 물러나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남일규가 달려들었다.

“앞으로!”

푸욱!

“끄아-아!”

“대한민국과!”

푸욱!

“끄-윽!”

“태극기를 절대 함부로 대하지 마라!”

푸욱! 서걱! 서거억!

털썩.

숨이 끊어지면 어차피 다 저렇다.

정말이지 다른 놈들과 다를 바 없다.

수니파니, 시아파니, UIS니, 그 염병을 떨어도 죽으면 저렇게 되는 거다.

왜 굳이 그 지랄로 다른 사람의 삶을 우습게 알다가 명분도 동정도 전혀 못 받고 저런 꼴로 죽어가는 건지.

“나머지는 한꺼번에 치워라.”

강철규가 고개를 돌리고 말을 전하자 비무장 팀 대원들이 잡고 있던 적들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그동안 남일규는 적의 대가리를 주섬주섬 들었다.

“서울 구경시켜주고 오겠습니다.”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여서 강찬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살아남는 놈이 있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군인만 봐도 공포심에 몸이 굳는다. 말을 전해 들은 놈들도 비슷한 공포를 얻는다.”

강철규가 부연설명처럼 말을 하고는 의아한 눈으로 적들을 바라보았다.

“간부들을 체포한 순간부터 갑자기 오합지졸이 되는데 UIS가 원래 이런 놈들인 거냐? 내가 보기에는 숨어 있을 때나, 약자 앞에선 한없이 잔인하고, 강자 앞에서는 무조건 꼬리를 내리는 그런 더러운 놈들로 보인다.”

강찬은 시선을 들었다.

전투 현장의 모습이 묘해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둥그렇게 포위된 가운데에서 몇백 명의 적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 틈을 양동식과 비무장 팀 대원들이 휘젓고 있었다.

물론 UIS는 끔찍한 짓들을 저지르는 집단이다.

강찬 역시 아프리카의 부족 전쟁에서, 그리고 쿠드스와의 전투에서 악착같이 적을 다 죽인 적은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또 좀 다른 게 아닐까?

생각은 많았는데 당장 말리기는 어려웠다.

이건 철저하게 강철규와 비무장 팀 대원들의 판단이고, 영역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저들도 저 짓이 좋아서 하지는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강철규의 말대로 악역을 맡고 나선 거다.

여기 있는 대원들 모두가 나서서 당겨야 할 방아쇠를 비무장 팀이 대신하는 거다.

좀 다른 방법으로 말이다.

양동식이 또 한 명의 적을 낚아채서 바닥에 넘어트린 다음이었다.

적의 사타구니가 젖은 것이 분명하게 보였고, 다음으로 양동식이 대검을 휘두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강찬이 힐끔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입니다. 부총국장님은 응답 바랍니다.”

무전이 들렸다.

“강찬이다. 이쪽은 상황이 종료됐지만, 혹시 모를 미사일 공격은 대비해서 움직이도록.”

“알겠습니다.”

강찬은 무전을 통해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이 도착했다고 알려주었다.

두두두두두두두.

무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르르르르르!

기가 막힐 일이 또 벌어졌다.

적들이 헬기를 향해 팔을 흔들며 달려들고 있었다.

“지금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적이 맞습니까?”

심지어 헬기에서 확인할 정도였다.

“적이 맞다.”

“사살합니까?”

“그럴 필요 없다. 적당하게 피해서 착륙해.”

“알겠습니다.”

헬리콥터가 내려앉을 때쯤 강철규가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적이 도주하지 못하게 가운데로 몰고 끝낸다.”

그의 무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한가운데로 몰려들었다.

그 바람에 외곽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목을 잃은 시체들이 더욱 처참하게 보였다.

헬기에서 내린 외인부대 특수팀이 우르르 달려와서 강찬의 앞에 섰다.

그들은 강찬보다 제라르가 더 반가운 표정이었는데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이럴 땐 제라르를 좀 돋보이게 해주는 것도 나쁘진 않은 거다.

부총국장의 총애를 받는 전 특수팀 사령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짓이긴 하다.

“제라르! 외인부대 대원들로 외곽 경계 세우고, 헬기로 가서 중앙 교신으로 위성 방해 풀라고 해. 증평 특수팀 상황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명령을 전하자 특수팀 지휘관이 빠르게 지시를 마쳤고, 함께 헬리콥터로 움직였다.

치잇. “606! 중앙으로 이동.”

치잇. “606, 이동.”

치잇. “동굴에 남은 대테러 팀 철수.”

치잇. “예.”

해가 머리끝에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목이 말랐다.

“물이 남았나?”

대원 한 명이 비닐 팩을 가져다주었다.

힐끔.

이런 건 참 어렵다.

강찬은 강철규에게 먼저 건넸다.

피식.

강철규은 마치 네 속을 다 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우리 대원들과 저쪽에서 좀 쉬겠다. 담배를 구해줄 수 있냐?”

그 정도야 뭐.

강찬은 제라르에게 담배를 가져오게 해서 담배 두 갑과 라이터를 건네주었다.

“10분쯤 뒤에 돌아오겠다.”

강철규가 대원들과 함께 숲 한쪽으로 움직였다.

어쩐지 비무장 팀 대원들과 함께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담배를 함께 피울 수는 없는 거다.

“제라르! 담배 세 갑만 더 달라고 해서 가져와!”

“여깄소.”

석강호가 냉큼 달려와 담배를 내밀었다.

“야! 너도 이놈들 담배가 얼마나 쓴지 알잖아! 일단 제라르가 가져오는 거 먼저 피우자.”

제라르가 담배를 들고 다가왔고, 강찬을 시작으로 대원들 전체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찰칵.

“후우!”

절벽에 기대앉은 강찬은 길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앉아서들 쉬어.”

외인부대 특수팀이 경계를 서주는 상황이었다.

대원들 역시 편안한 자세로 주변에 주저앉았다.

“이동용 헬기를 곧 보내겠답니다. 그리고 증평 특수팀은 적을 모두 사살했고, 꽉과 대원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답니다.”

강찬의 표정을 본 제라르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두 사람 모두 다리에 총상을 입었는데 러시아 팀과 독일 팀에서 응급조치를 취했고, 생명에는 지장 없답니다.”

말을 마친 제라르가 강찬의 옆에 놓인 새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후우. 풋! 담배 맛이…….”

“그러게 왜 그걸 피워?”

제라르가 새 담배를 찾을 때였다.

특수팀 대원이 기쁜 얼굴로 제라르에게 달려와 담배를 건넸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제라르가 힐끔 시선을 들었다.

얼굴을 모르는 대원인 듯 보였다.

“살르몽입니다, 사령관님. 사령관님 전설 듣고 특수팀에 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놈이 공손한 태도로 건넨 담배다.

제라르가 강찬의 눈치를 슬쩍 살핀 다음,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 지금은 너 용 돼라.

강찬은 모른 척하고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끝나간다.

이번의 긴 전투도.

이 정도라면 이제는 온전히 특수팀에게 작전을 맡겨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붕대를 말아 꽂아놓은 자리가 사정없이 욱신거렸다.

***

김형정이 고건우의 집무실로 뛰다시피 들어섰다.

“작전이 모두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적의 주요간부 12명을 모두 제거했답니다. 아군 사망 6명, 부상 7명입니다.”

고건우가 의아한 눈으로 김형정을 보았다.

이럴 때는 보통 사살이라고 하지, 제거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보다는 아군 사망자의 소식이 마음에 걸려서 당장 그걸 질문하지는 않았다.

“대통령님께 보고하겠습니다. 공군작전사령부에 우리 전투기 귀환 명령을 전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귀환하는 우리 대원들 대접, 그리고 희생된 대원들의 예우에 특별히 신경 써 주었으면 합니다.”

“예, 원장님.”

고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는 것처럼 김형정을 보았다.

“아! 그리고…….”

김형정이 그의 말을 기다리며 시선을 들었을 때였다.

“이번 작전에 고생 많았다, 김 팀장.”

고건우가 불편한 얼굴로 편안한 말을 건네고는 황급히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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