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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버튼만 눌러.
강찬은 대원들과 함께 아래로 움직였다.
부스스스. 부스슷.
부서지는 흙과 밝은 달빛이 문제였다.
그래서 150미터를 내려오는데 25분이나 걸렸다.
남은 거리가 50미터쯤 되었을 때였다.
‘어?’
경계병이 확실하게 눈으로 확인되는 순간에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쿠드스다.
복장, 서 있는 자세만 보아도 이놈들은 분명하게 쿠드스가 맞다.
강찬은 올라오던 길을 향해 몸을 돌린 다음, 무전기에 대고 속삭였다.
치잇.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은 쿠드스다. 인원도 그렇고, 아마 증평 특수팀을 노리는 척하면서 이쪽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진입할 때 좀 더 주의해.”
강찬은 다시 프랑스어로 반복해서 무전을 보냈다.
‘이 새끼들이 여기 죽친 걸 보면 분명 여기 뭔가 있는 건데?’
강찬은 좌우를 둘러보며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5분쯤 지났을 때였다.
치잇. “준비됐소.”
석강호의 무전이 먼저 들어왔고,
치잇. “준비됐습니다.”
제라르와 함께 있는 최종일의 무전도 들어왔다.
석강호와 제라르라면 세상 누구보다 이런 일을 믿을 수 있다.
치잇. “작전 시작한다. 준비가 끝나면 무전기 버튼만 눌러.”
강찬은 다시 얼마 남지 않은 산을 내려갔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마음이 급했다.
그렇지만 이런 작전에서의 조급함은 아군의 희생을 대가로 지불하게 한다.
부스슥.
강찬은 발의 옆부분으로 계단을 만드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매번 적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스스스.
산을 거의 내려온 지점이었다.
강찬은 적을 살피다가 시선이 돌아갈 때쯤 한 걸음씩 내려왔다.
저것들이 쿠드스가 아니라면, 그냥 UIS 민병대라면 아마 벌써 이마를 갈겨주고 뛰어들었을 거다.
그런데 이놈들은 그럴 정도로 만만한 놈들이 아닌 거다.
15분이 더 걸린 다음이었다.
5미터쯤이 남았다.
치잇.
무전으로 신호가 들어왔다.
적어도 한 쪽은 준비됐다는 뜻이다.
강찬은 먼저 뒤따르던 대원들을 향해, 검지와 중지로 바닥을 찍어 보였다.
제자리를 지키라는 뜻이다.
그리고는 최종일을 보고 오른쪽에 있는 경계병을 가리켰다.
최종일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이었다.
강찬은 천천히 왼편으로 움직이며 아래로 내려갔다.
대원들이 긴장한 채로 경계병을 노려보는 동안, 강찬은 조심스럽게 적에게 다가갔다.
뜬금없는 소리지만, 이런 경험은 정말 아래로 내려간다.
이렇게 긴장된 순간을 이겨낸 대원들의 경험은 거짓말처럼 훈련에서 나타나고, 이 작전에 참가하지 않은 대원들에게 8할 이상 전해지는 거다.
달빛, 눈앞에 선 경계병, 그리고 그 뒤에 덩그러니 놓인 막사들.
숨 한번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아차 하는 순간에 적과 교전이 일어나는 상황이 주는 긴장감만큼 확실한 훈련은 없다.
후욱. 후욱.
마침내 강찬이 자리를 잡았다.
시선을 돌린 강찬은 최종일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에 발목에 걸어두었던 대검을 뽑아들었다.
아직 한 팀의 신호가 오지 않았다.
강찬은 대검의 날을 잡고 신호를 기다렸다.
뒤에 선 대원들은 총을 겨누고 있었다.
신호를 주지 못한 팀에서 사고가 터지면 이대로 밀고 들어가야 하는 거다.
죽음처럼 무거운 침묵을 견뎌내고 있을 때였다.
치잇.
마침내 기다리던 무전이 들어왔다.
강찬은 무전기 버튼을 손에 쥐었다.
치잇. 치잇. 치잇.
셋을 셌다.
치잇. 치잇.
당연하게 다음은 둘이다.
강찬은 해결해야할 적의 목을 노려보았다.
치잇!
홱! 홰액!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강찬과 최종일이 대검을 던졌다.
와락! 와라라락!
그리고 쥐를 덮치는 고양이처럼 튀어 나갔다.
콰악!
강찬은 ‘꾸륵’ 소리를 내며 비틀거리는 적의 목을 세차게 돌렸다.
으드득!
최종일은 조금 달랐다.
투둑.
목에 박힌 대검으로 아예 울대를 끊어버렸다.
피시시시이이이!
피가 분수처럼 튀어서 최종일의 얼굴과 앞가슴을 적셨는데 다행히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것도 경험이다.
자신 없는 상태에서 굳이 목을 돌리려 하지 않는 것.
가장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을 제압하는 것이 말이다.
경계병은 완전히 해결했다.
강찬은 허공에 든 손을 한 바퀴 돌린 다음, 적의 막사를 가리켰다.
부스럭. 부스슥!
대원들이 자세를 잔뜩 낮춘 상태에서 각자 맡은 막사를 향해 움직였다.
후욱. 후욱.
강찬은 막사의 중간을 향해 움직였다.
1분쯤 지나자 모든 막사의 입구 양쪽에 대원들이 서 있었다.
부스럭.
그리고 그때 제라르가 강찬의 곁으로 다가왔다.
치잇.
강찬이 무전기를 누르자 대원들이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입으로, 반대쪽 검지로, 대원들이 안전핀을 제거했다.
준비가 모두 끝났다.
잘 자라.
이대로 영원히!
치잇.
강찬이 마지막으로 무전기 버튼을 누른 직후였다.
홱! 홱! 홱! 홱!
대원들이 수류탄을 막사 안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재빨리 새로운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제거했다.
티잉! 티잉! 티잉! 티잉!
이제는 소리를 걱정할 때가 아닌 거다.
홰액! 홱! 홱! 홰액!
다 같이 뒤로 돌아서 잽싸게 몸을 숙였다.
쿠으응! 쿠응! 쿠으으응! 쿠응! 쿠으으응!
천으로 된 막사가 태풍을 맞은 것처럼 펄럭였고, 폭발음이 터질 때마다 바닥이 흔들렸다.
와락! 와라락!
대원들이 일제히 뛰어들었다.
푸슈슝! 퍼버벅! 푸슈슝! 퍼버벅! 푸슈슝! 퍼버벅!
수류탄의 살상 반경은 사실 그렇게 크진 않다.
10에서 15m라고 하는데 적이 바글바글 몰려있을 때면 6명에서 10명을 잡는 게 고작일 때도 있다.
대신 잘 자고 있는데 옆에서 수류탄이 연달아 터지면 당장 귀청이 견디질 못한다.
다음으로 멍한 상태에서 3점사로 사격이 날아들면?
인생 끝나는 거다.
소리만 들어도 안다.
어느 한 곳에서도 적의 반격이 없는 것만 들어도.
‘염병!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
대원들과 함께 막사로 뛰어들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 있을지 모를 최소한의 위험을 제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체 지휘다.
여섯 개 막사 어디에선가 문제가 일어나면 당장 지원할 두 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다.
강찬이 갑갑한 심정을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억누르고 서 있을 때였다.
치잇. “이쪽은 끝났소.”
역시 석강호가 가장 빠르게 연락이 왔고,
치잇. “상황 끝입니다.”
강명구의 무전이 들어왔다.
푸슝! 푸슝!
건너 건너에 있는 막사에서 뜬금없는 소총 소리가 울려 나왔다.
확인사살일 거다.
제라르가 강찬을 보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예상보다 정말 잘하는 데요?’
하는 표정이었다.
3분쯤 지난 뒤에 상황이 모두 끝났다.
치잇. “다예! 그쪽 끝부터 확인하며 넘어와!”
무전을 보낸 강찬은 강명구를 돌아보았다.
“대원 넷 데리고 여기서부터 저 끝까지 확인하고 와. 한 발을 더 쏘더라도 미심쩍은 부분 남기지 말고.”
“알겠습니다.”
강명구가 대원들과 함께 막사로 움직였다.
철컥거리는 소리, 막사 펄럭이는 소리, 이따금 ‘푸슝!’하는 소총 소리가 들려온 다음이었다.
쩔걱. 쩔걱.
석강호가 전혀 거리낄 것 없는 자세로 강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담배였다. 그것도 세 갑이나.
치사한 새끼, 죽은 놈 담배를 들고 와?
그래도 버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강찬은 피식 웃어주고 왼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지막 막사까지 확인을 마친 강명구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철수.”
강찬은 대원들을 이끌고 내려왔던 산을 20미터쯤 거꾸로 올라갔다.
털썩.
강찬은 엉덩이를 비탈에 대고 주저앉았다.
석강호와 제라르가 주변에, 대원들이 알아서 넓게 퍼졌다.
석강호가 자꾸만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아프리카와는 달라. 저 산을 넘어가기 전에 담배는 힘들어.”
“누가 뭐랬소?”
이놈은 영리해지는 만큼 교활해지는 느낌도 든다.
치잇. “이두희! 대원들 챙겨서 내려와.”
치잇. “알았습니다.”
무전을 마친 강찬은 저 멀리 있는 맞은편의 산을 보았다.
“그런데 우리 애들이 뛰어난 거요? 아니면 저 새끼들이 맹탕인 거요? 이건 너무 쉬워서 맥이 빠지는 느낌이오.”
강찬은 저 아래 펼쳐진 막사를 내려다보며 픽 하고 웃었다.
대원들이 모른척하면서도 강찬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워낙 기습을 당해서 그렇지, 실력만 놓고 보면 세계 어느 팀에도 안 빠지잖냐.”
석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산을 넘어가면 루카가 나온다.
또 걷는다고? 지금?
몸뚱이가 화들짝 놀란 것처럼 통증을 뿌려댔다.
강철규는 산의 꼭대기에서 앞을 노려보았다.
흙이 달라붙은 얼굴에 피가 엉겨 붙었다.
거기에 눈빛이 어찌나 번들거리는지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험악한 인상이었다.
“먼저 간 대원들은 잘 보내줬습니다.”
남일규가 강철규의 뒤로 나타나 건넨 말이었다.
리비아에서처럼 이 머나먼 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또 다른 동료들을 떠나보냈다.
“일규야.”
“예, 선배님.”
감정이 담기지 않은 짧은 부름이었다.
남일규가 바싹 긴장한 얼굴로 나직하게 답을 했다.
“동식아.”
강철규가 다시 양동식을 불렀다.
“예.”
두 사람이 강철규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였다.
“고맙다.”
강철규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건넸다.
강철규다.
세상 누구보다 강한 남자, 그 어떤 적과 마주쳐도 절대로 지지 않을 비무장 팀 지휘관.
그런 그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말을 대원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지금껏 하늘처럼 든든하게 감싸주던 스승의 늙은 모습을 한꺼번에 보는 느낌이었다.
대원들을 잃은 강철규의 슬픔을 그대로 들여다본 것 같기도 했다.
정말은 저렇게 아파했으면서, 그동안 단 한 번 내색하지 않았던 강철규다.
혼자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저 속이 얼마나 아팠을까?
순간, 남일규와 양동식, 그리고 주변에 있던 대원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선배님. 지금껏 살아있는 게 모두 선배님 덕분입니다. 이 길의 끝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는 선배님을 따르는 이 길이 행복합니다.”
차마 붉어진 눈을 보일 수 없어서, 고개를 떨구었던 양동식이 힐끔 남일규를 보았다.
‘씨발.’
그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표현할 한 단어를 꿀꺽 삼켰다. 남일규처럼 표현하고 싶지만, 떠오르는 게 그 한마디인 걸 어쩌겠나.
이 개새끼들이 우리 강 선배를 이렇게 힘들게 해?
너희는 내가 전부 모가지를 따서 서울 지나 수원까지 구경하게 해 줄 거다!
양동식이 이를 악물었을 때였다.
강철규가 그의 각오를 다 짐작한다는 것처럼 양동식의 어깨들 두드려주었다.
봐! 이 새끼들아!
이런 선배란 말이야!
양동식은 좀 더 단단하게 이를 악물었다.
물을 건너왔다.
정욱이 팔을 다친 것이 전부였는데, 대신 적의 저격수 19명을 모두 사살했다.
철벅. 철벅.
강을 똑바로 건너온 정원민은 곧바로 최철한과 함께 눕혀져 있는 대원 두 명에게 다가갔다.
먼저 최철한이다.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정원민이 물에 젖은 소매로 최철한의 피 묻은 코와 입가를 닦아주었다.
스응.
정원민은 대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전투복의 옷깃을 잘라 최철한의 코와 귀를 막았다.
지이익!
군화의 끈을 풀어서 가슴에 올려놓은 손도 묶어주었다.
대원들이 눈빛을 번들거리며, 주변을 경계하는 틈이다.
정원민은 남은 대원들 둘도 그렇게 보내주었다.
쩔걱.
몸을 일으키자 몸에 달린 권총과 탄창, 대검이 아직은 작전이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주었다.
“우린 간다.”
정원민이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달빛 아래에서 하얗게 변한 얼굴로 누워있는 대원 셋이 대꾸도 없이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너희를 다시 못 찾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너희 셋을 절대로 잊지 않으마. 내 군복이 내 인생의 마지막 옷이 될 때까지.”
정원민이 세 사람에게 경례를 한 다음, 고개를 돌렸다.
독이 잔뜩 올라서 눈이 아예 시퍼렇게 보였다.
“전진한다. 속도를 좀 더 높일 테니까 앞쪽 경계 확실히 해라.”
쩔걱. 쩔걱.
대원들이 이를 악문 채로 몸을 돌렸다.
아직 남은 임무가 있다.
그래서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606은 그런 거라고, 이런 임무를 맡는다고 배웠다.
푸욱!
적의 목에 대검을 찌른 다음 몸쪽으로 당겼을 때였다.
“크르르륵!”
푸시시시시이!
적의 목에서 뿜어진 피가 그의 얼굴로 세차게 날아들었다.
차동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걸 원한 게 아니다.
대검으로 적을 당겨서 앞을 막으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적이 목을 비틀면서 뼈에 걸려야 할 대검이 곧바로 튀어나온 거다.
차동균은 재빠르게 소매로 눈을 쓸었다.
피가 눈에 고여서 모든 사물이 붉게 뭉개져 보였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아군의 총소리와 동시에 그의 앞에 있던 적의 몸뚱이에서 살과 피가 튀는 소리가 들렸다.
보인다! 이제 보인다!
달빛이, 세상이 온통 붉게 물든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의 앞을 달려드는 적이 확실하게 보였다.
철컥!
그때 곽철호의 탄창이 비는 소리가 들렸다.
“탄창 교환!”
곽철호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빠르게 권총을 꺼냈다.
부슝! 부슈웅! 부슝! 부슝!
저격수들이 지켜주는 틈이다.
푸슈슝! 푸슝! 푸슝! 푸슈슝!
2선의 아군도 미친 듯이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타앙!
차동균은 적을 향해 권총의 방아쇠를 계속해서 당겼다.
대단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 차동균의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강찬은 어떻게 대검 한 자루로 적을 그렇게 제압하고, 이렇게 밀릴 때는 권총을 꺼내 들었을까?
그도 지금의 차동균처럼 누군가에게서 보고 배웠을까?
지금 상대하는 적은 이상하게 아프리카에서 경험했던 쿠드스보다는 좀 말랑말랑한 느낌이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곽철호의 소총이 불을 뿜자 상황이 또 달라졌다.
‘이리와!’
차동균은 언덕을 기어 올라오는 놈의 멱살을 당겼다.
푸우우욱!
그리고는 뒷덜미에 사정없이 대검을 꽂아넣었다.
어느 손가락으로 찔렀게?
갑자기 왜 그 생각이 들었을까?
차동균이 대검을 뽑아내자,
피시시시이이!
적의 목에서 피가 뿜어졌다.
다음 놈은?
차동균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불쑥.
저지선을 넘어서 AK소총이 넘어왔다.
목을 찔렀던 놈으로 막아야 했던 건데!
부슈웅! 퍼억! 투두두둑! 퍼버버벅!
적이 아래로 쓸려 내려갈 때 차동균은 뒤로 훌렁 날아가 엉덩방아를 찧는 것처럼 비탈에 부딪혔다.
치잇. “대위님 지켜!”
곽철호의 무전과 동시에 2선과 저격수가 아예 몸을 드러내다시피 사격을 가했다.
티잉! 팅! 티잉! 티잉!
저 새끼들, 수류탄을 아끼라니까!
차동균은 앞으로 떨어진 고개를 돌려 곽철호를 보았다.
수류탄을 던지고 소총을 갈기는 모습들이 비현실적인 화면처럼 눈에 들어왔다.
콰으응! 콰응! 콰으응!
부스스.
흙과 작은 돌가루들이 차동균의 몸에 떨어졌다.
“쿨럭!”
차동균이 기침을 뱉고 난 다음이었다.
와락!
과철호가 달려들었다.
“대위님!”
그리고는 차동균의 상태를 안았다.
짧은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뭐야? 방탄복 맞은 거로 그렇게 쓰러진 거야?”
곽철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차동균을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