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60화 (3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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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보고 있냐고?

꿈틀.

강철규의 손이 비탈에 불룩 나온 바위를 잡았다.

세상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저격수, 소총, 지뢰가 설치는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저격수가 ‘알라의 요술봉’이라는 RPG7을 갈겨댄다.

삐이이이이융! 삐이이이이이융!

미사일은 계속 날아왔다.

하지만 대원들이 몸을 감춰서 그런지 처음처럼 무지막지하게 날아들지는 않는다.

세상 참 우습다.

세 번이나 몸이 떴다가 처박히는 바람에 미사일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있는 거다.

고개를 털어낸 강철규는 비탈을 간이 낚시 의자처럼 깔고 앉았다.

온 얼굴과 몸뚱이가 감자 캐 먹고 나온 멧돼지처럼 흙범벅이었다.

파편이 박혔는지 등과 오른쪽 어깨가 뜨끔거렸으며, 얼굴과 몸 이곳저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식.

강철규는 손을 들어 머리칼을 털었다.

손등에도, 그리고 흙이 털린 머리에도 피가 엉겨 있었다.

이 꼴을 강찬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삐이이이이융!

미사일 소리가 뜬금없이 들렸고,

꽈으으으으응!

커다란 폭발과 함께 강철규가 앉은 비탈이 흔들렸다.

부스스슷! 부스스!

비탈이다.

아래로 돌가루와 흙이 무너져 내렸다.

이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미사일 좀 손에 들었다고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강철규가, 비무장팀이 왜 그렇게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특수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는지를 알려줄 차례인 거다.

강철규는 무전기 버튼을 들었다.

치잇. “남일규.”

강철규가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였다.

치잇. “선배님! 이쪽은 사망 2명, 부상 3명입니다.”

속삭이는 듯한 남일규의 무전이 들어왔다. 그리고.

치잇. “제가 있는 쪽은 사망 1명, 부상 5명입니다.”

양동식의 무전이 연달아 들어왔다.

치잇. “작전에 나설 수 있는 대원 모두 대기한다. 내가 뒤로 돌겠다. 우리 방식대로 응징한다.”

치잇. “알겠습니다. 그런데 관리실에 보고는 어떻게 합니까? 적이 나타나면 보고하기로 했었습니다.”

답을 들은 강철규가 몸을 일으켰다.

치잇. “일규, 네가 알아서 보고하고, 우리 쪽에서 해결하겠다고 해라.”

치잇. “예.”

밤이다.

저 높이 커다란 달이 떠 있고, 주변에 별을 흩뿌려 놓은 아프가니스탄의 밤.

강철규가 고개를 돌려 적이 있는 산을 바라보았다.

독이 잔뜩 오른 살쾡이처럼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말이다.

대가리를 모조리 나무에 걸어주마!

스페츠나츠든, 백랑이든, 공강병이든!

강철규가, 비무장팀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이곳에서 분노했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말이다.

푸슝! 푸슈수웅! 푸슝! 푸슝!

606대원들은 적이 있을 거라고 여겨지는 산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벽돌만 한 무전기다.

“관리실! 여기는 6동이다! 적 저격수를 만났다!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고, 아군 사망 세 명이다!”

정원민이 무전기에 대고 같은 내용을 두 번이나 쏟아낸 다음이었다.

“6동! 이동 가능한가?”

강찬의 음성이 들렸다.

“강 너머에 저격수가 있어서 당장 전진하는 것은 어렵다! 이쪽을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게 허가 바란다!”

짧은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알았다. 6동! 판단대로 움직여라!”

“알았다, 관리실!”

정원민은 무전기를 건네주고 강 건너편을 노려보았다. 몸을 제대로 감추고 있어서 당장 적의 저격이 날아들지는 않았다.

말라비틀어진 물줄기 중간에 섬처럼 흙더미가 올라와 있는 얕은 강이다.

고작 저격수만으로 우리를 잡겠다고?

꿈 깨라.

너희는 우리가 어떤 훈련을 받는지 모른다.

내가 어떻게 우리 대원들을 굴렸는지 너희는 상상조차 못한다.

이제부터 그 훈련의 무서움을 제대로 가르쳐주마.

정원민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한정수! 정욱! 네 명씩 데리고 나와 넘어간다! 박남기! 네가 이쪽에서 엄호해!”

“알았습니다.”

한정수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부슈웅! 부슝!

적의 사격이 날아들었고,

푸슝! 푸슈슝! 푸슝!

대원들이 바로 대응사격을 날렸다.

차동균과 증평팀은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산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트럭을 처박아 놓은 적들은 성을 공략하기 직전의 오랑캐처럼 시간을 끌고 있었다.

하긴 중간에 몸을 숨길 곳이 전혀 없는 산을 올라오기는 어려울 거다.

아군의 장점은 산 위에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산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었다.

푸슝! 푸슝! 투두둑! 투두두둑! 투둑!

번갈아 소총을 쏘고,

부슝! 부슈웅! 부슝!

아군 저격수가 미사일을 든 적이나 기관총에 다가서는 적을 사살했다.

‘저놈들이 또 뭘 기다리는 거지?’

차동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한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치잇. “저격수! 적이 끌고 온 트럭 경계해!”

차동균이 무전을 전한 직후였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적들이 트럭 뒤의 천막을 벗겼다.

기관총이다! 기관총이 있었다.

투타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타!

다섯 대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퍼버버버버버벅! 퍼버버버버버벅!

저격수가 있는 곳, 그리고 차동균과 곽철호, 윤상기의 앞이 커다랗게 터져나갔다.

차동균이 고개를 처박은 틈이다.

투두두둑! 투두두두둑! 투두둑!

적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남일규, 정원민과 무전을 마친 강찬은 건네받은 위성전화의 전원을 켰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신호음이 세 번쯤 들린 다음이었다.

[“상황실입니다.”]

김형정의 답이 들렸다.

[“적이 위성으로 아군의 위치를 파악했던 모양입니다. 전화를 끊으면 다시 위성 방해를 할 예정이어서 그동안은 위성 전화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김형정이 다급하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쏟아냈다.

[“관리실을 제외한 세 곳이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무전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항은요?”

[“내부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있는데 아직 특별한 내용은 없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08시에 전화 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바실리의 번호를 눌렀다.

빌어먹을 놈의 위성!

‘그나저나 세 곳을 공격하면서 왜 이쪽은 조용한 거지?’

강찬이 신호음을 듣고 있을 때였다.

[“무슈 강.”]

뜻밖의 목소리에 강찬은 제대로 답도 하지 못했다.

[“무슈 강?”]

“대사님? 대사님이세요?”

[“무슈 강도 놀랄 때가 있습니까?”]

강명구와 대원들이 프랑스 말을 쏟아내는 강찬을 신기한 눈으로 힐끔거렸다. 제라르와 대화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인 모양이었다.

[“이 전화는 5분 뒤부터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급하니 우선 전할 내용부터 말하겠습니다. 러시아, 중국, 독일, 그리고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이 출발했습니다. 정보총국과 러시아 정보국은 이반에게서 산 미사일이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핵미사일은 없다는 건가요?”

[“그보다는 잠수함에서 바로 발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OTP가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았을지 모릅니다.”]

“알겠습니다.”

[“무슈 강.”]

“예, 대사님.”

급한 상황에서 라노크가 강찬을 나직하게 불렀다. 분명 전하고 싶은 다른 말이 있다는 뜻인 거다.

[“핵미사일을 실은 잠수함 알리가 북태평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핵미사일의 목표는 한국이 아닙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었다.

[“알리에서 발사한 핵미사일은 분명 미국을 노릴 겁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제 핵탄두를 러시아 잠수함에서 발사한 게 됩니다.”]

염병할!

강찬은 애꿎은 하늘을 노려보았다.

쓸데없이 무기들을 발전시키더니 이런 일이 생긴다. 저 위성처럼 말이다.

[“셔먼은 이제야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알리를 찾아 나섰지만, 함부로 대응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예전의 타이타닉호와 똑같은 상황입니다.”]

타이타닉?

잘 나간다고 설치다가 바다에 빠져버린 그 배가 갑자기 왜 튀어나왔을까?

[“미국의 항공모함이 이동하고, 전투기가 대기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감행하지는 못합니다. 발사장치, 혹은 별도의 OTP가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단서도 없나요?”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무슈 강과 한국의 특……, 알아서……, 유일한 방법…….”]

몇 번이나 “알로!”를 외쳤던 강찬이 위성전화를 꺼 버렸다.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움직이면 비무장 팀까지는 3시간 거리, 다시 그곳에서 606까지는 2시간 거리다.

강찬은 시선을 돌려 강철규와 정원민이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모여봐!”

강찬의 말에 대원들이 둥그렇게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석강호와 최종일, 제라르와 우희승이 양쪽 끝을 경계하는 틈이다.

“이곳에서 비무장 팀이 적을 만났고, 여기에서 606이 저격을 받았다. 양쪽 모두 세 명씩 사망자가 나왔다는 보고다.”

강명구와 대원들이 눈을 번들거리며 지도에서 시선을 들었다.

“핵미사일을 발사할 장치가 루카 지역 어디엔가 있다. 프랑스 외인부대 특수팀, 러시아, 중국, 독일의 특수팀이 출발한 상황이다. 북태평양에 있는 잠수함에서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이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

강찬은 현재 있는 곳에서 손가락으로 루카를 바로 이었다.

“우리는 외곽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이렇게 직선으로 움직인다. 적어도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거다.”

강명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산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데 그렇더라도 이 장비를 다 가지고 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식사를 한 번 더 하고 출발한다.”

마음이 급했다.

당장 강철규와 비무장 팀, 606이 치열하게 적과 다투고 있는 거다.

그뿐이 아니다.

증평의 특수팀은 연락할 짬도 없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상황이 아무리 급해도 견딜 수 있는 선은 지켜줘야 한다.

“짐을 최대한 줄인다. 탄약과 수류탄, 기본적인 의약품, 물, 한 끼 식사만 더 챙겨라. 이번에 출발하면 도착할 때까지 휴식은 없다.”

이를 악무는 대원들이 보였다.

피가 끓어서 당장 출발하고 싶은 마음, 힘겨운 상황에 놓였을 동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식사해.”

고개를 끄덕여 답을 한 대원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쩔꺽. 쩔걱.

강찬은 제라르에게 지금 내용을 다시 전해주었다.

“식사하십시오.”

대원이 가져다준 씨 레이션이었다.

강찬과 제라르, 우희승은 소총을 오른쪽에 걸고 서서 주먹밥을 입에 넣었다.

우걱우걱.

루카의 그 넓은 지역에서 어디에 있을지 모를 핵미사일 발사장치를 찾거나 파괴해야 한다.

밥을 씹으며 강찬은 다시 한 번 강철규와 606 특임대가 있는 쪽을 보았고, 이어서 증평의 특수팀이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부스럭.

두 번이다. 주먹보다 조금 큰 주먹밥을 단 두 번 만에 입에 넣은 강찬이 빠르게 밥을 씹었다.

이런 생활?

지겹게 해봐서 정말이지 더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강한 대한민국, 송창욱이 바라고, 황기현이 꿈꾸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제라르. 내가 다예와 앞을 맡는다. 뒤편을 맡아. 중간에 최종일과 강명구를 세우겠다.”

“Oui."

강찬은 비닐팩을 꺼내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앞쪽으로 움직였다.

“최종일! 강명구와 중간을 맡아. 내가 다예와 선두에 선다. 속도를 높일 테니까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강찬은 가장 앞으로 나가 석강호에게 다가갔다.

몸뚱이가 그러지 말고 좀 천천히 가자고 신경질처럼 통증을 뿌려댔다.

“가자.”

“알았소.”

출발이다.

강찬을 따라 석강호가 움직였고, 그 뒤로 대원들이 이어졌다.

루카에 있을 적의 숫자는 이미 잊었다.

특수팀은 원래 이런 거 아닌가?

소수 정예로 적이 상상조차 못 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거.

비무장 팀도, 606도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믿는다.

믿기 때문에 함께 온 대원들이다.

부슈우웅! 퍼억! 부슝! 퍼벅! 부슝! 퍼억!

저격수들이 아예 목숨을 내놓다시피 기관총 사수들을 잡았다.

이미 지난 작전들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서 굳이 독촉할 필요도 없었다.

푸슝! 푸슈슝! 푸슝! 푸슝! 푸슈슝!

코 앞이다.

기관총에 의지해 밀고 올라온 적이 10미터 앞에 있었다.

검은 군복을 입고, 대가리에까지 시커멓게 두건을 뒤집어쓴 적이 눈 바로 앞에서 달려든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쏴도 쏴도 적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씩 거리를 좁혀 가며 악착같이 비탈을 올라오고 있었다.

지옥의 맨홀 뚜껑이 느닷없이 열려서 그리로 튀어나오려는 악귀들이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손을 뻗는 느낌이었다.

투두두둑! 투둑! 푸슈슝! 푸슝! 푸슈슝!

철컥!

“탄창 교환!”

차동균은 악을 쓰며 탄창을 제거했다.

마음이 급했다.

이 짧은 틈에 그의 앞으로 적이 밀고 오는 거다.

철커덕!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차동균이 앞의 적을 쏘아댈 때였다.

“탄창 교환!”

곽철호의 고함이 들렸다.

차동균은 소총의 방향을 틀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그리고 직전에 곽철호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앞을 지켜주었다.

푸슝! 푸슝! 푸슝!

탄창을 교환한 곽철호가 총을 쏘아대는 순간이었다.

“인샬라!”

적이 차동균의 바로 앞에 있었다.

푸슝! 푸슝!

놈의 가슴에 소총 두 발을 갈겨준 순간이었다.

화악! 와락!

두 놈이 그 뒤에서 달려들었다.

소총을 쏘기는 늦었다.

한 놈을 잡는 순간에 다른 놈에게 당할 거리인 거다.

‘개새끼들아!’

스응!

차동균은 바로 발목에서 대검을 뽑아들었다.

‘그동안 이런 거 숱하게 보고 배웠다니까!’

콰악! 푸욱!

뛰어든 적의 멱살을 쥐며 목에 대검을 꽂았고, 이어서 놈을 방패처럼 돌렸다.

푸슝! 투두둑! 투두두둑! 푸슝! 푸슝! 푸슝!

1차 저지선이 무너졌다.

“앞쪽만 막아!”

피윳! 푹! 푹! 푹!

2차 저지선에서 엄호사격을 해주고 있다는 게 유일한 위로였다.

최선을 다한다.

죽음 따위 두렵지도 않다.

강찬처럼, 강찬이 했던 것처럼 대검을 들고 적과 마주칠 뿐이었다.

“물러나지 마! 앞쪽만 막으면 돼!”

투두둑! 퍼버벅! 투둑! 투두둑!

적의 사격과 돌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슝! 퍼억! 부슝! 퍼억! 부슝! 퍼억!

저격수들이 악착같이 차동균을 지켜주고 있었다.

‘나는!’

티잉!

차동균은 저격수가 적을 쓰러트린 틈을 노리고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았다.

‘이런 것도 배웠다니까!’

홱!

차동균이 수류탄을 던지고,

피윳! 피윳! 피윳!

세 번의 칼질을 더 하고 난 다음이었다.

콰으으응!

10미터쯤 아래에서 커다랗게 폭발이 있었다.

티잉! 티잉!

차동균만 배우나?

곽철호도 머리가 있고, 눈이 있고, 손이 있다.

홱! 홱!

투두둑! 부슝! 부슝! 푸슈슝!

각종 총소리가 뒤엉킨 틈이다.

콰응! 콰으응!

두 번의 커다란 폭발이 있었다.

‘이거다!’

차동균은 언젠가 아프가니스칸의 폐가에서 적을 물리칠 때가 떠올랐다.

기선을 제압당한 적들이 기껏 밀고 왔던 폐가를 도망쳐 갈 때 말이다.

푸슈슝! 푸슈슝! 푸슈슝! 푸슈슝!

적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흔들리며 쓰러졌다.

숨소리마저 들릴 만큼 코앞이다.

두건 사이에서 빛나는 적의 눈동자가 차동균의 시선에 들어왔다.

놀라움! 억울함! 그리고 차동균을 죽이고 싶은 욕망!

비탈의 아래로 넘어가는 적이 마지막 순간까지 차동균을 노려보며 손을 허우적거렸다.

함께 지옥으로 가자고?

개새끼야! 그런 거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귀신이 돼서 덤비든, 유령이 돼서 괴롭히든, 하고 싶은 짓은 얼마든지 해라.

아무리 네놈들이 지랄을 떨어도 우리가 막아선 곳을 넘을 수는 없다.

대장이! 대한민국이 내게 맡긴 소중한 임무라서 너희는 절대로 이곳을 못 넘어가!

푸슝! 푸슝!

차동균은 손을 버둥거리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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