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59화 (359/520)

0359 / 0419 ----------------------------------------------

19-6 함께 가자.

고약한 침묵이 산에 몸을 숨긴 증평의 특수팀과 트럭 뒤에 숨은 쿠드스 사이를 떠다녔다.

다섯 명의 적이 죽어 나자빠졌다.

뭐, 꼭 미친놈들처럼 달려들기를 바란 건 아니다.

그렇다 치더라도 머리카락 보일라, 아니지, 두건 끝 보일라 하는 것처럼 저렇게 대가리들을 콕 처박고 있는 건 아무래도 수상하다.

차동균은 강찬처럼 판단하고 움직이려 애썼다. 그래서 그는 한재국을 잃었을 때 석강호가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 “가라 앉혀.” -

- “지휘자가 흥분하면 대원들 모두 죽는다.” -

- “다독여라. 대장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 안 되겠으면 흉내라도 내.” -

강찬이 여기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러고 보면 같은 편이 봐도 끔찍할 정도로 적을 상대하던 강찬은 늘 위급한 순간에 대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었었다.

‘해보겠습니다. 해낼 겁니다.“

훈련은 그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인정해주었던 강찬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던 강찬이다.

죽을 곳에 끌고 다닌 게 좋으냐고?

피식.

차동균은 강찬의 흉내를 내며 웃었다.

그럼 그동안의 경험 없이 저 지긋지긋한 검댕이 복장의 쿠드스 200명과 마주쳤다면 어떨 것 같은데?

차동균은 무전기의 버튼에 손을 올렸다.

치잇.

이럴 때 그가 무전을 한 적이 있던가?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던 곽철호와 그보다 좀 더 멀리 있는 윤상기가 힐끔 시선을 주었다.

“벌써 195명밖에 안 남았다.”

곽철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로 대놓고 차동균을 바라보았다.

“아프리카에서 경험했던 대로라면 밤에 달려들 거다. 저 새끼들이 굳이 검은 군복을 처입고 온 걸 보면 딱 그렇잖냐?”

거리가 제법 되었다.

몸도 완벽하게 숨겼다.

그래서인지 기가 막힌 심정을 픽 하는 웃음으로 표현하는 대원도 있었다.

치잇. “저격수는 적의 RPG와 기관총을 지킨다. 나머지 대원들은 근처의 대원들과 2인 1조로 휴식을 취해라. 밤이다. 밤이 오면 저놈들에게 우리가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를 뼈저리게 가르쳐주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곽철호가 적을 힐끔 바라보았다.

우리가 언제부터 쿠드스 200명을 저런 눈으로 볼 실력을 갖춘거지?

치잇. “대장이 늘 하던 말을 한 번 흉내 내 볼 생각인데…….”

이 양반이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곽철호가 ‘이번엔 또 뭔 소리를 하려고 저러나?’ 하는 시선을 주었을 때였다.

“오늘 저놈들은 한 놈도 빠짐없이 죽음의 신을 만난다. 우리를 가르친 사람이 죽음의 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앞에 서겠다. 우리 저놈들을 모조리 해치우고, 다 함께 돌아가자.”

무전을 마친 차동균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적에게 시선을 돌렸다.

곽철호와 윤상기의 반응이 강찬이 말할 때와는 달랐는데 차동균은 나쁘지 않았다.

적을 앞에 두고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특수팀,

증평의 특수팀은 결국 이 정도까지 성장한 거다.

차동균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산 위쪽을 살폈다.

20분? 30분?

그림자에 숨은 어둠이 산의 중간까지를 처먹고서 적들이 깔린 널따란 길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치잇. “적의 후미가 움직입니다.”

그 순간, 높은 곳에서 지켜보던 저격수의 보고가 들어왔다.

철컥! 철커덕! 철컥! 철컥!

백 번이면 백 번 모두 확인하라고 배웠다.

차동균을 비롯한 대원들이 노리쇠를 당기며 적을 노려보았다.

‘잘해낼 겁니다.’

차동균은 어쩐지 강찬이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사이,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강찬은 무전기의 버튼에 손을 눌렀다.

치잇. “출발한다.”

군장을 메는 소리, 몸에 달린 무기들과 소총이 쩔걱거리는 소리가 아프가니스탄의 능선에 묻었다.

“다예. 경계를 좀 더 철저히 해.”

“알았소.”

옆에 서 있던 최종일이 시선으로 인사를 건네고 석강호와 함께 앞으로 나갔다.

“제라르, 경계를 좀 더 높인다.”

“Oui.”

강찬의 눈빛과 말투, 그리고 지시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석강호와 제라르다. 다부진 답을 한 제라르가 우희승과 함께 뒤로 움직였다.

강찬은 어둠이 내리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해가 질 때면 산 너머에 조명을 켜놓은 것처럼 능선의 굴곡이 선명하게 보인다.

적지다.

적의 아가리에 이미 한 발을 들여놓은 거고, 지금부터는 언제 어디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른다.

강찬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붕대로 막아놓은 상처들이 욱신거렸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짜릿한 통증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튀어나왔다.

이런 거?

얼마든지 감당한다.

작전을 마치고 대원들과 함께 돌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핵미사일은 잠시 뒤로 미뤘다.

증평의 대원들은 잘하고 있을까?

강찬이 뒤편을 돌아볼 때였다.

치잇. “전방 확보했소.”

석강호의 무전이 날아들었다.

치잇. “이동 간에 경계 상태를 좀 더 높인다. 출발.”

강찬의 명령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벅저벅. 쩔걱쩔걱.

강찬은 원래 맡았던 중간 자리를 지키며 앞으로 나갔다.

빌어먹을!

갑자기 피어나는 불길한 느낌에 강찬은 욕을 삼켰다.

차라리 눈앞을 새카맣게 메우고 달려드는 적은 보이기라도 하지.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느끼는 본능의 경고는 정말이지 속을 바싹바싹 태운다.

강찬은 주변을 날카롭게 둘러보았다.

해가 숨기 직전, 아프가니스탄의 능선에서.

양동식은 물을 마시고 비닐 팩을 뒷주머니에 넣었다.

세상 참 좋아졌다.

달깍거리는 수통이 아니라 이렇게 넓고 얇게 펴지는 비닐 팩에 물을 담아 다닌다.

아직 저격수를 만나지는 못했다.

무전기 버튼을 누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 그건 대원들 전체가 마찬가지란 뜻이었다.

‘이 새끼들이 어디 처박힌 거지?’

양동식은 어깨 뒤에 걸어두었던 대검을 꺼내 들었다.

주변이 어둑어둑해졌다.

아프가니스탄이라 그런가?

느닷없이 뜬금없는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달을 보면 양동식은 이상하게 양소미가 떠오른다.

그년은 식당 할 줄 알았다. 그것도 중식당을 말이다.

펑퍼짐한 몸매에 짜장면이라면 사족을 못 쓸 때부터 정말이지 꼭 그럴 것 같았다.

양동식은 고개를 털며 앞으로 움직였다.

집중하자, 지금은 집중하는 거다.

비무장 팀은 맡은 구역이 있다.

산을 넘어서 마주 선 다른 산이나 풀이 짙게 난 곳을 향해 곧게 선을 그린 것이 맡은 이동 경로다.

비탈이 심해서 직선으로 갈 수 없다면?

양동식이나 비무장 팀 대원들이 못 지날 정도의 비탈이라면 절대로 적은 은신하지 못한다.

스스슥. 스슥.

양동식은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몸을 움직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강철규처럼 소리를 완전히 죽이지는 못한다.

하긴, 강철규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한 마리 살쾡이 같다.

풀숲에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소리조차 내지 않고 적에게 다가가는 것을 볼라치면 적이 아닌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그런 놈하고 만났지?

주방장을 하는 사위 놈이 바람이 났던 모양이다.

아니지!

양동식은 또다시 머리를 털었다.

그리고는 나직하게 숨을 뱉어냈다.

이상스레 잡생각이 많아진다.

이게 다 그 사위 새끼 때문이다.

펑퍼짐하고 양동식을 닮아서 성깔 있어 그렇지, 그럭저럭 봐줄 만한 양소미를 두고 바람을 피워?

‘사위 새끼 개새끼!’

양동식은 언제고 한번 사위 놈을 만나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은은한 달빛이 기괴하고 스산하게 비치는 산이다.

귀신의 눈구멍 같은 총구를 만나면 이 세상 끝나는 그 위험한 길을 지나가는 중이다.

‘후배들은 잘하고 있나?’

오늘은 정말이지 이상하게 잡생각이 많이 든다.

어둠이 내리자 정원민은 그나마 여유가 생겼다.

강과 도로 사이에 유독 어둠이 짙어서 훨씬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치잇. “정찰조, 앞쪽에 구부러지는 언덕을 살펴봐. 저녁을 해결할 장소가 필요하다.”

치잇. “알겠습니다.”

악착같이 이동했다.

휴식도 없어서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대원들 모두 이해하고 있을 거다.

증평의 특수팀은 쿠드스 200명을, 비무장 팀은 산 여기저기 처박힌 저격수 60명을, 강찬과 대테러 팀은 울퉁불퉁 솟은 산을 타고 빙 돌아서 목적지로 향한다는 것을 말이다.

훈련에서 독하게 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착같이 다시 굴렸었다. 그런 훈련이 절박한 순간에 대원들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어서였다.

치잇. “위치 확보했습니다.”

치잇. “전원 정지. 선두에서 4명 주변 경계, 나머지 대원은 2미터 간격으로 저녁을 먹는다.”

정원민의 무전이 떨어지자, 대원들이 자리에 멈춰 섰다.

적이 어디있는지 모를 곳이다.

사이좋게 모여서 도시락 까먹다가는 적의 기관총 한 대에 몰살한다. 그래서 이렇게 기다리다가 앞에 대원이 앉는 자리에서 2미터쯤 떨어져 앉는다.

쩔걱.

앞의 대원이 앉는 것을 본 정원민이 최대한 도로를 향한 언덕에 몸을 숨기며 자리에 앉았다.

부스럭. 부스슥.

그리고는 등에 멨던 군장에서 씨 레이션을 꺼냈다.

니미! 휘영청 달도 밝다.

바스락. 바삭.

앞과 뒤에서 날아오는 씨 레이션을 뜯는 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정원민은 주먹밥을 욱여넣었다.

우걱우걱.

개처럼 먹는다고?

그렇게 먹으며 개고생하는데 왜 그렇게 606 특임대라는 이름에 얽매여 사냐고?

정원민은 영양제가 섞인 미숫가루를 손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나 좀 예쁘게 잘 좀 비춰라.

내 왼팔에 달린 태극기가 헛소리하는 놈들 눈에 제대로 보이게!

정원민은 비닐 팩을 들어 물을 빨아들였다.

조국이 부르는 소리 들어봤냐?

개고생?

국제빌딩에서 피를 쏟으며 죽은 대원들이 마지막으로 부탁한 것이 뭔지 짐작이나 하냐?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이 하늘 어딘가에 떠 있을 우리의 파일럿들이 간절하게 품었을 바람은?

정원민은 씨 레이션 봉지를 접고 접어서 군장의 끝에 찔러넣었다.

시선을 돌렸을 때 대원들 모두 식사를 마치고 정원민과 비슷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욕을 처먹고도 악착같이 매달리던 중사 최철한이 정원민을 보고 웃었다.

내가 밉거나 원망스럽지 않냐?

아닙니다!

그의 눈에서 답을 들은 것만 같았다.

정원민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인상을 버럭 쓰는 것으로 막았다.

최철한의 입가에 달린 밥풀과 턱 쪽에 붙은 미숫가루 때문이었다.

나중에 먹을 도시락이냐?

왜 그러십니까?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 순간이었다.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퍼억! 퍼억! 퍼억!

최철한의 머리가 커다랗게 흔들렸다.

철컥! 철커덕! 콰작! 콰자작!

대원들이 재빨리 자세를 갖추고 소총을 겨눴다.

버석. 버서석.

정원민은 바닥을 기다시피 최철한에게 다가갔다.

“야! 최철한!”

부슝! 부슝! 파박! 파악!

“강 건너, 산 위에 있습니다!”

“저격수! 위치 파악해서 대응 사격해!”

정원민은 최철한의 상체를 잡아당겼다.

코와 귀,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입가의 밥풀과 턱에 묻은 미숫가루를 붉게 물들여 놓았다.

목을 맞았다.

그래서 목이 반쯤 떨어져 있었다.

이 멍청아!

그러게 그냥 있으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웃어주기라도 할걸!

지금은 시간을 끌 때가 아니었다.

정원민이 몸을 돌려 소총을 세울 때였다.

부슈웅! 부슝! 부슝! 팍! 파박! 팍!

그의 앞 흙이 튀었다.

“피해 보고해!”

“구승조와 성호가 당했습니다.”

부슝! 부슝! 파악! 피잉!

푸슝! 푸슈숭! 푸슝!

이번엔 아까와 다른 곳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저격수가 이리 모인 거구나!

“무전기!”

정원민은 옆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멀리서 먼지가 또다시 피어올랐다.

어둠이 주변을 거의 다 잡아먹은 시간이었다.

치잇. “저격수! 다가오는 트럭 살펴!”

차동균이 무전을 보낸 다음이었다.

차동균은 욕을 삼켰다.

상황에 맞지 않을 만큼 달이 밝은 밤이다.

라이트도 켜지 않은 트럭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치잇. “트럭 15대입니다! 적의 반응으로 봐서 적군과 합류하는 병력 같습니다!”

이 개새끼들!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구나!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다가온 트럭이 쿠드스의 트럭과 합류했다.

새로 온 트럭의 절반에서만 적군이 뛰어내렸다.

차동균은 아예 헛웃음을 웃고 말았다.

아직 내리지 않은 트럭에도 적이 타고 있다면 너끈히 300은 넘는 적이 새롭게 합류한 거였다.

차동균은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폈다.

치잇.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울 때 기억해라! 저 새끼들 저대로 밀고 올 수 있고, 우리를 포위하고 달려들 수도 있다! 최대한 접근할 때까지 기다린다! 저격수! 미사일과 기관총 끝까지 지켜!”

무전을 마친 차동균이 앞을 노려볼 때였다.

“우리는 어째 만나기만 하면 단체 손님입니까!”

멀리서 윤상기의 황당한 질문이 날아왔다.

무전기를 통하지 않고 악을 쓰고 있어서 그의 질문이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하긴! 어차피 이곳에 몸을 숨긴 것은 적도 모두 아는 사실이니까.

“미친년들아! 우리 영업방침 몰라! 일당백! 그러니까!”

이번 고함은 곽철호의 것이었다.

“화장 곱게 하고! 손님들 제대로 맞아!”

‘저 새끼들이 미쳤나?’ 싶을 만큼 황당한 질문과 답이었는데 그걸 모두 듣고 났을 때 차동균은 이상하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빨리 처리하고!”

그래서 차동균도 악을 써댔다.

“다 함께 돌아가자!”

그의 고함이 산에 부딪혔을 때였다.

부르릉! 부르릉! 부르르릉!

나중에 나타난 트럭들이 시동을 걸었다.

“저격수! 부탁한다!”

“맡겨주십시오!”

그래!

무전 안 하니까 분위기 하나는 정말 좋다!

철컥. 철커덕! 철컥! 철컥!

어둠 속에서, 달빛에 의지한 채, 차동균을 시작으로 대원들이 소총을 겨누는 순간이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적들이 증평의 특수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엄청난 고함을 질렀다.

밤이다.

적의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넓게 퍼진 강한 고함이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르릉. 부릉. 부르르릉.

트럭이 산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트럭의 뒤에 새로 나타난 적들이 몸을 숨긴 채 달려왔다.

치잇. “쿠드스가 안 보인다! 좌측과 우측 경계 철저히 하고! 저격수 엄호병! 뒤에서 올라오는 적 살펴!”

적이 100미터 안쪽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냐!’

차동균은 방아쇠에 검지를 걸었다.

아프리카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밤을 이용해 바퀴벌레처럼 다가오는 게.

차동균은 검지를 서서히 당겼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대원들의 소총에서 튀어 나간 총알이 트럭과 그 뒤에 몸을 감춘 적을 향해 날아갔다.

투두두둑! 투두둑! 투두두두둑!

익숙한 반격이 날아왔다.

시작이다.

이제부터 또다시 지옥이 시작되는 거다.

강철규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파듯이 둘러보았다.

심장의 경고다.

본능이 더는 앞으로 나가지 말라고, 아니! 이곳을 빠져나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다니!

산의 중턱에서 내려가는 길이다.

맞은편의 산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이 좁은 산.

심장이 좀 더 커다랗게 뛰기 시작했다.

강철규는 빠르게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전원 정지!”

이미 몸을 감춘 다음이다.

강철규는 앞쪽 산을 노려보았다.

가깝기도 할뿐더러 저쪽에서는 이곳을 내려다보기까지 한다.

‘저기에 있는 건가?’

이 정도의 경고라면 혼자 나서는 게 옳다.

치잇.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현재 자리를 지킨다. 적이 다가오면 우리 방식으로 해결해라.”

무전을 마친 강철규가 자세를 낮추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격수?

눈앞에 보이는 산 위에 60명의 적이 다 처박혀 있다면, 차라리 그런 거라면 싶었다.

그가 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몸을 움직일 때였다.

삐이이이이이융! 삐이이이이이융! 삐이이이융!

휘파람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산 정상에서 날아왔다.

홱!

강철규는 악착같이 몸을 돌리고 날아오는 연기를 피해 달렸다.

콰으으응!

그의 근처와 산 아래에서 두 번의 폭발이 있었다.

철퍼덕!

강철규가 거칠게 처박히는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융! 삐이융! 삐이이이이융!

또다시 적의 RPG가 날아들었다.

강철규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움직였다.

콰으으응! 콰응! 콰으으으응!

그의 몸이 높다랗게 떠올랐다가,

철퍼덕!

바닥에 떨어졌다.

부스스스스.

“크흑!”

그가 바닥을 짚은 팔에 의지해 몸을 일으키는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융! 삐이이융! 삐이이이이융!

미사일은 강철규뿐만 아니라 비무장팀 대원들이 있을법한 곳을 향해 연속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콰으으으응!

또다시 허공에 높다랗게 떠오른 강철규의 몸이 비탈에 처박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