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57화 (35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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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멀리 간다.

김형정이 고건우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잇달아 들어오는 정보들, 변화하는 상황, 그리고 강찬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어서 와요.”

고건우가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 역시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이었다.

“우리 전투기 다섯 기가 허텐 군 공항에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고건우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김 팀장.”

“예, 원장님”

“교전 수칙을 어긴 것이라는 말이 군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보고는커녕 승인조차 받지 않고 교전을 벌였다는 내용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전투기와 파일럿을 잃은 것에 대해 박 소령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위성 통화 당시에 현장에서 판단해 결정하라는 말을 분명하게 전했습니다.”

“그 점을 문제 삼으려는 모양입니다.”

당시 통화내용은 보고를 통해 고건우도 이미 알고 있었다.

“국가정보원이 군의 명령 계통을 위반했다는 주장입니다.”

고건우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김형정을 보았다.

“우리 소속으로 파견 보낸 606대원들과 증평 특수팀이야 군이 간섭하기 어렵지만, 박승용 소령, 그리고 함께 움직였던 파일럿들은 아무래도 곤란한 처지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고건우가 나직하게 숨을 내쉰 다음 말을 이었다.

“김 팀장. 이럴 경우에 국가정보원장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 소령과 파일럿들의 조사와 처분을 군에 맡기는 것이 맞습니까? 아니면 편법을 사용해서라도 막아야 합니까?”

질문을 받은 김형정은 쉽게 답을 하지 못했다.

“김 팀장이 낼 답이 아니겠지. 군의 의견도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대통령님이 직접 명령을 내리신 것으로 처리하신다니까 그에 맞춰 움직이겠지만, 이럴 때 참 많이 답답합니다.”

김형정을 바라본 고건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고할 새로운 내용이 있습니까?”

“러시아에서 핵 잠수함 알리호의 이동 경로와 무기밀매상 이반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알려왔습니다. 원장님과 저만 공유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딸려 있었습니다.”

김형정이 USB를 책상에 올려놓았다.

“흠. 알았습니다. 그리고 김 팀장.”

“예.”

고건우가 책상 위에 놓인 모니터를 돌렸다.

“이 항목을 알고 있습니까?”

김형정이 고개를 내밀어 고건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폴더를 보았다.

“제가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이 바로 그 폴더입니다. 요원들이 원장님께 직보하는 극비나 기밀 내용이 저장됩니다. 새로 비밀번호를 만드셨습니까?”

고건우가 의아한 눈으로 김형정을 보았다.

“그런데 이건 무슨 뜻입니까?”

그러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

[비밀번호 오류 3회. 입력된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김형정이 의아한 눈으로 고건우를 보았다.

“이 폴더는 원장님 자리에 있는 컴퓨터 본체에서만 확인할 수 있고, 네트워트를 통해 외부에서 접속할 경우, 경보음이 울리고 접근자의 신상이 바로 공개됩니다.”

상체를 든 김형정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 컴퓨터로 접속하더라도 패스워드를 세 번 잘못 입력하면 내부 자료가 자동으로 파기됩니다.”

“그렇다면 이게 그 비밀번호를 세 번 잘못 넣어서 삭제되었다는 뜻입니까?”

“저도 그 문구는 처음 봅니다만, 맞는 것 같습니다.”

김형정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답을 했다.

“난 비밀번호를 입력한 적이 없습니다. 혹시 김 팀장이 이걸 확인했습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이건 제가 확인할 권한이 없습니다.”

고건우와 김형정이 시선을 마주쳤다.

“그렇다면 누군가 이 자료를 파악하려 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어쩌면 삭제하려고 일부러 이랬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눈빛을 반짝였다.

“누군가 이 방에 들어와서 일부러 내용을 지우기 위해서든, 아니면 정말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서든, 비번을 입력했다는 뜻이라는 거지요?”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김형정이 바쁘게 방을 나섰다.

***

바실리는 대통령 궁의 야외 테라스에 앉았다.

맞은편에서 알렉세이 러시아 대통령이 불편한 시선을 주고 있는데도, 바실리는 뻔뻔스러울 만큼 냉정한 얼굴로 대응했다.

“정보국장이라고 모든 걸 마음대로 해서는 곤란해, 바실리.”

“그런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브첸코와 그의 가족, 형제, 심지어 늙은 부모까지 모조리 체포하고, 그의 부인을 현장에서 사살한 일이 어째서 내가 모르는 사이 벌어진 거지?”

“이렇게 보고드리러 오지 않았습니까?”

불편한 알렉세이의 눈빛이 냉정한 바실리의 얼굴에 계속 부딪혔다.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이반이 탄도 미사일을 거래했고, 드미트리는 핵탄두를 가지고 북태평양을 떠돌고 있습니다. 그 핵탄두가 UIS의 손에 들어갔다면, 그리고 그것이 한반도에서 터진다면 우리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

“한국이 핵폭탄에 얻어맞는다면 앞으로 몇십 년은 다른 곳을 쳐다볼 여유도 없을 거다.”

“그럴 겁니다. 대신 우리는 중동의 산유국과 미국에 눌려서 엄청난 원유와 가스를 가지고도 빚에 허덕이게 될 것입니다.”

“말이 심해, 바실리.”

“현실을 보십시오.”

바실리는 도전적인 눈빛으로 알렉세이 대통령을 노려보았다.

“원하신다면 정보국장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바실리!”

“그걸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내가 계획한 일을 세브첸코 같은 놈의 말에 흔들려서 망가트리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알렉세이가 기가 막힌 것처럼 코웃음을 뱉어냈다.

“스페츠나츠를 거쳐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작전에서, 그리고 정보전에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긴 줄 아십니까?”

말을 마친 바실리가 상체를 기울여 알렉세이에게 고개를 가져갔다.

“알렉세이,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내가 넘긴 죽을 고비도 거기에 포함돼. 그러니 그 공을 무시하지 마.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원한다면 내가 물러나지.”

알렉세이가 거친 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그렇더라도 내 후임으로 세브첸코 같은 얼간이가 앉는 꼴은 못 보겠다. 또 한 가지. 날 더 자극하지 마라.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시베리아로 가기 싫다면.”

바실리가 상체를 바로 세운 다음, 재킷의 아래를 잡아당겼다.

“나가는 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겠습니다.”

“내가 정보국 하나 손에 못 넣을 것 같은가? 그렇다면 사직서를 제출하는 순간 자네를 세브첸코보다 더 잔인하게 처리할 수 있어.”

바실리가 입 끝을 올리는 것으로 더할 수 없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냈다.

“연방안전국이 카케베(KGB)를 누를 수 있다고 여기시면 곤란합니다, 대통령님.”

바실리의 눈빛이 뱀보다 차갑게 빛났다.

“업무가 너무 힘드셔서 일찍 물러나고 싶으신 거라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바실리와 알렉세이 모두 조금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있었다.

거친 숨을 서너 번 내쉬던 알렉세이가 “휴우!”하며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하는 게 뭔가, 바실리?”

“정보국의 업무를 존중해주시면 됩니다.”

알렉세이는 참기 어렵다는 것처럼 고개를 틀었다가 다시 가져왔다.

“그렇더라도 최근 행동들은 지나쳐.”

“차세대 에너지를 손에 넣지 못하면, 러시아는 절대로 지금의 위치를 지키지 못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뛰어다니는 그 애송이를 정말 그렇게 믿나?”

“대통령님보다야 믿음이 가긴 합니다.”

“바실리!”

“다른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사직서는 돌아가는 대로 제출하겠습니다.”

바실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알렉세이가 씹듯이 말을 뱉어냈다.

“정보국의 업무를 존중하겠다.”

테이블 앞에 선 바실리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알렉세이를 내려다보았다.

“세브첸코는 원래 시베리아로 보낼 예정이었지만, 총살형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원망 가득한 눈으로 바실리를 보던 알렉세이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

바실리가 몸을 돌려 테라스를 벗어났다.

거침없는 걸음이었다.

계단을 내려선 바실리에게 요원 두 명이 다가왔다.

“벌레들이 더 꼬이지 않게 잘 지켜봐.”

요원 둘이 바실리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

강철규는 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앞으로 움직였다.

대원들은 이미 흩어졌다.

산이다.

이 넓은 숲 어딘가에 저격수가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대원들은 산 전체를 휩쓰는 형태로 전진하고 있었다.

총소리가 울리면 대원 한 명이 희생된 거고, 반대로 저격수를 잡으면 무전기 버튼 누르는 소리만 들린다.

어떤 대원은 산 아래를 타고 가고, 남일규와 양동식의 경우는 정상 근처를 계속해서 올라야 했는데, 가장 높은 곳은 역시 강철규가 맡았다.

산의 형태도, 나무도, 심지어 햇살과 바람도 비무장지대와 완전하게 다른 아프가니스탄이다.

게다가 짧은 대치가 아니라 이대로 14시간을 집중해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다.

후욱. 후욱.

강철규는 참 오랜만에 날이 제대로 선 상태로 산을 타고 있었다.

적을 만나면 바람이 다르고, 피부에 닿는 공기가 다르다. 심장의 두근거림, 적의 총구가 나를 향할 때 느껴지는 섬뜩한 경고를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강철규는 숲의 왼편에서 오른편을 빠르게 살핀 다음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다시 오른편에서 왼편을 살폈다.

그렇게 봐서 뭘 알 수 있냐고?

사물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보일 때면 풀 끝이 흔들리거나, 뾰족한 나뭇잎이 일렁이는 것까지 분명하게 보인다.

죽고 죽이는 일이 뭐가 재미있을까?

그런데 지금 강철규는 묘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강찬이다.

강찬이 원하는 싸움이다.

리비아에서 강찬이 전화를 걸어줬을 때?

어색하리만큼, 피와 눈물로 얼룩진 삶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죽인다. 죽일 거다.

저격수, 그리고 UIS 주요 인물 모두.

그것이 강찬이 원하고 강찬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산으로 달려든 바람이 나무를 파고들었다가 강철규를 스치고 지나갔다.

강철규는 짧게 한곳을 노려보다가 시선을 옮겼다.

후욱. 후욱.

자칫하면 저렇게 바람에 기운 풀들이 천천히 자세를 세우는 틈에서, 귀신의 텅 빈 눈구멍 같은 총구가 있다.

스윽.

강철규의 모습이 바람에 흩날리는 풀잎처럼 흔들리는가 싶은 다음 곧바로 사라졌다.

바람은 계속 불었다.

산속이다.

계곡을 타고 올라온 바람과 등성이에 부딪힌 바람은 방향도 제각각이었다.

강철규는 사슴을 잡기 위해 자세를 잔뜩 낮춘 표범처럼 조심스레 나아갔다.

강철규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뭔가 냄새가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

적이 아군을 노리기 전에, 한 발이라도 발사하기 전에 해치워야 하는 거다.

국가와 동료에게 목숨을 바쳤던 대원들을 하나라도 더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적을 물리치고 돌아가고 싶었다.

강찬의 목표대로 말이다.

강철규는 옷장에 걸려있던 양복을 떠올렸다.

대원들에게도 그런 행복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얼마나 좋았는지,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는지.

***

차동균은 산의 입구에 저격수 셋을 배치했다.

그리고 저격수에게 엄호병을 붙였는데 그중에는 통역대원도 있었다.

곽철호, 윤상기, 그리고 아프리카와 리비아를 뛰었던 대원들은 이제 완벽하게 베테랑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어느 한구석 허술하지 않은 움직임까지.

쿠드스 200명?

가늠이 안 됐다.

강찬이 있다면 또 모른다.

그렇지만 차동균은 덤덤하게 대원들에게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대원들의 배치가 모두 끝난 다음이다.

차동균은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그는 산을 둘러보는 것처럼 서른 명의 대원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번에 우리는 운이 좋은 모양이다.”

뭔 소리를 하는 건가 하는 표정으로 대원들이 바라보는 앞이다.

“편안하게 쉬다가 가장 수월한 놈들을 상대하는 걸 보면 그렇다.”

숨을 들이켠 차동균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대장이 전해주려고 했던 것들을 우리는 충분히 받았다. 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에서, 북한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와 리비아에서의 작전을 통해서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햇살 아래서 차동균의 의지가 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쿠드스 200명이다! 우리가 그동안 어떤 전투를 치르고 다녔는지를 증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적은 없을 거라 믿는다!”

시선을 마주친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여댔다.

“우리가 있는 이 하늘 위에서! 아군의 전투기 8기가 30기의 적을 물리쳤다!. 이번엔 우리 차례다! 증평의 특수팀이! 우리를 가르친 대장이! 대한민국의 특수팀이 어떤지를 적에게! 세계에 제대로 가르쳐주자!”

차동균이 말을 마친 순간이었다.

“나의 피로!”

산의 중간에서 윤상기가 쇳소리 가득한 음성으로 구호를 쏟아냈다.

“국가를 지킬 수 있다면!”

가릴 것이 없다.

차동균의 시선 앞에서 대원들이 악착같은 음성으로 그들이 지닌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행복하다!”

차동균은 문득 강찬이 무척 보고 싶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대원들과 같은 방향을 보며 자세를 잡았다.

멀리 추락한 전투기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처박혀 있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처절한 전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와라. 이번은 정말 다를 거다.’

차동균은 오른손을 움직여 소총을 매만졌다.

***

대낮에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하는 이동이다.

정원민의 지시에 대원 두 명이 빠르게 달려나갔다.

사사삭. 사삭.

전방을 살핀 대원이 하늘을 향해 검지와 중지를 돌린 다음, 곧바로 앞을 가리켰다.

철꺽. 철꺼덕.

이번엔 다른 대원 둘이 목표 지점까지 빠르게 달렸다.

이렇게 교대로 확보한 거점을 이용해 남은 대원들이 4명씩 짝을 지어 움직인다.

오른쪽 아래로는 강이 있고, 왼쪽 위로는 도로다.

트럭 두 대가 겨우 스칠 정도의 흙길을 따라가는 길이라,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민가가 없어서 인적도 없다.

도로가 강보다 7미터쯤 위에 있어서 몸을 숨기기도 적당했다.

마음 같으면 죽기 살기로 달려갔으면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정원민은 악착같이, 그리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꼼꼼히 주변을 경계하며 전진했다.

606단독으로 목표지점에 도착하는 것.

강찬이다.

강찬이 대한민국 특수팀의 전설 비무장왕과 그의 대원들, 증평의 특수팀, 그리고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앞에서 건네준 믿음이었다.

12시간을 달려야 하는 길.

허리 한 번 못 펴고, 저 멀리 있는 산마저 경계하며 달려야 하는 길.

사삭. 사사삭.

앞으로 이동한 정원민이 주변을 천천히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이 도로를 지나 건너편에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도로에서 일어난 흙먼지가 덮쳤는데 그것도 상관없었다.

그런 작전 목표는 처음 들었다.

UIS 간부를 모두 죽이고, 다 함께 돌아간다니!

정말 멋지지 않은가?

정원민은 웃음이 피어날 뻔한 것을 부릅뜬 눈으로 겨우 막았다.

그의 시선에 최철한이 들어왔다.

때려도 좋고, 연병장을 뛰다 죽어도 좋으니 작전에 참가하게 해달라고 매달리던 중사 최철한.

저놈의 근성을, 국제빌딩 작전 이후로 붉게 피어난 눈을 하고 훈련에만 매달렸던 것도, 정원민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해보자, 최철한!’

정원민은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이 작전에서 UIS 간부를 모조리 사살하고, 저 대원들 모두 돌아가는 거다.

비록 이 군복이 그의 마지막 옷이 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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