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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결과를 지켜보자.
알만 빈 지브릴(جبريل)은 둥그렇게 앉아 있는 이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아비부가 비록 과한 부분이 있지만, 그는 우리의 미래와 안전을 위해 분명하고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흰색 원피스 차림의 아홉 남자가 신중한 표정으로 지브릴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의자마다 오른쪽에 협탁을 두어서 중앙이 텅 빈 느낌이었다.
“이번에 한국에 고개를 숙이면! 우리는 영원히 그들의 경제적 지배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니!”
지브릴은 말끝마다 오른손으로 허공을 찍어댔다.
“아프가니스탄의 일을 승인해 주신다면! 제가 이 사태를 분명하게 끝내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떠돌아다녔다.
누구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러시아, 중국, 독일이 가세한 싸움이다. 그들이 진실로 지켜보기만 하겠나? 그들의 특수팀이 직접 참가한 이 전투를?”
모인 이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고 온화한 인물, 우스만. 그는 처음부터 지브릴의 계획을 반대했으나 분위기를 거역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프랑스의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었고, 해당 나라 수반들과 협약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더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지브릴이 허공을 반으로 가르는 것처럼 손날을 움직였다.
“미국은?”
“미국은 내심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지브릴이 다시 앉아 있는 이들을 둘러보았다.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UIS를 벌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이지, 한국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
분위기를 휘어잡은 지브릴이 더욱 눈빛을 빛냈다.
“한국의 애송이가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그를 제거한다면! 우리는 에너지 사업에서 영원한 승자가 될 것입니다!”
강한 의지가 담뿍 담긴 지브릴의 발언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까지 나섰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텐데?”
“우리가 그들의 무기를 구매하는 조건입니다. 이후에 이룩할 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지분이 포함되었습니다.”
“미국에 주어야 할 대가는?”
“대통령 선거에 유리할 수 있도록 가자 지구의 협정에 미국의 활약을 넣어주기로 했습니다.”
우스만의 질문에도 지브릴은 거침이 없었다.
“이란은 아프리카에서 쿠드스가 전멸하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우리는 이슬람 전사들의 능력을 전 세계에 보이고! 애송이를 완벽하게 제거함으로써 한국이 아비부의 일을 사과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스만은 나직하게 신음을 흘렸다.
분위기는 이미 넘어갔다.
그렇더라도 우스만은 어떡해서든 이 계획을 말리고 싶었다. 그의 연륜과 경험이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UIS의 지도자를 제거하겠다고 나선 한국의 애송이는 우리 에너지 사업의 영원한 승리를 기념하는 제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명하게 그의 생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브릴의 확신에 찬 말을 들으며 우스만은 이미 이번 결정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흐음.’
우스만은 새어 나오는 한숨을 남몰래 삼켰다.
프랑스의 무기 구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지브릴은 모른다.
이익으로만 엮인 신뢰가 얼마나 가볍고 간사한지를!
그리고 지브릴은 너무 젊다.
세상에 ‘절대’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이렇게까지 했는데 한국의 애송이가 승리를 거머쥔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상황에 우스만은 고개를 털었다. 그리고 연륜에 걸맞게 의심을 감춘 얼굴로 지브릴을 보았다.
무언가 감추고 있다.
그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
대원들이 얼굴을 익히고, 강철규와 비무장 팀 대원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는 일이다.
그래서 강찬은 일등석에서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좌석 편안하겠다, 옆에 커피와 담배 있겠다,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이 싫을 이유도 없었다.
“밥 먹읍시다.”
석강호가 컨디션이 돌아온 것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나섰다. 그리고는 이두희, 통역 대원과 움직여 도시락과 라면을 챙겨왔다.
“뒤쪽은 어떠냐?”
“다들 모여서 식사할 건가 본데, 비무장 왕이라는 분이 대단하긴 한가 보우! 총에 사인해 달랄 분위기요.”
석강호가 걸걸한 음성으로 뒤편의 분위기를 알려주었다.
컵라면 국물에 도시락을 먹었다.
프랑스 놈이 ‘후후’ 불어가며 면발을 처먹는 꼴도 봤다.
대충 치우고 났을 때였다.
뒤편에서 최종일이 다가왔다.
“강 이사님이 뵐 수 있냐고 하십니다.”
“지금?”
“비지니스 석에서 기다리십니다.”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이리 오라고 했다가 담배 피울 곳이 없어지면 곤란한 거다. 뒤쪽으로 걸어가 커튼을 젖히자, 창가에 앉은 강철규가 보였다.
강찬은 곧바로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장기전이 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은 거냐?”
강철규는 테이블에 루카 지역의 지도를 펼쳐놓고 있었다.
하여간, 멋대가리 없기는!
‘밥은 먹었냐?’ 라든가, 아니면 뭐 ‘좀 쉬었냐?’ 이정도 말은 먼저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작전 지역에 도착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린다.”
강찬의 생각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강철규가 산악의 형태를 따라 검지를 움직였다.
강찬은 물론이고, 강명구, 정원민, 그리고 대원들 모두 염려하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헬리콥터로 이동하기 전에 전투기가 지원 나올 거야.”
강철규가 놀람과 의아함이 꼭 반반씩 섞인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대대적인 폭격을 가한 뒤에 그 라인으로 다가가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 같은데?”
“전투기가 지원 나오는 게 분명하냐?”
강찬은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이쪽 라인을 집중적으로 때려주면 충분할 것 같은데? 그 뒤에 우리 애들이 가장 먼저 들어가서 길을 확보하고……. 그렇다면 되겠다.”
강철규가 지도를 외우는 것처럼 들여다보았다.
“무리하지 마.”
강찬은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저놈들은 지금까지 상대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와. 산에 아이들을 혼자 묶어둘 정도니까. 그리고 자원해서 몸에 폭탄을 묶고 달려드는 아이들도 있어.”
고개를 반쯤 돌리고 있던 강철규가 피식 웃었다.
뭐야? 기껏 생각해 줬더니!
‘웃는 모습을 바꾸든가 해야지.’
아무튼, 저 웃음은 보는 사람을 묘하게 자극한다.
“다 끝난 거지?”
강찬이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밥은 먹었냐?”
강철규가 나직하게 질문을 던졌다.
저 질문을 하는 게 저렇게 곤란한 일인가?
“컵라면하고 도시락 먹었어.”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숨 자둬. 내리자마자 많이 힘들 거야.”
“그러마.”
이런 대화가 이렇게 뻑뻑한 느낌으로 오갈 줄은 몰랐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찬은 바로 일등석 칸으로 움직였다.
“다녀왔소?”
“응.”
강찬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석강호가 의자를 뒤로 젖혔다.
제라르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전투를 앞둔 시점이다.
여유 있을 때 한숨이라도 자두는 것이 결정적인 순간에 커다란 힘이 된다.
강찬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바로 눈을 감았다.
띵. 띵. 띵. 띵.
조명등이 점멸하며 알람이 울렸다.
도착 20분 전이라는 의미였다.
잠이 깬 강찬은 의자를 세우고 머리를 털어냈다.
“어흑!”
건너편 자리에서 석강호가 목을 풀어댔고, 좀 더 부지런한 제라르가 물병을 가지고 왔다. 확실히 아까와는 다르게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짜라락.
물병을 따서 물을 마시자 얼굴을 씻고 싶었다.
수송기라면 이 자리에서 물을 끼얹었겠지만, 민간항공기 바닥에 물을 흘리기는 그렇다.
“세수하고 올게.”
강찬은 뒤편의 화장실로 가서 얼굴을 씻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무장할 차례다.
“가자.”
강찬의 말에 따라 일등석에 있던 모두가 함께 움직였다.
비지니스 석을 지나 뒤쪽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철컥. 철커덕. 철컥. 철컥.
대원들이 군복을 갈아입고 무기를 착용하고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윤상기가 커다란 자루를 건네주었다.
회백색 군복, 소총, 권총, 수류탄, 대검, 탄창, 무전기.
철컥! 철컥! 철커덕!
늘 하던 일이다.
10분쯤 지나자 비행기에 있는 모두가 군복과 무기, 그리고 무전기를 완벽하게 갖췄다.
띵. 띵. 띵. 띵.
착륙 시그널이다.
자리에 앉자 비행기가 커다랗게 몸통을 틀었다.
밖은 아직 훤한 시간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창밖으로 전에 보았던 공항의 모습이 펼쳐졌다.
***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허텐(和田) 지구.
박승용의 선글라스에 군 활주로가 고스란히 비쳤다.
8대의 KF-16 전투기로 허텐 지구 군 공항에 도착한지 30분이 지났다. 그때부터 계속 황량한 벌판에 덜렁 놓인 2층짜리 관제 건물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활주로를 보고 있는 거였다.
“이거 참!”
박승용이 뒤를 돌아보았다.
공군은 해외 참전이 어렵다.
공중전이냐, 폭격이냐에 따라 무장이 다르고, 항공모함이 아니라면 정비팀과 무장팀이 동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래서 이기도는 물론이고, 함께 온 파일럿 모두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대한민국 전투기가 아프가니스탄을?
박승용은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한국에서 이륙할 때까지도 중국 땅을 전투기를 탄 채로 가로지를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북한도 북한이지만, 전시 작전권을 가진 미국의 입김을 이겨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밤새 수없이 머릿속에서 전투기를 타고 떴다가 가라앉곤 했는데, 지금 중국의 끝에 서 있다.
이곳에서 15분이나 20분을 날아가면 목표 지점인 아프가니스탄의 루카인 거다.
“이기도.”
“예.”
같은 소령이라도 박승용은 짠물 소령이다.
“언제든 출격할 수 있게 대기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한다.”
“알겠습니다.”
박승용은 시선을 활주로로 돌렸다.
KF-16 전투기가 정비팀의 손길을 받으며 늠름하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폭격에 필요한 무기를 장착했다.
사실 F-15가 폭격에는 더 적합하지만, 공군작전사령부는 혹시 있을지 모를 상황에 대비해 KF-16을 지정했다.
민병대 정도라면.
박승용은 입술에 힘을 꾹 주었다.
***
공항에서 시간을 허비할 이유는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대한민국 특수팀은 바로 헬기에 나눠타고 바자르로 향했다.
미국이 제공한 헬기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귀를 파고드는 프로펠러 소리, 몸을 스치고 달려가는 바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의 냄새.
석강호와 제라르, 그리고 이제는 틀이 완전히 잡힌 최종일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다른 대원들은 무기를 쓰다듬거나 허공을 향해 시선을 주고 있었다.
이때가 생각이 가장 많아진다.
그리운 사람들, 내가 없어지면 가슴 아파할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간절하게 떠오르는 시간.
강찬은 헬리콥터의 벽에 기댄 채로 안쪽에 켜진 붉은 등을 보았다.
왜 이런 때 송창욱이 남겨준 낡은 태극기가 떠오를까?
두두두두두두두두.
30분쯤 날아간 헬기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다예! 제라르!”
강찬의 손짓에 두 사람이 입구의 양쪽에 대기했다.
쿠웅.
헬기가 내려앉고 문이 열렸다.
훅.
바람, 흙먼지, 그리고 옅었던 냄새가 확실하게 헬기 안으로 뛰어들었다.
“앞쪽을 확보해!”
강찬의 지시다.
와락! 와라락!
석강호와 제라르, 그리고 대원 네 명이 빠르게 뛰어나갔다.
바자르는 앞에 산을 둔 평지의 형태였다.
치잇. “위쪽에 대원 둘 배치했고, 이상 없소.”
강찬은 빠르게 헬기에서 내려서 커다랗게 양손을 돌려보였다.
두두두두두두두.
멀찍이 대기하던 헬리콥터가 연달아 내려앉았고, 대원들이 뛰어내렸다.
먼저 내린 대원들이 가져온 짐을 내리는 틈이다.
강찬은 주변 지형을 살핀 다음, 산 아래를 가리켰다.
“차동균! 저쪽과 저쪽에 경계 세우고, 팀별로 막사 설치해!”
“예!”
대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강찬이 뒤편을 둘러볼 때였다.
강철규가 조용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산 위쪽을 살펴보고 싶다.”
강찬은 강철규의 시선을 따라 산의 위쪽을 보았다.
저곳을 완벽하게 점거할 수 있다면 아래쪽은 그만큼 여유가 생긴다.
“부탁해.”
“여차하면 요소에 두 명씩 경계를 배치할 테니까 아군에게 알려줬으면 싶다.”
“경계는 증평 특수팀에게 맡기지?”
“저격수가 60명이나 된다는 말이 아무래도 걸린다. 그런 건 우리 애들이 나을 테니까 맡겨다오.”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방탄복 입는 게 어때?”
실제로도 강철규를 비롯한 비무장 팀 대원들은 누구도 방탄복을 입지 않았다.
“우리는 이렇게 움직였다. 예전엔 이런 걸 입지 않았던 데다 매복이나 암살에 워낙 방해되니까.”
누구나 특기가 있는 거다. 어쩌면 저격수에게 가벼운 총을 쓰라는 느낌일 수도 있어서 강찬은 더 권하기 어려웠다.
30분쯤 걸렸다.
탄약을 비롯한 무기들을 옮기고, 막사를 설치하는데 걸린 시간이 말이다.
강찬은 강철규, 차동균, 정원민, 그리고 강명구를 중앙 막사로 불렀다.
“여기 시간으로 시계를 맞춰! 지금이 오후 3시 29분! 그리고 증평 팀이 이곳 경계를 맡고, 비무장 팀이 외곽을 체크한다.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준비됐지? 하나, 둘!”
따각.
시간을 맞춘 대원들이 동시에 조절 레버를 눌렀다.
“지원 팀이 도착하는 대로 작전을 짜고 바로 출발하겠다. 그때까지는 각자 알아서 휴식하고, 비무장 팀은 최대 반경 2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줘.”
“알았다.”
강철규가 굳은 얼굴로 답을 하고 나서 흩어졌다.
“커피 한잔 드시겠소?”
“줘.”
답을 한 강찬은 소총을 건 채로 막사를 나서 앞에 펼쳐진 산을 훑어보았다.
높은 산이다.
중간에 얇은 나무들이 제법 빽빽한.
이곳에서 루카까지 사리차 로드를 이용하면 자동차로 30분 거리이고, 만약 이곳에서 산을 타고 바로 루카지역으로 가려면 대략 18시간이 걸린다.
헬리콥터를 이용해 산악에 내리고, 산을 타고 내려가는 작전, 무언가 서늘한 느낌에 강찬은 천천히 산의 저쪽 끝에서 반대쪽 끝을 둘러보았다.
철컥. 철컥.
소총 소리, 커피 냄새와 함께 석강호와 제라르, 통역 대원이 다가왔다.
“다른 놈들은 언제쯤 오는 거요?”
“도착할 때가 됐을 거다.”
석강호가 커피를 건네주었다.
“안드레인가 하는 놈 면상이 벌써 기대되우.”
강찬이 피식 웃을 때, 뒤늦게 말을 전해 들은 제라르가 비슷한 느낌으로 따라 웃었다.
강찬은 커피를 마시며 다시 산을 둘러보았다.
뭐지? 이 서늘한 느낌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주는 경고도 아니고, 본능이 전하는 경고는 더더욱 아닌,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마치 얼음물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듯한 서늘함.
긴장해서 그런가?
워낙 큰 전투고, 이 전투를 책임진 책임자여서?
“후우.”
강찬이 뜨거운 커피를 식히는 것처럼 숨을 내쉴 때였다.
윤상기가 급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위성전화입니다.”
누군지 아직 듣지 못했다.
이건가?
강찬은 종이컵을 건네주며 위성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상황실입니다.”]
김형정은 무척이나 급한 목소리였다.
[“러시아, 중국, 독일의 파병이 취소됐다는 연락이 조금 전 국가정보원으로 들어왔습니다. 사유는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못했답니다.”]
강찬은 힐끔 산을 보았다.
왜 자꾸 저 위로 시선이 가는 거지?
[“독일에서 전화 통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번호를 알려줘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주세요.”
[“통화가 끝나는 대로 일단 철수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화하고 알려드릴게요.”
통화를 끊은 강찬은 궁금해하는 석강호와 제라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3개국 지원팀이 취소되었단다. 그쪽 대통령이 재가를 하지 않았다는데 아무래도 수상해. 독일의 루드비히가 전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니까 일단…….”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그때 전화가 울려서 강찬은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요.”]
루드비히가 급한 프랑스 말을 쏟아냈다.
[“급하니까 내용만 먼저 전합니다. 로망이 프랑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완벽하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통화하기 직전에 이란에서 전투기와 전폭기 30대가 발진했어요! 일단 피하세요!”]
이거였구나!
강찬은 산 너머의 하늘을 보았다.
[“30분 이내로 도착할 테니 서두르세요!”]
“30분이면 헬기에 타고 있다가 전투기를 만납니다.”
[“그렇더라도 일단 그곳을 나와야 합니다. 완벽한 함정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쿠드스 200명이 이동한 흔적이 나왔습니다.”]
“움직이고 통화하지요.”
[“제발 나오세요! 로망은 우리가 어떡해서든 제거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무리 바닥에서 날고 기어도, 이 병력으로 전투기를 상대할 수는 없다.
강찬이 전화를 전화를 끊는 순간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의 엔진 소리가 들렸다.
석강호와 제라르가 고개를 돌린 곳에서 헬리콥터가 떠오르고 있었다.
염병!
지금 달려간다고 저놈들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강찬은 빠르게 무전기에 손을 올렸다.
치잇. “전 대원 전투 준비!”
석강호와 제라르가 놀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따로 설명할 시간이 없다.
“이란의 전투기가 이쪽으로 향한다. 헬리콥터의 협조는 포기하고, 산으로 대피하겠다. 막사는 버린다. 무기와 탄약만 챙겨! 남은 시간은 30분이다.”
무전이 끝남과 동시에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다예! 증평팀과 앞을 맡아!”
“알았소!”
석강호가 빠르게 뛰어갔다.
30분?
강찬은 빠르게 위성 전화의 버튼을 눌렀다.
[“상황실입니다.”]
“이란에서 전투기와 전폭기 30대가 우리를 노리고 출발했답니다. 아군 전투기는 몇 대나 와 있습니까?”
[“8대가 대기 중입니다.”]
“후우!”
공중전을 잘 모르지만, 단순히 생각해도 이건 싸움이 안 된다.
강찬은 이를 악물고 산을 노려보았다.
[“일단 발진시키겠습니다!”]
“상대가 안 돼요. 애꿎게 죽게 할 필요 없습니다.”
[“최소한 대피할 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김형정이 악을 쓰는 것처럼 소리쳤다.
***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파견소입니다.”
위성 전화를 받은 박승용이 약속된 구호를 불렀다.
[“이란에서 우리의 목표 지점으로 전투기와 전폭기 30대를 발진시켰습니다. 아군이 피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교전이 가능합니까?”
[“판단은 파견소에서 하시면 됩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박승용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무기를 바꿔!”
정비팀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적기다! 공중전에 맞게 무기를 빨리 교체해!”
정비팀이 급하게 비행기로 달려들었다.
“출격 준비!”
우르르르!
박승용과 파일들이 있는 힘껏 전투기를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