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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어려운 전투다.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 세 대가 날아왔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기지에 남아 있는 대원들이 먼저 상자들을 내렸다.
강대경이 부탁한 자동차 부품, 유혜숙이 부탁한 음식 재료들이었다.
“늘 있는 훈련 같은 겁니다.”
남일규와 양동식을 뒤에 세운 강철규가 강대경과 유혜숙을 향해 듣기 좋은 음성으로 말을 건넸다.
늘 있는 훈련이라고 했다.
김태진을 비롯한 기지에 남는 대원들은 물론이고, 남일규, 양동식 등 떠나는 대원들까지 모두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건강하게 오십시오.”
강대경이 내민 손을 강철규가 맞잡았다.
뻔한 악수다.
그런데 강철규가 왼손을 뻗어 강대경의 오른손을 덮었다.
“고맙습니다.”
강대경이 의아한 시선을 들었을 때였다.
“황량한 곳에 가정의 정과 맛있는 음식을 선물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강철규가 말을 덧붙이고, 유혜숙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짧은 인사가 끝났다.
김태진을 향해 눈인사를 한 강철규가 고개를 돌렸다.
“가자.”
우르르.
남일규와 양동식을 시작으로 일사불란하게 헬리콥터에 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흙바람을 세차게 뿌리며 헬리콥터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
석강호는 도착하는 순간부터 소주를 연신 들이켜며 울어댔다.
“흐으으! 흐으! 흐으으!”
쭉 찢어진 눈, 각진 턱, 다부진 인상에 한가락 하게 생긴 덩치가 거실에 앉아서 눈물, 콧물, 침을 흘려가며 서럽게 우는 거다.
노모는 연신 눈물을 훔치고, 코를 훌쩍였다.
멋진 형님이 생겼다더니…….
생긴 건 산도적이 따로 없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산도적은 좁은 집을 둘러보고 울고, 노모를 보고 울고, 아들의 방을 보고 또 울어 댔다.
그래도 아들의 죽음을 서럽게 울어주는 형님이다.
코를 들이마신 노모가 뿌연 눈가를 훔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각. 달그락.
그리고는 냄비에 물을 부어서 레인지에 올렸다.
“흐으으! 흐으!”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형님을 어떻게 굶기겠나.
“뭐해요? 흐으.”
“국물이라도 끼릴라고 그랴요. 암 것도 못 자셨자너.”
“흐으으! 그거 넘어가지도 않아요. 그냥 둬요.”
“와 그랴요! 와! 성님은 살아야제!”
석강호가 또 가슴에서 울려 나오는 울음을 터트렸다.
콧물이 길게 떨어졌는데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유! 어쩔까나!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쩔까나!”
노모가 쭈뼛쭈뼛 다가가서 석강호의 눈과 코, 그리고 입가를 소매로 닦아주었다.
“흐으으.”
눈물이 커다랗게 매달린 노모와 석강호의 시선이 처음으로 마주쳤다.
“억울해요! 흐으으!”
“뭐시! 뭐시 그리 억울하요?”
“나! 흐으. 지환이한테 해줄 게 더럽게 많았는데! 흐으. 흐으. 그런데 이렇게 잃었어요!”
노모가 꺽꺽거리는 울음을 터트렸다.
“이 썩을 눔아! 이 못된 눔아! 이런 성님을 두고! 불쌍한 에미를 두고 눈이 감겨지디야!”
처음이었다.
반나절이 훨씬 지나서 노모는 처음으로 석강호를 부둥켜안았다.
***
강철규가 출발했다는 연락을 받은 강찬은 전화기를 들었다.
꾸욱.
통화 버튼을 누르고 신호음이 한참 울린 다음이었다.
[“여보세요?”]
강대경의 음성이 들렸다.
“아버지!”
[“찬이냐?”]
이렇게 반가워할 줄은 몰랐다.
자상한 면이 있어서 늘 감정을 표현하곤 했지만, 이토록 반가워하는 음성은 처음이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강 이사님과 함께 훈련이라고 떠나셨다.”]
“예.”
[“혹시 너도 이번 훈련에 함께하는 거냐?”]
강찬은 답을 하지 못했다.
최소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강대경은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깊은 숨소리가 그랬다.
“아버지. 걱정하실 건 알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럼! 그래야지. 그래 줘야지.”]
강대경이 상황을 받아들이려는 것처럼 연신 비슷한 답을 쏟아냈다.
20분쯤 통화를 했다.
몽골에서의 생활을 들으면서 못 본 동안 낀 어색함을 녹였고, 그리움을 주고받았다.
“어머니는요?”
[“주방에 있어. 오늘 부탁했던 부식이 들어와서 지금 그거 정리하느라고 정신없을 거다.”]
“어머니가 너무 힘드신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냐? 엄마 요즘 밤이면 코까지 골면서 정말 잘 잔다.”]
모처럼 함께 웃고 난 뒤에 20분쯤 통화를 더 했다.
“아버지. 이제 어머니께 전화 드릴게요. 건강 조심하세요.”
[“찬아.”]
“예.”
끊기 전이다.
강대경이 나직하게 강찬을 불렀다.
[“걱정 안 해도 되는 거지? 무사히 돌아오는 거지?”]
그리고는 삼키지 못한 걱정을 전화기를 통해 건넸다.
“그럴 거예요. 훈련 끝나는 대로 전화 드릴게요. 어쩌면 몽골에 갈지도 모르고요. 그럼 초밥 사 갈게요.”
[“이 녀석이!”]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한숨을 나직하게 쉰 강찬은 다시 유혜숙의 번호를 눌렀다.
[“아들!”]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반가워하는 음성을 들을 수 있을까?
“어머니! 주방일 하세요?”
강찬은 정말 기쁘고 행복하게 유혜숙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 보고 싶어!”]
“저두요. 저도 어머니 많이 보고 싶어요.”
닭살 돋는 표현을 해가면서 말이다.
“어머니,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알았어.”]
틀림없이 차민정을 붙들고 “우리 아들이 내 걱정을 이렇게 해줬어!” 하고 자랑할 것 같은 답이었다.
“사랑해요, 어머니.”
[“나두, 아들!”]
이런 건 아직 어색하다. 몸에서 겉돈다. 하지만 이런 말 한마디가 유헤숙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알기 때문에 꼭 해주고 싶었다.
긴 통화가 끝났다.
그런데도 강찬은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비상 대기실.
강명구는 눈썹을 긁으며 앞에 앉은 다섯 명을 노려보았다.
“형님!”
가장 왼쪽에 앉은 요원이 친분을 앞세우며 고개를 디밀었다.
하루 이틀 함께 한 사이가 아니다.
지금 흐르는 묘한 긴장감을 충분히 알아채는 사이인 거다.
“야! 넌 내일 아버님 생신이고, 넌 여동생 결혼이라며! 그래서 비번 잡은 놈들이 대체 왜 이래?”
“집에는 이미 못 간다고 연락했습니다.”
“저도 비상 대기라고 말했습니다.”
강명구의 한숨을 본 요원이 바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비상 대기 때문에 집안일 빠진 게 어디 한두 번입니까? 야! 너희 때문에 나까지 곤란하잖아! 그리고 솔직히 아버지 생신이야 내년에도 있지만, 너는 여동생 결혼식이라며? 평생 한 번밖에 없는 거 아냐?”
“왜 이러십니까? 걔 성격 잘 아시면서! 그 계집애 분명 또 결혼할 겁니다. 저는 그때 가면 됩니다.”
강명구는 물론이고, 옆에 함께 있던 요원들까지 기가 막힌 웃음을 터트렸다.
강명구는 마지막에 앉은 요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푸르스름한 멍이 그대로 남은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야! 너 빨리 가서 다시 깁스 안 해?”
“괜찮습니다. 그래서 풀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보십시오.”
요원이 왼팔을 불쑥 들어서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인상을 벅벅 쓰면서 말이다.
“너희 진짜 왜 이래!”
“형님! 분명 출동 있는 거 아닙니까? 저 좀 꼭 끼워주십시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선발 인원은 30명이다.
강명구가 근무표를 조절하는 순간, 분위기를 눈치챈 요원들이 일제히 면담을 요청했고,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았다.
특히나 국제빌딩의 테러에 참여하지 못했던 요원들이 적극적으로 강명구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선배를, 동기를, 후배를 잃은 국제빌딩 작전 이후에 요원들은 출동 기미만 있으면 서로 머리를 디밀지 못해 안달이었다.
비번들은 대기실에서 빈둥거렸고, 툭하면 소총과 대검을 닦아댔다.
“형님! 제가 알아서 근무 바꾸면 되는 겁니까?”
“하아.”
강명구는 커다랗게 한숨을 내쉬었다.
***
철컥. 철컥. 철컥.
606 훈련장 건물로 검은 군복에 완벽하게 무장한 대원 셋이 들어섰다.
“뭐야?”
정원민은 무섭다.
그런데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았음에도 중사 세 명은 조금도 물러서는 기색이 없었다.
“근무 일정 조절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말해 봐.”
“저는 이번 휴가 반납하겠습니다.”
“저는 외박 반납합니다.”
정원민이 답을 하지 않은 가장 왼편의 대원에게 시선을 주었을 때였다.
“저는 평생 외박과 휴가 필요 없습니다!”
엉뚱한 답이 불쑥 튀어나왔다.
순간, 옆에 선 중사 두 명의 얼굴에 ‘이런 배신자!’ 하는 감정이 올라왔는데 정원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유가 뭐야?”
세 명의 중사는 답이 없었다.
“너희 장난치는 거냐?”
“출동이 있는 거 아닙니까? 저희는 꼭 그 작전에 참가하고 싶습니다.”
“야!”
“중사 최철한!”
정원민의 고함에 최철한이 다부지게 답을 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나가.”
“데려가 주십시오!”
“이 새끼들이…….”
“빳다를 치셔도 좋고! 군장 메고 연병장 천 바퀴를 돌라면 기쁘게 달리겠습니다! 데려가 주십시오!”
정원민이 뜨거운 김을 확 쏟아냈다.
“누가 작전이 있다고 그래!”
“그럼 그냥 휴가만 반납하게 해 주십시오!”
“최철한!”
“중사 최철한!”
정원민의 눈이 번들거렸다.
이럴 때 그는 정말 무섭다.
606 꼬챙이!
정원민의 별명이 그렇다.
훈련 때 사소한 잘못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아서 붙은 별명이었다.
“이것들이 단체로 약을 처먹었나? 나가.”
“한 말씀만 드리고 나가겠습니다.”
잠시 최철한을 바라보던 정원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제빌딩 작전 때 비번이었던 것 때문에 지금껏 하루도 편히 못 잤습니다.”
정원민이 냉담한 얼굴로 최철한을 보았다.
“보셨잖습니까? 더 많이 훈련하고, 더 많이 뛰었고, 저녁까지 격투술 혼자 훈련했습니다.”
“그래서?”
“희생된 동기들과 후배들에게 미안해서 어쩌면 평생 제대로 못 잘지 모릅니다. 이번에 작전이 있다면 꼭 보내주십시오! 먼저 간 놈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돌아와서 편히 자고 싶습니다!”
정원민이 이를 꽉 깨물며 노려보는데도 최철한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
[“여보세요?”]
강찬은 뜻밖에도 웃음이 먼저 나왔다.
예전 그대로인 것 같기도 하고, 바뀐 것 같기도 했다.
“나야.”
[“알아.”]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전처럼 “응!”하고 받지도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아쉽고 서운하기는 했지만, 어쩌면 이렇게 정리되는 게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
적당히 대꾸하고 전화를 끊을까 하는 순간이었다.
[“나쁘다.”]
김미영의 투정이 먼저 들렸고, 이어서 훌쩍이는 소리가 건너왔다.
“왜 그래?”
참았던 울음이 터진 모양인지 김미영은 당장 말을 하지 못했다.
이렇게 힘들었구나.
그냥 기다리는 줄 알았더니 정말 많이 힘들었었구나.
“미안하다.”
강찬은 진심을 담아서 사과했다.
이런 울음을 참아가며 기다리고 있었던 김미영에게 그동안 연락 못 한 것에 대해서.
1분쯤 지났을까?
[“나 계속 기다려도 되는 거지?”]
정말 엉뚱한 질문이 수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아빠가 너무 바빠서 연락 못 하는 거니까,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니까 절대 귀찮게 하지 말래서 전화 못 했어.”]
사무실에서 김미영을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라던 김관식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그래도 돼?”]
웃긴다.
정말 우습다.
질문을 받는 순간, 강찬은 김미영의 첫 대꾸에서 느꼈던 서운함과 아쉬움이 싹 달아나는 것을 깨달았다.
“미영아.”
[“응?”]
“너 내가 무슨 일 하는지 알아?”
[“응. 텔레비전에서 봤어. 국제빌딩에서 나오는 거.”]
마지막에 김미영의 목소리가 또 울먹였다.
“그래도 괜찮아?”
비겁했나?
사람을 죽이는 게,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이 괜찮냐고 물었어야 했나?
[“바보!”]
그런데 정말 뜻밖의 답이 건너왔다.
살면서 김미영에게 바보 소리를 들을 줄이야…….
[“뭘 하면 어때? 그럼 내가 외교관이 안 되면 나 안 만나는 거야? 뚱뚱해지면 안 만나고?”]
웃음이 나왔다.
뭐 이렇게 순진한 애가 있지?
[“왜 웃어?”]
이제 좀 김미영 같다.
“보고 싶어서.”
[“지금?”]
갑자기 들뜬 목소리였다.
강찬은 시계를 힐끔 보았다.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차를 마시거나 걷고 싶어도 요원들이 무지하게 고생해야 한다.
“내일 출장 가거든. 그거 다녀오면 만나자.”
[“위험한 일이야?”]
“아냐.”
김미영에게까지 걱정을 얹어주고 싶지는 않았다.
10분쯤 더 통화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며 결심했다.
이번 작전에서 돌아오면…….
***
“어머니. 나 갔다 올게요.”
노모가 겁이 덜컥 난 얼굴로 석강호를 보았다.
“훌쩍 다녀올 거요. 그래서 지환이 장례 내 손으로 치러줄 거요.”
“위험한 일 아니요?”
“그런 거 아녜요.”
“장례라도 우리는 올 사람이 암도 없소.”
“그런 건 걱정도 하지 마세요.”
“꼭 오시요!”
“온다니까!”
석강호가 쪼그만 노모를 안고 다독였다.
“지환이 잘 보내게 억지로라도 밥 자시고 버텨. 알았소?”
“그라입시다! 내 버틸라요! 내 새끼 잘 보내주게 내 버틸라나께 꼭 오시요!”
“후우.”
석강호가 몸을 일으켰다.
감정을 털어낸 그의 눈이 어느 순간보다 번들거렸다.
철걱. 철컥. 철컥.
증평의 대원들이 버스에 올랐다.
새벽같이 식사를 끝내서 아직 해가 다 오르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차동균은 버스의 입구에 서서 대원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곽철호가 버스에 올랐다.
차동균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막사와 그 앞에 선 부관을 보았다.
이 전투에서 증평의 특수팀은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온다!
최성곤에게서 차동균은 그렇게 배웠다.
뜨거운 피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면 증평의 특수팀은 행복하다고!
철커덕! 철컥! 철컥! 철컥!
606 특임대대의 아침에 날카로운 긴장이 감돌았다.
다가온 대원들이 정원민과 눈을 마주친 후 차례대로 버스에 올랐다.
606 꼬챙이!
저래도 위험한 순간에 가장 앞에 서는 꼬챙이다.
훈련 때 그는 늘 악을 써댔다.
“너희는 606이다! 항상 승리해야 하는 606!”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는 늘 같은 고함을 질렀다.
“너희가 실패하면 조국은 위기를 맞는다!”
조국을 위해 삶을 던져버리지 못한 대원은 606의 군복을 입지 못한다.
그래서 606은 입고 있는 군복이 수의라는 각오로 작전에 나선다.
지금처럼.
검은 군복을 입은 대테러 팀이 비상대기실을 나섰다.
이런 순간에 깔리는 긴장은 늘 침묵을 동반한다.
쩔걱. 철컥.
그래서 소총 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황기현과 송창욱의 경호에 실패했고, 국제빌딩 테러에서 동료를 잃은 대테러 팀이다.
그 아픔이 요원들의 눈에 독기로 나타나 있었다.
이름없는 별이 되어도 만족한다!
태극기에 영혼을, 조국에 뜨거운 피를 바쳐서 대한민국을 지킬 수만 있다면!
인천 공항에 도착한 강철규와 비무장 팀이 준비된 헬리콥터로 올랐다.
비행에 지칠 만도 했는데 강철규와 대원들의 눈빛이 매섭게 번들거렸다.
강철규의 앞을 지난 대원들이 빠르게 헬리콥터로 올라탔다.
이 길에서 누가 돌아올지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이미 조국과 동료를 위해 바친 목숨이다.
가족에게 죄를 짓더라도.
아침을 먹고 다 같이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담배를 하나씩 물었다.
“후우.”
강찬은 새벽같이 돌아온 석강호를 보았다.
독기가 잔뜩 올랐지만, 감정을 털어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이번엔 제라르다.
볼을 상처를 우그러트리며 웃는 놈의 눈 역시 석강호 못지않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최종일, 우희승, 이두희.
그리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는 통역 대원.
강찬은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가자.”
강찬을 시작으로 다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