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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어려운 전투다.
저녁을 먹는 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아서, 포크와 나이프, 젓가락 움직이는 소리만 간간이 울려 나왔다.
하필이면 이런 때 돈가스를 주문해서는.
강찬은 버릇대로 쓱쓱 썰어놓고 젓가락으로 돈가스와 밥을 번갈아 먹었다.
“지환이가 상대했던 놈이 누군지는 아쇼?”
강찬이 두 점 남은 돈가스 조각을 한꺼번에 집었을 때 석강호가 나직하게 질문을 던졌다.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대장. 그 새끼들을 좀 알아줄 수 있겠소?”
강찬은 돈가스를 씹으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들 음식을 먹고 있는 척했지만, 눈과 귀는 강찬을 향해 있었다.
“다예.”
“예.”
석강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강찬을 보았다.
“안타까운 건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당한 작전이나 전투에서 희생된 복수를 일일이 하러 다니면 우리는 그냥 갱단과 다를 바 없어. 더구나 억울하게 살해된 것도 아니고 우리 쪽에서 정보원을 확보하기 위해 달려든 일에 특수팀을 동원하는 건 무리야.”
석강호가 굳은 얼굴로 먹다 남은 돈가스에 시선을 주었다.
음식을 남겼을 정도.
지금 석강호의 심정을 저만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또 있을까?
강찬은 병아리를 잃었던 아프리카의 전투를 떠올렸다. 그때 다예가 말리지 않았다면 분명 빈정대던 놈을 죽였을 거다.
답답할 거다. 숨 막힐 거다.
엄지환을 죽게 만든 조직 전체를 무너트리고 싶을 거다.
“확!”
통역이 제라르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을 전하다가 뻘쭘한 얼굴로 돈가스 접시를 바라보았다.
“이번만이야.”
석강호가 놀란 듯 고개를 들었고, 통역 대원에게 말을 전해 들은 제라르가 눈 끝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UIS와의 전투는 지금까지와 달라. 지환이가 죽어가면서 보내준 정보대로라면 놈들은 민병대가 아니라 반정부군 수준이다.”
아프리카에서 넌덜머리 나도록 경험했던 일이다.
부족을 이끌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겠다고 악쓰는 반군이 얼마나 잔인하고 위험한지를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석강호나 제라르는 충분히 짐작하고 남는 일이었다.
“마음 잡고 있어. 지환이의 희생이 너에게 맡길까 했던 증평 특수팀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게.”
“알았습니다.”
석강호가 평소와 다르게 답을 하는 것을 보며 강찬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분위기로 봐서 식사는 이미 끝났다.
“치우고 가서 커피나 타와.”
강찬의 말에 우르르 일어나서 테이블을 치웠다.
그동안, 석강호는 곧장 구석으로 가서 봉지 커피를 탔다.
밥을 먹었고, 커피를 타고 있으니 당연히 담배를 하나 물어줘야 하는 거다.
테이블에 남은 제라르가 담배를 권했고, 일단 둘이서 불을 붙였다.
“다예가 저러는 거 처음 봅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힘들 거다.
제라르도 그걸 못 이겨서 제대까지 의논할 정도였으니까.
석강호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종이컵 두 개의 윗부분을 겹쳐서 잡고, 왼손에 한 개, 그렇게 세 개를 들고 테이블로 왔다.
쟁반이나 다른 거로 충분히 받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편해서 저러는 걸까?
아무튼, 커피가 도착했다.
셋이서 테이블에 둘러앉아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언제쯤 넘어갈 생각입니까?”
“글쎄, 한 사흘 뒤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분위기를 눈치챈 통역대원이 멀찍이 있어서 강찬은 지금 대화 내용을 석강호에게 알려주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긴장 늦추지 마. 출발할 때까지 놓치는 정보 없도록 신경 쓰고.”
“예. 그럼 저는 들어가 있겠습니다.”
제라르가 분명하게 답을 하고 안쪽에 있는 요원 방으로 움직였다.
강찬은 담배를 끄고 석강호를 힐끔 보았다.
이럴 때는 어설픈 위로보다 그냥 던져두는 게 가장 좋다.
그래서 강찬은 말없이 함께 창밖을 보았다.
며칠 전에 제라르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 시간쯤 흐른 다음이었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번호를 찾아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대표님. 강찬입니다.”
[“그래! 요즘 많이 바쁠 텐데 그쪽 분위기는 어때?”]
“일이 좀 많네요. 몽골은 어떠세요?”
[“이곳은 여전하지. 어쩐 일이야?”]
“강 이사님과 통화하고 싶은데 옆에 계세요?”
[“잠시만.”]
김태진의 짧은 설명이 있고 바로 강철규의 응답이 있었다.
[“여보세요?”]
“나야.”
강찬의 대꾸를 듣고도 강철규는 어색한 침묵을 지켰다. 아직 안부를 물을 만큼 살가운 사이가 아니어서 어쭙잖은 대화를 나누느니 솔직히 강찬도 이게 더 편했다.
“아프가니스탄에 모인 UIS 본진을 공격할 계획이야. 예상되는 적의 숫자는 1,200명,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로는 새로운 정부를 만들겠다고 모였다는데 내 생각에는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 같아.”
아까와는 다른 침묵이 전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이런 건 정말 신기하다.
들릴 듯 말 듯한 숨소리로 상대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 말이다.
“특수팀 출신 저격수가 60명 정도 포함되었고, 민간인 숫자는 아직 파악 못 했어.”
[“목표는?”]
“수뇌부 전원 사살.”
강철규의 단단한 숨소리가 건너온 다음이었다.
[“아군 숫자는?”]
“증평 특수팀 30명,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30명, 606 특임대 30명, 그 외에 스페츠나츠, 화이트 울프, 지젠느가 각각 30명씩.”
[“우리가 건너가면 이곳 안전은 어떻게 하지?”]
선수답게 필요한 질문이 연달아 넘어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당분간 전체를 지켜주기로 했는데 기본적인 경비는 세우는 게 좋아.”
[“그 정도라면 나 포함해서…….”]
강철규가 인원수를 계산하는 것처럼 잠시 뜸을 들였다.
[“21명이 움직이겠다. 이동은?”]
“장소와 교통편이 정해지는 대로 연락할게. 아무리 그래도 사흘 안으로는 출발하게 될 거야.”
[“알았다.”]
전화가 그렇게 끝났다.
강찬은 테이블에 전화기와 석강호를 놔두고 천천히 화이트 보드를 향해 움직였다.
준비는 다 되어 간다.
누군가 죽음으로써 반대편에 선 누군가의 목적을 이룰 준비.
안쪽에서 나온 통역 대원이 새로운 정보를 지도에 입력하는 동안, 강찬은 꼼짝도 하지 않고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
하룻밤이다.
더럽게 힘겨웠을 밤을 보낸 석강호는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최종일과 통역 대원이 안도하는 표정이었는데 강찬과 제라르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마음에 담긴 사람을 잃은 상처는 절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석강호는 마음을 털어낸 게 아니다.
그저 다음 작전을 앞두고 혹시 지금의 감정이 다른 대원을 해칠까 봐 악착스럽게 평소의 모습을 억지로 끄집어내고 있는 거다.
아프리카에서 강찬과 제라르가 그랬었던 것처럼 말이다.
“다녀오쇼.”
강찬이 일어서자 석강호가 툴툴거리는 음성으로 인사했다.
강찬은 손을 한 번 들어주고 사무실을 나섰다.
삼성동에 들른 강찬은 김형정과 함께 곧바로 내곡동 국가정보원 본원으로 향했다.
약속한 10시보다 10분쯤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약속한 인원 전부가 지하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공군 작전 사령부 박승용 소령, 이기도 소령입니다. 국가정보원 강찬 부원장님이십니다.”
김형정은 먼저 공군 복장의 소령 두 명을 소개했다.
이어지는 소개는 간단하고 편했다.
차동균은 두말할 나위 없었고, 대테러 팀의 지휘자 강명구와 606 특임대의 정원민은 이미 함께 작전을 치렀던 사이인 거다.
“편안하게 앉으시면 됩니다.”
김형정의 권유에 각자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았다.
강찬까지 자리에 앉았을 때 김형정이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 그리고는 천장에 달린 빔프로젝터가 작동하기를 기다렸다가 회의실의 조명을 껐다.
회의실 안쪽의 스크린에 아프가니스탄의 지도가 펼쳐졌다.
“아프가니스탄입니다.”
강찬이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지도로 향했다.
“현재 루카 지역에 1,200명으로 예상되는 UIS가 집결해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빌딩 테러를 비롯해 몽골 기지 습격을 주도한 UIS 수뇌부 전원을 사살할 계획입니다.”
소령 두 명이 슬쩍 강찬을 보았다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서 화면에 정보가 하나씩 표시되었고, 그럴 때마다 강찬이 설명을 곁들였다.
30분쯤 지나서 간단한 브리핑이 끝났고, 회의실에 조명이 들어왔다.
“부원장님. 실제로 우리 전투기가 목표지점을 폭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그 점을 계산하셨습니까?”
박승용이 기다렸다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주변국과 UN의 협조, 이동 간에 필요한 공중 급유까지는 미국에서 책임질 예정이고, 전투기는 가까운 중국의 공군 기지에 대기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북한이 도발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 부분을 해결할 겁니다.”
박승용이 이기도를 돌아본 다음에 다시 강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정말 이게 가능해?’ 하는 의심이 묻었는데 더 이상 다른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변수가 많습니다. 그렇더라도 사흘 안에는 출발할 예정입니다. 비밀을 유지해 주시고, 대원 선발을 미리 해두었으면 싶어서 오늘 먼저 브리핑을 하는 겁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런 뒤로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진 박승용과 이기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을 김형정이 안내해 나갔다.
“우리는 커피 한잔 마시고 가도 되지?”
강찬은 남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담배나 하나 피워주고.”
강찬이 담배를 꺼내 하나씩 돌린 다음 라이터를 켜주었다.
역시나 천장의 환풍구를 향해 담배 연기가 회오리 모양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원민과 강명구의 얼굴은 처음 본다.
국제빌딩에서는 복면을 쓴 상태에서 보았고, 바로 헤어졌었기 때문에 얼굴을 볼 틈이 없었다.
“특수팀 출신 저격수가 60명이나 있다. 그리고…….”
강찬은 미국 특수팀과의 약속을 분명하게 설명해주었다.
“몇 명이나 선발합니까?”
“팀별로 30명씩.”
차동균과 정원민, 강명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숫자, 저격수, 지형, 어느 것 하나 쉬운 구석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테러를 저지른 주범을 알고도 그대로 두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테러를 감당해야 한다.”
강찬의 말이 끝났을 때 김형정이 들어왔다.
몇 가지 질문과 답이 오갔는데 시간은 길지 않았다.
회의실을 나온 강찬은 김형정과 함께 삼성동으로 향했다. 준비할 것들과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사무실로 돌아온 강찬은 우선 석강호를 불렀다.
“무슨 일이요?”
“이거 받아.”
강찬은 안쪽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요?”
봉투에서 시선을 든 석강호가 강찬의 답을 기다렸다.
“지환이 모친 집 주소하고 돈을 좀 넣었다. 오늘 오전에 사망 통지가 갔다니까 네가 가서 함께 있어 드려.”
석강호는 마른 침을 삼키며 답을 하지 못했다.
“홀로 사시던 노모가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으니 사는 일에 관심도 없으실 거다. 그러니까 지환이를 위해서 노인네가 살 힘을 만들어 드리고 와.”
뻑뻑한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자신 없으면 안 가도 돼.”
“다녀오겠소.”
석강호가 결심한 것처럼 봉투를 집었다.
“우리 출발은 모레 오전이다.”
“알았소.”
“다예.”
“예.”
강찬이 불렀고, 무거운 표정으로 석강호가 답을 했다.
“어려운 전투다. 증평의 특수팀을 맡아줄 지휘자, 내가 아는 석강호가 꼭 있어야 해. 지환이도 아마 그걸 바랄 거라고 믿는다.”
“대장.”
이번엔 석강호가 불렀고, 강찬은 시선으로 답을 대신했다.
“고맙소.”
“지하에 경호팀이 따로 기다린다. 꼭 함께 다녀.”
석강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겼고, 사무실 문을 향해 움직였다.
멈칫.
문을 나서기 전이다.
테이블을 향해 석강호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지랄!
속이 시커멓게 탔을 놈이!
강찬은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삼겹살, 쌈 채소 약간, 기다랗게 자른 오이, 고추, 마늘, 시어빠진 김치, 고추장, 투박한 색의 된장, 그리고 밥.
차승호와 차성호가 연신 젓가락을 움직이는 사이에서 한경미가 얼른 고기 한 점을 집었다.
“굽지만 말고 당신도 좀 먹어.”
그러면서 한경미는 차동균의 입에 고기를 넣어주었다.
“당신 먼저 먹으라니까. 난 이것까지 구워놓고 편하게 먹을게.”
치이익. 치익.
차동균이 새로 고기를 얹었는데 작은 불판 때문에 아이 둘의 입을 감당하기도 버거웠다.
“이번 훈련은 얼마나 걸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질문을 던졌지만, 한경미의 얼굴 한쪽에 불안함이 묻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구출 방송, 국제빌딩 테러 사건 보도 이후로 한경미는 부쩍 겁이 많아졌다.
“기간은 나도 잘 몰라. 이거 먹어 봐.”
차동균이 집게로 집어서 건네는 고기를 한경미가 받아먹었다.
“승호 아빠.”
“응?”
차동균이 익은 고기를 아이들 그릇에 올려주고 시선을 들었다.
“우리 셋째 낳을까?”
“왜? 또 아들일까 봐 죽어도 싫다더니?”
“그냥……, 그렇게라도 해야 당신이 훈련에서 무사히 돌아올 것 같아서…….”
한경미가 끝내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애들 눈치 보게 왜 그래? 괜찮아. 얼른들 먹어.”
차동균이 아이들을 다독인 다음이었다.
“엄마.”
차승호가 젓가락으로 제 접시에 놓인 고기를 집어 한경미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봐라. 애들이 당신보다 낫다.”
“얘들 지금 당신 있어서 그런 거야! 당신 없으면 내 말 절대로 안 들어!”
최선을 다해 감정을 수습한 한경미가 애써 밝은 얼굴로 던진 대꾸에 차동균은 웃기만 했다.
고맙다.
이런 아내가 있다는 것이.
치이익. 치익. 치이익.
“여보.”
“왜?”
“이번에 훈련 다녀오면 우리 셋째 낳자.”
차동균이 한경미의 얼굴을 장난처럼 들여다보았다.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무사히만 돌아와. 셋째고 넷째고 계속 낳을 거니까.”
차동균이 기가막힌다는 것처럼 웃었다.
“너희 들었지? 엄마가 동생 만들어 준대.”
“아빠! 고기 타!”
“어? 그래? 그럼 안 되지.”
한경미의 안타까운 시선 앞에서 차동균은 삼겹살을 뒤집고 있었다.
***
강찬에게서 또다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강철규가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출발 날짜가 잡혔습니까?”
김태진의 질문에 강철규는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오후에 헬기가 이쪽에 도착할 거라는군.”
강철규가 힐끔 시계를 본 다음이었다.
“선배님. 이번엔 저도 가게 해주십시오.”
김태진이 진지한 음성으로 청을 넣었다.
“그렇지 않아도 20명이나 넘어간다. 그 상황에서 자네 아니면 이쪽을 맡아줄 사람이 없어. 더구나 부원장님이 부탁한 두 분이 계시는데.”
상황이 정말 그렇다.
그래서 김태진은 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자네가 잘해 주겠지만, 몽골 국경수비대와 공사 인부들이 다른 생각 품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
“예.”
김태진을 본 강철규가 입 끝에 웃음을 달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는군.”
“그때도 전 정말 선배님 따라서 나가고 싶었습니다.”
“나도 데려가고 싶었지.”
“정말 그러셨습니까?”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그렇게 저를 남겨두셨습니까?”
“이상하게 상황이 그랬어. 꼭 지금처럼. 그리고 그때 자네 위로 대극이가 워낙 설치기도 했고.”
진중한 얼굴이던 김태진이 픽 하고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둘이서 비슷한 얼굴로 웃고 난 다음이었다.
“태진아.”
강철규가 오래전 그날처럼 김태진을 불렀다.
“예, 선배님.”
“고맙다. 내가 다시 이런 날을 맞게 해 줘서.”
“제가 한 게 뭐 있다고 그러십니까?”
강철규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고, 김태진은 멋쩍게 이마를 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