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45화 (34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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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마음을 굳혔다.

날이 밝았을 때, 강대경은 얼마나 깊게 잤는지 마치 기절했다가 깨어난 느낌이었다.

창에 걸러진 햇살, 따스한 공기, 유혜숙의 나직한 숨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는 이른 아침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유혜숙을 살폈다.

이사한 뒤부터다.

그 좋은 집, 화려한 집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유혜숙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웃는 얼굴 한구석에서 어두운 그림자도 보였다.

그런 것이 염려돼서 TV, 전화, 인터넷을 끊었는데 이후로 유혜숙은 점점 웃음을 잃어갔다.

‘우울증이 오는 거 아닐까?’

강대경은 겁이 났었다.

가뜩이나 건강 때문에 조심스러운 유혜숙이 혹시나 쓰러지는 건 아닌지 무서웠었다.

‘고맙다. 여보.’

강대경은 조심스럽게 유혜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처녀 때와 달리 눈가에 매달린 주름, 후덕해진 볼, 그것이 강대경과 함께한 세월의 증표인 거다.

가진 것 없는 강대경을 선택했고, 흔들리지 않고 함께했다.

강찬을 낳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환자실 앞에서 울고만 있을 때도 유혜숙은 강찬을 안아본 그 한 번의 모정으로 꿋꿋하게 일어났다.

울음 많고, 정 많은 이 여자가 남편과 자식 일이라면 강대경도 놀랄 정도로 대견하고 꿋꿋한 모습을 보인다.

“응? 일어나야 해?”

유혜숙이 도저히 잠을 떨치지 못하는 눈으로 강대경을 보았다.

“더 자. 괜찮아.”

“여보, 나 정말 잠이 와.”

“괜찮다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자.”

“고마워, 여보.”

강대경은 유혜숙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얼마 만인지 모른다.

이렇게 깊게 잠이 든 유혜숙을 보는 것이.

요원들이 지켜주는 한남동의 새로운 집에서, 유럽의 호텔에서도 잠을 설치던 유혜숙이 몽골 황야의 철제 침대에서 모처럼 푹 자고 있는 거다.

일어날 시간이었다.

아무렴 두 사람이 모두 늦잠을 잘 수는 없는 일이다. 강대경은 조심스럽게 몸을 빼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편한 면바지에 셔츠를 걸친 강대경이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왔다.

“일어…….”

강대경은 인사를 하는 김 대리를 향해 검지로 입술을 막으며 조용히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차민정이 놀란 눈으로 방을 본 다음 다시 시선을 가져왔다.

“아픈 건 아니고, 그동안 못 잤던 잠이 몰려오나 봅니다. 얼마 만인지 몰라서 차라리 푹 자게 두려고 합니다.”

벽에 붙은 테이블에서 물을 따르며 강대경이 속삭이듯 한 설명이었다.

그제야 차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에요. 정말 잘 되셨어요.”

“미안합니다.”

차민정이 안도하는 것을 보면서 강대경은 미안한 감정이 먼저 올라왔다.

국가정보원의 요원이, 나라의 녹을 먹으며 중요한 업무를 해야 할 인재가, 유혜숙을 이렇게까지 이해해주는 것이 고마웠고, 이런 곳까지 오게 한 것이 미안했다.

“그럼 식사는 나중에 함께 할까요?”

강대경이 시계를 보았다가 유혜숙이 누워있는 방을 보았다.

“그러지 말고 우리 먼저 먹읍시다.”

강대경의 말에 따라 세 사람이 소리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막사를 나섰다.

휘이이잉!

가장 먼저 황야의 바람이 ‘어서 와! 흙먼지는 처음이지?’ 하는 것처럼 세 사람을 쓸고 지나갔다.

텁텁한 흙냄새와 서늘한 바람이다.

그런데 강대경은 그것이 싫지 않았다.

무언가 후련한 느낌?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막사를 돌아 나갈 때였다.

“일어나셨습니까?”

강대경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예.”

함께 고개를 숙인 강대경은 내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젯밤 어둠이 가렸던 기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아시바로 둘러싸인 거대한 구조물이 기지 앞에 우뚝 서 있었고, 주변으로 소총을 든 남자들이 올라서 있는 것이 보였다.

당장 인사한 남자만 해도 그렇다.

소총을 등 뒤로 돌려 멨는데 그의 왼편 어깨에 ‘어이? 아저씨? 뭘 그렇게 봐?’ 하는 것처럼 대검의 손잡이가 불쑥 올라와 있었다.

그것뿐이면 그나마 낫다.

그의 허리와 허벅지, 발목에는 권총과 대검이 주렁주렁 달렸다.

강대경이 시선을 돌리고 숨을 커다랗게 들이마실 때였다.

저벅저벅.

강철규가 김태진과 함께 나타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짧은 머리칼, 지난 세월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얼굴의 주름.

먼저 서로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많이 불편하셨을 텐데 일찍 일어나셨습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정말 푹 잤습니다.”

강철규가 웃는 낯으로 건넨 인사를 강대경이 공손하게 받았다.

“그런데 사모님께선……?”

“아! 먼 여행이라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모처럼 깊게 잠든 것 같아서 아예 푹 자라고 두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게 왜 죄송할 일입니까? 그럼 우리 강 선생님은 사모님과 함께 아침을 드시겠습니까?”

“괜찮으시면 저는…….”

강대경이 말 끝을 흐리자 강철규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 이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예. 강 이사님과 함께 식사를 했으면 싶습니다.”

“그러시죠. 이쪽입니다.”

강철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강철규와 김태진, 강대경과 김 대리, 차민정이 움직였다.

식당으로 들어간 강대경은 강철규가 하는 모양을 따라서 비닐 씌운 식판에 음식을 담았다.

기다란 탁자다.

강철규와 강대경이 마주 앉았고, 김태진, 남일규, 김 대리, 차민정이 그 옆으로 자리했다.

음식은 강대경이 이전 회사에서 먹었던 구내식당 수준이었다.어색했다.

강철규가 뜨문뜨문, 김태진이 조심스럽게 건네는 질문에 답을 하며 그럭저럭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하여간 식사가 끝났다.

“사모님이 깊게 주무신다니까 저랑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하지 않은 강대경이다.

어색함을 지우려면 어색함이 없어질 때까지 얼굴을 맞대는 게 최고인 거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대경은 강철규를 따라서 걸었다.

저벅저벅.

“저쪽이 전망이 가장 좋습니다.”

강철규는 강대경을 기지 입구의 막사 위로 안내했다.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인데 햇볕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저곳이 앞으로 데나다이트와 세티늄을 가공할 공장입니다. 오른쪽은 러시아로 통하고, 뒤편은 중국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시면 맞을 겁니다.”

강철규가 주변을 보여줄 때였다.

대원 한 명이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김 대리와 차민정이 얼른 다가가서 그가 가져온 쟁반을 받았고, 이어서 봉지 커피가 그득하게 담긴 머그잔이 막사 위에 있는 모두에게 돌아갔다.

강대경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미스트랄과 중기관총, 황야, 그리고 무장한 대원들.

느닷없이 누군가 강대경을 쑥 뽑아서 비적들이 활동하는 옛날 만주벌판에 툭 던져놓은 느낌.

봉지 커피를 들고 있는 강대경의 심정이 꼭 그랬다.

***

바실리가 침묵을 유지한 것은 처음이었다.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바실리는 최소 숨 세 번 쉬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슈 강.”]

그러던 바실리가 나직한 음성으로 강찬을 불렀다.

[“이런 일은 만나서 의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양범과 연락해서 바로 움직이겠다. 그 정도 여유는 줄 수 있겠지?"]

바실리가 이렇게 권유형의 말을 해?

강찬은 피식 웃으며 창밖을 보았다.

그만큼 로망과 조쉬를 제거하겠다는 강찬의 요구가 무겁다는 뜻일 거다.

“알았다. 시간이 정해지면 알려줘.”

[“그렇게 하지.”]

강찬은 전화를 내려놓고 눈치를 살피던 석강호와 제라르에게 내용을 전해주었다.

“바실리와 양범이 이리 올 모양이다. 일단 만나서 의논하자고 하는데?”

또 두 번 말했다. 프랑스 말 때문에.아무래도 통역을 한 명 구해야 할 것 같았다.

“인원은 어떻게 짤 생각인 거요?”

“글쎄, 우리 셋에, 저기 세 명.”

강찬의 시선을 따라 석강호와 제라르가 최종일, 우희승, 이두희를 보았다.

“나머지는 차동균 쪽에서 보강하면 될 거고, 전체 인원은 적의 숫자를 가늠해서 판단하면 되지 않겠냐?”

이제는 아예 프랑스 말이 습관처럼 뒤따라 나와서 제라르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제라르. 안쪽 위성 요원들 시켜서 각국 정보국에 정보 달라고 해. UIS 조직도 챙기고, 제일 대가리가 어떤 새낀지, 어디 있는지, 주력은 어딘지도 뽑아봐.”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국가정보원에도 나라별 UIS 조직을 보고하게 할 거다. 여차하면 606과 대테러 팀을 보내서 한꺼번에 쳐버릴 생각도 있으니까.”

“동시 공격을 할 수도 있는 겁니까?”

“그렇지.”

“그럼 전 안에 들어가겠습니다.”

제라르가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간 후에 강찬은 석강호에게 지금 이야기를 다시 전해주었다.

“분위기가 이래서 작전 허가는 문제없겠소.”

“부딪쳐봐야지. 우리 생각하고 정치권은 아무래도 다를 수 있으니까.”

“반대한다고 그만둘 것도 아니잖소?”

속을 들킨 것 같아서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석강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뜻밖에도 바실리가 바로 전화를 해왔다.

[“한국 시간으로 내일 정오에 들어가겠다. 점심을 함께 먹는 것으로 하지.”]

“장소는?”

[“그건 무슈 강이 정해야지. 루드비히까지 합류할 테니 우선 세 명은 확실하고, 한 명이 더 갈지 모르니까 자리에 여유를 두는 게 좋겠다.”]

“알았어.”

통화 상대가 다른 사람 아닌 바실리다.

그래서 더 올지 모른다는 한 명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답을 할 것 같았다면 처음부터 누구라고 먼저 알려주었을 거다.

바실리는 그런 인물인 거다.

[“무슈 강이 원한다면 새로 임명되었다는 국가정보원 원장을 불러도 괜찮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이게 또 습관이 되니까 화도 안 난다.

강찬은 바로 김형정에게 전화를 넣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사람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게 미안하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뒤로 미루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전화는 바로 연결되었다.

[“마침 원장님을 뵈러 갈 예정이어서 제가 가는 길에 들르겠습니다.”]

“예, 그럼 기다릴게요.”

삼성동까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누가 움직여도 상관없을 만큼.

30분 뒤에 사무실에 도착한 김형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UIS의 본진을 공격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원장님을 뵈었을 때 제가 설득할 수 있어야 해서, 그래서 여쭤보는 겁니다.”

“UIS도 다른 조직과 다를 바 없습니다. 대가리는 지휘만 하지 테러에 직접 나서지는 않으니까요. 리비아에서처럼 테러를 지시한 놈은 반드시 제거한다는 원칙을 보이는 겁니다. 분명 효과가 있을 겁니다.”

김형정이 반쯤 이해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 뒤였다.

“내일 정오에 바실리와 양범, 루드비히가 우리나라에 온답니다. 혹시 한 명 더 올지 모른다는데 그게 누군지는 못 들었습니다.”

“예에?”

김형정은 UIS의 본진을 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꼭 2.7배쯤 더 놀란 얼굴을 했다.

“그 거물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이유를 아십니까?”

“조쉬와 로망을 제거할 생각입니다.”

김형정이 굳어버린 것처럼 멍한 눈으로 강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팀장님. 원하시면 내일 정오 모임에 원장님이 참석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발언권이 그리 크지 않으실 겁니다.”

“하아.”

김형정의 놀라움이 그가 내뱉은 한숨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찾았나요?”

“아! 찾았습니다. 현재 미행 중이고, 그가 사용했던 전화 기록을 바탕으로 누구와 연락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누가 정보를 주었는지 윤곽이 나올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김형정은 이어서 샤흐란이 아직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는 말도 함께 해주었다.

“부원장님. 이럴 게 아니라 원장님을 함께 만나시면 어떻겠습니까?”

잠시 김형정을 바라보던 강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의 성격상 어차피 고건우를 한 번은 만나야 할 것 같아서였다.

고건우의 반응은 김형정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UIS의 본진을 공격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 있나요?” 하는 질문과 함께 마지막에는 “대통령님을 뵈러 갈 예정이었습니다. 함께 가 줄 수 있나요?” 하는 제안까지, 글자 그대로 김형정과 똑같았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은 거다.

강찬은 고건우, 김형정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와대 입구를 들어가는데 도로에서부터 다섯 개의 바리케이드를 지났다.

구내로 들어서자 정장 차림의 경호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고, 라운드로 이어진 현관 진입로에는 육해공 삼군 의장대와 경찰 의장대가 한쪽에만 두 명씩 양쪽으로 모두 열여섯 명이 서 있었다.

“정차하세요.”

마이크에서 울려 나온 소리에 차가 서자 비서관이 나와서 고건우에게 인사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차에서 내리기 전에 김형정이 강찬의 상의에 신분증을 걸어 주었는데, 고건우와 김형정 역시 왼편 가슴에 자신들의 신분증을 걸고 있었다.

잔디색보다 진한 녹색이라고 해야 하나?

카펫을 밟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문재현이 책상에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세 사람이 고개를 숙이며 하는 인사를 문재현이 비슷한 모양으로 받았다.

“우리 좀 시원한 곳에서 이야기합시다.”

문재현이 안내한 곳은 뒤뜰에 놓인 널찍한 탁자였다.

“부원장이 요즘 고생 많았습니다.”

자리에 앉은 문재현의 인사말에 강찬은 그저 짧게 고개만 숙였다.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맡은 인물이다.

고건우가 인사나 하라고 함께 오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문재현은 알아챈 듯 보였다. 그래서 테이블에 차가 놓일 때까지 엉뚱한 소리를 하던 문재현이 주변이 조용해지자 곧바로 고건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대통령님. 부원장이 UIS 본진을 기습해서 수뇌부를 제거하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문재현이 빠르게 강찬을 보았다.

“그리고 내일 정오에 러시아와 중국, 독일의 정보국장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한 명이 더 올지 모른다는데 누군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흠.”

문재현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부원장.”

“예.”

“자신 있습니까?”

대통령이라 그런 건가? 아니면 배포가 큰 건가?

문재현은 고건우나 김형정과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나설 부원장과 대원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만약 작전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망신만 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강찬의 시선을 확인한 문재현이 말을 이었다.

“필요한 병력은 전부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으로 발령한 후에 파견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해외 파병에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강찬보다 고건우나 김형정이 더 놀란 얼굴이었다.

“부원장이 지금껏 보여준 결단과 능력, 성과를 믿습니다. 부원장의 요구라면 대통령의 자리를 걸고 전투기와 그 이상의 지원도 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고건우가 놀라서 불렀으나 문재현은 강찬만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 국민을, 우리 국토를, 우리 주권을 위협하면 어떻게 되는지 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전은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겁니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구나!

강찬은 문재현이 응징을 계산하고 있었음을 알았다.

“대통령님!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가뜩이나 전쟁의 위협이 있는 시점이었다. 그래서인지 고건우의 음성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재현이 강찬을 바라보던 시선을 고건우에게 돌렸다.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을 인질로 삼았고, 우리 대원들과 요원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들이 군인이어서, 요원이어서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난 대통령의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다.

그런데도 고건우는 문재현의 의지에 눌린 것처럼 보였다.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국가를 지키겠다고, 국민을 대신하겠다고, 그들의 뜨거운 피를 쏟았습니다. 그들의 임무와 상관없이 분하고 비통한 일입니다.”

문재현이 시선을 돌렸다.

“그들 또한 소중한 우리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이 양반이 또?

문재현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붉어진 눈으로 강한 의지를 보인다.

“부원장.”

“예.”

“복수가 아닙니다.”

강찬이 무슨 뜻인가 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국토를, 우리 국민을, 우리 주권을 위협하는 자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교훈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대통령님.”

“말씀하세요.”

고건우와 김형정이 강찬과 문재현을 빠르게 살폈다.

“최고의 대원과 요원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라면…….”

문재현의 눈 끝에 달린 기대를 보며 강찬은 마저 말을 이었다.

“최고의 결과가 나올 거라고 확신합니다.”

고건우는 아예 질린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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