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4 / 0419 ----------------------------------------------
18-8 마음을 굳혔다.
밤이 깊은 시간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
밝은 불빛과 함께 헬리콥터가 흙먼지를 날리며 기지 앞에 내려섰다.
강철규가 직접 기지 앞에 나와 있었다.
지금까지 누가 오더라도 안에서 맞았던 강철규가 직접 기지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 거다.
김태진, 남일규와 양동식, 비무장 팀 대원들은 당연히 강철규의 뒤에 서 있었고, 공사 현장 책임자가 공연히 뒤에 서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헬리콥터에서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이 내리고, 이어서 가방과 아쉬웠던 보급품이 내려왔다.
프로펠러에서 일으킨 바람에 쫓기는 것처럼 네 사람이 기지로 움직였다.
강철규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어서 오십시오. 강철규라고 합니다.”
“강대경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안 식구입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폐를 끼치게 돼서 죄송해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죠.”
강철규가 안쪽을 가리킨 다음에 김 대리와 차민정을 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국가정보원 김 석재입니다.”
“차민정입니다.”
“강철규요.”
두 사람이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강철규와 악수를 나눴다.
“우선 안으로 들어갑시다.”
“예, 선배님.”
일행이 안쪽 막사로 들어갈 때,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가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몸을 띄웠다.
입구에서 강철규가 안내한 막사까지 30미터쯤 됐다.
그런데 마치 엄중한 경호를 하는 것처럼 비무장 특수팀은 강대경과 유혜숙을 이중, 삼중으로 둘러쌌다.
멀찍이 밀려난 현장 책임자가 궁금한 듯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양동식의 시선에 얼른 자기 막사로 돌아갔다.
끼이익.
“이곳입니다.”
비무장 팀 대원 한 명이 막사 앞에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의 먼지와 바람이 모두 사라지면서 포근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안에 방이 세 개 있습니다. 우선 불편하시더라도 이곳을 사용하고, 식당이 따로 있는데 시장하시면 간단한 라면은 드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강철규가 막사를 직접 안내했다.
“이쪽은 유비캅 대표 김태진.”
“안녕하십니까? 김태진입니다.”
김태진이 강대경과 악수를 나눴고, 유혜숙과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남일규, 양동식입니다.”
두 사람 역시 강대경과는 악수를 나눴고, 유혜숙과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 친구가 서상현, 그리고 이쪽이 주철범입니다.”
인사가 연달아 이어졌다.
주철범을 보며 강대경과 유혜숙이 고개를 갸웃했는데 당장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하긴 시커멓게 탄 얼굴에 수염까지 있어서 당장 한눈에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불편하신 일이 있으시면 여기 있는 누구에게나 말씀하시면 됩니다.”
강대경과 유혜숙은 감사하다는 뜻으로 거듭 고개를 숙여 보였다.
“먼 길을 오셨으니 우선 좀 쉬시고, 내일 아침에 다시 뵙겠습니다.”
강철규를 시작으로 방에 들어왔던 인원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서 있는 김에 강대경과 유혜숙, 김 대리와 차민정이 다 함께 방을 둘러보았다.
“어머!”
유혜숙이 탄성을 낼 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다.
양쪽 구석으로 철제 침대와 옷장이 놓였는데 방안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풍겼다.
네 사람은 다시 소파로 돌아와 함께 앉았다.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녹차가 있을까요?”
김 대리가 일어나 부스럭거리더니 티백 녹차를 머그잔에 타왔다.
강대경이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고,
“우리 아들이 여기 있었던 거지?”
유혜숙은 다른 감정을 느끼는 얼굴이었다.
네 사람 앞에 머그잔이 놓였다.
오랜 비행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실컷 잔 탓에 피곤했지만 잠이 오지는 않았다.
“강철규 선배님이 계시다는 것은 알았는데 직접 뵐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죠. 저도 아까 악수 하는데 긴장돼서 혼났어요.”
김 대리가 꺼낸 말을 차민정이 덜컥 받았다.
“아까 그분이 많이 유명하신 분입니까?”
강대경이 김 대리와 차민정의 표정을 보며 던진 질문이었다.
“대한민국 특수팀이나 국가정보원 요원치고 저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김 대리의 설명에 강대경과 유혜숙이 시선을 마주쳤다. 좀 전에 보았던 느낌은 몽골 기지에서 가장 인상이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데 특히 놀랐던 건 저희를 가르쳤던 교관들이 강 선배님 말씀 하실 때 보였던 존경심이었습니다. 김태진 대표님만 해도 현역 특수팀은 그분에게 모두 존경을 표할 정도니까요.”
“그렇군요.”
아무래도 김 대리가 느꼈던 감동이 강대경과 유혜숙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모양이었다.20분쯤 잡담을 나누고 나서였다.
“여보, 난 아직도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
유혜숙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나 먼저 좀 씻을게.”
따라 일어서는 차민정을 한사코 만류한 유혜숙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20분쯤 지난 다음에 개운한 얼굴로 유혜숙이 나왔다.
“방에 있는 욕실을 새로 만들었나 봐. 변기도 그렇고, 아직 시멘트 냄새가 그대로 나.”
“그래?”
강대경이 일어섰다.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었다.
***
강찬은 제라르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창가를 보고 있었다.
흑돌이 ‘아다리’를 외친 것처럼, 어둠을 안은 건물마다 뜨문뜨문 불이 들어와 있었고, 길에는 라이트를 켠 차량들이 줄지어 있었다.
찰칵.
제라르가 강찬이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저녁을 먹고 이렇게 계속 앉아 있었다.
그러니 얼추 다섯 시간 정도를 아무 말도 않고 창밖을 보고 있는 거였다.
제라르도 마찬가지였다.
강찬의 맞은편에 앉아서 말없이 커피와 담배를 가져다주거나, 지금처럼 라이터를 켜줄 뿐이었다.
지구본에서 보면 붓 한 번 콕 찍은 것처럼 작은 나라.
그나마도 반 토막으로 금 쭉 그어놓은 나라.
덩치 큰 놈들, 힘센 놈들, 그리고 가진 것 많은 놈들 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밀리며 살던 나라.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적당히 윽박지르거나 여차하면 옆구리 한 번쯤 쥐어박아서라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 나라.
강찬은 긴 시간 끝에 마음을 굳혔다.
“제라르.”
“Oui.”
무려 다섯 시간이 넘어서야 강찬이 처음 입을 열었고, 제라르가 답을 했다.
“선제공격을 할 생각이다.”
제라르가 볼의 상처를 길게 늘이며 웃었다.
“UIS 핵심 간부들을 제거하겠다.”
“로망과 조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러시아와 중국, 독일의 정보국을 이용해서 붙겠다. 이 시간부터 정보국 간의 전면전이다.”
강찬이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며 제라르를 보았다.
“넌 왜 이러고 앉아 있었던 거야?”
“대장에게 적어도 나나, 미련하긴 하지만 다예가 있다는 것 정도는 잊지 않았으면 싶었고…….”
제라르의 뒷말이 남은 것 같아서 강찬은 말없이 담배를 잡은 손으로 머그잔을 들었다.
식은 봉지 커피는 또 나름으로 지독한 단맛이 있다.
“대장이 외롭지 않았으면 싶었습니다.”
“미친놈.”
강찬이 피식 웃자 제라르가 입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대장.”
강찬은 시선을 드는 것으로 제라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국제빌딩에서, 그리고 오늘 낮에 샤흐란을 잡을 때 말입니다.”
뭔 소리를 하려고 이러지?
강찬은 묵묵하게 제라르를 보았다.
“이곳의 대원들과 요원들이 나나 다예처럼 대장을 따르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강찬은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끄며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대장이 UIS를 치겠다면 치는 겁니다. 로망과 조쉬를 때려잡겠다면 또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래서 UIS를 치겠다는 거잖아.”
“걱정하고 있잖습니까?
”“내가? 뭘?”
“희생될 대원들과 요원들, 그리고 나와 다예를요.”
강찬은 멍한 얼굴로 제라르를 보았다.
“초이도, 꽉도, 나, 다예, 그리고 요 며칠 보았던 한국의 대원들과 요원들, 누구도 작전이나 전투를 겁내지 않습니다.”
“오바 아니냐? 희생이 가슴 아픈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작전을 겁낸 적은 없다.”
강찬은 담배를 다시 집어 들었다.
찰칵.
유리창이 라이터 불빛을 비춰준 다음, 화면을 바꾸는 것처럼 붉게 피어나는 담뱃불과 연기를 담아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이 새끼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해?
강찬이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대장과 지내다 보면 소름 끼칠 때가 있습니다.”
힐끔.
이번엔 또 뭔 소리를 하려고 이러냐?
강찬의 시선을 느낀 제라르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꺼내 들었다.
“암담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라고 악쓸 때, 작전의 가장 앞에 서서 눈빛을 빛낼 때, 그리고 대원들의 희생을 가슴에 담아줄 때.”
“내가 멋진 건 좀 있지.”
기껏 농담이라고 뱉었는데 닭살이 돋는 것 같아서 강찬은 몸서리를 쳤다.
제라르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런 작전에 들어설 때 빠지겠다는 놈은 한 놈도 못 봤습니다. 작전 내용을 듣고 쭈뼛거리던 놈들도 대장이 지휘한다고 하면 잽싸게 탄창부터 더 챙기곤 했었으니까요.”
그랬었나?
제라르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낸 다음 입을 열었다.
“대장이 좀 더 확신에 차서 작전을 지시했으면 싶습니다. 너희의 희생은 미안하다. 하지만 이 작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너희를 믿는다.”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우린 전부 총구 앞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앞을 향해 달려야 합니다. 그럴 때 내게 가장 힘이 되는 건, 내 앞에, 내 뒤에, 대장이 있다는 거고, 대장이 날 믿어준다는 것입니다.”
말을 마친 제라르가 덤덤하게 창밖에 시선을 주었다.
“제라르.”
“예.”
제라르가 시선을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확! 멋진 척할래?”
“어? 아니었습니까? 그래도 다예보다는 훨씬 낫지 않습니까? 그 새끼는 이런 순간에도 틀림없이 라면 생각난다고 물 끓였을 겁니다.”
이건 부인할 수가 없다.
강찬이 먼저 웃었고, 제라르가 따라 웃었다.
“UIS라! 이 개새끼들이 어쩌자고 대장을 건드려서?”
피식.
유리가 강찬의 웃음을 담았다가 눈빛에 놀란 것처럼 네온사인의 번쩍임을 얼른 끌어안았다.
***
새벽밥을 먹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자박자박. 자박자박.
모형 도시 외부에 워커 소리가 일정하게 울렸다.
“헉헉. 헉헉.”
총원 25명, 4열 종대다.
내디디는 발이 척척 맞는 만큼 양팔의 움직임과 좌우로 흔들리는 머리까지 자로 잰 듯이 똑같았다.
열의 왼편에서 차동균이 홀로 나와 대열을 인솔하고 있었다.
자박자박. 자박자박.
산속이다.
3월, 이른 아침의 서늘한 기운이 대원들의 입에서 나오는 가쁜 숨을 하얀 김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헉헉. 헉헉.”
벌써 40바퀴를 돌았다.
너끈히 16킬로미터 이상을 달렸는데 차동균은 속도를 줄이거나 구보를 멈출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땀이 이마를 적시고 볼을 지나 턱으로 떨어졌다.
“자신 없는 대원은 열에서 빠지면 된다!”
41바퀴를 돌 때였다.
차동균이 악을 썼다.
눈빛을 번들거리는 대원 누구도 답을 하지는 않았다.
“1공수!”
“으아!”
차동균이 불렀고, 대원들이 고함으로 답을 했다.
“2공수!”
“으아!”
“3공수!”
“으아!”
자박자박. 자박자박.
지프의 조수석에 앉은 박철수가 고개를 저었다.
“동균이 와이프하고 안 좋은 일 있었냐?”
곽철호가 답을 하지 못하고 웃음을 감췄다.
“아침부터 애들을 왜 저렇게 볶아? 저래서 다음 훈련은 어떻게 하려고?”
박철수가 곽철호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래도 애들 말 들어보니까 네가 하는 것보다 차 대위가 훈련시키는 게 훨씬 편하다던데?”
“지금은 아닙니다.”
박철수가 픽 웃으며 도로 끝으로 펼쳐진 모형도시로 시선을 주었다.
“한재국 때문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농담할 때와는 달리 박철수와 곽철호, 운전석에 앉은 부관의 표정이 무겁게 변했다.
“처음 실탄 훈련을 할 때 대장이…….”
곽철호가 슬쩍 시선을 돌려 박철수의 눈치를 살피는 순간이었다.
“그냥 대장이라고 부르자. 우리끼리 무슨 부원장님이 어쩌고 하는 것도 낯간지럽다. 그리고 인마! 그런 거로 눈치 보면 나만 속 좁은 놈 되는 거 아냐?”
곽철호가 웃음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그때 들었던 말이 날이 갈수록 실감 납니다.”
“무슨 말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날 수 있는 대원이 필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오바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작전을 뛰면 뛸수록, 그리고 함께 돌아오지 못하는 대원들이 생길 때마다 그 말을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그건 그렇지.”
박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리카에서 겪었던 몸서리쳐지고, 처절했던 전투가 떠올라서였다.
박철수가 힐끔 곽철호를 보았다.
소총을 어깨에 걸고 서 있는 모습에서 관록과 여유가 묻어났다.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다.
편하게 서 있는 것 같지만, 언제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자세임을 박철수는 알고 있었다.
“담배 하나 주라.”
곽철호가 놀란 눈으로 박철수를 보았다.
“있어? 없어?”
“지금은 담배 하시면 안 되잖습니까?”
“내가 피울 게 아냐.”
멀리서 차동균이 부르고, 공수부대원들이 악을 쓰며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군님께 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다.”
곽철호가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박철수에게 건네주었다.
“잡아라.”
박철수가 팔을 내민 다음, 곽철호의 부축을 받으며 지프에서 내렸다.
힘겹게 걷는 걸음이다.
운전석에 있던 부관까지 달려와 박철수의 왼팔을 받쳐 주었다.
박철수는 모형도시로 내려가는, 모형도시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까지 억지로 걸었다.
그리고는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찰칵. 찰칵.
팔꿈치를 받치고 상체를 안다시피 했지만, 고통을 이기지 못해서 박철수는 담뱃불을 붙이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입김과는 다른 연기가 박철수의 입과 담배의 끝에서 피어올랐다.
“저쪽에 놔드려.”
박철수가 건넨 담배를 곽철호가 조심스럽게 모형도시가 보이는 내리막 앞에 올려놓았다.곽철호가 다시 팔을 잡아줄 때였다.
“장군님.”
박철수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저놈들 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차동균과 대원들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멀리서도 한눈에 보였다.
“여기 이놈도요.”
곽철호가 고개를 떨궜다가 천천히 시선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벌써 이렇게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는 놈들이 된 것 같습니다.”
상체를 들려서인지 박철수가 인상을 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장군님이 끌어주셨고, 이놈들이 만들어낸 겁니다.”
말을 마친 박철수가 억지로 팔을 들어서 멀리 있는 하늘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저 멀리서 “부대로 돌아간다!” 하는 차동균의 고함이 들려왔다.
팔을 내린 박철수가 억지로 몸을 돌려 지프로 움직였다.
“실탄 훈련이냐?”
“예.”
“쟤들만 저렇게 달리게 하는 건 반칙 아니냐? 그럼 나라도 승복 못 할 것 같은데?”
“차 대위만 실탄 훈련에 뜁니다.”
부르릉.
지프가 시동을 거는 순간, 박철수가 놀란 얼굴로 곽철호를 보았다.
“처음에 우리가 함께 뛰면 훈련이 뒤죽박죽됩니다.”
부으응. 부응.
박철수가 픽 웃으면서 막사 위의 하늘을 보았다.
이 멋진 새끼들!
최성곤 장군님이 그토록 바라시던 모습을 이렇게나 확실히 보여주다니!
박철수는 자꾸만 눈을 껌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