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43화 (34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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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맞고만 있을 것 같아?

“이게 전부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일이란 말이죠?”

“그렇습니다.”

고건우가 커다랗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다시 내쉬었다.

“그 상황에서 이걸 일부러 찍었고?”

“저격수 자리에서 당겨 찍었습니다. 얼굴을 못 알아보게 모자이크 처리했기 때문에 허가만 하시면 바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고건우는 기가 막힌 표정으로 책상 앞에 선 김형정을 올려다보았다.

“김 팀장. 만약에 말이오, 아주 만약에, 이번 일이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났으면 어쩔 뻔했소?”

답을 기다리지 않고 고건우가 말을 이었다.

“전화를 비롯한 민간 통신 시스템과 경찰 무선 등이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한 시간 가까이 중단 되었습니다. 거기에 스미든이란 이 사람이 폭탄을 가지고 있지 않았거나 승합차를 운전한 사람이 단순히 태워다만 준 거라면 어쩌려고 그랬습니까? 친분이 있다거나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위성으로 승합차의 동선을 추적했고, 다시 저격수가 외국인이 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면 나머지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위험한 도박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고건우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 얼굴이었다.

“원장님.”

“말해 보세요.”

기껏 불러놓고 김형정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가릴 것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그래야 의사전달이 됩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테러를 막는 것이 최우선 목표인 조직입니다.”

김형정은 작정한 듯 말을 이어갔다.

“만약이라고 하셔서 말씀드립니다. 강남 한복판에 C4가 터져서 부원장과 요원들, 그리고 정말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당하는 것과 승합차에 탑승했던 사람들이 다치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원장님은 어떤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김형정은 고건우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원장님께서 원리원칙을 세우시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행정가로서 원리원칙을 강조하시는 것과 국가정보원 업무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통령님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바로 원장님의 의견이란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말뜻을 잘 모르겠네요.”

고건우는 설명을 바라는 얼굴이었다.

“원장님께서 제시하는 방법이 결국은 대통령님의 대테러 방침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내가 좀 더 강단 있게 처신하라는 뜻입니까?”

“죄송합니다.”

김형정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아니란 말은 하지 않았다.

“이게 부원장의 뜻인가요?”

“삼성동 대테러 요원들이 만들어낸 계획입니다.”

고건우가 보고서를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들었다.

“김 팀장. 이대로 하면 테러도 막고, 아비부도 벌할 수 있겠다고 했는데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70% 이상 성공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적당히 편법을 쓰더라도 목적을 이루는데 최선을 다하자?”

“국가정보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조직이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살아서는 그림자이고, 죽어서는 이름없는 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건우는 꼼짝도 않고 김형정을 보고만 있었다.

“원장님. 우리는 국민을 상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닙니다. 적이나 다른 나라의 정보국을 상대하며 원리원칙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흐흠.”

고건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팀장의 그런 생각이 변질 되어서 국민을 향하게 되면 그때는 국가정보원을 견제할 다른 기구가 없는 것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아비부에 대한 폭행을 체포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지시했었습니다. 내가 그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원장님.”

“아직 시간 있습니다. 말해 보세요.”

고건우는 속을 알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방향을 정하는 것은 저희 요원들이 아니라 대통령님과 원장님이십니다.”

고건우의 입가가 꿈틀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나쁘게 들으면 무척이나 건방지고 위험한 발언이었다.

막말로 웃대가리만 잘하면 요원들이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란 말과 다르지 않은 거였다.

“세계적인 강국들이 유라시아 철도, 차세대 발전 시설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그들은 정보총국, DIA를 통해 테러 사주나 암살도 서슴지 않습니다. 우리 국민이 볼모로 잡힌 상황에서 나중 일을 걱정해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고건우의 시선이 아직 남은 말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 대가로 우리 요원들과 대원들은 끝없이 헛된 피를 흘려야 합니다.”

“김 팀장 역시 아비부와 협상하는 것이 싫었던 거군요.”

“죄송합니다. 지시하신 일이라 부원장을 말리기는 했지만, 속은 편치 않았습니다.”

고건우의 눈 끝이 묘하게 움직였다.

“어쩐지 부원장과 이야기를 나눈 느낌입니다.”

말을 마친 고건우가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통령님을 뵙고 결정을 알려주겠습니다.”

김형정을 앞세운 고건우가 집무실을 나섰다.

***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점심을 먹고 난 뒤였다.

양치를 하고 테이블로 돌아왔을 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김형정입니다.”]

“예. 팀장님.”

[“첫 번째 승합차와 두 번째 승합차에 탔던 범인 중에서 각각 한 명씩, 총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스미든을 포함한 나머지 테러범들은 모두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그리고 스미든은 이번 범행이 샤흐란의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석강호가 강찬의 표정을 살피고 있었지만, 통화 중에 내용을 알려주기는 어려웠다.

[“스미든은 가슴에 자상, 그리고 허벅지에 자상과 화상이 심한 상태입니다.”]

“팀장님! 샤흐란은요?”

[“상태가 위독해서 중환자실에 있습니다.”]

“샤흐란에게 경계 인원을 더 늘려주시고, 요원 없이 의료진만 다가가는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샤흐란의 의식이 돌아오면 바로 알려주시구요.”

[“알겠습니다.”]

강찬은 전화를 끊고 내용을 석강호에게 알려주었다.

“그나저나 로리암에 있다던 놈이 어떻게 한국에 들어와 있었지?”

석강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로망이 보낸 거겠지.”

“정보총국장 놈 말인 거요?”

“응.”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로망이 아예 대장을 제거하겠다고 작정한 거 아뇨?”

“그렇게 되는 거지.”

“하아, 이 개새끼가…….”

강찬의 눈빛을 본 석강호가 뭐라고 떠들려던 입을 다물었다.

강찬은 창밖에 시선을 두었다.

아직 부총국장의 지위도 뺏지 않은 로망이 왜 샤흐란을 시켜서 강찬을 죽이도록 했을까?

막말로 정보총국이 직접 나선다면 훨씬 정확하고 강력하게 강찬을 노렸을 텐데 말이다.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고, 좀 더 가까이 다가선 것 같은데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 느낌.

‘이건 대사님의 말과도 안 맞는 거잖아?’

강찬은 라노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우리가 샤흐란을 제거하면 다윗의 별은 근심 하나를 덜게 됩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계속 데리고 있으면 언제 입을 열지 모르는 근심거리가 되지요.” -

그렇다면 다윗의 별 소속이 거의 확실한 로망은 샤흐란을 이따위로 한국에 보낼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죽였어야 한다.

뭐지? 뭐가 숨어 있는 거지?

강찬은 계속해서 창밖을 노려보고 있었다.

***

문재현은 집무실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 걸을까요?”

비밀리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그가 흔히 택하는 장소 중 하나가 산책로였다.

두 사람은 집무실 뒤편의 문을 통해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대극이 묵묵하게 뒤를 따랐고, 저 멀리에 정장 차림의 경호 요원들이 보였다.

10분쯤 고건우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던 문재현이 벤치를 가리켰다.

“앉읍시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 고건우가 앉기를 기다렸다.

“많이 언짢았겠습니다.”

“그렇진 않습니다. 대신 따끔한 회초리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문재현이 먼저 웃었고, 고건우가 미소 지었다.

“전에 황 원장이 비슷한 말을 했었습니다. 더러운 것은 황 원장 본인이 다 가져갈 테니 나더러는 깨끗한 일만 하고 보라고.”

“대통령님,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풀어주면 안 되는 괴물의 봉인을 푸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건우의 말을 들은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황 원장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그 양반이 내게 그러더군요. 국가정보원의 힘을 나쁘게 쓸 위정자라면 내가 지금 쓰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든지 그 힘을 쓸 거라구요.”

고건우는 입술에 힘을 준 채로 대꾸하지 못했다.

“그래서 원장 생각은 어떻습니까?”

“대통령님이 결정하셔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고건우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문재현을 보았다.

“지금은 나도 황 원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국가가 더할 수 없는 기회를 잡았고, 그만한 위험에 처했습니다. 누군가는 적을 향해 악역을 맡아줘야 합니다. 그것의 대가가 아프고, 안타까운 피라 할지라도요.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대통령인 내가 할 몫이라고 여깁니다.”

문재현이 단호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장에게 맡겼습니다. 앞으로 보여줄 국가정보원의 모습은 온전히 원장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인재를 국가정보원 원장으로 모신 것이 내가 했던 일이고, 나는 그 선택을 믿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고건우가 잠시 숨을 내쉬었다.

“대통령님. 제게 다섯 시간만 시간을 더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문재현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다가 마지막에 고건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내 임기 동안 국가정보원을 맡겼습니다. 아직 2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문재현이 단단한 얼굴로 답을 했다.

***

대테러 팀의 대기실이다.

요원들이 각자의 침대 옆에 섰을 때 고건우가 수행원 두 명과 함께 들어섰다.

“차렷! 경례!”

강명구의 구호에 맞춰 요원들이 경례했고, 고건우가 고개 숙여 답을 했다.

“바로!”

“딱딱하게 그러지 말고 편하게 있읍시다.”

“열중쉬어! 쉬어!”

강명구의 구령에 따라 요원들이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으나 굳건한 자세를 풀지는 않았다.

환경은 나쁘지 않았다.

대기실의 안쪽으로 들어가던 고건우가 걸음을 멈추고 비어있는 침대와 관물함을 보았다.

“이곳을 사용하던 요원은……?”

“국제빌딩 테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별이 되었습니다!”

수행과 함께 뒤를 따라 움직이던 강명구의 답이었다.

고건우는 손을 들어 비어있는 침상을 쓸었다. 그리고 다가서서 관물대를 열어보았다.

이렇게 희생된 요원들이 한 장짜리 보고서로 책상에 올라온다.

전 세계에 파견 나간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리를 사용했던 요원의 가족들에겐 지울 수 없는,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픔이 고건우에게는 고작 한 장짜리 종이로 올라오는 게 전부였다.

“직급이 어떻게 됩니까?”

“대테러 팀 특수 요원 강명구입니다.”

고건우가 강명구와 침상 옆에 선 요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강명구가 강한 눈빛으로 고건우를 바라보았다.

“국제빌딩에서 이름없는 별이 되었던 요원들이 가장 바랐던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뜻밖의 질문에 강명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답을 하지 못했다.

“여기 있는 여러분이 테러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고, 가장 뒤에 나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달려갈 때 이곳에 있는 요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강명구가 잠시 멈칫한 뒤에 입을 열었다.

“우리의 각오를 구호로 들려드려도 되겠습니까?”

“구호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그게 답이 된다면 부탁합니다.”

강명구는 고건우를 향했던 시선을 돌려 요원들을 빠르게 돌아보았다.

“열중쉬어! 차렷!”

착!

요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자세를 갖춘 다음이었다.

“우리의 구호!”

강명구의 강한 음성이 대기실을 울렸다.

“태극기여! 받아다오! 내 영혼을! 조국이여! 받아다오! 내 뜨거운 피를!”

짧고 다부진 구호였다.

그런데 그 짧은 구호에 담긴 의지가 박히는 것처럼 고건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고건우는 말이 없었다.

그 바람에 침묵이 대기실을 감싸고 돌았다.

잠시 후,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고비가 많을 겁니다.”

고건우가 단호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의 그 구호를 잊지 않겠습니다. 덕분에 대통령님을 만나 뵐 용기가 생겼습니다. 어떤 순간에도 여러분과 같은 요원이 있음을 기억하고 국가정보원을 지휘하겠습니다.”

고건우는 들어설 때와 달리 후련한 얼굴이었다.

***

국제빌딩의 테러도 그렇지만, 낮에 논현동에서 있었던 테러와 아비부 관련 기사 내용이 불러온 파문 또한 작지 않았다.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이 발표되자 삽시간에 방송국과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문재현이 들어서자 플래시 소리가 요란하게 터졌다.

단상에 선 그가 시선을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우선 국민 여러분께 좋지 못한 내용으로 두 번이나 기자회견을 하게 된 점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퇴근 시간이다.

라디오와 TV를 통해 많은 이들이 문재현의 긴급 기자회견을 듣고 있었다.

단상에 놓인 원고를 잠시 보았던 문재현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국제 호텔에서 일어났던 테러의 주범으로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모하메드 압둘라 아비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체포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나온 “우아.” 하는 탄성이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들렸다.

“증거 물품으로 우리 군과 국가정보원의 무전 도청기, 사살한 테러범들과의 무전기, 그 외에 국제 빌딩과 주변의 CCTV를 연결한 태블릿등이 있고, 이미 아비부 왕자의 자백도 확보했습니다.”

플래시 소리가 무섭게 터져서 잠시 말을 잇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우리 국가정보원은 지난 몽골 기지 습격과 더불어 오늘 또 한 차례의 테러가 있음을 아비부 왕자에게서 자백받았고, 그에 대해 대비했으며, 오늘 오전 11시 30분경 논현동에서 극적으로 테러를 시도했던 범인 전부를 체포하였습니다.”

기자 회견장은 아예 무거운 침묵에 빠져들었다.

“아비부 왕자는 신문에 보도되었던 폭행 의혹 기사와 달리 체포 당시 완강하게 반항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상이 있었습니다.”

촤자자자작! 촤자자작! 촤자자자작!

“아비부 왕자의 범행 목적이 개인적인 욕심에서인지, 그의 신분을 고려할 때,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을 위해 테러를 기획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기자들이 노트북의 자판을 빠르게 두드리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이번 두 번의 테러, 그리고 몽골 기지의 습격으로 대한민국은 추정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금전적 손해를 입었으며,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요원과 606 특임대대, 그리고 35여단 대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습니다.”

문재현이 단상의 원고를 보았다가 시선을 들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우리의 주권과 국토를 침범당하는 유례없던 범죄와 맞부딪쳤습니다. 이에 국민 여러분께 우리의 국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와 인내, 이해를 당부드립니다.”

촤자작. 촤작. 촤자작.

흔히 있는 발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플래시가 처음처럼 많이 터지지는 않았다.

“또한…….”

문재현이 잠시 침묵했다가 카메라를 향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아비부 왕자가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권을 침범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였으며, 우리의 주권과 영토를 수호하려는 대원들을 살해한 것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기자회견 도중 공식 항의를?

기자들이 당황해서 옆 기자에게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이 나올 만큼 강력한 발언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모하메드 압둘라 아비부 왕자의 테러와 관련 있는 조직, 국가가 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입니다.”

촤자자작. 촤자자작. 촤자자자작.

기자회견을 마친 문재현이 퇴장하는 모습이 나온 직후였다.

속보라는 글자와 함께 스튜디어로 화면이 넘어왔다.

“대통령 발표가 끝나는 순간에 오늘 낮 논현동에서 있었던 테러 사건을 담은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뿌옇게 가린 영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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