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39화 (33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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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긴박하거든.

사무실로 돌아온 강찬은 창가에 놓인 탁자에 앉았다.

“커피 한잔 드시겠소?”

“봉지 커피로 줘.”

“알았소.”

잠시 후, 석강호가 커다란 머그잔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제라르는?”

“위성 요원들하고 함께 있소.”

강찬이 커피를 마시고 잔을 내려 놓을 때 석강호가 담배를 권했다.

이 새끼가 이런 거는 참 호흡이 척척 맞는다.

둘이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제라르 좀 불러와.”

“알았소.”

석강호가 답을 한 직후였다.

“대장!”

부르지도 않았는데 들었다는 것처럼 안쪽 방에서 제라르가 나타났다.

“커피 좀 타 갈게요.”

“그래.”

부르려고는 했지만 급한 일도 아니다.

기다란 다리, 셔츠가 잘 어울리는 체형, 그리고 금발에 파란 눈. 그렇게 어딘가 아메리카노를 처먹을 것 같이 생긴 새끼가 머그잔에 봉지 커피 두 봉을 털어 넣고, 포장지로 휘젓는 꼴이라니.

아무튼, 제라르가 테이블로 와서 앉고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원래는 두 새끼에게 아비부에게서 들었던 일을 설명하려고 했었다. 그런 다음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계산하려고 했었는데…….

전투에 나선 거라면 누구보다 믿음이 가는 두 놈이지만, 머리를 쓰는 것은 자꾸만 의심이 들었다.

강찬은 일단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형정입니다.”]

“잠시만 뵐 수 있을까요? 사무실인데요.”

[“삼성동에 있습니다. 10분 안에 도착하겠습니다.”]

“예. 기다릴게요.”

전화를 마친 강찬은 느긋하게 아비부를 두들긴 일을 설명했다.

한국말과 프랑스말로 각각.

시간이 제법 걸렸다.

“아! 거 개새끼! 내가 거기 있었어야 하는 건데.”

그래서 석강호가 아쉬움을 토해낼 때 김형정이 들어섰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김형정이 테이블에 앉았고, 역시나 봉지 커피를 앞에 두었다.

“다 같이 의논할 게 있어서 잠시 오시라고 했어요. 두희! 거기 화이트보드 좀!”

이두희가 구석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끌고 왔다.

“종일이랑 희승이도 이리와 봐! 의자 가지고 와!”

두 사람이 이두희가 앉을 의자까지 모두 세 개를 끌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강찬은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서 펜을 들었다.

“하나씩 정리하려는데 생각이 엉켜서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지 알아보려고.”

말을 마친 강찬은 빠른 프랑스어로 제라르에게도 같은 내용을 전해주었다. 이게 어떻게 한국에 있는데 프랑스어가 더 느는 느낌이었다.

강찬은 우선 화이트보드 왼편 위에 ‘아비부’라고 적었다.

“이 개새끼가 했다는 일이…….”

그리고는 ‘아프가니스탄 인질 납치 지시 - 조쉬’ 라고 적었다. 다음은 당연하게 ‘리바아 요원 살해 지시 - 아프카니스탄 지시를 덮기 위해’의 순서였고, 그가 자백한 것을 차례로 주르륵 적어놓았다.

“봐봐. 순서가 이래. 아프가니스탄 납치가 지시에 의한 일어났다는 걸 리바아 요원들이 알아차렸고, 그래서 요원들을 살해한 거야.”

다음은 일사천리로 복수전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몽골 기지 공격은 이 새끼들이 새로운 차세대 발전 시설에 필요한 데나다이트와 세티늄을 얻을 겸해서 아예 기지를 없앨 목적이었던 것 같고.”

설명이 이어져서 마지막으로 UIS가 방송하려 했다던 내용까지를 적고 나자 왼편이 가득 찼다.

“어, 거 개새끼!”

석강호가 강찬을 대신해서 시원시원하게 욕을 뱉어냈다.

“봐! 다음은 황 원장님 일인데 분명 전화번호로 좌표를 남겨주셨고, 그 일 때문에 테러를 당하신 거로 보이는 거지. 그런데 이건 프랑스 정보총국장 로망이 지시한 일이다.”

강찬은 ‘황기현’이란 이름을 먼저 적고, 그 아래로 로망이라고 적었다. 그런 다음, 국제빌딩 테러와 황기현, 로망, 아비부를 선으로 연결했다.

“다음은 OTP를 얻어낸 좌표야. 이건 정보원을 통해 만난 그리스계 이집트 해군 정보 장교에게서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배에서 본 놈들도 모두 그리스계 군인 출신으로 추정했고.”

석강호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고, 프랑스 말로 설명하자 제라르가 비슷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이다. 라노크 대사님이 로리암의 지하기지에 갇혔다. 그래서 현재 새로운 대사로 프랑스 정보국 니아플르 책임자였던 피에르가 와 있고.”

대강 설명이 끝나자 다들 진지한 얼굴로 화이트보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연결 고리를 생각해 봐. 이 안에 무언가 있어. 없더라도 우리가 찾아내야 돼. 황 원장님이 어떻게, 어디서 좌표를 얻었는지, 죽은 이집트 해군 장교는 어디에서 OTP 접선 장소의 좌표를 얻었는지를.”

강찬은 앉아 있는 이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OTP가 있다는 건, 그리고 그 좌표 지점 근처에 아예 다른 배가 없었다는 건, 분명 OTP를 받으려고 했던 놈들이 잠수함을 타고 있었을 거라는 거고, 그렇다면 거기에 잃어버렸다는 핵탄두가 실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침묵이 넓은 사무실에 가득했다.

“담배 하나 피워도 되겠소?”

“그러자.”

확실히 머리 쓰는 일을 하니까 담배가 더 땡긴다.

그런데 담배라는 게 그렇다.

다 같이 모여 있는데 누군가 손을 뻗으면 이상하게 함께 손이 나간다. 결국, 김형정이 고개를 끄덕여주어서 최종일과 우희승, 이두희까지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가 회오리처럼 천장의 환풍기를 향해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대장.”

제라르가 강찬을 불렀다.

“이집트에서 정보원을 잡아 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놈은 최소한 고위 장교와 연결되는 다른 정보 루트도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강찬은 화이트보드에 ‘이집트 정보원’이라고 적고 제라르의 의견을 한국말로 전해주었다.

“오!”

석강호가 놀란 눈으로 제라르를 본 다음 눈빛을 빛냈다. 분명 제라르보다 놀라운 제안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부원장님.”

강찬은 물론이고, 모두가 김형정을 바라보았다.

“잠수함을 그곳에 보낼 수 있는 나라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선 제라르 씨 말대로 이집트의 요원들에게 정보원을 찾아보라고 지시하고, OTP가 필요한 정도의 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강찬이 프랑스 말로 제라르에 전해주면서 화이트보드에 ‘잠수함 보유국’이라고 적었다.

힐끔 보았을 때 석강호는 점점 더 조바심이 나는 얼굴이었다.

저 새끼가 왜 머리 쓰는 일에 저렇게 적극적이지?

강찬은 내심 석강호가 안쓰러웠으나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

조석도는 커피전문점의 야외 테라스에서 도로 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내가 좀 늦었나?”

그리고 그때 누군가 다가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나오셨습니까?”

“오랜만이야.”

“앉으시죠.”

자리에서 일어섰던 조석도가 상대방이 앉기를 기다렸다가 자리에 앉았다.

“요즘 어때?”

“죽을 맛입니다. 선배님도 잘 아시잖습니까?”

“하긴. 우리랑 비슷하겠지.”

잠시 실없는 소리가 지나간 다음이었다.

“이거 특종인데 감당할 수 있겠어?”

“뭔데 그러십니까?”

“이번 국제빌딩의 주범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다.”

조석도가 빠르게 좌우를 살폈다.

“정말입니까?”

“내가 헛소리 지껄일 사람은 아니잖아.”

메모장을 펼친 조석도가 펜을 들어 빠르게 메모했다.

“사건 당시에 삼성동 파크 호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체포했다. 투숙 기록이랑 대조하면 다 나올 거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지.”

조석도는 질문도 않고 메모만 계속했다.

“국가정보원 부원장이 그 왕자와 수행원을 고문해서 현재 위독한 상태다.”

“예에?”

펜을 멈춘 조석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테러 사건임을 감안해도 외국의 국빈을 긴급 체포하고,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감금, 폭행, 고문했다는 것은 용서하기 힘든 일이지.”

“증거가 있습니까?”

상대방이 고개를 저었다.

“그 증거를 가지고 나오는 순간, 누가 그랬는지를 다 알게 돼. 그럼 나는 바로…….”

상대가 자신의 목을 손날로 치는 시늉을 보였다.

“흠.”

“고민할 것 없어. 체포 사실을 우선 발표해. 그것만 해도 특종이 될 거 아닌가? 거기에 범인으로 지목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문 때문에 현재 위급한 상태라고 하면 되는 거지. 멀쩡하면 바로 방송에 나올 거고, 만약 공식 발표가 늦어지면 자네가 쓴 기사가 정당성을 발휘하는 거 아니겠나?”

조석도가 입술에 힘을 주고는 메모를 노려보았다.

“고문한 사람이 국가정보원 부원장인 건 확실합니까?”

“맞아. 대테러 팀을 이끌었던 바로 그 사람.”

“하아.”

조석도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는 현재 국가적 영웅입니다. 그런 사람을 증거도 없이 고문했다고 쓰면 데스크가 통과시켜주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럼 관두지 뭐.”

상대는 여유만만이었다.

“선배님. 이 정보를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국가정보원에…….”

조석도가 주변을 살피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직급이 낮으신 것도 아니고.”

“흥.”

상대가 코웃음을 쳤다.

“자세한 내막을 밝히기는 어려운데 부원장 때문에 우리나라는 전쟁이 일어날지 몰라.”

터무니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당장 조석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안 믿기겠지. 정보를 담당하는 나도 기가 막히니까. 그런데 유라시아 철도 발표회장의 테러, 그동안의 파병, 지난번 원장과 청장의 테러에 국제빌딩 테러를 엮어 봐.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우리는 지금 긴박하거든.”

“전쟁을 막기 위해 이러신다는 겁니까? 다른 의도는 없으시고요?”

상대가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

“그건 알아서 판단하고, 하여간 두 시간 안으로 결정해서 알려줘. 후배라 먼저 선택권을 준 거니까 못하겠다고 한 다음, 서운하니 어쩌니 하는 건 없는 거다.”

상대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보지 않고 바로 커피전문점을 나섰다.

“흐흠.”

조석도는 묵묵히 메모장을 보았다.

***

“대장.”

제라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리비아에 있던 요원들은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인질 납치가 조쉬의 지시라는 걸 알아냈을까요? 그걸 덮기 위해 요원들을 살해했다면 그 과정을 조쉬나 로망이 다 알고 있었다는 말 아닙니까?”

“그건 아직 모르지. 당시에 그 내막을 알고 있던 요원들이 전부 살해되었으니까.”

강찬은 화이트보드에 다시 제라르의 질문을 적고 그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그냥 기본적인 내용인데 적고 나면 하나씩 객관적으로 보이는 느낌이었다.

김형정이 보드에 있는 내용을 따로 메모하면서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저기…….”

최종일이 손을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쿠드스가 나타났던 건 이번 사건과 관계가 없겠습니까?”

강찬이 멍한 표정으로 최종일을 보았는데 다들 비슷한 얼굴이었다.

“파병 가서 쿠드스가 우리를 포함해 전원을 몰살시키려 했다는 느낌이어서. 그렇다면 거기에도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쿠드스가 아랍계열이라…….”

그렇구나!

강찬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그런 걸 빼먹고 있었지?

강찬이 제라르에게 설명해주자 놈이 뒤늦게 “오!”하는 표정으로 최종일을 보았다.

오직 석강호만이 무언가 하나를 터트려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눈으로 화이트보드를 노려보는 것이 다른 사람과 달랐다.

“대장.”

그리고 마침내 석강호가 강찬을 불렀다.

말리고 싶었다.

여기서 무리하면 상처가 될 텐데…….

차라리 간식을 먹고 하자고 했으면 싶었다.

시선을 받은 석강호가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들을 납치한 게 단순히 몸값을 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했잖소?”

“그렇지.”

강찬은 조마조마해서 석강호의 이야기가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새끼가 별 걸로 다 사람을 긴장시킨다.

“리바아에서 요원들을 살해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의 비밀을 요원들이 알아차려서라고 그랬고.”

“응.”

이놈이 정말 뭔가를……?

혹시 단서가 될 만한 연결점을 발견한 걸까?

강찬의 시선을 확인한 석강호가 사뭇 오만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사이 강찬은 제라르에게 놈의 말을 전해주었다.

“오!”

석강호가 그토록 바라던 반응이었다.

놈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거기에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쇼. 되지도 않는 소말리아 정부와 UN이 부족을 말살하려고 했었고, 마지막에는 쿠드스까지 나타나지 않았소? 그것도 600명씩이나 되는 엄청난 숫자가.”

이 새끼가?

강찬은 석강호의 발전을 느끼며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간질거리는 것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뭐지? 뭐냐?

어서 말해봐라!

최종일은 마른침까지 삼키며 석강호를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게 모두 이슬람과 관련 있는 놈들이요.”

“그래서?”

석강호가 이런 것도 생각 못했냐는 투로 제라르를 훑어본 다음 입을 열었다.

“아비부를 한 번 더 족치는 거요.”

“뭐?”

모두의 반응이 강찬과 다르지 않았다.

“그 새끼가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겠소? 그러니까 그 새끼를 족쳐서 더 알아내자는 거요.”

뭔가 맞는 거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없는 답이었다. 오바하지 말고, 그냥 적당히 말했으면 본전이라도 할 것을.

저 새끼한테서 큰 걸 바란 게 잘못한 거지!

그런데 석강호는 강찬의 심오한 눈빛을 완전히 오해한 눈치였다.

“후우. 갑시다. 이번엔 내가 족쳐서 알아내겠소. 나는 통역도 필요 없는 거요.”

강찬은 얼른 화이트보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 앞에서 욕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

스미든은 해바라기처럼 간절한 눈빛으로 샤흐란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를 돌려댔다.

몸을 묶었던 줄도 풀렸고, 자리도 소파로 옮겼다.

홀랑 벗겨놓은 허벅지에는 화상에 붙이는 화상거즈가 잔뜩 올라가 있었는데, 그는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생각해, 스미든. 부모를 찾아도 이런 식이라면 만나기가 어려워.”

스미든이 앉아 있던 의자에 샤흐란이 다리를 꼬고 앉았고, 그의 주변으로 날카롭게 생긴 사내들이 서 있었다.

“찾을 수는 있습니까?”

“그런 건 염려하지 말고 찾은 다음에 어떻게 만날지를 생각해 봐. 당장 전화 통화도 직접 못하는데……!”

시선을 떨군 스미든이 자꾸만 샤흐란을 힐끔거리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주사를 먼저 주십시오.”

“안 돼.”

“고통이 사라지면 방법을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제발 주사를 먼저 좀 주세요.”

샤흐란이 잔인하게 웃었다.

그리고 사내 중 한 명을 향해 고갯짓을 했다.

기쁘게 얼굴로 내민 스미든의 팔에 사내가 얇은 주사기를 꽂아주었다.

“하아.”

스미든은 곧바로 소파에 몸을 기대고,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저놈이 이용가치가 있습니까?”

빈 주사기를 쓰레기통에 던져놓은 사내가 뚝딱거리는 프랑스 말로 던진 질문이다.

“내일 오전까지만 지켜본다. 국제 빌딩 테러가 잠잠해졌으니 저놈 말대로 그 애송이 놈을 한번은 만날 수 있을 거다.”

사내의 의미심장한 눈을 본 샤흐란이 말을 이었다.

“저놈에게 강한 주사 한 방 놔주고 폭탄 매달아 보내면 애송이는 끝난다.”

샤흐란이 야비한 웃음과 함께 다시 스미든을 보았다.

“그놈이 아니더라도 근처에 얼씬거리는 놈 중에 부모만큼이나 가슴 아플 놈들이 꽤 있지. 그러니 일단 내일까지는 저놈에게 약을 주기적으로 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샤흐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달칵.

그는 서류가방을 열어 스미든에게 준 것과는 다른 주사기를 꺼내 제 팔에 찔러넣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

샤흐란이 한껏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천장을 향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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