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37화 (33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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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사람을 가지고 놀아?

강찬이 손을 닦은 후에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였다.

김형정이 전화를 받았다.

“뭐? 그걸 왜 이제 보고해!”

목소리를 억지로 낮춘 그가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어제? 어제는 연락이 어려웠던 걸 몰라? 알았다. 이 번호는 계속 연락되는 거지? 뭐? 얼마나?”

김형정이 신음을 삼키며 상대방의 말을 들었다.

“도착하는 대로 바로 연락해. 현지 요원들 협조 철저히 구하고!”

유리 너머의 아비부는 의자에 앉기는커녕 벽에 기대앉은 것만도 힘겨운 모습이었다.

“저, 부모님께서 오늘 유럽 여행을 떠나셨답니다.”

이게 뭔 자다가…….

그것도 이렇게 살벌한 상황에서!

강찬은 이해하지 못한 시선으로 김형정을 보았다.

“이번 기회에 두 분이 그동안 원하셨던 유럽 여행을 다녀오시겠다고. 전화를 꺼놓아서 김 대리의 전화기로 연락하면 된답니다.”

솔직히 아무런 말도 하기 어려웠다.

전화를 하려고 했으면 짧은 통화 한 번쯤은 얼마든지 했을 거다.

솔직히 누굴 탓할 일도 아니었다.

잘못했다. 잘못한 거다.

강대경은 속 깊은 곳에 아픔을 감췄을 거고, 유혜숙은 틀림없이 눈물을 삼켰을 텐데…….

미안했다. 그리고 가슴이 아렸다.

아무리 두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핑계와 정신없이 일이 돌아갔다는 핑계를 가져다 붙여도 죄송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한없이 걱정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막연한 기다림을 견디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소홀했고, 방심했다.

자칫하면 저 개새끼 때문에 정말 소중한 두 사람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상화이 벌어졌다.

강찬의 눈빛이 아부비를 죽이기로 결심한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번들거렸다.

“죄송합니다. 어제 전화했었다는데 제가 정신이 없어서 받질 못했습니다.”

“지금 전화가 되나요?”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2시간 정도 뒤에나 통화가 가능할 거랍니다.”

“경호는요?”

“김 대리와 차민정 요원이 함께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요원들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데 그 부분은 제가 따로 확인하겠습니다.”

강찬은 담배를 재떨이에 껐다.

“죄송합니다.”

강찬의 눈빛이 워낙 번들거려서 김형정이 한 번 더 사과했다.

“팀장님 잘못이 아니라 제가 소홀했던 탓입니다. 유럽 일정하고 경호를 확실하게 체크해 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강찬은 유리 너머를 노려보았다.

두 번만 이렇게 두들기면 아비부는 분명 죽는다.

김형정이 강찬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팀장님.”

강찬이 나직하게 그를 불렀다.

“확실하게 할 게 있습니다.”

김형정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요원들이 강찬에게 집중했다.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시는 것 같아서요.”

“뭔데 그러십니까?”

“아비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입니다.”

“그건 저희도 이미 파악했던 일입니다.”

도착하기 전부터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되었던 일이기도 했다.

“이슬람 사회에서 왕족에 대한 충성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확보한 증거가 워낙 확실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표면상 우리의 발표를 존중한다고 하겠지만, 이렇게 두들겨 팬 걸 알면 우리는 UIS는 물론이고, 이슬람 극단주의자 전체를 모욕한 것이 됩니다. 여기서 자칫하면 극단주의 세력이나 UIS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김형정이 당황한 얼굴로 통역 요원을 바라보았다.

그런 걸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뜻이었다.

“저 친구는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과 직접 싸워보지 못했을 테니까요. 아비부가 처음 했던 경고가 그냥 말만은 아닙니다. 거기에 UIS와 극단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하나로 뭉칠 공동의 적을 찾게 된 꼴입니다. 대한민국과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이 되겠죠.”

김형정이 막막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설마 아무런 대책 없이 두들기지는 않았겠지?’ 하는 작은 기대, 이어서 지금까지 보았던 강찬의 모습이라면 정말 모든 걸 떠나서 일단 두들겼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지금의 일이 절대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확실하게 관리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장 재외 공관이나 해외에 있는 우리 국민 전체가 테러의 대상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답을 하던 김형정이 아차하는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이런 때, 여차하면 UIS와 이슬람 극단주의자 전체가 한국과 한국인을 노릴 수 있는 이 순간에, 강대경과 유혜숙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거다.

김형정은 이제야 아비부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를 새삼 실감했고, 직전에 강찬의 눈빛이 왜 그렇게 번들거렸는지를 깨달았다.

어제만큼이나 오늘 일이 심각하다는 것도.

달칵.그때 강찬이 다시 방문을 열고 나섰다.

김형정은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달칵.

강찬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뭐든 질문하시는 것은 정확하게 대답하겠습니다.”

매질 한번 하지 않았는데 수행원이 강찬에게 매달렸다.

강찬은 묵묵하게 바닥에서 벽에 기대앉은 아비부를 보았다.

이미 의식이 반쯤 나갔고,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저 정도면 반항은 생각도 못 하는 게 맞다.

폭력에 의지가 완전히 꺾이면 비슷한 상황에서 떠오르는 건 공포밖에 없다.

문제는 아비부의 위치다.

만약 수행원이 저 지경이 되었다면 그는 앞으로 강찬을 볼 때마다 혼이 빠져나간다.

그런데 아비부라면 상황이 다르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주변의 시선 때문에라도 죽음을 각오하고 대들 여지가 남아 있었다.

저걸 그냥 죽여버려?

강찬이 오묘한 시선으로 아비부를 노려볼 때였다.

“흐으으! 말씀드립니다! 제발……! 왕자님께서 말씀드리겠다고! 뭐든 질문하시는 것에 전부! 솔직하게! 그러니 제발……!”

한 대도 안 맞은 새끼가 울기는?

“분명해?”

“예?”

“이 개새끼가!”

“예! 예! 확실히 그렇습니다!”

수행원이 화들짝 놀랄 때다.

움찔하는 아비부의 눈에 공포가 떠오르는 것을 강찬은 분명하게 보았다.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전해.”

“예.”

강찬은 유리 너머를 보았다.

수행원이 똑바로 통역하는지 확인하라는 의미였다.

“너희 두 새끼가 오해하는 게 있는데…….”

수행원이 아비부의 귀에 대고 또렷한 아랍어를 쏟아냈다.

“내가 구질구질하게 뭘 얻어내려고 이런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야.”

무슨 소린가 하는 얼굴을 했던 수행원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가 필사적으로 아랍어를 쏟아내는 동안, 강찬은 아비부의 눈만 보고 있었다.

아비부의 눈 끝이 미묘하게 꿈틀했다.

포기한 놈은 절대 눈 끝을 저따위로 움직이지 않는다.

역시 모든 일은 마무리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피식.

“아비부, 이 개새끼.”

수행원의 표정에 먼저 공포가 떠올랐다.

“넌 마지막 기회를 버린 거다.”

수행원이 변명을 꺼내기도 전이었다.

퍼억! 콰다당!

강찬은 먼저 수행원의 대가리를 세차게 걷어찼다.

퍼억!

그리고 겨우 놈에게, 벽에 기대앉았던 아비부의 대가리를 마저 내질렀다.

털썩!

아비부는 허수아비처럼 바닥에 옆으로 쓰러졌다.

콰악.

“끄으…….”

강찬은 아예 아비부의 목을 밟았다.

이 개새끼는 수행원이 매달리는 그 짧은 순간에 계산을 했다.

수하가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버릴 수 없는 자존심, 그동안 자신을 지켜주었던 권위와 부, 그리고 UIS라는 무력을 떠올린 거다.

어차피 일은 벌어진다.

그렇다면 이런 새끼는 차라리 지금 죽여버리는 게 낫다.

버둥버둥.

아부비가 맥빠진 손으로 강찬의 발목을 붙잡고 버둥거렸다.

“야아!”

그때 어리숙한 척하던 수행원 놈이 도끼눈을 하고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어딜!

퍼억! 콰작! 콰작! 콰작! 콰작!

수행원이 강찬에게 쉴 새 없이 짓밟혔다.

이 간신 나라 충신 같은 새끼!

대한민국의 핵심 요인과 요원들을 죽이는데 충실하게 제 역할을 다한 개 같은 새끼!

아비부는 중요하고, 우리 쪽 그 많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야?

아직도 606 대원들의 피 냄새가 코끝에 뚜렷한데 그 지시를 옆에서 직접 도운 새끼가!

하마터면 이 개새끼들에게 속을 뻔했다.

한쪽에선 아비부가 가쁜 숨을 내쉬고, 그 옆에서 수행원이 죽도록 강찬에게 밟힌다.

우리가 가진 게 부러우면 사가든가, 제발 팔라고 졸라야지, 폭탄 터트리고, 사람 죽여가며 바칠 것을 강요해?

대한민국이!

군복을 수의로 알고 임무를 수행하는 대원들이 그렇게 우스워!

콰작! 콰작! 콰작! 콰작! 콰작!

“부원장님!”

김형정과 요원들이 또다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강찬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두 놈이 비슷한 자세로 널브러져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강찬은 전화기를 꺼냈다.

싸우자면 싸워주겠다.

내 방식으로.

번호를 찾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동안 방안은 두 놈이 뱉어내는 힘겨운 숨소리만 들렸다.

[“여보세요?”]

“대표님. 강찬입니다. 강 이사님 옆에 계신가요?”

[“잠깐만 기다려.”]

강찬의 목소리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김태진은 흔한 안부 한마디 없이 전화를 건네고 있었다.

김형정이 눈치를 살폈고, 아비부의 눈 끝이 또다시 꿈틀했다.

개새끼! 눈치는! 조금만 기다려!

[“나다.”]

“UIS 전체와 싸움이 벌어질지 몰라. 전투가 시작된다면 이 싸움을 몽골로 가져갈 생각이야.”

[“하하하!”]

강철규가 이렇게 웃는 건 전생을 합쳐도 처음 들었다.

[“준비하고 기다리마!”]

강찬은 왜 그런지 모르는데 나직하게 한숨이 나왔다.

UIS라고 영어를 써서 못 알아들은 건가?

이슬람 전사 연합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는데 결과가 상상이 안 되나?

이상하게 주변에 정상적인 인간이 당최…….

그런데 그 순간, 툭 하고 전화가 끊겼다.

이 양반과 바실리가 통화하면 도대체 누가 먼저 전화를 끊을까?

아무튼, 강찬은 마음이 편해졌다.

한국 정부의 반대 속에서 강찬이 지위를 이용해 두 새끼를 죽인 거다.

그리고 몽골 현장으로 도주했다.

중국과 러시아, 독일의 정보국이 나서준다면 그깟 소문쯤이야 얼마든지 퍼트린다.

어차피 UIS도 한국과의 전면전보다는 몽골 현장에 달려드는 게 훨씬 뱃속 편할 거다.

오냐!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면 황기현과 송창욱, 그 외에 희생된 요원과 대원들의 복수라도 시원하게 해 주마.

강찬은 시선을 돌렸다.

“권총.”

살기가 가득한 요구에 요원이 마른침을 삼키며 허리춤의 권총을 꺼냈다.

대테러 팀 요원들의 특성상 일단 명령에 따르고 보는 모양이었다.

“부원장님!”

강찬의 시선을 받은 김형정이 입을 다물었다.

철컥!

강찬은 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퉁퉁 부어올라서 칼로 금만 그어놓은 것 같은 아비부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제야 강찬의 성격을 제대로 안 것 같았고, 다음으로 피부로, 직감으로 느끼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놈이 힘겹게 아랍어를 뱉어냈다.

늦었어, 이 개새끼야!

그리고 난 아랍어 몰라!

“아프가니스탄…….”

그런데 알아듣는 단어가 아비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치사하게 귀가 솔깃했다.

햐! 요 개새끼가?

사람 참 단순하고 유치하게 만든다.

“원래 계획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거였습니다.”

수행원이 끙끙거리면서 주둥이를 열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한국인을 억류해서 차례로 죽이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질들이 어이없게 구출된 겁니다.”

“그게 이 건과 무슨 상관이야?”

“리비아에 있던 한국 요원들이 지금 말씀 드린 내용을 알아차린 겁니다.”

강찬은 물론이고, 김형정마저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도대체 뭘 묻고 뭘 알아야봐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기가 막히기도 했다.

“조쉬의 공작이었습니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한국인의 신상까지를 모두 알려주었습니다. 이튼은 뭣도 모르고 라노크 대사와 갓 오브 블랙필드를 죽이겠다고 시선을 끌고 다닌 겁니다.”

이 씨발 놈들이!

누가 누굴 죽여?

기가 막히다

“리비아 요원 암살로 끝날 일이 이번에는 한국이 보복전을 하기 위해 리비아로 오는 바람에 커졌습니다. 그때는 로망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강찬은 아예 대놓고 웃으며 들었다.

리비아 UIS의 자료를 강찬도 로망에게서 받았었다.

“진심입니다.”

아비부는 강찬이 안 믿는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 되니까 신뢰가 뚝 떨어지긴 했다.

“이번 테러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도 뭔가 받는 게 있으니까 그랬을 거 아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닐 테고, 도대체 뭘 얼마나 큰 걸 받았길래 이 지랄을 떨었냐 이거지?”

아비부가 쭈뼛거렸다.

이 개새끼가 끝까지 사람을 가지고 놀아?

강찬은 총구를 아비부의 머리로 향했다.

“블랙헤드!”

타이밍 한번 죽여준다.

아비부는 또 한차례 강찬이 알아듣는 단어를 내뱉어서 생명 연장의 꿈을 이어가고 있었다.

“블랙 헤드를 이용한 차세대 발전 시설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고, 이미 시설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럼 몽골을 습격한 건?”

“데나다이트와 세티늄의 샘플이 필요했습니다. 그쪽에서 워낙 엄격하게 틀어쥐는 바람에 그 정도 인원이 습격하면 샘플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습니다.”

“후우.”

강찬은 갑자기 담배가 무지막지하게 피우고 싶어졌다.

“담배 있으세요?”

김형정이 주머니를 뒤지다가 유리를 바라보았다.

안쪽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부탁입니다. 이걸 털어놓으면 프랑스 정보총국이나 영국 정보국의 손에 우리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아비부가 꺼져가는 소리로 아랍어를 토해냈다.

“테러에 관여되었다고 하면 왕위 계승권 순위도 박탈됩니다. 나는 절대 입을 연 적이 없는 거고, 한국은 나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하면 UIS도 한국을 공격할 명분을 잃게 됩니다.”

죽어가는 새끼가 말은!

달칵.

문이 열리며 안에 있던 통역 요원이 담배와 라이터를 가지고 왔다.

‘이 새끼가 제대로 통역한 거야?’

강찬의 시선을 받은 요원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찰칵.

“후우.”

끄드등.강찬은 의자를 당겨서 자리에 앉았다.

“아직 한 가지가 남았다. 우리 원장님과 청장님을 살해한 이유.”

피부로 느껴질 만큼 요원들의 반응이 날카롭게 섰다.

“이유는 모릅니다. 로망이 요구했던 내용입니다.”

“후우. 마지막에 이러면 곤란해.”

“숨이 안 쉬어집니다.”

실제로도 아비부는 오래 버티지 못할 상황처럼 보였다.

이걸 그냥 죽여?

강찬은 잠시 고민했다.

알고 싶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들었다.

놈이 내 건 조건도 솔깃하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남는다.

이 개새끼 때문에 희생된 이들의 복수.

강찬은 담배를 피우는 동안 두 놈을 노려보았다.

이걸 결정하는 건 강찬의 몫이 아니었다.

그 대가가 어쩌면 대한민국 전체에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분명하게 대한민국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기도 했다.

“의료팀 불러서 치료해주세요.”

“의료팀 불러!”

김형정이 유리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무슨 마법의 유리 같다.

담배! 그러면 담배가 오고, 의료팀 하면 의료팀이 달려오는 게.

“후우.”

강찬은 담배 연기를 길게 뿜었다.

로망, 이 씨발 놈.

이것들이 이리저리 엉겨서 이 지랄들을 떨었다는 거지?

대사님을 본국으로 데려가서 고작 한다는 짓이 차세대 에너지 발전 시설을 하나 더 짓는 거?

의료팀이 달려왔다.

멈칫할 만도 한데 고개 한번 숙이고는 바로 아비부와 수행원에게 달려들었다.

그드등.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방을 나섰다.

그때 문앞에 서 있던 무장한 요원과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궁금했다.

지금껏 말 한마디 나눠본 적이 없는 요원의 생각이 말이다.

강찬이 멈춰 서서 시선을 주자 요원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부모님 계셔?”

“계십니다.”

“관계는 괜찮아?”

“그렇습니다.”

요원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또박또박 답을 하고 있었다.

“만약 다음번 작전에서 죽는다면 그래도 나서겠나?”

“백 번 물어보셔도 제 답은 하나입니다. 가겠습니다.”

강찬은 피식 웃었다.

“교과서 같은 답하지 말고, 집에서 기다리실 부모님 생각은 안 해? 그분들이 슬퍼하시고 힘들어하실 거?”

“부원장님.”

요원이 김형정을 빠르게 본 다음 시선을 가져왔다.

그 짧은 틈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원장님 경호 실패했던 날, 원래는 제가 근무였습니다. 어머니 환갑이라고 근무를 바꿔주었던 선배를 그렇게 잃었습니다. 왼팔에 달린 태극기가 너무 무겁습니다. 그날부터 비상대기 빠져본 적 없습니다! 대테러 팀이 나설 작전이 있다면 반드시 저를 포함시켜 주십시오!”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하필 질문을 던져도 저렇게 사연 많은 요원을 골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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