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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36화 (33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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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사람을 가지고 놀아?

사람이 약속한 건 지키는 게 좋은 거다.

그런데 사는 게 어디 그런가?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어길 때가 있는 거 아니겠나?

담배를 끄던 강찬의 시선에 아비부가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을 때처럼 말이다.

“이런 개새끼가!”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서도 놈은 분명 분한 기색을 떠올리고 있었다.

20분? 그거 그냥 없던 거로 한다!

강찬은 곧바로 방을 나섰다.

김형정이 황급하게 뒤를 따라나섰지만 입을 열지는 못했다. 여기서 강찬의 행동을 함부로 막아서기는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달칵.

강찬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들짝! 섬찟!

아비부와 수행원의 반응은 그렇게 달랐다.

강찬은 곧바로 아비부에게 향했다.

퍼억! 콰다당!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이 개새끼가 어디서 눈깔에 불만을 담아?

아쭈? 막아?

바닥에 옆구리를 뉘인 채로 뒹구는 아비부다.

그 와중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둥그렇게 몸뚱이를 구부리고 대가리와 가슴을 끌어안고 있었다.

콰작! 콰작! 콰작!

강찬은 아비부의 머리와 가슴, 그리고 허벅지를 세차게 짓밟았다.

“끄윽! 크흑! 끄으윽! 크흐흑!”

피투성이가 된 아비부의 얼굴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직까지 고통과 치욕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그런 걸 거다.

콰악. 콰당!

강찬은 아비부의 목을 움켜쥔 채로 일으킨 다음, 벽에 처박았다.

“끄으윽! 끄윽! 커흑!”

이게 또 그렇다.

살다 보면 재수가 없을 때가 있는 거다.

목을 잡혀서 거친 숨을 내쉬었던 아비부의 코에서 피가 튀었다. 그런데 대가리가 뒤로 젖혀져 있어서 하필이면 강찬의 볼에 튀었다.

“이 개새끼가!”

강찬이 오른손의 손등으로 피를 닦아내자 아비부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어댔다.

‘그게 내 잘못이 아니……!’

놈의 눈빛이 전하는 의미는 그랬다.

이럴 거였으면 황기현이나 송창욱을 죽이지 말았어야지! 아니, 애초에 리비아의 우리 요원들을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강찬은 벽에 밀린 아비부의 눈가를 오른손의 안쪽으로 사정없이 갈겼다.

“큭! 크흑! 큭! 크……!”

아비부의 대가리가 한쪽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몸이 축 늘어졌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부원장님!”

김형정이 달려들었고, 정장 차림의 요원 둘이 강찬에게 매달렸다.

“씨발놈!”

강찬은 그제야 매질을 멈췄다.

왼손과 오른손, 셔츠의 가슴 부위가 아비부의 얼굴에서 튄 피로 범벅이었다.

“20분 뒤에 보자! 그때까지 정신 차리고 있어!”

기절한 놈에게 던진 경고였다.

털썩!

강찬이 손을 놓자 아비부가 바닥에 널브러졌다.

시선을 돌린 곳에서 수행원이 화들짝 놀라 상체를 바싹 세웠다.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얌전히 자리에 앉혀놔.”

“예.”

공포에 질린 놈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얼굴로 놈이 고개를 끄덕였다.

늘 지시만 하던 놈과 그런 놈 밑에서 단물을 얻어먹고 살던 놈들, 두 놈의 모습이 딱 그랬다.

제 손으로는 개뿔, 제대로 하는 것 하나도 없는 놈들이 금수저 물고 태어났다고 사람의 값어치를 싸게 아는 개새끼들!

강찬은 방을 나섰다.

그리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걸 왜 왔다 갔다 하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통역 요원이 벌떡 일어나 휴지와 물티슈를 강찬에게 건네주었다.

“치료를 해도 되겠습니까?”

“놔두세요.”

강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저 새끼는 분명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전쟁을 계획한 놈들이나 핵탄두에 관련된 정보일 수도 있습니다.”

통역 요원 말고 다른 요원이 구석에서 종이컵에 봉지 커피를 타서 가져왔다.

“만약 제가 저 개새끼를 죽여서 원장님이나 청장님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면 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지금은 전쟁이 일어나느냐, 대한민국에 핵폭탄이 떨어지느냐의 싸움입니다.”

김형정이 이를 악물었는지 볼이 씰룩였다.

“팀장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테러 하나가 무서워서, 주변의 시선이 무서워서 움츠렸다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을지 모릅니다.”

요원 둘이 강찬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걸 막아보겠다고 또 우리 요원들과 대원들이 얼마나 죽어야 할지 모릅니다. 어젯밤에 로비에 흥건하게 고였던 피를 저는 잊지 못합니다.”

“알겠습니다.”

분위기가 숙연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처럼 강찬의 전화기가 울었다.

김태진의 번호였다.

“여보세요?”

[“나다.”]

뜻밖의 음성이었다.

강찬은 힐끔 유리 안쪽을 보았다.

[“방송을 지금 봤다. 통화 괜찮을까?”]

“괜찮아.”

강철규가 먼저 전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혹시 이번 일로 보복전을 해야 하거나 위험한 작전이 있다면 나와 이쪽 식구들을 보내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알아서 잘하겠지만…….”]

“알았어.”

[“그쪽 대원들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양반이 다른 사람 감정도 걱정하는 건가?

노력하는 걸 거다.

강철규도 쑥스러운 것, 간지러운 것을 이겨내며 관계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필요하면 전화할게.”

강찬은 한 템포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고마워.”

분명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끊는다.”]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뭐야?

마지막에 왜 그렇게 웃는 거야?

***

통화를 마친 강철규가 전화기를 김태진에게 건넸다.

“왜 그러십니까?”

“역시 잘 해내고 있는 거 같다.”

“그렇게 말합니까?”

강철규는 또 한 번 피식 웃었다.

그걸 뭘 말로 설명하겠냐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깥쪽에서 장비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볼까?”

“둘러보시겠습니까?”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이자, “먼저 나가 있겠습니다.” 하고 김태진이 막사를 나섰다.

강철규는 슬쩍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장의 문을 열었다.

문에 걸린 양복, 그리고 안쪽에 놓인 구두가 보였다.

따르륵. 따르륵.

양동식은 완전히 황야를 떠도는 비적 꼴이었다.

그는 감시자를 넘어섰다.

공사현장에 뛰어들어 ‘아시바’를 ‘따블’로 매는 제일 꼭대기에 안전장치도 없이 대롱대롱 매달려서 ‘따르래기’를 돌려댔다.

공사 책임자가 기겁을 했지만, 그가 어떻게 양동식을 말리겠나.

“이 씨발놈아! 우리 부원장님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시는 공사라고! 하루라도 늦어지면 내가 너희 다 죽여서 늑대 밥으로 던져버릴 거야!”

공사 셋째 날인가?

저녁을 먹고 난 후, 공사 환경과 대우에 불평을 늘어놓은 책임자가 공사를 하루 쉬겠다고 배짱을 부렸을 때였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 하는 공사는 적당히 뒷돈 생기는 맛에 하고, 공사 자재 좀 규정에 안 맞는 게 들어와도 대강 넘어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김태진과 남일규가 워낙 빡빡하게 굴어서 공사 책임자가 슬쩍 배짱을 부렸었다.

“여기 환경을 몰랐어! 그거 다 계산하고 돈 받기로 했을 거 아냐! 어떤 씨발놈이 공사 못 하겠다는 거야!”

양동식이 바로 튀었다.

눈을 번들거리며 어깨에 걸었던 대검을 뽑아들었는데 놀라운 건 강철규의 반응이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로 바라보기만 했다.

이게 의미하는 걸 못 알아차리면 비무장 팀이 아닌 거다.

끼깅. 끼기깅. 끼잉. 끼잉.

비무장 팀 대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원이! 인원이 한 명 비어서 그런 것도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갈 가장 중요한 인원이 없어서요!”

그 순간, 공사 책임자는 공사 내내 가장 후회할 변명을 토해내고 말았다.

“그래? 그럼 그건 내가 해 줄게! 그럼 되지?”

양동식이 바로 달려들 줄 몰랐던 거다.

다음날부터 공사 현장은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했다.

2미터, 3미터, 4미터, 6미터, 최장 10미터짜리 파이프를 연결해서 공장 건물 외벽에 계단을 만드는 게 일명 아시바(비계, 飛階, scaffolding)매기다. 파이프를 두 줄로 엮어서 세우고 중간에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을 발판으로 까는 걸 ‘따블(더블, double)’이라고 부른다.

양동식은 완전히 물 만난, 아니 아시바 만난 원숭이였다.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미터를 발판이 출렁이도록 뛰어다녔다.

혹여 누군가 겁이 나서 아시바를 손으로 잡고 서 있을라치면,

“씨발놈아! 외팔이야? 한쪽 팔을 그렇게 써 버리면 남은 팔로 일을 어떻게 한다는 거야!”

하는 불호령이 단박에 떨어졌다.

특이하게 양동식은 아시바의 바깥에 기다란 10미터짜리 파이프를 걸쳐서 세워놓았다.

직원들은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그런데 다른 직원들과 달리 아래로 내려올 때 양동식은 소방관이 구조 활동을 할 때처럼 그 파이프를 타고 단숨에 내려왔다.

상황이 이러니 어떤 직원이 게으름을 피우겠나.

현장에서 기다리는 김태진의 곁으로 강철규가 섰다.

“나오셨습니까?”

공사 책임자가 강철규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는 강철규가 가장 편안했다.

지금껏 강철규는 단 한 번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고, 심지어 눈빛 한 번 번들거리지도 않았다.

‘어쩌면 이 양반도 거친 직원들에 눌려 있는 건지 모른다.’

공사 책임자는 그날 강철규가 묵묵하게 지켜보기만 했던 것을 그렇게 오해하고 있었다.

“저런 직원 데리고 있기 힘드시겠습니다.”

통역이 전하는 말을 들은 강철규는 피식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어디서 구하셨는지 모르지만, 조심하십시오. 저런 직원은 언제고 사고를 칩니다.”

통역이 두 번째로 전한 말에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일규는 멀리 있고, 김태진은 평소에도 점잖은 사람이라 공사 책임자는 점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그는 꼭대기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양동식을 보며 주둥이로 방정을 떨었다.

“언제고 강 이사님께도 대들지 모릅니다.”

피식.

“그럼 모가지를 잘라버리지.”

공사 책임자는 사레가 들린 사람처럼 기침을 뱉어냈다. 그는 살면서 지금의 강철규처럼 살벌한 눈빛은 처음 보았다.

***

사람이 한 번 어겼더라도 최소한 다음번 약속은 지키겠다는 의지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강찬은 인내심을 가지고 유리 안을 들여다보았다.

수행원이 아비부를 부축해서 자리에 앉혔고, 제 옷 소매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유리 너머에서 봐도 아비부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얼굴에는 면도칼로 그어놓은 것처럼 자잘하게 갈라진 상처가 가득했고, 그곳에서 연신 피가 흘러나왔다.

왼쪽 눈알이 덜 익은 계란후라이 흰자처럼 부풀어 올랐는데, 퉁퉁 부은 볼을 타고 눈물과 눈알에서 나오는 걸쭉한 진물, 거기에 피까지 뒤엉겨서 아비부는 한 마디로 눈뜨고 보기 어려운 몰골이었다.

멋들어지게 길렀던 수염과 머리가 그의 모습을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숨소리가 쌕쌕거리며 들리는 것과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얼굴을 찌푸리는 게 갈비뼈에 금이 갔거나 부러진 게 아닌가 싶었다.

확실히 부러져서 휘어진 코, 퉁퉁 부은 입술.

그때 문이 열리고 강찬이 들어섰다.

화들짝! 화들짝!

이번엔 두 놈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반응이 같았다.

아비부가 무언가 말을 꺼내는 순간이었다.

퍼억! 콰다당!

콰작! 콰작! 콰작! 콰작!

수행원은 그만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

김대리가 전화기를 가져왔다.

“공트 자동차 한국 지사장님이랍니다. 사무실에 전화했다가 제 번호를 알았답니다. 통화하시겠습니까?”

유혜숙을 바라보았던 강대경이 “그러지요.” 하고는 전화기를 건네받았다.

“여보세요?”

[“대표님! 저 스미든입니다.”]

“예, 지사장님. 제가 전화를 꺼놓아서 불편을 드렸습니다.”

[“지금 어디신가요? 잠시 뵈었으면 싶은데요?”]

“지금이요?”

[“예. 지금 꼭 뵈었으면 싶은데요.”]

아직은 억양이 이상했지만 제법 능숙한 한국말이었다. 다만, 어딘가 무척 급하게 들렸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지요? 회사 인계는 전에 말씀드렸고, 본사에도 통보를 했습니다만…….”

[“서운해서 식사라도 할까 해서 그렇습니다.”]

강대경은 슬쩍 유혜숙을 보았다.

아침은 늦었고,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지사장님. 저희 부부가 오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지금 공항에 도착해서 티켓팅을 마쳤기 때문에 식사는 돌아와서 하시지요.”

[“예에?”]

“죄송합니다. 사느라 바빠서 안식구와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는 참이라…….”

[“어디로? 어디로 가시나요?”]

강대경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정도면 사실 좀 지나친 면이 없잖아 있다. 그렇더라도 강대경의 평소 성격이라면 아마 목적지를 말했을 거다. 그런데 눈앞에 김 대리와 차민정을 보고 나자 그들이 했던 경고가 뚜렷하게 떠올랐다.

‘절대로 아드님 외에 다른 어떤 분에게도 목적지를 알려주시지 마세요.’

“유럽 여러 곳을 돌 생각이라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돌아와서 가장 먼저 전화 드리겠습니다.”

강대경이 고개까지 숙이며 통화를 마쳤다.

“무슨 일이세요?”

“글쎄, 서운하다고 식사하자는 건데 어쩐지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리네요.”

강대경에게서 전화를 넘겨받은 김 대리가 차민정을 힐끔 보았다.

“마지막 말씀을 들어보니까 목적지를 물어보는 것 같던데, 그러셨죠?”

“예. 그러시더군요.”

김 대리가 유혜숙을 살핀 다음 애써 미소 지었다.

겁이 많은 유혜숙 앞에서 공연히 불안감을 조성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워낙에 대표님이 인기가 많아서 그럴 겁니다. 자꾸 뵙고 싶거든요. 그렇지?”

“제가 그렇다고 대답하면 이상해져요.”

차민정의 재치있는 대답에 네 사람이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아드님께 정말 연락 안 하시겠습니까?”

“괜찮아요.”

강대경이 팔을 뻗어서 유혜숙의 등을 쓰다듬었다.

“전에 내가 나랏일을 하느라 힘들 때면 집안 걱정 절대 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부탁한 대로 김 대리가 연락해 주면 됩니다. 당신 이해하지?”

“그러엄.”

유혜숙이 애써 힘차게 답을 했다.

***

달칵.

강찬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덜덜덜. 화들짝!

이번엔 아비부와 수행원의 반응이 또 미묘하게 달랐다.

아비부는 아예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말씀하시겠답니다!”

수행원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뭘?”

“예?”

“이 개새끼들이 사람을 가지고 놀아?”

수행원이 아비부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퍼억! 콰다당!“

흐으! 흐으으! 흐으으!”

콰작! 퍼억! 콰작! 콰작! 콰작!

맞기는 아비부가 맞는데 서럽고 서러운 울음은 수행원이 터트렸다.

김형정과 요원들이 묵묵하게 강찬을 바라보았다.

국가정보원 부원장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의 말 한마디면 목숨 걸고 달려들 요원들이 수두룩하고, 증평 특수팀에 606 특임대, 그리고 35여단까지 독기 올라 달려들 대원들은 세지도 못한다.

그것뿐인가.

가까운 곳에 석강호와 제라르, 그의 전화 한 통화에 날아올 몽골의 강철규와 비무장 특수팀까지.

그런데도 강찬은 피를 온몸에 묻혀가며 아비부를 끈질기게 두들기고 있었다.

황기현과 송창욱, 요원들, 그리고 대원들의 복수라면 저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거다.

강찬이 전쟁과 핵탄두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김형정과 요원들은 실감 나게 알았다.

손짓 한번에 얼마든지 아비부의 모가지를 으드득 돌릴 수 있는 강찬이다.

근접격투술을 발휘하면 손짓 한번, 발짓 한번에 얼마든지 아비부를 죽일 능력이 있는 강찬인 거다.

그런 그가 무엇 때문에 구차스럽게 20분씩 시간을 정해서 저런 짓을 하겠나. 막말로 석강호와 제라르를 부르던, 요원을 시키던, 대원들을 호출하던 하면, 커피 마시고 담배 피우며 얼마든지 이 광경을 구경할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퍼억! 퍼억! 콰작! 콰작! 콰작!

이건 아닌데?

“부원장님!”

김형정과 요원들이 다시 강찬에게 매달렸다.

혹시 정말 죽이려고 이러는 걸까?

그것도 가장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김형정은 일단 강찬을 뜯어말리는데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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