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33화 (33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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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피할 수 없을 거다.

철컥! 철컥!

강찬은 계단의 중간에 기대앉은 김형정에게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폭발 충격 때문에 그렇습니다. 견딜 만합니다.”

김형정은 옷이 엉망이었지만 큰 부상은 없어보였다.

“상황실이 몇 층이죠?”

“4층 안쪽에 있습니다.”

“그리 가 계세요. 이쪽은 제가 지휘할게요.”

눈이 마주친 다음이었다.

김형정이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곽철호 대원 한 명과 상황실까지 함께 움직여. 그리고 2층과 3층 평면도 챙길 수 있으면 가지고 와.”

“예.”

곽철호가 대원 한 명과 움직였다.

로비에서 3층의 천장까지 뻥 뚫렸다.

그래서 2층과 3층은 오페라 공연의 VIP 자리처럼 로비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

화면이 다시 스튜디오로 옮겨졌다.

“무장괴한의 동선을 보시겠습니다. 국제호텔에 관광객으로 투숙했던 50여 명이 객실을 나오는 모습입니다.”

CCTV에 객실에서 튀어나온 괴한들이 계단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이들은 1층에서 여성 직원과 투숙객을 납치해 국제빌딩과 연결된 통로를 향해 달립니다. 취재 결과 이들은 단체 관광객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투숙했으며,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이집트 등 다양한 국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질을 붙잡은 괴한들이 국제빌딩으로 향하는 화면이 나왔다.

“폭발은 이때 일어났습니다. 호텔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뻔했는데 괴한들은 애초부터 국제빌딩 1층을 점거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의 얼굴이 나왔다.

“군은 장갑차를 이동 중이며, 공수부대에 비상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국제빌딩의 테러 진압은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장이 담당하고 있으며, 이미 헬리콥터를 통해 국제빌딩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관식은 긴장한 얼굴로 TV를 보고 있었다.

시간이 벌써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

잠시 소강상태다.

강찬은 곽철호가 가지고 온 배치도를 보았다.

로비에 설치된 물품과 2층과 3층의 입주사 현황이 담겨서 평면보다 상황을 이해하기 쉬웠다.

3층으로 나가는 계단 입구다.

석강호, 제라르, 차동균, 곽철호, 그리고 대테러 팀 지휘관 강명구가 강찬과 함께 있었다.

강찬은 배치도와 실제 상황을 서너 번쯤 확인했다.

“이쪽 2층이나 3층 난간에서는 적이 보이는 거지?”

“그렇습니다.”

차동균이 답을 했다.

적들은 건물의 입구에 꿀이라도 바른 것처럼 딱 붙어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 이쪽으로 저격수 배치해.”

“알겠습니다.”

차동균의 눈짓을 받은 곽철호가 빠르게 움직인 다음이었다.

치잇. “47층의 사무원들을 헬기로 구출하겠답니다.”

김형정의 무전이 들어왔다.

치잇. “그렇게 하세요.”

치잇. “알겠습니다. 그리고 U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방송에 발표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리비아에서의 일을 사과해야 한답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시비를 걸어서 때려줬더니 그걸 사과하라고 이 지랄이라니.

치잇. “그게 다 인가요?”

치잇. “예. 정말 짧은 발표였습니다.”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몽골에서 잡힌 포로들을 석방하라는 요구조차 안 했다고?

치잇. “팀장님. 1층 CCTV는요?”

치잇. “적의 모습이 잡히는 건 멀리 있는 두 개뿐입니다. 작동이 되는 것들은 각도가 좋지 않아서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치잇. “예. 헬기 구출은 알아서 지휘해 주세요.”

치잇. “알겠습니다.”

무전을 마친 강찬은 다시 배치도를 들여다보았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석강호, 제라르, 차동균, 대테러 팀 지휘관 강명구, 심지어 저격수를 배치하고 온 곽철호까지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작전에 나선 강찬이 지금처럼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적은 없었다.

“답이 있어야 돼.”

강찬이 배치도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저놈들은 이쪽 호텔에서 테러를 저질렀어야 하는 건데 굳이 인질들을 끌고 몸을 숨기기 불편한 로비까지 왔다.”

강찬이 검지로 적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로비의 앞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이 정도 건물이라면 저 새끼들이 전부 C4를 둘렀다고 해도 무너지지는 않을 텐데, 도대체 원하는 게 뭐지? 포로를 석방하라는 요구도 아니고, 단순하게 UIS의 위력을 보이는 테러라고?”

설명이 아니라 혼잣말처럼 강찬이 말을 이었다.

“그럴 거면 호텔에서 방아쇠 당기고, 폭탄 던지는 게 훨씬 처참하고 효과적이지. 그러니까 저 개새끼들이 왜 굳이 국제호텔 1층을 점거했는지 알았으면 싶은데.”

“그건 저 새끼들 우선 해결하고 고민해도 되는 거 아니오?”

강찬은 석강호에게 시선을 주었다.

단순한 거 같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긴 했다.

이 새끼하고 제라르가 점점 머리를 쓴다.

잠시 배치도를 보던 강찬이 입을 열었다.

“다예, 망갈라 작전 기억하지?”

석강호가 히죽 하고 웃었다.

“제라르, 망갈라 때의 작전대로 하겠다.”

“역시 대장은 죽여줍니다.”

프랑스 말 대화가 끝났다.

“여길 봐.”

강찬이 배치도를 검지로 찍어가며 작전을 설명했다.

***

아비부가 손가락을 비비며 국제빌딩을 노려보았다.

‘왜 무전이 없지?’

기대하기로는 지금쯤 정신없이 무전이 오가야 맞는데 국제빌딩은 이상하게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설마 도청을 알고 있다는……?’

아비부는 장비를 노려보았다.

전원과 상태 표시등은 정상적으로 들어와 있었다.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냐?’

아비부는 국제빌딩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

적들은 인질들을 로비 가장 앞쪽의 벽에 몰아넣었다.

인질들은 주로 20대 여성이었고, 30대가 두어 명 있었다.

“꺄아악!”

“샷업(Shut up)!”

세 명의 적이 움직여서 여자들의 등에 폭탄을 얹은 다음 공업용 타이로 팔과 양쪽 어깨에 묶었다.

“아악! 꺄악!”

비명이 터질 때마다 화를 내긴 했지만, 적들은 인질의 몸에 폭탄을 매다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모두 다섯 명의 인질에게 차례로 폭탄을 매달자, 비명 섞인 울음이 어두운 로비를 떠돌았다.

***

정원민은 대원들과 함께 지하 1층으로 통하는 입구를 포위한 채 상황을 기다렸다.

강찬이 도착했고, 무전까지 있었다.

그런데 삽시간에 국제빌딩이 침묵에 휩싸였고, 이따금씩 인질들의 끔찍한 비명만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런 상황이 서울에서, 그것도 삼성동 한복판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다.

그런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강찬은 벌써 20분 가까이 무전조차 없었다.

“계속 기다립니까?”

“10분만 더!”

대원의 질문에 정원민이 짧게 답했다.

이런 작전에서 침묵은 곧 반격을 의미한다.

‘뭐하십니까?’

부상자의 상태를 계산한 정원민이 입술에 힘을 주고 위를 바라보았다. 대사관에서 가차없이 사살 명령을 내리던 강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였다.

치잇. “606! 전 대원 대기!”

소름 끼치도록 반가운 강찬의 무전이 들렸다.

치잇. “606 대기!”

뭘 어떻게 하라는지,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606은 대기한다.

이어진 명령이 죽음을 담보로 할지라도 기다렸다가 주언진 명령을 수행한다.

그것이 606 특임대대다.

***

아비부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무전은 그게 전부였다.

‘이 미친놈이!’

도대체 강찬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테러 진압의 원, 투, 쓰리도 모르는 무식한 놈!

적어도 이 정도 되면, 하다못해 방송에 UIS가 복수를 하겠다고 얼굴을 디밀었으면, 요구사항 정도는 물어봐 주는 예의를 보여야 하는 거다.

띠루룩. “인질들에게 폭탄을 모두 설치했습니다.”

그때 무전이 들렸다.

아비부는 날카롭게 국제빌딩을 노려보았다.

본보기가 필요할까?

달칵.

아비부가 장비의 버튼을 눌렀다.

띠루룩. “인질을 한 명 골라놔라.”

띠루룩. “알겠습니다.”

곧바로 답이 날아왔다.

***

인질들의 숨죽인 울음을 타고 적들이 뱉어낸 아랍어가 들린 직후였다.

고양이처럼 2층의 난간을 움직이던 석강호가 조심스럽게 강찬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찬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뭐?’

‘무전이오. 무. 전.’

입 모양으로 말이 오갔다.

‘저 새끼들! 어딘가와 무전으로 연락하는 거요.’

강찬이 눈을 번득였다.

석강호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거기에 아랍어까지 알아듣는다.

강찬은 제라르와 석강호, 그리고 차동균을 향해 검지와 중지로 세 곳을 찍어주었다.

늘었다.

적어도 차동균과 곽철호는 이제 세계적인 특수팀 어디에 던져 놓아도 지휘자로 뽑힐 정도의 실력이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적이 신경을 곤두세운 상황에서 2층 난간을 소리 없이 움직인다. 군화, 몸에 매단 장비와 탄창들, 그리고 소총을 완벽하게 통제한다는 의미였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 속도가 올라가도 역시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정도면 석강호와 제라르의 수준인 거다.

강찬은 복도를 뒤로 물러나 계단으로 들어갔다.

치잇. “팀장님. 적들이 어딘가와 무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 주파수를 잡을 수 있나요?”

치잇.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PRC-1100만 해도 도청이 거의 불가능하고, 또 경찰과 헬기, 공수부대의 무전까지 겹쳐서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치잇. “일단 확인해주세요.”

치잇. “알겠습니다.”

***

수행원의 통역을 전해 들은 아비부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어떻게?

지금껏 조용하다가 606 대기를 명령한 것이 전부였는데?

그런데 어떻게 무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지?

그만큼 전사들 근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 외에는 딱히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웠다.

장비에 손을 뻗던 아비부가 움찔했다.

분명 국가정보원에서 주파수를 감지하는 이때 굳이 무전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거기에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놈들이게 힌트를 줄 필요도 없었다.

물론 걸릴 일은 없다.

그러나 일단 조심하는 게 좋았다.

아비부가 시선을 돌린 곳에서 수행원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

김형정은 전적으로 강찬을 신뢰했다.

상황실로, 개인 전화로, 전화가 빗발쳤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강찬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었다.

전화기를 귀에 댄 김형정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몸을 돌렸다.

“PRC-1100이 도청이 돼?”

[“근처에서 도청기 발생 신호가 잡힙니다. 상위 5개국 정보국에서나 가지고 있는 장비입니다.”]

“확실해?”

적이 교신하는 것을 찾으랬더니 더 엄청난 보고가 날아들었다.

[“주변 주파수 전체를 훑어서 목적한 주파수를 쫓아오는 방식입니다. 작년 말에 처음 알려진 것이고, 미국 DIA, 프랑스 정보총국에서 사용했다는 말만 있습니다. 단점은 주파수를 쫓는 특이한 신호를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걸 막을 방법은?”

[“지금 사용하는 무전기를 일제히 UHF 채널로 변경하시면 됩니다. 감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까지는 도청이 안 되나?”

[“그 신호를 쫓게 되면 저희도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도청기는 반경 3킬로미터 이내에 있어야 합니다. 그 이상이면 도청 신호가 워낙 커서 바로 위치가 알려집니다.”]

“알았다.”

전화를 끊은 김형정이 빠르게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차!

이대로 무작정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 아군의 사격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몰래 다가가는 건 더 위험한 일이다.

이건 어쩔 수없는 상황이니까.

김형정은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상황실입니다. 내려갑니다.”

답은 잠시 뒤에 들렸다.

치잇. “계단 벽으로 움직이세요.”

김형정은 빠르게 계단 벽을 타고 내려갔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철컥!

소총을 겨눴던 강찬과 최종일이 김형정을 확인하고 자세를 풀었다.

“무슨 일이세요?”

“우리 무전을 도청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도청기가 감지되었답니다.”

특수팀 작전에 주고받은 무전이 도청된다고?

강찬은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게 어디쯤인지 알 수 있나요?”

“반경 3킬로미터 이내랍니다. 우선 감도가 떨어지더라도 채널을 UHF로 바꾸는 게 좋답니다. UHF를 추적하면 우리도 상대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보고입니다.”

강찬은 슬쩍 아래쪽을 보았다가 시선을 들었다.

찜찜한 게 이거였을까?

그 개새끼가 이런 꼼수를 펴고 있어서?

“이곳은 5분 안에 작전 시작합니다. 팀장님. 요원들 파크 호텔로 보내서 아비부가 있는 객실 부수고 들어가세요. 장비를 치우지 못하도록 제가 시간을 끌게요.”

김형정이 놀란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호텔에 남은 누군가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거잖습니까? 아비부는 내일 기자 회견까지 잡아놓았습니다. 만약 그에게서 아무것도 안 나오면 우리는 UIS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요인사를 함부로 테러범 취급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합니다.”

“팀장님.”

계단의 중간에 서서 하는 이야기라 속삭이는 것처럼 들렸다.

“이번 테러는 수니파나 시아파의 방식과 확실히 다릅니다. 호텔에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점, 그리고 포로 석방을 요구하지 않은 점만 봐도 저놈들은 분명 노리는 게 있어요. 국제빌딩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계획된 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테러가 일어난 적은 없다.

그래서 김형정은 이런 식의 판단을 하지는 못했다.

강찬이 없었다면?

아마 메뉴얼에 있는 테러 대응 방식에 따라 저들에게 끌려가고 있었을 거다.

“대원이 열 가까이 희생됐습니다. 그깟 외부의 시선이 무서워서 이런 테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건 아닙니다. 책임이 걱정되시는 거라면 그건 제가 지겠습니다.”

이럴 땐 말보다 눈빛에 더 많은 의지가 담긴다.

“올라가서 전화로 지시하겠습니다.”

김형정이 다부지게 답을 했다.

황기현이 남긴 정보로 강찬이 지휘하는 작전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 나서리라 김형정은 결심을 굳혔다.

“요원들이 보이지 않게 하시고, 부숴서라도 바로 진입하세요. 그쪽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제가 무전으로 시간을 끌 테니까요.”

김형정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 위로 달려 올라갔다.

탁탁탁탁. 탁탁탁탁.

소리가 멀어진 뒤에야 강찬은 무전기의 버튼을 눌렀다.

치잇.

“대테러 작전을 시작한다.”

***

아비부의 시선을 받은 수행원이 아랍어로 강찬의 무전을 통역해주었다.

“로비에서 사격이 시작되면 606은 지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적을 막아라.”

인질을 놔두고 사격을?

아비부가 힐끔 국제호텔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작전은 지금부터 3분 뒤에 시작한다.”

강찬의 명령이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아비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와 무전을 한다는 눈치는 챘겠지만, 이곳을 찾지는 못했을 거다.

설사 짐작이야 하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방을 들어오기도 어려울 거다.

아비부는 원하던 것을 손에 쥔 느낌이었다.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

인질 전원 사망, 그리고 최대한 많은 한국 특수팀이 죽어주면 그림이 완성되는 거다.

그리고 나면 아비부는 내일 오전 기자회견을 한다.

본인이 나서서 UIS와 한국을 중재하겠다고 나설 예정이었다. 지금 와서 한국이 아프리카와 리비아에서의 활동을 공개하지 못하리란 믿음도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 흘러갔다.

치잇. “준비 끝났습니다.”

그리고 상황실의 무전이 들려왔다.

멍청한 애송이!

너는 이번 작전을 명령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전사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전하기 위해 아비부가 장비에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치잇. “아비부.”

강찬이 또렷한 음성으로 아비부를 불렀다.

홱!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는지 아비부는 심장이 툭 하고 떨어진 것만 같았다.

“네가 정말 잘난 것 같지?”

수행원이 눈치를 살피다가 아비부의 시선을 받고 말을 전했다.

“이 개새끼야.”

수행원이 말을 전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다음이었다.

“모가지 잘 보관하고 있어.”

아비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이 들려왔다.

그리고

!콰앙! 콰다당!

와다다닥! 와닥! 와다닥!

철컥! 철컥! 철커덕!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이 부서지는 것처럼 열렸고, 양복과 완전무장한 요원들이 달려들었다.

아비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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