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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31화 (33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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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일이 커졌다.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치잇. “지하 3층 클리어!”

벌써 한 시간이 넘었는데 이제 겨우 지하 3층을 확인했고, 지상은 위에서부터 내려와 50층에 있었다.

거기에 버티는 인원도 문제였다.

치잇. “50층 사무실입니다. 70명가량이 이곳에 있습니다.”

“후우.”

김형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야근은 인정한다.

당직을 서야 하는 직장인의 심정도 십분 이해한다.

그렇다고 대원들이 목숨 걸고 수색하는데 숨바꼭질하듯 이리저리 다른 사무실에 숨어있는 건 아닌 거다.

자칫 불쑥 튀어나온 누군가에게 대원들이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면?

섬뜩한 상상에 김형정이 고개를 저을 때였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벨이 울렸다.

김형정은 인상을 굳히며 전화기를 들었다.

“김형정입니다.”

[“김 팀장. 나 전상우요.”]

“네. 국장님.”

전상우는 국가정보원 대외 협력국 국장이다.

[“국제 빌딩 말인데, 조사가 끝난 사무실에는 직원들을 올려보냅시다.”]

김형정은 전화기에 들리지 않게 뜨거운 김을 옆으로 뿜어냈다. 누군가 불꽃만 튀겨도 바로 불이 붙을 것처럼 가슴 속이 뜨거웠다.

[“이미 조사했으니 상관없는 것 아니오? 연기되긴 했지만, 국제 에너지 회담 준비도 해야 하고, 당장 이틀 뒤로 다가온 무역 심포지엄 마무리도 지어야 하니까 적당히 좀 합시다.”]

“국장님. 지금은 국제 빌딩에 있으면 위험합니다. 겨우 조사를 끝낸 곳에 사람을 들여보내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국장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김형정은 최대한 목소리를 누르며 답을 했다.

[“김 팀장. 우리 한 식구야! 고생하는 건 알지만, 우리 모두 국가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거라고! 나도 사방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죽겠다니까.”]

“이쪽 대원들은 실제로 목숨을 걸고 수색하는 겁니다.”

[“김 팀장!”]

김형정은 답을 하지 않았다.지금 입을 열면 큰 소리가 나갈 것만 같아서였다.

[“여보세요? 김 팀장!”]

“예, 국장님.”

김형정이 억지로 답을 한 다음이었다.

전상우의 뜨거운 숨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이 시간에 장관들과 차관들, 국회의원들까지 전화를 걸어서 난리야. 지금 대테러 팀 신경이 날카롭다는 건 알아! 그렇다고 그 분풀이를 이따위로 하면 안 돼! 우리가 준비하는 게 망가지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인지 알고나 그래?”]

“죄송합니다, 국장님. 정 필요하시면 원장님께 말씀하셔서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김 팀장!”]

“예! 국장님!”

해도 해도 너무한다.

김형정이 으르렁거리다시피 답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어두컴컴한 로비의 끝을 향해 악이라도 한번 썼으면 싶었다.

[“야! 김형정! 너……! 대테러 팀이면 위아래도 없어! 새파란 놈이 부원장이라고 싸고도니까 보이는 게 없냐고!”]

“국장님! 지금 대원들과 요원들은 목숨 걸고 수색하는 겁니다. 그리고 국장님 먼저 부원장님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러지?

뭣 때문에 이렇게 화가 치미는 거지?

말을 마친 김형정에게 곧바로 후회가 몰려들었다.

이런 대응은 고건우와 강찬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걸 누구보다 김형정이 잘 알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긴장해서…….”

[“너! 두고 보자. 대테러 팀? 원장님 잃고, 청장님 잃고, 지금까지 네놈들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어? 오늘 일로 행사에 차질 생기면 이대로는 안 넘어갈 거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알았다. 반드시 그래야 할 거다.”]

전화가 툭 하고 끊겼다.

김형정은 한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무장한 요원들을 바라보았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그런데 이 씨발……!

김형정은 터져 나오는 욕을 가까스로 삼켰다.

오늘은 정말 너무하는 거다!

테러를 막겠다는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고 요원들과 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있는데!

구경하고, 방송에 내보내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숨 쉴 틈 없이 전화질해서 이건 하지 마라, 저건 안 된다, 지껄이는 건 정말 아닌 거다.

주변을 경계하는 대테러 팀 요원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김형정은 악착같이 올라오는 욕과 짜증을 삼켰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김형정은 전화를 들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김형정입니다!”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그냥 좀!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되셨습니까?”

[“가방 하나 챙긴 거 말고는 없는데 도착해서 열어봐야 할 것 같구요. 혹시 성남 비행장으로 헬기 보내주실 수 있나요?”]

“블라디보스톡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벌써 도착하셨습니까?”

곁에 있던 대테러 팀 요원들이 통화에 귀를 쫑긋거리는 게 분명했다. 내기를 하라면 전 재산을 걸 정도로 확신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위성 감시조와 러시아 정보국, 그리고 중국 정보국과 연락하느라고 바로 연락드리지 못했어요. 기장 말로는 30분쯤 뒤면 도착할 거 같다는데요?”]

“알겠습니다. 바로 헬기 보내놓겠습니다.”

[“네 사람이 무장할 수 있는 군복과 무기도 헬기에 함께 보내주세요. 그중 한 놈은 다리가 더럽게 기니까 참고하시고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형정은 강찬과 함께 출발했던 제라르를 잠시 떠올렸다.

국가정보원 소속이 아닌데 이런 일에 끼워도 되는 걸까?

[“팀장님.”]

“예, 부원장님.”

그런데 강찬의 부름에 ‘부원장님’이라고 답을 하는 순간이었다. 김형정은 이상하게 감정이 올라와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정말 괜찮으신 거죠?”]

“피곤해서 그런가 봅니다. 오시기 전에 커피라도 준비해 놔야 할까 봅니다.”

강찬이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다가 뵐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형정이 올라오는 웃음을 삼키며 시선을 돌렸다.

“부원장님 오신다는데?”

헬멧과 두건에서 눈만 내놓은 요원의 눈 끝이 짧게 움직였다. 나오려는 웃음을 붙잡는 거였다.

아차차!

김형정은 헬리콥터를 수배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제라르란 사람은 어떻게 하지?

김형정은 신호음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프랑스 외인부대와 합동작전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나중 일은 나중에!

갑자기 속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서 김형정은 피식 웃고 말았다.

***

달깍.

아비부는 하얗게 접힌 손수건을 집어 찍듯이 입을 닦았다.

화려했다.

국제빌딩은 방송용 조명과 옆 건물에서 비치는 불빛에 의지해 축제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었다.

성장하는 한국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불을 켜놓은 높은 층에서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들과 제복과 정장차림의 여자들이 모여있는 게 보였다.

숫자도 제법 되었다.

도로는 또 어떤가?

정복 경찰이 연신 지시를 해도 사람들과 차량은 꾸역꾸역 몰려들고, 근처의 빌딩마다 구경하는 이들이 불을 켜놓고 신기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아비부는 여전히 불을 켜지 않았다.

창에 비친 그의 눈이 유독 번들거렸다 싶은 다음이었다.

“준비하도록.”

“알겠습니다.”

아비부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고, 뒤에 있던 수행원이 곧바로 답을 했다.

수행원은 도시락 크기의 검은색 전자 장비 두 개를 아비부의 옆에 내려놓았다. 그다음으로 그는 악보 받침대처럼 생긴 선반을 옮겼고, 그 위로 태블릿을 세 대 올려놓았다.

수행원이 가져다 놓은 장비의 스위치를 차례대로 켰다.

치잇. “지하 2층 클리어.”

치잇. “알았다. 계속 수고해라.”

606팀의 보고와 김형정의 답이 첫 번째 장비에서 고스란히 들렸다.

“지하 2층 수색이 끝났답니다.”

수행원이 아랍어로 설명했고, 아비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잇. “직원들을 일단 49층으로 내려보냈습니다.”

치잇. “알았다.”

수행원은 연속해서 증평 특수팀의 무전과 김형정의 답도 아랍어로 전달해주었다.

태블릿의 가장 왼편 화면은 한국의 보도 전문 방송이었다.

놀라운 것은 가운데와 제일 오른쪽 화면이었다.

국제빌딩과 주변 도로의 CCTV 화면이 떠올라 있었는데 태블릿 화면을 중심으로 왼편은 분할화면, 오른편은 선택된 화면이 커다랗게 보였다.

마지막 남은 전자장비에 손을 뻗은 아비부가 버튼을 손으로 눌렀다.

띠루룩. “전사들은 성전에 대비하라.”

띠루룩.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직한 아랍어가 오갔다.

아비부는 흡족한 얼굴이었다.

띠루룩.

그는 다시 장비의 버튼을 눌렀다.

“오늘 성전으로 한국은 커다란 공포를 느낄 것이다. 전사들은 우리의 위대함을 지구의 모든 민족에게 보일 수 있도록 부끄러움 없이 성전에 임해주길 바란다.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저 건물이 한국의 몰락을 증명해 줄 것이다.”

아비부는 연설하는 것처럼 왼손을 들어 두 번이나 앞으로 뻗었다.

띠루룩. [“알라 후 아크바르(????????)!”]

띠루룩. “타그비르(????????).”

장비에서 손을 뗀 아비부가 곱게 접힌 손수건을 들어 손을 닦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가 받았던 굴욕을 본인들의 방송으로 전파하게 해주마.”

휙.

발밑에 있던 나무 상자에 그가 사용한 손수건이 또 쌓였다.

***

달칵.

피가 잔뜩 묻은 대검을 식탁에 올려놓은 샤흐란이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

“읍! 읍!”

거실과 주방의 사이쯤에 두 개의 식탁 의자가 마주 보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에 스미든이 묶여 있었다.

스미든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가슴의 셔츠가 너덜거릴 정도로 칼질을 당했고, 묶여있는 두 다리의 허벅지에서도 덩어리 피가 나오고 있었다.

치이익.

샤흐란은 조금 전까지 펄펄 끓던 주전자를 들어 식탁 위에 놓았다.

“지혈을 해야지. 알지? 우리 방식?”

“으읍! 읍!”

“뭐라고?”

“읍! 읍! 읍!”

샤흐란이 해골 같은 얼굴을 길게 늘이며 웃었다.

“스미든. 난 이미 강찬이란 놈의 현재 부모가 사는 곳, 경호 시설과 인력까지를 다 알아. 그리고 밖에는 지루하게 나를 기다리는 병력도 있지. 설마 그런 걸 정보라고 날 꼬드기려 했다면 난 크게 실망할 거야.”

“으읍! 읍!”

샤흐란이 주전자의 손잡이를 손가락 끝으로 들었다.

주르륵! 주륵!

어설프게 들어서 주전자가 기울었고, 바닥에 뜨거운 물이 연달아 쏟아졌다.

“이런! 바닥을 닦아야 할까?”

“읍! 읍!”

스미든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화들짝 놀란 눈으로 세차게 가로저었다.

샤흐란의 표정이 한순간에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강찬을 죽이기 위해 약으로 일어난 나다. 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는데, 지옥에서 겨우 돌아온 나에게, 계집질에 미쳐있던 놈이 바닥을 닦으라고?”

“읍! 으읍!”

주르륵!

샤흐란은 스미든의 허벅지를 향해 주전자의 물을 부었다.

“끄으으-으! 끄으!”

주르르르.

고개를 처박고 울부짖는 스미든에게 샤흐란은 계속해서 주전자를 천천히 기울였다.

“생각해, 스미든. 내일 오전에 놈의 부모를 불러낼 방법을 생각해야 해. 내가 우선 그 연놈의 심장과 옆구리를 가를 수 있도록! 만날 방법을 생각해 내라고.”

주르르르.

“끄으! 끄으으! 끄으으-으!”

“놈의 시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돼, 스미든. 생각해. 생각하라고. 전화를 꺼놓은 그 두더지 둘을 밖으로 불러낼 방법!”

샤흐란은 들고 있는 주전자를 점점 사타구니 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

치잇. “48층 이상 없습니다. 민간인들을 계속 아래로 내려보냅니까?”

치잇. “일단 지금처럼 계속 진행한다. 통제실. 48층 조명과 방화벽 차단해.”

무전기에서 들려온 상황을 수행원이 아비부에게 전했다.

“지루할 정도로 오래 끄는군.”

아비부의 눈에도 확연하게 보였다.

높다랗게 서 있는 국제 빌딩, 그리고 위쪽에만 들어와 있는 조명을 통해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 모두.

“어서 움직여라.”

아비부는 엄지와 검지, 중지를 비비며 국제빌딩을 노려보았다.

45층.

그곳에 민간인들이 도착하는 순간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건물에서, 한국의 방송을 통해, 이슬람 전사들의 용맹함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다.

***

한국이다.

몸과 마음이 멍했는데 열린 문으로 들어온 밤공기를 맡자 단박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찬은 조종실의 문을 열었다.

“고생했어.”

기장과 부기장은 오전에 보았던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핼쑥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경례를 올렸다.

강찬이 멍하니 바라보는 앞에서 손을 내린 기장이 입을 열었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입니다. 이렇게 마음껏 러시아와 중국을 날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두 곳의 공항에서 대하는 것을 보고 느낀 바가 컸습니다. 국가정보원 조종사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주신 부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앞으로 계속 볼 거야.”

“체력 열심히 비축해서 기다리겠습니다.”

함께 웃을 수밖에 없는 대화였다.

강찬은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여주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두두두두두두두.

지친다.

하늘을 나는 건.

강찬과 석강호, 제라르와 최종일은 빠르게 헬기를 향해 움직였다.

헬기의 앞에 대테러 팀 요원이 소총을 아래로 든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경례를 받았고, 바로 헬기에 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두.

“상황은!”

“수색 중입니다!”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원이 뒤쪽에서 자루처럼 생긴 가방 두 개를 옮겨왔다.

말이 필요 없는 거다.

가방을 열자 검은색 군복, 복면, 헬멧, 그 외에 필요한 장비와 무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K7 소음기관총에 30발들이 탄창, 콜트권총 2정, 대검, 무전기, 예비 탄창.

복장을 갖추고 나자 어쩐지 멀고 먼 길을 돌아서 고향에 돌아온 느낌마저 들었다.

제라르가 신기한 눈으로 왼쪽 팔뚝에 붙은 태극기를 볼 때, 아래로는 도심의 불빛이 도로를 따라 빛나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헬리콥터의 창에 비친 강찬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왜 이러지?’

복장을 갖추고 무기를 들어서 그런가?

지금껏 아무렇지도 않던 심장이 뻑뻑하게 뛰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강찬은 고개를 돌려서 석강호를 보았다.

강찬의 시선이 의미하는 바를 모를 세 사람이 아니었다.

히죽.

석강호가 눈을 번들거리며 웃었고,

꿈틀.

제라르는 볼의 흉터를 늘이며 웃었다.

철커덕!

최종일이 다부진 표정으로 노리쇠를 당기는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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