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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해결하시겠습니까?
비행기가 이륙해서 고도를 잡는 순간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김형정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예. 팀장님.”
[“강찬 씨. 지금 막 이집트에 있던 요원들과 연락이 됐습니다. 전원이 총상을 입고 현재 알 파이옴 근처의 아지트에 있다는 보고입니다.”]
“많이들 다쳤나요?”
석강호가 눈을 부릅뜨고 강찬을 보았다.
조금 전 막사에서도 두 번이나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던 석강호다.
[“중상 1명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럭저럭 견딜 만한가 봅니다. 수단에 있던 요원들을 파견했으니 일단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차마 엄지환만 콕 집어서 물을 수는 없었다.
지금 총상을 입은 요원 누군들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엄지환 요원은 허리와 다리를 다치기는 했다는데 큰 부상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김형정이 강찬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배려를 해주었다.
강찬은 송화기를 손으로 가린 채 “괜찮단다.”하고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좌표에 대해서는 들으셨어요?”
[“현장에서 사망한 이집트 정보 장교에게서 나온 좌표랍니다. 정확한 내용을 몰라서 확인하고 보고하려던 거라는데 한국에 중요한 정보라는 말만 나왔답니다.”]
“그 장교를 믿을 만 한가요?”
김형정은 잠시 뜸을 들였다.
모니터나 보고자료를 훑는 느낌이었다.
[“원래 이정도로 확실한 인물이 건네주는 정보는 우선 받아놓고 진위를 확인합니다. 이집트 쪽 정보원이 연결했고, 30만 불을 요구해서 넘겨주려던 참이었답니다. 출신 학교, 군 경력 등 다른 건 다 의심할 바가 없는데 특이하게 그리스 출신입니다.”]
“그리스요?”
하여간 일이 벌어졌다 하면 무조건 꼬이고 출발이다.
[“해군 고위 정보장교라서 틀림없이 선박이나 잠수함 관련 정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까 위성 확인했는데요, 그 지역에 러시아와 중국의 선박이나 잠수함이 지나간 건 없다던데요.”
[“알겠습니다. 일단 이쪽에서도 최대한 정보를 알아보겠습니다.”]
“팀장님.”
[“예.”]
“이집트에서 우리 요원들을 공격한 놈들의 정체는요?”
김형정이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하고 나직하게 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고생하세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내용을 석강호와 제라르에게 전해주었다.
“그런데 왜 전화를 안 받지?”
석강호가 제 손에 든 전화기를 노려볼 때였다.
“대장. 세르게이가 원래 그리스에서 넘어온 이름입니다.”
제라르가 뜻밖의 말을 꺼내 들었다.
“양부가 분명 그 말을 했었습니다. 러시아에 세르게이와 드미트리는 그리스에서 넘어간 사람들이란 뜻이라구요.”
“세르게이? 세르게이 쥐이 말이야?”
“예.”
이건 또 뭐가 이렇게 흘러가?
그런데 이건 어쩐지 오바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에도 중국에서 넘어온 성이 있다. 그 정도면 그냥 우연이라고 보는 게 맞아.”
“그렇더라도 한번 확인할 필요는 있지 않습니까?”
하긴,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때였다.
강찬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서 우희승을 찾았다.
“안쪽에 러시아 요원 좀 바꿔줘.”
우희승이 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 “알로?” 하는 답이 있었다.
“강찬이다. 혹시 러시아 이름 중에 세르게이와 드미트리가 그리스에서 넘어온 거라는 말 들어 본 적 있나?”
[“들은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확인해 드릴까요?”]
“그래.”
전화를 끊은 강찬은 제라르와 눈을 마주쳤다.
‘큰 기대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었다.
‘또 뭐지?’ 하는 표정으로 석강호가 강찬을 바라볼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기가 울렸다.
“알로?”
[“맞습니다. 세르게이와 드미트리는 확실히 그리스 출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원래부터 러시아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있어서 딱히 그리스와 선이 닿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봐! 선조가 러시아에 넘어왔다고 연결점을 찾는다는 건 좀 그런 거지.
강찬은 일단 확실한 것만 판단하기로 했다.
이집트 고위 정보장교가 불러준 좌표를 우리 요원들이 목숨을 걸고 전해준 거라는 사실.
“지금부터 내가 불러줬던 좌표에 위성을 고정시켜. 근방 100해리 이내에서 그쪽을 향해 다가오는 선박이나, 그 방향으로 경로를 정한 잠수함이 있는지 체크하고. 조금만 이상한 게 있어도 바로 전화해서 알리도록.”
[“위! 무슈, 강.”]
바실리에게서 들은 말이 있어서 파견 나온 요원들이 거짓 보고를 하지 않을 거란 계산 정도는 있었다.
“뭐요? 무슨 일이요?”
강찬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시 석강호에게 들려주었다.
“난 또 뭐라고! 그런데 우리 저녁 안 먹소?”
강찬은 어이없는 얼굴로 석강호를 보았다.
“어? 왜 그러쇼? 밥이 싫으면 컵라면도 있어요.”
석강호가 히죽거리면서 기내식을 쌓아둔 곳으로 움직였다. 엄지환의 소식을 듣더니 곧바로 식욕이 회복된 모양이었다.
***
김형정은 손끝으로 눈 사이를 꾹 눌렀다.
앞에 놓인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였고, 머그잔으로 마셔댄 커피만 열 잔이 넘어갔다.
이집트에 있던 요원들 전체가 총상을 입어가면서 정보를 전하려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쪽만이 아니다.
속된 말로 요원들 전체가 황기현과 송창욱의 테러를 지시한 단체나 국가를 찾으려 눈이 뒤집혀서 뛰어다니는 상황이었다.
띠르르. 띠르르.
“여보세요? 응.”
김형정은 귀를 곤두세우고 전화기에서 넘어올 답을 기대했다.
“그래? 수고했어.”
그러나 황기현과 송창욱의 집을 방문했던 요원들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단서는 하나밖에 없었다.
“왜 지우셨지?”
김형정은 다시 전화 목록을 뒤져보았다.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국가정보원 원장의 전화 목록은 그 어떤 이유가 있어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는다.
법? 압수수색?
그전에 기록 전체를 삭제할 능력이 삼성동 특수팀에 있어서 그런 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원장님. 제발 좀 알려주십시오.”
김형정은 모니터가 황기현이라도 되는 것처럼 앞을 향해 중얼거렸다.
“왜 지우셨습니까?”
정말 모르겠다.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 길도 없었다.
김형정은 담배갑에 손을 넣었다가 안을 들여다보았다.
꾸깃꾸깃.
그동안 일주일에 한 갑 정도 겨우 피우던 담배라 여유분도 없었다.
“후우.”
김형정은 다시 전화번호들을 노려보았다.
황기현은 국가정보원장답게 별다른 통화 내역이 없었다. 그래서 김형정이 사라진 기록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던 거다.
김형정은 목록을 천천히 다시 내렸다.
이젠 아예 번호까지 다 외울 지경이었다.
처음부터 천천히 마지막 통화까지를 모두 살폈다.
그런 다음, 김형정은 마지막 페이지 중간에 있던 번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010-3751-1270.
뜬금없이 놓인 번호였다.
전에도 없고, 마지막 페이지다 보니 그 이후에도 없이 딱 한 번 찍혀 있는 번호.
‘누구지?“
김형정은 전화기를 들어 그 번호를 입력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원장님께서 전하실 것이 있다고 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나이 있는 여자 음성이었다.
[“원장님이요? 무슨 원장님이요?”]
“황 원장님 모르십니까?”
[“황 원장님이요? 저는 그런 분 모르는데요? 실례지만 어디세요?”]
“아! 제가 번호를 잘못 알았나 봅니다.”
김형정은 전화를 끊고 빠르게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응. 번호 좀 받아적어.”
그는 수상하다고 여긴 번호를 빠르게 불러주었다.
“이 번호에 한 달 분 통화기록하고, 전화 명의자 신원확인 좀. 최대한 빨리.”
김형정은 번호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손을 뻗었다.
아차.
담배는 아까 떨어졌었다.
***
중국 공항에 내린 것은 꽤 늦은 밤이었다.
역시나 양범이 직접 활주로까지 나와 강찬을 맞았다.
“안녕하십니까?”
강찬과 인사를 나눈 양범이 반갑게 석강호와 인사를 나눴다. 다음으로 최종일, 제라르의 순으로 악수도 나눴다.
“타시죠.”
군 공항이라 주변이 어둑어둑했다.
양범을 경호하기 위해 나왔음 직한 승합차 두 대와 군용 트럭 세 대가 멀찍이 보였다.
강찬은 양범이 가리키는 승합차에 올라탔다.
“많이 피곤하시죠?”
“견딜 만합니다.”
둘이서 적당하게 안부를 주고받는 동안 공항 바깥에 붙어있는 단층 짜리 시멘트 건물에 도착했다.
오래된 나무에 ‘초대소’란 글귀가 한자로 박혀 있었다.
“전에 공산당 간부들이 이용하던 곳입니다. 지금은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어서 이런 만남에 제격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강렬한 붉은색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과 벽의 중간중간이 온통 붉은색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세 분을 위해서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양범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칸막이로 가려진 안쪽에 널따란 원탁이 놓였고, 그 위에 푸짐하게 차려진 요리들이 김을 피워내고 있었다.
“강찬 씨는 저와 잠시 자리를 옮길까요?”
어차피 탕수육이나 양장피를 먹으러 온 건 아니다.
강찬은 순순히 양범을 따라 초대소 뒷문으로 나섰다.
“좋네요.”
활주로를 바라보고 놓인 정자에 탁자와 의자가 따로 놓여 있었다.
“자!”
양범이 중국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과장된 자세로 자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둘이서 마주 보고 앉았을 때 직원 한 명이 빠르게 차와 재떨이, 담배와 라이터를 놓아주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무슈 바실리에게서 전화가 있었습니다.”
양범이 차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 양반은 뭐든 손으로 가리켜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강찬이 찻잔의 뚜껑을 열고 차를 마시자 양범이 담배를 권했다.
어째 이런 일이 바쁘게 느껴진다.
찰칵.
둘이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난 다음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계획이 내키지 않았었습니다.”
고개를 돌려 담배 연기를 뿜어낸 양범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유라시아 정보위원회라는 것을 정보국을 장악한 뒤에 알았으니까요. 한편으로는 대사님과 무슈 바실리가 의도적으로 허극을 제거한 뒤에 저를 앞세운 건 아닌가 싶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생각은 전혀 못했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양범이 보기 좋은 얼굴로 웃었다.
“정보국에서 작전을 짜면 끝나고서도 지금처럼 그랬나 하는 정도일 테니까요. 더구나 강찬 씨처럼 직선적인 분은 절대로 그런 계획에 끼어들지 못할 겁니다.”
강찬이 피식 웃었다.
어쩐지 강찬을 단순하다고 표현한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강찬 씨에게 협조한 이면에는 라노크 대사님이 영향력을 행사한 부분이 분명 있었습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다 들어주더라니.
강찬이 내심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이번에 대사님께서 로리암의 지하에 들어가시는 것을 알고 마음 비웠습니다. 저는 그분의 적수가 되지 않을 것 같았고, 전쟁을 막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양범이 다부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강찬 씨의 일에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것도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양범이 씨익 하는 미소로 강찬의 말을 받았다.
“유럽 쪽에서는 조쉬와 로망의 행적을 철저하게 뒤지고 있습니다. 대신 무슈 바실리와 나는 프레쉬(fleche, 화살)의 행방을 쫓고 있었습니다.”
“프레쉬요?”
“잃어버린 핵탄두를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예.”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쉬는 분명 잠수함에 실려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잠수함인지, 어디쯤 떠돌고 있는지는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그 말씀은 실제로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거겠네요?”
양범이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정보국에서 가상의 시나리오를 돌려 봤습니다. 다윗의 별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려는 다른 목적이 있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최악의 경우는 어떤 상황이 펼쳐지나 정도입니다.”
강찬의 시선을 확인한 양범이 바로 입을 열었다.
“세계가 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담배 하나를 더 꺼냈다. 긴 비행에 피곤하기도 하고, 종일 좌표에 신경 썼고, 놀랄 이야기들이 많아서 자꾸만 담배에 손이 갔다.
찰칵.
그나마 밤이고 바람이 서늘해서 정신 차리기에는 좋았다.
“서울에 핵이 떨어지면 한반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옥이 됩니다. 거기에 일본과 러시아, 중국이 기득권 싸움을 시작하게 되고, 미국과 영국이 가세하게 되면 곧바로 세계 전쟁이 되는 겁니다.”
“핵이 떨어진 땅을 노리기나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다들 상황을 알고 있으니까 조심스럽게 적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양범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달려들지 않으면 북한은 일본을 노리거나 만주로 이동할 겁니다. 최소한 핵을 피할 필요는 있을 테니까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지겹다.
그놈의 한 가지 더!
“서울에 핵이 떨어지고 나면 백두산이 폭발할 확률이 지금보다 170배가량 높아집니다.”
“엄청나군요.”
“거의 폭발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담배를 끄는 강찬을 양범이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강찬은 그의 시선을 똑바로 보았다.
왜 직전까지 우호적이던 양범이 이런 눈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도전적인 시선을 피해 본 적은 없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이런 시도를 서슴지 않는 다윗의 별을 해결하시겠습니까?”
강찬은 피식 웃었다.
라노크, 이 음흉한 양반은 도대체 몇 번이나 답을 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걸까?
“알겠습니다.”
양범이 씨익 웃었고, 강찬은 픽 하고 웃었다.
***
김형정은 기록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황기현이 확인한 번호로 통화한 시간이 고작 1초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연결되었다가 바로 끊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전화번호의 소유자는 평범한 60대 여성으로 은퇴한 남편과 함께 부천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후!”
김형정은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배가 필요했다.
잠시 바깥바람을 쐴 겸해서 담배를 사 오고, 새 마음 새 기분으로 진한 커피 한잔 때려주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 것 같았다.
김형정은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때앵.
그러나 김형정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그냥 엘리베이터 입구 위쪽에 표시된 ‘5’라는 숫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와다닥!
김형정이 부리나케 몸을 돌렸고, 신분증을 문에 바쁘게 가져다 댔다.
덜컹! 콰앙!
얼마나 급하게 문을 열었는지 직원 두 명이 놀란 눈으로 달려 나왔다.
와락.
김형정은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네. 팀장님.”]
“번호 적어봐! 공일공, 삼칠오하나, 일이칠공!”
[“확인하겠습니다. 010-3751-1270.”]
“맞아. 그 전화번호를 암호라고 생각하고, 위성 좌표나 지도상 위치, 주소, 특정 우편 번호, 뭐든 다 맞춰봐서 중요한 건물이나 특별한 뭔가를 찾아내!”
[“다른 단서는 없습니까?”]
“없어! 부탁이다. 어떡해서든 꼭 찾아내 봐라. 이거 원장님이 전한 암호인지 모른다.”
[“알겠습니다.”]
담당 직원이 굳게 답을 하고 전화가 끊겼다.
전화기를 내려놓은 김형정이 다시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달려 나왔던 직원 두 명이 조심스럽게 뒤로 돌아가고 있었다.
“담배 있나?”
“예?”
“담배 있으면 하나만 줘 봐. 조금 있다가 사다 줄게.”
김형정은 담배가 없다고 하면 당장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번들거리는 눈빛이었다.
직원이 얼른 다가와 담배갑을 내밀었다.
찰칵.
“후우. 나머진 가져가.”
“저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좀 있다가…….”
삐리리리. 삐리리리.
철컥.
“여보세요? 앗! 뜨거!”
김형정이 급하게 내선 수화기를 들다가 담뱃불이 튀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냐. 뭐 좀 알아냈어?”
김형정은 다른 손으로 손등을 털었고, 직원이 빠르게 떨어진 담배 불똥을 껐다.
[“우선 위성좌표로 계산하면 국내에서 가장 큰 건물은 국제 빌딩입니다. 그 외에…….”]
“지금 어디라고 그랬어?”
[“삼성동 분실을 기점으로 가장 가까운 곳부터 확인했습니다. 31.51, 12.70. 삼성동 국제빌딩 위성좌표입니다. 그리고…….”]
“잠깐! 그러지 말고 우리나라에 그거 걸리는 좌표 전부 출력해서 가져와.”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형정이 멍하니 모니터를 보았다.
“아! 부원장님! 부원장님께 알려드려야지!”
“예?”
옆의 직원이 놀란 눈으로 김형정을 보았을 때였다.
김형정은 강찬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