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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327화 (327/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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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입을 다물어?

강찬은 사무실에 있는 우희승을 시켜 러시아 파견 요원을 바꾸게 했다.

“강찬이다. 지금 부르는 위성 좌표 확인해서 러시아와 중국의 잠수함이 그 지역을 지나는지 확인해 봐.”

프랑스어라 당연하게 제라르만 알아들었다. 그렇지만 석강호와 최종일도 분위기로 충분히 감을 잡을 만한 통화였다.

“필요하다면 내가 바실리에게 전화해서 연락하도록 해 주지.”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슈 강의 지시에는 최대한 협조하라는 교육이 있었습니다.”]

파견 나온 요원은 뻑뻑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협조적이었다.

[“좌표를 불러주십시오.”]

이렇게 된 거라면 시간을 끌 일이 없었다.

“42.62, 136.93”

강찬은 석강호가 적어놓은 숫자를 또박또박 불러주었다.

전화기를 켜놓은 상태다.

러시아 요원이 프랑스어로 중국 요원에게 중국 잠수함이 근처에 있는지 확인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수화기를 타고 들렸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 다음이었다.

[“24시간 전까지 근처를 지나는 선박이나 잠수함은 없었습니다.”]

강찬은 석강호와 제라르를 보았다.

“항공기도 파악이 되나?”

[“그쪽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24시간 이전에는?”

[“시간대를 48시간 이전으로 맞춰서 다시 검토해보고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줘.”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김이 팍 샜다.

“뭐라는 거요?”

“꽝이라는데?”

“예?”

“24시간 이전에 그 지역을 지난 선박이나 잠수함은 없었단다.”

“그 새끼들이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고.”

석강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혼잣말을 지껄이는 동안 강찬은 제라르에게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제라르. 저놈들이 거짓말을 지껄일 가능성이 있냐?”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어찌됐든 잠수함의 위치는 가능한 한 숨기려고 했었거든요.”

옆에 붙어 앉았으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바로 알았을 텐데 속이 답답했다.

강찬이 잠시 메모지에 적힌 숫자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전화가 울렸다.

“알루?”

[“72시간을 기준으로 잡아도 근처를 항해한 선박이나 잠수함은 없었습니다. 그외에 민간 항공기 두 대가 지나갔는데 이건 정기적인 노선이라 따로 체크할 필요가 없습니다.”]

염병할!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선박이 지나간 사실 정도는 국가정보원에서도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 일이다.

“혹시 모르니까 한 시간 단위로 그쪽에 위성을 돌려서 선박이든, 잠수함이든 근처를 지나는 것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줘.”

[“알겠습니다.”]

강찬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석강호와 제라르에게 통화내용을 알려주었다.

“지환이가 죽을 고비에서 넘겨준 좌표인데 아무것도 없다는 게 허탈하우.”

석강호가 제 손에 들린 전화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지?

도대체 뭐길래 이런 황당한 일이 있는 거지?

당장 엄지환이든, 이집트에 있는 요원들이든, 누구 한 사람과 통화만 돼도 내용을 알 텐데.

자칫하면 이집트에 있는 요원 전체가 또 희생된 것일 수도 있는 거다. 그렇게 넘겨준 정보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 무엇보다 미안했다.

띵. 띵. 띵. 띵.

그때 비행기의 안전벨트 사인이 네 번 번쩍였다.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자리에 앉았다. 안전벨트 안 하고.

강찬은 노트북을 접고, 창밖을 노려보았다.

뭔가 있다.

***

드미트리는 핵 잠수함 ‘알릭(알렉산드라의 애칭)’의 방향을 새로 지정하고 계기판을 노려보았다.

알릭에 핵탄두가 실려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부함장과 조타수까지 셋뿐이었다.

멋진 계획이다.

러시아는 동원 가능한 모든 잠수함을 한반도 주변에 뿌려서 미확인 잠수함을 경계하는 중이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의 잠수함과 합동 작전까지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바로 알릭에 타고 있는 드미트리였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탄도 미사일은 본토의 작전 지휘부에서 보내주는 암호코드를 입력해야 발사가 가능하다.

드미트리는 이번 이동에서 그 번호를 얻을 예정이었다. 그렇게 되면 드미트리는 본토 작전 지휘부의 허락 없이도 알릭에 실린 탄도미사일 불라바(Bulava)를 발사할 수 있게 된다.

드미트리는 회색빛 눈동자를 움직여 지도를 펼쳤다.

한반도에 핵미사일을 날리는 것으로 세상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이런 역사적인 임무를 맡다니!’

드미트리는 가슴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를 만큼 숨을 들이마셨다.

***

최종일이 비행기의 문을 열어주었다.

가장 먼저 드문드문 있는 막사가 보였고, 다음으로 지프 옆에서 뾰족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바실리가 보였다.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바실리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는 강찬의 뒤편으로 시선을 주었다.

“인사해. 이쪽은 석강호, 이 친구는 전 프랑스 외인부대 사령관 제라르 드 미르미에, 그리고 이쪽은 최종일.”

바실리는 세 사람과 악수를 나눌 때마다 입국 도장이라도 찍는 것처럼 고개를 한 번씩 까닥였다.

“차를 타기에는 인원이 많으니 잠시 걸을까?”

그 정도야 뭐.

가뜩이나 비행기에 앉아 있기만 해서 불편하던 참이다. 강찬은 바실리와 함께 활주로를 걸었다.

“바실리. 라노크 대사님이 본국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바실리가 입술을 늘이며 웃었다.

“로망이 라노크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었지.”

“대사님께 약점이 있었나?”

“흥.”

이 새끼는 하여간 좀 공손하게 대화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속 터져 죽겠지만 말이다.

강찬과 바실리가 앞서 걸었고, 석강호와 제라르, 최종일이 뒤를 따라 걸었다.

“세 사람은 저 막사에서 좀 쉬라고 하고, 무슈 강은 나와 이리 들어가지.”

강찬은 고개를 돌려 세 사람에게 막사를 가리켰다.

석강호가 슬쩍 눈치를 살폈는데 이런 걸 일일이 의심하면 바실리는 절대로 만나지 못한다.

막사로 들어가자 한쪽 벽에 바가 설치되어 있었고, 중앙에 소파가 있었다.

“이쪽이 편해.”

바실리는 바의 앞쪽을 가리키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업 망가진 러시아 뒷골목의 바에 앉은 느낌이었다.

“보드카? 홍차?”

“커피.”

“커피!”

주문을 확인하는 것처럼 ‘커피’를 외친 바실리가 전기포트의 버튼을 눌렀다.

탁.

그리고는 작은 유리잔을 바에 올려놓고 보드카를 따랐다.

쪼로록.

“재떨이는 없나?”

“요구가 많은 손님이군.”

바실리가 바의 아래쪽에서 재떨이를 올려주었다.

개새끼! 바로 아래 있는 걸 가지고 생색은.

강찬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일 때 바실리가 채 끓지도 않은 물을 부어 커피를 타주었다.

“자! 커피!”

강찬이 커피잔을 들자, 바실리가 건배라도 하는 것처럼 잔을 들어 보인 다음, 단숨에 털어 넣었다.

탁. 쪼로록.

“주연께서 어쩐 일이신가?”

강찬은 라노크와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전해주었다.

“로망을 죽여버리지 그랬나?”

“대사님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벌써 이마에 구멍을 뚫어줬을 거야.”

“흥! 로망이 운이 좋았군.”

바실리가 처음 보았을 때처럼 뾰족한 표정을 짓고는 강찬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다른 곳에 차세대 발전 시설을 지을 형편이 안 돼. 나를 비롯해서 양범, 루드비히, 반트까지 고개 돌릴 여유조차 없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바실리가 강찬의 담배를 힐끔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도 배팅했던 모든 것을 단숨에 잃는다. 지금 중요한 건 다윗의 별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가 하는 거지.”

“내가 모르는 것이 있나?”

바실리가 보드카를 시원하게 털어 넣었다.

이 새끼는 보드카 마시는 인형도 아니고.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던 강찬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따지면 보드카 마시는 인형 맞은편에 담배 피우는 인형이 있는 꼴이다.

탁. 쪼로록.

“로망이 다윗의 별 소속이라는 건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조쉬는 달라. 그래서 전부터 라노크와 내가 계속 주시하고 있었고, 이튼의 그 어설픈 짓거리를 못 본 척해줬던 거지.”

“지층 충격기를 새로 만들까 봐?”

“흐흠.”

바실리가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조쉬는 3차 대전을 원하는 것 같다.”

강찬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반도에서 핵을 터트리고, 이어서 주변국 전체와 미국, 유럽을 잇는 한편의 대서사시를 기획하고 있는 거지.”

강찬은 피식 웃고 말았다.

바실리의 시선을 받은 강찬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거라면 그 새끼 대가리에 구멍을 내주면 끝나는 거 아냐?”

바실리가 “흥.”하고 웃었다.

“무슈 강. 멀리 좀 봐라. 차세대 발전 시설이라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전면에 띄우고서 겨우 잡아낸 꼬리가 로망과 조쉬다. 지금 조쉬를 죽여버리면 어디 가서 그만한 꼬리를 찾겠나?”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럴 수밖에 없지. 2차 대전 이후 한결같이 유지되던 질서를 무슈 강이 깨트리고 있으니까.”

바실리가 진지한 얼굴로 강찬의 담배에 손을 뻗었다.

찰칵.

강찬은 라이터를 켜주었다.

잠시 강찬을 바라보던 그가 담배 끝을 라이터의 불에 가져왔다.

“후우. 쉽게 이해하자. 지금껏 부자로 살던 놈들의 수입원을 무슈 강이 단숨에 뺏으려고 하는 거다. 그들이 보기엔 말 잘 듣던 하수인이 어느 날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조쉬가 그렇게 생각하나?”

“다윗의 별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겠지. 그래서 조쉬를 전면에 내세운 걸 거고. 두 가지 일을 혼동하지 마. 세르게이가 핵탄두를 빼돌린 건 무슈 강이 이름을 떨치기 훨씬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강찬은 답답한 속을 담배 연기에 실어 뿜어냈다. 그리고는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껐다.

“두 가지로 보자. 다윗의 별은 원래 전쟁을 원했었다.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는데 최근엔 이슬람 세력을 주로 이용했지. 문제는 미국이 말려들지 않았다는 거다. 아프리카는 프랑스가 워낙 강하게 쥐고 있어서 힘들었고.”

아비부 말하는 건가?

강찬이 고개를 갸웃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한국이 기가 막힌 명분을 준 거지.”

바실리의 말이 날아들었다.

강찬은 바실리를 날카롭게 보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차세대 발전 시설을 먼저 설치하는 거냐? 다윗의 별이 도발할 것을 알아서?”

바실리가 강찬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내게 그런 눈빛을 하는 건 좋지 않아. 나를 로망이나 이튼 따위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슈. 강.”

잠시 시선을 피하지 않은 다음이었다.

“흥.”

바실리가 잔을 들어서 보드카를 털어 넣는 것으로 시선을 바꾸었다.

탁. 쪼르륵.

“차세대 발전 시설을 러시아나 프랑스, 중국에 설치했다면 미국은 다윗의 별과 손을 잡아서라도 전쟁을 일으켰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는 당사자가 된다. 지금처럼 뒤에서 도울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 이해가 되나? 주인공?”

바실리가 빈정거리듯 말을 던졌다.

“다윗의 별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것이 유라시아 정보위원회다. 초대 위원장이 라노크고. 그런 그가 로리암의 지하로 들어간다. 프랑스 정보총국을 만든 장본인, 유라시아 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왜 그랬을까?”

강찬은 멍한 얼굴로 바실리를 바라보았다.

“그의 한 마디면 로망이나 조쉬는 단숨에 이마에 구멍이 나지. 자네가 도착하기 전에 내게 전화를 했더군.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네를 지키라고. 알아들었나? 주인공? 우리 위원장께서는 다윗의 별에 대항할 유일한 주인공으로 갓 오브 블랙필드를 지명한 거다.”

빌어먹을!

강찬은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뭉클했다.

전혀 그럴 순간이 아닌데 말이다.

“자네 말 한마디에 나, 양범, 루드비히, 반트가 무조건 움직인다. 그게 위원장의 지시였으니까. 물론 기분 나쁘지. 하지만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휘하는 특수팀이 자네에게 고개 숙인 지금 같은 때라면 더더욱 더.”

강찬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바실리가 보드카를 들이켰다.

“조쉬가 죽는 것을 원하나? 그렇다면 갓 오브 블랙필드의 이름으로 명령만 내려. 로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갓 오브 블랙필드.”

바실리가 독이 잔뜩 오른 눈으로 으르렁거리듯 강찬을 불렀다.

“자네가 전쟁을 막아줘야 해. 더불어 차세대 발전시설을 완성시키고, 다윗의 별을 무너트려 줘야 하는 거다.”

쪼로록.

바실리는 냉수를 들이켜는 것처럼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전혀 술기운이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술을 다 따른 바실리가 상체를 돌렸다.

탁.

그리고 새로 잔을 하나 더 가져다 바에 올려놓았다.

쪼로록.

두 잔의 보드카가 찰랑거리도록 잔에 가득 찼다.

“무슈 강. 우리가 왜 파견 요원과 위성을 주었다고 생각하나?”

강찬이 픽 하고 웃는 것을 본 바실리가 고개를 저었다.

“라노크 위원장은 목숨을 건 도박을 시작한 거다. 다윗의 별이 가장 경계하던 인물이 로리암에 들어간 거지. 무슈 강의 일을 덮어달라는 조건으로. 자! 어떻게 하겠나? 자네가 싫다고 하면 나와 양범, 그리고 루드비히가 달려가서 라로크를 꺼내겠다. 그리고 세계 전쟁이 시작되겠지.”

“다윗의 별이 전쟁을 원하는 이유가 뭐지?”

“그들의 지배력이 약해지는 게 싫은 거지.”

“실체를 모른다면서?”

“대강이야 알지. 그러니 이번에 꼬리를 힘껏 당겨서 몸통을 잡아내려는 게 아니겠나? 주인공?”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바실리가 보드카 잔을 앞으로 밀었다.

“위원장의 명령이니 안 따를 수가 있나? 러시아 정보국은 갓 오브 블랙필드의 지시를 분명하게 이행하겠다.”

바실리가 잔을 들어 강찬 앞에 내밀었다.

염병할!

유라시아 철도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정말 몰랐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강찬은 말없이 바실리를 바라보았다.

음흉한 너구리!

라노크는 결국 강찬에게 이런 식으로 뜻을 전하고 있었다.

피할 수가 없다.

비켜갈 일도 아니다.

어차피 아비부와 로망, 조쉬의 대가리에 구멍을 내줄 참이기도 했다.

강찬이 잔을 들자 바실리가 야릇한 웃음을 지었다.

둘이서 동시에 보드카를 털어넣었다.

목구멍에서 전쟁이 일어난 기분이었다.

30분쯤 더 이야기를 나눈 강찬은 바실리와 함께 비행기를 향해 걸었다.

막사에서 나온 석강호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러시아에서의 대접이 마음에 안 들었다기보다는 엄지환이 마음에 걸린 탓일 거다.

바실리는 비행기의 앞에서 석강호, 제라르, 최종일과 순서대로 악수를 나눴다.

세 사람이 비행기에 올라간 다음이었다.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주인공.”

이놈은 웃음까지 뾰족해 보인다.

“마음대로 휘저어 봐. 그리고 정 못하겠다면 언제고 말해라.”

당장에라도 강찬을 밀칠 것 같은 표정으로 바실리가 말을 건넸다.

강찬은 계속해서 듣고만 있었다.

지금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바실리의 눈에 담긴 라노크에 대한 염려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솔직하게 라노크가 염려된다고 한마디 하면 속이 편할 텐데, 이 새끼도 참 어렵게 산다.

“대사님은 걱정하지 마라. 바실리.”

뾰족한 웃음이 또 건너왔다.

“쓰바씨바(спасибо, 고맙다), 무슈 강.”

이 새끼가?

왜 이놈은 고맙다고 하는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게 들릴까?

바실리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사방에 죽음을 각오하는 사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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