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23화 (32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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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그를 적으로 돌리지 마라.

강찬은 제라르와 함께 대사관에 도착했다.

두 사람 모두 양복에 셔츠 차림이었고, 최종일이 함께 움직였다.

대사관 입구에 들어섰을 때였다.

철컥. 철컥.

경비를 맡고 있던 606 특임대대 지휘관이 다가왔다.

검은 군복에 베레모를 썼고, 소총을 오른쪽 어깨에 걸었다.

“강찬 부원장님이십니다.”

최종일이 신분증을 보이며 강찬을 소개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지휘관이 짧은 경례와 함께 말을 건넸다.

나를 알아?

“동기들이 증평에 있습니다.”

강찬의 시선을 읽은 것 같은 답이었다.

강찬은 문득 증평의 대원들이 떠올랐다.

이따위 양복 말고 군복에 소총 드는 것이 백 번쯤 속이 편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대사관 잘 부탁해.”

“안심하십시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한민국은 이런 군인이 정말 많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사관 건물에서 라파엘이 나왔다.

“루이는?”

“대사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라파엘은 긴장이 묻은 얼굴이었는데 강찬을 보자 확실하게 안심되는 모양이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라파엘의 안내를 받으며 움직였다.

식당은 대사관 2층의 집무실 옆이다.

앞을 걷던 라파엘이 문을 열어주었다.

달칵.

안쪽의 식탁에 있던 라노크와 로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강찬 씨.”

라노크와 프랑스식 인사를 마친 강찬은 로망과 악수를 나눴다.

“대사님. 제가 말씀드렸던 외인부대 특수팀 사령관 제라르 드 미르미에입니다. 제라르, 라노크 대사님.”

라노크가 입가에 미소를 담고 제라르와 프랑스식 인사를 나눴다.

누군가를 소개할 때 이렇게 우호적인 미소를 보인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다정한 얼굴이었다.

제라르 역시 로망과 악수를 나눴다.

옆에서 보기에도 더럽게 뻑뻑한 인사였다.

“앉읍시다.”

라노크가 손을 뻗었고, 넷이서 식탁에 앉았다.

루이가 손을 잡고 서 있는 옆에서 라파엘이 대기하고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묘했다.

강찬은 슬쩍 돌아보는 시선으로 루이와 라파엘을 살폈다.

저 두 사람이 긴장하는 이유가 분명 있는 거다.

그리고 강찬을 향해 보이는 애절한 눈빛도.

설마 라노크가 로망 따위에게 협박이라도 당하고 있는 건가?

“대사님. 안느는 잘 지내고 있나요?”

강찬은 안부를 묻는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라노크라면 이 정도 신호에 충분히 답을 해 줄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 답이 굳이 말일 필요는 없다.

그의 눈빛이나 사소한 동작 하나로도 충분히 알아챌 수 있는 거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강찬 씨의 인사를 꼭 전하겠습니다.”

“예.”

이상했다.

도와달라고는 하지 않는데 뭔가 평소와는 달랐다.

뭐지? 뭐가 있는 거지?

“시간이 늦었으니 우선 식사를 할까요?”

거기에 라노크는 분위기를 바꾸려고까지 한다.

라파엘이 각자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이어서 직원 둘이 움직여 달팽이 요리를 내왔다.

“제라르의 제대 신청을 승인했다.”

로망이 음식 접시를 받은 직후에 선심 쓰듯 건넨 말이었다.

강찬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승인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닌 거다.

다윗의 별이란 놈이 엉뚱한 일을 꾸미고 태연한 척하는 거라면?

당장 대가리를 터트려서라도 라노크를 구하고 볼 생각이었다.

“제라르의 제대 승인 때문에 보자고 했던 건데 다른 할 말이 있나?”

“자넨 역시 예의가 없군.”

포크를 들었던 로망이 역시나 하는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식사 자리다. 굳이 격식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실 때까지 기다리는 예의 정도는 보이는 게 좋아.”

로망을 제외한 누구도 포크를 들지 않은 상태였다.

라노크조차 생각을 알기 어려운 표정으로 보고만 있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의 비밀에 대해서는 들었다. 믿기 어렵지만 내가 접하는 정보 중에는 그보다 터무니없는 것들도 있으니 그 정도는 받아들일 만하지.”

달칵.

로망도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라파엘을 보았다.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호를 받은 루이와 라파엘, 그리고 서빙하던 직원들이 조용하게 식당 밖으로 움직였다.

불쾌한 일이다.

그리고 그만큼 의심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라노크가 함께 앉은 저녁 식사를 로망이 제 맘대로 중단시킨 것은, 그것도 프랑스 대사관에서.

강찬은 라파엘이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보였던 눈빛을 믿기로 했다.

‘이 개새끼가 감히 한국 땅에서, 내 앞에서, 대사님을 위협해?’

라노크가 상체를 돌려 뒤편에 있던 트레이를 식탁으로 옮겨오는 동안 잠시 틈이 있었다.

강찬은 제라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차하면 쏴 버려.’

‘알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피식.

강찬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라노크가 옮겨온 트레이로 손을 뻗었다.

시가, 담배, 재떨이가 있었다.

라노크는 시가를 들었고, 강찬과 제라르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찰칵.

불을 붙이는 동안 묘한 침묵이 흘렀다.

로망은 그 정도야 기다려주겠다는 얼굴이었고, 강찬과 제라르는 누가 뭐라든 담배를 피우겠다는 투였으며, 라노크는 여전히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

“자네가 오해하는 게 있으니 우선 그 점을 확실하게 해두고 이야기를 시작하지.”

프랑스 말이라 제라르도 당연히 알아듣는다.

식당의 구조, 테이블, 앉아 있는 사람들까지,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 정보국에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대사님이 안 계셨어도 자네가 지금처럼 성장했을 것 같나? 프랑스 정보총국의 배경이 없었다면 자네와 한국의 특수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헬리콥터에 모조리 전사했을 정도로 빤한 수준이다.”

로망은 오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개새끼!

어디 하고 싶은 말이나 다 지껄여 봐라.

“한국이란 나라도 마찬가지야. 원래대로라면 조금 뒤에 나왔을 스테이크가 바로 한국의 처지지. 강대국들이 움직이는 포크와 나이프에 따라 이리저리 잘리는 스테이크.”

이런 거였나?

그동안 문재현이나 고건우, 전대극, 황기현이 그토록 강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이유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어서였을까?

강찬은 로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국은 차세대 발전 시설을 지을 능력도, 지킬 힘도 없는 나라다. 자네를 한번 돌아봐. 전투 능력? 고작 그깟 힘에 국가의 안위를 거는 한국의 행정부는? 심지어 자네가 가진 진짜 능력도 모르면서…….”

“내 앞에서 연설을 하고 싶은 건 아닐 테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말이 잘린 로망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강찬을 노려보았다.

“발전 시설을 옮기는데 협조해라.”

“그러면?”

“전쟁은 없다.”

“고작 그거 하나로 발전 시설을 옮기라는 건 너무 욕심이 큰 거 아냐?”

“전쟁이 없어지는 것 말고 더 큰 대가를 바라나? 좋아, 원한다면 계좌에 평생 쓰고 남을 돈 정도는 넣어주지. 더불어…….”

로망이 라노크를 힐끔 본 다음 입을 열었다.

“언론에서 더는 자네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지.”

이 새끼가 누굴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강찬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틀 뒤에 아비부가 오는 건 알고 있지? 내가 그와 손을 잡아도 조건은 비슷할 것 같은데?”

로망이 눈을 갸름하게 만들었고, 라노크는 입술 한쪽을 살짝 들었다.

웃은 것이 분명했는데 의미를 알기는 어려웠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실리에게 발전 시설을 양보한다고 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거고, 거기에 정보총국장의 목을 요구해도 되지 않을까?”

계산하고 있던 대꾸가 아니라 그냥 떠오른 대로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로망은 입을 열지 못했다.

“스테이크라고 그랬지? 이리저리 잘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치자고. 그런데 그 스테이크가 누구 입으로 들어갈지를 결정하는 게 어떤 사람일까?”

“내 앞에서 재롱 피워서 좋을 것은 없어.”

“로망.”

강찬은 고개를 좌우로 비틀었다.

이쯤에서 라노크의 뜻을 알아보고 싶었다.

“나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지껄이든 난 상관없다. 그러니 일단 예의를 갖추고 나를 대하는 게 좋아. 한 가지 더. 대사님을 모신 자리에서는 더더욱 예의를 갖춰라.”

제라르가 볼의 흉터를 움직이며 웃었다.

“내 발목에 권총이 달려있다. 옆에 앉은 제라르도 같은 걸 가지고 있고. 유치하지만 자꾸 내 신경을 긁으면 대책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어.”

말을 마친 강찬은 담배를 집어 들었다.

찰칵.

제라르가 라이터를 들어서 불을 붙여주었다.

이런 건 짜고서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손발이 척척 맞는 거다.

그래서 아까와는 다른 침묵이 흘렀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이나 표정, 행동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지금 라이터를 켜서 강찬의 담배에 불을 붙여준 제라르의 행동이 그랬다.

강찬이 명령만 하면 곧바로 로망을 죽여버리겠다는 것을 제라르는 라이터 하나 켠 것으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후우.”

강찬은 연기를 옆으로 뿜은 다음 로망을 보았다.

“며칠간 고민이 많았다.”

라노크가 든 시가와 강찬이 손가락에 들고 있는 담배에서 올라온 두 줄기 연기가 강찬이 입을 여는 것에 맞춰 흔들렸다.

“차세대 발전 시설을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을 막고 싶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체면을 상하지 않을 방법과 이번 테러를 지시한 놈을 찾는 조건을 달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프랑스에서 도움을 주었으면 싶었지.”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로망이 라노크에게 시선을 주었다. 무언가를 바라는 눈치였는데 라노크는 묵묵하게 듣고만 있었다.

“이렇게 불편해졌으니 나 역시 프랑스 정보총국의 부국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 그래서 지금 막 결정한 걸 한 가지 알려주마.”

무슨 소리를 하려고?

로망이 날카롭게 강찬을 노려본 직후였다.

강찬은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치잇. “최종일. 제라르를 내려보낼 테니까 606 특임대 지휘관과 함께 내가 있는 식당으로 올라와.”

한국말이다.

전혀 알아듣지 못한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느낌으로 강찬을 보았다.

라노크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었고, 로망은 갑갑한 얼굴이었으며, 제라르는 기대된다는 눈빛이었다.

“제라르. 내려가서 최종일과 특임대 지휘관을 이리 데려와.”

“위(Oui).”

제라르가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간 다음이었다.

“대한민국의 국가정보원 부원장으로 경고한다. 지금부터 내가 아비부를 만날 때까지 사흘간 대사관 밖으로 나오지 마라. 네가 606 특임 대대의 눈에 띄는 순간 무조건 사살해 버릴 테니까 판단은 알아서 하도록.”

기가 막혔는지 로망은 대꾸조차 못 하고 있었다.

침묵이 테이블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묘한 감정들을 툭툭 뿌려댔다.

달칵.

그리고 문이 열렸다.

철컥. 철컥.

제라르가 다시 자리에 앉는 동안, 최종일과 소총을 어깨에 걸고 있는 606 특임대대 지휘관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여기 이분이 프랑스 정보총국장 로망이다.”

강찬이 정중한 태도로 로망을 가리키며 한국말로 설명했다.

최종일은 정보총국의 위상을 알고 있지만, 606 특임대 지휘관은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이었다.

“우리나라의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가 있어서 이 분을 대사관에 사흘간 구금하겠다. 만약 대사관 건물을 나서면 그 즉시 무조건 사살해라.”

“알겠습니다.”

특임대 지휘관이 날카롭게 로망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정보총국이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알아도 저럴까 싶을 만큼 단호한 얼굴과 답이었다.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종일과 특임대 지휘관이 밖으로 나갔다.

물론 한국말이다.

그러나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를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건 정보국의 암묵적인 규칙을 깨는 일이다. 이후로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모두 네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로망이 씹듯이 내뱉은 경고였다.

하긴, 프랑스 정보총국장이 한국의 국가정보원 부원장에게 코를 얻어맞은 꼴이니 분통이 터질 만도 한 거다.

그 부원장이 강찬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로망. 마지막 경고다. 내 앞에서, 그리고 대사님 앞에서 예의를 갖춰.”

강찬은 시선을 돌려 로망을 보았다.

실제로도 이번이 마지막 경고였다.

사흘의 시간을 준 것도 안느의 안위를 걱정해서이지 이 개새끼가 무서운 건 절대 아닌 거다.

사흘 안에 안느를 확인하고 라노크의 의사를 묻는다.

“정보총국이 강하니까 숙이라고? 그것도 한국에 들어와서? 대사님이 계신 자리라 참는다. 그러니 내가 아비부와 협상을 마칠 때까지 얌전히 이곳에 있어. 여기서 조금만 더 나를 건드리면 프랑스를 파괴하는 조건으로 아비부에게 차세대 발전시설을 넘길 수도 있으니까.”

이 미친놈이?

이렇게나 앞뒤를 분간 못 하는 놈이었나?

로망의 시선에 담긴 감정이 확실하게 보였다.

“내 비밀을 모두 알고 있다니까 영국에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알고 있겠지? 차세대 발전 시설을 이용하면 어떤 나라에도 끔찍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잊지 마라. 내가 이 시간 이후로 아비부와 손을 잡을지, 조쉬와 손을 잡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로망 너는 아니다.”

“조쉬와 연락을 했나?”

“바실리가 조언해주더군. 정보총국과 손을 잡고 그를 경계하라고. 그런데 오늘 알았다. 조쉬와 손을 잡더라도 정보총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로망은 대화가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신음처럼 한숨을 내쉬는 꼴이 그랬다.

강찬은 시선을 돌려 라노크를 보았다.

그가 조용하게 지켜보고만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로망이 무언가로 라노크를 누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지휘권을 빼앗긴 지휘관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로망의 건방진 행동에 더욱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런 자리에서 강찬에게 전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라노크를 통했어야 하는 거다.

“대사님.”

라노크가 강찬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비부와 조쉬, 그리고 바실리와 양범 씨를 차례로 만날 생각입니다. 그 뒤에 결정되는 것들을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기대되는군요.”

로망이 ‘그게 아니잖소!’ 하는 표정으로 라노크를 보았다.

확실히 이놈이 뭔가를 쥐고 있는 거다.

달팽이 요리 냄새만 맡고 저녁 식사가 끝났다.

강찬이 막 일어서려는 참이었다.

“이곳에 나를 묶어 두어도 정보총국에 어떤 명령이든 내릴 수 있다.”

로망이 마지막 패를 던지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건 마음대로.”

그러나 상대가 강찬이라는 걸 좀 더 계산했어야 했다.

그 증거로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라노크가 알듯 모를듯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혹시나 로망을 제거해주었으면 하는 건 아닐까?

안느를 가둬놓고 협박하고 있나?

지금이라도…….

강찬이 어정쩡하게 일어선 로망을 노려보았을 때였다.

“강찬 씨.”

라노크가 잔잔한 음성으로 강찬을 불렀다.

“자칫하면 앞으로 누구도 강찬 씨를 만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

강찬의 속을 확실하게 들여다본 것 같은 라노크의 말이었다.

“강찬 씨가 가져올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노크가 강찬을 다독이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안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됩니다. 다음번에 올 때는 안느와 함께 식사를 하지요.”

분명하게 보았다.

라노크의 눈이 보여주는 미소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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