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322화 (32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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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그를 적으로 돌리지 마라.

태풍의 한가운데 앉은 기분이었다.

방송은 지겨울 정도로 폭탄 테러에 대해 보도했고, 정치권까지 시끌시끌하게 목소리를 냈다.

그 사이 몽골에서 건너온 중상자 네 명이 방지병원에 입원했고, 강찬의 사무실에는 다시 4개국에서 지원 나온 요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묵묵하게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며 시간이 흘렀다.

강찬은 이틀이 지나서야 병원에 들를 수 있었다.

“개새끼야.”

오광택은 폐가 아니라 목구멍에 구멍이 난 것처럼 쌕쌕거리는 목소리였다.

힘겹게 뱉은 첫마디가 욕이라니.

“방송에서 너 잡아먹으려고…….”

인상을 찌푸리며 침을 삼킨 오광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가서 다 두들겨버려.”

강찬이 피식 웃자 오광택이 한쪽 입술을 늘였다.

“전에…….”

“무리하지 마라.”

강찬이 보기에 오광택은 긴말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

“생활할 때 말이다.”

오광택이 날카로운 눈매로 강찬을 보았다.

“너 같은 놈이 제일 싫었다.”

강찬이 피식 웃자 오광택이 표정만으로 따라 웃었다.

“끈질기고, 악착같고, 아무리 해도 떨어지지 않는 놈.”

오광택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어떤 개새끼들이 저쪽에 있는지 모르지만…….”

힘겨워 보였다.

그런데 말린다고 입을 다물 놈은 아니었다.

“그놈들 심정이 꼭 그럴 거다. 거기에 너한테는 강 이사, 김태진 대표, 동식이 형, 강호 형까지 있잖냐.”

마른 침을 겨우 삼킨 오광택이 힘겨워 보이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씨발 놈아. 다음번엔 정말 독기 오른 눈으로 찾아와. 주차장 박기범이 혼자 해결하고 담배 달라던 강찬이, 그게 내가 아는 강찬이다.”

말을 끝낸 오광택의 눈에 독기가 올라 있었다.

잠시 그렇게 있었다.

“간다. 몸조리하고 있어.”

오광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은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움직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요 며칠은 정말 정신없이 전화가 울린다.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 김관식일세.”]

“예.”

뜻밖의 전화가 참 많았지만, 지금처럼 상상 못 했던 전화도 드물 거다.

[“많이 바쁘겠지만 잠시 시간 좀 내줄 수 있겠나?”]

“지금 어디세요?”

[“연료자원청에 있네. 굳이 지금이 아니더라도 오늘 중으로만 시간 내주면 되네.”]

“아닙니다. 지금 바로 찾아뵐게요.”

전화를 끊은 강찬은 최종일과 함께 연료자원청으로 움직였다. 폭탄 테러가 있은 다음이라 최종일을 비롯한 요원들의 표정이 살벌했다.

20분쯤 움직여서 연료자원청 건물 지하로 들어갔고,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로 올라갔다.

침통한 얼굴의 직원이 안내한 곳은 뜻밖에도 송창욱이 사용하던 청장실이었다.

강찬이 들어서자 책상 앞에서 상체를 기울여 서류를 보던 김관식이 얼른 소파를 가리켰다.

“앉아.”

강찬에게 자리를 가리킨 김관식은 상석을 비워두고 맞은편으로 움직였다.

둘이 자리에 앉았고, 여직원이 한약 냄새가 풍기는 차를 가져왔다.

김관식은 차를 마시란 소리도 않고 협탁 서랍에서 네모난 종이 상자를 꺼냈다.

상자는 보통 종이봉투처럼 누런색이었다.

두께가 얇고 넓어서 서류를 담은 것처럼 보였다.

“청장님께서 내게 부탁하셨던 일이어서.”

강찬 앞에 상자를 밀어준 김관식의 설명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란 듯한 표정이어서 강찬은 말없이 상자의 뚜껑을 들어 올렸다.

누런 태극기였다.

붉고 파란 태극 모양이 오랜 세월에 제 색을 잃고 누렇게 변한 태극기.

강찬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김관식을 보았다.

“오늘 자로 유라시아 철도 위원장에서 물러났으니 지금은 자네를 아는 김미영의 아버지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김관식은 근엄한 얼굴이었다.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특수팀이 활약하는 방송을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이 떨렸었다. TV 앞인데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무서웠었고.”

강찬은 말없이 김관식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 현장에 놓인다면 아마 난 걸음조차 제대로 옮기지 못했을 거야.”

판사 출신이라 그런지 김관식은 강찬에게서 한 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는 일 때문에 죽는 것을 겁내지는 않는다. 청장님도 같은 생각이셨지.”

말을 마친 김관식이 잠시 강찬의 앞에 놓인 상자에 시선을 주었다.

“내일부터 연료자원청을 내가 맡을 생각일세.”

그렇게 된 거구나.

강찬이 내심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차세대 에너지 시설에서 그 태극기가 휘날리는 것을 보는 게 송 청장님의 간절한 바람이셨다.”

강찬은 태극기를 보았다.

누렇게 변한 이 태극기가 도대체 뭐길래.

“그리고 신상에 문제가 생기면 그 태극기를 꼭 자네에게 전해달라고 하셨었다. 나중에 차세대 발전 시설이 완공되면 그 앞에서 자네가 흔들어 달라고…….”

감정이 올라왔는지 김관식이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농담처럼 말씀하셨었는데…….”

애써 입을 열던 김관식이 이번엔 삐죽이던 입을 꾹 다물고 강찬을 보았다.

이번에도 숨을 내쉬고서야 김관식은 입을 열었다.

“전에 부탁했던 청장님 마음의 무게를 자네에게만 지우지는 않겠다. 나 역시 이 일에 목숨을 걸었다는 각오로 매달릴 테니 반드시 차세대 발전 시설을 완성시켜 주게.”

강찬은 시선을 내려 태극기를 바라보았다.

왜들 이러는 거지?

문재현, 증평의 특수팀, 비무장 팀, 전대극, 김형정, 그 외에 강찬이 알게 된 많은 사람이 태극기에 목숨을 건다. 바로 옆의 누군가는 제 배를 채우기 위해 정신이 없는데도 말이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 싶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길에서 엄청난 일들이 강찬에게 매달렸는데, 이유는 단 한 가지, 다들 이 태극기에 있었던 거다.

“차라리 송 청장님의 복수를 하라시면 쉽겠습니다. 그런데 전 이 태극기가 가진 가치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넘어가는 것이 죽은 송창욱과 이런 자리를 만든 김관식을 속이는 것 같아서 꺼낸 말이었다.

강찬은 고개를 들어 김관식을 보았다.

“누구는 돈으로, 다른 누구는 힘이나 권력으로 떵떵거립니다. 그런데도 이 태극기를 위해 싸우다가 죽으면 쥐꼬리만 한 연금 받고, 아마 돌아가신 청장님도 잊힐 겁니다. 싸우기는 하겠지만, 태극기를 위해서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김관식이 미소를 지었다.

기분 나빴을 이야기인데?

강찬의 표정을 읽은 모양이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색 바랜 애국심을 앞세우라는 것은 아니다.”

김관식은 아들에게 말하는 아버지 같은 표정과 음성이었다.

“다만, 자네가 지키고 싶어 하던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바로 태극기다. 그걸 빼앗기면 말과 영혼, 그 외에 모든 것을 잃는다. 떵떵거리고 사는 몇 명 때문에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외면하지는 말자.”

교과서의 한 부분을 그대로 외우는 것 같아서 그렇게 큰 감동은 없었다.

“차 좀 들지?”

김관식도 그걸 느꼈는지 뒤늦게 다 식은 차를 권했다.

굳이 거절하기도 뭐해서 강찬은 찻잔을 들었다.

차를 한 모금 넘길 때였다.

“요즘 왜 미영이에게 연락 안 해? 안 만나기로 한 거냐?”

“커흑!”

강찬은 목에 걸린 찻물 때문에 보기 흉한 기침을 쏟아냈다.

김관식이 협탁에서 티슈를 뽑아 주었다.

“싸웠나?”

“아닙니다.”

“그런데 왜 남의 소중한 딸을 기린으로 만들어?”

김관식이 심술궂은 표정으로 웃었다.

“바쁠 테니까 절대 귀찮게 하지 말라고는 했는데 그렇다고 저렇게 던져두는 건 예의가 아냐.”

“예.”

“몹쓸 짓 한 건 아니지?”

하마터면 다시 기침이 나올 뻔했다.

“둘이서 미래도 약속했다면서?”

“예?”

이상하게 얼빠진 놈처럼 답이 나왔다.

“외교관이 되면 남편 덕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해주기로 했다던데?”

“아, 예!”

“흠! 세상이 변했으니까 결혼 전에 입을 맞추는 것까지는 용서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안 돼!”

이건 뭐라고 대꾸할 말조차 없는 경고였다.

“가끔은 쉬어. 사람이 끝없이 달리기만 하는 건 좋은 게 아냐.”

강찬이 “예.”라고 답을 하고 난 다음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난처한 상황을 깨주는 것처럼 전화가 울렸다.

“괜찮아. 받아.”

김관식이 손을 뻗어가며 권했다.

때가 때인 만큼 강찬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녁에 시간이 되나?”]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강찬은 다시 발신 번호를 보았다.

분명 한국에서 흔히 보는 이동전화 번호였다.

[“대사관에서 대사님과 함께 만났으면 싶은데?”]

로망이었다.

로망이 한국에 와 있는 거였다.

“몇 시에 가면 되지?”

김관식이 신기한 눈으로 프랑스 말을 하는 강찬을 보았다.

[“6시? 7시? 언제가 편한가?”]

“7시까지 가지.”

강찬의 답을 들은 로망이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교활한 새끼!

암살을 피하려고 대사관에서 만나자고 하는 모양이었다.

“바쁠 텐데 일어서.”

“예.”

종이 상자를 닫은 강찬은 그걸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부터는 다시 부원장으로 대우할 거야.”

“불편하니까 그러지 마세요.”

“단둘이 있을 때는 몰라도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그게 좋아.”

김관식이 손을 내밀어서 악수를 한 강찬은 그렇게 사무실을 나섰다.

***

“7시에 오겠답니다.”

로망이 여유 있는 태도로 전화기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프랑스 대사관 라노크의 집무실이었다.

라노크가 입술 끝을 움직여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 주에 프랑스로 소환되실 겁니다.”

로망은 라노크의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이었다.

“로리암의 지하를 새롭게 꾸미고 있습니다. 혹시 꼭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 전에 생각해두었다가 말씀해 주십시오.”

“설마 시가야 있겠지?”

“그 정도야.”

로망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투로 답을 했다.

“무슈 강의 숨겨진 이야기는 샤흐란을 통해 다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무슈 강을 위해 로리암에 들어가시겠습니까?”

라로크는 답을 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프랑스의 영광을 위하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저의 계획대로 무슈 강을 버려서 프랑스를 중심에 세우셔야 하지 않습니까?”

라노크가 가면을 쓴 듯한 얼굴로 찻잔을 들었다. 그가 홍차를 마시는 동안에도 로망은 시선을 준 채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달칵.

찻잔을 내려놓은 라노크가 감정이 전혀 담기지 않은 눈으로 로망을 보았다.

“조쉬가 세운 계획을 따르는 것이 정말 프랑스의 영광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나?”

“조쉬는 아직 정보총국의 적수가 아닙니다.”

찰칵.

라노크는 시가에 불을 붙였다.

“다윗의 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조쉬에게서 눈을 떼지 마라. 핵탄두가 파리에 떨어지면 너와 네 가문은 세상이 존재하는 한 치욕을 안고 살아야 할 거다.”

“프레쉬(fleche, 화살)의 위치는 우리 정보총국에서 가장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믿어주지.”

로망이 라노크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였다.

“무슈 강에 대한 작업을 중단하는 조건이라니 나는 기꺼이 로리암에 들어가겠다. 경고하는데 이 시간 이후로 그를 더 자극하지는 마라.”

“그런 경고가 그를 더 위험에 빠트린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로망.”

라노크가 팔을 뻗어 시가의 재를 떨었다.

“내가 너와 정보총국이 무서워서 얌전히 로리암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해.”

라노크의 시선을 로망은 끝까지 피하지 않았다.

입술 한쪽을 들었던 라노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정보총국과 싸움을 시작하면 무슈 강에게 프랑스는 적이 된다. 내가 가장 무서운 건 그가 프랑스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지, 너나 정보총국이 아니야.”

“정보총국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대사님께서 프랑스의 편에 서서 명령 한 마디만 내리시면 무슈 강은 바로 죽은 목숨입니다.”

로망의 바람에도 라노크는 여전히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얼굴이었다.

“러시아의 바실리, 중국의 양범, 그리고 독일의 루드비히가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그야 대사님께서 중심을 잡아주셨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닙니까?”

라노크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지 내게 충성을 맹세하는 조직이 아니다. 그들이 무슈 강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며 가장 두려워한 것 역시 내가 아니라 그 계획이 실패했을 때다.”

“그래 봐야 한국인입니다.”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었던 말과 똑같군.”

목이 타는지 로망이 홍차를 마셨다.

“무슈 강의 비밀에 대해서 들었다니까 알고 있겠군. 그럼 하나 묻자. 그가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에서 살아나온 비결이 뭔가?”

“그건…….”

대답을 하려던 로망이 멈칫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우리 강입자 발생기를 파괴하려던 영국과 러시아의 특수팀을 궤멸시킨 건?”

로망은 답을 하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인정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그가 외인부대 특수팀에서 보인 특별한 능력들을 제대로 살펴보기라도 했나?”

“그건 보았습니다.”

“우연이 세 가지 겹쳤지.”

로망이 고개를 갸웃한 다음이었다.

“샤흐란이 블랙헤드를 빼돌리기 위해 계획을 세웠고, 우리가 강입자 발생기를 아프리카로 발사했고, 마지막으로 샤흐란이 직접 그를 저격했다.”

“그것 보십시오. 그도 결국 총에 맞으면 죽습니다.”

라노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강입자 발생기를 운용하지 않았다면? 그래도 그가 죽었을 거라고 확신하나?”

로망은 라노크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그를 섣불리 건드려서 그가 프랑스를 적으로 생각하게 하지 마라. 내가 나서서 그 일을 수습하게 된다면 그때 너는 이미 시체가 되어 있을 거다.”

로망은 입을 꾹 다물고 라노크를 노려보았다.

***

감시 근무자가 바뀔 때마다 포로들의 표정이 확실하게 변했다.

정답은 양동식이었다.

첫날 두 놈을 거꾸로 매단 것 외에 다른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유독 포로들은 그가 감시 근무를 나오면 얼굴색이 바뀌었다.

부상자와 함께 증평의 특수팀 대원들이 기지를 떠나서,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와 함께 황량한 느낌이 바닥에 가라앉았다.

근무를 나온 양동식이 소총을 아래로 두고 기지 앞에 놓인 자재들을 보았다.

공장을 짓는데 사용할 자재들이었다.

이틀 뒤부터 건설 인력이 들어온다는 소식도 받았다.

해냈다.

이 황토색 몽골의 벌판에서 기지를 지켜냈고, 이제는 공장을 지을 자재가 쌓여 있는 거다.

“멋지네!”

양동식은 턱없이 가슴이 벅차올라서 감탄사를 토해냈다.

얼굴을 긁힌 자리에는 딱지가 올라앉았고, 팔뚝에는 붕대를 감았다.

“야!”

그때 남일규가 커다란 컵을 들고 다가왔다.

“왜 커피를 타 놓고 그냥 나가? 여기서 봉지 커피가 얼마나 귀한 건지 몰라서 그래?”

양동식이 멋쩍게 웃으며 머그잔을 받았다.

“포로들이 그렇게 좋으냐?”

“이 씨……!”

양동식은 거칠게 대꾸하고 커피를 마셨다.

저런 밥벌레 같은 놈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단단히 지키는 게 중요해서인 거다.

“카하!”

커피를 마신 양동식이 또다시 감탄사를 토해냈고, 포로들이 움찔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강 선배님은?”

“서울에서 온 전화 받으시나 보던데?”

남일규가 막사 안쪽을 힐끔 보며 답을 했다.

“공사 시작되기 전에 저것들을 치워야 할 텐데 저것도 걱정이네.”

“그건 그렇지.”

양동식이 맞장구를 치고는 심오한 표정으로 포로들을 노려보았다.

“서울이 난린가 보다.”

“서울이? 왜?”

“폭탄 테러가 났었단다. 나도 방금 들었다. 그 바람에 우리 부원장님이 많이 곤란해지셨나 보더라. 방송에서 계속 태클 건다고도 하고. 강 선배님도 그것 때문에……”

“이런 씨발!”

느닷없는 양동식의 욕이 남일규의 말을 뚝 잘랐다.

“야, 이 씨발! 어떤 개새끼들이 우리 부원장님을 뭐라고 해? 리비아에서도 그렇고, 그렇게 죽기 살기로 현장 다 뛰신 분인데! 그런 분이 어딨어? 이 씨발!”

거칠게 욕을 뱉어놓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양동식이 흉악한 얼굴로 씩씩거렸다.

“이 새끼는 무슨 말을 못 하게 해. 들은 말이 그렇다고 하잖아! 괜히 강 선배님 앞에서 씩씩거리지 마. 가뜩이나 그 일로 신경 쓰시는 것 같으니까.”

“그래?”

“그래, 임마. 잔 가져가게 커피나 빨리 마셔.”

“그래.”

양동식이 냉수를 들이켜듯 잔을 홀랑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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