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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믿었기 때문에.
압구정동의 공원 앞 카페였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눈에 확 띄는 외국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길에 쓰러져 있는 배달부.
사람들이 자꾸만 몰려들었다.
미쉘은 잡지사 편집부를 맡았었고, 드라마 제작사를 운영할 만큼 배짱과 수완이 있는 여자다. 그리고 그만큼의 판단력도 있었다.
지금은 혼자서 해결하려고 애쓰다가 일을 키울 수 있었다.
위이잉. 위이잉.
“훅훅! 앞에 비키세요! 비켜나세요!”
거기에 순찰차까지 나타난 상황이었다.
미쉘은 빠르게 전화기를 꺼내 강찬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두 번 울린 다음이었다.
[“여보세요?”]
강찬의 음성을 듣자 먼저 입장을 곤란하게 한 것이 미안했고, 다음으로 알지 못할 든든함이 느껴졌다.
“차니. 제리가 배달부를 갑자기 때렸는데 일이 커졌어. 순찰차까지 왔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
경찰서에 가는 것이 두렵다기 보다 일이 커질까 봐 겁이 난 거였다.
[“제라르와 넌 다친 데 없어?”]
이런 질문을 해 줄 줄은 몰랐다.
울컥 고마움이 미쉘의 감정을 흔들었다.
“제리와 난 괜찮아.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였어.”
[“지금 어디야?”]
“압구정동! 압구정동 공원 앞 카페!”
강찬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전화 끊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도 바로 받아. 알았지?”]
“고마워.”
강찬이 피식 웃는 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통화가 끝났을 때 정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때쯤 얻어맞았던 남자가 코를 움켜쥔 채로 상체를 일으키고 있었다.
경찰관 한 명은 미쉘에게, 다른 한 명은 남자에게로 움직였다.
“한국말 할 줄 아십니까?”
경찰관이 간단하게 경례를 붙인 다음 미쉘과 제라르를 번갈아 보았다.
“제가 할 줄 알아요.”
경찰관이 살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제라르를 힐끔 보았다.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저 남자를 폭행한 거 맞습니까?”
미쉘이 경찰관을 돌아볼 때였다.
그녀의 전화기가 울렸다.
“잠시만요, 여보세요?”
경찰관이 불쾌한 듯 미쉘을 보았다.
쓰러졌던 남자를 다른 경찰관이 일으키고 있었다.
“예. 맞아요. 예, 앞에 계세요. 잠시만요.”
미쉘은 전화기를 경찰관에게 내밀었다.
“제가 이런 일을 잘 몰라서, 죄송하지만 전화 좀 받아주시겠어요?”
경찰관이 비웃는 것처럼 미쉘과 전화기를 교대로 바라보았다. 아마 미쉘이 눈에 띄는 미녀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 모두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전화를 받지 않았을 거다.
“여보세요?”
경찰관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예. 예. 예에?”
빠르게 시선을 돌려 쓰러진 남자를 살핀 경찰관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미쉘을 다시 보았다.
“알겠습니다. 예. 일단 제가 들었으니까 상황을 파악하겠습니다.”
경찰관이 묘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여기요. 전화 바꿔달라시네요.”
미쉘은 전화기를 얼른 귀에 가져갔다.
“예. 예. 그렇게 할게요. 고맙습니다. 예.”
짧은 통화가 끝난 다음이었다.
“일단 차에 타세요.”
“예.”
미쉘은 순순히 제라르와 함께 경찰차의 뒷자리로 들어갔다.
전화를 건 남자가 부탁한 일이다.
괜히 사진 찍힐 수도 있으니 우선 경찰차에 타고 있으라고 했었다.
순찰차의 뒷문은 안에서 열지 못한다.
제라르와 미쉘을 차에 태운 경찰관이 고개를 저으며 쓰러진 남자에게로 걸어갔다.
코 주변이 퉁퉁 부었고, 터진 입술에서 아직도 끈적해진 피가 나오고 있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경찰관의 바지에서 전화기가 울었다.
경찰관은 번호를 확인하고 빠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경사 이양호입니다. 예. 예?”
이양호 경사가 자리를 슬쩍 피하면서 전화기에 귀를 기울였다.
“예. 이미 그렇게 조치했습니다. 아닙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예. 바로 서로 이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양호가 동료 경찰에게 다가갔다.
“지금 다른 순찰차가 온다니까 저기 두 사람 서로 데려다주고 올게.”
동료 경찰관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이 남자 우선 병원으로 데려가. 그리고 전화해.”
말을 끝나기도 전에 순찰차 세 대가 연달아 현장에 도착했다.
이양호는 아예 달리는 것처럼 순찰차로 움직였다.
***
“죄송합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의 사과를 라노크는 미소로 받았다.
아비부의 한국 방문과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던 도중이었다.
“그는 신설된 연료자원청의 송창욱 청장을 만나기 위해 들어오는 겁니다. 아마 강찬 씨의 참석을 요청할 겁니다.”
“지난번에 바실리가 말했던 그 아비부인가요?”
“맞습니다. 그 아비부. 리비아 건과도 관련 있는 인물입니다.”
라노크가 강찬의 말을 따라 하며 미소 지었다.
“강찬 씨에게 쌓인 것이 많을 겁니다. 리비아에서의 참패로 이슬람 사회에서 영향력을 잃었고, 한국과 러시아의 석유 개발, 차세대 에너지 시설 건설 등, 강찬 씨가 그에게 연속해서 커다란 손해와 굴욕을 안겨주었으니까요.”
강찬이 웃는 것을 본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총국도 놀랄 정도로 한국국가정보원의 위상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덩달아서 한국과 관련된 정보들이 사방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각국에 깔린 정보원들이 한국과 관련된 업무에서 점수를 따고 싶어한다는 뜻입니다.”
좋다는 뜻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뭐가 좋은 것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아비부는 그 모든 걸 한 번에 만회하려고 계획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한국 내에서는 테러를 일으키기 어려울 테니 그렇다면 남는 곳은 몽골이 가장 유력하겠지요?”
아차 싶었다.
강철규와 핵심 전력이 빠져나온 곳을 김태진이 책임지고 있었다.
“강찬 씨가 리비아의 일을 해결한 덕분입니다. 정보원들이 한국과 관련된 업무에 적극성을 띄게 되어서, 이번에 몽골 일도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통상의 정보국이 10년 정도 노력해야 이룰 일을 강찬 씨는 단 한 번의 응징으로 이루었다고 보면 됩니다.”
홍차를 마신 라노크가 강찬을 물끄러미 보았다.
“대사님.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일에서 희생되는 대원들이 더는 없었으면 싶을 뿐입니다.”
“강대국이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라노크는 조카를 앞에 둔 경험 많은 삼촌 같은 표정이었다.
“당장 프랑스만 해도 아프리카에서 무수한 피를 흘렸고, 정보국 인원 절반을 동시에 잃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응징의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바로 정보총국입니다.”
하긴!
외인부대는 지금도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격렬한 전투를 치르고 있을 거다.
“한국은 이제 시작입니다. 기득권을 빼앗겨야 하는 세력들과 주변 강대국의 견제를 이겨내야만 합니다. 잔인한 말이지만, 그 어떤 나라도 정보국의 피를 흘리지 않고 영광을 얻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라면 가능한 한 확실하고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도 생겨났다.
“이튼이 지층 충격기를 작동시켰던 블랙헤드를 미국에 넘겼습니다.”
라노크가 재미있는 일이 생각났다는 것처럼 강찬에게 말을 건넸다.
“미국이 생각이 많아질 겁니다.”
“그렇겠네요.”
셔먼의 얼굴이 떠올라 강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찬 씨.”
일어날 때가 되었구나!
이제는 라노크가 부르는 소리만 들어도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얼른 일을 마무리합시다.”
자리를 끝내자는 것은 맞았다.
나온 말이 상상 밖이어서 좀 당황스러웠지만.
“그래서 나와 함께 골프도 치고, 여행도 한 번 다녀오지요. 러시아를 가볼까요? 그곳에 밥 한 끼 사줄 친구가 있으니까요.”
바실리에게서 밥을 얻어먹자고?
눈을 번들거리며 툴툴거릴 그의 얼굴이 떠올라 강찬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오길 잘했다.
정말이지 스승을 만나 복잡했던 머리와 일들을 어느 정도 정리한 느낌도 들었다.
“제라르 건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연락하지요.”
“고맙습니다, 대사님.”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제라르가 다윗의 별과 관련 있다면 정보총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라노크는 뜻밖의 말로 강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정보총국이 라노크의 말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일에 비추어봐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말은 강찬의 성향을 짐작한 라노크의 경고 같은 거였다.
“다윗의 별과 관련이 있다면 돌이키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그런 위험 인물을 이렇게까지 근처에 둘 수도 없습니다. 정보 부국장 둘을 제거했던 이유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부탁드려도 안 되는 건가요?”
“다윗의 별을 근처에 두게 되면 강찬 씨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나와 안느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 무수한 희생을 감당하며 해왔던 일들이 한낱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라노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다윗의 별이 아니면 되는 거다.
강찬은 더 고집 피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노크는 강찬이 독해지길 원한다.
직전에 보여준 눈빛과 말을 통해 분명하게 그런 뜻을 전해주었다.
라노크를 안으면서 강찬은 피식 웃었다.
사는 거 참 더럽게 힘들다.
전투도 아닌데 말이다.
***
대사관을 나온 강찬은 조수석의 요원에게서 권총과 무전기를 받은 다음, 김형정과 통화를 했다.
제라르는 이미 호텔에 있었다.
얻어맞은 남자는 코뼈가 주저앉을 정도로 크게 다쳤다고 했다.
미친놈!
외인부대 특수팀 사령관이란 놈이 멀쩡하게 짜장면과 짬뽕을 배달하던 사람을 때려서 코뼈를 부러트려?
그나마 죽지 않은 게 다행인 꼴이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하기로 했나요?”
[“오토바이 보상과 음식값, 치료비, 앞으로 일하지 못하는 기간의 위자료로 3천만 원을 주고 합의했습니다. 비용은 미쉘 양이 부원장님의 법인에서 우선 지급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팀장님. 지금 호텔로 가는 길인데 오늘 시간이 되시나요?”
[“안 그래도 보고드릴 게 많습니다. 바로 찾아뵈면 되겠습니까?”]
“30분만 시간을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 호텔에 도착해서 기다릴 테니 시간 되시면 전화를 주십시오.”]
김형정과 전화를 끊은 강찬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제라르, 제라르, 제라르, 제라르, 개새끼!
사람을 이렇게 정신 사납게 만들다니.
만에 하나, 절대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놈이 한순간이라도 다윗의 별에 속해 있었다면 어떻게 하지?
정보총국이 제거하겠다고 나서면……?
멀리 호텔이 보였다.
적어도 지금쯤은 마음을 정해야 하는 순간인 거다.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굳혔다.
호텔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로비 라운지에 있던 제라르와 미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찬은 고갯짓으로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계산을 마친 두 사람을 기다린 강찬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갔다.
달칵.
남산 호텔, 강찬의 방이다.
“앉아.”
제라르와 미쉘이 강찬의 맞은편에 앉았다.
강찬은 심오한 표정으로 탁자 건너편의 제라르를 노려보았다.
“개새끼! 불고기 한 끼를 처먹는데 돈을 3천만 원이나 쓰게 해?”
“차니. 그게…….”
강찬의 시선을 받은 미쉘이 입을 다물고 탁자로 시선을 내렸다.
창으로 들어온 늦은 오후의 햇살이 그림자를 길게 잡아당기는 시간이었다.
“제라르.”
“Oui.”
제라르는 각오한 얼굴이었다.
양복과 셔츠가 멋지게 어울렸지만, 놈답지 않게 지치고 힘겨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짐 싸라.”
제라르가 힐끔 시선을 들었다가,
“알겠습니다.”
하고는 고개를 떨궜다.
강찬을 보았던 미쉘이 눈치를 살피고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제라르를 본 다음이었다.
“개새끼. 이대로 뒀다간 밥값 치르다가 파산하겠다. 오늘부터 우리 집에 가서 지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해.”
제라르, 그리고 미쉘이 멍한 얼굴로 강찬을 보았다.
“왜?”
“차니……?”
“왜 그러는데? 호텔에 있고 싶어서 그러냐?”
강찬은 질문 끝에 고개를 돌려 제라르를 보았다.
“그런 게 아니라…….”
“제라르.”
“Oui."
강찬이 피식 웃었다.
“너 설마 기죽은 척하는 거야?”
제라르가 볼의 흉터를 늘이며 웃고 말았다.
“뻔뻔한 새끼! 왜? 좀 더 불쌍한 표정 짓지? 확! 너를 아는 놈들이 지금 네놈 표정 봤으면 죄다……!”
방아쇠를 당겼을 거다라는 말은 미쉘 때문에 차마 하지 못했다.
제라르가 좀 더 편안하게 웃었다.
“하여간! 지금부터 내 옆에서 한 걸음도 떨어지지 마! 미쉘이 아무리 꼬드겨도 안 돼! 이제부터는 무조건 나하고 같이 다녀. 왜?”
“아닙니다.”
강찬이 피식 웃으면서 미쉘을 보았다.
불고기를 사달라고 부탁해서 종일 고생한 사람을 그냥 가라고 하기는 미안했다.
“잠깐 누굴 만나야 하거든. 그 뒤에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어?”
“괜찮아.”
미쉘은 반가운 얼굴이었다.
강찬은 전화기를 꺼내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어디서 뵈면 되나요?”
[“요원들이 사용하는 방에 있습니다. 15층 1522호입니다.”]
“예. 그럼 바로 갈게요.”
강찬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으면서 미쉘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잠깐 기다리고 있어. 바로 올게.”
“응.”
미쉘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답을 했다.
“제라르. 잠시만.”
제라르가 강찬을 따라서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둘이서 방을 나섰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카드키를 엘리베이터에 꽂은 다음 15층이 버튼을 눌렀다.
띠잉.
엘리베이터가 15층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르륵.
문이 열렸다.
요원 두 명이 앞을 지키고 있다가 강찬을 향해 눈인사를 했다.
“비상계단 열어줄 수 있어?”
“이쪽으로 오십시오.”
요원 한 명이 복도 왼쪽에 있는 비상구 문을 열어주었다.
“여기 CCTV가 있나?”
“이 계단에는 없습니다.”
“아래쪽 경계는?”
강찬이 계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누가 봐도 15층 전반의 경계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계단 아래층에 두 명, 위층에 두 명이 있습니다.”
“알았어. 담배 하나 피우고 들어갈게.”
고개를 숙여 보인 요원이 비상구 문을 통해 복도로 움직였다.
달칵.
문이 닫힌 다음이었다.
강찬은 비상구 앞쪽에 있는 창으로 움직였다.
제라르는 한국말을 모른다.
그래서 잠자코 강찬을 지켜보고 있었다.
강찬은 오른발을 계단의 서너 칸 위에 올렸다.
따각. 따각. 치이익.
그리고 발목에 걸었던 권총을 케이스 채로 뜯어서 제라르에게 내밀었다.
제라르가 의아한 눈빛을 띄우는 순간이었다.
“받아.”
강찬이 한 번 더 손을 뻗는 바람에 제라르는 얼결에 권총을 받았다.
발목 뒤쪽으로 예비 탄창이 두 개 꽂혀 있었다.
“너랑 똑같이 생긴 놈이 동영상에 있다는 사실을 오늘 프랑스 대사관에 가서 말하고 왔다.”
강찬은 제라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놈이 동영상에 있는 놈이라면 정보총국에서 널 노릴 거다. 그게 아니라면 다윗의 별이 너를 노릴지도 몰라.”
제라르가 입을 꾹 다문 채로 강찬을 보았다.
짧은 침묵이 흐른 다음이었다.
“빨리 권총 걸어. 난 만날 사람이 있어.”
제라르가 긴 다리를 계단에 올리고 능숙하게 권총을 발목에 걸었다.
“내려가는 건 카드키가 없어도 된다. 내 방에 가서 기다려. 요원들이 있어서 아직은 안전할 거다.”
제라르가 몸을 세우기를 기다렸던 강찬이 비상구로 몸을 돌렸다.
“대장.”
그런데 비상구의 문고리에 손을 뻗는 순간에 제라르가 나직하게 강찬을 불렀다.
강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