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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얼마나 닮았길래.
제라르와 한방에서 잤다.
아프리카의 시체 더미에서도 함께 잤던 놈이고, 흙먼지 몰아치는 막사 안의 간이침대 옆에서도 잤던 놈이라 가릴 것도 없었다.
그래서 트윈 침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속옷 차림으로 편안하게 늘어졌다.
퍼뜩!
강찬은 고개를 흔들어 잠을 털어냈다.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잠을 깨운 것이 분명했다.
어슴푸레한 시선을 돌렸을 때 다리 하나를 침대 아래로 늘어트린 제라르가 보였다.
이 새끼가 이렇게까지 떡잠을 자?
촤아악!
강찬이 커튼을 열자 눈부신 볕이 삽시간에 방안에 가득 찼다.
제라르가 고개를 들고 쓰라린 것처럼 눈을 껌벅였다.
애새끼, 다리 하나는 정말 길다.
“먼저 씻을 테니까 커피 좀 시켜놔.”
“Oui."
강찬은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시원한 물을 틀어놓고 그 안에서 양치를 했다.
어떤 개새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샤흐란을 빼돌리고 서도석을 망가트린 것만큼이나 제라르를 의심하게 한 것에 화가 치밀었다.
커다란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나왔을 때, 제라르는 바지만 입은 몸으로 탁자에 앉아 있었다.
“커피 드십시오.”
테이블에 앉자 새벽까지의 일이 떠올랐다.
“몇 시냐?”
“10시 03분입니다.”
강찬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너 샤워하는 동안 라노크 대사를 만날 수 있는지 전화를 해볼 거다. 가기 전에 강 이사와 의논해서 오광택과 그 집 식구들 경호해 줄 수 있는지도 챙겨야 하고.”
제라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나머지 일정은 통화한 뒤에 의논하자.”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제라르가 볼을 늘이며 웃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라르는 양복바지를 군복 바지처럼 벗고는 팬티 차림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강찬만큼이나 몸 구석구석이 상처투성이였는데 저 상처 하나하나가 모두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증명이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렸다.
강찬은 팔을 뻗어 탁자에 올려놓았던 전화기를 들었다.
석강호였다.
이 새끼한테도 일이 생겼나?
“여보세요?”
[“나요.”]
“그래, 왜?”
[“뭐하쇼? 괜찮으면 점심 때 같이 보쌈 먹읍시다.”]
먼저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하아!
전화로 설명하기는 길다!
하지만 석강호에게는 이런 정도의 성의를 보이는 것이 당연한 일인 거다.
강찬은 정말 빠르게 중요한 이야기만 전했다.
[“뭔 그런 일이 다 있소? 허! 제라르 새끼가 마음 많이 상했겠소?”]
석강호 역시 제라르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오늘 일 대강 처리하고 저녁에 들르든가 할게.”
[“대장.”]
“왜?”
[“나 확실히 전보다 더 빨리 낫고 있소. 여기 원장님도 놀라는 눈치니까 내 걱정 말고 제라르 챙겨주쇼.”]
강찬은 피식 웃은 다음, 알았다고 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왕 전화기를 든 참이다.
강찬은 바로 라노크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무슈 강.”]
“대사님. 연락이 늦었습니다.”
[“지난번에 나를 신경 쓰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여유로운 라노크의 음성을 듣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의논드릴 일이 있습니다.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신기하게 호흡이 맞는 사람은 전화 통화로도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강찬은 전화기 너머에서 날카로운 눈매로 시계를 바라보는 라노크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점심 약속 이후에 1시간쯤 시간이 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럼 2시에 들르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전화를 끊은 강찬이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났을 때 제라르가 욕실에서 나왔다.
“대사님은 2시에 만나기로 했다.”
“잘 됐군요.”
고개를 끄덕인 강찬은 제라르를 심오한 표정으로 보았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놈을 호텔에 혼자 있으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미안한 일이다.
‘통역 대원을 불러?’
강찬은 고개를 갸웃한 다음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김형정이 바로 받았다.
[“부원장님.”]
“우리끼리는 편하게 하기로 했잖아요.”
[“장소마다 바뀌니까 쉽지 않습니다.”]
가벼운 웃음이 말 뒤에 따라붙었다.
“혹시 통역했던 대원 어디 있는지 아세요?”
[“이번에 함께 움직였던 대원 말씀하시는 거죠?”]
“예. 손가락 다친 대원이요.”
[“신민철입니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혹시 프랑스어 통역이 필요하신 거라면 가능한 요원은 있습니다.”]
“얼굴이 익어서 그랬어요. 제가 2시에 프랑스 대사관에 들르니까 그 일 끝나고 따로 전화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가뜩이나 불편해하는 제라르에게 요원을 붙여줘?
그건 아닌 거다.
강찬은 할 수 없이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차니!”]
잠겼던 목을 뚫고 나온 듯한 목소리였다.
“피곤해?”
[“아냐. 지금 서류 잠깐 보느라고. 대강 일도 끝나서 몰래 가서 쉴까 했어. 어쩐 일이야? 선물 주려고?”]
얘도 참 초지일관하는 맛은 있다.
“내가 오늘 일이 있어서 제라르를 좀 또 부탁하려고. 점심으로 불고기도 사 먹일 겸.”
[“그래? 지금 어딘데? 호텔이야?”]
“응. 남산 호텔.”
[“잘됐네. 바로 갈게.”]
“로비라운지로 와서 전화해.”
강찬은 전화를 끊은 다음, 머리를 털어대는 제라르에게 미쉘이 올 거라고 알려주었다.
“대장. 그냥 방에 있으면 안 됩니까?”
“왜?”
제라르가 미쉘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저어댔다.
“점심으로 불고기 먹고 있어. 어차피 너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었잖아.”
“흐흠.”
이 새끼는 점심 좀 먹으라는데 뭔 동영상에서 얼굴 본 것만큼이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그러지?
“알겠습니다.”
강찬이 빤히 바라보자 제라르가 답을 하고는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좀 있어 봐. 강 이사 좀 만나고 올게.”
“그러십시오.”
강찬은 당장 제라르가 쓸 전화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을 나서면서 다시 미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에 업무용으로 쓰던 것 있어. 차라리 그걸 쓰게 하고 돌아갈 때 받으면 어때?”]
확실히 이런 건 얘만한 애도 없다.
새벽까지 쌓이기만 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강찬은 강철규의 방으로 가서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방안에서 묻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달칵.
이렇게 확인도 안 하고 열 거면서 왜 물어보는지 궁금했다.
“들어가도 돼?”
강철규가 이전보다 조금은 편해진 느낌으로 몸을 비켜섰다.
“어서 오십쇼.”
안으로 들어가자 테이블에 앞에 남일규가 서 있었다.
“안 나가셔도 돼요. 같이 들으시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구요.”
눈치를 살핀 그는 강철규의 고갯짓을 보고서야 자리에 앉았다.
방은 침대에 올려진 이불만 좀 흐트러졌을 뿐이고, 처음 세팅한 단정한 모습 그대로였다.
강찬이 힐끔 둘러봤을 때 TV 선반 옆에 반쯤 마신 물병이 전부였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침은?”
“요원이 알려줘서 함께들 먹었다.”
“커피라도 좀 시켜 마시고 있지.”
“마셔 버릇하지 않아서.”
답을 한 강철규가 무슨 일이냐는 시선으로 강찬을 바라보았다.
“오광택이 위험해졌어.”
고작 한마디 말이었다.
그런데도 강철규의 눈 안쪽에서 날이 선 것이 보였다.
“비무장 팀에서 오광택이 근접 경호와 가족 경호를 좀 맡아줬으면 싶어.”
“적이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정보국 놈들이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게 맞아.”
강철규가 힐끔 남일규를 본 다음 시선을 가져왔다.
“무기는?”
“권총과 대검 정도 준비할 수 있을 거야. 광택이도 호텔에 있으니까 당장 오늘부터라도 부탁해.”
“알았다.”
강철규가 단단하게 답을 한 다음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이번 작전에서 돌아온 전원을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에 넣어줄 수 있겠냐?”
남일규가 빠르게 강찬의 눈치를 살폈다.
“대테러 팀에 김형정이란 분이 있어.”
“알고 있다.”
그렇구나!
김태진 대표와 관계도 있을 거고!
이런 건 길게 끌 게 없는 거다.
“잠깐만.”
강찬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 김형정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강찬 씨.”]
부원장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았다.
“팀장님. 남산 호텔에 있는 비무장 팀 전원이 국가정보원 요원이 되는데 남은 절차가 어떻게 되나요?”
[“이미 원장님 승인이 떨어진 일입니다. 명단만 넘겨주시면 바로 처리됩니다.”]
“그러면 오늘 중으로 권총과 대검, 실탄을 지급해 주실 수 있나요?”
[“비무장 팀 전원에게 말입니까?”]
“제가 경호를 부탁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필요한 무기는 여기 강 이사님과 직접 통화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별도로 오광택에게 전해줄 권총과 탄창도 좀 부탁합니다. 잠시만요.”
강찬은 수화기를 강철규에게 디밀었다.
“요원이 되는 건 명단만 있으면 된대. 무기가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는 건 직접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강철규가 전화기를 받아서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음. 그래. 우리 전원 부탁한다. 무기는……, 여기 부원장님의 지시가 있어서 필요한 거다.”
이 영감에게 이런 센스가?
“우선 권총과 대검 각각 여덟 자루와 실탄이 있으면 되겠다. 그리고 미안한데……, 차량 두 대와 무전기도 필요하다.”
김형정이 받아적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짧은 침묵이 흘렀다.
“임무는 부원장님께 직접 듣는 게 좋겠다. 우리는 그렇게 일하니까.”
무슨 ‘부원장님’씩이나.
등에서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것 같았는데 강철규는 분명 확실하게 두 번이나 ‘님’ 자를 붙였다.
“고맙다. 이따가 보자.”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짧게 고개를 끄덕인 강철규가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눈치를 살피는 남일규의 눈에서 아까는 보이지 않던 생기가 돌고 있었다.
“강찬입니다.”
[“지시하신 일들은 오늘 중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오후에 제가 호텔로 갈까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그건 봐야 알겠어요. 가능하면 이곳에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강철규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광택은 이따가 내가 같이 점심 먹고 이리 데려올게. 경호는 광택이와 의논해서 부탁해.”
“알았다.”
정말이지 이 영감의 ‘알았다’는 한마디가 이렇게나 힘이 될 줄은 몰랐다.
“부원장님.”
남일규가 부른 호칭이었다.
“고맙습니다.”
강찬은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국가를 위해서 일할 기회를 주신 것 말입니다.”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었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과거가 이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걸까?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맹목적으로 국가, 국가를 외칠 수 있는 건가?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려서 강찬은 생각을 털어냈다.
“여보세요?”
[“차니. 로비라운지에 와 있어.”]
“알았다. 바로 갈게.”
강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함께 일어난 강철규를 보았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지킨다.’
솔직히 더럽게 낯 간지러운 순간이었는데, 어떤 놈이 달려든다고 해도 믿을 만한 구석이 하나 생긴 거구나 싶기도 했다.
강찬은 남일규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방을 나섰다.
바쁘다.
방으로 간 강찬은 제라르를 끌고 로비라운지로 내려갔다.
“차니!”
자리에서 일어선 미쉘이 손을 흔들었다.
양복 차림의 제라르를 따라오던 시선들이 미쉘을 발견하곤 날카롭게 변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머리가 왜 그래요?”
“머리? 머리가 뭐 말이오?”
“손질을 했어야죠!”
제라르가 머리를 손으로 툭툭 친 다음 볼을 꿈틀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젤 없어요?”
“첫날이니까 그냥 참은 거지 난 원래 그런 거 바르는 사람이 아니오.”
“그럴 거면 뭐하러 그런 머리를 해요?”
“내가 한다고 했소? 무작정 앉혀놓고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아, 이것들이 정말!
프랑스어라 남들이 못 알아들어 다행이지, 유치찬란해서 더는 들어주기 어려웠다.
탁탁탁.
강찬은 검지와 중지로 탁자를 두드렸다.
“적당히 하고. 점심은 불고기로 부탁해.”
“차니는?”
“난 여기에서 함께 먹을 사람이 있어.”
따끈한 커피가 한잔 생각나기는 했는데 이 표정 불편한 것들과는 술이나 마실까, 당장 커피를 함께 먹고 싶지는 않았다.
“참! 전화번호 입력해 줄게.”
미쉘이 강찬의 전화기를 가져가서 번호를 빠르게 입력해 주었다.
“전화기는?”
“여기.”
강찬이 짧게 설명하자 제라르가 두말하지 않고 전화기를 받아 넣었다.
“출발해.”
“차니, 점심 꼭 먹어. 가요.”
“다녀오겠습니다, 대장.”
짧게 손을 흔들어 준 강찬은 무언가 커다란 숙제를 끝낸 느낌이었다.
이제 다시 올라가서 오광택을 깨워 점심 먹고 강철규에게 인계해 주는 일이 남았다.
원래는 오늘 김형정을 만나고 강대경과 유혜숙에게 갈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서두르는 데까지 서두르고.’
강찬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어쩐지 일이 뒤얽힌 느낌 때문이었다.
띵동. 띵동.
자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오광택은 옷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들어와.”
오광택이 몸을 비켜주는 틈으로 들어간 강찬은 탁자에 앉았다.
“경호는 점심 먹고 강 이사와 의논하기로 했다. 무기는 오후에 김형정 팀장이 가지고 올 거고.”
“고맙다.”
“내가 미안하지.”
오광택이 허탈한 것처럼 웃은 다음에 강찬을 힐끔 보았다.
“제라르란 동생은?”
“프랑스 말 할 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밥 먹으러 갔어.”
강찬의 말과 직접 본 제라르의 반응은 믿을 수 있는데 어제 보았던 그림이 자꾸만 오광택을 흔드는 느낌.
한눈에 보기에도 오광택은 제라르를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얼굴이었다.
“밥 먹자.”
“그래. 뭐 먹을래?”
“우리 이 앞에 백반집 다녀오면 안 되냐?”
강찬은 잠시 답을 하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함께 움직이기는 하겠지만, 굳이 점심을 위해서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어쩌면 오바하는 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상대는 이쪽을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말이다.
“가자. 가서 먹고 오자.”
오광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함께 방을 나서 복도를 걷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전에도 조직끼리 싸울 때는 이런 적 많았다.”
오광택이 엘리베이터 문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앞을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까 무기만 사시미 칼에서 권총으로 바뀐 거더라구.”
오광택이 픽 하고 웃은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땐 너 같은 놈이 없었지. 정말 도석이하고 철범이랑 별 염병을 다 떨어가며 이 자리까지 온 거다.”
오광택이 고개를 돌려 강찬을 보았다.
“나 오광택이다. 죽을 고비 숱해 넘어온 신사동 오광택.”
때앵.
엘리베이터가 라운지에 도착했다고 알렸다.
“혹시 내가 죽더라도…….”
스르륵.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림 속에 있는 새끼는 꼭 해결해 주라.”
말을 마친 오광택이 라운지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