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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여기 살아야겠다.
성남 비행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경이었다.
활주로의 끝에서 커다랗게 머리를 돌린 비행기가 느긋하게 공항 터미널 앞으로 움직였다.
창밖으로 엠블런스와 버스, 승합차와 승용차가 엄청나게 보였다.
치이익.
트랩이 움직인 것을 확인한 대원이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내린 강찬은 뜻밖의 인물이 서 있어서 당황했다.
“부원장. 고생 많았습니다.”
문재현이었다.
그의 뒤로 고건우, 황기현, 그리고 전대극과 김형정이 보였다.
강찬이 고건우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
“고생 많았어요.”
“중위! 차동균!”
“애 많이 썼습니다.”
“소위! 곽철호!”
문재현이 다부지게 관등성명을 대는 대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노고를 치하하고 있었다.
차동균은 고건우와 악수를 나누며 다시금 관등성명을 외쳤다.
“애 많이 썼어요.”
“요원! 최종일!”
이어서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손을 하나씩 잡아준 문재현의 앞으로 강철규가 섰다.
“이번 작전에 보여준 노고에 감사합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을 외면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강철규는 문재현과 손을 잡은 뒤에 고개를 숙여 보이고 지정된 버스로 향했다.
비무장 팀 대원들은 하나같이 감격한 얼굴이었다.
“잠시 대원들을 보고 올게요.”
“그렇게 하십시오.”
김형정에게 말을 전한 강찬은 증평의 특수팀이 탄 버스로 향했다.
“조만간 비무장 팀과 함께 훈련할 생각이니까 푹 쉬어. 무리할 것 없다.”
차동균의 구령에 맞춰 경례를 하는 대원들에게 강찬도 경례로 답을 했다.
미칠 일이다.
대원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모두 가슴에 남는 것이 말이다.
강찬이 버스에서 내렸을 때 오광택이 어쩐지 깡패 냄새가 나는 자세로 고개를 숙이며 문재현과 손을 잡고 있었다.
오광택이 고건우, 황기현과 악수를 나눈 것으로 기본적인 인사가 모두 끝났다.
“부원장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비무장 팀이 남산 호텔에 묵기로 해서 일단 함께 움직이고 싶습니다.”
“그렇기도 하군요. 부원장. 대한민국 요원들의 한을 풀어주어서 고맙습니다.”
문재현이 다시 한 번 강찬의 손을 잡고는 몸을 움직였다.
전대극은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문재현, 고건우와 함께 승용차가 서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비행기에서 중상인 환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증평의 대원들 전원에게 일 계급 특진이 내렸습니다. 진급명령서가 내일 중으로 내려갈 겁니다.”
황기현이 부상자가 내리는 곳에서 시선을 돌려 강찬에게 말을 건넸다.
“상의했으면 싶은 것이 많습니다. 시간 되는 대로 김 팀장에게 연락 부탁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황기현이 움직이자 김형정이 곧바로 다가왔다.
“부모님이 이사하셨습니다. 집 주소는 문자로 넣어 놓겠습니다.”
강찬은 눈만 깜박였다.
속썩이는 아들이 밖에 나갔을 때 도망가듯 이사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제라르란 분 여권을 주셨으면 합니다. 입국 처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아, 예.”
강찬은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제라르에게 여권을 달라고 했다.
“그럼 저는 일단 호텔에 가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김형정과 헤어진 강찬은 제라르와 함께 버스에 올랐다. 편한 옷들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건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야, 씨발! 오광택이 인생 꽃핀다, 꽃 펴! 대통령 손을 다 잡아보고. 말이 좋아 대통령이지 대한민국 오야붕 아니냐?”
오광택의 말에 놀란 것처럼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는 어디서 묵냐?”
“남산 호텔.”
“뭐?”
“남산 호텔 예약했어. 당장 헤어지기도 그렇고, 오늘은 쉬고 내일 의논할 것들이 있어서 며칠 그곳에 있으려고.”
오광택이 기가 찬 듯 웃었다.
하긴 놈이 지분까지 가지고 있는 호텔을 가는 거니 감회가 새로울 수도 있을 거다.
“저녁에 집에 가도 되냐?”
“그건 맘대로 해. 이번 일 입조심 하는 거 잊지 말고.”
“알았다. CCTV 찾으려면 도석이도 들여다봐야 하니까 난 밤에라도 움직일지 모른다.”
버스 안에는 묘한 흥분이 맴돌았다.
문재현이 직접 나와서 마중하고, 호텔에서 묵을 정도로 대접받는다는 사실이 비무장 팀 대원들을 자극하는 모양이었다.
“제라르. 많이 피곤해?”
“괜찮습니다.”
“그럼 옷 좀 사고, 저녁 같이 먹자.”
“알겠습니다.”
제라르를 강대경과 유혜숙에게 소개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왕이면 깔끔한 모습이었으면 싶었다.
눈빛. 다부진 체형, 그리고 특유의 독기 때문에 첫인상이 나빠지는 것도 싫었고, 그 외에도 모처럼 사회에 나온 제라르에게 뭔가 하나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강찬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강철규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감이 나이를 먹었으면 좀 깨끗하게 입고 다니던가.
시골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에……, 나오는 노인네의 몰골을 해가지고!
아직 아슬아슬하게 퇴근 시간 전이라 길이 그렇게 많이 막히지는 않았다.
강찬은 먼저 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차니?”]
“응, 난데 혹시 저녁에 시간 돼?”
[“갑자기 어쩐 일이야? 선물 주려고?”]
“뭐?”
[“생일 선물. 그럼 나 마음의 준비 좀 하려고.”]
아무래도 전화를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이만큼 편하게 부탁할 사람도 없었다.
“그런 게 아니라 프랑스에서 정말 좋아하던…….”
강찬은 슬쩍 제라르를 보았다.
“후배가 왔는데 당장 양복과 셔츠, 구두와 편한 옷들 좀 사주고, 머리 손질도 좀 부탁하려고. 그리고 같이 저녁 먹을까 해서.”
[“그런 건 내가 전문이지. 알았어. 차니가 부탁하는 거니까 노틀담의 꼽추를 데려와도 세련되게 만들어 줄게. 그런데 우리 같이 저녁 먹어?”]
“그러려고. 한 시간쯤 뒤에 남산 호텔로 와 줄 수 있어?”
[“알았어, 차니.”]
미쉘이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제라르.”
“Oui."
강찬은 미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전생의 일과 외인부대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알렸다.
“알겠습니다.”
제라르가 웃으며 답을 했다.
1시간쯤 걸려서 호텔에 도착했는데 미쉘은 이미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비무장 팀 대원들의 방을 배정하는 동안, 강찬은 제라르와 미쉘을 인사시켰다.
셋이 있는 거니까 당연히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지금 바로 가서 머리부터 손질하고, 양복이랑 편하게 입을 옷을 좀 부탁해. 부모님께 인사시키고 당분간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낼지 모르니까 여분의 옷도 충분히 준비해 주고.”
“준비 다 되면 전화할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고. 여차하면 오늘은 셋이서 분위기 좋은데 가서 좀 놀자.”
“알았어. 그럼 끝날 때쯤 전화할게.”
미쉘이 빠른 프랑스어로 제라르에게 나가자고 말을 건넸다.
미쉘과 나눈 프랑스말을 제라르가 모를 리 없다.
“이따가 뵙죠.”
제라르가 눈인사와 함께 말을 건네고 미쉘을 따라 현관을 나섰다.
우선 방에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뷔페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강찬은 요원을 불러 강철규의 방을 확인했다.
딩동. 딩동
벨을 누르자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 후에 바로 문이 열렸다.
달칵.
문을 연 강철규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잠깐 나랑 나갈 수 있어?”
“지금 말이냐?”
강찬은 답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멍청한 짓을 하는 건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대로 나가면 되냐?”
강철규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다음에 질문을 던졌다.
“나와.”
무언가를 가져가고 싶었던지 뒤를 돌아보았던 강쳘규가 그대로 강찬을 따라 나섰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강찬이 돌아설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였다.
오래 입어서 무릎이 나온 면바지다.
그래서 전체 길이가 짧아진 것처럼 신발 위로 올라온 면바지.
천이 낡아서 해진 면티.
10년은 훨씬 더 되었을 것 같은 ‘월드컵’ 운동화.
어디를 가는지 묻지도 않고 강철규는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른 강찬의 곁에 얌전히 서 있었다.
세상에서 꼽아도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전투 능력이 뛰어난 남자,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태어났다면 영웅 소리를 들으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지 모를 남자가 초라한 꼴로 강찬의 곁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없어서 둘만 탔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엘리베이터 내부에 둘의 모습이 고스란히 비쳤다.
편한 복장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강찬이 입은 옷도 오랜 비행에 쪼글쪼글해져서 두 사람의 꼴은 비슷했다.
때앵.
1층에 내리자 요원 두 명이 빠르게 다가왔다.
“잠깐 나갔다 올 거니까 우리 둘은 저녁 인원에서 빼. 위에 대원들에게 그렇게 알려주고.”
“알겠습니다.”
강찬은 곧바로 현관으로 나섰다.
뒤편에서 요원이 빠르게 무전을 하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목적지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입으로 장소를 뱉으면 도저히 거기까지 갈 자신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현관을 나서자 곧바로 검은색 승용차가 앞에 서더니 요원 한 명이 뒷문을 열었다.
“타.”
강찬은 고갯짓을 하고 조수석 뒤에 올라탔다.
강철규가 트렁크 쪽으로 돌아서 강찬의 옆에 탔고, 문을 열어준 요원이 조수석에 올랐다.
“강남에서 제일 비싼 옷 파는 백화점으로 가 줘.”
운전석의 요원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로 차가 출발했다.
한남대교를 건너 압구정동으로 가는 동안 승용차 안의 분위기는 어색함과 무거움을 있는 대로 뭉쳐서 우겨놓은 것 같았다.
퇴근 시간이다.
길이 엄청 막혀서 그 짧은 거리를 가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어둠이 완전히 깔리지 않았는데도 백화점 건물이 화려한 조명으로 주변을 대낮처럼 밝게 만들고 있었다.
강찬이 내리고, 강쳘규가 몸을 움직여 인도 쪽 뒷문으로 내렸으며, 조수석의 요원이 빠르게 내려 강찬의 곁에 대기했다.
강찬은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멈칫했던 강철규가 말없이 강찬의 뒤를 따랐다.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강찬과 강철규, 두 사람은 백화점에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로 무작정 올라갔다.
마침 2층에 남성복을 판매하는 매장이 있었다.
강찬은 소위 명품이라는 캐쥬얼 브랜드 매장으로 들어섰다.
요원이 입구에 섰고, 강철규가 쭈뼛거리며 들어섰다.
죄지은 거 없다.
대한민국을 위해서 지금껏 싸우다 이 꼴이 된 거다.
먼저 죽은 부인이나 아들에게는 미안할지 모르지만, 이 빌어먹을 매장에서 기죽을 일 없는 사람인 거다.
점원이 분위기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강찬과 강철규를 보았고, 다시 입구에 선 요원도 살폈다.
“이 분 옷을 살 거거든요. 편하게 입을 옷 몇 가지 골라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님?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강철규가 강찬을 바라보았다.
“그냥 사. 이번에 도와준 거 고마워서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그런 옷 입고 있는 걸 내가 보기 싫어서라고 생각해도 좋으니까 그냥 사.”
안쪽에서 옷을 든 점원이 빠르게 눈치를 살피는 앞이다.
강찬과 강철규가 서로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로 노려보고 있었다.
“이게 네가 원하는 거냐?”
이번에는 강찬이 대답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이런 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이 영감은 그냥 놔두는 게 좋았을지 모른다.
그냥 힘들 때 적당하게 불러서 이리저리 써먹다가 모른 척하고…….
“혹시 이게 죽은 내 아들이 원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
그때 강철규가 뜻밖의 말을 하고는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멍했다.
“이 안에서 이걸 한번 입어보세요.”
강철규에게 베이지색 바지와 하늘색 셔츠를 건네준 직원이 유리가 달린 문을 닫고는 또 눈치를 살폈다.
잠시 뒤에 문이 열렸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몸짓으로 강철규가 나왔다.
“좋으네요. 다른 건 없나요?”
“예?”
“다른 거 없냐구요?”
“아, 예. 그럼…….”
새 옷을 입은 강철규가 강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눈에 담긴 뜻이 고스란히 강찬에게 전달되었다.
너는? 이 옷 말고 네 것을 사면 어떻겠냐?
가진 게 없어서, 손에 쥔 것이 없어서 저 녀석의 옷도 골라달라는 말을 못하는 늙은 아버지의 마음이 그 눈에 가득 차 있었다.
왜 그러는데?
차라리 옛날처럼 뻔뻔하고 악독한 눈으로 새 옷을 욕심내지 않고 왜 정말 아버지 같은 눈을 하는 건데?
“이걸 입어보세요.”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입어 봐. 나도 살게.”
그리고 전혀 강찬답지 않은 답을 했다.
어색한 얼굴로 강철규가 다시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갔다.
잠시 뒤에 문이 또 열렸다.
이번엔 조금 더 적응한 얼굴로,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얼굴로 강철규가 나왔다.
“이건 입고 갈 테니까 아까 입었던 것과 벗어놓은 옷 같이 싸 주세요.”
“예?”
강찬이 시선을 돌리자 직원이 빠르게 “예.” 하고 움직였다.
“나는 집에 좀 있으니까 저쪽에 가서 양복 살게.”
강찬은 턱없이 변명 같은 말도 늘어놓았다.
“저…….”
직원이 쇼핑백을 들고 어색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강찬이 넘겨주는 카드를 들고 빠르게 계산대로 움직였다.
“손님. 여기 사인 부탁드립니다.”
강찬이 사인을 했고, 잠시 후 기계에서 ‘찌지직. 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영수증이 올라왔다.
바지 두 벌과 셔츠 하나, 면티 하나에 217만 원이면 제법 나왔다.
강찬은 오광택이 그토록 좋아하던 양복 매장으로 들어가 각각 입을 양복 한 벌과 셔츠 두 장씩을 샀다.
다음은 구두와 벨트다.
가격을 눈치챘을 텐데도 강철규는 전혀 말이 없었다.
강철규가 양복과 셔츠를 입겠다고 해서 말리지 않았다.
둘이서 같은 브랜드의 양복과 셔츠, 구두와 벨트 차림으로 백화점을 나선 것은 한 시간쯤 지난 시간이었다.
“배고파.”
강찬이 혼잣말처럼 말을 냈고,
“밥 먹자.”
강철규가 허공에 하는 것처럼 답을 했다.
요원에게 부탁해서 근처의 고깃집으로 향했다.
말끔하게 빼입고 궁궐처럼 요란하게 생긴 고깃집으로 들어서서 불고기를 시켰다.
여직원이 국물이 흥건한 고기를 둥그런 판에 올려주었고, 반찬과 밥이 나왔다.
강찬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다리자 강철규가 숟가락을 먼저 들었다.
달각. 달그락.
둘만 앉아서는 처음 하는 식사다.
이전에도 이렇게 앉아 단둘이 밥을 먹은 기억은 없었다.
밥을 몇 수저 먹은 강철규가 어느 순간부터 밥과 반찬에서 시선을 들지 못했다.
강찬은 젓가락을 움직여 고기를 한 움큼 집은 다음 강철규의 밥에 올려주었다.
멈칫.
강철규가 젓가락을 든 손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기를 굽는 숯불 때문인지, 오늘 피곤해서 그런지,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버지라고는 아직 못 불러.”
“괜찮다.”
엉뚱한 말을 건넸는데 황당한 대꾸가 날아왔다.
“존댓말은 노력해 볼게.”
강철규가 붉어진 눈으로 웃었다.
“리비아 일 나서 준 거 고마워.”
‘뭐가?’ 하는 것처럼 강철규가 강찬을 보았다.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 갑자기 떠올랐어.”
피식.
강찬은 저 웃음이 별로 기분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고맙다.”
“뭐가?”
“옷과 밥 사준 거.”
피식.
강찬이 웃자 강철규가 숟가락으로 강찬이 올려준 고기를 모두 떠서 입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