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99화 (299/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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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대가리를 잡아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강찬과 강철규가 가장 앞에 섰고, 그 뒤로 최종일, 곽철호, 남일규와 양동식이 받친 형태로 섰다.

퍼어엉!

뒤늦게 폭발이 일어나면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화끈한 불꽃, 이어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직접 나설 거냐?”

강철규의 나직한 음성이었다.

강찬이 흘깃 시선을 주었을 때 그는 앞을 보고 있었다.

“네가 온다는 무전 한 마디에 대원들의 눈빛과 사기가 완전히 바뀌더구나. 이들에게 넌 이미 넘을 수 없는 선이 되었고, 언제고 의지할 벽이 되었다.”

이 영감이 갑자기 왜 이렇게 나오지?

강철규가 강찬을 보면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왜?”

“보기 좋았다. 미국의 요원을 수하 부리듯 하고, 이렇게 적국에 들어와 당당하게 응징을 가하는 모습이. 내가 그리던 지휘자의 모습이었다.”

아직 어색한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서 강찬은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더 큰 적을 상대해. 평생을 비무장 지대의 숲에 갇혀 산 나처럼 나이 들지 말고.”

“그랬다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료를 잃으면?”

생각하고 있던 질문이 아니라 문득 나온 대꾸였다.

“괜찮다면 내가 맡겠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오늘 수준을 지켜주마. 그래도 된다면…….”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강철규도 강찬을 똑바로 보았다.

“궁금하다. 정말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왜 나를 이렇게까지 대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피식.

강찬은 웃고 말았다.

여기에서 무슨 말을 더 말하겠나.

퍼어엉! 퍼엉!

이제 마지막이라는 것처럼 화끈한 폭발이 있었다.

“구경은 역시 불구경이야!”

뒤쪽에서 양동식의 감탄이 들렸다.

부상자를 생각해서라도 돌아갈 시간이었다.

강찬이 몸을 돌리자, 강철규와 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

촤자자자작! 찰칵! 찰칵! 촤자작! 촤자자작!

통상의 담화문 발표와는 완벽하게 다른 모습으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특히나 외신 기자의 수가 엄청나서 국내 기자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는 동안 단상에 도착한 문재현이 기자들을 둘러본 후에 프롬프트로 시선을 주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통령 문재현입니다.”

촤자자작! 촤자작! 촤자자자자작!

“담화발표에 앞서 몇 가지 중대한 발표를 먼저 하겠습니다.”

기자들이 녹음기를 옆에 둔 채로 빠르게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렸다.

통상 담화 발표는 전문을 미리 기자들에게 전해주는데 이번은 어쩐 일인지 내용을 눈치채기조차 어려웠다.

“먼저 일본과의 협약내용을 알려드립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요구하는 해저터널 공사를 승인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촤자자자자자자! 촤자자자! 촤자자자자자!

플래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나오는 바람에 잠시 틈이 있었다.

“일본 정부는 독도의 우리 영토 인정과 동해표기, 침략전쟁의 인정과 사과, 그에 따른 배상을 약속하였고, 그와 별도로 우리의 국가 채무 376조 원을 채권 형태로 매입하여 완전 소각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촤자자자작! 촤자자자자작! 촤자자자작!

플래시 소리에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뒤엉켰다.

“또한, 해저터널을 이용한 화물 이용료를 별도로 징수함으로써 막대한 수입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앞으로 대학까지를 의무교육으로 지정하여 학비와 식비, 교복 등, 교육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전액 국가에서 지급할 예정이며, 만약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직업교육을 원하는 경우는 그 해당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기자들의 웅성거림이 TV에서 들릴 만큼 커졌다.

“앞으로 4대 중증 질환은 국가가 의료비를 전액 부담합니다.”

외국 기자들이 연신 통역을 붙들고 내용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었다.

***

“저게 말이 되는 거야?”

터미널에서 회사원 복장의 남자가 혼잣말을 중얼거릴 정도로 충격적인 발표였다.

“러시아와의 협약입니다.”

“러시아?”

회사원은 아예 넋이 나간 표정으로 TV를 들여다보았다.

“러시아와 원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은 산유국과 동등한 지위를 확보하였으며, 저렴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주식을 샀어야 하는데……!”

회사원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릴 때였다.

“중국과의 협약입니다.”

“또?”

문재현의 발표에 회사원과 중년 남자가 똑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중국과 우리 정부는 1조 달러에 해당하는 통화스와프를 체결하였습니다. 또한, 경제와 안보에서 긴밀히 협조하기로 하였으며, 그 첫 번째 이행으로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국경 침범의 중대 범죄로 간주하여, 앞으로 불법어업이 근절될 때까지 군이 곧바로 포격하여 격침하는 데 합의하였습니다.”

“말도 안 돼!”

회사원은 플래시를 받아 아예 하얗게 보이는 문재현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발표는 계속 이어졌다.

프랑스, 영국과의 차세대 에너지 발전시설의 설립 합의, 그에 따라 프랑스에 보관 중이던 한국 문화재의 영구반환한다는 내용이었다.

듣던 사람들의 맥이 쭉 빠질 만큼 엄청난 발표가 이어진 다음이었다.

“이에 따라 국적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이중국적자가 부당한 혜택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며, 외국에 자금을 빼돌린 개인과 법인을 엄중히 색출할 것이며, 횡령 배임 등의 경제범죄와 일부 부유층의 반사회적 범죄들을 법이 규정하는 대로 반드시 처벌할 것입니다.”

문재현은 지금까지와 다른 내용을 연달아 쏟아냈다.

“또한,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회피한 자를 반드시 엄벌하여 정직한 국민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문재현이 프롬프터에서 시선을 들어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늘의 이 발표를 할 수 있도록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묵묵하게 임무를 수행한 우리의 이름없는 영웅들과 맡은 자리에 최선을 다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촤자자자자작! 촤자자작! 촤자자자자자자작!

질문을 하고 싶은 기자들의 외침이 발표회장을 가득 채웠다.

***

한국이 느닷없는 발표로 들썩거리는 것과는 정반대로 센트럴 호텔 7층은 조용했다.

아테네 공항에서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옮겼고, 다른 대원들은 모두 호텔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강찬 역시 깊은 잠에 빠졌다.

김형정에게 간단하게 내용을 전했고, 프랑스 요원들과 함께 우리 요원들이 돌아가며 경계를 선 덕분에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

작전에 나섰다가 멀쩡한 몸으로 돌아온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른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그런데 전화기가 강찬을 도와주지 않았다.

강찬은 잠을 털어내며 전화기를 보았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탁자 아래의 서랍이 스피커 역할을 한 모양인지 소리가 엄청나게 우렁찼다.

“여보세요?”

[“대장. 제라르입니다.”]

퍼뜩!

강찬의 머리와 눈가에 도사리던 잠이 제라르란 한 마디에 삽시간에 사라졌다.

“무슨 일이야? 어디야?”

강찬은 상체를 일으킨 다음, 침대 옆으로 다리를 내리며 앉았다.

[“휴가받았습니다.”]

“뭐?”

[“휴가라구요! 지금 한국으로 갈 예정입니다!”]

강찬은 전화기를 들여다보고는 다시 귀로 가져갔다.

“콩고는?”

[“어제 싹 끝났습니다.”]

“그래서 지금 어딘데?”

[“프랑스지요.”]

강찬은 먼저 헛웃음이 나왔다.

“여기 아테네다.”

[“예?”]

이번엔 제라르가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여기 아테네라구!”

[“뭡니까? 거긴 또 왜요? 하마터면 한국에 혼자 있다가 올 뻔했습니다.”]

“긴말 하지 말고 올 수 있으면 이리 와.”

[“알겠습니다. 비행편 바꿔보고 전화드리죠. 이거 손해가 크겠는데요.”]

뜻밖의 전화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전화를 다시 한다니까 당장 자기도 그렇고.

강찬은 머리를 한번 털어낸 다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편안한 운동복 바지에 면티 차림이었다.

복도 안쪽에 있던 프랑스 요원과 한국 요원이 동시에 강찬을 바라보았다.

모처럼 편안한 시간이다.

실내화를 직직 끌면서 강찬은 회의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머그잔에 봉지 커피를 두 봉 타서 다시 방으로 움직였다.

“가져다 달라고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한국 요원이 웃으며 건넨 말이었다.

“한잔 타 줘?”

“아닙니다.”

요원과 둘이 장난처럼 웃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문을 닫은 다음 이번엔 커튼을 열었다.

촤르륵! 화악!

눈을 파고든 강렬한 햇볕이 삽시간에 방에 있던 어둠을 쫓아냈다.

탁자에 앉은 강찬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담배를 집었다.

찰칵.

“후우!”

이 새끼가 휴가를 온다고?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올 만큼 반가웠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기다리던 전화다.

번호를 확인한 강찬은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알루?”

[“제라르입니다. 한 시간 뒤에 출발입니다.”]

“아테네에 있는 센트럴 호텔이다.”

[“어? 공항에 안 나와줍니까?”]

말을 마친 제라르가 모처럼 밝게 웃었다. 들뜬 기분이 웃음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6시간쯤 뒤에 도착할 겁니다.”]

“알았다.”

전화를 끊은 강찬은 재떨이에 담배를 껐다.

서양놈들은 하여간 이런 휴가 하나는 알차게 챙긴다.

특수 작전만 아니라면 휴가를 억지로 반납하지 않아도 되는 것만은 배울만했다.

반가운 소식을 들었고, 커피 마셨고, 담배도 피웠으니까 이제 다시 기분 좋게 잠을…….

똑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강찬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문이 열렸다.

오광택이었다.

“회의실 들렀는데 너 방금 다녀갔다고 해서.”

“이리 와, 앉아.”

이리저리 짓눌린 머리에 핏발이 곤두선 오광택이 강찬의 맞은 편 탁자에 앉았다.

“이런, 이 씨……! 커피를 두고 왔네!”

“거기 잔 줘 봐. 일단 나눠마시고 모자라면 한잔 더 타오자.”

강찬은 오광택이 집어 든 잔에 커피를 나눠 따르고 창문을 반쯤 열었다.

속이 후련한 바람이 훅 달려들었다.

“담배 줘?”

이런 게 바로 답이 필요없는 질문이다.

강찬이 건넨 담배를 입에 문 오광택이 라이터를 얼른 집어 들었다.

찰칵.

둘이서 차례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잠이 안 와?”

“그러네.”

오광택이 머리를 쓸어가며 말을 이었다.

“나름 거칠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겪은 일들을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강찬을 힐끔 본 오광택이 바람 빠지는 것처럼 웃었다.

“아후, 씨발! 어디 무서워서 살겠냐!”

“퍽두 무서워하겠다!”

오광택은 지금의 제 모습이 기막힌 모양이었다.

“무서운 새끼! 어디서 이런 괴물들만 드글드글 긁어모아 가지고. 그리고 날 그 한가운데 던져 놔?”

“그건 미안하다.”

“지랄 하지마, 이 새끼야!”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것처럼 오광택의 표정과 음성이 좀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몽골에서 어지간히 봤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같은 전투는 상상도 못 했었다. 너랑 이렇게 있으니까 그나마 마음이 풀린다.”

강찬은 잠자코 들어주었다.

하긴 몽골이라면 동생들과 털어냈을 텐데 이곳에선 강찬 말고 쉽게 속을 터놓을 사람이 없는 거다.

“야! 그런데 너 지금까지 이 지랄하고 살았던 거냐? 하아! 너두 존나리 불쌍한 인생이다.”

욕을 뱉을수록 오광택의 표정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건 좋다.

그런데 또 그만큼 목청도 커지고 있어서 옆방에서 자고 있을 사람이 걱정됐다.

한 시간쯤 둘이서, 아니 오광택이 커다란 음성으로 수다를 떨어댄 다음이었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최종일이 들어섰다.

“식사 안 하십니까?”

“어? 자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대충 다 일어났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먹지.”

강찬은 오광택과 함께 회의실로 움직였다.

자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가 모여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이 중 절반은 오광택이 깨웠을 거다.

적당히 점심을 먹은 후에 오광택이 한결 편해진 얼굴로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잠에 빠져들 눈을 하고 말이다.

강찬이 방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앉았을 때였다.

커피를 든 최종일과 곽철호가 방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서너 시간 뒤쯤이면 제라르가 도착할 예정이어서 잠을 자기도 그런 참이다.

이 조합은 또 나름대로 유익하기도 했다.

우선 최종일에게서 국가정보원에 보고하며 들었던 문재현의 발표와 반응에 대해 제법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걸 전부 한꺼번에 발표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언론에서는 조만간 재벌과 고위관리, 그리고 국회의원에 이르는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답니다.”

강찬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문재현과 황기현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한 사람들이었다.

‘빨리 강해져라!’

강찬은 내심 기쁜 마음도 들었다.

대한민국이 강해지면 슬쩍 빠질 길도 생길 거다.

차세대 발전 시설 시작하고, 유라시아 착공하면 이렇게 여기저기 뛰어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되면 석강호와 휴가도 갈 수 있을지 모른다.

“박 대령님이 의식을 회복하셨답니다.”

그때 곽철호의 말이 강찬의 생각을 깨웠다.

“박철수 대령님 말입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고, 어깨에 놓였던 짐들이 알아서 하나씩 등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어쭙잖은 수작을 부린 셔먼 놈과 어제 작전에서 트럭을 타고 빠져나간 놈이 누군지 등의 정신 사나운 일들이 남았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말이 잠시 중단된 다음이었다.

“아! 조금 뒤에 제라르가 이리 오기로 했어.”

강찬은 두 사람에게 제라르의 이야기를 던졌다.

사람 정이 참 무섭다.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최종일과 곽철호가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반가운 기색을 띠었다.

시커먼 남자 셋이서 운동복 바지와 면티 차림으로 앉아서 3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었다.

그동안 커피를 두 번 더 탔고, 담배 한 갑이 모조리 꽁초가 되어서 재떨이에 처박혔다.

증평의 인원을 보강하는 문제에 대해서 의논할 때였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강찬의 전화가 울렸다.

“어디냐?”

[“호텔 로비입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거기 있어. 바로 갈게.”

강찬은 운동복 상의를 꺼내 입은 다음, 운동화를 신고 방을 나섰다.

최종일과 곽철호가 비상구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프랑스 요원에게 로비에서 데려올 사람이 있다고 알렸을 때였다.

요원이 자신이 직접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CCTV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강찬은 그러라고 하고 제라르에게 전화로 내용을 알려주었다.

“프런트에 있어.”

[“알겠습니다, 대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떠드는 바람에 시끄러웠던 모양이다.

오광택이 눈을 비비며 방을 나왔다.

“어? 잠 깨웠냐?”

“무슨 일인데 그래?”

“프랑스에서 누가 오는데 기다리느라고 그랬다.”

오광택이 입을 찢을 것처럼 하품해대면서도 이번엔 어떤 괴물인지 보고 들어가겠다는 얼굴로 강찬의 옆에 서 있었다.

끼이익.

비상구가 열리며 선글라스를 낀 제라르가 복도로 들어섰다.

“대장!”

“오느라고 고생했다!”

반갑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사복을 입고 만나니까 그만큼 특별한 느낌도 들었다.

강찬의 손을 잡고 기분 좋게 어깨를 부딪친 제라르가 시선을 돌렸다.

“꽉! 초이!”

그리고 최종일 곽철호와 함께 반갑게 인사할 때였다.

“어……?”

오광택이 놀란 눈으로 제라르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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