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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이걸로 끝내자고?
근접전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진다.
2층 건물 옥상에서 바로 옆 건물 현관 앞을 달리는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정도의 상황인 거다.
막말로 바로 눈 아래에서 뛰어가는 적이다.
생각하기에는 방아쇠 몇 번 당기면 맞출 것 같은데 실전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내가 노리는 적 말고 또 다른 적이 내 머리를 노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총소리와 함께 코를 가린 벽이 터져나갈 때의 섬뜩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나?
막말로 손가락 하나만큼만 위로 날았어도 이마 한가운데를 뚫려 죽은 거다.
재빨리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 다음, 곧바로 고개를 처박아야 산다. 또 다른 적이 나를 겨누고 방아쇠를 제대로 당기기 전에.
특수팀과 일반 정규군의 차이는 거기에서 갈린다.
혹독한 훈련을 이가 갈릴 정도로 반복하고, 거기에 한없이 자존심을 긁는 것이 바로 특수팀 훈련이다.
그리고 그 훈련을 모두 견뎌내고 나면, 소름 돋을 정도의 자부심을 심어준다.
그래서 특수팀은 언제고 포기할 기회를 준다.
“자신 없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손을 듭니다!”
심지어 훈련소에서 특전사에 선발된 훈련병들에게도 마지막에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서 손을 들면 그냥 소위 ‘일빵빵’이 된다.
일반병의 훈련에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증평의 특수팀은 공수부대와 606에서도 날고 기던 대원들이 지원해서 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팀이다.
그런 그들이 C4를 들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선배들을 지켜보아야 한다.
이런 선배들이 있다는 고맙고, 자랑스럽고, 또 피가 바글바글 끓어오를 정도로 미안하고, 분통 터지는 심정이었다.
반면에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비무장팀 대원들은 그런 증평 특수팀 대원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꼈다.
그래서 당장 사격 명령이 아니라, 돌격 명령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묘한 흥분이 대원들 틈을 맴돌았다.
컴컴한 어둠과 묵직한 침묵 속에서 모두가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강철규는 입을 꾹 다물고 매서운 눈으로 적진을 살피기만 했다.
뭐지? 왜 그러지?
증평의 대원들과 비무장 팀 대원들이 강철규를 힐끔거렸다.
“저격수가 있나?”
한참의 침묵 뒤에 강철규가 던진 질문이었다.
“위쪽에 한 명 있습니다.”
곽철호가 빠르게 답을 했다.
무슨 일 때문에 이러시지?
아직 곽철호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치잇. “구조물 앞에 나무들이 보일 거다.”
곽철호를 시작으로 대원들 전체가 빠르게 시선을 움직여 강철규가 말한 나무들을 살폈다.
“바람이 불지 않는 순간에도 움직임이 있었다. 적이 최후의 순간에 대비해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
뭐가 어떤 때 움직였다고?
밤이다.
곽철호가 야간투시경을 내려 살폈는데도 당장 의심할 부분이 보이지는 않았다.
분명 강철규는 야간투시경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비무장왕이 확신을 가지고 알려준 내용이어서, 당장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C4로 자폭하고 길을 뚫었더라도 들어가는 순간 전멸당할 뻔했다.
치잇. “양동식. 대원 10명과 따로 들어간다. 준비 끝나면 알리도록.”
치잇. “알겠습니다.”
무전을 마친 강철규가 구조물 앞을 보며 피식 웃었다.
“비무장 지대에서 워낙 겪었던 일이라 보았던 거요. 그렇더라도 위장한 것이 예사 솜씨가 아닌데?”
곽철호는 다시 한 번 구조물 앞에 있는 허리 높이의 잡목들을 예리하게 살폈다.
“저격수가 노리면 어떻습니까?”
“흠.”
강철규가 나직하게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당장 저격수가 두 명은 더 있어야 할 거요. 구조물 사이에 숨겨놓은 적이 더 있는지도 모르고. 자칫하면 저놈들을 상대하다가 시간을 다 허비하게 되니까.”
“그렇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선배님들이……?”
“비무장 지대에서 이런 임무를 했던 대원들이요. 믿어도 될 거요.”
“예.”
답을 한 곽철호는 무심코 양동식이 있는 위편으로 시선을 두었다.
도대체 이런 경험과 실력을 가진 대한민국의 자원들이 왜 폐물이 되어 처박혀 있었던 거지?
“저격수가 두 명쯤은 더 있어야 하는데.”
강철규가 토해낸 아쉬움을 들으며 곽철호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남일규와 양동식의 팀을 지원할 저격수가 필요한 거였다.
그때였다.
치잇. “뒤편에서 차량이 다가옵니다.”
윤상기의 무전이 들렸다.
강철규와 곽철호가 시선을 돌린 곳에서 트럭의 불빛이 흔들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격수가 해결됐군.”
강철규의 혼잣말이 떨어진 직후다.
치잇. “강찬이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무전이 들려왔다.
강철규와 남일규, 양동식은 물론이고, 비무장팀 대원들이 신기한 눈으로 증평의 특수팀 대원들을 살폈다.
강찬의 무전이 들린 순간부터 표정은 물론이고, 풍기는 기운마저 완벽하게 바뀌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바로 들어가도 되겠는데?”
강철규가 다시금 혼잣말을 중얼거릴 때 트럭이 멈춰 서고 강찬과 대원들이 다가왔다.
피식.
강철규가 확실하게 웃었다.
당당하게 걸어오는 강찬을 보면서 말이다.
철컥! 철컥! 자박! 자박!
강찬은 슬쩍 장소를 둘러본 다음에 이두희와 대원 셋을 위쪽으로 향하게 했다.
강철규가 슬쩍 비켜난 곳으로 다가온 강찬이 건너편의 적을 바라보았다.
“구조물 앞에 보이는 허리 높이의 잡목이 보이지?”
“위장이네?”
“그것 때문에 고민 중이었다.”
곽철호만큼이나 남일규 역시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어떻게 저걸 한눈에 알아보는 거지?
이제 겨우 마빡에 피가 굳을 나이인데?
아직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오광택은 아예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저격수가 있나?”
“위쪽에 보냈어.”
“그렇다면 저격수가 둘이다. 너와 나까지 저놈들을 잡고 우리 애들을 들여보내면 되겠다.”
강찬과 강철규가 동시에 피식 웃었다.
지금 저놈들은 이쪽의 분위기나 낌새가 이상해도 움직이지 못한다.
한마디로 미치고 팔짝 뛸 심정인 거다.
강찬은 헬멧의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치잇. “강찬이다. 저격수는 오른쪽 구조물 근처에 있는 적부터 잡는다. 침투조는 사격이 시작된 이후, 각자 판단해서 움직인다. 남는 대원은 20미리 기관총을 뺏기지 않도록 엄호.”
무전 한 번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곽철호, 오광택과 눈인사를 한 최종일이 대원들과 자세를 잡았다.
철컥! 철커덕!
강찬이 탄창을 확인한 후에 노리쇠를 거칠게 당겼다.
이보다 더 확실한 공격 명령이 있을까 싶을 만큼 강력한 느낌이었다.
철컥! 철컥! 철커덕! 철컥!
강찬이 소총을 겨눈 것을 시작으로 강철규와 대원들 전체가 소총을 겨눴다.
곽철호는 그때 처음으로 정면에 보이는 구조물의 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바람 한 점 없는데…….
푸슝!
강찬의 소총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캄캄한 밤에 흰색의 빛이 기다랗게 선을 그렸다.
털썩.
그리고 빛이 꽂힌 나무가 옆으로 쓰러지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푸슝! 푸슝! 푸슝! 부슈웅! 푸슝! 부슈웅! 부슝!
망설일 게 없는 거다.
일제 사격이었다.
뒤늦게 위장했던 적 한 명이 사격을 해보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강찬과 강철규, 저격수 둘이 눈에 보이는 나무를 모두 쓰러트렸다.
증평의 대원들과 요원 합해서 스물에 백전노장들이 가세했고, 전직 깡패 하나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아까처럼 반항해보려고 고개를 들던 적의 머리가 사정없이 뒤로 날아갔다.
“끄아악!”
터져버린 정수리를 움켜쥐고 몸부림치는 적도 나왔다.
꽈아앙! 콰앙!
삽시간에 펜스 한구석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콰으응. 콰응!
반대편 펜스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울려 나왔다.
투두둑! 투둑!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적의 반격도 있었다.
대가리를 처박은 상태로.
잠시 후, 구조물 안쪽에서 소총의 불빛이 번쩍였다.
침투한 남일규와 양동식 팀이 중간에 은폐한 적들을 사살하는 모양이었다.
일방적인 사격이 진행된 지 5분쯤 지나서였다.
치잇. “남일규입니다. 안쪽은 깨끗합니다. 이대로 폭파할까요? 아니면 정문에 있는 놈들을 뒤에서 조질까요?”
뜻밖의 무전이 넘어왔다.
강철규가 강찬을 보았다.
네가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였다.
치잇. “응징입니다. C4를 설치할 기본 인원을 빼고 남은 인원은 정문 공격을 부탁합니다.”
치잇. “알겠습니다.”
어쩌면 무리한 요구인지 모른다.
하지만 수적으로 밀리지 않아서 해볼 만은 했다.
푸슝! 푸슝! 투두둑! 푸슝! 투둑! 푸슝!
무전이 있고 나서 교전의 상황이 완벽하게 바뀌었다.
구조물에 몸을 의지한 대원들이 사격을 개시하자 적들이 발악하듯 총질을 해댔다.
투두둑! 푸슝! 퍼억! 투둑! 푸슝! 퍼억!
그럴수록 빨리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와라락!
한순간이었다.
검은 그림자 몇이 빠르게 적진으로 뛰어드는 게 보였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저격수조차 멍하니 볼 때 강찬과 강철규만 연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사격 중지!”
적진에서 남일규가 지른 고함이 들려왔다.
철컥! 철커덕!
강찬과 강철규가 앞으로 달렸고, 대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남일규는 왼팔을 뚫린 것처럼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퍼억!
강찬이 다가갈 때 남일규가 앞에 있던 이슬람 복장의 적을 거세게 걷어찼다.
“끄으윽!”
“개새끼가! 어딜!”
콰악! 콰악! 콰악! 콰악!
“어흐, 이 개새끼! 너 때문에 팔에 구멍 났잖아!”
콰작! 퍼억!
그렇게 밟아놓고도 또 분통이 터지는지 남일규가 적의 가슴을 연이어 걷어찼다.
그 바람에 붕대를 감아주려던 대원이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어? 후배가 왜 그걸 들고 있어? 말을 하지.”
시선을 돌렸던 남일규가 대번에 표정을 바꾸면서 대원에게 왼팔을 내밀었다.
오광택은 이제 저런 모습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C4 설치 끝났습니다. 그리고 포로로 잡은 놈들은 모두 11명입니다.”
양동식이 여분의 연결선을 팔에 감은 채로 다가왔다.
당연하게 점화장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번엔 강찬이 강철규를 보았다.
포로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뜻이었다.
“응징이라고 들었다.”
강철규의 나직한 음성을 다들 들었다.
알아듣지 못하는 적들까지도.
“우리 식대로 해도 되겠냐?”
강찬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오광택이 혹시나 할 때였다.
“가져다 묶어.”
강철규가 단호하게 말을 뱉었다.
우르르.
남일규와 양동식을 제외한 비무장팀 대원들이 느닷없이 달려들었다.
강찬이 피식 웃었을 정도로 섬뜩한 광경이었다.
버둥버둥. 콰작! 퍼억!
이건 반항을 할 여지조차 없다.
질질 끌고 간 적을 비무장팀 대원들이 구조물에 거꾸로 매달기 시작했다.
“굳이 저럴 필요가 있어? C4가 터지면 어차피 죽을 놈들인데?”
“소문은 우릴 여기까지 태우고 온 안내원들이 내줄 거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건드리려면 먼저 너와 우리부터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지.”
강찬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강철규가 말한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일과 관련된 놈들은 분명 모두 놀랐을 거다.”
강철규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모양이었다.
“놈들이 기다렸다는 걸 짐작한 뒤에도 우리가 작전을 멈추지 않은 것과 이 구조물을 포함해서 목표를 모두 제거한 것, 마지막으로…….”
강철규가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희생자가 거의 없다는 것까지.”
어차피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구조물에 매달리지 않으려 발악하던 적이 호된 주먹질에 신음을 뱉어냈다.
“어떤 적이든 이 시간 이후로는 후배들을 더 강하게 여기고 기다릴 거다.”
퍼억! 퍽! 퍽!
잔인한 광경이 강철규의 말에 무게를 더해주는 느낌이었다.
“대신 후배들이 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하겠지.”
대원들이 돌아오는 뒤에서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린 적들이 버둥거렸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일 거다.”
자리로 돌아온 대원들이 강철규의 뒤를 받치고 섰다.
적진이다.
강철규의 뒤로 비무장팀 대원들이, 강찬의 뒤로 증평의 특수팀 대원들과 국가정보원 요원들이 마주 서 있었다.
피식.
강찬이 웃고, 강철규가 비슷하게 따라 웃었다.
양동식이 팔에 감았던 선을 늘이며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강찬을 시작으로 뒤쪽으로 걸었다.
구조물에 매달린 적들이 처절한 음성으로 무언가를 외쳤는데 그거야 주둥이를 막지 않았으니까.
“여기까지네.”
양동식이 팔에 감았던 전선을 모두 사용한 자리에서 점화장치에 선 끝을 꽂았다.
따각. 따각.
“요즘은 기계 좋아졌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더라도 좀 더 비장하게 연결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양동식이 점화장치를 들고 강찬과 강철규를 번갈아 보았다.
“타이머 작동하고 물러나죠?”
강찬의 말에 양동식이 ‘얼마나?’ 하는 의미로 눈을 크게 떴다.
“5분 정도면 적당할 거 같네요.”
“그럽시다.”
띡. 띡. 띡. 삐익.
양동식이 버튼을 누른 뒤에 고개를 들었다.
“야! 이……! 스타트 버튼을 벌써 누르면 어떡해?”
“어?”
남일규의 말에 양동식이 놀란 눈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보았다.
“이거 다시 세팅할 수 있잖아?”
양동식이 빠르게 고개를 들고 곽철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까 제가 A 타입으로 옮겨놔서 지금은 선만 빼도 스파크가 일어나서 바로 폭발합니다.”
혹시나 했던 강찬이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가뜩이나 트럭을 멀찌감치 세워놓은 상황이었다.
“트럭으로 움직여! 서둘러!”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희생자를 대원 넷이 옮겼고, 부상자를 부축해서 바쁘게 달렸다.
이렇게 평지에 가까운 곳에서 C4가 터지면 처음엔 바람이 바깥으로 불지만, 다음엔 진공이 된 폭발 장소로 바람이 빨려든다. 그래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 주변 건물을 보면 간판이나 철 구조물이 폭발 현장으로 휘어있게 되는 거다.
그런데 원유 시추 시설이다.
이런 경우 정말 무서운 건 허공으로 치솟은 불길이 어디까지 튈지 모른다는 데 있었다.
띠루룩. “시동 걸어! 시동!”
느닷없이 펼쳐진 긴박한 상황이 웃길만도 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정신이 완전히 나갈 지경이었다.
부르릉. 부릉.
강찬이 가장 먼저 트럭에 도착했다.
“일단 올라타! 빨리!”
강찬이 악을 썼고, 실제로 눈부실 정도로 빠르게 대원들이 트럭에 올라탔다.
부르릉! 부릉! 철컹! 부르르릉!
거칠게 달렸다.
부상자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인데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덜컹! 덜커덩!
트럭이 덜컹거릴 때마다 엉덩이가 의자에서 붕 뜰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와중이었다.
“너는 좀 조심하지!”
“옛날엔 빨간 버튼 누르고 아래에 또 하나 버튼이 있었잖아!”
남일규의 타박에 대꾸하던 양동식의 힐끔 눈치를 살폈다.
강철규는 특유의 웃음만 보일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부아아앙!
트럭이 힘을 쓰기 시작하자 제법 속도가 붙었다.
이 정도면 괜찮을…….
쿠우웅! 쿠웅! 쿠웅! 쿠우웅! 쿠웅! 쿠우웅!
그때 무시무시한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려오며 세상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파삭!
자동차의 유리가 잘게 부서져 나갔고, 귀가 멍했다.
주변 공간이 흔들린다고 느껴진 순간이었다.
화아악!
자동차가 커다랗게 들렸다가,
터어엉!
바닥으로 떨어졌다.
휘이익!
그리고 눈이 아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강찬을 쓸고 지나갔다.
퍼엉! 콰아앙! 퍼버벙!
그리고서야 귀도 들리고, 세상이 제대로 느껴졌다.
휘이익! 퍼엉! 휘이익! 퍼엉!
하늘에서 유성처럼 떨어지는 불덩어리가 똑바로 보일 정도로 말이다.
불덩어리가 떨어지는 것은 삽시간에 끝났다.
끼이익.
강찬은 트럭을 멈추게 했다.
그가 조수석에서 내리자 짐칸에 탔던 요원들과 다른 트럭에 탔던 대원들도 모두 차에서 내려 시설물을 바라보았다.
군데군데 화롯불을 피워놓은 것처럼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는 불길이 먼저 보였고, 저 멀리에 하늘을 완전히 가릴 정도의 연기와 성난 불길을 뿜어내는 시추 시설이 있었다.
흔들리는 불빛이 강찬과 주변 사람들을 비추었다.
잊지 않겠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