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96화 (296/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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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왼쪽에.

홰액! 으드득!

강철규의 왼팔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적의 머리가 사정없이 돌았고, 곧바로 뒤통수가 보였다.

서걱!

그런데도 강철규는 대검으로 적의 목을 갈라버렸다.

흐물거리며 쓰러지는 적의 몸뚱이를 붙잡은 강철규가 소리 나지 않게 내려놓았다.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저지선을 뚫은 비무장 팀 대원들은 원래 싸웠던 방식대로 각자 흩어졌다.

그리고는 밤 고양이들처럼 돌아다니며 적의 목을 갈랐다.

전체가 몇 명의 적을 죽였는지 모른다.

전부 흩어져서 그렇다.

비무장지대처럼 숲이었다면 희생이 훨씬 적었을 거다. 이런 회백색 건물이 아니었다면 이따위 적에게는 한 명도 안 죽었을 거다.

소총을 아래로 내린 강철규가 눈짓으로 반대편 창을 가리켰다.

자라락. 자락.

오광택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가 났는데 강철규는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서울의 노른자위인 강남을 반이나 잡아먹었던 오광택이다.

깡패로 나서 숙소생활, 꼬마생활, 다 거쳤고, 크고 작은 싸움에서 연장질도 셀 수 없이 했었다.

한 마디로 죽기를 각오한 삶이었다.

그런데 몽골에서 그 생각이 부러졌고, 오늘 리비아의 알아지지야에서 아예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강철규와 대원들을 보며 죽기를 각오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한 탓이었다.

저런 사람들 틈에 있었다.

그것도 저 사람들이 오 대표라고 고개 숙여주는 틈에서 말이다.

강철규가 마음만 먹는다면 오광택은 언제고 목이 180도 돌아간 자세로 부러진다. 거기에 죽는 걸 전혀 두려워 않는 대원들까지 있었다.

당장 깡패로 나서면 한 구역 제대로 차지하고 떵떵거릴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팔에 달린 태극기에 감동하고, 죽는 순간까지 후배들을 부탁한다.

거리상으로 강철규의 비무장 팀이 가장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고, 알아지지야의 반대편 끝으로 향한 강찬의 국가정보원 팀이 두 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라블루스로 달린 증평의 특수팀 순서로 도착한다.

그래서인 거다.

비무장 팀은 아예 목숨을 내놓다시피 하고 적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한 놈이라도 빨리 처리하고 후배들을 돕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의 눈빛과 몸짓에서 넘쳐 나왔다.

150은 너끈히 넘을 정도로 많은 적이었다.

그런데 고작 넷이서 달려들어 길을 뚫었고, 나머지가 모조리 덤벼든 이후로 적의 반격이 눈에 띄게 줄었다.

움찔.

강철규의 상체가 미세하게 가라앉는 것을 본 오광택이 생선을 노리다가 들킨 도둑고양이처럼 동작을 멈췄다.

뒷문으로 나서기 직전이었다.

그 어떤 소리도,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강철규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왼쪽 어깨를 앞으로 기울였다.

오광택이 숨소리를 죽이기 위해 끊어지는 것처럼 숨을 뱉는 순간이었다.

불쑥!

문으로 이슬람 복장의 남자가 들어섰다.

홰액! 드드득!

강철규의 왼손은 보지도 못했다.

총구를 앞으로 향한 적이다.

확실히 경계를 하며 들어선 거다.

그런데도 강철규의 왼손에 목이 완전히 돌아갔다.

안에 있던 강철규를 보았음에도 방아쇠 한번 당길 틈 없이 목이 돌아갔다.

강철규가 적을 끌어안은 다음, 안쪽 벽과 같은 방향으로 눕혀 놓았다.

서걱!

그리고는 목이 반쯤 벌어질 정도로 깊숙하게 베어버렸다. 하얀 선이 목에 길게 난 다음, 곧바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온다.

다시 몸을 일으킨 강철규가 문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불쑥! 홰액! 멈칫!

강철규의 대검이 들어선 사내의 목 바로 앞에서 멈췄는데 사내는 어깨의 대검을 뽑은 자세였다.

후배들이 구호를 외칠 때 가슴 짠했다고 하던 대원이었다.

강철규의 눈짓에 사내가 얼른 안으로 들어왔다.

“대강 끝난 것 같습니다.”

오광택은 얼이 빠질 지경이었다.

백 오십에 가까운 적을 고작 열댓 명이 벌써 다 죽였다는 거다.

“동식이네 애들이 목표 건물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하긴, 강철규 혼자 죽인 적만 사십이 넘는 마당이니…….

“수류탄 까서 넣고 바로 들어가지요.”

강철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오광택을 보았다.

자락. 자라락.

똑같은 곳을 똑같은 자세로 걷는데 오광택만 이렇게 소리가 난다.

건물의 뒷문으로 나서자 회백색 벽에 몸을 숨긴 대원들이 강철규를 맞았다.

“저지선에 인원을 모조리 배치했던 모양입니다. 병력도 없어 보이는데 바로 들어가지요?”

“수류탄 던지고, 일규하고 동식이 네가 나랑 같이 들어가자. 위쪽은?”

“두 명이 대기 중입니다.”

강철규의 말을 들은 남일규가 빠르게 답을 했다.

철컥.

강철규가 소총을 위로 든 순간이었다.

티잉. 티잉.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한 두 사람이 빠르게 건물 앞으로 다가갔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2층의 창에서 머리를 내밀던 적 둘이 강철규의 총을 맞고 고꾸라진 직후였다.

홰액!

수류탄을 창으로 던진 두 사람이 쪼그린 자세로 벽에 붙었다.

콰으으응!

엄청난 폭발음과 진동이 있었고, 열린 창으로 부서진 잔해들이 튀어나왔다.

와락!

그런데 그 잔해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사람이 창틀을 붙잡고 안으로 몸을 날렸고, 강철규가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섬뜩한 소총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그리고 잠시 조용했다가,

푸슝! 투둑! 푸슝! 푸슝! 투둑! 푸슝!

소총의 불꽃이 창으로 번득였다.

어떻게 된 거지?

오광택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강철규가 먼저 나왔고, 이어서 이슬람 복장을 한 남자를 대원 넷이 붙들고 나왔다.

셋이 들어갔는데 다섯이 나온 거다.

오광택은 그제야 위쪽에 대기한다던 두 명이, 옥상에 있는 두 사람을 의미했다는 걸 깨달았다.

털썩!

대원 넷이서 이슬람 복장의 사내를 바닥에 꿇렸다.

강철규가 서류를 꺼내 빠르게 넘긴 다음, 꿇린 사내의 얼굴과 맞춰 보았다.

터번에 꼬불거리는 턱수염을 단 사내가 지지 않겠다는 듯 강철규를 노려보는 순간이었다.

“맞다. 얼른 치우고 가자.”

강철규의 말에 남일규가 대검을 뽑아들었다.

푸욱!

“끄르륵!”

서거억! 털썩!

오광택은 인상을 찌푸리지 않으려 애썼다.

목의 중간에 박은 칼을 서너 번 움직여 옆으로 꺼낸 바람에 쓰러진 적의 목이 반 이상 벌어져 있었다.

부스럭.

강철규가 죽은 사내의 사진을 반으로 접은 다음 서류를 안에 집어넣었다.

“다음은?”

“안쪽으로 애들이 대기 중입니다.”

“가자.”

강철규의 말에 따라 대원들이 움직였다.

이렇게 무방비로 움직여도 되나 하는 순간이었다.

오광택의 눈에 옥상을 타고 움직이는 대원들이 보였다.

위에는 소총을 겨눈 채로 옥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대원들이, 아래에선 귀신같은 사격솜씨를 자랑하는 강철규가 있는 거다.

무섭다.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

“야! 윤상기!”

“씨발!”

투둑! 투두둑!

이석재의 무전을 받고 달려온 윤상기다. 그는 보자마자 곽철호의 몸에 감긴 전선을 거칠게 잡아 뜯었다.

푸슝! 투두둑! 부슈웅! 투두둑! 푸슝!

총소리가 연신 들리는 데도 윤상기는 곽철호만 노려보았다.

“명령 불복종으로 대가리를 뚫던 군법에 보내든 맘대로 하쇼!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합시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팀이요!”

그리고는 악을 써댔다.

“형이 이런 짓 하지 않아도 우린 저 개새끼들 깡그리 죽이고 공장 폭파시킬 능력 있는 팀이란 말이오!”

“이 새끼가……?”

“대장이나 중위님이 이 꼴을 보면 뭐라고 하겠소? 내가 이러겠다고 하면 형은 뭐라고 할 건데? 비행기 안에서 우릴 자랑스럽다고 했던 선배들은? 지휘관이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하자고! 이러려고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악착같이 싸웠던 게 아니잖아!”

부슈웅! 부슈웅! 투두둑! 투둑! 부슈웅! 투둑!

20미리 기관총을 향해 달려드는 적들을 저격수가 바쁘게 저지하고 있었다.

“차라리 함께 돌격합시다. 이판사판이라면 그렇게 하자고! 형! 여기 돌아봐! 형이 그런다고 멋있다고 생각할 새끼가 한 놈이라도 있는지!”

투두둑! 투둑! 푸슝! 푸슝! 부슈웅!

윤상기의 고함에 이어 총소리가 연달아 울린 다음이었다.

치잇. “바빠죽겠는데! 얼른 C4 가지고 오쇼! 내가 달려갈 테니까!”

치잇. “니미! 나도 총 맞았소! 그러니 날 보내주쇼!”

치잇. “이 미친년들이! 소위님 곤란하게!”

연달아 무전이 들렸다.

그런 다음이었다.

치잇. “가족아! 미안하다!”

엉뚱한 고함이 무전을 통해 들려왔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특수팀 전체가 악을 쓰며 다음 구호를 뱉어냈다.

“나는! 국가와 동료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들었소? 들었냐구요? 우리 끝까지! 악착같이! 그리고 다 같이! 그렇게 싸웁시다! 그게 특수팀이잖소!”

윤상기가 구호 뒤에 악을 바락바락 썼다.

구호에 놀랐는지 적의 공격이 뚝 끊겼다.

무겁고 당황스러운 침묵이 주변에 깔린 직후였다.

“흐흐. 흐흐흐.”

곽철호가 실없는 웃음을 웃어댔고,

“푸히히!”

“킬킬킬.”

“푸후후후!”

여기저기서 비슷한 느낌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씨발! 끝까지 한번 해보자!”

“염병할! 이제 좀 내가 따르던 형 같소.”

“시끄러워, 이 새끼야!”

윤상기가 픽 하고 웃은 다음 원래 자리로 움직였다.

“여기 빨리 정리하고 선배들 도우러 갑시다! 여기가 이 지랄인데 선배들은 얼마나 힘들겠소!”

윤상기 쪽에서 터진 고함이었다.

숫자나 상황으로 봐서 터무니없는 고함이었다.

그런데 누구 한 사람 토를 달지 않았다.

***

10분을 달려 건물의 뒤편에 도착한 강찬은 소총을 뒤로 돌렸다.

“흐윽. 흐윽.”

소리를 죽이려는지 엄지환의 숨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저 건물 보이지? 옥상에 올라가면 바로 철탑이 있는 건물까지 달릴 거다.”

“예?”

엄지환이 의아한 눈으로 강찬을 보았다.

혼자 올라가는 줄 알았더니 함께 올라가는 건가?

“준비됐어?”

“예.”

그런데 강찬은 엄지환의 시선을 모르는 사람처럼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뭘까?

도대체 어떤 간 큰 새끼가 그런 식으로 트럭을 타고 움직였을까?

강찬은 처음 마주쳤던 경계선에서 두 놈을 죽인 후에 달려오던 트럭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트럭에 탄 사람이나 물건을 빼내기 위해 움직였다는 건데 도대체 어떤 새끼가 그런 판단과 결단을 내릴 수 있었는지가 궁금했다.

모하마드 즈리프가 빠져나간 건 절대 아니다.

폭탄을 온몸에 두르면 둘렀지, 이렇게까지 몰린 UIS 간부는 절대로 도망가지 않는다.

성전을 욕보이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계명도 그렇고, 이런 자리에서 피한 간부를 조직이 용서하지 않는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목표로 삼은 건물에는 층을 나누는 테두리가 바깥에 돌아 있었다.

달려가서 테두리를 잡고 올라간 다음, 다시 2층의 창틀을 잡고 위로 올라가야 한다.

엄지환이 준비를 마치자 강찬은 무전기에 손을 올렸다.

치잇. “이쪽에서 올라간다. 이두희 옥상을 경계하다가 적이 보이면 저격해라.”

치잇. “알겠습니다.”

치잇. “최종일. 지금부터 상황 봐서 움직여. 만약 그쪽에서 포위망을 먼저 뚫으면 바로 철탑이 있는 건물로 진입해.”

치잇. “알았습니다.”

무전을 마친 강찬이 엄지환을 한번 보고는 자세를 낮춘 채로 움직였다.

어둠과 흙냄새를 뚫고 나가는 길이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긴장을 이겨내며 2분쯤 나아가자 담벼락이 나타났다.

그 순간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최종일이 있는 곳에서 소총의 불꽃이 번쩍이며 튀었다.

투두둑! 투두두둑! 푸슝! 푸슝! 투두둑! 푸슝!

강찬은 건물의 중간에 있는 테두리를 향해 몸을 띄웠다.

화악! 터억! 화악! 터억!

엄지환이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강찬을 따라 테두리에 매달렸다. 독이 적당하게 오른 데다 사명감까지 생겨서 동작에 거침이 없었다.

턱걸이처럼 팔만으로 상체를 끌어올린 두 사람이다.

휘익! 턱!

오른발을 테두리에 걸고, 상체를 위로 쳐들었다.

터억! 터억!

창틀의 아래에 매달린 강찬과 엄지환은 다시 턱걸이 동작으로 상체를 끌어올렸다.

푸슝. 푸슝. 투두둑! 투둑! 푸슝! 푸슝! 투두둑!

‘끄으응.’

부스럭.

불룩 나온 창틀에 팔꿈치를 거는 순간이었다.

부슈웅! 퍼억!

이두희가 발사한 소총 소리가 들렸고,

털썩!

옥상에서 적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치잇. “위쪽에 다른 적은 없습니다.”

강찬은 빠르게 창틀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엄지환은 확실히 동물적인 움직임을 지녔다.

강찬과는 다른 자세를 취하는데 정말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여 창틀을 잡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터억! 터억!

옥상의 끝에 손을 걸고 매달리자 몸뚱이가 대롱대롱 허공에 있었다.

‘끄으으.’

강찬은 팔을 당겨 또다시 몸을 끌어올렸다.

터억. 턱.

팔꿈치를 먼저 옥상의 난간에 걸치고, 다음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머리가 뚫려 쓰러져있는 적의 옆에 내려선 다음이었다.

투두둑! 투둑! 푸슝! 푸슝! 투두둑!

아래쪽에서 소총을 쏠 때마다 불꽃이 튀었고, 붉고 흰색으로 날아가는 탄알의 궤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철커덕!

강찬은 소총을 앞으로 돌리고 엄지환을 향해 검지로 방향을 가리켰다.

와다닥!

옥상의 끝에 엄지환이 몸을 감춘 것을 확인한 강찬이 곧바로 옆 건물로 몸을 날렸다.

철컥!

위치를 잡은 강찬은 맞은편 옥상 끝으로 움직인 다음, 검지와 중지로 두 번 앞을 가리켰다.

자라락!

엄지환이 날렵하게 움직여 강찬에게서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세 개의 건물을 넘도록 적은 없었다.

투두둑! 푸슝! 푸슝! 투둑! 푸슝! 푸슝!

소총 소리가 요란해서 어지간한 소리를 숨겨주었다.

그렇더라도 경계선을 넓게 잡은 것치고는 더럽게 허술한 방비였다.

옥상으로 올라올 줄 몰랐을 수도 있고, 병력을 나눌 만큼 많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다.

개새끼들이!

앞만 막으면 어쩔 줄 모르는 반군 취급을 했다는 의미도 된다.

철탑이 바로 옆 건물 옥상에 있었다.

스윽.

조용하게 움직인 강찬은 옥상의 벽에 기대 고개를 들었다.

투두둑! 푸슝! 푸슝! 투두두둑!

옥상에 있는 적 둘은 교전이 벌어진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둘을 해결한 강찬은 곧바로 1미터의 간격을 뛰어넘었다.

후욱. 후욱.

몸의 날이 완벽하게 섰다.

엄지환에게 입구를 지키게 한 강찬은 옥상의 문을 향해 움직였다.

나무로 만든 문이다.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강찬은 문의 손잡이와 중간쯤을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쿠다당!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 직후였다.

콰악!

강찬은 문을 거세게 발로 걷어찼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계단 입구로 달려들던 놈의 이마를 뚫은 강찬은 일단 몸을 피했다.

티잉.

이럴 때 석강호가 있었다면 이미 수류탄을 던졌겠지만, 엄지환은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홱!

티잉. 티잉.

강찬이 두 번째 수류탄을 꺼내 들 때 엄지환이 첫 번째 수류탄을 잡고 있었다.

콰으응!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잔해들이 문으로 튀어나왔다.

휘익! 휘익!

강찬과 엄지환은 다시 한 번 수류탄을 던졌다.

타악. 탁. 데구르르.

콰응. 콰으으응.

두 번의 폭발과 잔해가 튀어나온 직후였다.

와라락! 와락!

강찬과 엄지환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안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부서진 나무 테이블과 집기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댓 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쓰러져 있었다.

투두둑! 투둑!

아래층에서 적이 계단으로 달려왔다.

고작 이까짓 놈들이!

숫자로 밀지 않으면 적수도 안되는 놈들이!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티잉!

강찬이 세 놈의 이마를 뚫을 때 엄지환이 수류탄의 안전핀을 날렸다.

홰액!

이젠 손발이 맞는다.

아랍어로 지른 고함이 들린 직후였다.

콰으응!

폭발음과 진동이 커다랗게 울려 나왔다.

이럴 때 시간을 끄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와라락!

강찬은 곧바로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엎어져서 꿈틀대는 놈, 벽에 기댄 자세로 소총을 다리에 걸친 놈, 꼼짝도 않고 자빠진 놈까지 빼놓지 않고 모조리 이마를 뚫어줬다.

자그락. 자라락.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엄지환이 발로 적을 모두 뒤집어 놓고 강찬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개새끼!

강찬은 벽 쪽에 자빠져 있는 놈을 노려보았다.

모하마드 즈리프!

피투성이인 놈이 분하다는 눈빛으로 아랍어를 뱉어냈다.

피식!

철컥!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어두운 방 안에서 다섯 번의 불꽃이 튀었다.

푸슝! 푸슝! 푸슝!

그리고 세 번의 불꽃이 뒤따라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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