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오브블랙필드-295화 (29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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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왼쪽에.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나무도 별로 없는 능선을 타고 달리는 거다.

“헉헉! 헉헉!”

엄지환은 물 밖으로 나온 붕어처럼 주둥이를 벌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운동 좀 한다고 자부했었다.

단거리고 장거리고, 달리기도 좀 하는 편이었다.

“헉헉. 헉헉.”

그런데 이건……, 이렇게 달릴 줄은 몰랐다.

606 출신이니까 산악 구보쯤 해 봤다.

그런데 속도를 조절해 주어야 할 강찬은 100미터 경기에 나온 육상선수처럼 달린다.

달려오던 트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뛰어갈 줄은 정말 몰랐다. 그 증거로 아까 도로를 지나쳤던 적의 트럭은 아직 뒤따라 오지도 않는다.

겁이 덜컥 났다.

이렇게는 끝까지는 못 따라간다는……, 그런 공포.

어둠과 능선이 뿌려낸 흙냄새가 엄지환의 폐를 차지하고 앉아서 아무리 들이마시려도 숨을 채우지 못하게 막아댔다.

“헉헉. 헉헉.”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리비아의 골목에서 쓰러져간 선배 요원들과 며칠 전 전투에서 죽어간 선배 대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버텨야 했다.

먼저 가라고 악을 쓰면서, 권총으로 AK소총에 맞서던 선배들과 총탄을 맞으면서 악착같이 지켜주던 한재국의 의지를 욕보여서는 안 되는 거다.

“으윽! 으으윽!”

울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엄지환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오는 걸 알고 있다!”

앞쪽에서 강찬의 고함이 튀어나왔다.

적이 들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헉헉! 허억! 허억!”

엄지환은 악착같이 숨을 들이마셨다.

“증평의 특수팀!”

강찬도 숨이 달리는지 말을 짧게 끊었다.

“비무장 선배들이 위험해!”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그런데도 속도는 전혀 줄지 않는다.

“우리가 빨리 달릴수록!”

“허억! 허억! 허억! 허억!”

“한 명이라도 더 산다!”

숨이 멈춘 상태에서 달리던 엄지환의 뇌리에 강철규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날카로운 눈빛, 다부진 말투, 당당한 자세!

비무장 지대의 선배들이 외치던 구호도 고스란히 떠올랐다.

- “가! 달려! 달려!” -

골목에서 자신에게 외치던 선배 요원의 고함이 지금 듣는 것처럼 귀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직 요원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엄지환이다.

경험으로 따지면, 능력만 놓고 본다면, 엄지환이 그날 골목에 남았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왜 죽을 걸 빤히 알면서 뒤를 받쳐줬을까?

“흐으으! 흐으! 흐으으!”

신기하게도 우는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데, 속도가 줄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

투두둑! 투둑! 피잉! 피이잉!

“정규군입니다!”

윤상기가 바위 뒤에 머리를 처박으며 지른 고함이었다.

투타타타타! 퍼버버벅! 투타타타! 퍼버버벅!

20미리 기관총이 죽음의 빛을 쏟아내는 주변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소총이 증평의 특수팀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와락!

푸슝! 푸슝! 투둑! 피잉! 투두두둑! 피잉! 퍼버벅!

상체를 세우고 두 발을 쏜 곽철호가 적의 사격에 몸을 바싹 웅크렸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아군을 향해 적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윤상기! 2조를 데리고 저쪽 위로 올라가!”

이번엔 곽철호가 악을 썼다.

“저격수로 20미리 잡고, 앞쪽을 엄호해!”

윤상기가 보아도 그렇구나 싶을 만큼 냉정한 판단이었다.

확실히 다 함께 움직이지 못한다.

이곳에서 적의 시선을 뺏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의 숫자를 줄이면 곽철호와 조원들은 아차하는 순간에 모조리 죽을 수도 있었다.

“니미! 우리가 언제는 편안하게 싸운 적 있어!”

곽철호답지 않은 거친 욕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피이잉! 피잉! 퍼버벅!

“선배들을 어떻게 볼 거야! 우리가 다 죽는 한이 있어도 저 개새끼들하고 공장은 날리고 봐야 할 거 아냐! 안 그래! 윤상기!”

곽철호의 핏발 선 눈과 악문 이를 본 윤상기가 화난 고양이처럼 얼굴을 우그러트렸다.

“2조! 언덕으로!”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얼음판에 쪼그린 윤상기를 누군가 끈으로 당기는 것처럼 보였다.

“윤상기! 무조건 저 개새끼들은 다 죽여!”

와락!

고함을 지른 곽철호가 상체를 들었고,

푸슝! 푸슈슈슝! 푸슝! 푸슈슝!

그를 따라 1조 대원들이 일제히 몸을 들고 사격을 가했다.

달려오던 적들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는데, 그 뒤로 거대한 시설물이 한국의 특수팀을 짓누르듯 서 있었다.

투타타타타타! 투타타타타타!

그리고 그 순간, 20미리 기관총에서 쏟아진 붉은색 빛이 아군을 향해 무더기로 날아들었다.

***

철커덕!

앞을 달리던 강찬이 소총을 어깨 위로 들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벅!

우희승은 강찬이 처음으로 적을 놓치는 장면을 보았다.

강찬과 함께 중국전, 아프리카전을 모두 거친 우희승과 최종일이다.

단박에 강찬의 좌우로 몸을 던져가며 소총을 쏘아댔다.

푸슝! 푸슈슝! 투두둑! 투둑! 푸슝! 부슈웅! 부슈웅!

어떻게 봤을까?

그렇게 죽어라 달리면서 어떻게 적이 있는 것을 알고, 또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유리한 위치로 뛰어서 공격할 수 있을까?

푸슝! 푸슝! 푸슝!

목에 걸린 마른 침을 뱉어가며 엄지환도 연신 방아쇠를 당겼다.

놀랐다.

강찬은 접어두더라도, 최종일과 우희승, 그리고 이두희의 자세와 태도에 정말 놀랐다.

컥컥거리는 것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도 엄지환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고 있는 거다.

투두둑! 피비잉! 투둑! 피잉! 투두둑! 퍼버벅!

치잇. “정규군이다. 이두희! 왼편 언덕에 자리 잡고, 엄지환! 이두희 엄호해줘!”

얼결에 무전을 들은 직후였다.

벌떡!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이 상체를 세우고 방아쇠를 당겼고,

푸슈숭! 푸슝! 푸슝! 푸슈숭!

대원들이 그의 곁에서 미친 듯이 소총을 갈겼다.

툭툭!

그 직후에 이두희가 엄지환의 어깨를 건드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훈련받지 못했다면, 이런 상황을 골백번 반복하지 않았다면 엄지환은 절대로 이두희를 따라 움직이지 못했을 거다.

이두희의 뒤를 급하게 따라가면서, 엄지환은 그제야 강찬과 대원들이 이두희가 움직일 시간을 벌어준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말 한마디 없었는데?

털썩! 철커덕!

강찬이 지시한 장소에 몸을 던진 이두희가 곧바로 엎드려서 적을 노렸다.

이게 경험이고, 이것이 선배라는 건가?

그래서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건가?

물론 엄지환도 몸을 던져서 바닥에 엎어지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계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건 아직 몸에 익히지 못했다.

엄지환은 이를 악물었다.

배운다!

악착같이 배우고 배워서 언제고 리비아의 골목에서처럼 위험한 순간에 내 옆에 있는 요원을 반드시 구해내고 만다.

부슈웅! 철커덕! 부슈웅! 철커덕! 부슈웅! 철커덕!

이두희가 기계처럼 정교하게 저격을 시작한 다음이었다.

치잇. “돌격한다! 우희승 왼쪽, 최종일 오른쪽. 남은 요원이 엄호해라!”

강찬의 무전이 총소리 사이에서 또렷하게 들렸고,

와라락!

푸슝! 푸슝! 푸슝! 푸슝! 푸슝!

강찬, 최종일, 우희승이 거의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부슈웅!

이두희가 숨은 적을 기계적으로 쏘아대고, 아래에 남은 다섯 명의 요원들이 악착같이 방아쇠를 당겼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은 달려가면서 터번만 보이는 적의 이마를 멋지게 뚫어댔다.

어둠이 깔린 밤이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소총의 끝에서 피어나는 불꽃이 번들거리는 강찬의 눈빛을 비추고는 재빠르게 사라졌다.

콰악!

마침내 적이 몸을 감춘 둔덕이었다.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강찬이 세 발을 더 쏘고 나자 당장 소총을 든 적은 보이지 않았다.

“끄으으.”

바스락. 바스슥.

철커덕!

최종일의 앞쪽에서 오른쪽 어깨를 움켜쥔 적이 비척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순간이었다.

푸슝. 푸슝. 푸슝.

최종일의 소총에서 세 번의 불꽃이 번쩍였고, 놈의 이마에 탄알 세 개가 고스란히 처박혔다.

죽은 적은 군복을 입은 놈 반, 이슬람 복장이 반이다.

치잇. “이쪽으로 집결.”

강찬의 무전이 떨어지자 요원들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철컥!

오른손에 소총을 걸친 강찬은 매섭게 앞을 보았다.

이게 외곽 경계선이다.

셔먼, 이 개새끼!

반 카다피 정권과 손을 잡았다더니 정작 카다피 정부군을 막지 못한 꼴이다.

명색이 CIA가 이걸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도움은 주되, 여기서 뒈져주면 더 좋다는 뜻이 된다.

요원들이 강찬의 뒤로 섰다.

“저게 철탑인 모양이다.”

앞쪽 내리막길의 끝에서부터 회백색 건물들이 늘어섰는데 철탑은 서너 건물 안쪽 옥상에 있었다.

강찬이 꼼짝도 않고 철탑을 노려보고 있어서 다들 숨죽인 채로 주변을 살폈다.

이걸 프랑스 정보총국이 몰랐다고?

카다피 정부군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하마드 즈리프의 사진과 경호인원까지 파악한 프랑스 정보총국장 로망이 정말 몰랐다고?

빌빌대던 한국이 보물을 주워서 거들먹거리는 게 아니꼬워서, 그래서 CIA 국장 셔먼처럼 여기서 뒈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엄지환.”

어둠을 노려보던 강찬이 나직하게 부른 이름이었다.

최종일과 우희승이 돌아보고서야, 엄지환이 겨우 “예.”하고 답을 했다.

강찬은 고개를 돌려 엄지환을 보았다.

“족구 할 때처럼 움직일 수 있겠어?”

너무한다!

이런 순간에 어떤 놈이 저런 질문을 받고 바로 이해해서 답을 하겠나?

엄지환은 눈만 껌벅거렸다.

“너랑 나, 둘이서 들어간다. 외곽 경계선이 깨졌는데 저 새끼들이 그대로 있는 건, 우리가 들어오길 기다린다는 거다. 최종일과 요원들이 시선을 끌어주는 동안, 바깥쪽으로 돌 생각이다.”

강찬이 오른손 검지로 내리막의 오른쪽을 가리켰다.

저기까지 또 달린다고?

“문제는 뒤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 중에는 너밖에 그럴 사람이 없다.”

“하겠습니다.”

엄지환이 바로 답을 하고 이를 악물었다.

“UIS는 기다리는 법이 없어. 그 새끼들만 있으면 반드시 떼로 달려오지 숨죽이지도 않아. 최종일. 정규군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시선과 시간을 끌어.”

“알겠습니다.”

최종일이 단단하게 답을 한 다음이었다.

“엄지환과 저쪽에 도착하면 무전 할 테니까 적이 반응할 곳까지 전진해.”

“맡겨주십시오.”

철커덕. 철컥.

최종일의 답을 들은 강찬은 곧바로 탄창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철크덕. 철컥.

뒤늦게 이유를 깨달은 엄지환이 급하게 탄창을 갈았다.

“간다.”

강찬이 움직였고, 엄지환이 뒤를 따랐다.

***

윤상기 쪽 저격수가 악착같이 20미리 기관총 사수와 근처의 적을 죽여준 덕분에 한결 숨통이 트였다.

투두둑! 투둑! 피비잉! 피잉! 투두둑! 퍼버벅!

물론 그렇다고 적의 숫자가 확연하게 준 건 아니지만 말이다.

“끄응.”

곽철호는 살이 떨어져 나가서 주먹만큼 움푹 팬 왼쪽 어깨를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피가 덩어리처럼 꿀럭꿀럭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피가 팔뚝에 달린 태극기를 붉게 물들이는 것도.

씨발놈들이……!

한국 특수팀을 수캐의 생식기만도 못하게 여긴다 이거지?

부슈웅. 부슈웅. 푸슝! 푸슝! 푸슝!

하여간 윤상기를 보낸 건 정말 잘하고, 잘하고, 잘한 짓이다.

“이석재.”

곽철호가 부르자 바로 옆에서 소총을 갈기던 이석재가 얼른 시선을 주었다.

“C4 이리 줘.”

명령이다.

이럴 때 ‘왜 그러냐? 이거 위험한 거다. 어디 쓸 거냐?’ 라고 묻는 건 상상도 못 하는 일이다.

이석재가 빠르게 옆에 놓았던 가방을 곽철호에게 디밀었다.

투두둑! 퍼버벅! 푸슝! 푸슝! 투두둑! 부슈웅!

적이 20미리를 되찾으려고 발악하는 통에 또다시 총격전이 있었다.

“끄응.”

그 사이 곽철호는 가방을 열어서 C4를 꺼내 조끼와 허리에 차곡차곡 꽂았다.

다음은 전선을 C4에 꽂아서 전부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점화장치의 끝에 물리면 되는 거다.

“뭐하는 겁니까!”

힐끔 곽철호를 보았던 이석재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흐흐흐.”

곽철호는 그냥 웃었다.

특수팀이 되어서 원 없이 싸웠다.

중국 공항을 폭파할 때, 아프리카에서 끝없이 달려드는 쿠드스를 상대할 때 얼마나 끔찍했었나.

따각. 따각.

전선의 양 끝이 점화 장치에 제대로 물렸다.

시간을 지정해도 되고 아래에 있는 플라스틱 커버가 찌그러질 정도로 강하게 붉은색 버튼을 눌러도……, 꽈앙 하고 화끈한 불꾳쇼가 펼쳐지는 거다.

투두둑! 투둑! 투두둑!

씩씩거리며 노려보던 이석재가 급하게 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곽철호는 왼편에 죽어 있는 대원을 보았다가 다시 하늘로 시선을 들었다.

기어간다.

윤상기 쪽에서 충분히 엄호해 줄 위치라 적의 코앞까지 충분히 기어갈 수 있는 거다.

타이머를 맞춰놓고, 다시 버튼을 손에 쥔 채로 최대한 적에게 가까이 가서 화끈하게 한 방 먹여줄 생각이었다.

앞의 저지선만 뚫으면 된다.

숫자가 많지만, 앞에 있는 놈들이 전부란 걸 알고 나서 각오한 일이다. 만약 적이 더 많았다면 아마 벌써 포위하고 달려들었지, 이렇게 대치하지는 않았을 거다.

“푸흐흐.”

가장 먼저 차동균이 보고 싶었고, 다음으로 석강호, 마지막으로 강찬이 그리웠다.

어깨가 좀 날아간 걸로도 이렇게 끔찍하게 아픈데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차동균과 자신을 붙들었을까?

***

와락! 서어억! 와락! 푸욱!

대검만 들고 적의 뒤로 뛰어든 네 사람이다.

투두둑! 퍼버벅! 푸슝! 털썩! 투둑! 피잉!

적들의 사격을 강철규가 막아주는 순간이면 권용희가 곧바로 다음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악! 그드득!

목을 찌르지만, 걸리는 건 뭐든 힘으로 당겨서 가른다.

‘개새끼들이…….’

별처럼 빛나는 후배들을 반이나 죽였다고?

비행기 통로에 서서, 오래전에 퇴물이 된 자신들을 선배라고, 자랑스럽다고 외치던 그 예쁜 후배들을?

권용희는 마음이 급했다.

이 작전을 적이 알고 기다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러서는 법 없는 비무장 특수팀에게 그따위는 문제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곳이 이렇다면 후배들 역시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권용희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투두둑! 투둑! 퍼벅! 피잉!

뭘 그렇게 열심히 쏴, 이 개새끼야!

와락! 서어억!

적을 덮쳐서 목을 가른 권용희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순간이었다.

번득! 철컥!

왼편에 있는 적이 뒤따르던 동료를 겨누고 있었다.

와다닥! 콰악!

권용희는 반사적으로 달려가 동료를 들이받았다.

투둑! 퍼벅!

목덜미에 전해지는 뻐근하고 후끈한 통증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와락! 푸욱!

다른 동료가 총을 쏜 적에게 칼을 쑤셔 박는 것도 분명하게 알았다.

구해준 동료는 또 다른 적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털썩.

권용희는 앞으로 무너지려는 몸을 무릎을 꿇어가며 악착같이 버텼다.

‘곽철호라고 했었지?’

정말 멋진 후배였는데, 그런 놈이, 현역 특수팀이, 선배라고 불러줬다.

그것도 자랑스럽다고까지…….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푸슝! 퍼억!

분명 강철규가 달려오면서 갈기는 소총 소리다.

저놈의 총솜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도 없다.

권용희는 안간힘을 다해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가족에게 죄를 지어가며 지켜내던,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왼쪽에 있었…….

투욱.

권용희의 머리가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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