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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오브블랙필드-291화 (29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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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 멋질 것 같은데?

프랑스 요원들이 병실 하나를 비워 두었음에도 강찬은 석강호의 방에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났다.

이게 정말 이상해서 시차라는 게 분명 있을 텐데 어디에 있든 새벽에 잠을 깬다.

어쩌면 이동 간에 잠을 잔 덕분인지 모른다.

눈을 뜬 강찬은 복도에 있는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수를 마쳤다.

드르륵.

병실로 돌아왔을 때 석강호는 눈을 뜨고 있었다.

이제는 강찬도 석강호의 눈이 보였다.

“살 만하냐?”

“배고프오.”

“미친 새끼.”

석강호가 웃는 것처럼 입술을 살짝 늘였다. 그러고 보니 눈과 입 끝에 주름도 잡힌다.

“담배 없소?”

“없다니까!”

“서운하우.”

“물이나 마셔.”

강찬은 거즈 세 장을 컵에 담갔다가 석강호의 입에 짜주었다. 상체를 들 때까지는 사레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처럼 거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침대 좀 들어줍시다.”

“기다려 봐.”

강찬은 석강호의 발꿈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달칵.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우우우우웅.

“됐소.”

달칵.

상체가 들리자 석강호가 좀 더 편안한 자세로 강찬을 보았다.

“얼마나 죽었소?”

“반 조금 넘어. 엄지환이는 살았고.”

미안하고 분한 얼굴이었다.

드르륵.

그때 의료진, 통역 대원, 그리고 프랑스 요원이 함께 들어섰다. 통역 대원이 석강호의 상태를 프랑스 요원에게 알려주면 다시 프랑스 요원이 그리스 의료진에게 말을 전하는 방식이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석강호의 상태를 확인한 의료진이 링거와 혈액 팩을 갈았고, 주사약을 첨가했다.

의료팀이 앞서고, 통역 대원이 그 뒤를 따라 병실을 나선 다음이었다.

석강호는 약 기운 때문인지 눈이 흐릿하게 풀리고 있었다.

병실을 나선 강찬은 차동균의 병실로 움직였다.

드르륵.

문을 열자 차동균의 침대 옆에 앉았던 곽철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아.”

의자 하나를 끌어다가 강찬이 앉았을 때였다.

아침 식사를 가져왔는지 느끼한 음식 냄새와 함께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녁에 서울에서 지원 병력이 올 거다.”

곽철호가 힐끔 차동균을 보고는 바로 시선을 가져왔다.

“곽철호. 전투 가능한 인원을 추려서 점심시간 때까지 내게 알려주고, 다예는 이 일을 모르게 해.”

“알겠습니다.”

곽철호가 답을 한 다음이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차동균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불을 질러놓은 것처럼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강찬은 차동균의 배에 감겨 있는 붕대로 시선을 가져갔다. 전투 중이라면 당연하게 총을 건넸겠지만, 치료를 마치고 나면 이상하게 통증이 심해진다.

“자신 있어?”

“물론입니다.”

하지만 죽은 대원이 가슴에 매달려 있는 차동균에게 병실에 있으라고 하기는 어려운 부상이기도 했다.

드르륵.

그때 통역 대원이 문을 열었다.

“여기 계셨습니까? 식사를 어떻게 할까요?”

“이리 줘.”

“알겠습니다.”

곽철호가 테이블을 중간으로 움직이는 동안, 프랑스 요원이 음식을 가져왔다.

차동균은 침대의 보조 식탁을 펴서 그 위에 아이들 유아식 같은 음식을 놓았고, 강찬과 곽철호는 그럭저럭 빵과 고기가 겹쳐진 접시를 앞에 두었다.

“작전은 언제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곽철호가 빵을 스테이크 소스에 찍으며 질문을 던졌다.

“도착 시간을 보고 결정하자. 오늘 밤에 도착한다면 시차도 있고 하니까 내일 밤이 가장 적당할 것 같은데.”

“목표는 정해졌습니까?”

빵과 고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어디 피크닉 나가는 것을 의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왕 하는 건데 좀 시끄러워도 괜찮겠지?”

차동균이 수프를 넣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알아지지야 외곽에 원유 시추 시설이 있더라구. 폭발하면 멋질 것 같은데?”

차동균은 만족한 얼굴이었다.

***

아테네 공항에 한국에서 온 특별기가 내린 것은 현지 시각 오후 7시 10분이었다.

강찬은 프랑스 요원 두 명과 함께 활주로 안까지 들어가 일행을 기다렸다.

비행기가 멈춰 서고 트랩이 붙여지는데 다시 15분이 흘렀고, 그동안 버스 두 대와 그리스 직원이 강찬의 옆으로 다가왔다.

작은 민간항공기, 명색은 관광객이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가장 앞에서 내린 오광택은 양복을 입었는데도 그리스의 유물을 훔치러 온 도굴꾼 느낌이었다.

오광택이 입을 꾹 다물고 계단을 내려와 그리스 직원에게 여권을 내밀었다.

어차피 전혀 엉뚱한 이름이 박힌 여권이다. 기록에도 남지 않아서 그저 요식적인 절차였는데 이 정도는 국가정보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광택은 가뜩이나 없는 살이 쑥 빠졌고, 눈매와 몸짓에서 쓸데없이 군인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철컥. 철커덕.

오광택뿐만 아니라 내리는 모든 요원이 제 몸뚱이만큼이나 커다란 백을 들었다. 저 안에 담긴 걸 보면 공항에 있는 관광객 거의 전부가 도망가고 말 거다.

여권에 도장을 받은 오광택은 곧바로 강찬 앞으로 다가왔다.

“이 개새끼.”

강찬이 피식 웃는 것을 본 오광택이 입술을 길게 늘이며 강찬을 안았다.

오광택과 둘이 지켜보는 앞에서 순서대로 대원들이 내렸고, 눈인사만 하고는 바로 대기하던 버스에 올랐다.

피식.

강찬은 비행기에서 나온 최종일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그 뒤로 우희승과 이두희가 따르는 것을 보자 마음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철컥. 철커덕.

최종일은 곧바로 강찬의 앞으로 왔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뒤편에서 우희승과 이두희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인사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알겠습니다.”

세 사람이 버스로 옮겨갔다.

반가운 얼굴은 또 있었다.

번들거리는 눈빛의 윤상기였다.

피식.

이상하게 웃음이 자꾸 나왔다.

윤상기는 강찬을 향해 가볍게 고개만 숙이고는 곧바로 버스에 올랐다.

마지막은 전에 어땠지 싶을 만큼 건강해진 모습의 강철규였다.

“너, 강 이사 알고 있었지?”

강찬이 고개를 돌렸을 때 오광택은 질린 얼굴이었다.

“왜?”

“너도 알 거 아냐?”

군사 교육이 처음인 오광택이 보기에 굉장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작전에 나가서 닉네임을 아무나 얻는 건 아니니까.

철컥. 철커덕.

강철규는 강찬을 힐끔 보고는 말없이 버스에 올랐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 강철규의 눈가를 스친 반가움과 고마움을 강찬은 확실하게 보았다.

“가자.”

“그래.”

강찬과 오광택이 올라타고 나서 버스는 바로 출발했다.

센트럴 호텔은 정보총국이 제공해주었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국가정보원의 능력이 현재는 이 정도인 거다.

최종일을 포함한 국가정보원 요원 10명.

윤상기를 포함한 증평 대원 10명.

강철규와 오광택을 포함한 몽골의 16명.

분하지만 국가정보원은 절대로 이 인원이 움직이는 것을 비밀로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7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버스에서 내린 강찬 일행을 프랑스 요원이 뒤편으로 안내했다.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 앞이었다.

쩔컥. 쩔컥. 쩔커덕.

각진 턱, 날카로운 눈매, 다부진 체형과 걸음걸이.

아무리 좋게 봐줘도 관광객의 모습은 아니어서 뒤편을 이용할 수 있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비상구 바깥쪽에 있다.

7층에 올라가자 비상구 문 앞에 프랑스 요원이 있었고, 복도 좌우에 있는 방의 문 역시 모두 열려 있었다.

“각자 편한 사람끼리 두 명씩 들어가시고, 30분 뒤에 저쪽 끝에 있는 회의실에서 저녁을 드시면 됩니다.”

강찬은 오광택과 최종일에게 프랑스 요원의 설명을 전해주었다.

말을 극도로 자제하고 움직여서 복도에는 쩔걱거리는 소리와 문 닫는 소리만 들렸다.

“부총국장님. 총국장님이 와 계십니다.”

잠시 지켜보고 있을 때 프랑스 요원이 나직하게 강찬에게 말을 건넸다.

관심 둘 줄은 알았지만, 여기에 직접 올 줄은 몰랐다.

요원의 안내로 가장 안쪽 방으로 들어가자 로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대 옆으로 탁자가 놓였고,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 두 잔이 있었다.

“무슈 강.”

로망이 강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확실히 라노크 앞에서 침묵하던 것과는 다르게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악수를 나눈 강찬은 로망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진한 커피는 활력을 만들어주지요.”

말을 마친 로망이 손으로 커피를 가리켰다.

“전에는 일주일 내내 하루 20시간씩 비행기를 타고도 거뜬했었는데, 지금은 진한 커피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강찬이 커피를 마시자 로망도 자기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갔다.

“무슈 강.”

입술에 묻은 커피를 닦아내며 로망이 강찬을 불렀다.

“혹시 알아지지야에 있는 정유시설을 공격할 생각입니까?”

이 인간들이 모르는 건 뭐가 있을까?

오늘 처음으로 차동균에게 말을 했으니 아마 상황만 가지고 짐작한 걸 거다.

“그렇습니다.”

강찬은 일단 순순히 답을 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무슈 강이 이번 작전에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겁니까?”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질문이어서 강찬은 당장 답을 하지 못했다.

“다른 나라들은 따지지 맙시다. 하지만 프랑스와 한국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생각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로망은 주저하는 기색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연달아 꺼냈다.

“무슈 강이 이번 작전에서 죽게 된다면 러시아는 무조건 고개를 돌릴 거고, 한국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선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걱정인지, 협박인지, 로망의 표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거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만약 발전 시설의 건설을 시작한 뒤에 무슈 강이 죽는다면 한국은 반드시 전쟁을 치르게 될 겁니다.”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이었다.

“간단하게 생각합시다. 발전 시설과 연구진을 없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합의할 방법은 전쟁밖에 없습니다.”

강찬은 퍼뜩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에 첫 번째 시설을 하는 이유가 실패했을 때 파괴하기 쉬워서입니까? 전쟁을 일으키기 적합해서?”

로망은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어색한 침묵이 곧 답이었다.

“여기에서 내가 거절하면 다른 나라를 찾나요?”

“무슈 강이 나타나서 차세대 에너지의 개발이 30년쯤 빨라졌습니다.”

“내가 없어도 개발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군요.”

“대신 무슈 강이 중심이 된 개발에는 한국만 한 곳도 없습니다. 지금 프랑스에 시설을 만들겠다고 하면 당장 러시아부터 반대 의사를 밝힐 겁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정은 무슈 강의 몫입니다. 다만,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발전 시설을 만들기 전까지, 그리고 이후로 어떤 위협에도 무슈 강의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아니라면 한국은 1950년대 수준으로 몰락하게 됩니다. 그때는 무슈 강이 없으니까요.”

협박이라는 것을 알지만 반박하기도 어려웠다.

강찬을 마주 보던 로망이 재킷 안 주머니에서 두 번 접힌 용지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주었다.

“프랑스를 지진으로부터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앞으로는 무슈 강의 요구를 거절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정보총국의 모든 힘을 위원장님과 무슈 강의 보호에 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강찬은 시선을 내려 탁자에 놓인 서류를 보았다.

프랑스의 정보총국장이 이따위로 접힌 서류를 내놓을 줄은 몰랐다.

“알아지지야에 있는 수니파 수뇌부의 인적사항과 위치입니다. 경호인원을 포함하면 대략 150명입니다.”

강찬이 시선을 들었을 때 로망은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이었다.

“무슈 강은 영웅이 될 기질을 모두 갖추었습니다. 뒤로 숨지 않는 성격이 특히 그렇지요.”

그야말로 피식하는 웃음이 나오는 말이었다.

말을 마친 로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슈 강.”

로망은 마주 선 강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슈 강을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영광에 해가 되는 일이 생긴다면…….”

시선이 똑바로 마주친 상황이었다.

로망이 옅게 미소 지었고, 강찬은 피식 웃었다.

더 말해 뭐하겠나.

나오지 말라는 말을 한 뒤에 로망이 방을 나섰다.

오늘 로망의 방문이 라노크의 지시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하고 치열하게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강찬은 일단 탁자에 놓인 서류를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앞장은 여백,

그리고 다음 장은 알아지지야의 개략적인 지도였다.

그런데 지도 곳곳에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알만했다.

역시!

다음 장을 넘기자 좌측 상단에 숫자와 이름이 있었다.

1. 모하마드 즈리프.

이름 아래로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사진이 커다랗게 있었고, 경호 인원, 무장 상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찬은 아랫부분에서 시선을 움직이지 못했다.

- UIS 리비아 책임자.

- 한국 국가정보원 요원의 살해 지시.

- 한국 특수팀 대응 지시.

이런 조직이 있었으면 싶었다.

이렇게 목표 정도는 확실하게 알아낼 수 있는 조직.

차세대 에너지 시설을 짓기 전에 제대로 된 조직과 힘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은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과 영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눈치에서 벗어났다고 해도 다른 네 나라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강찬은 나직하게 숨을 내쉬고 방을 나섰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인지 시커먼 양복 차림의 한국팀 일행들이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거의 한 번씩은 얼굴을 본 대원들이고, 요원들이며, 몽골 팀이었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자 뷔페스타일로 음식 스물 몇 가지가 준비되었고, 원탁에 의자가 놓였다.

달그락. 달그락.

두 번에 걸친 작전 실패에 대해 비행기에서 이야기가 있었을 거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쯤 대강이나마 알고 온 인원들이다.

거기에 조만간 작전을 펼칠 것에 대한 긴장이 깔려 있어서 회의실 분위기는 묵직했다.

“저리 가자.”

그저 오광택 하나만 서울의 시내버스 운전석에 붙어 있음 직한 ‘항상 기뻐하라.’라는 글귀처럼 강찬을 보며 반가운 얼굴이었다.

달각. 달가닥.

“여기서는 말 좀 해도 되냐?”

유일하게 군사 훈련을 사이비, 아니지! 개인 레슨으로 받은 놈이다.

그런 오광택도 혹시 도청이 있으면 어떨까 염려되는 얼굴이었다.

이놈의 말을 도청하는 새끼가 있다면 가장 먼저 귀청이 아플 거고, 다음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할 거다.

“여긴 안심해도 될 거다.”

정보총국이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다.

강찬의 말을 주변에 있던 모두가 다 들었다.

“형님. 우리가 국가를 위해 또 일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오광택보다 먼저 건너편에 있던 몽골 팀의 테이블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난 국가를 위해 할 만큼 했다.”

강철규의 나직한 대꾸였다.

이곳에 모인 이들의 각오와 확실히 다른 것이어서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앞으로 나는 죽은 아들을 위해서만 싸운다. 그곳이 몽골이든, 리비아든 상관없다. 내 죽은 아들이 원하는 일이라면…….”

오광택이 몸서리를 치며 강찬을 보았다.

도대체 몽골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 지독한 놈이 치를 떠는 거지?

강찬이 시선을 주는 앞에서 강철규는 음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영감이 사람 궁금하게 하는 재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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