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0 / 0419 ----------------------------------------------
15-9 이대로 끝날 줄 알아?
셔먼이 제공해 준 방에서 한숨 자고 난 강찬은 간단하게 점심을 먹은 후, 아테네 중앙의료원으로 움직였다.
기껏 샤워하고 입던 옷을 다시 걸친 것이 찜찜했지만, 미국 요원들에게 부탁이나 심부름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도대체 하루 동안 얼마나 돌아다니는 거야?’
창밖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힘을 가졌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개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늘 생각했던 일이고, 준비한다고 하면서도 일에 휘둘려 여기까지 왔다. 어쩌면 그래서 어제처럼 안타까운 결과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아테네다.
카페와 식당, 화려한 상점들이 관광객을 꼬드기고, 그 사이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저런 삶을 바란 적은 없다.
느닷없이 죽었고, 다시 태어나서 강대경과 유혜숙, 그리고 새로 만난 이들에게 감사한다.
전에는 없었던 거니까.
블랙헤드? 차세대 에너지?
그거야 감사한 것들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석강호, 대원들, 요원들은 강찬을 중심이라고 여기고, 그런 생각으로 따른다.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그 역할을 못 하고 있었다.
고작 하수인 몇 놈을 두들기느라고, 정보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느라고…….
자동차가 병원 앞에 멈추는 바람에 생각이 뚝 잘렸다.
멋진 결심이 떠오를 것 같았는데 아쉽다.
차에서 내리자 프랑스 요원이 다가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쪽입니다. 부총국장님.”
강찬이 시선을 돌린 곳에서 승용차가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곳부터는 다시 프랑스 정보국이 맡기로 한 모양이었다.
애새끼들이 하여간!
인사라도 좀 하고 가든가!
프랑스 요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선 다음 엘리베이터로 5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손을 모으고 대기하는 요원 둘이 가장 먼저 보였다.
“5층 전체를 정보총국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강찬은 복도를 좌우로 둘러보다가 우선 왼편 첫 번째 방으로 들어갔다.
1인용 작은 방이다.
복잡한 의료기기가 붙어있는 침대에 대원이 누워 있었고, 침대만큼의 공간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다.
후우욱. 후우욱.
의식을 잃은 대원에게 보글거리며 공기가 피어나는 장비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가 숨을 쉴 때마다 주머니가 부풀었다가 줄어든다.
대원의 얼굴과 손, 그리고 목에 올라온 시커먼 피딱지가 지난 전투의 힘겨움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구출과 응징, 그리고 조국을 위해 나선 대원이었다.
‘잘했다. 그리고 미안하다.’
강찬은 말없이 바라보다가 다시 옆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문을 열자 석강호가 이전의 방과 비슷한 모습으로 있었다.
부글부글. 후우욱. 후우욱.
강찬은 침대 옆으로 천천히 걸었다.
퉁퉁 부은 석강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도, 손도, 심지어 귀까지, 주름이나 접힌 자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심하게 부은 상태였다.
억울했을 거다. 분했을 거다.
강찬이 알고 있는 다예라면 눈을 부릅뜨고 죽여버릴 때까지 다시 보내달라고 악을 써야 맞는다.
이런 꼴 보이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놈인데.
강찬은 이를 악물었다.
“다예.”
그리고 잠시 후,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잠깐만 쉬고 있어라.”
강찬은 방을 나서서 그 옆 방으로 움직였다.
드르륵.
침대에 누워있는 차동균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가 놀란 얼굴을 했고, 다음으로 상체를 들려다가 인상을 버럭 썼다.
“그냥 있어. 이런 거 한두 번이야?”
강찬은 얼른 다가가서 어깨를 누른 다음에 그 옆의 의자에 앉았다.
“미안한데…….”
군살 없는 볼, 각진 턱, 그리고 찢어진 눈매를 한 차동균이 입술을 꾹 다물고 강찬을 보았다.
“난 포기할 마음이 없거든. 맞았다고 고개를 숙이면 쟤들이 더 날뛸 테니까.”
시선을 마주한 채로 전하는 말이다.
“힘들면 좀 쉬어도 되는데 다 돼도 다예랑 너는 안 돼.”
“철호가 서운하게 생각할 겁니다.”
“거기 가선 또 이름만 바꿔서 똑같이 말할 거야.”
차동균이 ‘풋’하고 웃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지금은 증평의 특수팀 말고 방법이 없다.”
“알겠습니다.”
차동균의 눈가에 묻어있는 것은 대원을 잃은 지휘관의 아픔이었다. 강찬이 없어서 오롯이 차동균의 몫으로 전해진 죽음의 무게이기도 했다.
“지휘하는 거 쉽지 않지?”
무언가를 말하려던 차동균이 묵묵하게 입을 다물었다.
“가슴에 더 얹히는 대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먼저 간 다른 대원들에게 죄를 짓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차동균이 묘한 눈빛으로 강찬을 보았다.
이해하고 넘어가려다가도 이런 순간에는 정체가 궁금해지는 모양인데, 이건 그냥 궁금한 것으로 남기는 게 더 좋다.
차동균의 방을 나온 강찬은 이어서 곽철호, 엄지환, 마지막으로 통역 대원의 방까지를 모두 들른 다음, 다시 석강호의 병실로 들어갔다.
수혈이 급해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감시가 빤히 있을 병원에서 요구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조직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은 다 나름의 방식과 스타일이 있는 거다.
강찬은 석강호의 부은 얼굴을 바라보다 전화기를 꺼냈고, 번호를 찾아 버튼을 눌렀다.
띠루루룩. 띠루루룩. 띠루루룩.
더럽게 고전적인 신호음이 몇 차례 울린 다음이었다.
[“여보세요?”]
만만치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기대했던 음성은 아니었다.
[“여보세요? 김태진 대표님 전화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또 지랄이네! 여보세요?”]
“나다. 강찬.”
잠시 멈칫한 다음이다.
[“강찬?”]
“그래.”
[“강찬! 야! 살아 있었냐! 너 이 새끼! 사람이 왜 그렇게 무심해!”]
오광택은 여전히 목청이 컸다. 아니 황야에 있더니 목소리가 더 커진 느낌이었다.
“대표님은?”
[“순찰 나갔다. 그런데 너 무슨 일 있냐?”]
“왜?”
강찬이 힐끔 석강호를 보는 순간이었다.
[“목소리가 다르잖아! 야, 강찬! 무슨 일이야?”]
“석 선생이 다쳤어.”
[“뭐? 심각해?”]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커다랗게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해줄 게 있어?”]
“오광택.”
[“말해. 뭐든지 말해라.”]
강찬의 다음 말을 오광택이 잠자코 기다렸다.
“너는 나 안 밉냐? 필요할 때만 도움받고 그런 곳에 처박았는데?”
[“개새끼가 뭐라는 거야? 야, 이 새끼야! 나 오광택이야! 내가 좋은 놈은 그냥 좋은 놈! 내가 싫어하는 새끼는 나쁜 새끼!”]
웃음이 픽 하고 나왔다.
[“너 석 선생 복수할 거지?”]
“그래.”
[“씨발 놈! 여기 의논해보고 바로 나가마.”]
“거긴 어떻게 하고?”
[“미친 새끼! 한 번 와봐라. 우리 기지 허락 없이는 이 근처 얼씬도 못 하게 꽉 잡아놨다.”]
바실리가 들으면 뒷목을 잡을 소리를 오광택이 자랑스레 떠들었다.
“영감 근처에 있냐?”
[“응?”]
들리는 소리만으로도 오광택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 빤히 느껴졌다.
[“강 이사 말이냐?”]
“그래.”
[“잠깐 기다려.”]
그리고 “강찬이 전화요.” 하는 오광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강철규의 음성에는 전과 다르게 힘이 실려 있었다.
[“옆에 있어서 대강 들었다.”]
잔잔한 음성인데 묘한 카리스마도 풍긴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 있어.”
영감이 한숨처럼 웃는 소리가 들렸다.
[“오 대표와 의논해서 가겠다. 혹시 인원이 필요한 일이냐?”]
“러시아의 요구가 있어서 그러니까 기지 반경을 반으로 줄여서 인원을 짜. 그러면 전투 인원이 얼마나 남지?”
[“음……. 2개 분대 정도 나온다.”]
“증평 특수팀이 반 넘게 죽은 작전이야.”
또다시 바람 빠지는 것처럼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자리를 목마르게 기다렸던 대원들이다. 마침 이곳에 있는 동안 사회에서 끼었던 기름기를 쭉 뺐으니까 제 몫 할 거다.”]
“알았어. 그럼 김 대표님과 의논해. 내가 이쪽에서 수송편 알아볼게.”
강찬의 말을 끝내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막 전화기를 내리려 할 때였다.
[“고맙다.”]
더럽게 어색한 음성이 건너왔다.
강찬은 전화기를 내리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하나는 됐다.
강찬은 다시 전화번호를 뒤져 김형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UIS?
씨발 놈들아! 다예를 이 꼴로 만들었는데, 특수팀을 저렇게 해 놓았는데, 내가 이대로 끝낼 것 같아?
***
늘 꿋꿋한 모습을 지키던 문재현의 얼굴에 피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남산 호텔 뒤편에 있는 미술관의 응접실이었다.
문재현의 좌우 소파에 고건우, 황기현, 전대극이 앉았고, 마지막으로 직급이 뚝 떨어지는 김형정이 있었다.
“신설하는 연료자원청의 초대 청장으로 송창욱 전 총장이 수락 의사를 밝혔습니다.”
고건우의 보고에 문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강찬 부원장을 알고 있어서 이야기가 쉬웠는데 유라시아철도 수장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에 말씀하셨던 북한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하! 어지간한 흠을 덮어도 없습니까?”
“쉽지 않습니다. 위장전입, 투기에서부터 여직원을 성적으로 폭행한 일까지…….”
문재현이 얼굴을 두 손으로 쓸어내렸다.
“유라시아철도가 북한과 연결된다고 꼭 북한통을 임명할 필요가 있습니까? 차라리 새 인물을 찾아보세요.”
“알겠습니다.”
고건우의 답을 들은 문재현이 시선을 돌렸다.
“부원장을 말릴 방법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너무 단호한 답이어서 질문을 던졌던 문재현은 정신이 번쩍 든 얼굴이었다.
“다른 일은 몰라도 부원장이 응징하겠다고 결심했던 일만큼은 양보한 적이 없었고, 이미 일을 진행하고 있어서 지금은 방법이 없습니다.”
“흠! 그렇다고 부원장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하도록 지켜볼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황기현의 사과를 들은 문재현이 담배를 집어 들었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얼굴이었다.
“목표가 확실해진 겁니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프랑스, 러시아, 영국, 중국의 정보국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모두 분석해 보았을 때 아직 부원장은 목표를 정하지 못했습니다.”
“이거야 원!”
문재현은 기가 막힌 웃음을 터트렸다.
목표도 정하지 않고 나설 강찬이 아니다.
몽골에서 2개 분대, 최종일 조를 포함한 국정원 특수 요원 한 팀, 증평의 대원 1개 분대 인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봐서도 분명히 그렇다.
그런데도 다른 건 입을 꾹 다문 채로 협조가 가능한지를 물었고, 이제는 답을 해주어야 할 시간이었다.
“이번 작전을 막으면 어떻게 될까요?”
“대통령님께서 부원장에게 했던 약속을 어기시는 게 됩니다.”
“어떤 도발에도 응징하게 하겠다는 약속 말이지요? 하필이면 부원장에게 대테러 팀장을 맡겼을까요?”
문재현이 담배를 바라보며 심란한 표정을 지은 다음이었다.
“부원장은 프랑스 정보총국의 요원들과 외인부대 특수팀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어제 제가 보았던 네 명의 정보국 수장들 또한 부원장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멀리 있는 우리 요원과 대원들을 요구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응징을 하겠다는 뜻이겠지요?”
“그렇습니다.”
“하아! 고맙고, 미안하고, 걱정되고, 민망한 감정이 동시에 올라온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문재현은 라이터를 들어 만지작거렸다.
“대통령님.”
황기현의 부름에 문재현이 곧바로 시선을 주었다.
“부원장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하는 인재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의지를 꺾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원장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지금 부원장은 세계적인 인물로 커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당장은 묵묵하게 지켜봐 주는 것이, 그리고 믿어주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부원장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아닙니다.”
문재현의 말은 반쯤 농담이 섞인 것처럼 들렸다.
“이래서야 부원장이 정말 세계적인 인물로 발돋움할 때까지 남아나겠습니까?”
마지막에 웃음을 달은 문재현이 담배와 라이터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인원 선발은 어떻게 됐습니까?”
“몽골에서 들어올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준비 중입니다.”
“수송편은요?”
“성남 기지에 대기시켰습니다.”
문재현의 질문에 김형정이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난 인재가 도대체 물러나는 법을 모르니, 그렇다고 말릴 방법도 없고. 참! 그런데 부원장은 언제 리비아로 갔습니까?”
“어제 미군이 제공한 F16을 타고 간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문재현은 아예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난 우리 원장이나 전 실장이 대단한 인물인 줄 알았는데 부원장과 비교하면 나부터가 모자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부끄러운 말씀이지만 부원장은 우리 국가정보원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적과 싸울 정도로 세계적인 인물이 되었다고 보시는 게 맞습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달고서 말이지요?”
“부원장이 의도한 바와는 다를지 몰라도 그 점은 분명합니다.”
문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원장의 뜻대로 지시를 내려 주세요.”
“알겠습니다.”
황기현이 답을 한 직후였다.
“정말 내가 죽기 전에 강대국이 대한민국, 아니 부원장에게라도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문재현이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졌고, 황기현은 답을 하지 못했다.
***
석강호가 두껍게 부풀어 오른 눈두덩을 겨우 들었다.
“대장…….”
저 정도 뜬 눈으로도 강찬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정신이 드냐?”
“물 좀…….”
강찬은 한쪽에 있는 거즈를 컵에 담갔다가 석강호의 입에 짜주었다. 세 번이나 거즈에 적신 물을 마시고 나서야 석강호는 더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스 아테네 병원이다. 당장 한국에 가기도 그러니까 우선 좀 쉬어.”
“씨발…….”
이 새끼는!
죽지는 않겠다.
저녁 시간인 모양이었다.
느끼한 음식 냄새가 풍기고 병실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담배 있소?”
힘겨운 목소리였는데 강찬은 피식 웃으며 없다고 답을 했다.
실제로도 없는 게 맞다.
대사관에서 벌떡 일어나 그 길로 나왔는데, 중간에 ‘아! 담배 두고 가서 가지러 왔습니다.’ 하고 돌아갈 수는 없는 거다.
“저녁 안 먹소?”
강찬은 고개를 틀고 석강호를 삐뚜름하게 보았다.
한번 피를 넣으면 효과가 계속 가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팅팅 부은 놈이 먹을 걸 물을 리가 없지 않을까?
웅웅웅. 웅웅웅.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강찬은 곧바로 답을 했다.
[“김형정입니다. 몽골에서 도착하는 대로 성남 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입니다. 아테네 공항에 대략 24시간 뒤에 도착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강찬 씨.”]
김형정이 착 가라앉은 음성이어서 강찬은 “예.” 하고는 그의 말을 기다렸다.
[“혹시 목표를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이 전화는 확실하게 감청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어떻게 할까?
이번엔 김형정이 침묵으로 강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팀장님. 결과가 나온 다음에 말씀드리는 걸로 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러나 서운한 답을 듣고도 김형정은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강찬은 전화를 끊고 석강호를 보았다.
저놈이 듣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지지야를 쑥대밭으로 만들 거라는 말을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