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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악착같이 견뎌.
투두둑! 푸슝! 푸슝! 삐이이이융!
밤이 깊어지면서 저격수가 RPG를 놓치는 순간이 또 벌어졌다.
소리가 먼저 들리고 이어서 흐릿하게 하얀 연기의 궤적이 보인다.
상상하기에는 얼른 피하면 될 것 같은데 막상 닥치면 몸이 먼저 굳는다.
그래도 특수팀이다.
재빨리 고개를 처박고, 몸을 던졌다.
콰으으응!
옥상 한쪽의 담벼락이 커다랗게 부서졌다.
부스스스.
그리고 가루로 변한 잔해들이 물줄기처럼 아래로 흩어졌다.
타다당!
총구의 끝에서 몇 갈래로 갈라진 불꽃이 튀어나왔고,
투두둑!
AK소총에서 뿜어낸 빛줄기가 옥상을 향해 날아왔다.
차동균은 재빨리 상의에 걸어두었던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티잉!
골목의 양쪽에서 또다시 적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휘이익! 투두둑! 투두두둑! 타다당! 타다당! 타당!
수류탄을 커다랗게 던지는 동안에도 소총 소리와 불꽃은 멈추지 않았다.
쿠으응!
달려들던 적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쓰러졌다.
타다당! 타다다당! 투두둑! 푸슝! 푸슝! 푸슝!
터번이나 이슬람 특유의 헐렁한 복장으로 달려드는 적이 주는 공포감은 대단했다.
정말 끝없이 달려들어서 적들의 시체는 어느새 1층 입구의 바로 앞에 있었다.
타다당! 투두둑! 타당! 투둑! 투둑!
1층이 뚫리면 모두 끝이다.
다행이라면 지금 점거한 건물이 오르막 위에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건 순전히 석강호의 순간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헉헉. 헉헉.”
옥상의 담벼락에 기댄 차동균은 거친 숨을 토해냈다.
웃긴다.
하늘에 떠 있는 저 별이 아프리카에서 보던 것과 같다는 사실이 말이다.
늘 꿈꿔왔던 일이다.
미국처럼, 프랑스처럼, 세계 어디든 국가의 명령에 따라 작전에 나서는 특수팀이 되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모른다.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국가의 부름을 받은 특수팀은 그런 거라고 믿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차동균에게 떠오르는 것은 처음 실탄 훈련을 할 때 강찬이 외쳤던 말이었다.
“나는! 작전에 나가서 반드시 살아 돌아올 대원이 필요하다! 정보가 새 나가도! 완벽하게 포위되어도! 끝까지 살아남을 대원! 너희는! 죽은 대원을! 그것도 피투성이가 되어서 죽어 나자빠진 동료를 볼 때의 심정을 모른다! 그러니까 허튼소리 지껄일 놈들은 빠져!”
이런 거였나?
피투성이가 되어서 죽은 한재국을 보았을 때의 심정?
이전의 작전에서도 죽은 대원들은 있었다.
그래서 더 뼈저리게 느낀다.
강찬이 있고 없음의 차이를 말이다.
옥상 한쪽에 길게 누운 대원들과 요원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미안했다.
지휘관인 자신의 능력이 조금만 더 뛰어났더라면, 적들의 반응을 조금만 더 빠르게 예측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적들이 잠잠할 때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숨이 턱턱 막혔다.
왜 적들이 공격을 안 하는지, 이럴 땐 어떻게 움직이고, 무얼 지시해야 하는지 전혀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각선 벽에 기대 시커멓게 때가 낀 얼굴로 헉헉거리는 엄지환을 보면서 미안했다.
정보가 새 나가도, 완벽하게 포위되어도, 끝까지 살아남는 대원이 되고 싶다.
마지막 순간에 죽는 사람이 한재국이 아니라 차동균 자신이길 바란다.
차동균은 구덩이에 빠져서 손을 놓기 직전에 보았던 강찬의 눈빛이 떠올랐다.
“어깨 잡아! 이 개새끼야! 넌 뒈졌어! 으아아아아!”
그런 어깨를 하고 차동균을 끌어올리던 강찬의 눈빛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의지?
말이라고 그렇게 쉽게 하는 거 아니다.
총상에 찢긴 어깨로 사람을 당기는 일을 어떻게 의지라는 말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나.
차동균이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자그락. 자그락.
곽철호가 허리를 숙인 자세로 다가와 물 주머니를 디밀었다.
위장크림을 바른 것처럼 새카만 얼굴을 하고 말이다.
꿀꺽. 꿀꺽.
“후우.”
정신이 조금은 돌아온 느낌이었다.
털썩.
차동균의 옆에 앉은 곽철호가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담배 하나 피우죠?”
“지금?”
차동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처박혀 있으면 적의 저격을 걱정할 건 없습니다. 다른 애들은 우리 둘이 먼저 피우고 교대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뭘 먹어도 좋구요.”
차동균이 픽 웃는 것을 본 곽철호가 담배를 디밀고 라이터를 켰다.
쩔겅.
라이터의 불꽃이 피범벅인 곽철호의 손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후우. 손은 왜 그래?”
“하마터면 손가락 하나 날아갈 뻔했습니다.”
연기를 뱉으며 곽철호가 뻔뻔스러운 음성으로 답을 했다.
“저길 보십시오.”
그러면서 눈짓으로 건너편 벽을 가리켰다.
차동균은 하마터면 커다랗게 웃을 뻔했다.
통역병이 소총을 들고 울 것 같은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는 거다.
“저런 얼굴로 아까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내려보내지.”
“싸우고 싶답니다. 피가 끓어서 올라왔는데 막상 적을 보니까 겁은 나고, 뭐 그런 모양입니다. 거기에 프랑스 요원 두 명에게 명령도 전달해야 하고.”
“한국은 몇 시쯤 됐을까?”
“여기가 정확하게 7시간 느리니까요.”
그래서 지금 몇 시란 거지?
차동균이 시선을 돌릴 때였다.
“중위님.”
곽철호가 담배를 바닥에 비비며 나직하게 차동균을 불렀다.
“지금까지 본 모습 중에 오늘이 제일 멋졌습니다.”
“이게 이 씨……!”
갑자기 미친놈들처럼 둘이서 킬킬거렸다.
“거 둘이서만 웃지 말고 얼른얼른 교대 좀 합시다.”
그리고 건너편 벽에서 거친 대꾸가 들렸다.
“알았다. 알았어.”
차동균과 곽철호가 몸을 움직여서 두 명과 자리를 바꾸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정말 바쁘게 다닌다.”
“싫으면 다음에는 빠지던가.”
“누가 싫어서 그러냐! 이런 전투를 치르는 내가 멋져 보여서 그렇지!”
“시끄러워. 빨리 피우기나 해. 우리도 얼른 교대해 줘야지.”
두 놈이 소곤대는 것처럼, 그러나 주변의 분위기에 상관없이 떠들었다.
저 마음을 왜 모르겠나.
그 옆에 눕혀진 죽은 대원들이 빤히 보이는데 말이다.
***
공중 급유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른다.
무전기 통해 “Ready to jump.” 하는 파일럿의 음성이 들릴 때마다.
퍼어엉!
‘끄으으!’
정신이 아득해지곤 했는데 3시간 20분을 꼬박 날고서야 전투기는 아래로 내려갔다.
타이어가 갈리는 듯한 마찰음, 활주로의 진동이 커다랗게 느껴진 다음에야 F16이 한쪽에 멈춰 섰다.
푸쉬이이!
캐노피가 열리자 파일럿의 뒤를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멀쩡히 앉아 있기만 한 놈에게 뭐라는 거야?
내키지는 않았지만, 강찬은 수고해 준 것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놈에게 비슷한 손동작을 보였다.
전투기의 주변으로 양복을 입은 두 사람과 군복을 입은 대원들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휘청.
전투기에서 내려서는 순간, 강찬은 바닥이 스펀지로 되어 있는 줄 알았다. 발밑이 푹 꺼지면서 몸 전체가 아래로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CIA 중동 담당 케빈입니다.”
컴컴한 밤이다.
어질어질한 가운데에서 다가온 한 놈이 영어로 지껄인 말을 옆에 있는 놈이 프랑스 말로 바꾸었다.
통역을 쓰려면 한국어를 하는 놈으로 구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현재 트리폴리 공항은 미군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반 카다피 정권을 지원하는 조건입니다만, 그렇더라도 이곳을 지킬 수 있는 여유는 24시간밖에 없습니다.”
강찬은 대꾸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얼른 외인부대와 합류해서 석강호를 구하는 일이 급했다. 제라르가 못 오는 게 서운했지만, 그거야 뭐 콩고 내란이 그만큼 급하다는 거니까.
“CIA 셔먼 국장의 전갈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새끼가 시간이 급해 죽겠는데 뭐라는 거야?
강찬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이었다.
“헬파이어 장착 아파치 5대, 구출용 블랙호크 5대, 그리고 델타포스 50명을 대기해 놓았습니다. 셔먼 국장은 구출 작전이 끝나는 대로 면담을 요청합니다.”
통역의 실력이 정말 엿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내용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셔먼과의 면담?
석강호를 구할 수만 있다면 죽음의 신과도 면담할 거다.
“외인부대는?”
“공항 바깥에서 대기 중입니다.”
케빈이 빠르게 답을 했다.
“셔먼과 면담하기로 하지. 헬기는 어디 있지?”
“이쪽으로 오십시오.”
케빈을 따라 푹푹 꺼지는 활주로를 걸으며 강찬은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우우우웅.
공항의 화물 창고를 돌아서는 순간에 엔진음이 먼저 들렸고,
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이어서 프로펠러 도는 소리가 연달아 터져나왔다.
“이쪽입니다.”
케빈은 가장 앞쪽에 있는 블랙호크로 강찬을 안내했다.
“이쪽은 델타포스 지휘자 마크입니다. 구출 작전은 마크와 의논하시면 됩니다. 그 외에 지상군이 별도로 출발합니다.”
짧게 눈인사를 한 강찬이 먼저 헬기에 올랐고, 이어서 마크가 몸을 실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헬기가 곧바로 하늘로 치솟는 순간이었다.
강찬은 손등으로 코를 닦았다.
전투 중에도 흘려본 적 없는 코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치열한 전투 중간에 적이 선사해준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고작 20분이다.
조금만 더 쉬었으면 싶었는데 적이 그런 것까지 다 들어줄 리는 없는 거다.
시끄러운 아랍어가 먼저 들리고, 이어서 어둠 속에서 자그락 거리며 적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컥! 철커덕!
차동균을 시작으로 대원들과 살아남은 요원들이 소총을 들고 네 곳의 옥상 담벼락에 붙었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단순한 방식의 공격이 또 시작되었다.
옥상을 향해 소총을 갈긴 다음 골목에서 적이 뛰어오는 방식이었다.
타다당! 타당! 타다당!
완벽한 시가전이었다.
총구의 끝에서 불꽃이 갈라지면 달려오던 적이 고꾸라졌고,
투두둑! 투둑! 투두두두둑!
적은 아군의 불꽃을 목표로 AK소총을 갈긴다.
푸슝! 푸슝! 푸슝!
저격수의 총소리가 연거푸 들린 다음이었다.
피이이융!
RPG가 날아오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콰으으으응!
건물이 흔드릴 정도의 충격이 먼저 있었고, 다음으로 하늘 높게 떠올랐던 담벼락의 잔재들이 쏟아졌다.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당!
프랑스어 통역 대원이 고개를 담벼락에 처박고서도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땡그랑. 땡강. 땡강. 땡그랑.
탄피가 바닥에 쌓일 때 통역 대원의 총에 맞은 적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투두둑! 투둑! 투두두둑!
“아악!”
그리고 이번엔 통역 대원이 뒤로 넘어졌다.
“아아악!”
통역 대원은 손을 감싼 채 바닥을 뒹굴었다.
저 비명이 아군을 얼마나 힘 빠지게 하는지, 얼마만큼의 사기를 꺾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할 거다.
“끄윽! 끄으윽!”
옆의 대원이 어깨를 당겨 담벼락에 기대 놓았을 때 통역병이 왼손에 받쳐 든 오른손을 보며 신음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검지와 중지가 완전히 날아가서 잘린 부위만 흉측하게 보였다.
타다당! 타당! 타다당!
지금은 누구도 그를 살펴줄 여유가 없었다.
건물에 의지해 다가온 적들이 이미 1층의 입구에 있었다.
타다당! 투두둑! 투둑! 타다당! 타당!
1층의 문 옆에 붙은 대원 둘이 정신없이 소총을 갈겨댔다.
이곳이 뚫리면 완전히 끝이다.
석강호는 약에 취한 것처럼 풀어진 얼굴을 하고도 악착같이 왼팔을 움직여 바지에 걸린 권총을 꺼내 들었다.
창에 붙은 대원들의 총구를 보면 적들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적들은 문 바로 앞에 있었다.
퍼억! 퍼버벅!
그리고 그 증거로 나무 문짝이 적의 소총에 맞아 거칠게 튀어 나가고 있었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퍼버버벅!
문짝이 두 번이나 커다랗게 튄 다음이었다.
퍼억!
오른쪽 창에 붙었던 대원의 머리가 뒤로 거칠게 젖혀지더니,
털썩!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차동균은 바보나 멍청이가 아니다.
그런데도 입구에 대원을 둘밖에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옥상에도 인원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치잇. “입구에 인원이 부족하다.”
왼편 대원이 무전기에 대고 악을 쓴 직후였다.
“끄응.”
석강호는 몸을 왼편으로 쓰러트린 후 악착같이 움직였다.
지이익! 지이익!
왼팔이 움직일 때마다 맨바닥에 핏자국이 길게 이어질 정도로 출혈이 심한 상태였다.
투두둑! 퍼버벅! 타다당! 타당! 타당!
지이익! 지익!
왼편에 있는 대원의 탄창이 빠르게 비고 있었다.
“으아아!”
석강호가 악을 쓰며 죽은 대원의 소총을 들어 창에 매달렸다.
타당! 타다당! 타당!
철꺼덕!
“탄창 교환!”
타다당! 타당! 타다당! 타당!
네모난 창의 바로 앞으로 적의 머리가 불쑥불쑥 달려들었고, 방아쇠를 당기면 고꾸라진다.
자각! 자각! 자각! 자각!
위에서 대원 한 명이 빠르게 달려 내려오고,
타당! 타다당! 타당! 타다당!
왼편을 맡은 대원이 다시 소총을 쏘기 시작할 때,
처컥!
석강호가 들고 있던 소총의 탄창이 비었다.
철컥! 타다당! 타당! 타다다당!
위에서 내려온 대원이 곧바로 달려들지 않았다면 입구로 적이 뛰어들 뻔했다.
털썩.
바닥에 던져지다시피 주저앉은 석강호는 다시 죽은 대원의 몸을 뒤져 탄창을 꺼냈다.
철컥! 철커덕!
오른팔이 언제부터 움직였는지는 생각조차 못 했다.
“끄응.”
몸을 일으킬 때마다 비명이 터져나왔는데 멈출 수는 없었다.
타당! 타다당! 타당! 타당!
강찬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그 성격에 벌써 저 골목에 뛰어 나가 총질을 했을 거고, 적을 밀어내고 난 다음에는 총에 맞았다고 개새끼, 소 새끼 욕을 퍼부어댔을 거다.
타당! 타다당! 타당!
석강호까지 셋이서 달려들자 문 앞은 여유가 있었다.
무전을 들은 옥상에서 더욱 악착같이 싸워준 덕도 있을 거다.
투두둑! 투둑! 퍼버벅! 퍼벅! 타다당! 타당!
그렇더라도 전투가 끝난 건 아니었다.
히죽!
여기서 대강 끝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석강호는 특유의 표정으로 웃었다.
이런 식이면 조만간 아군의 탄창이 모두 빈다.
그리고 진정한 이슬람식 전투가 펼쳐지는 거다.
탄알이 떨어진 적을 상대할 때 저들은 반드시 목을 가른다.
셋이고 넷이고, 악착같이 달려들어서 적의 팔다리를 잡고 눈앞에 커다랗게 휜 칼을 보인 다음, 반드시 목을 깊게 잘라내는 거다.
목을 거치며 터져 나오는 크르륵 소리를 들었던 병아리 중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제 머리에 방아쇠를 당기는 놈들도 있었다.
타다당! 타당! 타당! 타당!
그걸 이겨낸 사람은 강찬이 처음이었다.
망갈라 전투에서 적에게 묶여 있던 석강호를 구해낼 때였다.
하얗게 뒤집힌 눈으로 뛰어드는 강찬은 그 많은 적들 사이에서 끝없이 대검을 휘둘렀었다.
살아있으라고 악을 썼었는데…….
“씨발.”
고맙다. 그리고 미안했다.
그런데 욕이 튀어나온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그때 총소리 저 너머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타다당! 타당! 타당! 타다당!
적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것도 보였다.
뭐지? 아군인가?
옥상에 있었다면 모를까 1층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푸시시시시이! 푸시시시이!
‘뭐지?’ 하는 순간에 거대한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쿠으으으응! 쿠아아아앙!
건물이 무너지는 건 아닌가 싶은 충격이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
그리고 하얀 죽음의 빛줄기가 골목을 가득 메웠다.
퍼벅! 퍼버벅! 퍼벅! 퍼벅!
30미리 기관총이다.
맞는 순간에 적의 머리가 통째로 사라지고, 몸뚱이가 두 조각으로 터져 나간다.
살았나?
석강호가 바로 옆의 대원을 바라보는 순간이었다.
치잇. “다예! 이 개새끼!”
이 양반이 무전기에 대고 뭔 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