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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악착같이 견뎌.
자그락. 자라락.
계단을 밟을 때마다 부서진 벽의 잔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치잇. “구조팀이 출발했다. 요원들은 합류할 준비 해라.”
치잇. “카피!”
1층 입구에 도착하는 동안 곽철호의 무전이 있었고, 건너편 건물에서 답도 있었다.
“후우.”
석강호는 숨을 내쉬고 문틈으로 밖을 노려보았다.
맞은편 건물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서 사격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석강호는 차동균을 향해 검지를 아래로 찍은 다음, 손가락 넷을 펼쳐 보였다.
네 명과 함께 아래를 지키라는 의미다.
차동균이 고개를 돌리고 빠르게 네 명을 가리켰다.
“후우.”
석강호는 다시 한 번 숨을 뱉었다.
강찬이 엄청나게 그리웠다.
그리고 그만큼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처럼 실감하지는 못했던 모양이었다.
강찬이 있으면 석강호도, 제라르도 심지어 차동균까지 가진 능력의 120%를 발휘하지만, 그가 없으면 100%의 능력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투두두두둑! 푸슝! 푸슝! 타앙! 타당! 타다당!
그때 AK소총, 저격총, 권총, M16의 발사음이 뒤엉킨 채로 들려왔다.
권총만 든 요원들을 노리고 UIS가 공격을 감행했고, RPG 발사를 저격수가 막아냈으며, 이어서 교전이 벌어진 거다.
“가자!”
석강호가 이를 악문 다음 문을 당겼다.
끼이익! 후다닥! 쩔걱! 쩔걱! 쩔거덕!
타당! 타당! 타다당! 타당! 타다당!
골목이라고 해야 고작 5미터 거리다.
석강호가 방아쇠를 당기며 뛰어 나갔고, 차동균이 대원들과 뒤를 받쳤다.
투두두둑! 타다당! 타당! 타앙! 타앙! 타앙!
곽철호와 대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엄호사격을 퍼붓는 순간이었다.
콰앙!
석강호는 맞은편 건물로 뛰어들었다.
투두둑! 피비빙! 피잉! 타다당! 타당! 타아앙!
“서둘러!”
지이익!
셔츠에 양복 차림의 요원 둘이 프랑스 요원의 양쪽 팔을 어깨에 끼운 채 입구로 나왔다.
“빨리! 빨리!”
투두둑! 피이잉! 타다당! 타앙! 퍼버벅!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부상자를 짊어지거나 부축한 요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와다닥!
그때 차동균이 뒤늦게 건물로 뛰어들었다.
“올라간다!”
약속한 일이다.
석강호가 대원 네 명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갔다.
자그락! 자각! 쩔걱! 쩔걱!
콰앙!
석강호가 옥상 문을 걷어찬 직후였다.
시커멓게 흙먼지가 앉은 엄지환의 얼굴이 가장 먼저 보였다.
“내려가!”
투두둑! 퍼버벅! 푸슝! 푸슝! 타다당! 타당!
석강호는 허리를 깊게 숙이고 엄지환이 지키고 있던 옥상 벽에 붙었다.
“형님!”
“이 새끼! 얼른 내려가! 빨리!”
최소한의 안부를 전할 시간도 없었다.
타다당! 타당! 타당! 타당!
석강호가 옥상 벽 너머로 사격을 가하는 동안 엄지환은 바닥에 붙다시피 몸을 움직였다.
이 건물이 맞은편 건물 정도만 높았다면!
그랬다면 차라리 대원들을 이끌고 모조리 건너오는 것으로 끝났을 일이다.
피이잉! 퍼버벅! 투두두둑! 투둑!
입구를 지키는 차동균의 뒤로 요원들이 모두 모였다.
작전을 눈치챈 적들이 AK를 난사하고 있어서 당장은 5미터밖에 안 되는 골목을 뛰어가기도 어려웠다.
근처의 건물에서 다급한 아랍어가 들려왔고.
투두둑! 퍼버벅! 퍼덕! 투두두둑! 퍼버버벅!
연달아 적의 AK소총 소리가 들리며 벽과 흙이 커다랗게 튀었다.
그리고!
타다당! 타당! 타다당!
다급한 아군의 소총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타당! 타다당! 타당! 타다당!
차동균과 한재국, 그리고 대원들도 소총을 내밀고 방아쇠를 당겼다.
골목의 양쪽에서 적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여기에서 잡을 수 있는 만큼 잡겠다는 뜻이었다.
투두둑! 퍼버벅! 투두두둑! 투두두둑!
적의 사격이 집중되는 순간이었다.
치잇! “셋을 세면 전 대원 일제 사격! 차동균! 그때 건너가!”
요란한 소총 소리 중간에 석강호의 무전이 들려왔다.
눈앞의 벽이 터져나가고, 골목 바닥이 튀어 오른다.
그렇더라도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
차동균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한재국과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각오는 모두 섰다.
치잇. “하나, 둘.”
석강호의 걸걸한 음성이 숫자를 셌다.
섬뜩한 긴장이 무전을 듣는 모두를 덮칠 때였다.
“셋!”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다당!
소총 소리가 요란하게 튀어나왔다.
와라락!
차동균과 한재국이 왼편을 맡았고, 남은 대원 셋이 오른쪽을 맡았다.
타다다당! 타다당! 타다다당!
와라락! 와락! 와라락!
그리고 그 틈에 요원들이 건너편 건물을 향해 달려갔다.
투두둑! 피이잉! 피비빙! 투두두둑! 투두둑!
퍼버벅! 털썩!
한재국이 뒤로 날아가는 것처럼 처박혔고,
타다당! 타다당! 타다당!
그사이 마지막 요원이 맞은편 건물로 뛰어들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퍼버벅! 털썩!
차동균의 뒤편에서 대원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투두두둑! 타다당! 타당! 투두둑! 투둑! 퍼억!
‘크흑!’
타다당! 타당! 타다다당!
차동균은 오른쪽 배를 칼로 찌른 것처럼 끔찍한 통증을 이겨내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타당! 타당!
와라락!
그리고 그때 석강호가 네 명의 대원들과 함께 문을 나섰다.
“차동균! 당겨!”
타다당! 타당! 타다다당! 투두둑! 투두두두둑!
석강호가 한재국의 뒷덜미를 잡는 순간이었다.
투두두둑! 투두둑! 퍼버버벅!
석강호의 몸 서너 곳에서 커다랗게 피가 튀었다.
***
쿠우우웅!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독이 바짝 올라서 누가 건드리면 당장 발목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들 것 같았다.
바실리가 빠르게 라노크를 돌아볼 정도로 지금 강찬의 눈빛은 살벌함 그 자체였다.
“대사님.”
강찬은 테이블 중간을 노려본 채로 입을 열었다.
“바실리.”
고개를 든 강찬은 바실리, 다음으로 양범, 로망, 그리고 이튼의 이름을 차례대로 불렀다.
“생각이 짧다고 해도 좋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른다고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리비아로 가야 합니다. 가장 빠른 방법을 마련해 주던가, 아니라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설명할 수 있나?
질문을 던진 사람은 뜻밖에도 바실리였다.
“바실리.”
바실리는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강찬을 향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었다.
“내가 유니콘을 부탁한 이후로 전혀 관심도 없었던 차세대 에너지 일에 끼어든 것은 전부 대사님 때문이었다. 만약 대사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프랑스나 영국이 지도에서 사라지던 말던 상관하지 않았을 거다.”
로망이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켜며 강찬을 보는 앞이다.
“대사님만큼 내게 중요한 사람이 위험하다. 이걸 내가 알 수 있는 건, 블랙헤드의 에너지를 불안정하게 만든 힘을 얻은 대신 가지게 된 부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해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영국, 독일, 스위스가 파탄을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다.”
“그럼 시작하지 마.”
얼마나 단호하고 냉정한 말투였는지 바실리가 대꾸조차 못 한 채로 강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일이 앞으로 백 년, 천 년의 판도를 바꾸면 뭐할 건데? 그때까지 이 중에 살아 있는 사람이 있나? 왜 소중한 사람을 잃어가며 이 일을 해야 하는 건데? 뒤에 남은 사람들? 지금 당장 내 사람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백 년, 천 년 뒤에 있을 사람들이 잘살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건데!”
탁자 위로 묘한 감정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경고하는데 대사님을 상하게 해도 난 마찬가지일 거다. 어쩌면 바실리 너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나는 나와 함께 한 사람, 내 사람을 건드리는 것을 참아가며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 그게 나고! 난 그렇게 살았다!”
“퍽도 오래 산 것처럼 말하는군.”
“그럼 먼저 일어나겠다.”
강찬은 마음을 접었다.
석강호다.
석강호에게 확실히 문제가 생긴 거다.
세상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위험에 빠진 석강호를 두고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는 거다.
끄드등.
강찬이 일어서자 뒤로 밀린 의자가 놀란 소리를 내었다.
“빌어먹을 조연!”
그리고 그 순간에 바실리가 알아듣지 못할 욕을 뱉어내며 강찬을 노려보았다.
“6시간 안에 리비아에 떨궈주지.”
라노크가 한쪽 입술을 들었고, 양범은 재미있다는 얼굴이었는데, 로망은 라노크를 살피고 있었다.
***
지이이익!
석강호와 한재국, 그리고 대원 한 명.
세 줄기의 핏자국이 길에 길게 남았다.
합류한 요원들이 소총을 들고 옥상에 올라간 덕분에 잠시 여유가 있었다.
털썩!
대원들이 석강호를 1층 안쪽 벽에 기대놓았다.
“형님!”
엄지환이 석강호의 몸을 둘러볼 때, 옆 바닥에서 한재국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중위님.”
한재국이 힘겹게 고개를 틀었다.
“견뎌! 악착같이 견뎌, 인마.”
“이 경험도……, 아래로 내려 줍니까?”
대원 하나가 차동균의 허리에 붕대를 묶고 있었다.
“특수팀 정말……, 멋집니다.”
“이 새끼가? 야! 정신 차려!”
투두둑! 퍼버벅! 타다당! 타앙! 푸슝! 푸슝! 푸슝!
또다시 요란한 총소리가 울려 나왔다.
해가 기울어서 1층의 반쯤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어둠이 깔리면 RPG를 알아채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저격총 발사음이 연달아 들렸다.
“나보다 너 같은 놈이 경험을 내려줘야……. 야! 야! 한재국! 야, 이 새끼야!”
차동균이 한재국의 얼굴을 흔들었는데 이미 낯빛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끄윽!”
붕대의 마지막을 얼마나 세차게 당겨 묶는지 그 와중에도 차동균은 신음을 뱉었다.
소리 지르고 싶었다.
당장에라도 소총을 들고 뛰어 나가 갈기고 싶었다.
“가라앉혀.”
그런데 그때 기운이 쑥 빠진 걸걸한 음성이 차동균을 붙들었다.
석강호 역시 부상이 적지 않았다.
오른쪽 무릎 위, 배, 역시나 오른쪽 가슴과 어깨.
한 번에 긁은 AK소총에 맞은 모양이었다.
“지휘자가 흥분하면 대원들 모두 죽는다.”
차동균은 이를 악물며 석강호의 눈을 보았다.
“올라가. 그래서 다독여라. 대장이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해. 안 되겠으면 흉내라도 내.”
“알겠습니다.”
차동균이 다부지게 답을 하고 몸을 일으켰다.
“끄응.”
신음이 절로 나왔지만, 상체가 앞으로 굽을 만큼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차동균은 악착같이 몸을 움직였다.
강찬이었다면 분명 이렇게 움직였을 거다.
아프리카에서 고스란히 봤다.
총을 얻어맞고 쓰러져서도 악착같이 방아쇠를 당기고, 소총을 맞은 어깨로 자신을 들어 올린 사람.
대원들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볼 때마다 힘이 났었다.
철커덕!
차동균이 소총을 들고 계단을 올라간 다음이었다.
“너도 올라가.”
석강호가 엄지환에게 말을 뱉었다.
“올라가서 함께 싸워.”
엄지환은 마른 침을 삼킬 뿐 꼼짝하지 못했다.
“이 새끼가?”
그러나 석강호가 실망한 기색을 보이자 고개를 끄덕인 다음 몸을 일으켰다.
자가락. 자가락.
엄지환이 계단을 올라간 다음이었다.
석강호는 1층의 입구를 지키는 대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담배 있냐?”
대원 하나가 빠르게 움직여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라이터를 켰다.
철컥.
어둠 사이에서 피어난 라이터의 불꽃이 아름답게 보였다.
담배를 빨자 끝에서 또 다른 모양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후우.”
입구로 돌아간 대원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피우고 싶으면 너도 피워.”
녀석이 웃는 것이 보였다.
별로 웃긴 말도 아닌데?
입술이 말라붙어서 말을 하는데도 담배가 떨어지지 않았다.
“후우.”
오른팔을 못 움직이는 건 이해 가는데 왼팔은 왜 안 움직이는지…….
깔리는 어둠만큼 졸음이 몰려왔다.
히죽 웃음이 나왔다.
죽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렇게 된 뒤에 강찬이 무슨 짓을 할지가 더 겁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혼자서 더럽게 외로워할 텐데…….
리비아를 날려버릴지도 모르는데…….
***
“라노크. 우리 주연께서 계속 이럴 것 같은데 조연들이라도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바실리가 비어있는 강찬의 자리를 보며 말을 꺼냈다. 불평 가득한 말이었는데 눈빛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힘을 모아줘야 하지 않을까?”
“힘?”
“모두 보았던 것처럼 무슈 강은 차세대 에너지가 가져올 이익 따위에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한국 정부의 입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점은 내가 조율하겠다.”
라로크가 앉은 이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리가 얻을 이익을 생각하자. 게다가 가장 먼저 발전 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한국의 입장도 고려해야지.”
“말을 좀 더 쉽게 할 수는 없나?”
“우리가 아무리 나선다고 해도 무슈 강이 힘을 갖추는 것만은 못할 테니, 차라리 무슈 강에게 정보조직을 갖출 힘을 실어주자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여력이 좀 더 생기지 않겠나?”
“후후!”
바실리가 라노크를 들여다본 것처럼 웃은 다음 입을 열었다.
“미국은 이대로 끌고 갈 셈인가?”
“이미 발을 들였으니 이제부터 이튼이 노력해줄 차례지.”
시선을 받은 이튼이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눈치를 살폈다.
“이번엔 제대로 하는 게 좋아. 어설픈 생각을 하면 다윗의 별이 가장 먼저 너를 노릴 거다, 이튼.”
“염려 마라, 바실리.”
“그래놓고 라노크의 등을 노렸던 것처럼 내 뒤에 총을 들이대는 짓도 하지 말고.”
“블랙헤드를 내놓는 것이 내 진심이다.”
“그놈의 진심이 워낙 자주 바뀌어야지.”
바실리의 뾰족한 대꾸에 이튼은 입을 다물었다.
“일본은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그리고 짧은 침묵을 깬 것은 양범이었다.
“그 정도가 바로 한국 정부가 말한 여유를 달라는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요? 대세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한국 정부도 권한을 가져야 할 테니까요.”
“한국 내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그렇지요.”
라노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공작을 한다고 해도 한국에는 파벌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테니까요. 어쩌면 다윗의 별도 그 방법을 선택할지 모릅니다. 한국의 정권에 대해서는 여기 그 누구보다 양범 씨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답을 한 양범은 말꼬리를 잠시 늘였다가 각오한 듯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제가 정보국의 권한을 잡은 것이 차세대 에너지 때문에 계획된 것이었습니까?”
“쉬커의 일은 알고 있는 대로 나를 노린 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양범 씨가 권력을 잡은 것은 무슈 강의 결정이었지, 우리는 따로 손을 쓴 것이 없었습니다.”
라노크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양범 씨를 차세대 에너지 사업의 일원으로 인정한 이유는 뒤처리의 깔끔함에 있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뒤에서 총을 들이대지 않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양범에게 전하는 설명인데도 이튼의 시선이 뚝 떨어졌다.
***
‘끄으윽!’
강찬은 흐릿해지는 의식을 억지로 붙들었다.
능력 차이를 이렇게나 확실하게 느낄 줄은 몰랐다.
프랑스나 러시아, 그리고 중국과 영국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전자 장비를 사용하게 한 뒤에 고작 전화 여섯 통이 전부였는데 미군의 F16을 타고 있는 거다.
다예! 이 개새끼!
강찬은 올라오는 욕을 꿀꺽 삼켰다.
무슨 짓을 하게 해도 좋으니까 일단 살아 있어라.
리비아 사람 전체를 죽이는 살인마 만들지 말고.
강찬의 고개가 의자에 딱 붙은 채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