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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다윗의 별.
지금까지 이런 경험은 없었다.
마치 칼이 목을 파고들기 직전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해진 것은.
“무슨 일입니까?”
그래도 라노크는 달랐다.
강찬의 표정이 빠르게 변한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리비아에 간 구출팀이 걱정돼서 그렇습니다.”
“아직 연락 온 것은 없습니까?”
“예.”
두 사람의 대화에 안느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달칵.
그리고 그때 라파엘이 점잖은 표정으로 들어와 “손님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식당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입니다.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강찬은 라노크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따로 시간을 보낼게요.”
안느가 끼어들기는 어려운 자리인 모양이었다.
이런 걸 이래라저래라 하기는 어려운 거다.
강찬은 루이를 힐끔 본 다음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라파엘이 문을 열어주었고, 라노크가 먼저 들어갔으며, 강찬이 뒤를 따라 식당에 들어섰다.
피식.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람은 바실리였다.
차가운 눈빛과 얇은 입술을 움직여 비웃는 듯한 미소로 강찬을 맞았다.
“오랜만이군.”
“반가워.”
“강찬 씨. 오랜만입니다.”
“그러네요.”
이번엔 양범이 손을 내밀어서 마주 잡았다.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은 확실히 눈빛과 표정, 그리고 몸짓이 다르다. 양범이 꼭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다음은 이튼이었다.
강찬의 시선을 받은 이튼이 어색하게 손을 내밀었다.
“무슈 강.”
이놈에게 무슨 반가움이 있어서 답을 하겠나.
강찬은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악수만 나눴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이튼과 라노크의 중간쯤 되는 체형을 지닌 중년 남자였다.
수도자처럼 가운데가 텅 빈 갈색 머리, 고집이 잔뜩 담긴 눈꼬리를 하고 있었다.
“무슈 강. 프랑스 정보총국 총국장 로망 드 베지아드입니다.”
라노크의 소개를 받은 강찬이 인사를 하려는 순간에 로망이 다가와 팔을 벌렸다.
“이제야 보는군요. 반갑습니다.”
처음 보는 남자 놈을 안고 볼에 요란한 키스를 했다.
“앉읍시다.”
라노크의 권유로 다 같이 자리에 앉았다.
강찬은 아쉽고, 한편으로는 기막힌 심정이었다.
대한민국 땅이다.
그런데 이놈들 중 누구도 법무부 입국 도장 받은 놈은 없는 거고, 이런 자리에 최소한 황기현은 참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모인 기념으로 건배 한번 할까요?”
라노크가 와인을 따르고 난 뒤에 잔을 들었다.
무엇을 위해 하는 건배일까?
“차세대 에너지의 시작을 위하여.”
라노크의 제안에 각자 잔을 들어 보인 다음 한 모금씩 마셨다.
라파엘과 직원 세 명이 능숙하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무슈 강. 아프리카에서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포크로 음식을 입에 넣은 이튼이 어색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식사 중에는 밝은 화제를 꺼낼 수 없나?”
“그게 좋겠지?”
에라이, 모질아!
명색이 정보국 수장이란 놈이 바실리의 한 마디에 저런 표정과 말을 뱉다니.
“무슈 강. 몽골 기지 말인데…….”
기껏 이튼을 망신준 바실리가 전혀 밝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적당히 좀 하자.”
“무슨 소리야?”
강찬은 소스가 듬뿍 묻은 달팽이를 입에 넣으며, 바실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예 나라를 하나 만들 셈이냐?”
강찬을 본 바실리가 빵을 쭉 찢었다.
“기지 주변을 너무 심하게 통제하잖나. 외국 기업을 상대하는 정상적인 통행까지 관리하는 건 도를 넘어선 일이다. 그것도 몽골 기지 반경 15㎞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 정도가 심해.”
이건 모르고 있던 일이다.
“비이뮤장-와앙.”
바실리가 더럽게 느끼한 발음으로 한국어 이름을 뱉어냈다.
“그에게 전화 한 통 넣어주지? 반경을 줄이든가, 정상적인 통행을 허락하든가.”
영감이 일을 크게 벌인 거구나.
강찬이 고개를 끄덕일 때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 부분은 알아보고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하지.”
바실리가 고개를 끄덕인 다음, 포크로 고기를 푹 찍었다.
아까 빵을 찢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강찬은 어쩐지 빵이나 스테이크가 된 기분이었다.
“일본이 엄청난 발표를 했더군요.”
그때 양범이 새로운 화제를 들고 나왔다.
“한국에 국한한 것을 보아서는 자신들이 양보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되나요?”
사실 강찬은 이런 지루한 식사가 불편했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좋으련만 시간을 끄는 것도 그렇고, 아까 심장의 울림이 자꾸만 신경 쓰이기도 했다.
대략 40분간 겉도는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유일하게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정보총국장 로망만 제대로 식사를 한 것처럼 보였다.
테이블을 정리해 준 라파엘이 취향에 따라 홍차와 커피, 재떨이를 준비해 준 후에 직원들과 함께 식당을 나섰다.
달칵. 찰칵.
커피잔이 움직이고 라이터가 켜지면서 묘한 긴장이 테이블 사이를 떠돌았다.
강찬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이었다.
“하나씩 정리합시다.”
라노크가 시가 연기를 뿜어내며 시선을 당겼다.
“한국에 차세대 에너지 발전소를 설립하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일일 테고…….”
“블랙헤드는?”
“무슈 강이 아프리카에서 회수해 왔다.”
바실리가 중간을 자르고 던진 질문에 라노크가 곧바로 답을 했다.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것처럼 주변의 시선이 강찬에게 달려들었는데, 그런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강찬은 태연하게 담배를 들어 불을 붙였다.
“붉은빛이 결국 블랙헤드였던 건가?”
“맞아.”
역시 바실리가 질문을 던졌고, 이번엔 강찬이 답을 했다.
“아비부가 죽고 싶겠군. 우리 모두를 함정에 넣으려고 UN까지 이용했는데 그곳에서 덜컥 블랙헤드를 가져왔으니.”
‘아비부’란 이름은 처음 듣는다.
“아비부를 모르나?”
하여간 바실리는 저 건방진 말투와 표정을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중 한 명이다. 차세대 에너지를 손에 넣는 일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 DIA 브랜든과 손을 잡고 움직였는데 미국은 브랜든을 제거하고 한국과 직접 손을 잡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중이다.”
오만한 표정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깔끔한 설명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런데 바실리는 아직 설명할 것이 남은 모양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를 관리하는 유대계 정보조직이 따로 있다. 앞으로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진정한 적은 그들이다.”
아직 아비부란 놈 면상도 못 봤는데 또 새로운 적이 있다는 말이다.
강찬이 나직하게 한숨을 내쉴 때였다.
“우리도 다윗의 별이라는 이름 외에는 그 정보조직의 실체를 모른다.”
뭐라는 거야?
“그래서 당장은 아비부를 상대하는 데 주력할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에 차세대 에너지 시설을 조성한다. 놈들도 차세대 에너지 시설이 조성되기 전에는 모습을 드러낼 거라고 믿는다.”
바실리의 설명이 끝나자 숨막히는 긴장이 다시 테이블을 덮쳤다.
“무슈 강. 오늘의 모임을 잘 기억해라. 이곳에 루드비히와 반트까지, 우리 모두 언제 죽음과 손을 잡고 사라질지 모르는 위험에 놓인 거다. 벗어날 방법은 두 가지, 공손하게 차세대 에너지를 아비부에게 넘겨주느냐, 아니라면 한국에서 성공하느냐.”
“왜 굳이 한국이지?”
강찬의 질문에 바실리가 왜 이따위 질문을 하느냐는 표정으로 라노크를 보았다.
“무슈 강. 다윗의 별이 가장 쉽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한국이고, 반대로 가장 통제가 어려운 곳도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시선을 받은 라노크가 빠르게 설명을 이었다.
“다윗의 별이 가장 잘 다루는 무기가 바로 돈입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형태는 외국 자본에 의지하는 구조라서 달러의 공격에 취약한데, 반대로 이곳에 앉은 네 나라, 그리고 독일과 스위스가 나서면 다윗의 별도 한국 경제를 망가트리지 못합니다. 미국의 태도 변화도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맞을 겁니다.”
무서운 인간들.
이래서 프랑스에서 받은 교육의 절반 이상이 경제 관련 내용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강찬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대사님. 굳이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힘을 합해서 돕겠다고 나서면 결과는 비슷하지 않습니까?”
프랑스, 러시아, 영국, 중국, 독일, 스위스.
어떤 나라도 나머지 나라들이 똘똘 뭉쳐서 돕기 시작하면 못 버텨내지는 않으리란 판단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러시아는 아랍의 원유 저가 공급에 견디질 못합니다. 중국은 위안화 공격을 받게 될 경우, 무조건 항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규모로 인한 약점들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한국은 러시아가 원유를 공급한다면 외환 공격은 나머지 나라들이 지켜줄 수 있습니다.”
어렵다! 정말 어렵다!
강찬이 내심 고개를 저을 때였다.
“아마 CIA 국장 셔먼이 아랍의 원유와 돈을 제시했을 텐데 정확한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라노크가 덧붙이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그런 내용은 아직 못 들었습니다. 대신 한국 정부는 미국이나 타국과 협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를 바란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강찬과 라노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쿠웅.
강찬의 심장이 또다시 커다랗게 뛰었다.
몽골은 이상 없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정말 석강호가 위험한 건가?
강찬은 혹시나 싶어 전화기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전화기에 통화불능 표시가 떠 있었다.
“이 방은 지금 어떤 전자기기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혹시 리비아 일이 걱정돼서 그렇습니까?”
“무슈 강.”
라노크의 질문에 답을 하기도 전에 바실리가 강찬을 불렀다. 바쁘다.
“차세대 에너지 시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은 말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이 일에 실패한다면 참여한 나라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재정 파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바실리는 의자에 상체를 기대며 강찬을 보았다.
“지금 몇 명이 더 죽고 덜 죽고는 문제도 되지 않아.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더 하자.”
마치 앉아 있는 이들의 의견을 대신하는 것처럼 바실리는 당당한 자세였다.
“블랙헤드가 실제로 전기 에너지를 뽑아낼 때까지 앞으로 작전에는 직접 참가하지 않았으면 싶다. 이유는 짐작하리라고 믿는다.”
강찬에게 석강호가, 그리고 대원들과 요원들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러나 충분히 이해할 만한 말이기도 했다.
“바실리. 내가 없어지면 차세대 에너지 개발이 불가능한가?”
바실리가 빠르게 라노크를 살핀 다음 입을 열었다.
“불안정한 상태의 블랙헤드를 만드는 유일한 대안이 현재로써는 무슈 강이지. 그리고 그런 블랙헤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 만드는 시설인 만큼 무슈 강의 능력이 중간중간에 필요할 수는 있겠지.”
“그렇다면 실체도 모르는 다윗의 별이 나를 죽이면 어떻게 되나?”
바실리는 들으란 듯이 한숨을 먼저 내쉬었다.
“중국에서 UIS 전사 20명을 우리 정보국과 프랑스 정보총국 요원들이 해결했다. 그 뒤로도 모두 다섯 개 나라의 정보국이 무슈 강의 안전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대신 그만큼 우리의 목숨이 위태로워졌다는 것도.”
“하나 더 묻자. 아비부를 죽이는 것과 차세대 발전 시선을 완성하는 것 중 어느 게 빠르지?”
바실리가 눈을 갸름하게 만들고 강찬을 노려보았다.
“아비부? 다윗이 별? 발전시설을 만드는 것과 별개로 차라리 우리도 움직이는 건 어떠냐? 정 안 되면 아랍의 유전에 지진을 일으키더라도 말이다.”
이튼이 마른침을 삼키며 힐끔 눈치를 살필 때였다.
“하고 싶은 말을 해, 무슈 강.”
“한 가지는 분명히 하자.”
바실리의 대꾸에 강찬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차세대 에너지 시설이 완성될 때까지 내가 지금처럼 숨어 지내면서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기를 바라지는 마라. 또 있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 다치는 꼴을 지켜볼 거라는 기대도 하지 마라.”
“흥!”
“바실리.”
“듣고 있다. 여기 중국,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정보총국장과 자네가 그렇게 죽고 못 사는 라노크까지.”
바실리는 못마땅한 감정을 감추지 않은 채로 팔을 벌려 둘러앉은 이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들의 공격을 멀쩡히 기다리는 것보다 가진 힘을 최대한 보여주자는 뜻이다.”
“훗! 후후후! 휴우!”
바실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과 한숨을 차례로 털어냈다.
“우리 주연께서 이렇게 대책도 없이 호전적이어서야! 그래서 당장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 무슈 강?”
“리비아를 치겠다.”
“푸후! 한국의 복수와 요원 구출에 우리 힘을 쓰고 싶은 모양인데, 무슈 강! 우리는 블랙헤드가 만드는 차세대 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거지, 한국의 국가정보원 발전이나 요원에게는 흥미가 없어.”
바실리가 결론처럼 말을 뱉은 다음이었다.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라로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감정적인 것은 자네와 어울리지 않아, 라노크.”
“미국에 지분을 제시하는 것은 어떠냐? 조건은 리비아에서 한국 요원들을 구출해 오는 것으로 하지. 그런 다음 우리는 아비부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거고. 운이 좋으면 다윗의 별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겠어.”
“고작 리비아에 있는 한국 요원들을 죽이기 위해 다윗의 별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가?”
“영국이 가지고 있는 블랙헤드라면 움직이지 않을까?”
바실리가 눈을 돌린 것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이튼에게 집중됐다.
“그것을 미국에 주자는 거냐?”
“에너지를 잃기는 했지만, 그래도 불안정한 블랙헤드다. 미국 지분을 담보하는 조건으로 내민다면 다윗의 별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미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것을 경계하려면 움직일 수도 있겠군. 게다가 미국은 틀림없이 다른 생각을 품겠고?”
“그렇게 되면 지분도 없어지겠지.”
“흥! 속이 시커먼 프랑스인의 계획은 과연 다르군.”
이튼의 낯빛이 시커멓게 변했는데 바실리는 흥미가 동한 얼굴이었다.
***
투두둑! 퍼버벅! 타당! 타당!
총소리와 함께 차동균 앞의 옥상 벽이 커다랗게 터져 나갔고, 곧바로 대응 사격이 있었다.
석강호의 지시로 저격수와 대원 넷을 배치하긴 했지만, 언제 RPG가 날아들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런 건 상상도 못 했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아예 알아지지야 전체를 UIS가 점령한 것처럼 끝없는 공격이 계속되고 있었다.
투두둑! 퍼버벅!
그리고 고개를 들기만 해도 여지없이 총알이 날아들었다.
옥상의 중간에 1층 높이의 입구가 없었다면 저격수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할 뻔했다.
투두둑! 타앙! 투두둑! 타앙! 타앙!
골목 건너편 건물에서 권총과 AK소총 소리가 번갈아 들린 직후였다.
치잇. “탄창이 하나씩밖에 없습니다.”
급한 무전이 건너왔다.
바로 건너편 건물에 한국과 프랑스 요원들이 있는 거다. 교활한 UIS는 내내 지켜보다가 접선 직전에 공격했다.
“염병할.”
석강호의 욕이 위안이 될 줄은 몰랐다.
“탄알이 떨어지면 저쪽은 다 죽는다. 그 전에 구출하자.”
“몇 명이나 갑니까?”
“열 명.”
“제가 가겠습니다.”
“내가 갈 테니까 열 명을 추려.”
투두두둑! 퍼버버벅!
“서둘러!”
권총 탄창 하나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차동균은 빠르게 무전기에 손을 올렸다.
치잇. “구출 작전에 들어간다. 나와 1조가 움직인다. 지휘자는 석 선생이다. 이후로 이곳의 지휘는 곽철호가 한다.”
무전은 석강호도 들었다.
그런데도 힐끔 시선만 주었을 뿐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멀리서 스피커를 통해 코란을 읽는 소리가 들렸다.
회백색 건물과 벽, 코란을 읽는 소리, 넘어가는 태양.
“씨발!”
석강호는 하늘을 보며 욕을 뱉어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익숙한 풍경에 던져졌다.
알제리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한국이나 아프리카와는 달리 완벽하게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준비됐습니다.”
석강호가 고개를 들었을 때 차동균, 한재국이 대원들과 자세를 갖추고 있었다.
“가자.”
석강호는 몸을 일으키며 피식 웃었다.
강찬처럼 말이다.